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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4)] 화성에 가면 더 빨리 늙는다?⋯상대성이론이 만든 '시간의 차이'
- 화성의 시간은 지구보다 빨리 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통신·항법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류가 화성 탐사와 유인 거주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화성에서의 시간 흐름이 지구와 다르게 작동한다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연구 결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과학기술 전문 매체 뉴아틀라스가 보도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화성에 머무는 사람은 지구에 있을 때보다 매일 약 477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만큼 더 빠르게 나이를 먹는 것으로 계산된다. 단위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장기간 누적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된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관측자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중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한다. 특히 시간은 공간과 결합된 네 번째 차원으로, 어떻게 흐르는지는 관측자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른바 '시간 지연(time dilation)' 현상은 오랫동안 공상과학의 소재로 다뤄졌지만, 이미 현대 기술에서 실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성항법시스템(GPS)이다. GPS 위성은 지구 표면보다 약 2만 km 상공을 초속 4km 이상으로 이동하는데, 이 속도로 인해 위성 시계는 지상 시계보다 하루 약 7마이크로초 느리게 간다. 여기에 중력 효과가 더해진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궤도 상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빨라지며, GPS 위성은 이 효과로 하루 약 45마이크로초를 '얻는다'. 두 효과를 합산하면 위성 시계는 지상보다 하루 38마이크로초 빠르게 움직인다. 이러한 차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위치 계산 오차가 하루 수 km에 달해, GPS는 사실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인류의 활동 무대가 지구 궤도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면서 시간 보정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과 관련 연구진은 이미 달에서의 시간 체계를 별도로 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달에서는 시간이 지구보다 하루 약 56마이크로초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화성의 경우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닐 애슈비와 비주나트 파틀라 연구진은 화성에서의 시간 흐름을 정밀 계산한 결과, 화성의 시간은 평균적으로 지구보다 하루 477마이크로초 빠르며, 연중 최대 266마이크로초의 변동 폭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는 화성이 달과 달리 태양을 중심으로 한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공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성 자체의 중력과 궤도 흔들림까지 고려해야 해 계산은 '4체 문제'로 확장되며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 차이가 단순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성 탐사선과 기지, 위성, 통신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태양계 인터넷' 환경에서는 시간 오차가 곧 통신 오류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 환경에서는 고정된 보정값이 아닌 상시 변화하는 동적 시간 보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애슈비 연구원은 "화성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처음으로 명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시간은 상대성이론의 핵심 요소로,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계산과 적용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됐다. 인류가 화성 정착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 시점에서, '시간'이라는 기본 단위마저 새롭게 정의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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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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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4)] 화성에 가면 더 빨리 늙는다?⋯상대성이론이 만든 '시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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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아파트값 상승폭 확대⋯매물 급감 속 강남3구 중심 강세 재확인
- 서울과 경기 아파트값 상승폭이 이번 주 소폭 확대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단지의 상승 거래가 지수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8% 올라 지난주(0.1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다시 강화되면서 서초구는 0.23%,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23%, 0.34% 상승했다. 성동·마포·광진 등 주요 도심권과 동대문·성북·서대문 등 강북권도 일제히 상승폭이 확대됐다. 매물 급감 역시 가격 압력을 높이고 있다.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883건으로 대책 발표 직후보다 19% 넘게 줄었다. 경기 역시 0.09%로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커졌으며, 규제지역인 분당·하남·수지 등이 강세를 보였다. 전셋값도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전반에서 상승세가 확대됐다. [미니해설] 서울 아파트 매물 급감…'거래 위축 속 가격 상승'의 전형적 구조 서울과 경기 아파트값이 이번 주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겉으로는 거래 감소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실제 가격 지표는 역으로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 즉 '거래 절벽 속 가격 상승'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이후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임차인이 거주 중인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졌고, 이를 피한 실수요 중심 매물만 거래되면서 체감 공급이 줄었다. 매물 감소는 결국 직전 거래가격이 시세에 더 빠르게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강남3구·한강벨트 중심으로 상승폭 확대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18% 상승해 지난주(0.1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의 중심축은 다시 강남3구로 이동했다. 서초구 0.23%(지난주 0.21%), 강남구 0.23%(지난주 0.19%), 송파구 0.34%(지난주 0.33%)가 올랐다. 한강벨트 지역도 일제히 강세다. 성동구(0.27%), 마포구(0.19%), 광진구(0.18%) 등 도심 프리미엄 지역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성북·서대문·동대문·은평·도봉 등 중저가 지역까지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지역별 변동이 아니라 '선호도 기반 양극화'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건축 가능성, 교통망, 학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요가 특정 대단지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매물 감소, 가격 상승 압력 더욱 키워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기준, 11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883건으로 6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10·15대책 발표 직후 7만4000여 건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9.2% 급감한 수치다. 전국에서 매물 감소폭이 가장 컸다는 점은 서울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허구역 내 다수 단지가 규제 영향으로 거래가 막히며 '잠김 현상(lock-in)'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재건축 단지, 역세권·학군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실제 거래가 성사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도 상승폭 확대…규제·비규제 지역 간 온도차 뚜렷 경기도 아파트값도 이번 주 0.09% 상승해 지난주(0.07%)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지역별로는 규제완화 효과와 규제지역의 견조한 수요가 혼재돼 상승 흐름을 만들고 있다. 성남 분당구 0.38%, 하남시 0.32%, 용인 수지 0.44%, 과천시 0.45% 등으로 나타났다. 과천은 10·15대책 이후 변동성이 줄었음에도 강세가 이어지며 상승률 상위권을 유지했다. 한편 규제 해제 지역인 화성시는 10·15대책 직후 급등세를 보이다 지난주 0.01%로 진정됐으나, 이번 주 다시 0.10% 오르며 반등했다. 이는 풍선효과 기대감이 지역 심리에 잔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천·지방은 안정세…수도권과 양극화 구조 명확 인천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4% 상승해 지난주(0.06%)보다 둔화했다. 지방과 전국 아파트값은 각각 0.02%, 0.06%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전국적인 온도 차는 지역 수요의 한계, 공급 부담, 금리 인하 기대감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도권 특히 서울·경기만의 강세는 수요 집중 구조가 전국적 수준의 온도 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셋값도 강세…방학 이사철 수요 본격 반영 전셋값은 방학 이사 수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수도권 중심으로 강세가 확대되고 있다. 전국(0.08% → 0.09%), 수도권(0.11% → 0.13%), 서울(0.14% → 0.15%), 경기(0.10% → 0.12%), 인천(0.09% → 0.11%) 등 모두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벌어졌다. 지난해 대비 상대적으로 전세 공급이 부족한 역세권·대단지·신축 중심으로 문의가 늘면서 전세가격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동반 상승하는 구간의 전형적 모습으로, 향후 매매가격 상승 압력을 추가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단기 강세·중기 불확실성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매물 감소와 전세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겠지만, 금리·공급·정책 변수에 따라 중기 흐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본다. 현 시장은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은 오르는 구조, 즉 '잠김·희소성 기반의 상승 국면'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방학 이사철 수요가 소진되는 1분기 이후에도 현재의 상승 흐름이 유지될지는 금리 인하 시점, 분양 물량 소화,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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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아파트값 상승폭 확대⋯매물 급감 속 강남3구 중심 강세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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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2)] 화성서 '열대우림형 강우' 흔적 발견⋯고대 생명 가능성 무게
