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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2)]달 채굴할 가치가 있는가⋯'헬륨-3' 두고 민간·국가 경쟁 가열
인류의 상상과 낭만의 대상이던 달이 이제는 탐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토양층 '레골리스(regolith·표토)' 속에는 헬륨-3(He-3)을 비롯한 희귀 자원들이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자원이 차세대 핵융합 연료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해 왔고, 최근에는 이를 상업적으로 확보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NASA에 따르면 달 표면은 두꺼운 바위, 돌, 먼지 층으로 덮여 있다. 이 먼지 투성이의 암석층을 달 표토라고 한다. 안정된 희귀 가스 동위원소인 헬륨-3은 태양풍에 의해 지구에서 발견되는 양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달에 축적됐다. 헬륨-3는 미래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기대를 모을 뿐 아니라, 양자컴퓨터 냉각에 필수적인 고성능 극저온 냉장 장비의 핵심 소재로도 활용된다. 6일(현지시간) ZME사이언스에 따르면 헬륨-3는 이론적으로는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 없이 차세대 청정 핵융합로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유럽 우주국(ESA)은 "헬륨-3는 방사성이 없으며 위험한 폐기물을 생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구에서 발견되는 헬륨-3의 대부분은 핵연료 저장고에 있는 삼중수소가 서서히 붕괴되면서 생상되는데, 매년 수천 리터 정도만 생산도ㅓㅣㄴ다. 과학자들은 달에 최대 100만톤의 헬륨이 매장되어 있으며, 달 토양의 표층에 흩어져 있다고 추정한다. 7일 노틸러스에 따르면 핀란드의 극저온 기술 기업 블루포스(Bluefors)는 지난 9월 달 자원 채굴 스타트업 인터룬(Interlune)과 2028년부터 2037년까지 매년 최대 1000리터(265갤런)의 헬륨-3를 공급받는 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달의 헬륨-3, 물 얼음, 희토류 및 귀금속 등 매장 자원을 정밀 탐사하는 프로젝트 오아시스 계획을 발표했다. 달에는 철, 산소, 실리콘 등 산업적 가치가 높은 원소들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후발주자인 러시아, 유럽, 인도 등에서 '달 자원 전쟁'의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실제 채굴의 경제성 확보는 여전히 난제다. 이슬라마바드 항공·안보연구센터의 무스타파 빌랄 연구원은 스페이스뉴스(SpaceNews) 기고에서 "새로운 달 탐사 경쟁의 승자는 국기를 꽂는 나라가 아니라, 장기적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달 탐사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채굴 장비와 자원을 싣고 왕복해야 하는 임무는 더욱 고비용 구조다. 2004년 추정에 따르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왕복 비용은 1파운드당 약 1,000달러(약 137만 원)에 달했으며,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도 이보다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파른 만큼, 달은 더 이상 단순한 낭만의 상징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학자들은 인류가 탐욕에 앞서 신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달의 자원을 향한 손길이 결국 또 하나의 '지구적 착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국제적 논의와 규범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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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10거래일 만에 4,000선 붕괴⋯AI 거품·환율 급등 '트리플 악재'
코스피가 7일 1.8% 넘게 하락하며 10거래일 만에 4,000선 아래로 밀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3,887선까지 떨어지며 3,900선마저 위협받았다.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 등 미국발 'AI 버블론' 재점화와 미·중 기술 갈등, 중국 수출 부진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코스닥지수도 전거래일보다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1,456.9원으로 9.2원 상승했다. 삼성전자(-1.31%)와 SK하이닉스(-2.19%) 등 반도체주가 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1.38%), 삼성SDI(-4.97%) 등 2차전지주와 방산·금융주 전반이 약세였다. 반면 카카오(3.46%)와 한화오션(3.09%)은 선방했다. [미니해설] 코스피, 종가기준 3900선으로 밀려 코스피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 재점화와 미·중 기술 갈등 여파 속에 급락세를 보이며 10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4,000선을 내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72.69포인트(1.81%) 하락한 3,953.76에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던 지수는 불과 열 거래일 만에 3,900대로 후퇴했다. 장중 한때 3,887.32까지 떨어지며 3,900선마저 무너졌고, 이후 낙폭을 일부 줄였으나 반등에는 실패했다. 이날 급락은 미국 증시의 동반 약세에서 비롯됐다. 전날 뉴욕증시는 인공지능 대표주들의 주가 급락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엔비디아(-3.65%), 팔란티어(-6.84%), AMD(-7.27%) 등 주요 AI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AI 버블론'이 다시 부상했다. 알파벳이 자체 AI용 칩을 조만간 공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엔비디아의 주가가 타격을 입은 것이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술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AI 과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며 "특히 알파벳의 신규 칩 출시 소식이 엔비디아 주가 조정의 단초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까지 전면 금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중 기술 갈등 우려가 다시 확산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규제 기준을 충족한 칩까지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엔비디아 제품 전면 금지를 의미한다"며 "중국과의 기술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한국 증시에도 전이됐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1,450원 돌파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9.2원 오른 1,456.9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50원을 돌파하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냉각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 역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10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는 9월 증가율(+8.3%)은 물론,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0%)에도 크게 못 미친 수치다. 서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부진이 한국 수출 감소 우려로 이어지며 투자 불안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2차전지, 방산, 금융, 자동차 등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2.19%)는 60만 원선을 내줬고, 삼성전자(-1.31%)도 97,900원으로 마감했다. 한미반도체(-1.40%) 역시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1.38%), 삼성SDI(-4.97%), POSCO홀딩스(-1.97%) 등 2차전지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방산주는 낙폭이 더 컸다. LIG넥스원이 16.53% 급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5%)와 현대로템(-6.27%)도 크게 내렸다. 금융주 역시 KB금융(-1.28%), 신한지주(-2.27%), 우리금융지주(-3.38%), 하나금융지주(-1.08%) 등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자동차주도 동반 하락했다. 현대차(-1.86%)와 기아(-1.70%) 모두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카카오(3.46%)는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발표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으며, 한화오션(3.09%)도 유일하게 강세를 보였다. NAVER(-1.52%), 두산에너빌리티(-1.77%), HD현대중공업(0.76%) 등 주요 대형주는 혼조세였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3,900~4,000선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과열에 대한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로 보면서도, 미국발 기술주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000선을 상징적 분기점으로 두고 코스피는 다시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 속으로 들어섰다. AI 거품 논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환율 급등이라는 삼중 변수가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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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9)] 남극,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임박⋯"지구 해수면·생태계에 연쇄 충격"
지구 남극 대륙이 빙하,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지 않는다면 남극의 변화가 호주를 비롯한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파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ANU)와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등 호주 주요 남극 연구기관 공동 연구진은 "남극 전역에서 대규모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며, 이 과정들이 서로 긴밀히 연동돼 전 지구적 기후·해수면·생태계에 복합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서남극 빙상, "붕괴 진행 중"…해수면 3m 상승 가능성 연구진은 특히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WAIS)을 "붕괴 위험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지목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추세대로 상승할 경우, 서남극 빙상이 완전히 붕괴돼 전 세계 해수면이 최대 3미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남극청(Australian Antarctic Division)의 수석 과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네릴리 에이브럼(Nerilie Abram) 박사는 "이미 남극의 빙하, 해양, 생태계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지구 온도가 0.1도씩 높아질 때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세대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빙 급감·해양순환 약화…'피드백 루프' 가속화 에이브럼 박사는 "최근 남극 해빙의 급격한 감소는 또 다른 경고 신호"라며 "해빙이 사라지면 남극 주변 부유 빙붕(ice shelf)이 파도에 의해 더 쉽게 붕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빙의 축소와 남빙양(Southern Ocean) 심층 해류 순환의 약화는 남극 해양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해빙이 줄어들수록 태양열이 바다 표면에 더 많이 흡수돼 지역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호주 해안도시·기후에 직접적 타격 공동저자인 매슈 잉글랜드(Matthew England) UNSW 교수는 "남극의 급격한 변화는 호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도시 피해, 해양 산소 감소로 인한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남극 해빙 감소에 따른 지역 온난화 가속 등 복합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잉글랜드 교수는 또 "남극 심층 해류 순환이 붕괴할 경우, 영양염이 표층으로 공급되지 않아 해양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황제펭귄·크릴 등 남극 생태계 붕괴 조짐 해빙 감소는 남극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잉글랜드 교수는 "황제펭귄 새끼들은 해빙 위에서 성장하는데, 최근 일찍 해빙이 깨지는 현상으로 인해 일부 개체군에서는 번식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번식 실패가 여러 차례 반복되며 개체군 전체가 사라진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또 크릴(krill), 펭귄, 바다표범 등 남극 생태계 핵심종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식물성 플랑크톤 역시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1.5도 목표 지켜야"…온실가스 신속 감축만이 유일한 해법 에이브럼 박사는 "남극조약체계(Antarctic Treaty System)와 같은 국제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산업계, 지역사회 모두가 남극의 급속한 변화를 기후적응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호주와 같은 인접국은 이러한 변화를 국가 전략에 적극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지구 과학 협력으로 남극 변화 추적 이번 연구는 호주 남극과학우수센터(ACEAS)를 중심으로, '남극 환경의 미래 확보(SAEF)', '호주 남극프로그램 파트너십(AAPP)', '호주 남극청(AAD)' 등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남극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정부의 장기 계획인 '남극과학 10년 전략(2025~2035)'의 일환으로, 지구 최남단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속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남극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체계의 최후 방어선이 무너질지 여부는 인류의 감축 의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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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MTS 또 '먹통'⋯뉴욕증시 급락장서 투자자 불만 폭주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해 일부 이용자들이 간밤 해외주식 거래에 불편을 겪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0시 20분부터 50분 사이 앱 프로그램 결함으로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이용자들은 '스크립트 오류 보고(Script error reported스크립트 오류 보고)' 메시지가 뜨며 무한 재부팅되는 현상을 겪었다. 