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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6)] 지구에 새 '미니 문' 포착⋯소행성 2025 PN7, 50년간 공궤도 동행
- 지구에 달 이외에 새로운 '미니 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지구와 궤도 주기를 공유하는 새로운 '준위성(quasi-moon)'이 포착됐다고 밝혔다고 어스닷컴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름 약 19m(62피트)에 불과한 소형 소행성 '2025 PN7'이 지구와 거의 같은 궤도로 태양을 돌며 향후 약 50년 동안 지구 인근을 동행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발견은 하와이의 판 스타스(Pan-STARRS) 탐사 프로그램이 올해 8월 실시한 야간 관측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 소행성은 미약한 밝기 탓에 기존 탐사망에서 포착되지 않았으나, 연속 관측과 궤도 계산을 통해 지구와 동일한 공전주기를 가진 준위성임이 확인됐다. 준위성은 지구의 중력에 포획된 '진짜 달'은 아니지만, 태양을 도는 궤도가 지구와 극히 유사해 오랜 기간 지구 인근을 맴도는 천체를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국제천체연맹(IAU) 산하 소행성센터(MPC)는 2025 PN7의 궤도 해석을 공식 등록하며 "지구와 일종의 공전 '동작'을 수행하는 천체"라고 설명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폴 초다스 소장은 "이 소행성은 지구와 궤도를 공유하는 작은 우주적 '댄서'"라며 "지구 중력에 묶인 것은 아니지만 궤도 공명(Mean Motion Resonance, 두 천체가 간단한 숫자적 비율로 회전을 완료하는 궤도 배열) 현상으로 장기간 지구 근처를 이동한다"고 말했다. 모의 실험 결과, 태양 복사압과 미세한 중력 교란에도 불구하고 2025 PN7의 공명 궤도는 2083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영구적 관계가 아니며 향후 태양·행성의 영향에 의해 점차 지구 궤도권에서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위성 연구는 천체 동역학 모델 검증뿐 아니라, 미래 소행성 탐사선의 항법·랑데부 기술 시험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앞서 지구의 또 다른 장기 준위성 '카모오알레와(Kamo' oalewa)'에서는 달 기원 물질과 유사한 성분인 규산염이 확인되며 태양계 충돌사 역사 연구의 열쇠로 주목받아 왔다. 판 스타스 천문대가 2016년 발견한 카모오알레와는 대관람차 크기의 작은 준위성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이 준위성은 약 1세기 동안 미니 문 상태를 유지해왔으며, 향후 300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봄 중국은, 2026년 여름 카모오알레와에 도착 예정인 탐사선 텐원 2호(Tianwen-2)를 파견했다. 이 탐사선은 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복귀할 계획이다. 이 준위성은 지구와 태양을 거의 같은 궤도로 도는 독특한 천체로, 달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NASA는 "2025 PN7은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대기권 진입 가능성도 없다"며 "이번 발견은 지구 주변 소천체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은 최근 망원경 기술의 발달로 2025 PN7과 같은 작은 천체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칠레 세로 파초산 정상에 세워진 새로운 베라 C. 루빈 천문대의 초강력 광시야 관측 망원경(Large Synuptic Survey Telescpoe, LSST)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면 앞으로 지구의 준 위성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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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6)] 지구에 새 '미니 문' 포착⋯소행성 2025 PN7, 50년간 공궤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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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5)] 화성 뒤덮은 '검은 줄무늬'의 정체⋯50년 만에 밝혀지다
- 화성 곳곳의 사면을 가로지르는 수백만 개의 검은 줄무늬(slope streaks)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제시되면서 1970년대 이후 이어져온 미스터리가 풀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학의 행성과학자 발렌틴 비켈(Valentin Bickel) 연구팀은 대다수의 신규 줄무늬가 계절풍이 먼지층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발생한 사면 붕괴라고 제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화성정찰궤도선(MRO)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그동안 과학계가 가정해온 '물 기반 붕괴' 가설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처음 발견된 화성의 검은 줄무늬는 오랫동안 '얼음이 녹아 발생한 사면 붕괴의 흔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5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이들이 물과 무관한 '건조한 붕괴(dry landslides)'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켈 교수 연구팀은 2006~2024년 사이 촬영된 9만 장의 화성궤도 이미지에서 약 210만 개의 줄무늬 이미지를 분석해, 건조한 붕괴의 배경으로 계절적 바람과 먼지의 이동을 지목했다. 이번 논문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비켈은 지난 5월 발표된 연구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아폴리나리스 몬스(Apollinaris Mons) 지역의 '바코드형' 줄무늬는 인근 소행성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운석 충돌 가설이 주목받기도 했으나, 이번 분석은 이러한 충돌 사례가 극히 예외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우주국(ESA) 우주선은 2023년 크리스마스 무렵 거대한 사화산인 아폴리나리스 몬스의 바코드 형 무늬를 포착했다. 그는 "운석 충돌이나 화성 지진(marsquake)이 줄무늬 생성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0.1% 미만"이라며 "전체적인 규모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선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화성 표면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도록 설계된 MRO의 컨텍스트 카메라( CTX )가 촬영한 이미지 아카이브 전체를 분석했다. 연구는 화성 줄무늬가 5개 권역(아마조니스, 올림푸스 몬스 아우레올, 타르시스, 아라비아, 엘리시움)에 집중돼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특정 계절에 바람이 '먼지 이동 임계값(dust mobilization threshold)'을 넘을 만큼 강해진다고 지적한다. 이 시기에 붕괴가 잇따라 발생하며 새로운 줄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비켈은 "이는 화성에서 고속 바람이 먼지를 휘몰아 '먼지 악마(dust devil)'를 일으키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줄무늬 생성 메커니즘이 오랫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이유도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줄무늬가 만들어지기 가장 적절한 환경은 일출·일몰 직전의 어스름 시간대로, 실제 관측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간 생성 속도에 대한 추정도 나왔다. 현재 화성 표면에는 약 160만 개의 줄무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줄무늬 1개당 매년 0.05개가 새로 생겨 연간 약 8만 개가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줄무늬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관측 자료가 충분치 않아 정확한 수명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줄무늬가 화성 표면의 0.1% 미만을 덮고 있음에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연구는 줄무늬가 화성 대기 먼지 공급의 최대 단일 기여 요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향후 화성 탐사와 더 나아가 인간 거주 가능성 평가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우주국(ESA) 엑소마스(ExoMars) 탐사선 프로젝트 과학자 콜린 윌슨은 "이번 연구는 현재 화성에서 일어나는 동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전 행성 규모 관측이 앞으로의 화성 탐사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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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5)] 화성 뒤덮은 '검은 줄무늬'의 정체⋯50년 만에 밝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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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0)] 탄화규소(SiC) 양자 센서, '다이아몬드' 한계 넘어 생체 내부 측정 길 열어
- 인류는 오랫동안 '평균'의 세계에 의지해 왔다. 거대한 원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측정하는 고전 물리학의 눈으로는, 숲 전체의 웅성거림은 들을 수 있어도 나뭇잎 하나하나의 속삭임을 포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원자 하나, 전자 하나의 미시 세계를 직접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 바로 '양자 기술'이다. 양자 기술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 능력의 '양자 컴퓨팅', 도청 불가능한 통신을 구현하는 '양자 통신', 그리고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 센싱'이다. 이 중 가장 먼저 우리 곁에 다가와 상용화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분야가 바로 양자 센싱이다. 기술 성숙도(TRL)가 6~7단계에 이르러, 이미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뇌 질환 조기 진단…상용화 임박한 '꿈의 센서' 양자 센싱이란 '양자 얽힘'이나 '중첩'처럼 원자 크기에서만 나타나는 미묘하고 섬세한 현상을 이용해 세상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기존 센서가 수백만 명의 군중이 내는 함성(고전 물리)을 측정했다면, 양자 센서는 그 군중 속 단 한 사람의 목소리(양자)를 정확히 골라 듣는 것과 같다. 이 '단 하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열리는 가능성은 경이롭다. 인공위성(GPS) 없이도 완벽하게 위치를 파악하는 내비게이션, 전파 방해나 교란이 불가능한 군사 유도 시스템, 그리고 쓰나미나 화산 활동을 미리 감지하는 정밀한 지각 변동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특히 의학계의 기대는 폭발적이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은 극도로 미약한 신경 자기장 신호의 변화로 시작된다. 양자 센서는 이 변화를 분자 단위에서 감지하여 질병의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다이아몬드 NV 센터'라 불리는 센서다. 인공 다이아몬드 격자 구조의 미세한 결함을 이용하는 이 센서는 복잡한 냉각 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강력한 이점을 가졌다. 보쉬, Qnami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 기술의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다이아몬드'의 아킬레스건, 생명체엔 '독'이 된 녹색광 하지만 이 강력한 '다이아몬드 센서'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살아있는 생명체, 즉 '생체 내(in vivo)'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NV 센터는 녹색광(532nm)으로만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데, 물과 유기 분자는 이 녹색광을 매우 효율적으로 흡수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치 잠자는 아기(세포)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눈앞에 환한 건설용 탐조등(녹색광)을 비추는 것과 같다. 