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원CPI 지난해보다 2.6% 올라-전달보다는 0.2% 상승
- 주거비 부담은 여전, 관세·노동시장 변수는 불씨로 남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보다 뚜렷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연말 정부 셧다운으로 왜곡됐던 물가 흐름이 정상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13일(현지시간)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월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0.3%)를 하회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4년 만의 최저치다. 전체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7% 올라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이번 지표는 지난해 말 물가 통계에 드리웠던 '셧다운 왜곡'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보여준다. 앞서 11월 CPI는 장기 정부 셧다운으로 10월 가격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거비 등 핵심 항목이 실제보다 낮게 반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사 시점이 늦어지며 연말 할인 효과가 과도하게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12월 지표는 이러한 일시적 요인이 제거된 상태에서의 물가 흐름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 상승세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12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고, 전체 물가 상승의 최대 기여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물가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다만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화 부문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졌다. 가전제품 가격은 하락했고, 중고차·트럭 가격은 전월 대비 1.1% 떨어졌다. 차량 수리 비용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재화 가격은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0.0%) 시장에서 예상했던 반등과 달리 정체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일부 서비스 항목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 의류 가격은 전월 대비 0.6% 올랐고, 레저 비용은 1.2% 상승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항공요금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7% 상승했지만, 달걀 가격은 8.2% 급락해 전년 대비로는 약 21%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3% 상승했으나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 내부에서는 관세 정책이 다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과 노동시장 둔화가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주목하는 주거비·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지표는 12월에 0.3% 상승했으며, 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산출에 활용된다. 14일 발표 예정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향후 물가 흐름을 가늠하는 추가 단서가 될 전망이다.
지표 발표 직후 미 주가지수 선물과 미 국채 가격은 상승했으나, 연준의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상승폭은 일부 반납했다. 시장은 이제 '물가 둔화의 속도'와 '정책 전환의 시점'을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다.
[Key Insights]
12월 근원 CPI는 셧다운 왜곡이 해소된 뒤 확인된 '정제된' 물가 지표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구조적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관세 정책과 노동시장 변수는 재점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결정할 핵심 기준은 물가의 방향보다 ‘지속성’이 되고 있다.
[Summary]
미국의 12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보다 분명해졌다. 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왜곡이 해소된 가운데 재화 가격은 안정됐지만, 주거비와 일부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정책 판단은 물가 둔화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