하필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미국 감원 확산으로 급락하던 시점이라 항의가 빗발쳤다. 키움증권은 즉시 문자로 '영웅문SG'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안내하고 30분 만에 복구했지만, iOS 사용자는 앱을 재설치해야 했다. 회사 측은 "4월 전산장애와 원인이 전혀 다르며, 피해 고객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미니해설] 증권사 잦은 전산장애⋯"재발 방지 쉽지 않아"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이 또다시 장애를 일으켰다. 이번에도 거래 중단은 짧았지만, 하필 뉴욕증시 급락 국면에 맞물리면서 투자자 불만이 폭주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0시 20분부터 약 30분간 영웅문S#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프로그램 내부 스크립트 오류로 인해 앱이 무한 재부팅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이용자는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류 메시지에는 '스크립트 오류 보고(Script error reported)'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장애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복구됐으나,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과 미국 대규모 감원 소식으로 급락하던 상황이어서 파급력은 컸다. 투자자들은 "급락장에서 매도 기회를 놓쳤다", "앱이 계속 꺼져 거래를 못 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키움증권 고객게시판과 투자 커뮤니티에는 '영웅문 접속 불가' 관련 게시글이 밤새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문제 발생 직후 접속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외주식 거래 전용 앱인 '영웅문SG'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홈페이지에도 "현재 영웅문S# 접속 시 일부 불안정한 현상이 있어 확인 중"이라는 공지를 게시했다. 회사 측은 "앱 결함으로 인한 일시적 오류였으며 오후 10시 50분 이후에는 정상 접속됐다"고 설명했다. iOS 이용자, 앱 삭제 후 재설치 불편 다만 복구 과정에서도 불편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업데이트 후 바로 재접속이 가능했지만, iOS 이용자는 앱을 삭제 후 재설치해야 했다. 키움증권은 7일부터 접속 장애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불편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장애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4월에도 이틀 연속 전산오류가 발생해 거래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3일에는 개장 직후 1시간 동안 주문 폭주로 접속 서버에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다음날인 4일에는 MTS를 통한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 키움증권은 "4월의 경우 서버 과부하였으나, 이번에는 앱 내 프로그램 오류로 원인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반에선 "원인이 다르다 해도 반복되는 장애는 신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MTS·HTS의 전산장애는 수년째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시스템 고도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프로그램 로직이 복잡해지고 거래량 폭증 시 취약점이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 올해 3월에는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스템 오류로 코스피 전체 거래가 7분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넥스트레이드 출범과 함께 도입된 '중간가 호가' 로직이 기존 체계와 충돌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작년 8월에는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전산장애로 국내 증권사들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증권거래 전산장애, 업계 전반 공통 리스크 이처럼 증권거래 전산장애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공통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최근 MTS를 통한 개인투자자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단 몇 분의 시스템 정지는 실질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시스템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예기치 못한 오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핵심은 사전 예방 시스템과 신속한 복구 체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전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증권사의 전산 안정성 점검과 백업 시스템 이중화 여부를 집중 검사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투자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 강화에 나서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검토와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짧은 접속 지연이지만, 잦은 전산장애는 투자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전산 리스크가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증권사와 감독당국 모두 상시적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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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패소 땐 미국 파괴적 결과"⋯대법원 심리 초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한 관세 부과 정책의 적법성을 둘러싼 대법원 심리를 두고 "패소한다면 미국에 파괴적(devastating)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를 발표한 뒤 "이번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관세는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덕분에 유럽연합(EU) 9,500억달러, 일본 6,500억달러, 한국 3,500억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를 성사시켰다"며 "관세가 없었다면 이런 돈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정부가 기업들에 1,000억~2,000억달러(약 140조~280조원)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해설] 대법원 관세 심리, '트럼프 경제정책의 정당성' 시험대에 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 규정한 관세 적법성 심리는 단순한 행정소송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 전반에 대한 헌법적 판단의 시험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법은 원래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허용하지만, 무역 보복이나 산업 보호를 위한 '경제 수단'으로까지 확장된 것은 이례적이다. 전날 열린 대법원 구두변론에서는 보수 성향의 일부 대법관까지 트럼프 정부의 해석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런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했다면 환급 절차가 엉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징수한 관세 규모는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USTR)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패소 시 일부 원고 기업들은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며 "법원과 함께 환급 일정과 권리 관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부과된 관세가 위법하거나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를 납부한 기업들 중 일부가 환급 청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법적 권리를 사고파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관세 환급금이 1000억달러를 넘는 대형 사건이 되면,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의 회계 부담은 물론 달러화 안정성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이 관세 권한을 빼앗으면 미국은 외국의 관세 공격에 무방비가 된다"며 관세를 '국가 안보 수단'으로 규정했다. 이어 "관세를 통해 수조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를 잃으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관세 정책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한국, 일본, EU 등과 대규모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상호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고,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처럼 트럼프식 '관세 외교'는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라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을 병행하는 보호무역형 성장 모델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대통령의 권한 남용'으로 판단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는 전날 변론에 대해 "우리는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플랜B는 필요하다"고 언급해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 재판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리스크, 장기적으로는 미 행정부의 경제 주권 범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관세 환급이 현실화되면 행정부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향후 대통령이 관세를 외교·안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법적 제약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 '관세를 통한 협상'이 미국 통상정책의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번 재판은 내년 대선 국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보다 물가를 더 잘 관리했다"고 주장하며 월마트 통계를 인용해 "추수감사절 식비가 작년보다 25%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물가 관리에서 끔찍한 실패를 했다"며 "소고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 가격이 내려갔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제를 정치 무기로 삼아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당성을 가를 분수령이다. 패소 시 수천억달러의 환급 부담이 발생하지만, 승소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한 국가 재건'이라는 자신의 통상 비전을 재차 강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미국의 관세 전쟁이 법정으로 옮겨온 지금, 대법원의 판단은 향후 글로벌 무역질서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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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스코틀랜드 해변에 떠밀린 대형 상어, 위 속에서 플라스틱 발견
스코틀랜드 북동부 모레이 해안에서 발견된 대형 바스킹상어(Basking shark)가 플라스틱을 삼킨 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해양 생물 연구단체 '샤크 앤 스케이트 스코틀랜드(Shark and Skate Scotland)'는 최근 포트고든(Portgordon) 인근 해안에 길이 4m가 넘는 바스킹상어 한 마리가 떠밀려온 채 발견됐으며, 부검(해부 검사) 결과 위 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상어의 위에서 약 3㎝ 크기의 비닐 또는 플라스틱 조각을 확인했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체 측은 "이 종은 하루에도 막대한 양의 해수를 거르며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사실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이러한 오염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스킹상어는 세계에서 고래상어 다음으로 큰 어종으로, 매년 5월부터 10월 사이 스코틀랜드 서해안으로 몰려들어 플랑크톤을 먹으며 번식한다.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아직 성장 단계의 어린 수컷으로, 성체 크기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샤크 앤 스케이트 스코틀랜드는 이번 사례 외에도 최근 몇 주 사이 북동부 해안에서 청상아리(Blue shark)와 뱀상어(Porbeagle shark)가 잇따라 해변에 떠밀려온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세 건의 사례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근거는 없다"며 "이들 세 종은 스코틀랜드 연안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또한 최근 멸종위기종인 플래퍼 스케이트(Flapper skate, 홍어의 일종)가 사체로 발견되거나 생포 상태로 좌초된 사례도 보고됐다며, "이 같은 대형 상어 및 가오리류는 연중 영국 연안에 서식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스코틀랜드 해역에서는 해양 포유류의 좌초 사례 역시 급증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명문 글래스고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고래·돌고래·쇠돌고래 등의 해안 좌초 건수가 연평균 100건에서 300건 이상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1992년부터 2022년까지 총 5140건의 좌초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밍크고래나 혹등고래 등 여과섭식종(濾過攝食種)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해양 소음, 화학물질, 플라스틱 오염, 어업용 로프나 그물에 의한 얽힘 등을 지목했다. 이번 바스킹상어 사례는 해양 오염이 표층 생태계뿐 아니라 심해 생물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대형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 오염에 직접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현상은 단순한 개체 문제를 넘어 해양 생태계의 구조적 위기를 예고한다"고 경고했다. BBC는 실제로 2018년 발표된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사는 해양 생물 일부는 최소 40년 동안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부 헤브리디스 제도 인근 2000m 심해에서 채집된 불가사리·뱀불가사리 등 심해 생물의 체내에서 8종 이상의 플라스틱 잔류물이 검출됐다. 데일리메일은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가들은 바다에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면 돌상어와 같이 번식 속도가 느린 대형 종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엑서터대 연구자들은 2004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로 돌상어 목격 사례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바스킹상어 스코틀랜드의 설립자이자 소유자인 셰인 와식은 "바다에 플라스틱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현대적 문제가 있는데, 플라스틱은 분해되어 먹이가 있는 곳에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상어가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상어에게 영향을 미칠 위험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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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8)] 기후 변화, 스페인 부동산 지도를 바꾸다 ⋯"더운 남부에서 서늘한 북부로 자본 이동 가속"