- 화성의 붉은 표면 위에서 밝은 색 점처럼 관측되던 암석(카올리나이트)들이, 과거 화성 일부 지역에 지구의 열대기후에 준하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집중호우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증거로 제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발견한 이 암석은 백색의 알루미늄이 풍부한 점토 광물인 카올리나이트(kaolinite)로 밝혀졌다. 이는 지구에서는 수백만 년에 걸쳐 강수량이 많은 습윤 기후 속에서 암석과 퇴적물이 용탈 작용을 거쳐 형성되는 광물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퍼듀대 브라이어니 호건 교수 연구팀의 박사후연구원 에이드리언 브로즈(Adrian Broz)가 제1저자로,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러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호건 교수는 현재 NASA의 퍼서비어런스 임무 장기 기획 책임자도 맡고 있다. 호건 교수는 "화성에서 이와 유사한 암석은 지질학적으로 형성되기 매우 까다로운 유형"이라며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암석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비가 내렸던 과거의 따뜻하고 습한 기후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즈 연구원은 "지구에서 카올리나이트는 주로 열대우림과 같은 강우량이 많은 지역에서 발견된다"며 "액체 상태의 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화성에서 이 광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과거 화성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물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카올리나이트 파편들은 자갈 크기에서 바위 크기까지 다양하며, 퍼시비어런스의 슈퍼캠(SuperCam)과 마스트캠-Z(Mastcam-Z) 장비를 통해 초기 분석이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 암석들을 지구의 유사 암석과 비교해 성분 분석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화성이 어떻게 현재의 건조하고 황량한 환경으로 변화했는지를 추적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 암석들의 기원에 대해서도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퍼시비어런스가 2021년 2월 착륙한 제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는 과거 타호 호수(Lake Tahoe)의 약 두 배 규모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가 존재했던 곳이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이 백색 암석들의 원천이 될 만한 대규모 노두(outcrop)가 발견되지 않았다. 호건 교수는 "이 암석들은 분명 대규모 물의 작용을 기록하고 있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제제로 크레이터를 형성한 강을 따라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고, 소행성 충돌로 인해 날아와 산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 분석 결과, 화성의 다른 지역에서도 대규모 카올리나이트 노두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로버가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퍼시비어런스가 발견한 이 작은 암석들이 현장에서 확보된 유일한 실증 자료로 남아 있다. 브로즈 연구원은 퍼시비어런스가 분석한 화성 암석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인근,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지구 암석 시료를 비교했으며, 두 행성의 암석 성분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올리나이트는 고온의 열수(熱水) 환경에서도 형성될 수 있으나, 이 경우 빗물에 의한 장기 용탈 작용과는 전혀 다른 화학적 흔적이 남는다"며 "세 지역의 자료를 종합 비교한 결과, 화성 암석은 고온 열수보다는 강우에 의해 장기간 형성된 광물 특성과 더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카올리나이트 암석이 화성 환경의 수십억 년 전 모습을 담은 '시간의 캡슐'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브로즈 연구원은 "모든 생명체는 물을 필요로 한다"며 "이 암석들이 강우 중심의 환경을 반영한다면, 이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매우 거주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화성이 과거 단순한 일시적 습윤 환경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행성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과학적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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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2)] 화성서 '열대우림형 강우' 흔적 발견⋯고대 생명 가능성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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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0)] "달에서 자라는 첫 식물"⋯우주 농업, 인류 생존의 실험실로
- 인류가 달이나 화성 등 우주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며 생존할 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하고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등 7개 우주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달과 화성에서의 장기적 인간 거주를 위한 식물 생명유지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연구는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프로그램과 호주 연구위원회 산하 '플랜츠 포 스페이스(P4S, 2024~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해당 내용은 국제 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니해설] "우주 농업은 인류 생존의 실험실" 인류의 우주 탐사는 더 이상 로켓과 금속 구조물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제 우주 개척의 핵심은 '식물'이다. 호주 멜버른대학교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NASA,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7개 우주기관과 손잡고 달과 화성에서 인류가 장기간 생존하기 위한 '식물 기반 생명유지시스템(BLSS)'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식물은 우주 속 인간의 생명선"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단순히 식량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식물이 인간 생명유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생태적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물은 산소를 공급하고, 물을 정화하며,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의약품과 바이오소재를 생산하며, 우주인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돕는 '다기능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멜버른대 디지털농업·식품·와인(DAFW) 연구그룹의 루크 포운틴(Luke Fountain) 박사는 "우주에서 식물을 기르는 일은 단순한 농업이 아니라, 지구 밖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BLSS 지수 도입…"우주 작물의 생명유지 기여도 평가" 이번 연구의 핵심은 NASA의 작물 평가 체계를 확장한 'BLSS 준비 수준(Bioregenerative Life Support System Readiness Level)' 개념이다. 이는 식물이 우주 거주지 내에서 공기·물·영양분 재활용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향후 달·화성 기지 설계의 기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식물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생명유지의 축"이라며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간은 자급자족 가능한 우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중력 없는 공간, 식물 생존의 난제 그러나 우주 농업은 결코 쉽지 않다.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수분과 영양분의 흐름이 지연되며, 대류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열전달과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뿌리 발달이 저해되고 생육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중력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Gravitropism) 를 분석하고, 미세·부분 중력 환경에서도 최적의 성장 조건을 모사하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2027년, "달에서 첫 식물 자란다" NASA는 오는 2027년 아르테미스 III(Artemis III) 임무에서 'LEAF(Lunar Effect on Agricultural Flora)' 실험을 실시해, 달 표면의 온도·방사선·중력 조건에서 세 가지 속성의 식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일주일간의 실험이 끝나면 약 500g의 식물 샘플이 지구로 귀환해, 호주 P4S 연구진이 유전자 발현 및 방사선 반응을 분석한다. 