탐조등 불빛 때문에 아기가 깨어나고(가열) 관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형광 간섭)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고유한 특성은 회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대체 솔루션을 찾기 위한 긴급한 탐색이 필요했다"고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연구진은 '탄화규소(SiC)'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SiC는 이미 반도체 웨이퍼 기술로 널리 쓰이는 생체 친화적 소재다. 결정적으로 SiC 내부의 '이중공극'이라는 결함은 다이아몬드와 달리 '근적외선' 영역에서 작동한다. 이 근적외선은 인체 조직이나 물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통과하는, 이른바 '제2의 생물학적 창(second biological window)'으로 불리는 황금 대역이다. 아기에게 아무런 방해를 주지 않는 정교한 '야간 투시경'을 찾은 셈이다. 해답은 '탄화규소', 알켄 코팅으로 '산화' 문제 해결 하지만 SiC에도 난관은 있었다. SiC 표면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녹)되어 'a-SiO2'라는 막을 형성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무작위적(stochastic)으로 일어나 센서의 정밀도를 망가뜨리는 수많은 불순물(탄소 클러스터)을 만든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함) 중심의 확률론적 특성은 양자 응용에 부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양자 신호) 도중, 무작위로 불협화음(산화막 결함)이 끼어드는 것과 같았다. 초정밀 양자 센서를 작동시키기엔 치명적인 환경이었다. 여기서 연구진의 독창적인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이들은 산화라는 '급진적으로 다른 표면 처리'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알켄(alkene)'이라는 유기 분자 사슬로 SiC 표면을 정밀하게 코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바닥을 청소하는 수준을 넘어, 물과 오염물질이 애초에 스며들 수 없는 '초박막 특수 방수 코팅'을 표면에 정밀하게 시공한 셈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팀은 "알켄으로 종결된 SiC 표면이 이중공극 스핀 양자 센서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알켄 코팅은 물 분자를 밀어내는 소수성 보호막 역할을 하여 센서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Gd-DO3A라는 단일 분자를 감지하는 실험을 통해, 이 새로운 SiC 센서가 기존 산화막 처리 방식 대비 "예측된 우월성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민감도는 다이아몬드 센서에 필적하면서도, 생체 적용이라는 핵심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100억 달러 시장 선점 경쟁…AI와 결합하는 양자 센싱 이 기초 과학의 성과는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 센서 시장은 2030년 약 14억 2000만 달러(약 2조 947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맥킨지는 203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742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의 모태에서 분사한 샌드박스AQ(SandboxAQ)는 이미 1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며 의료 및 내비게이션용 양자 센싱 향상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연간 9억 달러에 가까운 예산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이는 양자 센싱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래 산업과 국가 안보의 패권을 좌우할 '전략 기술'임을 방증한다. 이제 원자 하나하나의 속삭임을 듣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SiC 양자 센서의 개발은 '알츠하이머 정복'이나 '신약 개발'처럼 인류의 숙원이던 생명 현상의 비밀에 다가갈 가장 정교한 '현미경'을 손에 쥐었음을 의미한다. 상상에 머물던 나노 단위의 생체 탐험이 비로소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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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0)] 탄화규소(SiC) 양자 센서, '다이아몬드' 한계 넘어 생체 내부 측정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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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4)]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북극에서도 열 누출 확인
- 토성의 작은 위성 엔셀라두스(Enceladus)가 남극뿐 아니라 북극에서도 열을 방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전문매체 IFL사이언스와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카시니(Cassini) 탐사선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위성 내부 바다의 열 방출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적 존재'일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는 태양계 외곽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엔셀라두스는 직경 500km 남짓한 얼음 위성으로, 2005년 카시니 탐사선이 남극 지역에서 얼음 입자와 수증기를 우주로 뿜어내는 거대한 간헐천('호랑이 줄무늬' 지역)을 관측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위성 내부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로파(Europa)와 함께 태양계 내 '생명체 탐사 1순위'로 부상했다. 미국 남서연구소(Southwest Research Institute)의 조지나 마일스 박사 연구팀은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 카시니의 북극 관측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엔셀라두스 북극이 예상보다 섭씨 7도 가량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계절과 관계없이 일정한 추가 열이 포착된 것은 내부에서 에너지가 꾸준히 생성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남극과 북극 양쪽에서 열이 방출된다면, 엔셀라두스가 장기적인 '열평형(thermal balance)' 상태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열 손실량은 제곱미터당 약 46밀리와트로, 전체적으로 약 1.7GW에 달한다. 남극에서 이미 관측된 19GW와 합치면 총 54GW 규모로, 이 수치는 내부에서 생성된 열에너지(약 50~55GW)와 거의 일치한다. 옥스퍼드대 칼리 하워트 박사는 "전 지구적 열 손실량을 계산함으로써 엔셀라두스의 '에너지 자급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안정적 환경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열평형 상태는 곧 내부 바다가 단기간의 용융 현상이 아니라 수천만 년 이상 이어져 왔음을 뜻한다. 과거 일부 학자는 엔셀라두스가 토성과 다른 위성들의 인력에 의해 '조석가열(tidal heating)'로 녹았다가 다시 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발견은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다. 엔셀라두스 내부의 바다는 얼음층 20~28km 아래에 존재하며, 인산염과 복잡한 유기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생명체의 화학적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연구는 그 조건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 가능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최근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엔셀라두스가 우주로 방출하는 얼음 입자의 양을 정밀 계산해 '얼음 손실률이 기존 추정보다 20~40%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텍사스대 연구팀은 초대형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DSMC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간헐천 분출구에서 나오는 물질의 밀도와 속도를 재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분출 속도와 온도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엔셀라두스의 크기는 지름 500km에 불과하지만, 내부 바다에서 분출되는 수증기와 얼음이 토성의 고리 중 하나를 형성할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텍사스대 아르노 마이유 연구원은 "엔셀라두스의 분출은 마치 화산이 용암 대신 얼음과 수증기를 우주로 뿜어내는 것과 같다"며 "이 현상은 지하 바다의 성분을 직접 탐사할 수 있는 '우주의 창'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엔셀라두스는 '얼음 밑의 바다'가 얼마나 오래, 어떤 조건에서 유지되는지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 관측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향후 '엔셀라두스 샘플 귀환 탐사(Enceladus Sample Return Mission)' 계획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차가운 위성의 표면 아래, 수십억 년 동안 열과 물을 품고 있는 이 작은 천체는 "지구 밖 생명체 탐사의 최전선"으로 다시 떠올랐다. 지구 이외의 바다, 그리고 그 안의 생명을 향한 인류의 탐색은 지금, 토성의 얼음 달 위에서 새로운 장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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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4)]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북극에서도 열 누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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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0)] 남극서 '역대 초고속' 빙하 붕괴 관측⋯헥토리아 빙하, 두 달 만에 8㎞ 후퇴
- 남극 동부 반도에 위치한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불과 두 달 만에 약 8km(5마일)나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연구진은 2022년 11월과 12월 사이 하루 평균 0.8km가량 뒤로 밀려나며, 남극 빙하 중 기록상 가장 빠른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콜로라도대 환경과학협동연구소(CIRES)의 박사후 연구원 나오미 오크왓(Naomi Ochwat) 주도로 진행됐다. 그는 "2024년 초 헥토리아 상공을 비행하며 붕괴 지대를 직접 목격했을 때, 그 규모에 압도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위성 영상으로 이 빙하가 단 2일 만에 2.5km 이상 후퇴한 사실을 포착했다. 헥토리아의 급격한 붕괴는 빙하 아래의 평탄한 해저 지형에서 비롯됐다. 해수면 아래 완만한 해저 평원 위에 놓인 빙하는 두께가 얇아질 경우 쉽게 부력을 받아 뜨기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대규모로 갈라져 나가는 '부력 유발 붕괴(buoyancy-driven calving)'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붕괴 시점에 여섯 차례의 빙하 지진이 동반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거대한 빙괴가 전복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지진 신호로, 실제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육상 빙하 손실임을 의미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남극의 그린 빙하와 헥토리아 빙하는 2002년 붕괴된 라르센 B 빙붕의 지류였다. 이 빙붕이 붕괴된 후에는 더 이상 그곳으로 흘러들어가는 빙하들을 지탱해주지 못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빙하들의 높이는 급격히 떨어졌다. 위성 관측 결과, 헥토리아의 이동 속도는 붕괴 전보다 6배 이상 빨라졌고, 잔존 빙상에서는 연간 약 80m의 급격한 두께 감소가 측정됐다. 당시 해수 온도나 표면 융빙이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빙하 전면을 지탱하던 계절성 해빙(季氷)이 사라지며 파랑과 빙괴의 압력이 직접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헥토리아의 사례는 규모는 작지만 남극의 주요 빙하들이 가진 구조적 특성과 유사하다"며 "평탄한 해저 지형 위의 빙하에서는 유사한 조건이 재현될 경우 단기간에 대량의 빙하가 해수면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서남극 빙하처럼 빙하가 일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예측보다 수십 년 빠르게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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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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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0)] 남극서 '역대 초고속' 빙하 붕괴 관측⋯헥토리아 빙하, 두 달 만에 8㎞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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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경제, 110만 감원 '대침체' 수준⋯AI발 '고용 없는 확장' 공포 확산