- 스페인 부동산 시장이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면서 남부·내륙의 주택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북부의 비교적 서늘한 지역은 '기후 피난처'로 부상하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영국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실린 스페인 연구진의 분석 결과,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스페인 본토 47개 주도(州都)의 매매 및 임대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기온이 35도를 초과하는 날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의 주택 매매가는 ㎡당 1.4유로, 월세는 ㎡당 0.0059유로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평균 약 1억1760만 유로(약 1700억 원)의 부동산 가치가 폭염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북부 등 비교적 시원한 지역에서는 매매가가 ㎡당 2.8유로, 임대료가 ㎡당 0.012유로 상승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매매 기준 연간 2억3500만 유로(약 3400억 원)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를 "기후 이주(climate migration)가 초래한 자본 이동의 새로운 형태"로 규정하며, 스페인이 기후 변화로 인한 내국인 이동의 선도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주거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가치 하락은 지방세수 감소, 인프라 투자 위축, 사회적 불균형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는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실물경제 전반에 가장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폭염으로 인한 남부 지역의 경제 약화와 북부 지역의 과열이 새로운 형태의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스페인 부동산 시장은 기후 리스크를 내재화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정부가 주거 정책과 금융 전략에 기후 요인을 반영해 불평등 심화와 자본 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한 '열의 경제학'은 이제 주택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례는 단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부동산이 맞닥뜨릴 미래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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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8)] 기후 변화, 스페인 부동산 지도를 바꾸다 ⋯"더운 남부에서 서늘한 북부로 자본 이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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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진통끝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
-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진통 끝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EU 27개국 환경장관들은 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20여 시간에 이르는 밤샘 회의 끝에 이같은 목표를 뼈대로 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반대표를 던졌고 벨기에, 불가리아는 기권했지만 EU 회원국 27개국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해 수개월에 걸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회원국들은 일부 조항에서 원안보다 상당히 완화된 타협을 선택했다. 원안은 회원국들이 제3국의 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로 확보한 일명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s)으로 각국 감축 목표를 최대 3%까지 상쇄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합의안에서는 상쇄 가능 한도를 5%로 상향했다. 탄소 배출권은 개발도상국에 나무를 심거나 재생에너지 건립 등에 자금을 대는 것만으로도 역내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개념으로 탄소 감축을 '외주화'하는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던 조항이다. 또 도로 운송과 산업용 난방 부문 탄소시장 개설 시기도 당초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했다. 2040년까지 90%의 탄소 배출을 감축한다는 목표도 2년마다 재평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원안보다 완화된 이같은 조치는 일부 회원국의 완강한 반대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유럽 각지의 극우 성향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후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고, 보호무역 기조 속에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기후 정책보다 우선하는 기류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U 하반기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의 라스 아가드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유럽이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면서도 (산업)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우리 모두 동의한다"며 "새로운 기후 목표는 유럽 기업에 예측 가능성과 투자 안정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또한 이날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66.25∼72.5% 감축하겠다는 공동 목표에도 합의했다. 이같은 목표치는 오는 10일 브라질에서 개막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이로써 EU는 전 세계가 집결해 기후 정책을 논의하는 COP30에 통일된 입장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EU가 결국 기후 목표에서 타협안을 택하자 유럽 각국이 일련의 '허점'을 허용함으로써 그동안의 기후 대처 노력을 약화했다는 비판도 환경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EU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와 폴란드, 체코 등은 자국 산업계가 높은 에너지 비용, 값싼 중국산 수입품, 미국발 관세 등과 씨름하는 마당에 90%의 탄소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원안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반면 스페인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갈수록 뚜렷해지는 극단적인 기후에 대응하고 가속하는 중국의 친환경 기술 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감축 목표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상반된 입장을 펼쳤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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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진통끝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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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7)] 기후변화, 마라톤 기록 '재작성'하나⋯"달리기 최적 기온 사라지고 있다"
-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의 '기록 경신'을 가로막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연구기관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이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까지 전 세계 221개 마라톤 대회 중 약 86%가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하기에 부적절한 기상 조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연구에는 뉴욕·보스턴·런던·베를린·도쿄·시드니 등 세계 7대 메이저 마라톤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기온 상승이 엘리트 선수들의 세계기록 경신은 물론, 일반 참가자들의 목표 달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기온, '기록'보다 '생존'이 우선인 레이스로 연구에 따르면 남자 엘리트 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마라톤 기온은 약 4도(섭씨), 여자 선수는 9도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대회들은 이 기준을 점점 벗어나고 있다. 올해 9월 열린 베를린 마라톤은 이례적으로 24도에 달하는 더위 속에 진행됐고, 도쿄·런던 대회도 20도를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 주최 측은 "더운 날씨로 개인 최고기록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참가자들에게 수분 보충과 냉각 전략을 당부했다. 스코틀랜드의 장거리 선수 마이리 맥클레넌(Mhairi Maclennan)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탈수와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혈액 점도, 회복 속도, 수분 유지 능력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선수들의 경기력뿐 아니라 향후 훈련과 대회 일정에도 장기적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최적 온도, 매년 멀어진다"…2045년엔 확률 절반 수준 클라이밋센트럴의 분석에 따르면, 도쿄 마라톤의 '최적 기온' 출현 확률은 현재 69%에서 20년 후 57%로 떨어질 전망이다. 보스턴은 61%→53%, 런던은 22%→17%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자 선수의 경우 시드니(–10%), 베를린(–11%) 등 7대 메이저 중 5개 대회에서 최적 조건 출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감시기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6도 높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온난화로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들이 점점 더 더운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퍼싱(Andrew Pershing) 클라이밋센트럴 과학팀장은 "봄·가을은 원래 달리기 최적의 계절이지만, 기후가 이동하면서 이 시기의 '좋은 기온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 마라톤'이 현실로…대회 운영도 적응 나서 기후 변화로 인한 경기 운영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낮 기온이 너무 높아 남녀 마라톤이 자정에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경기 당시 기온은 31도, 습도는 7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출발, 야간 경기 등 극단적 대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더위 적응을 위해 '열 훈련(heat training)'과 '온열 순응 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훈련 직후 사우나나 열탕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후 위기, 스포츠 비즈니스에도 직접적 타격 맥클레넌은 "스포츠는 흥행 산업이다. 관중들은 빠른 기록과 극적인 장면을 기대하지만, 더위로 그런 퍼포먼스가 사라진다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가 단순히 경기력 저하를 넘어, 흥행 수익과 대회 지속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세계기록은 여전히 신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경신되고 있다. 켈빈 킵텀(케냐)은 2023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남자 세계기록(2시간00분35초)을, 루스 젭응게티치(케냐)는 2024년 같은 대회에서 여자 세계기록(2시간09분56초)을 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후 여건 악화로 이러한 초인적 기록은 점점 희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클레넌은 "폭염이 이미 경기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의 마라톤은 기록 경쟁이 아니라 환경 적응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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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7)] 기후변화, 마라톤 기록 '재작성'하나⋯"달리기 최적 기온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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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6)] 기후 대응 부재, 연간 수백만 명 목숨 위협⋯"폭염 사망 23% 급증"