포운틴 박사는 "이는 인류가 달에서 생명체를 재배하는 최초의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달·화성 기지 내 생태계 구축의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AI와 '디지털 트윈'이 만드는 미래의 우주 농장 연구진은 오믹스(omics) 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식물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실제 식물의 생리적 반응과 우주인의 감각적 피드백을 동시에 모사해, 식물의 성장과 식품 품질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우주인의 미각 피로(Menu Fatigue)를 완화하고, 장기 임무 중 심리적 만족도를 유지하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 연구, 지구의 지속가능 농업으로 이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우주 생존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구진은 "극한 환경에서의 식물 재배 경험은 지구의 사막화 지역, 극지, 기후 위기 지역에서의 농업 혁신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이 연구가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운틴 박사는 "식물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이자,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희망"이라며 "지구와 우주를 잇는 '생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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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0)] "달에서 자라는 첫 식물"⋯우주 농업, 인류 생존의 실험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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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9)] NASA "화성 남극 지하, 물 아닌 암석층"⋯'지하호수설' 6년 만에 반전
- 화성 남극에 지하 호수가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은 25일(현지시간) 화성 정찰궤도선(Mars Reconnaissance Orbiter, MRO)이 화성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서 포착된 미스터리 신호를 재분석한 결과, 그동안 '지하 호수'로 추정됐던 지역이 실제로는 암석과 먼지층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MRO의 샬로 레이더(Shallow Radar·SHARAD) 자료를 기반으로, 기존보다 향상된 탐지 기법을 적용해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11월 17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연구레터(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에 게재됐다. NASA가 다시 들여다본 화성 남극의 얼음 밑 신호가 과학계의 오랜 논쟁에 새로운 전환점을 던졌다. 2018년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탐사선이 화성 남극의 얼음층(두께 약 1.5㎞) 아래에서 '밝은 레이더 반사 신호'를 포착했을 때, 과학자들은 "화성 지하에 액체 상태의 호수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직결된 중대한 단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NASA의 화성 정찰궤도선(MRO)이 같은 지역을 정밀 관측한 결과, 이 신호가 지하수나 염호(鹽湖)가 아닌 암석과 먼지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연구는 MRO의 '샬로 레이더(SHARAD)' 장비를 이용해 수행됐다. 연구팀을 이끈 개러스 모건(Gareth Morgan)과 탄 푸치히(Than Putzig) 박사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및 플래너터리사이언스연구소(PSI) 소속 과학자들로, 기존보다 탐지 능력을 강화한 '대형 롤 기법(Very Large Roll)'을 적용했다. 이 기법은 궤도선을 최대 120도 회전시켜 레이더 신호의 투과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 결과 기존보다 깊은 지층에서 신호를 수집할 수 있었고, 과거 탐사 때와 달리 반사 강도가 약한 신호가 포착됐다. 이는 지하수보다는 비교적 건조한 고체층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20㎞에 달하는 해당 지역을 여러 차례 관측했지만, 액체 물에서 기대되는 강한 반사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MARSIS(ESA의 레이더 장비)가 관측한 밝은 신호는 오히려 매끄러운 용암류나 특이한 광물층일 수 있다"고 밝혔다. 모건 박사는 "2018년의 '호수 가설'은 매우 창의적이고 자극적인 연구를 촉발했으며, 이는 과학의 본질적인 발전 과정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데이터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NASA의 이와 같은 결론은 화성 남극의 지질 구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는 과거 화산 활동이나 운석 충돌로 형성된 크고 작은 분지들이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끄럽고 평평한 지형이 관측되는데, 이런 곳이 강한 레이더 반사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이 대형 롤 기법을 활용해 화성의 다른 지역, 특히 '메두사 포시( Medusae Fossae )' 지역을 정밀 탐사할 계획이다. 이곳은 적도 부근에 위치한 광범위한 퇴적지형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화산재로 구성됐다고 추정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얼음층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푸치히 박사는 "만약 메두사 포시 지층 내에 얼음이 존재한다면, 이는 화성 적도 지역의 대규모 수자원 잠재력을 의미한다"며 "인간 탐사대가 화성에 거주하려면 태양광이 풍부하고 온도가 비교적 높은 적도 지역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이번 연구를 통해 MRO의 탐사 능력을 한층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MRO는 2006년 발사된 이래 화성의 표면과 지하구조, 대기 등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며, 현재까지 20만 장이 넘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해왔다. MRO에 탑재된 SHARAD 레이더는 이탈리아우주국(ASI)이 제공한 장비로, 수 km 깊이의 지하구조를 탐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120도 롤 기동은 탐사선의 안전성과 연료 소모를 면밀히 계산해야 하는 고난도 조작으로, 록히드마틴 스페이스와 NASA 엔지니어들이 긴밀히 협력해 구현했다. 이번 관측으로 '지하호수설'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향후 인류의 화성 탐사와 자원 탐색 기술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치히 박사는 "이번 결과는 단지 '호수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아니라, 향후 화성의 지하 얼음과 수자원을 탐사하는 데 활용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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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9)] NASA "화성 남극 지하, 물 아닌 암석층"⋯'지하호수설' 6년 만에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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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8)] 화성 탐사로버, '기이한 금속 암석' 발견⋯화성 기원 아닌 운석 가능성
-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표면에서 특이한 모양의 암석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이 암석은 화성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 외부에서 떨어진 운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NASA는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제제로(Jezero) 분화구 내 '베르노덴(Vernodden)' 지역을 탐사하던 중 철-니켈을 함유한 독특한 형태의 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암석에 '피프삭슬라(Phippsaksla)'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이 약 80㎝(약 31인치)의 이 암석은 주변의 평평하고 파편화된 암석들과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돌출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퍼듀대학교 행성과학연구소의 지구화학자 캔디스 베드퍼드(Candice Bedford)는 "피프삭슬라는 철과 니켈 함량이 매우 높은데, 이는 일반적인 화성 암석에서는 보기 드문 성분 조합"이라며 "태양계의 다른 지역에서 형성돼 화성에 충돌한 운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베드퍼드 박사는 "퍼시비어런스가 지금까지 다양한 암석을 조사했지만 모두 화성 기원의 암석이었다"며 "제제로 분화구에서 철-니켈계 운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NASA의 탐사로버 스피릿(Spirit), 오퍼튜니티(Opportunity), 큐리오시티(Curiosity)도 각기 다른 시기에 화성에서 운석을 발견한 바 있다. 큐리오시티 로버는 2014년 역 1m너비의 '레바논' 운석과 2023년 '카카오' 운석을 포함해 게일 크레이터 인근에서 철-니켈 운석을 다수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지난 9월 19일, 퍼시비어런스 임무 1629번째 화성일(Sol, 솔)에 이루어졌지만, 미국 정부의 셧다운 여파로 발표가 지연돼 최근에서야 공개됐다. 퍼시비어런스는 2021년 2월 착륙 이후 화성의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해 암석을 수집·분석해 왔다.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운석이 화성 표면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행성 간 물질 이동과 태양계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구에서는 반대로 화성 기원의 운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약 200개의 화성 운석이 지구에서 채집됐으며, 대부분은 대규모 충돌로 화성에서 방출된 암석이 수천 년 동안 우주를 떠돌다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에는 2023년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24.5㎏짜리 화성 운석 'NWA 16788'이 경매에서 530만 달러(약 70억 원)에 낙찰돼 화성 기원 운석 중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NASA 과학자들은 "피프삭슬라의 발견은 화성 지질사뿐 아니라 태양계 내 물질 순환 과정을 새롭게 조명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운석의 연대와 구성 성분을 정밀 분석해 태양계 초기의 환경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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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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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8)] 화성 탐사로버, '기이한 금속 암석' 발견⋯화성 기원 아닌 운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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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7)] 국제우주정거장 외벽서 9개월 생존한 이끼⋯지구 귀환 후에도 80% 번식 성공