- 미국 경제의 견고한 버팀목으로 여겨졌던 고용 시장이 2009년 '대침체(Great Recession)' 수준으로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충격은 과거의 경기 순환적 침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하강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전환의 압력과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동시에 터져 나오며 미국 경제를 '퍼펙트 스톰'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이 끝나도 AI로 대체된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 '고용 없는 확장(jobless expansion)'이라는 구조적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110만 명 감원 쇼크, 'AI'가 해고 사유 1순위 고용 컨설팅 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올해 10월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총 110만 명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을 제외하면, 2008년, 2009년의 대침체 시기와 맞먹는 수치다. 특히 10월 한 달간 발표된 감원 계획만 15만 3000건으로, 전월 대비 183% 폭증했다. UPS(4만 8000명), 아마존(3만 명 추정) 등 대기업들의 '메가급 해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존 챌린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10월의 해고 사태로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 정도 규모의 감축을 한다는 것은 진정한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신호"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기업들이 밝힌 감원 사유 1, 2위는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이다. 이는 이번 감원 사태가 과거의 경기 침체와 달리, AI로 인한 영구적, 구조적 일자리 대체의 서막임을 시사한다. 기술, 소매, 서비스, 물류 창고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고용 시장의 급격한 냉각은 즉각 중앙은행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만 몰두하던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주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시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을 인하 배경으로 지목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수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실제 감원을 단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셧다운으로 인해 8월(실업률 4.3%) 이후 공식적인 연방 고용 데이터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연준은 정확한 나침반 없이 '시계 제로'의 안갯속에서 통화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다. 'AI 봇' 면접의 절망…소비 심리,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추락 110만 명이라는 거시적 공포는 이미 개인의 삶을 파고들고 있다. 9월 말 휴스턴에서 해고된 소프트웨어 개발자 스콧 보그스(52) 씨의 경험은 110만 감원의 상징적 단면이다. 그는 "구직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사람들에게서 듣고 읽은 바에 따르면 희망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가 최근 본 화상 면접은 12분짜리 'AI 봇'과의 대화였다. AI가 해고의 '이유'가 되고, AI가 해고자를 '면접'하는 이 기괴한 현실은 110만 개의 절망이 모인 결과이며, 이는 즉각 소비 심리 붕괴로 이어졌다. 지난 7일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0.3으로 추락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 6월의 역대 최저치(50.0)에 근접한 수치다. 조앤 쉬 미시간 소비자 조사국장은 "한 달 이상 연방정부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경제에 미칠 잠재적 부정적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이번 달 심리 하락은 연령, 소득,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인구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격이 이미 내려갔다"며 경제 성과를 주장하지만, 정치적 수사(Rhetoric)와 현실의 괴리는 셧다운 장기화와 맞물려 공화당의 정치적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진짜 위기는 셧다운 이후에 도사리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과거의 과잉 고용과 AI 관련 생산성 급증의 조합이 '고용 없는 확장(jobless expansion)'을 초래할 것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기분을 더 장기적으로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경고는 셧다운(일시적 충격)이 끝나도, AI로 대체된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구조적 공포에 기반한다. '고용 없는 확장'이라는 새로운 유령이 미국 경제를 배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셧다운이라는 급성 질환과 AI발(發) 구조적 실업이라는 만성 질환의 이중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Key Insights] 미국발(發) 'AI 실업'은 남의 일이 아니다. IT 및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이 구조조정은 곧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설계), IT(플랫폼), 금융업에도 동일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산업의 '코어 인력' 재편 신호탄이므로,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인 인력 재교육 및 핵심 역량 재배치 전략이 생존을 위해 시급하다. [Summary] 미국 경제가 10월까지 110만 명의 감원을 기록하며 2009년 대침체 수준의 고용 충격에 빠졌다. AI 도입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해고가 급증했으며, 사상 최장기 셧다운 사태가 겹치며 11월 소비자 심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고용 없는 확장'이라는 구조적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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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경제, 110만 감원 '대침체' 수준⋯AI발 '고용 없는 확장'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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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피해' 카카오 전 투자총괄, 미래에셋증권 상대로 110억 손배소 제기
-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재계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연쇄 해킹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자신의 명의 계좌에서 유출된 현금과 주식을 원상회복해달라며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배 전 대표가 2023년 10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직후 발생했다. 해커들은 미리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배 전 대표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한 뒤,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접속해 수십억 원대 현금과 주식 매각대금의 인출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금융기관이 이상거래를 포착해 일부 자금이 동결됐지만, 이체된 금액 중 상당 부분은 회수되지 못했다. 배 전 대표는 이후 배상 책임과 손해액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미래에셋증권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식의 '매도 시점 시가'가 아닌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총 피해 규모를 약 110억 원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위변조로 인한 금융사고는 금융사가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미 회수된 60억8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손해 산정 기준은 사건 발생 당시 시가여야 하며, 당사의 책임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배 전 대표 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주식 매각대금 39억3000만 원과 현금 37억3000만 원 등 총 76억6000만 원이며, 이 중 60억8000만 원이 회수돼 실제 손실액은 15억8000만 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시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특별손해'에 해당하며, 이는 회사가 그 사정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을 때만 인정된다"며 "이 부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휴대폰 본인인증과 정부시스템을 통한 신분증 진위확인, 1원 입금 등 3단계 인증 절차가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자금 역시 배 전 대표 명의의 다른 계좌로 이체된 이후 제3자 명의 계좌로 최종 유출된 만큼, 회사의 책임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 전 대표를 비롯해 재계·연예계 인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벌인 조직의 총책 전모(34)씨는 올해 4월 태국에서 검거돼 8월 국내로 송환됐다. 전씨는 구속된 기업인과 자산가, 군 복무 중인 유명 연예인 등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아 총 380억 원대 자산을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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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피해' 카카오 전 투자총괄, 미래에셋증권 상대로 110억 손배소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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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FIU로부터 352억 과태료⋯역대 최대 규모 제재