-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연구진이 29일(현지시간) 공동 발간한 '랜싯 카운트다운 2025'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전 세계에서 심각한 보건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의존과 적응 부족이 지속되면서 기후 관련 사망이 빠르게 늘고, 보건 시스템과 경제에도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대비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23% 증가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1인당 16일의 위험한 고온에 노출됐으며, 영유아와 노년층은 20일 이상 폭염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년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폭염 관련 연간 사망자는 약 5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가뭄과 열파로 인한 식량 불안도 확대됐다. 2023년에는 추가로 1억2400만 명이 중등도 이상의 식량 부족 위험에 처했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노동 손실은 2024년에만 6400억 노동 시간에 달했고, 이에 따른 생산성 손실은 미화 1조9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고령층 폭염 사망에 따른 비용 역시 2610억 달러로 평가됐다. 한편 각국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2023년 9560억 달러에 달해, 기후 취약국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재정의 3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는 보건 예산 전체보다 많은 금액을 화석연료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기후 대응이 곧 건강 보호라는 점을 강조했다. 석탄발 전력 감축만으로도 2010~2022년 매년 16만 건의 조기 사망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12%에 도달했고, 관련 일자리는 1600만 개 이상 창출됐다. 의료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1년 새 16% 줄이는 등 변화가 진행 중이다. WHO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관리 담당 사무차장보 제레미 패러 박사는 이번 결과가 "기후 위기가 곧 건강 위기"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러 박사는 "기후 변화 대응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건강 기회이기도 하다. 더 깨끗한 공기, 더 건강한 식단, 그리고 회복력 있는 보건 시스템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에 대해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기후적응형 보건체계 구축 ▲오염 저감과 건강한 식단 확대 등 건강 중심의 기후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랜싯 카운트다운(Lancet Countdown) 대표이사인 마리나 로마넬로 박사는 "우리는 이미 기후 재앙을 피할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지역 사회와 지방 정부는 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 성장부터 도시 적응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하는 조치들이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추진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넬로 박사는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청정 재생 에너지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기후 변화를 늦추고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동시에, 더 건강하고 기후 친화적인 식단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오염, 온실가스, 삼림 벌채를 대폭 줄여 연간 천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는 내년 브라질 베렘에서 개최될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있다. WHO는 COP30 특별보고서를 통해 건강 불평등 완화와 기후 회복력을 아우르는 글로벌 행동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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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6)] 기후 대응 부재, 연간 수백만 명 목숨 위협⋯"폭염 사망 23%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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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해양 플라스틱, 사라지지 않았다⋯'표면→심해' 오가는 오염 순환 밝혀져
- 전 세계 과학자들이 오랜 기간 의문을 가져왔던 "바다 속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해양 표면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양은 유입량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이른바 '실종된 플라스틱(missing plastic)' 문제를 두고, 국제 연구진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영국 런던 퀸 메리 대학 지리 및 환경 과학과의 과학자들은 부력이 있는 플라스틱이 수중을 통해 어떻게 가라앉는지 보여주는 간단한 모델을 개발했으며, 바다 표면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거하는 데 10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단순히 해안선으로 밀려오거나 표면에서 부유한 채 남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파도, 미생물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분해되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 뒤, 해양 유기물 입자인 '마린 스노우(marine snow)'와 결합해 심해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다시 부유층으로 떠오르는 과정까지 반복되며, 바다는 사실상 플라스틱을 위아래로 순환시키는 '자연 오염 컨베이어벨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린 스노우(marine snow)는 바다에 있는 눈(snow)으로 비유된다. 즉, 사멸한 플랑크톤과 기타 유기 입자로 이루어진 작고 끈적거리는 조각들이 뭉쳐서 천천히 가라앉으며, 미세 플라스틱처럼 달라붙은 조각들을 깊은 바다로 운반한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플라스틱의 장기 분해 과정, 해수 중 입자와의 결합, 해류 이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바다에 유입된 부유성 플라스틱의 약 10%는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수면 근처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미세화와 침강 과정을 거쳐 심해로 이동하지만, 이 또한 극도로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연구는 또 하나의 우려를 지적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마린 스노우와 대량 결합할 경우, 탄소와 영양분을 심해로 운반하는 해양 '생물학적 펌프'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지구 기후 조절 기능까지 영향을 미칠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오염이 단순 청소나 수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전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이 지금도 미세 플라스틱을 생성하며 새로운 오염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사용·폐기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감축 없이는 해양 오염이 수 세대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연구팀은 "해양은 결국 모든 것을 연결한다"며 "오늘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언젠가 심해로 가라앉고, 다시 형태를 바꿔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퀸 메리 대학 지리학 및 환경 과학과의 논문 주저자인 난 우 박사는 "사람들은 바다 속 플라스틱이 그냥 가라앉거나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희 모델은 대부분의 크고 부력이 있는 플라스틱이 수면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수십 년에 걸쳐 더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은 조각들은 바다의 눈과 함께 해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100년이 지난 후에도 원래 플라스틱의 약 10%가 여전히 수면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지리 및 환경 과학과의 공동 저자이자 프로젝트 책임자인 케이트 스펜서 교수는 "이 연구는 미세하고 끈적끈적한 부유 퇴적물이 미세 플라스틱의 이동과 이동을 조절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저희의 광범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문제이며, 우리가 내일 당장 플라스틱 오염을 막더라도 우리 후손들은 여전히 바다를 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3일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A: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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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해양 플라스틱, 사라지지 않았다⋯'표면→심해' 오가는 오염 순환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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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5)] 지구 남·북반구 간 '태양광 반사 대칭' 깨진다
-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가 유지해온 태양복사 에너지 균형이 최근 20여 년 사이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나사(NASA) 랭글리연구센터 노먼 로브 박사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가 남반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태양빛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26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가 전했다. 연구진은 NASA 위성 'CERES'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1~2024년 지표 반사율과 일사 흡수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반구는 10년마다 1㎡당 0.34W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빙하와 만년설 감소, 오염물질 저감, 수증기 증가 등이 지목됐다. 특히 연구진은 구름량이 에너지 불균형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기후 시스템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미니해설] 지구 에너지 균형 '균열'…북반구 일사 흡수 급증 지구 기후 균형 무너지는 징후…북반구 일사 흡수 증가, '비대칭 지구'로 가나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에너지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활동과 도시화가 집중된 북반구가 오히려 태양광 반사율이 높은 특성을 보여온 ‘기후의 역설’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학계는 이를 기후변화가 본격적인 '불안정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균형이 깨지고 있다"…24년 관측이 말해준 변화 NASA 랭글리연구센터 노먼 로브 박사 연구팀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의 일사 흡수 증가 추세가 남반구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밝혔다. 분석에는 2001년 이후 24년간 NASA의 '구름 및 지구복사에너지시스템(CERES)' 위성 관측 자료가 활용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반구는 10년마다 ㎡당 약 0.34W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으나, 행성 규모로 확대하면 거대한 에너지 유입 증가를 의미한다. 에너지 불균형은 결국 기온 상승, 강수 패턴 변화, 극한 기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흡수한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를 통해 기후 균형을 유지한다. 어느 한쪽이 어긋나면 전체 시스템이 재구성된다. 메릴랜드대 잔칭 리 교수는 "이는 지구의 에너지경제가 적자 상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장기적으로 기후 시스템이 새로운 상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왜 북반구만 더 뜨거워지나…3대 원인 분석 로브 박사팀은 '부분복사교란(PRP)' 분석 방식을 통해 불균형의 원인을 분해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요인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① 빙하·만년설 감소 북극 빙권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다. 밝은 얼음이 녹으면 어두운 바다와 토지가 드러나 일사 흡수가 증가하는 '빙하-알베도 피드백'이 발생한다. ② 대기오염물질 감소 중국·미국·유럽 등에서 에어로졸 배출 저감 정책이 진행되면서 태양광을 반사하는 미세 입자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역설적이게도 환경정책의 성과가 기후 균형 측면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③ 수증기 증가 온난화가 더 빠른 북반구에서 대기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흡수되는 단파 복사 에너지량이 확대됐다. 수증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그 결과, 북반구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열을 '가둬두는 행성'이 되고 있다. "구름이 상쇄해줘야 하는데"…기후 시스템의 경고 이 변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구름의 보상 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후 시스템은 균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북반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 구름이 더 많이 형성되어 반사 작용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 지난 20년 동안 구름량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로브 박사는 이를 두고 "기후 시스템의 '교정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새로운 체제(regime)로 넘어가는 초기 징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기후·경제·안보 전반에 파장…"불균형 확대되면 위험" 북반구 중심의 일사 흡수 증가는 △ 대기 대순환 변화, △ 해수면 온도 상승 가속, △ 폭염·폭우·한파 등 극한현상 불규칙화, △아열대 고기압대 확장, △식량 생산 지형 변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산업 기반이 집중된 북반구는 전 세계 GDP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기후 불균형이 경제·금융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리 교수는 "이 변화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 데이터로 관측되는 기후 변곡점"이라며 "정책 대응의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계 "모델 고도화로 향후 10년이 관건" 연구진은 곧 공개될 차세대 기후 모델을 통해 △ 구름-에어로졸 상호작용, △ 열수지 변화에 대한 지역별 응답, △ 남·북반구 간 에너지 교환 메커니즘 등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로브 박사는 "다음 세대 관측과 모델링 연구가 이 의문을 풀 열쇠"라며 "'비대칭 지구'가 일시적일지, 새로운 표준이 될지 향후 10년 내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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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5)] 지구 남·북반구 간 '태양광 반사 대칭'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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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미국 전자폐기물, 불법 수출로 '아시아 오염'⋯"1조 원대 독성무역 실태 드러나"