-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벽에 부착된 이끼 포자가 9개월간의 혹독한 우주 환경을 견디고,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대부분 생명력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2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진공 상태인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 이끼 포자 중 80% 이상이 지구 귀환 후에도 정상적으로 발아해 번식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CBS뉴스, NBC 뉴스 등이 다루었다. 이번 실험은 지구 생물이 얼마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지구 상에서 이끼는 약 4억5000만 년 전에 물 밖으로 나와 건조한 땅을 차지하기 시작한 조상 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끼는 매우 강인해 극한 추위의 남극 툰드라부터 히말라야 산맥, 화산 용암지대, 수생 서식지 등 어디에서나 성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수집한 '피시코미트리움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 종의 세포를 단계별로 나눠 자외선(UV), 극저온, 고온 조건에 노출한 결과, 포자를 감싼 세포 구조인 '포자낭(sporophyte)'이 가장 강한 내성을 보였다. 이 포자낭 시료는 일본의 '키보(Kibo)' 모듈 외부에 설치된 노출 실험 장치에 9개월간 부착돼 태양 복사, 진공, 극한 온도 변화를 동시에 견뎠다. 이 포자는 또한 섭씨 영하 178도에 일주일, 섭씨 56도에 한 달 동안 노출된 후에도 발아할 수 있었다. 그 후 이끼 샘플은 2023년 1월 스페이스X(SpaceX) 화물 임무에 실려 지구로 돌아왔다. 연구를 이끈 후지타 토모미치 홋카이도대 교수는 "놀랍게도 80% 이상의 포자가 생존했고, 다수는 지구에서 정상 발아했다"며 "모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부 포자는 최대 5600일, 약 15년간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주의 진공, 미세중력, 온도 변화 등 대부분의 요인은 이끼의 생존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고에너지 자외선(UV) 노출이 엽록소 등 광합성 색소를 손상시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끼의 스펀지 같은 보호층이 자외선과 탈수로부터 세포를 방어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지타 교수는 "이러한 보호 기능은 초기 육상식물이 지구의 혹독한 환경을 개척할 때 진화한 특성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우주 생태계 조성의 생물학적 가능성을 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이끼가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미래 달·화성 기지 등에서 생태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생명체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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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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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7)] 국제우주정거장 외벽서 9개월 생존한 이끼⋯지구 귀환 후에도 80% 번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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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우주 상추, 우주인 식량으로 부적합"
- 우주에서 재배한 상추가 지구에서 자란 상추보다 영양 성분이 부족해 우주인의 장기 식량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 톈궁(天宮) 2호에서 재배한 상추를 분석한 결과, 우주 농작물이 지구산 작물 대비 영양 성분이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장기 탐사에서 신선 식품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특정 미네랄과 항산화 물질의 감소가 확인되면서 우주채소의 영양적 한계가 다시 부각됐다. 미국 텍사스 A&M대 B. 바르베로 바르세니야 연구팀은 서로 동일한 조명·생장 조건에서 재배한 우주 상추와 지구 상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우주 재배 상추의 칼슘이 지구 재배 상추보다 약 30% 낮았으며, 마그네슘도 감소한 반면 칼륨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미네랄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항산화 물질의 주요 구성인 페놀류는 ISS 재배분에서 감소했으나 전체 항산화 능력은 일정 수준 유지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뿌리의 수분 이동과 무기질 흡수가 달라지며 세포 내 화학적 균형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색소가 줄어들어 채소 자체의 방사선 방어 능력도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ISS와 톈궁에서 재배한 상추의 영양 구성이 '전반적 저하'가 아닌 '불균형한 변화' 형태로 나타난 점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영양 변화가 우주인 건강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우주에서는 체액 이동과 미세중력의 영향으로 뼈의 칼슘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연구진은 163개 칼슘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우주 비행 중 발현 패턴이 변하고 뼈 대사 지표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주 체류 시 장 점막 투과성이 증가하는 이른바 '리키 거트(leaky gut)' 가능성도 제기됐으며, NASA 쌍둥이 연구에서도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이 임무 기간 중 크게 변했다가 귀환 후 회복되는 양상이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NASA는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영양 안정성'을 핵심 연구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플랜트 해비타트-07(Plant Habitat-07) 실험은 수분 수준과 뿌리 미생물 환경을 조정해 영양 변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테스트 중이다. 동시에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잎채소 품종 개발, 식물의 미네랄 농도를 높이는 생물강화(biofortification) 전략, 필요 영양소를 보완하는 맞춤형 보조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NASA는 발효식품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ISS에서 진행된 된장(미소) 발효 실험에서는 30일간의 발효 후 지상 대비 안전성과 풍미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생물이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발효식품의 우주식 적용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연구진은 "화성까지 수개월간 비행하고 지구와 멀리 떨어진 기지에서 생활하는 장기 탐사에선 단순 신선식품 공급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식량 생산·영양 관리·장내 미생물 관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마이크로그래비티(NPJ Microgravit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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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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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우주 상추, 우주인 식량으로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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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5)] 화성 뒤덮은 '검은 줄무늬'의 정체⋯50년 만에 밝혀지다
- 화성 곳곳의 사면을 가로지르는 수백만 개의 검은 줄무늬(slope streaks)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제시되면서 1970년대 이후 이어져온 미스터리가 풀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학의 행성과학자 발렌틴 비켈(Valentin Bickel) 연구팀은 대다수의 신규 줄무늬가 계절풍이 먼지층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발생한 사면 붕괴라고 제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화성정찰궤도선(MRO)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그동안 과학계가 가정해온 '물 기반 붕괴' 가설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처음 발견된 화성의 검은 줄무늬는 오랫동안 '얼음이 녹아 발생한 사면 붕괴의 흔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5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이들이 물과 무관한 '건조한 붕괴(dry landslides)'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켈 교수 연구팀은 2006~2024년 사이 촬영된 9만 장의 화성궤도 이미지에서 약 210만 개의 줄무늬 이미지를 분석해, 건조한 붕괴의 배경으로 계절적 바람과 먼지의 이동을 지목했다. 이번 논문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비켈은 지난 5월 발표된 연구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아폴리나리스 몬스(Apollinaris Mons) 지역의 '바코드형' 줄무늬는 인근 소행성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운석 충돌 가설이 주목받기도 했으나, 이번 분석은 이러한 충돌 사례가 극히 예외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우주국(ESA) 우주선은 2023년 크리스마스 무렵 거대한 사화산인 아폴리나리스 몬스의 바코드 형 무늬를 포착했다. 