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2월 24일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유감스러운 판결이지만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기존 합의를 유지하길 원한다"며 무역법 122조·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한 대체 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관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관세 수입이 소득세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교를 우선하되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니해설]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대법원 판결 이후 더 강해진 트럼프의 통상·안보 드라이브
연방대법원의 제동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은 단순한 정책 보고가 아니라 '통상·안보 일괄 압박 전략'의 재확인이었다.
미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통상 정책의 상징이었던 관세가 법적 기반을 상실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 후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무역법 122조,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기존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사실상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관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IEEPA는 비상권한에 근거한 조치였지만, 301조와 232조는 과거 행정부도 활용해온 전통적 통상 도구다.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가 가능하다.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견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증된 대안"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관세가 소득세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이는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 조세 구조 재편을 시사한다. 관세를 재정 수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글로벌 교역 질서와 미국 내 소비 구조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수입 물가 상승과 보복 관세 가능성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 지렛대'로 본다. 각국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려는 이유도 "더 나쁜 조건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는 국제 협상을 '상호 호혜'가 아닌 '위협과 양보'의 프레임으로 재정의하는 접근이다. 대법원 판결을 약화의 신호로 보지 않고, 오히려 협상국을 압박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안보 분야에서도 강경 기조는 동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명확히 열어뒀다.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협상 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신호로 읽힌다.
미국은 이미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배치한 상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이는 통상 정책과 마찬가지로 '힘을 통한 협상' 전략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북한을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략적 침묵일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 경제·이민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실제로 연설의 상당 부분은 물가, 불법 이민, 범죄 등 국내 이슈에 할애됐다. 그는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문제를 1년 만에 해결했다고 자평하며 "미국의 황금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 방향보다는 기존 성과의 반복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 통상과 안보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국정연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법원의 판결이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통상·안보 전략은 더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국제 질서의 파장이다. 관세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흔들 수 있다. 각국은 보복 조치를 검토할 것이고, 무역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 긴장 고조 역시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향후 몇 달간 글로벌 경제와 안보 환경을 규정할 신호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는 선언은 미국이 다시 한 번 보호무역과 힘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음을 보여준다.
이제 세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협상 테이블로 갈 것인가, 맞대응으로 갈 것인가. 그리고 미국 내부 정치의 향방이 그 결론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