- 미국의 대형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불법 폐기물을 대량 수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는 국제사회가 금지한 '독성무역'이 여전히 세계 환경·ESG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환경단체 바젤행동네트워크(BAN·Basel Action Network) 는 22일 발표한 보고서 「부끄러운 중개인(Brokers of Shame):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 e-폐기물의 새로운 쓰나미」 에서, "미국 내 10개 주요 브로커가 2023년부터 2025년 초까지 약 1만 개 컨테이너(총 3만3000톤 규모)의 전자폐기물을 아시아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그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에 달하며, 주요 수입국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확인됐다. BAN은 "매달 약 2000개의 전자폐기물 컨테이너가 미국을 떠나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보건·노동권 모두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주요 산업국으로, 선진국의 폐기물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 규범의 사각지대에 서 있다. 짐 퍼켓 BAN 설립자는 "이들 기업은 '책임 있는 재활용'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고 독성 물질을 무단 배출하는 독성무역에 가담하고 있다"며 "이는 ESG 경영 원칙의 근간을 훼손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된 폐기물은 '비철금속 원자재' 또는 '재사용 가능 전자제품'으로 허위 신고돼 세금과 단속을 회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은 바젤협약상 명백한 수입 금지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폐전자 처리시설이 확산되고 있다. BAN은 또 "10개 주요 브로커 중 8곳이 국제 재활용 인증제도인 R2V3 인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법 거래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BAN에 따르면 전자폐기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성 성분은 납, 수은, 난연제(브롬계 난연제ㅐ와 PBDE등), 카드뮴, 베릴륨, 비스페놀-A(BPA)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불에서 회로 기판을 태우면 다이옥신과 푸란이 방출된다. 현지 피해는 심각하다. 말레이시아 현장조사에 참여한 BAN 연구원 푸이이 웡(Pui Yi Wong)은 "팜농장 인근과 공장 주변에서 비공식 노동자들이 맨손으로 전선과 플라스틱을 태워 귀금속을 추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말레이시아도 '세계의 재활용 공장'이 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미국과 선진국이 "자국 내 폐기물 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AN의 보고서는 이번 사안을 기업의 환경 책임(ESG) 문제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글로벌 유통기업 베스트바이(Best Buy) 와 국방물자조달청(DLA)이 일부 거래 흐름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ESG 공시의 신뢰성과 기업 지속가능경영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제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라며 "공급망을 통한 간접적 환경침해까지 규제하는 '확장된 책임(Extended ESG Accountability)'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UN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6200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30년에는 8200만 톤으로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중 공식 재활용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당 부분이 비공식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BAN 보고서는 글로벌 재활용 체계의 '그린워싱(greenwashing)' 실태를 드러낸 셈이다. BAN은 "이번 보고서는 업계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순환경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바젤협약을 비준하고,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유통기업이 ESG 감시 체계와 공급망 투명성 강화에 나서지 않는 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도시들은 계속해서 '선진국의 전자쓰레기 매립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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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미국 전자폐기물, 불법 수출로 '아시아 오염'⋯"1조 원대 독성무역 실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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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4)] 해수면 상승, 지난 4000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 기후 위기가 지구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지질학적 기록을 토대로 한 최신 연구 결과, 지구의 해수면이 지난 4000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 주도의 국제 공동연구팀은 "1900년 이후의 해수면 상승률이 과거 40세기 동안의 어느 시기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고대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 등에서 확보한 수천 개의 지질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약 1만2000년에 걸친 해수면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1900년 이후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연 1.5㎜씩 상승해, 지난 4000년 동안의 어떤 100년 단위 상승률보다 높았다. 연구를 이끈 린위청(Yucheng Lin)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원은 "1900년 이후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적어도 4000년 이래 가장 빠르다"고 지적했다. 함께 참여한 럿거스대 로버트 코프(Robert Kopp) 교수는 "지질학적 데이터를 통해 오늘날 해안 도시들이 직면한 위험을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와 빙하 해빙이 상승 가속화 연구진은 해수면 상승의 주된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열팽창과 빙하·빙상 해빙으로 꼽았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가 열을 흡수해 부피가 커지고, 그린란드·남극의 빙상이 녹아 해수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린 박사는 "지구가 더워질수록 바다는 팽창하고, 작은 빙하는 대륙 크기의 빙상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며 "특히 최근 그린란드의 빙하 해빙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해안도시, 침하와 해수면 상승의 '이중 위기' 연구는 특히 중국 해안 도시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험 수준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선전·홍콩 등 경제 중심지는 모두 두꺼운 연약 지반 위의 삼각주 지역에 형성돼 자연적으로 침하(沈下)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인간 활동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린 박사는 "자연적 상승률 외에 지하수 과다 추출이 침하를 가속하고 있다"며 "상하이의 경우 20세기 동안 일부 지역이 1m 이상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의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 속도보다 수십 배 빠른 수준이다. 삼각주 지역은 평탄하고 비옥해 농업과 도시개발에 유리하지만, 그만큼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 린 박사는 "단 몇 ㎝의 해수면 상승만으로도 홍수 위험이 급증한다"며 "이들 지역은 글로벌 제조·물류 허브이기 때문에 침수 피해는 세계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면 상승 대응과 희망의 조짐 연구진은 위기 속에서도 도시들이 이미 적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 신호를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는 지하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지하대수층에 담수를 재주입하는 방식으로 침하를 완화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각 도시의 취약 지역을 표시한 '침하 취약도 지도'를 제공해 정부와 도시계획 당국이 향후 해수면 상승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에 참여한 아르투르 핀투(Artur Pinto) 포르투대학교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해안 도시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며 "뉴욕, 자카르타, 마닐라 등 저지대 도시는 모두 유사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각주는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터전이지만, 인간이 만든 침하와 지속적 해수면 상승이 결합하면 빠른 속도로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문은 「현대 해수면 상승, 중국 남동부 4,000년 안정기 깨뜨려(Modern sea-level rise breaks 4,000-year stability in southeastern China)」라는 제목으로 네이처 10월 15일자에 실렸으며, 미 국립과학재단(NSF)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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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4)] 해수면 상승, 지난 4000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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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3)] 호주 열대우림,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지구 탄소 순환 경고등
- 호주 열대우림이 인류의 '탄소 흡수원(carbon sink)'에서 '탄소 배출원(carbon source)'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 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BBC가 보도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가뭄·사이클론 등 극한 기상현상이 숲의 탄소 흡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는 서호주대와 웨스턴시드니대 연구진이 퀸즐랜드 북부의 열대우림 20곳에서 49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이 기간 동안 기온 상승과 대기 건조, 가뭄의 장기화로 나무 고사율이 신생목 성장률을 초과하면서, 우림이 더 이상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을 이끈 해나 칼(Hannah Carle) 박사는 "호주의 열대우림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 흡수원 기능을 상실한 사례"라며 "이는 지구 전체 탄소 저감 모델이 열대우림의 흡수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죽으면서 남긴 줄기와 가지(woody biomass)가 더 이상 탄소를 저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약 25년 전으로 추정된다. 폭풍우와 사이클론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증가해 숲의 재생력을 더욱 약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저자인 패트릭 메이어(Patrick Meir)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열대우림이 지닌 흡수 기능이 붕괴되면 전 세계 다른 산림 생태계도 비슷한 양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탄소 완충지대' 붕괴 조짐 이번 결과는 지구 생태계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탄소 순환 구조가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 육상 생태계는 수십 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3분의 1가량을 흡수하며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적 충격이 이 균형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콜로라도주립대의 대기과학자 스콧 데닝(Scott Denning) 교수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육상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보너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 이 완충 장치가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전 세계 육상 탄소흡수 능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북극 툰드라에서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대상으로 '지구의 마지막 탄소 흡수선'을 찾아내기 위한 집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구의 경고음… 더는 시간 많지 않다" 칼 박사는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산림이 탄소를 흡수하기보다 오히려 방출하게 되는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는 인류가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특히 정부가 대형 가스 프로젝트인 '우드사이드 노스웨스트 셸프(Woodside North West Shelf)' 사업의 40년 연장을 승인해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기후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주 평균기온 상승폭이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섰으며, 더 이상 어떤 지역도 기후 재난의 연쇄적 위험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세계 과학계는 호주 열대우림의 변화가 "탄소 순환의 경고등"이자, 지구 전체 산림 생태계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열대우림이 더 이상 지구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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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3)] 호주 열대우림,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지구 탄소 순환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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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 '원숭이 얼굴 난초'로 유명한 '드라큘라 난초(Dracula Orchid)'가 야생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보도했다. 