그는 "운석 충돌이나 화성 지진(marsquake)이 줄무늬 생성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0.1% 미만"이라며 "전체적인 규모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선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화성 표면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도록 설계된 MRO의 컨텍스트 카메라( CTX )가 촬영한 이미지 아카이브 전체를 분석했다. 연구는 화성 줄무늬가 5개 권역(아마조니스, 올림푸스 몬스 아우레올, 타르시스, 아라비아, 엘리시움)에 집중돼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특정 계절에 바람이 '먼지 이동 임계값(dust mobilization threshold)'을 넘을 만큼 강해진다고 지적한다. 이 시기에 붕괴가 잇따라 발생하며 새로운 줄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비켈은 "이는 화성에서 고속 바람이 먼지를 휘몰아 '먼지 악마(dust devil)'를 일으키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줄무늬 생성 메커니즘이 오랫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이유도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줄무늬가 만들어지기 가장 적절한 환경은 일출·일몰 직전의 어스름 시간대로, 실제 관측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간 생성 속도에 대한 추정도 나왔다. 현재 화성 표면에는 약 160만 개의 줄무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줄무늬 1개당 매년 0.05개가 새로 생겨 연간 약 8만 개가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줄무늬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관측 자료가 충분치 않아 정확한 수명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줄무늬가 화성 표면의 0.1% 미만을 덮고 있음에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연구는 줄무늬가 화성 대기 먼지 공급의 최대 단일 기여 요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향후 화성 탐사와 더 나아가 인간 거주 가능성 평가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우주국(ESA) 엑소마스(ExoMars) 탐사선 프로젝트 과학자 콜린 윌슨은 "이번 연구는 현재 화성에서 일어나는 동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전 행성 규모 관측이 앞으로의 화성 탐사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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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5)] 화성 뒤덮은 '검은 줄무늬'의 정체⋯50년 만에 밝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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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로봇 우주정거장' 시대 연다⋯우주 서비스·제조 연구센터 출범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주연구원은 24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우주 서비스 및 제조 연구센터(ISMRC)'를 공식 출범했다. ISMRC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도 기초연구사업으로 선정된 대형 중장기 프로젝트로, 향후 10년간 국비 500억 원과 시비 36억 원을 포함해 총 712억 원이 투입된다. 센터는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우주정거장 구축을 목표로, 로보틱스 기반 우주 제조 기술과 물자 회수 기술 등 차세대 우주 인프라 확보에 나선다. 한재흥 우주연구원장을 비롯한 KAIST 교수진 14명이 연구를 주도하며, 개소식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일본 과학기술대학,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등 주요 기관이 참여한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됐다. 대전시는 ISMRC를 지역 우주산업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KAIST "로봇 운영 우주정거장 목표" KAIST가 우주 산업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꼽히는 우주 서비스 및 제조 분야의 주도권 확보에 본격 나섰다. 국내 최초로 로보틱스 기반 우주 제조·정비 기술을 집중 연구하는 '우주 서비스 및 제조 연구센터(ISMRC)'가 24일 공식 출범하면서, 한국 우주산업의 미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ISMRC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2025년도 기초연구사업 중 대형 장기 프로젝트로, 향후 10년간 712억 원(국비 500억, 시비 36억 등)이 투입된다. 센터의 핵심 목표는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우주정거장 구축"이다. 우주 공간에서 로봇이 위성을 정비하고, 부품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구조물을 조립·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미래 우주 서비스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KAIST는 ▲우주 제조용 로보틱스 ▲궤도상 정비(On-Orbit Servicing) ▲우주 물자 회수 및 재활용 기술 ▲위성군집 운용 등 네 가지 핵심 축으로 연구를 추진한다. 한재흥 우주연구원장을 중심으로 기계, 항공우주, 전자,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 14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다학제 융합 연구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출범은 세계적으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즉 민간 중심의 우주경제가 본격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 아마존, 블루오리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우주 서비스·제조 시장은 2030년까지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위성 수명 연장,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궤도상 조립·제조와 같은 신산업 영역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재흥 원장은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우주 서비스 및 제조 분야의 핵심 기술을 선도하고, 민간 중심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KAIST가 보유한 우주로봇, 자율비행, 정밀제어 기술이 결합하면 한국형 우주 제조 플랫폼 구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개소식과 함께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일본 과학기술대학,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등 주요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에서는 ▲우주항공용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 ▲항공우주 복합소재 ▲군집위성 개발 ▲우주 제조 로보틱스 등 4개 분야 워크숍이 병행됐다. 참석자들은 "우주 제조와 정비는 발사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우주경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분야"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정부도 지원 의지를 밝혔다. 손철웅 대전시 미래전략산업실장은 "KAIST와 함께 ISMRC를 대전형 우주산업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지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대전이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도록 행정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출범이 향후 한국의 '우주 2.0 시대'를 여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우주개발은 발사체·위성 제작 등 '단발성 프로젝트' 중심이었다면, ISMRC는 궤도상 유지·보수와 같은 지속적 우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정거장에서 로봇이 수행하는 제조·수리 기술은 향후 달 궤도정거장(Gateway)이나 화성 탐사 인프라 구축에도 직접 응용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 거점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KAIST의 이번 도전은 한국이 미래 우주경제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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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로봇 우주정거장' 시대 연다⋯우주 서비스·제조 연구센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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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8)] 화성의 미스터리 협곡, 물 아닌 드라이아이스가 만든 흔적
- 화성 협곡의 모래 위에 길게 새겨진 구불구불한 신비한 지형 정체는 물이 아닌 드라이아이스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성의 붉은 사막 위에서 마치 영화 '듄(Dune)' 속 샌드웜이 기어간 듯한 자국이 관측됐다. 그러나 그 원인은 생명체가 아니라, 봄이 오며 녹아내리는 이산화탄소 얼음 덩어리(Dry Ice·드라이아이스)인 것으로 드러난 것. 드라이아이스는 고체 이산화탄소로 상온에서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승화한다. 승화점은 -78.5℃에서 고체→기체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 열을 흡수해 냉각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Utrecht University) 연구진은 드라이아이스가 화성의 겨울철 사구 위에 형성됐다가 봄철 온도 상승과 함께 미끄러지며 사구를 파내고 모래를 밀어 올려 협곡(굴곡)을 만든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스페이스닷컴, 사이테크데일리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 연구는 지난 10월 8일자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마치 두더지나 샌드웜이 파고드는 듯했다" 연구팀은 화성 환경을 모사한 저기압·저온 챔버 내에서 이산화탄소 얼음 블록을 모래 언덕 위에 놓고 관찰했다. 온도가 상승하자 얼음은 녹지 않고 고체 상태에서 바로 기체로 변하는 '승화' 현상을 일으켰다. 이때 얼음 아래에 고압의 이산화탄소 가스가 형성되면서, 가스가 분출하듯 얼음을 밀어내며 언덕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얼음 블록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좁은 골짜기를 파내며 모래를 양쪽으로 밀어올려 작은 둑(levee)을 형성했다. 이러한 미세한 구조는 실제 화성 궤도 위성 사진에서 관측되는 신생 협곡과 매우 유사했다. "CO₂ 얼음 덩어리가 경사면을 파고들며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치 두더지나 영화 '듄'의 샌드웜을 보는 것 같았다." 