-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6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352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FIU가 부과한 과태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FIU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약 530만 건, 거래제한의무 위반 약 330만 건, 의심거래 미보고 15건 등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약 860만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10월 두 차례에 걸쳐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 신원확인 미비, 주소 부적정, 재이행 기한 미준수 등이 확인됐다. FIU는 네 차례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과태료를 확정했으며, 두나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두나무 가상자산 거래 위반 860만건⋯FIU, 과태료 352억원 부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352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는 FIU 출범 이후 단일 기관에 부과된 과태료 가운데 최대 규모로,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FIU는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13일, 그리고 9월 27일부터 10월 1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두나무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두나무는 고객확인의무 약 530만 건, 거래제한의무 약 330만 건, 의심거래 미보고 15건 등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례 총 860만 건이 적발됐다. 문제의 핵심은 '고객확인의무' 위반이다. FIU에 따르면, 두나무는 신원정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원본이 아닌 복사본·사진 파일을 제출받은 경우에도 계정을 개설했다. 상세 주소란이 공란이거나 엉뚱한 내용이 기재된 고객도 확인 절차를 통과했다. 재확인 기간 내 고객 정보를 갱신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이와 함께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고객에게 별도의 거래 제한이나 추가 검증 절차 없이 거래를 허용했고, 재이행 시에도 최초 가입 때 제출된 신분증 사본만으로 확인을 완료한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절차상 허점은 자금세탁이나 불법 송금, 범죄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FIU가 특히 엄중하게 판단한 대목이다. '거래제한의무' 위반도 중대했다. 고객확인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허용된 사례가 다수 있었고, 의심거래 미보고 역시 문제가 됐다. 법상 수사기관의 영장청구 내용 등으로 자금세탁 정황이 명확히 포착된 경우 의심거래로 보고해야 하지만, 두나무는 일부 거래를 FIU에 보고하지 않았다. FIU는 네 차례 제재심의위원회와 두 차례 쟁점검토 소위원회를 거쳐 과태료 352억 원 부과를 최종 의결했다. FIU 관계자는 "최초와 최종 처분 금액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이는 단순한 행정처분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엄중한 조치"라고 밝혔다. FIU는 향후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와 함께 10일 이상의 의견 제출 기간을 두고, 두나무의 소명 내용을 반영해 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제재는 올해 2월 두나무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3개월) 및 이석우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9명의 신분 제재 통보에 이은 후속 조치다. 당시 현장검사에서는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개사와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4만4,948건)를 포함해 총 957만 건의 특금법 위반이 적발됐다. 현재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의 집행을 일시 정지한 상태다. 업비트는 국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1위 거래소'다. 이번 대규모 제재는 업계 전반에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FIU는 "이번 조치는 단일 기업 제재를 넘어 가상자산사업자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의미"라며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나무는 입장문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FIU의 이번 결정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거래소에 대한 사상 최대 과태료 부과는 FIU가 가상자산의 불투명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향후 타 거래소에 대한 후속 점검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과태료 부과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의 신뢰와 투명성 확보라는 시장 구조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FIU가 강조한 대로 '확고한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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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FIU로부터 352억 과태료⋯역대 최대 규모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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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9)] 태평양 지각판 '셀프 파열' 현장 첫 관측⋯美 대학 공동 연구팀, 섭입대 종말 단계 규명
- 태평양 북서부 해역, 지구의 거대한 엔진 가운데 하나인 섭입대(Subduction Zone)가 장엄한 종말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LSU)와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은 첨단 캐스캐디아 탄성파 영상을 통해 후안 데푸카판(Juan de Fuca Plate)이 스스로 찢어지며 맨틀과의 연결을 서서히 잃어가는 현장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명확하게 관측했다. 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되는 지질학적 과정의 마지막 장을 연 획기적인 발견이며,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지진 및 쓰나미 위험 모델을 다듬을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섭입대의 '수명 종결', 수십 년간 이론에서 현실로 지구의 지각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퍼즐 조각처럼 이어진 지각판(Tectonic Plates)으로 덮여있다. 이 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충돌하는데, 지각판 두 개가 충돌할 때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현상을 섭입이라 하며, 이 경계를 섭입대라고 부른다. 섭입대 주변은 지진, 화산 활동 등 강력한 지질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질학자들은 수십 년간 섭입대가 어떻게 생명을 다하는지에 대해 이론으로만 논해왔으나, 그 종말 단계가 실제로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견은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지구 물리학자 브랜든 슉(Brandon Shuck)과 컬럼비아 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수잔 카보트(Suzanne Carbotte)가 이끈 새로운 탄성파 반사 영상 조사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는 마치 책의 겉표지처럼 쌓여 있는 지각판의 페이지를 한 장씩 벗겨내, 캐스캐디아 섭입대 북단에서 지각판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75km 대형 단층 포착⋯'단계적 탈선'의 과학적 증거 연구팀은 2021년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연구선 '마커스 G. 랑세스(Marcus G. Langseth)'호를 이용한 캐스캐디아 탄성파 영상 실험(CASIE21)을 수행했다. 카보트 박사가 이끈 팀은 15km(9.3마일) 길이의 수중 수신기 배열을 끌면서 통제된 음파 펄스를 지각으로 발사했다. 이 결과 수천 미터 지하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만들었으며, 밴쿠버섬 해역 아래에서 후안 데푸카판이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굽어지면서 단층, 습곡, 그리고 깊은 구조 파열을 일으키는 모습이 전례 없이 상세하게 지도화됐다. 선박 실험으로 해저에서 음파를 반사시키고, 지진으로 발생한 음파(acoustic waves)가 지구 내부를 관통하며 반향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이는 마치 행성 전체를 초음파로 찍는 것과 같다. 특히 익스플로러판을 파괴하는 길이가 무려 75km(47마일)에 달하는 대형 단층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판이 파열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증명한다. "이것은 섭입대가 죽어가는 순간을 포착한 최초의 명확한 그림이다"라고 슉 박사는 밝혔다. 그는 "판이 한 번에 완전히 멈추는 대신, 조각조각 찢어지면서 더 작은 미소판(Microplates)과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있다"며, "따라서 큰 사고라기보다는, 기차가 객차 하나씩 서서히 탈선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단계적 파열은 기존 지질학 이론과 현장 지질학적 움직임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고대의 지각 엔진이 멈출 때 지각 경계가 어떻게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지 보여주며, 산맥, 화산호, 심지어 대륙의 진화 과정까지 추적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판이 스스로 파열되면 아래로 당기는 무게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섭입판의 하강 운동이 서서히 멈춘다. 이 과정이 섭입대 전체의 소멸로 이어진다. 지질 기록과 일치하는 '점진적 파괴'의 증거 슉 박사는 이 과정이 "한 번에 한 단계씩 진행되는 점진적인 파괴"이며, "화산암의 연대가 이러한 단계별 파열을 반영하는 순서로 젊어지거나 늙어지는" 지질 기록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카보트 박사는 지질학자들이 판의 수명과 죽음에 대한 기존 이론을 확인하거나 거부할 증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과정이 작동하는 명확한 그림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새로운 발견은 지구를 형성하는 지각판의 생애 주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 발견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되는 지질학적 현상이라, 앞으로 태평양 북서부 연안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섭입대가 약해지고 조각날 수 있다는 지식은 지질학자들이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재해 모델을 고치는 데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내부의 파열 구조를 따라 앞으로의 지진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이러한 구조가 지진 에너지가 퍼질 때 그 경로를 조종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결과는 구조적 복잡성이 지진 파열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위험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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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9)] 태평양 지각판 '셀프 파열' 현장 첫 관측⋯美 대학 공동 연구팀, 섭입대 종말 단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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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1)] 초거대 블랙홀, 10조개 태양빛에 해당하는 우주적 폭발