최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식물학자팀과 옥스퍼드 대학과 국제자연보존연맹(IUCN)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133종의 드라큘라 난초를 대상으로 보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70%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큘라속에는 110개 이상의 변종이 있으며, 꽃 가운데 원숭이 얼굴 모양이 특징이다. 드라큘라 난초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안데스 산맥 운무림에서 주로 자생한다. 이 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지만, 농지 개간·광산 개발·도로 확장 등으로 숲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특히 중·고지대의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 의존하는 이 난초들은 특정온도, 빛, 습도 등 미세 기후가 변하면 생존이 어렵다.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인간의 과도한 관심이다. 독특한 '원숭이 얼굴' 형태로 인해 SNS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일부 수집가들이 야생 개체를 불법 채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데스 고산 시대 운무림에서 서식하는 드라큘라 난초는 자생지를 떠나서는 번식 성공률이 낮아 생존이 어렵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상업적 거래가 활발하다. 개체 수가 수십 본에 불과한 종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채집만으로도 서식지가 붕괴될 수 있다. 신종 드라큘라 난초의 경우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에콰도르 북서부의 '드라큘라 보호구역(Reserva Drácula)'은 이 난초가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 중 하나로, 현재 1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5종은 지구상 유일한 개체군이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마저 불법 채집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위협받고 있다. 현지 보전단체 '에코밍가재단(Fundación EcoMinga)'은 지역 주민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태관광을 통해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드라큘라 난초는 판다처럼 상징적이면서도 심각하게 위협받는 식물"이라며 "대중적 인기를 보전 활동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드라큘라 난초라는 이름은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흡혈귀'가 아닌 라틴어로 '작은 용(little dragon)'을 뜻한다. 이는 자라나는 난초 꽃을 보호하는 길고 송곳니 같은 꽃받침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처럼 기묘한 모양을 지닌 이 난초는 미지의 숲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공존의 경계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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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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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 꿀 산업이 성장하고 관리형 양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위적 관리와 무관하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 꿀벌은 급격히 줄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야생 서식 꿀벌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유럽 적색목록(Red List)' 최신 개정판에 따르면, 서유럽 전역의 야생 꿀벌 개체군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인간과 공생해온 꿀벌, 두 얼굴의 생존 꿀벌(Apis mellifera)은 인류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대표적 곤충이다. 고대 이집트 시기부터 벌꿀을 얻기 위한 인공 벌통이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이동식 벌통과 상업적 수분(受粉) 산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봉의 발전은 꿀벌의 생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서양꿀벌은 크게 두 형태로 존재한다. 양봉가가 관리하는 '사육군집'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숲속 나무 구멍이나 자연 공간에서 스스로 군집을 이루는 '야생군집'이다. 두 군집 모두 같은 종에 속하지만, 생존 방식과 미래 전망은 전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양봉업자들이 대규모 군집 붕괴 현상을 보고하면서 관리형 꿀벌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연구자들은 군집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으나, 이 과정에서 야생 꿀벌은 상대적으로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참고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EU 내 작물 종의 약 84%가 곤충 수분에 의존한다. EU의 연간 농업생산량 중 최소 50억~150억 유로가 야생 꿀벌 등 곤충 수분매개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농산물에는 사과, 토마토, 오이, 아몬드, 대두,유채 등이 포함된다. 야생 꿀벌의 감소는 수분 매개자 감소를 초래해 자연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야생 군집…그러나 지속 가능성 불투명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연구진들은 야생 꿀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 조사를 본격화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 국립공원, 독일·스위스·폴란드의 삼림지, 이탈리아 전역,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지에서 자연 서식하는 군집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 군집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지, 즉 '독립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 연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에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허니비 워치(Honey Bee Watch)'가 출범했다. 유럽 각국 연구자 14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IUCN과 협력해 야생 꿀벌의 보전 등급을 재평가하고, 유럽 내 꿀벌 서식종 2,000여 종의 보전 상태를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야생 꿀벌은 '자료 부족(Data Deficient)'으로 분류돼 있었다. 발견된 군집이 순수 야생 개체인지, 혹은 관리형 벌통에서 탈출한 군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생'의 재정의…유전이 아닌 생태 기준으로 평가 새로운 평가에서는 유전적 구분 대신 생태적 기준이 도입됐다. 꿀벌은 완전한 의미의 가축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형과 야생형이 유전적으로 혼재돼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IUCN의 '야생' 정의를 적용해, △인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외부에서 새 군집을 들여오지 않아도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야생 꿀벌'로 규정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야생 꿀벌의 보전 상태를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내 자유 서식 꿀벌의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서식지 감소·기생충·질병·인간에 의한 교잡 등 복합 요인이 개체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럽연합 내 '멸종위기' 등재…생태계 보전의 경고등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 내 야생 꿀벌 개체군은 이번에 '멸종위기(Endangered)'로 새로 지정됐다. 다만 발칸반도,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및 동유럽 지역은 조사 자료가 부족해 '자료 부족' 상태가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야생 꿀벌 보전이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태 다양성 유지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자연 서식 꿀벌은 병해충과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유전자 풀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의 양봉 산업에도 생물학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연의 유전자 은행'으로 평가된다. IUCN 관계자는 "야생 꿀벌의 멸종위기 등재는 이들이 더 이상 인간 관리의 부속물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자생 야생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지금이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매개자의 손실과 멸종은 복잡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유럽환경청(EEA) 또한 야생 꿀벌 등 수분매개자의 멸종은 다른 종의 감소와 멸종, 다양한 생태계의 상실로 이어지는 첫단계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야생 수분매개자는 복잡흔 유기체의 그물의 일부이며 생태계 회복력의 핵심이라면서 그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다양한 지리적, 거버넌스 수준, 경제 부문, 사회 전반에 걸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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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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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2)] 4만년 잠에서 깨어난 미생물⋯북극 영구동토층, 인류의 '탄소 시한폭탄' 되나
- 4만 년 동안 얼음 아래 갇혀 있던 미생물이 마침내 깨어났다. 13일(현지시간) 과학 기술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permafrost)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고대 미생물이 재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해당 내용은 지구물리학연구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Biogeosciences)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미 육군공병단이 운영하는 '영구동토 연구터널(Permafrost Tunnel Research Facility)'에서 수집한 시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지하 100m 이상 깊이에서 채취한 동토 시료를 실험실로 옮겨 섭씨 3.8도와 12.2도의 온도에서 배양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알래스카 여름의 온도를 모사한 것이다. 초기에는 미생물의 증식이 미미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자 세포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미생물학자 트리스탄 카로(Tristan Caro)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들은 죽은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유기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로 방출할 수 있는 생명체"라며 "지구 온난화로 동토층이 녹으면서 이 같은 미생물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구동토층은 북반구 육지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수천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힌 토양·유기물·암석층이 방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북반구의 약 15%, 또는 지구 표면의 약 11%가 영구동토층으로 덮여 있다. 이 지역이 녹으면 그 속의 미생물들이 활성화되어 주변의 부패물질을 먹이로 삼고,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 중으로 내보낸다. 이 과정이 되풀이될수록 온실가스 농도는 높아지고, 기후변화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가 대표적인 영구동토층에 해당한다. 가장 오래된 영구동토층은 약 70만년 동안 계속 얼어붙어 있다. 지구미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코프(Sebastian Kopf) 교수는 "이것은 기후시스템의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라며 "동토층이 녹으며 갇혀 있던 탄소가 방출될 때, 생태계와 기후변화 속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동토 미생물이 즉각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의 '지연 반응(lag phase)' 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실제 북극 지역에서도 한두 번의 폭염보다 여름철이 길어지는 현상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카로 연구원은 "하루의 고온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계절이 얼마나 길어지느냐"라며 "여름이 길어지고 온도가 봄과 가을까지 확장되면, 미생물의 활성 기간도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생물학적 발견을 넘어, 기후 피드백 루프(climate feedback loop)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동토층이 녹으면 미생물이 되살아나고, 그 미생물이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다시 지구를 덥히는 '빙하 속 잠든 생명체의 복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를 통해 북극권의 더 깊고 오래된 동토층까지 해빙이 진행될 경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 탄소 순환이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단지 대기와 바다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만 년간 침묵하던 생명체까지 깨우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오래된 미래는 이제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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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2)] 4만년 잠에서 깨어난 미생물⋯북극 영구동토층, 인류의 '탄소 시한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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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 지구 환경의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중 9개 중 7개가 이미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 행성 건강 보고서(Planetary Health Check)'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지구 위험 한계선을 1개 더 넘어섰으며 올해는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가 새롭게 위험 구역에 포함됐다. PIK 보고서는 ▲기후 변화 ▲생물권 완전성 ▲토지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 ▲생지화학적 순환(질소·인) ▲신규 화학물질(오염물) ▲해양 산성화 등 7개 항목이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양 산성화는 올해 처음으로 '위험 상태'로 평가됐다. 