- 520만 아동 5km 내 거주·원주민 지역 16% 포함
- "화석연료 시대의 인간·생태계 피해 규모 과소평가돼"
화석연료 생산·운송·정제 시설이 전 세계에서 최소 20억 명의 건강과 생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미국 콜로라도대학 볼더캠퍼스 산하 베터플래닛연구소(BPL)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생애주기 전반이 인간의 권리와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20억 명, 시설 반경 5km 내 거주…어린이만 5억2천만 명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석유·가스 시설 1만 8000여 곳의 운영 현황과 인구 밀도 자료를 겹쳐 분석한 결과, 약 20억 명이 해당 인프라 반경 5km 안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억 2000만 명은 아동, 4억 6000만 명은 반경 1km 이내에 거주해 더 높은 노출 위험에 놓여 있다.
특히 전 세계 화석연료 인프라의 최소 16%가 원주민(Indigenous Peoples) 영토와 중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전체 시설의 32%가 '중요 생태계(critical ecosystems)'와 겹쳐 생물다양성 훼손과 탄소흡수원 파괴 우려가 제기됐다.
새로운 프로젝트 3500건…"국가 공약과 정면 배치"
BPL은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3500개 이상의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가 제안·착공·개발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신규 프로젝트로 인해 최소 1억 3500만 명이 추가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PL의 데이터 과학자 지니 브레이크는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감축을 약속해 왔지만, 실제로는 핵심 생태계에 신규 프로젝트가 집중되고 있다"며 "기후목표와 현장의 정책·투자 흐름이 명백히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건강·생계·문화권 훼손…취약계층 피해 집중
보고서는 화석연료 인프라 인근 주민들이 암·심혈관 질환·임신 합병증 등의 건강문제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관아바라만, 캐나다 웻스워튼 지역, 세네갈 살롬델타 등에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는 환경오염뿐 아니라 △전통적 생계 활동 제한 △토지·문화적 권리 침해 △기업·정부와의 갈등 심화 등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브라질의 한 소규모 어민은 "우리는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갈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캐나다의 원주민 활동가들은 "전통 토지를 지키려 하면 오히려 법적·물리적 위협에 직면한다"고 호소했다.
앰네스티의 기후정의 담당 연구원 캔디 오피메는 "환경·인권 수호자를 범죄화하거나 소송을 악용해 위축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가가 이들의 신변 안전과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필요"…비판 수위 높인 앰네스티
앰네스티 사무총장 아그네스 칼라마르는 "화석연료 산업은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인권·생태계 파괴를 정당화해 왔다"며 "국제사회는 신속하고 공정하며 재정적으로 뒷받침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염, 문화 침식,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구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국가와 기업의 책임 이행을 강제하는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환은 필연…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책 전환 서둘러야"
보고서는 "화석연료 시대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하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 △환경·인권 수호자 보호 △생태계 복원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정 전환 등을 정부·기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이 "글로벌 피해 규모를 정량화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자료 부재와 미보고 시설을 고려하면 실제 위험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