- 초거대 블랙홀이 거대한 별을 집어삼키며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강력한 우주 폭발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천문학 연구진은 4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에 발표한 논문에서, 질량이 태양의 5억 배에 달하는 초대형 블랙홀이 태양보다 최소 30배 큰 별을 삼키며 태양 10조 개의 밝기에 해당하는 섬광(flaring)을 방출했다고 밝혔다. 블랙홀 플레어(black hole flare)로 불리는 이 폭발은 지금까지 관측된 블랙홀 섬광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가장 먼 거리(약 100억 광년)에서 포착된 사례로 평가된다. 이 초거대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110억 광년 떨어진 먼 은하계에 존재하는 태양 질량의 약 3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에 의해 생성됐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로, 5.9조 마일(9.5조 km)이다. 태양 질량의 30~200배로 추정되는 이 별은 가스 흐름으로 변해 뜨겁게 달아오르며 빛나다가 사라졌다. 연구를 이끈 매슈 그레이엄 교수는 "이런 규모의 현상은 천만 분의 일 확률로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사건"이라며 "폭발의 지속 시간과 에너지 규모를 고려할 때, 블랙홀 섬광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 교수는 블랙홀이 근처의 별, 가스, 먼지, 기타 물질을 삼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거대한 플레어 현상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발의 최고조는 지금까지 관찰된 어떤 블랙홀 플레어보다 30배 더 밝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현상은 2018년 칼텍이 운영하는 팔로마 천문대에서 세 개의 지상 망원경이 수행한 광역 관측 프로젝트 중 처음 포착됐다. 당시에는 단순히 '특이하게 밝은 천체'로 분류됐으나, 2023년 재분석 과정에서 그 거리가 100억 광년 이상임이 확인되며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폭발은 7년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별이 블랙홀의 중력장에 휘말려 궤도를 벗어나면서 파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플레어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밝기가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전체 과정이 완료되는 데 약 1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견은 블랙홀의 성장 과정과 은하 중심부의 동역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레이엄 교수는 "예전에는 대부분의 은하 중심 블랙홀이 조용히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 주변이 훨씬 역동적이며 복잡한 환경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폭발이 앞으로 수년간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에너지 방출 메커니즘과 잔류 물질의 거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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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1)] 초거대 블랙홀, 10조개 태양빛에 해당하는 우주적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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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8)] MIT, '초소형 분자 실험실'로 원자핵 내부 첫 탐사 성공
- 우주가 텅 비어있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 직후, 세상은 물질과 그 거울상인 반물질로 똑같이 나뉘어 있었다. 이 둘은 만나면 빛을 내며 쌍소멸(雙消滅)하는 운명이었다. 만약 이론대로 이들이 완벽한 대칭을 이뤘다면, 우주는 텅 빈 빛으로만 가득 찼어야 한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 균형을 깼고, 물질만 남아 지금의 우주와 우리가 존재하게 됐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이 '대칭 위반'의 증거를 찾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원자핵 내부의 비밀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길을 열었다. 이는 원자 자신의 전자를 '소통 수단(communicator)'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 대신, 분자(molecule) 자체를 '초소형 정밀 실험실'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원자 자신의 전자가 핵 내부를 탐사하고 그 정보를 밖으로 가져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핵물리학 분야의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물리학자들이 가진 '우주 규칙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칙서의 첫 장부터 '왜 물질만 남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완벽해야 할 저울을 한쪽(물질)으로 기울게 한 '보이지 않는 손', 즉 '기본 대칭 위반(violation of fundamental symmetries)'의 추가 근원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강력한 증거가 특정 원자의 핵 내부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문제는 원자핵 내부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이 미시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인류는 수 킬로미터에 걸쳐 퍼져 있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에 의존해왔다. 입자 가속기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들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목표물인 원자핵에 강력하게 충돌시킨다. 이 충격으로 원자핵이 산산조각 날 때 나오는 파편들을 분석해 내부 구조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거대 가속기 대체할 '분자 실험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연구팀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연구팀은 지난 10월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핵을 부수는 대신 '분자' 환경을 이용해 원자핵 내부를 '탐색'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는 분자 중심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핵 구조를 직접 탐사하는 더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연구팀이 사용한 물질은 '플루오린화 라듐(Radium monofluoride, RaF)'이라는 특수 분자다. 연구팀은 라듐(Radium) 원자와 플루오린(Fluorine) 원자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켰다. 연구팀은 이 분자 구조 내에서 라듐 원자 궤도를 도는 전자의 에너지 수준을 세심하게 측정했다. 이 설정은 사실상 소형 입자 충돌기를 모방한 것으로, 전자를 가두고 전자가 때때로 핵을 뚫고 들어가 그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핵심은 원자가 분자라는 더 큰 구조물 내부에 갇히면, 그 궤도를 도는 전자들 역시 분자 내부의 강력한 전기장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실비우-마리안 우드레스쿠 박사는 "이 방사성 원자(라듐)를 분자 내부에 넣으면, 그 전자가 경험하는 내부 전기장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생성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기장보다 몇 차수나 더 크다"라며 "이 구성은 어떤 면에서 분자가 거대한 입자 충돌기처럼 작동하여 라듐의 핵을 탐사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강력한 내부 전기장은 라듐 원자의 전자들을 사실상 '압착'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렇게 행동반경이 좁아진 전자들은 원자핵 주변을 맴돌다가, 핵 내부로 잠시 '스며들어갈'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진다. 핵 정보 빼내 온 '전령 전자' 연구팀은 이렇게 생성한 플루오린화 라듐 분자를 포획해 냉각시킨 뒤, 진공 챔버를 통해 조심스럽게 이동시키며 분자와 상호작용하도록 맞춤 제작한 레이저 빛을 쏘였다. 이 레이저를 통해 라듐 전자의 에너지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예상치와 미세한 '에너지 변화(shift)'가 있음을 감지했다. 이 에너지 변화는 비록 분자를 들뜬 상태로 만드는 데 사용된 레이저 광자 에너지의 약 100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미미했다. 그러나 이 '미묘한 불일치'야말로, 전자가 핵 외부가 아닌 '핵 내부'로 분명히 진입했으며, 그 안의 양성자 및 중성자들과 상호작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핵을 방문하고 빠져나온 전자가 핵 내부의 중요 정보를 전달하는 에너지 변화를 회수하여 외부 세계로 전달하는 '전령(messenger)'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셰인 윌킨스 박사는 "우리는 핵과 핵 외부 전자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모습인지 이미 알고 있다"라며 "이 전자 에너지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했을 때, 전자가 핵 외부에서만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한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그 차이가 반드시 핵 내부에서의 전자 상호작용 때문임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우주 비밀의 열쇠, '배 모양' 라듐 핵 그렇다면 연구팀은 왜 수많은 원소 중에 하필 '라듐'을 선택했을까? 대부분의 원자핵은 완벽한 '공 모양'이라 대칭이 깨진 신호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라듐의 핵은 럭비공처럼 한쪽이 더 불룩한 비대칭 '배(pear) 모양'을 하고 있다. 이론가들은 바로 이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가, 우리가 찾고 있는 미세한 '대칭 위반' 신호를 수백 배 이상 '증폭'시켜 관측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줄 특별한 실험실이라고 예측해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로널드 페르난도 가르시아 루이스 MIT 부교수는 "라듐 핵은 전하와 질량이 비대칭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특성 때문에, 이러한 대칭성 깨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그룹은 이 라듐 핵에서 대칭 위반의 징후를 찾기 위한 방법 개발에 주력해왔다. 물론 라듐 핵을 탐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라듐은 자연 방사성 원소이며 반감기(수명)가 짧다. 연구팀은 플루오린화 라듐을 소량만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련 상호작용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측정 기술이 필수였다. "핵 내부 지도 그릴 것"…물질-반물질 수수께끼 풀린다 이번 성공으로 연구팀은 원자핵 내부의 '자기 분포(magnetic distribution)'를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는데, 이 자석들의 방향이 핵 내부의 공간 배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어떻게 정렬되어 있는지) 상세히 규명할 수 있게 됐다. 가르시아 루이스 교수는 "우리는 이제 핵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증거를 가졌다"라며 "이는 배터리의 전기장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배터리 외부의 전기장은 측정할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를 측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비유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핵 내부의 힘 분포를 매핑하기 위해, 이 플루오린화 라듐 분자들을 더 낮은 온도로 냉각시키고, '배 모양' 핵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는 분자 속의 라듐 핵이 무작위 방향으로 있지만, 그 방향을 통제할 수 있으면 더 정밀한 측정으로 핵 내부의 힘 분포를 상세히 규명하고, 마침내 우주론의 난제인 기본 대칭 위반의 증거를 탐색할 수 있다. 가르시아 루이스 교수는 "라듐 함유 분자는 자연의 기본 대칭 위반을 탐색하는 데 매우 민감한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우리는) 이제 그 탐색을 수행할 방법을 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새로운 방법으로 라듐의 특성을 더 탐구하여, 우리 우주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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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8)] MIT, '초소형 분자 실험실'로 원자핵 내부 첫 탐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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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0)]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 체내서 DNA 손상 물질 생성 확인