산업화 이후 해수 표면 pH는 약 0.1 낮아져 산성도가 30~40% 상승했으며, 냉수 산호, 열대 산호초, 극지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한 록스트룀 PIK 소장은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4분의 3이 안전구역을 벗어났다"며 "인류는 문명 유지가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성화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 토지 이용 변화로, 바다가 기후 안정 장치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해설] '바다의 경고등' 켜진 지구…7번째 경계선 붕괴가 의미하는 것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새 보고서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전한 운영 한계'를 넘어섰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올해는 해양 산성화가 새롭게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지구의 위기 수준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인류가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2009년 PIK와 스톡홀름 복원센터 연구진이 제시했다. 9개의 핵심 시스템은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명 유지 장치'로, 그중 7개가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문명 유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새롭게 붕괴된 항목인 해양 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직접적인 결과다. 화석연료 연소와 산림 파괴로 인해 흡수된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해수의 pH를 떨어뜨리면서, 바다는 점점 더 산성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해수의 pH는 약 0.1 하락했으며, 이는 산성도가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기와 맞닿은 해양 표층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인 플랑크톤(pteropods)과 산호초가 약화되고, 해양 먹이사슬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플랑크톤은 어류의 주요 먹이원으로, 이들의 감소는 수산업과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직결된다. 레브케 카이저 PIK 해양연구 공동대표는 "해양의 산성화, 산소 감소, 해양 열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 안정의 핵심 축인 바다가 압박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현상은 단순한 해양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와 인류 복지, 기후 안정성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바다는 지구의 생명 유지 장치이자 산소의 근원"이라며 "지금의 산성화는 지구 시스템의 대시보드에 켜진 '적색 경고등'"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바다를 보호하지 않으면, 인류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항목이 한계를 넘었지만 △'성층권 오존층'과 △'에어로졸(대기오염 입자)'은 여전히 안전 구간에 있다. 이는 국제 협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한 결과,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로졸 배출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 수준의 미세입자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보리스 작슈베프스키는 "지구 한계선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인류 복지와 경제 발전, 사회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요한 록스트룀 소장은 "오존층 회복과 대기오염 감소가 보여주듯, 국제 정책과 협력이 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며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의 창문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 변동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남극 빙붕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의 건조화, 해류 순환 약화 등 복합적인 변화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의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불가역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한계 보고서'는 경고와 동시에 해답을 제시한다. 해양 산성화를 늦추려면 화석연료 사용 감축, 해양 생태계 복원, 국제적 탄소 감축 협력이 필수다. 7개의 붕괴된 한계선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자, 인류가 아직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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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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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10% 감축 선언⋯미국과 기후정책 정면 충돌
- 중국과 미국의 기후정책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중국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절대적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풍력·태양광 발전을 2020년 대비 6배로 확대하고 전기차 보급을 본격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청정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국제사회가 올바른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사기(scam)"라며 파리협정 탈퇴를 재차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조치가 의미는 있으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30% 이상 감축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석탄발전 확대와 완화된 목표 설정으로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중국, 기후풍력 태양광 발전 공약 2배 증가⋯트럼프, 기후 변화 대응은 '사기' 중국과 미국의 기후정책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35년까지 경제 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파리협정에서 사실상 이탈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사기극(scam)'이라고 규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풍력·태양광 발전을 2020년 대비 6배 이상 확대하고, 신에너지차(전기차)를 신차 판매의 주류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2035년까지 산림 저장량을 240억㎥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존의 '2030년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 이어 중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절대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중국의 목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 중국이 최소 30% 이상의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2023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10% 감축은 영국 연간 배출량의 4배에 해당하는 14억톤에 달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 연설에서 기후정책을 "그린에너지 사기"로 규정하며 "풍력과 태양광에 의존하면 국가 경쟁력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24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은 풍력 터빈을 세계에 수출하지만 자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은 올해 들어서만 46GW 규모의 풍력 설비를 새로 설치했으며, 이는 3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표명한 것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중국은 재생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배터리, 풍력 설비 등 녹색기술 제조·수출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신재생 인프라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실질적 행동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이유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탄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감축 목표 달성은 한계가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정점 대비 감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실제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중국의 발표를 절반의 진전으로 본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역행' 속에서 중국이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평가되지만, 실질적으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년간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1.5도 목표는 사실상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도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공급망의 핵심이자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이 신재생 확대를 본격화하면 관련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석탄 의존 지속은 기후협력 압박을 키울 수 있다. 미국이 관세와 무역정책을 기후 이슈와 연계할 경우,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미국의 정책 후퇴는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실제 배출 감소로 이어지는 구체적 이행 계획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이 없이는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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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10% 감축 선언⋯미국과 기후정책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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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열파 급증'⋯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뜨거워지는 강물'⋯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미국 하천, 40년간 열파 급증…냉수종 생태계 '생존 위기' 미국 전역의 하천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NBC 뉴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하천 열파(heat wave)'의 빈도와 강도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냉수 환경에 적응해온 연어·송어 등 수생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환경공학과 리리(李莉) 교수 연구진은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1980~2022년 사이의 약 40년 기간 동안 1471개 하천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하천 열파 발생 횟수가 1980년에 비해 연평균 1.8회 늘었으며, 열파 시 수온은 평균 약 0.4℃(0.8℉) 더 높았다. 지속 기간도 3일 이상 길어졌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팀은 하천 열파를 '계절 평균치를 웃도는 고수온이 5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 감소와 하천 유량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댐과 보(洑)가 하류 수온을 높이고, 도심 건물과 포장도로가 축적한 열이 하천으로 전달되는 것도 추가적 요인으로 꼽혔다. 냉수종 어류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수온 상승은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어류의 대사율을 높여 생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연구진은 평균적으로 연간 12일가량의 '열 스트레스일'이 추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불 트라우트(bull trout) 등은 섭씨 약 15℃(화씨 59도) 이상에서 생존에 큰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 트라우트는 엄격한 서식지 요구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13℃(화씨 55도) 미만의 수온과 깨끗한 자갈 바닥, 차가운 호수와 큰 강의 깊은 웅덩이 등 차가운 수온을 선호하는 어종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Jonathan Walter, 유역과학센터)는 "저수지에서 방류 시점을 조정하는 등 수자원 관리 방식이 하천 수온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관개나 댐 운영 전략의 조정이 냉수종 보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해양과 호수의 열파 현상은 위성관측으로 활발히 연구돼 왔으나, 하천의 경우 관측 센서가 불규칙하게 운영돼 자료 확보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방대한 장기 데이터를 종합해 하천 열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 교수는 "그동안 물에 대해선 양적 문제에 주로 주목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질 변화, 특히 수온 상승 문제에도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하천 생태계 보전과 수자원 관리 전략에 새로운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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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열파 급증'⋯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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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G]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는 방법은?