연구를 주도한 로네케 뢰엘로프스(Lonneke Roelofs) 박사는 "얼음 아래에서 발생한 고압의 가스가 사방으로 모래를 분출시키는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물이 아닌 '기체 압력'이 만든 화성의 지형 이번 연구는 화성 표면의 협곡을 '과거 존재했던 물의 흔적'으로 해석하던 기존 학설을 뒤집는다. 화성의 낮은 기압과 혹한 환경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연구자인 시모네 피스허스(Simone Visschers)는 "경사각을 달리해 실험을 반복하자, 특정 각도에서 얼음 블록이 자연스럽게 사구를 파고들며 이동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이는 화성 지형이 오늘날에도 물 없이 물리적 요인만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봄마다 살아나는 화성의 사구" 화성은 겨울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얼음 형태로 응결해 표면을 덮는다. 화성의 겨울은 영하 120℃까지 떨어지면서 모래 언덕에 서리(Celsius)가 쌓인다. 겨울이 긑나면 햇빛이 사면을 데우면서 때로는 1m 길이에 달하는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다. 화성은 대기가 얇고 차가운 얼음과 따뜻한 모래 사이의 온도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얼음의 밑면이 급속히 기체로 변한다. 즉, 화성에 봄이 오면 이 얼음이 승화하면서 가스를 방출하고, 이 가스가 사구를 뚫고 나가며 계절적으로 반복되는 지형 변화를 일으킨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즉, 화성의 협곡은 하천이나 지하수의 흔적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의 계절적 순환이 빚어낸 '행성적 조각'인 셈이다. 지구 지형 연구에도 시사점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지구의 사막 지형이나 극지의 동결·해빙 과정 이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성의 협곡 형성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구의 지형 변화 메커니즘을 다른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다”고 로엘로프스 박사는 말했다. 비록 화성의 사막에는 샌드웜이 존재하지 않지만, 연구진은 “화성의 사구는 봄이 오면 잠시나마 살아 움직인다"고 표현했다. 즉,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들이 붉은 모래 언덕을 뚫고 지나가며 새로운 협곡을 만들어내는 '무생명의 생명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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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8)] 화성의 미스터리 협곡, 물 아닌 드라이아이스가 만든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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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3)] 켄트대, 달 토양서 차 재배 성공⋯우주 농업 현실화 신호탄
- 영국 켄트대학교 연구진이 달과 유사한 환경에서 차나무를 성공적으로 재배했다고 켄트 온라인이 보도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향후 우주 거주자들이 달에서 신선한 차를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다트무어(Dartmoor) 차 묘목을 달과 화성의 토양을 모사한 조건에서 재배했다. 빛, 온도, 습도 역시 우주 환경을 반영해 세심하게 조절했다. 그 결과, 달 토양에서 재배된 차나무는 영국 데번(Devon) 지역 토양에서 자란 개체와 유사하게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성장한 반면, 화성 토양에서는 전혀 발아하지 못했다. 몇 주 동안 달과 유사한 토양에서 자란 차나무는 대조군 식물과 같은 수준으로 번성했다. 반면 화성 토양은 차나무가 잘 자라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나이절 메이슨 교수와 사라 로페스-고몰론 박사 주도로 진행되었으며,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유럽 최초의 우주 농업 워크숍에서 공개됐다. 연구진은 "달 토양 속 온실에서 차를 재배하는 것은 향후 달 기지 거주자들에게 자율적 식량 공급뿐 아니라 우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우주여행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농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기후 변화와 과도한 경작으로 척박해진 토양에서 작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시아의 광대한 지역, 심지어 유럽의 일부 지역까지도 사막화와 영양소 손실의 결과에 직면해 있다. 농부들은 땅을 고갈시키지 않고도 수확량을 높게 유지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달 표면과 같은 영양분이 부족하고 암석이 많은 기질에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면 새로운 토양 처리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식량 자립은 장기 우주 임무에 필수적이다. 지구에서 대량의 식량을 운반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현실적이다. 우주에서 신선한 작물을 직접 재배하면 지구 식량 의존도가 낮아지고, 식단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으며 우주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로페스-고몰론 박사는 "차나무가 달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향후 다른 작물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추가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다트무어 티, 라이트커브 필름(Lightcurve Films), 유로플래닛(Europlanet)과 협력해서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차 한 잔의 여유가 우주에서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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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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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3)] 켄트대, 달 토양서 차 재배 성공⋯우주 농업 현실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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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2)] 화성 중심부에 '고체 내핵' 존재 확인
- 화성 내부에 지구와 유사한 핵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 연구진이 화성에 고체 내핵이 존재한다는 첫 지진학적 증거를 확인했다고 어스닷컴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화성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후이싱 비(Huixing Bi) 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NASA의 착륙선 '인사이트(InSight)'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집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팀은 화성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핵을 통과하거나 반사되는 특성을 면밀히 추적해 고체 내핵의 존재를 입증했다. 분석 결과, 화성 내핵은 행성 반지름의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지구와 달의 내핵과 구조적 유사성을 보여준다. 특히 PKiKP(내핵 경계 반사파)와 PKKP(외핵 통과파)라는 두 가지 지진파가 핵심적 증거로 제시됐다. PKiKP는 액체 외핵과 고체 내핵의 경계에서 반사되는 파동으로, 지구의 내핵 연구에도 활용되는 주요 자료다. 연구진은 또 내핵이 순수한 철·니켈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산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가 혼합된 상태임을 시사하는 속도 변화를 확인했다. 이는 내핵이 오랜 시간에 걸쳐 결정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화성 내부의 열적·화학적 진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연구에서는 화성이 액체 외핵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지만, 고체 내핵의 존재는 불분명했다. 이번 발견은 화성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액체 외핵과 고체 내핵을 동시에 갖춘 행성임을 보여주며, 과거 화성이 강력한 자기장을 가졌던 이유와 이후 소멸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일 탐사선 관측만으로도 행성 내부를 정밀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다수의 착륙선을 통한 관측망이 구축된다면 화성뿐 아니라 다른 천체 내부 연구에도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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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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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2)] 화성 중심부에 '고체 내핵' 존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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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1)] 달, 매년 지구에서 멀어진다⋯조석력이 만든 변화
- 달은 매년 지구로부터 약 3.8㎝씩 멀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에 설치된 반사경을 향해 지구에서 발사한 레이저가 돌아오는 시간을 정밀 측정해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달까지의 거리는 평균 약 38만5000㎞지만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어서 달이 지구를 도는 한 달 동안 약 2만㎞가량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어떤 보름달은 다른 때보다 더 크게 보이는데, 이를 '슈퍼문'이라 부른다. 조석력의 작용 달이 점차 멀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조석력'이다. 달의 중력이 지구에 가하는 힘은 지구의 달 쪽 면이 반대쪽보다 약 4% 강하다. 이 차이는 바닷물을 달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각각 부풀려 조석 팽대를 만든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이 팽대는 달을 향해 약간 앞서 끌려가는데, 이로 인해 달은 궤도에서 속도를 얻어 점차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지구의 자전 속도는 그만큼 느려져 하루의 길이가 아주 조금씩 길어진다. 지구·달 진화의 흔적 달은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와 화성 크기의 천체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고, 하늘에서 훨씬 크게 보였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고대 조개 화석의 성장 패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약 7000만 년 전 하루 길이가 23.5시간에 불과했다는 증거가 확인됐다. 이는 천문학적 계산과도 일치한다. 달이 언젠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 수십억 년이 지나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이 '조석 고정' 상태에 이르면 달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고 지구의 한쪽 면에서만 보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태양이 밝아지면서 바닷물이 증발하고, 이후 적색거성으로 팽창해 지구와 달 자체를 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수십억 년 후의 일이어서 현재로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인류는 앞으로도 조석 현상, 일식, 그리고 밤하늘의 아름다운 달을 계속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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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1)] 달, 매년 지구에서 멀어진다⋯조석력이 만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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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5)] 알루미늄보다 150% 강력한 붕소 연료 개발⋯우주 탐사 효율 혁신 기대