-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가 인체 내에서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물질을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시판 제품에서도 소량의 해당 물질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와 노스캐롤라이나대(UNC) 공동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사람 장(腸) 조직과 인체 세포를 활용해 수크랄로스 섭취 후 생성되는 부산물의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sucralose-6-acetate)가 DNA 절단 및 염색체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독성(genotoxic)' 물질로 확인됐다. 논문 교신저자인 수전 시프먼 교수는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는 인간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물질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당 물질이 장 점막 장벽의 전기저항을 낮춰 투과성을 높였으며, 염증 반응 증가와 약물대사 효소 저해 신호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는 수크랄로스 제조 과정 또는 인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로, 연구팀은 일부 제품에서 0.67% 수준의 잔류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서는 지방조직에 잔류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시프먼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크랄로스에서 섭취 및 대사되기 전에도 미량의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가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 수크랄로스를 투여받은 쥐는 아세틸화 대사산물을 생성하고, 투여 중단 후에도 지방에 수크랄로스가 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사물에는 소변과 대변에서 검출된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가 포함됐다. 실험 결과 해당 화합물은 DNA 가닥 파열을 유발하는 염색체 손상 유발 물질(클라스토제닉)로 확인됐다. 염색체 손상을 검출하는 별도의 미세핵 검사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확인됐다. 미세핵은 염색체가 손상될 때 형성되는 작은 DNA 함유체이다. 실험 결과 노출 후 미세핵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규제기관들은 유전독성 물질에 대해 1인당 하루 0.15㎍(마이크로그램) 수준의 노출 한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수크랄로스로 감미한 음료 한 잔만으로도 이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며 추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 및 조직 기반 실험에 국한된 것으로, 인체 전체 노출 수준과 장기적 영향은 추가 검증이 요구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8년 수크랄로스를 승인했으나, 당시 심사자료에는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에 대한 최신 분자독성학적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밀 분석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안전성 평가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간 섭취자 대상 역학조사 및 실제 노출량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독성학 및 환경보건 저널 Part B(Journal of Toxicology and Environmental Health, Part B)'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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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0)]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 체내서 DNA 손상 물질 생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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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0)] 20광년 밖 '슈퍼 지구' 발견⋯외계 생명 탐사의 새 이정표
- 지구에서 불과 20광년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슈퍼 지구(super-Earth)'형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차세대 망원경으로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탐사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최근 왜성(矮星) 'GJ 251'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 'GJ 251 c'를 발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지구 질량의 약 4배로 추정되며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같은날 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수브라스 마하다반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이 행성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불리는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해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면 생명체가 서식할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디락스 존'은 천문학과 행성과학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영역'을 뜻하는 용어다. 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알맞은' 죽(porridge)을 고른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천문학자들은 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 중 생명체가 살기에 '딱 알맞은' 온도 조건이 유지되는 구간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 이번 발견은 약 20년에 걸친 장기 관측 데이터와 정밀 분광 분석을 결합해 얻은 결과다.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 맥도널드 천문대의 허비-에벌리 망원경에 장착된 고정밀 근적외선 분광기 '거주가능 구역 행성 탐색기(HPF·Habitable-Zone Planet Finder)'를 이용해 이 행성을 포착했다. HPF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설계·제작을 주도했으며, 거주가능 구역 내 지구형 행성을 탐색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연구진은 항성 'GJ 251'의 미세한 진동, 즉 도플러 효과로 인한 '별빛의 흔들림'을 정밀 분석해 이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먼저 기존에 알려진 내행성 'GJ 251 b'의 주기(14일)를 보정한 후, 새로 관측된 54일 주기의 강한 신호를 포착함으로써 더 큰 질량을 가진 외행성의 존재를 입증했다. 이후 연구진은 애리조나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의 NEID 분광기를 이용해 같은 신호를 재확인했다. 연구를 총괄한 코리 비어드(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관측 기술과 데이터 분석이 결합된 최첨단 과학의 성과"라며 "향후 대형 지상망원경이 가동되면 이 행성을 직접 관측해 대기 성분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성 탐사는 항성의 활동(별의 자기폭풍이나 흑점 등)이 행성의 신호로 오인되는 어려움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양한 파장에서 나타나는 신호의 변화를 비교·분석하는 복합 계산 모델을 활용했다. 마하다반 교수는 "항성의 잡음 속에서 미세한 신호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번 연구는 복합 데이터 과학과 첨단 분광 기술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발견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계산·데이터과학연구소(ICDS)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미 항공우주국(NASA), 하이징-사이먼스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천문학과의 에릭 포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학제적 협력의 모범"이라며 "정교한 통계 분석과 고해상도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미래의 외계 생명 탐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로는 이 행성을 직접 촬영하거나 대기 조성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30m급 차세대 지상 망원경이 가동되면 대기 중 생명활동의 화학적 징후를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하다반 교수는 "우리가 찾는 것은 단지 행성이 아니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지구의 가능성"이라며 "이번 발견은 향후 10년 내 생명체 탐색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중요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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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0)] 20광년 밖 '슈퍼 지구' 발견⋯외계 생명 탐사의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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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해킹 은폐' 막는다⋯신고 없이도 현장 조사 착수