-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을 생활속 실천으로 인체 흡수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mm미만인 미세플라스틱과 1~1000나노미터 크기의 입자인 나노플라스틱은 수돗물, 조리 도구, 포장재는 물론 계란과 고기, 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로 유입된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입자들의 실제 노출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워싱턴 대학과 시애틀 어린이 연구소의 소아과 교수이자 환경 및 직업 건강 과학 겸임 교수인 쉴라 사티아나라야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집 안에는 정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음식 속 스며든 미세플라스틱 입자들 미세플라스틱은 과일과 채소, 꿀, 빵, 유제품, 달걀, 생선과 육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식품에서 발견된다. 식물은 토양을 통해, 가축은 사료와 물을 통해 이를 흡수한다. 가공 단계에서도 플라스틱 설비와 포장재로 인해 추가 오염이 발생한다. 109개국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소비한 이러한 플라스틱의 양은 1990년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사티아나라야나 교수는 "이전에 산업 지역이었던 땅에 농사를 짓고 토양이 오염되면, 그 작물들이 토양에 오염 물질을 축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작물을 수확한 후에는 가공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그는 "공장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제품 처리량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일부 식품은 세척을 통해 오염도를 낮출 수 있다. 호주 연구에 따르면 쌀 1인분에는 평균 3~4mg, 즉석 조리 쌀에는 최대 13mg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었으나, 조리 전 쌀을 헹구면 20~40%가량 줄일 수 있었다. 고기와 생선도 철저한 세척으로 일정 부분 미세플라스틱 함유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반면 소금처럼 가공 과정에서 이미 오염된 식품은 세척이 불가능하다. 물과 음료, 숨은 위험 병에 든 생수는 또 다른 주요 경로다. 단순히 뚜껑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리터당 평균 55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된다는 연구도 있다. 수돗물 역시 영국,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조사한 모든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물론 수돗물 속의 미세플라스틱은 끓여서 마시면 약 80% 정도 걸러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욕주 컬럼비아 대학 연구원들이 수돗물을 끓이면 물에 존재하는 가장 일반적인 세 가지 플라스틱 화합물(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의 최소 80% 이상을 분해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안전이 보장된 지역에서는 생수보다 수돗물을 마시고, 정수기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활성탄 필터만으로도 최대 90%까지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간 티백을 사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티백 하나에서 수십억 개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조리·보관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 포장재와 주방 도구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 포장을 뜯는 행위만으로도 다량의 입자가 발생하며, 재사용 용기는 세척 횟수가 늘어날수록 방출량이 증가한다. 도마와 손상된 코팅 팬, 믹서기와 볼 등에서도 사용 과정에서 수백에서 수백만 개의 입자가 발생한다. 특히 열은 방출을 가속한다. 한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3분간 가열했을 때, 단 1㎠의 표면에서 최대 422만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21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 보관에서도 수개월에 걸쳐 수백만~수십억 개의 입자가 흘러나올 수 있다. 뜨거운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는 것도 위험하다. 섭씨 50도의 물을 담았을 때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주 1~2회 사용만으로도 연간 최대 7만3000여 개의 입자를 섭취할 수 있다는 추정치가 제시됐다. 소금, 지방, 산, 열은 플라스틱을 더 빨리 분해한다. 예를 들어 소금물이 담긴 플라스틱 볼은 맹물보다 세 배 많은 입자를 방출했다. 또한 기름진 음식일수록 플라스틱에서 용출된 첨가제가 더 많이 검출됐다. 설거지 과정서도 노출 식사 후 설거지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새어 나온다. 일회용 주방 스펀지는 마모될수록 최대 그램당 65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할 수 있으며, 세제와 합쳐 사용하면 방출량은 더 늘어난다. 스펀지의 단단한 면은 특히 고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쌀·채소·생선 등은 조리 전 충분히 세척할 것, △생수 대신 수돗물과 정수기를 활용할 것, △플라스틱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 사용을 최소화할 것, △손상된 조리 도구와 도마는 교체할 것을 권고한다. 개인 실천 넘어 구조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유용하지만 과잉 사용이 문제”라며 “개인의 습관 변화와 더불어,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감축 노력과 정책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환경 속 플라스틱 파편을 90% 줄이면 인체 섭취량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작은 실천과 사회적 변화를 통해 그 양을 줄여나간다면, 인류는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식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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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G]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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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9)] 기후변화가 낳은 이색 조류⋯텍사스서 '푸른어치-녹색어치' 희귀 잡종 첫 확인
-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확장 속에서 두 종의 어치(jay bird)가 처음으로 교배해 자연 상태에서 잡종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교외의 한 주택 정원에서 관찰된 이 새는 '녹색어치(green jay)'와 '푸른어치(blue jay)'의 자손으로, 약 700만 년 전 계통이 갈라진 두 종 사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어스닷컴, 사이테크데일리, 퍼퓰러 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생물학자들은 해당 개체의 DNA를 분석한 결과, 어미는 녹색어치, 아비는 푸른어치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두 종 모두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확장 끝에 겹쳐진 지역에서 교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야기한 척추동물 잡종의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녹색어치는 원래 중앙아메리카 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해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텍사스 국경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푸른어치는 미국 동부 전역에 분포했지만 휴스턴 인근까지만 서식지가 확장돼 두 종은 사실상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기후 변화로 녹색어치는 북쪽으로, 푸른어치는 서쪽으로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두 종의 분포가 샌안토니오 일대에서 겹치게 되었다. 이번 사례는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토대로 연구진이 개체를 확인하고 포획한 뒤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전적으로 검증하면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미 1970년대 인공 교배 실험에서 두 종 사이 잡종을 얻은 전례가 있지만, 이번처럼 자연 상태에서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조류학적 흥미를 넘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포식자와 먹이, 번식 습성에 따라 종 간의 경계가 새롭게 설정되고, 일부는 새로운 잡종 개체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스톡스 텍사스대 대학원생은 "잡종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연계에서 훨씬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관찰되거나 보고되지 않는다"며 "소셜미디어와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 덕분에 이번처럼 드문 사례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잡종 개체가 단발성 현상에 그칠지, 새로운 집단 형성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발견은 기후 변화로 서식지 지도가 재편되면서 예상치 못한 생태학적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학술지 '에콜로지 앤드 이볼루션(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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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9)] 기후변화가 낳은 이색 조류⋯텍사스서 '푸른어치-녹색어치' 희귀 잡종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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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8)] 알래스카 빙하 후퇴로 '신생 섬' 등장⋯탄소중립 대응 과제 부각
- 알래스카 남동부에서 빙하가 물러나면서 호수 한가운데 새로운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 지구관측소는 최근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알래스카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의 알세크(Alsek) 빙하가 녹으면서 '프로우 노브(Prow Knob)'라는 작은 산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져 섬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프로우 노브는 약 5㎢ 규모의 육지로, 그동안 알세크 빙하가 둘러싸고 있었으나 수십 년간 이어진 빙하 후퇴로 점차 노출돼 왔다. 미 항공위성 랜드샛9호가 지난 8월 촬영한 영상에는 더 이상 빙하와 맞닿아 있지 않은 프로우 노브가 신생 담수호 한가운데 섬 형태로 존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사 측은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 평야에서는 얼음이 빠르게 물로 대체되고 있다"며 "빙하가 얇아지고 후퇴하면서 전면부에 형성된 담수호 속에서 새로운 지형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우 노브는 선박의 뱃머리를 닮은 형상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1960년대 빙하학자 오스틴 포스트가 항공사진 촬영 과정에서 명명했다. 포스트와 동료 연구자는 빙하 후퇴 속도를 근거로 2020년경 빙하가 프로우 노브와 완전히 분리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다소 늦게 진행됐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의 빙하가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기후 변화가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2025년 역시 유례없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탄소중립 정책의 시급성을 환기시킨다. 각국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나, 이행 속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빙하 후퇴와 같은 극단적 현상은 탄소 배출 감축이 단순한 환경 의제를 넘어 경제·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 해운·관광 산업 변화, 수자원 관리 등에서 빙하 후퇴가 미칠 파급 효과에 대비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탄소세 도입, 국제적 협력 강화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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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8)] 알래스카 빙하 후퇴로 '신생 섬' 등장⋯탄소중립 대응 과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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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7)] 화석연료 기업, 전 세계 폭염과 직접 연관⋯법적 파장 주목
- 세계 과학자들이 특정 화석연료 및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 배출이 전 세계 폭염 발생 가능성과 강도를 높였다는 정량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폭염의 원인을 개별 기업과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책임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213건의 폭염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최대 25%는 주요 화석연료·시멘트 생산 기업의 배출이 없었다면 사실상 발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본 메이저스(Carbon Majors)' 14개 기업이 폭염 강도 증가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등 글로벌 석유 기업뿐 아니라 과거 소련과 같은 주요 산유국도 포함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얀 퀼카이유(Yann Quilcaille) 연구원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최근(2010~2019년) 폭염의 중간 강도가 섭씨 1.68도 상승했는데, 이 중 0.47도는 상위 14개 카본 메이저스의 배출만으로 설명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수백 건의 폭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분리돼 다뤄지던 ‘탄소 메이저스의 기여도’와 ‘폭염 발생 확률’을 직접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법적 책임 근거 강화" 논문 공저자인 코리나 헤리(Corina Heri) 틸뷔르흐 로스쿨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탄소 메이저스의 책임을 묻는 데 과학적 확실성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연구가 그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보상 책임을 화석연료 기업에 묻는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가 새로운 근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염 영향 과소평가 가능성도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아프리카·남미 지역의 보고되지 않은 폭염 사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그랜섬연구소의 클레어 반스(Clair Barnes) 박사는 "실제 피해는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 책임 논의 새 국면 기후책임연구소의 리처드 히디(Richard Heede) 소장은 "이번 연구는 화석연료 기업의 채굴·가공·유통·연소 전 과정이 폭염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초기 단서"라며 "향후 홍수, 산불 등 다른 극단적 기상 현상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기후 과학과 법학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폭염이라는 구체적 기상 재난을 개별 기업의 배출과 직접적으로 연결한 만큼, 기후위기 대응과 법적 책임 규명 논의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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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7)] 화석연료 기업, 전 세계 폭염과 직접 연관⋯법적 파장 주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