- 우주 탐사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차세대 로켓 연료가 등장했다. 미국 올버니대(University of Albany) 연구진이 기존 알루미늄 기반 연료보다 에너지 밀도가 150% 높은 붕소 기반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유니버스 스페이스텍과 에너지 리포트 등 다수 외신이 전했다. 붕소의 잠재력 붕소는 오래전부터 높은 에너지 밀도로 주목받아 왔다. 일반 탄화수소 연료의 에너지 밀도(30.7~36.6kJ/㎤)를 크게 웃도는 136.4kJ/㎤를 기록하며 로켓 추진체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이번에 연구진이 주목한 화합물은 '망간 다이보라이드(MnB₂)'다. 불안정한 구조와 비대칭성이 결합해 폭발적인 에너지 방출 가능성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구조적 특성과 합성 방법 연구진은 MnB₂의 원자 배열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한 결과, 육각 격자가 비대칭적으로 배열된 구조가 스프링처럼 에너지를 저장하는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불이 붙으면 긴장이 풀리듯 강력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섭씨 3,000도의 전류를 가하는 '아크 멜터(arc melter)' 장비로 망간과 붕소 분말을 합성해 이 독특한 구조를 구현했다. 이 화합물은 같은 질량 기준으로 알루미늄보다 20% 더 많은 에너지를, 같은 부피 기준으로는 150% 더 높은 에너지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물질은 보관시 안전성을 갖추고 있어 점화제(등유 등)가 있어야만 연소가 시작된다. 우주 탐사와 산업적 의미 MnB₂가 상용화될 경우,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더 많은 탑재체를 실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은 약 411톤을 연료로 사용해 저궤도에 64톤가량의 탑재체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MnB₂가 도입되면 같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연료 효율을 기대할 수 있어 달 기지 건설이나 화성 탐사 같은 중장기 목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MnB₂는 로켓 연료를 넘어 자동차 촉매 변환기, 플라스틱 분해 촉매 등 다양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제시된다.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영(Michael Yeung) 올버니대 교수는 "연료 저장 공간을 줄여 로켓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MnB₂는 그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붕소 기반 연료는 오랫동안 이론적 가능성에 머물렀지만, 이번 연구로 실험실 수준의 합성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MnB₂의 상용화가 실현된다면 우주 탐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우주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지오사이언스(Geosciences), 미국 화학학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등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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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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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5)] 알루미늄보다 150% 강력한 붕소 연료 개발⋯우주 탐사 효율 혁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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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 인류가 마주할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빙하기와 대규모 감염병, 소행성 충돌과 거대 화산 폭발 등 수많은 큰 재앙을 극복해 온 인류지만, 앞으로 닥칠 위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암울한 과학계 예측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수억 년에서 수십억 년에 걸친 시나리오를 들어 지구가 생명체가 살기에 극도로 가혹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근거해 약 2억 5000만 년 뒤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판게아 울티마 대륙'이 생겨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 거대 대륙의 환경이다. 대륙 이동의 영향으로 화산 폭발이 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바다와 멀리 떨어진 광활한 내륙에는 열이 그대로 축적된다. 이 탓에 대륙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약 20도 높은 35.1도에 이르고, 여름철에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서 최고 7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고온과 함께 바다로부터 수증기 공급이 끊긴 내륙은 바싹 마른 사막으로 변한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땅은 지구 전체의 8%, 현재의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극심한 물과 식량 부족에 부딪힌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초래할 생태계 붕괴는 '제6차 대멸종'에 버금가는 규모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공룡 멸종 등) 지구 역사상 5번 일어났던 대멸종에 맞먹는 규모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70도 불볕더위…거주지 9분의 1로 줄어든 초대륙 설령 인류가 이 가혹한 환경을 극복해도, 제2의 위기가 기다린다. 일본 도쿄과학대학교의 오자키 가즈미 준교수는 2021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뒤 대기 중 산소가 현재의 1% 밑으로 줄어 대부분의 생물이 생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자키 준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에 걸친 지질 작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점차 고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가 거의 사라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멈추고, 더는 산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대기는 질소와 메탄이 주를 이루는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환경에서 고등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하며, 산소 호흡이 없는 박테리아나 고세균(archaea)만이 살아남는 ‘원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위협은 지구 밖에서도 찾아온다. 미국 플래니터리 사이언스 인스티튜트는 앞으로 40억 년 안에 외톨이 항성이 태양계를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항성의 강력한 중력 탓에 지구는 0.2% 확률로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가거나, 궤도가 바뀌어 기온이 급변하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오는 변수가 지구의 생존 환경 자체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시간이 더 흘러 50억 년 뒤에는 지구가 물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핵융합 연료가 고갈된 태양이 '적색 거성(Red Giant)'으로 팽창하며 지구 궤도까지 삼켜버리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예측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 천문학계가 공통으로 내놓은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다. 산소 고갈 넘어 태양 팽창까지…피할 수 없는 종말 인류 또한 과학기술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하늘 높이 미세 입자를 뿌려 태양 빛을 막는 '기후 공학(Geoengineering)' 기술이 나오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위험 예측, 합성생물학을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 같은 연구도 한창이다. 