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급등·강달러 압력에 반도체·자동차주 일제히 약세
- '20만전자'·'100만닉스'는 지켰다⋯금융주는 방어주 역할

코스피가 19일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충격 속에 2% 넘게 하락하며 5760선으로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81포인트(2.73%) 내린 5763.22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20.90포인트(1.79%) 하락한 1143.48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7.9원 오른 1501.0원에 주간 거래를 끝내며 다시 1500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를 받치고 있는 삼성전자(-3.84%), SK하이닉스(-4.07%)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그밖에 현대차(-4.22%), 기아(-2.63%), LG에너지솔루션(-3.26%), POSCO홀딩스(-3.29%)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면 KB금융(0.65%), 신한지주(1.58%), 우리금융지주(0.30%)는 상승하며 낙폭을 일부 상쇄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연준의 매파적 신호, 원화 약세가 한꺼번에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니해설] 유가·환율·연준의 삼각파고…코스피를 덮친 중동 리스크의 경로
코스피가 19일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충격 속에 2% 넘게 하락하며 5,760선으로 밀려났다.
19일 국내 증시 급락은 단순한 하루짜리 조정이 아니라, 중동 정세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경로로 충격을 전이시키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세였다. 코스피는 장 초반 5,761.40으로 출발한 뒤 한때 5,738.95까지 밀렸고, 결국 5,763.2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143.48로 내려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5.0원까지 치솟은 뒤 1,501.0원에 마감했다. 주식과 환율이 동시에 흔들렸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위험회피 장세의 성격이 짙었다.
직접적인 충격원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간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타격 소식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브렌트유는 18일 종가 기준 배럴당 107.38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19일 들어서는 한때 112달러선을 웃돌 정도로 불안이 증폭됐다. 원유와 가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 부담 확대 우려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증시가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신호가 불안을 더 키웠다. 연준은 3월 1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고 금리 인하 횟수는 1회 수준으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현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 매파적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유가 급등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서둘러 완화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강화되자 달러 강세가 재차 힘을 받았고, 이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국내 증시 내부를 보면 하락의 중심은 역시 대형 수출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84%와 4.07% 하락하며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고, 전날 급등했던 현대차(-4.22%)와 기아(-2.63%)도 차익실현과 위험회피 매물에 밀렸다.
LG에너지솔루션(-3.26%), 삼성SDI(-0.62%), POSCO홀딩스(-3.29%) 등 이차전지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같은 경기민감 대형주 비중이 높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와 환율,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흔들릴 때 지수 전체가 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삼성전자 와 SK하이닉스 종가는 각각 200,500원, SK하이닉스 1,013,000원으로 각각 상징적 가격선을 지켜낸 점은 추가 급락보다는 변동성 확대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남겼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주의 상대적 선방이다. KB금융(0.65%), 신한지주(1.58%), 우리금융지주(0.30%)는 상승 마감했고 하나금융지주(-1.14%)만 약세였다. 이는 고환율과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배당 매력과 밸류에이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 기대가 큰 기술주나 경기민감주가 흔들릴 때 전통 금융주로 자금이 부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물론 금융주 상승만으로 시장 전체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수급이 완전히 한 방향으로 쏠리지는 않았다는 점은 확인됐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날 이례적으로 강한 경계 메시지를 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원화 흐름이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국이 환율 1,500원 선을 사실상 심리적 경계선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추가로 악화해 유가가 더 오르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과 증시를 둘러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세 가지 변수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첫째는 중동 충돌 격화에 따른 유가 급등, 둘째는 연준의 신중하고 매파적인 태도, 셋째는 그 여파로 나타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수급 불안이다. 한국 증시는 최근 반등 과정에서 단기간에 빠르게 올라 있었던 만큼 대외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이 당장 주목할 변수는 유가가 110달러 안팎에서 더 치솟는지, 환율이 1,500원대에서 안착하는지,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 기대가 얼마나 더 후퇴하는지다. 이 세 축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코스피의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