- 정부가 최근 잇따른 해킹 사고와 늑장 신고 사태에 대응해, 기업의 신고 없이도 해킹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현장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보안의무 위반 기업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도입, 이행강제금 부과 등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SK텔레콤, KT, 롯데카드, SK쉴더스 등 주요 통신사 해킹 사고와 늑장 신고로 초기 대응이 늦어졌던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공·금융·통신 분야 등 국민이 이용하는 1600여 개 IT시스템에 대한 전면 점검을 추진하고, 보안 공시 의무 대상을 상장사 전체로 확대한다. 업계에서는 경찰권 남용과 기업 평판 리스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니해설] 정부, 해킹 정황시 기업 신고 없어도 조사 '초강수 대책' 최근 연이은 해킹 사고와 늑장 신고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자, 정부가 사이버 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해킹 정황이 포착될 경우 기업의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 조사가 가능하도록 법·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보안 의무 위반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과 이행강제금까지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는 22일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공공·민간의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를 전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SK텔레콤·KT 등 주요 통신사의 해킹 사고 이후 늑장 신고와 피해 확산이 이어진 데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지난 4월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해킹 사실을 인지한 뒤 하루가 지난 시점에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고, KT는 불법 기지국(펨토셀)으로 인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사고 발생 후 3일 만에 보고했다. 정보통신망법상 해킹 사고는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골든타임(사고 발생 직후 24시간~48시간)'을 놓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킹을 인지하고도 은폐하거나 신고를 지연하는 관행을 끊기 위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는 해킹 정황이 포착되면 기업의 신고 없이도 현장 조사를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지연, 재발 방지 미이행, 개인정보·신용정보 반복 유출 등 보안 의무 위반 행위에는 과태료·과징금 상향과 함께 징벌적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통신·금융·공공 등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핵심 인프라 1600여 개 IT시스템을 대상으로 전면 점검에 착수한다. 최근 침해 사례가 잦고 2차 피해 위험이 큰 통신사에는 실제 해킹 시나리오를 적용한 불시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보안 체계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요 IT 자산의 식별·관리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보안이 취약한 소형 기지국(펨토셀)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즉시 폐기하도록 했다. 또 해킹 피해 발생 시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통신·금융 등 주요 업종별로 이용자 보호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보보호 공시 의무 대상을 현행 666개 기업에서 상장사 전체(약 2700여 개)로 확대해 기업별 보안 수준을 공개 등급화한다. 아울러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보안 인증 제도(ISMS·ISMS-P)는 현장 중심 심사로 전환해 사후 관리 강화를 추진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안 책임 원칙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사권 강화가 자칫 경찰권 남용이나 사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고 없이 정부가 현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되면 기업 경영활동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조사 결과가 해킹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기업 평판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조사 대상 공개 절차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도 해킹의 피해자인 만큼, 자발적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감면 제도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은 단기적인 제재 강화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의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원 산하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과 부처 간 협력을 확대해 민관군 합동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포렌식 실험실을 구축해 해킹 사건 분석 기간을 현재 14일에서 5일 이내로 단축하고, 공공기관 정보보호 책임관 직급을 국장급에서 실장급으로 상향한다. 보안 인력 양성도 강화된다. 정부는 차세대 AI 보안 기업을 연간 30개사 규모로 육성하고, '화이트 해커' 등 고급 보안 전문가를 매년 500명 이상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이번 종합대책을 포함한 중장기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확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정부가 사이버 보안을 단순 기술 이슈가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라고 평가한다. 이번 대책이 단순한 '보안 강화'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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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해킹 은폐' 막는다⋯신고 없이도 현장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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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8)] 실온에서도 얼어붙는 '아이스 XXI' 발견⋯韓 연구진 참여로 얼음의 비밀 한층 더 풀렸다
- 유럽의 대형 X선 레이저 실험에서 실온에서도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신종 얼음 ice XXI(아이스 21)이 발견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 연구팀은 해당 얼음을 ice XXI(아이스 21)로 명명하고, 이 얼음이 4각형 결정 구조(tetragonal crystal) 로 구성되며 단위구조에 무려 152개의 물 분자가 반복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독일의 유럽 X선 자유전자레이저(European XFEL) 시설에서 다이아몬드 앤빌 셀(DAC) 을 활용해 물을 최대 약 2기가파스칼(gPa) 수준까지 빠르게 압축하고 이후 완만하게 감압하면서, 초당 백만 장 이상의 X선 이미지를 연속 촬영해 결정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이 과정을 수백 차례 반복한 끝에 아이스 XXI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 같은 발견은 얼음의 다양한 결정형이 아직 더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특히 태양계의 얼음 위성이나 극저온 환경의 천체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얼음 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실온 얼음의 발견이 남긴 과학적 함의 얼음이라 하면 흔히 얼음결정(ice I)을 떠올리지만, 물은 온도·압력 조건에 따라 현재까지 20여 개의 얼음 상이 알려져 있다. 이번 ice XXI의 발견은 그 경계선을 또 한 차례 확장한 성과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유럽 XFEL 시설을 활용해 물을 극한 압력 환경에 노출한 뒤 감압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다이아몬드 앤빌 셀을 통해 물을 최대 약 2gPa(지구 대기압 대비 약 2만 배)까지 압축하고, 천천히 감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물의 결정 전이 경로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ice XXI라는 과도 준안정(metastable)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아이스 XXI(ice XXI)는 4각형 구조의 결정 격자를 갖고 있으며, 하나의 반복 단위(unit cell)에 152개의 물 분자가 포함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얼음 상들과는 다른 규모와 대칭성을 지니는 구조다. 또한 ice XXI는 일종의 과도 상(transition intermediate)으로 판단되며, 얼음 VI 상이 형성되는 경로 중 하나의 숨겨진 전이(intermediate pathway)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학자 이근우 박사는 "유럽 XFEL의 독특한 X선 펄스를 활용해, 동적 다이아몬드 압착 셀을 통해 1000회 이상 급속히 압축 및 감압된 H₂O에서 다중 결정화 경로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발견은 과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 얼음 상 구조 다양성 확대 지금까지 알려진 얼음 상보다 더 복잡한 구조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준안정 상태의 결정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얼음 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다. △ 천체·우주 환경과의 연계 얼음 위성이 존재하는 태양계 외곽 천체들-예를 들어 목성의 위성, 토성의 위성, 혹은 혜성의 얼음층-은 극저온·고압 환경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ice XXI 같은 미지의 얼음 상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천체 물리·우주 과학 분야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 물-얼음 상전이 경로 연구의 진전 얼음이 형성되는 경로, 즉 물 분자들이 어떻게 배열을 바꾸며 고체 상태로 전이하는지가 결정 과학 및 응집물리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실험은 압축과 감압을 매우 빠른 시간 단위로 반복하면서 그 미세한 경로를 X선으로 실시간 기록한 점에서 기술적으로 진보한 접근법이다. △ 신소재 및 극한 물질 연구의 가능성 복잡한 결정 구조를 갖는 얼음 상은 다른 물성(예: 열전도성, 비열, 강도 등)에서 특이한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극한 환경 소재나 고압 물질 연구에 있어서도 새로운 응용 지평을 제공할 여지다. △ 이론·모델 정교화 압력 기존의 이론 모델이나 시뮬레이션은 일정한 온도·압력 범위에서 알려진 얼음 상 전환만을 고려해 왔다. ice XXI의 존재는 이론 모델을 더욱 확장하고, 미지 결정형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링에 대한 요구를 강화한다. 다만, 일상적인 냉동고나 가정 환경에서 ice XXI를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매우 높은 압력과 빠른 압축·감압 과정을 요구하며, 안정화되지 않는 준안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국제 공동 연구의 결과로, 향후 추가 실험을 통해 ice XXI의 안정 영역을 규명하고, 또 다른 미지의 얼음 상을 찾기 위한 촉매가 될 전망이다. 물과 얼음, 그리고 그 변이형에 내재한 복잡성과 아름다움이 다시 한번 과학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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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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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8)] 실온에서도 얼어붙는 '아이스 XXI' 발견⋯韓 연구진 참여로 얼음의 비밀 한층 더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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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6)] 두 개의 블랙홀 '쌍둥이 궤도' 첫 관측⋯136년 수수께끼 풀리다
- 인류가 처음으로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공전하는 모습을 직접 관측했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 천문학자 마우리 발토넨(Mauri Valtonen) 연구팀은 초대형 전파망원경 관측망을 통해 퀘이사 'OJ287' 중심부에서 두 개의 초질량 블랙홀이 나란히 공전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9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OJ287은 지구에서 약 5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퀘이사로, 그동안 12년 주기의 밝기 변동이 관측되어 두 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지상 및 우주 전파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결합해 두 블랙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두 블랙홀이 서로를 도는 장면이 이미지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 가스와 고속 입자 제트를 통해 그 위치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측 결과,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80억 배, 동반 블랙홀은 약 1억5000만 배로 추정된다. 이번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에는 러시아의 우주 전파망원경 '라디오애스트론(RadioAstron)' 위성이 포함됐다. 이 위성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된 전파망원경을 탑재한 러시아 과학 위성이다. 이 위성의 안테나는 달까지 거리의 절반까지 접근해 관측 정밀도를 크게 높였다. 덕분에 연구진은 두 개의 제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것을 식별해 각각의 블랙홀에 해당함을 확인했다. OJ287의 특이성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알려져 있었다. 136년 동안의 광학 관측에서 약 12년을 주기로 밝기가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주기적 변화가 두 블랙홀의 공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붕괴하면서 형성되며, 주변 물질을 흡수하며 성장한다. 일부는 강력한 중력과 마찰로 인해 물질이 고온으로 달아오르며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활성은하핵(AGN)'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퀘이사다. 퀘이사는 태양보다 수십억 배 무거운 초질량 블랙홀이 방출하는 강렬한 빛줄기로, 지구에서도 관측 가능한 우주 최강의 광원 중 하나다. 이번 관측으로 과학자들은 그동안 중력파 탐지로만 간접 확인했던 '블랙홀 이중계'의 실재를 시각적으로 증명하게 됐다. 연구진은 다만 "관측된 두 개의 제트가 겹쳐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더 높은 해상도의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토넨 교수는 "라디오애스트론 위성이 활동하던 시기 덕분에 이런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향후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 작은 블랙홀의 '꼬리 흔들림(wagging tail)' 현상까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블랙홀의 형성과 병합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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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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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6)] 두 개의 블랙홀 '쌍둥이 궤도' 첫 관측⋯136년 수수께끼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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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5)] 올가을, 밤하늘에 세 차례 슈퍼문이 뜬다
- 올가을에는 하늘이 특별히 밝아질 전망이다. 10월 6일, 11월 5일, 12월 4일 세 차례에 걸쳐 달이 평소보다 더 크고 밝게 떠오르는 '슈퍼문(Supermoon)' 현상이 잇따라 나타난다. 특히 오는 10월 6일은 음력 8월 15일로 민족의 명절인 추석 무렵의 만월 역시 슈퍼문으로 관측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를 타원 궤도로 돌며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근지점·Perigee)에 있을 때 만월이 겹쳐 보름달이 평소보다 크고 밝게 보이는 현상이다. 평균적으로 지구와의 거리가 약 38만 4000km이지만, 근지점에서는 35만 6000km까지 접근해 달이 최대 14%, 밝기는 최대 30%까지 커지고 밝아진다. 육안으로는 미묘한 차이지만, 사진으로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2025년은 유난히 '달의 해'로 꼽힌다. 달의 공전 주기와 근지점의 위치가 맞물리면서 세 달 연속 슈퍼문이 뜨는 보기 드문 해이기 때문이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연속 슈퍼문은 약 14개월을 주기로 반복되며, 해마다 1~3회가 관측된다. 특히 올해 10월의 추석은 영어로도 추수하는 의미가 담긴 '하베스트문(Harvest Moon)'으로, 북반구 농경 문화에서 수확기의 마지막 달빛으로 불렸다. 11월 '비버문(Beaver Moon)'은 비버가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12월 '콜드문(Cold Moon)'은 본격적인 한겨울의 시작을 상징한다. 슈퍼문은 해가 진 직후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를 때 가장 크고 인상적으로 보인다. 이는 달이 낮게 걸려 있을 때 시각적 착시로 더 커 보이는 '달 착시(Moon illusion)' 현상 때문이다. 도시의 건물이나 산, 나무와 함께 프레임을 잡으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이번 가을의 3연속 슈퍼문은 육안 관측은 물론, 사진 촬영에도 좋은 기회다. DSLR 카메라의 200mm 이상 망원렌즈로 달이 수평선 위로 떠오를 때를 포착하면 '도시 위 슈퍼문'의 명장면을 담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광각모드로도 일몰의 잔광과 함께 달을 배경으로 찍으면 색감이 깊고 서정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슈퍼문이 조석간만의 차를 약간 키우기는 하지만, 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와는 무관하다"며 "다만 구름에 가리지 않는 날씨가 관측의 최대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달 추석 보름달 역시 슈퍼문으로 떠오르는 만큼, 지역에 따라 흐린 곳도 있겠지만 올해 한가위 달맞이는 유난히 크고 찬란한 달빛 아래에서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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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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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5)] 올가을, 밤하늘에 세 차례 슈퍼문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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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1년 새 공장 로봇 30만 대 늘려⋯세계 전체보다 빠른 확장세
- 중국이 지난해 공장에 30만 대의 산업용 로봇을 새로 설치하며 세계 최대의 로봇 제조·도입국으로 부상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약 30만 대의 산업용 로봇을 신규 도입해 공장에서 가동 중인 로봇 수가 총 2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과 주요 선진국을 모두 합친 수치를 뛰어넘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공장 내 신규 설치 로봇은 3만4000대에 그쳤다. '중국제조 2025'의 결실 이번 성과는 2015년 베이징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중국은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로봇,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기술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과 막대한 공공 자본 투입이 핵심 동력이었다. 국유은행들은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했고, 정부는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을 적극 지원했다. 기술분석기관 옴디아(Omdia)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안 제이 수(Lian Jye Su)는 "중국의 로봇 산업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 다년간의 집중적 투자와 정부 정책의 결과"라며 "중국 기업들은 체계적 지원 속에 제조업 패권 달성을 향해 움직여왔다"고 평가했다. 10년간 이어진 '로봇 굴기' 중국의 로봇 보급 확대는 10년 넘게 이어진 정부 주도 전략의 산물이다. 2017년 이후 중국 공장들은 매년 15만 대 이상의 로봇을 새로 설치해 왔으며, IFR은 이를 "지속적 자동화 정책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제조 상품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독일·일본·한국·영국을 모두 합친 수준을 넘어선다. 2024년까지 중국의 공장에 설치된 로봇은 대부분 수입산이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설치된 로봇의 60%가 자국산 제품이었다. IFR은 "중국 내 로봇 기술의 자립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로봇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의 산업용 로봇 수는 미국의 약 5배에 달한다. 반면 일본, 한국, 독일, 미국 등 주요 로봇 강국은 지난해 로봇 신규 설치 수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아시아·미국 등 지역별 로봇 도입량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로봇 도입량의 54%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시장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9만 5000대로, 역대 최고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체들이 자국 내에서 해외 공급업체보다 더 많은 로봇을 처음으로 판매한 점이 주목된다. 중국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28% 수준에서 지난해 57%로 급등했다. 현재 중국 공장에 가동 중인 로봇은 200만 대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로봇 수요의 감소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IFR은 중국 제조업이 2028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해 산업용 로봇 4만 4500대를 설치하며 전년 대비 4% 감소했지만, 여전히 세계 2위 시장으로 자리했다. 가동 중인 로봇은 3% 늘어난 45만 500대로 집계됐다. IFR은 일본의 로봇 수요가 2025년 소폭 반등한 뒤 중기적으로 한 자릿수 중반 성장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2024년 3만 600대의 로봇을 설치하며 3% 감소세를 기록했다. 연간 설치 규모는 2019년 이후 약 3만 1000대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인도는 지난해 9100대의 로봇을 새로 설치하며 7% 성장,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전체 설치의 45%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IFR은 인도가 연간 설치 기준 세계 6위 로봇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미국의 로봇 설치 대수는 4년 연속 5만대를 넘어서 5위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50,100대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2023년 목표치보다 10% 감소한 수치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생태계 구축 IFR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전용 구동 모터, 관절, 제어칩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인간형 로봇의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자동차·물류·제조 분야로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로봇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인공지능과 결합한 차세대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로봇 확산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로봇이 생산을 이끌고, AI가 이를 지휘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을 상징한다. 중국이 30만 대의 로봇을 추가 설치한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로봇 강국'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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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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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1년 새 공장 로봇 30만 대 늘려⋯세계 전체보다 빠른 확장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