근본 해결책으로는 미국 스페이스X 등이 추진하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넘어, 태양계 밖 ‘외계 행성(Exoplanet)’으로 이주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과학계가 제시하는 미래 예측은 인류가 기후 변화나 핵전쟁 같은 눈앞의 위협뿐 아니라, 수억 년 단위의 아주 먼 미래의 생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명사 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지구의 종말은 피할 수 없지만, 인류의 종말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을 이들 시나리오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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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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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5)] 왜행성 세레스, 과거 생명체 서식 가능성⋯NASA "화학 에너지 원천 확인"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일(현지시간)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위치한 왜행성 세레스(Ceres)가 과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는 얼어붙은 차가운 천체지만, 내부의 화학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미생물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NASA는 2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세레스 내부의 열·화학 모델 분석 결과 약 25억 년 전 세레스의 지하 해양에 변성암에서 기원한 열수(熱水)가 꾸준히 공급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열수에는 미생물 대사에 필요한 가스 성분이 녹아 있어, 당시 세레스의 지하 환경이 생명체 서식에 유리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레스는 지름 약 940km의 왜행성으로, 2018년 종료된 NASA의 탐사선 '던(Dawn)' 미션에 의해 표면의 밝은 반사 영역이 소금 성분이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020년에는 지하에 거대한 염수층이 존재했음을 입증한 데 이어, 표면과 내부에서 탄소 화합물이 발견되면서 생명체 서식 가능성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번 연구는 세레스 내부의 방사성 붕괴로 발생한 열이 지하 해양을 장기간 따뜻하게 유지시켰다는 점을 새롭게 부각했다. 연구 책임자인 샘 쿠빌(미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은 "지구에서 심해 열수와 바닷물이 만나 미생물의 먹잇감이 풍부해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 세레스 내부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결과는 세레스의 과거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현재 세레스는 내부 방사성 붕괴열이 거의 소진되면서 지하수가 대부분 얼어붙었고, 일부 남은 액체는 고농도의 염수 상태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세레스가 형성된 후 약 5억~20억 년 사이에 생명체가 서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세레스뿐 아니라 태양계 외곽의 다른 얼음 위성 연구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한다. 유로파, 엔셀라두스처럼 행성의 중력에 의해 내부 열을 유지하는 천체들과 달리, 세레스처럼 내부 가열이 거의 없는 소형 천체도 과거 한때 생명체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레스 탐사를 이끈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관계자는 "던 미션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연구는 태양계 내 미생물 생존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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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5)] 왜행성 세레스, 과거 생명체 서식 가능성⋯NASA "화학 에너지 원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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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2030년 달 원자로 가동⋯중국과 '우주 영토' 경쟁 점화
- 미국이 2030년까지 달 표면에 핵분열 원자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본격화한다. 달 자원 선점을 둘러싼 중국과 우주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숀 더피 장관 대행은 2025년 8월 5일,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에 따라 2030년까지 100킬로와트(kW)급 실용 원자로를 달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피 대행은 "미국은 달 개발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이다"라고 말해 이번 계획이 중국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NASA는 원자로 건설이 단순히 달에 깃발을 꽂는 상징적인 행위를 넘어, 실질적인 영유권 주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더피 대행은 원자로 주변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출입 금지 구역을 통해 물과 얼음이 있는 크레이터 같은 중요 자원 지역에 대한 실질 영향력과 '영토'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국제 협약의 안전 구역 조항을 근거로, 달 기지 주변에 '배타적 접근금지구역' 설정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 안 통하는 '14일의 밤'…독자 에너지원 필수 달 기지 건설에 원자력 발전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 달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약 29.5일에 이르러 낮과 밤이 약 2주 간격으로 바뀐다. NASA에 따르면 달에서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한계가 있지만, 핵 반응로는 영구적으로 그늘진 곳(물이 얼어 있을 수 있음)에 설치하거나 지구 시간으로 14일 반인 달의 밤 동안 계속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달의 낮과 밤 사이 온도 차이가 무려 약 300도에 달한다. 달의 낮에는 태양빛을 직접 받아 표면 온도가 섭씨 약 120도까지 올라간다. 반대로 달의 밤에는 태양빛이 전혀 닿지 않아 급격히 식으면서 섭씨 -170도 정도까지 떨어진다. 태양광 패널만으로는 2주 동안 계속되는 혹독한 밤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원자로는 이 기간에도 중단 없이 전력을 공급해 인류가 오래 머물고 기지를 운영할 핵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1960년대 아폴로 계획 시절부터 사용한 원자력 전지의 출력은 100와트(W) 미만에 불과하다. 이번에 추진하는 핵분열 원자로는 우라늄 연료를 이용해 100킬로와트(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지구 일반 가정 수십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앞으로 달 기지를 운영하려면 원자로 여러 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킬로파워 프로젝트'를 통해 초소형 원자로 기술을 검증했으며, 2022년에는 40kW급 원자로 설계 계약을 3개 연합체(컨소시엄)와 500만 달러 규모로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최종 목표인 100kW급 원자로 건설을 위해 민간 기업들의 제안을 받고 있다. 달 원자로의 요구 사양은 총중량 6톤 이내, 지름 4m·길이 6m의 원통형 용기에 담을 수 있어야 하고, 10년 동안 보수나 연료 보급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 운전 등 매우 까다롭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평균 40kW의 전력으로 33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웨스팅하우스…개발 경쟁 나선 미 기업들 세바스찬 코르비시에로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INL) FSP 프로젝트 책임자는 "지구의 원자로는 가볍고 작게 설계되지 않지만, 우주에서는 로켓에 실을 수 있도록 질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기술상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달 원자로가 "화성 식민지 유지를 위한 체계(시스템) 개발의 필수 첫걸음"이라며 "달에서 계속 머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FSP 프로젝트에는 세 연합체가 참여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BWX 테크놀로지스 등과 협력하고, ▲원자로 개발 경험이 풍부한 웨스팅하우스는 에어로젯 로켓다인과 손을 잡았다. ▲신생기업 X-에너지는 보잉, 막사르와 팀을 이뤘다. 최종 원자로는 핵분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스털링 엔진과 과열을 막는 액체 나트륨 순환 냉각 장치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행정부는 NASA의 다른 예산을 삭감하는 흐름 속에서도 달 원자로 프로젝트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해 우주 패권 확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30년까지 계획을 완수하지 못하면 비슷한 계획을 추진하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전략상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코르비시에로 책임자는 5년 안에 원자로 설치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NASA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관련 예산이 확보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아르테미스 2호의 첫 유인 비행은 2026년 초로 예정됐다. 지구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건설 비용은 큰 과제다. 그러나 NASA는 중국의 추격 때문에 계획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은 2029년 달 탐사선 '창어 8호'를 쏘아 올려 2030년대 중반까지 로봇과 3차원(3D) 프린터로 달 기지를 짓는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더피 대행은 "햇빛이 항상 내리쬐고 얼음이 있는 달의 극지방은 최고의 땅"이라며 "미국은 그곳에 가장 먼저 도달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달 원자로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면 화성 같은 더 먼 우주를 탐사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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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2030년 달 원자로 가동⋯중국과 '우주 영토'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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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3)] 화성에서 '산호' 닮은 암석 발견⋯수십억 년 전 물의 흔적
-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지난 7월 24일 화성 게일 크레이터에서 산호(coral) 형태와 흡사한 독특한 암석 구조를 촬영했다. 이 암석은 약 2.5㎝ 크기로, 마치 지구 해저의 산호초처럼 가지 모양의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NASA는 지난 8월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 흑백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이 암석은 과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던 시기에 형성된 후, 수십억 년간 모래가 섞인 바람에 의해 침식돼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다"고 밝혔다. 물과 광물, 그리고 수십억 년의 바람이 빚은 '산호 암석' 해당 암석은 큐리오시티의 고해상도 망원 카메라인 리모트 마이크로 이미저(Remote Micro Imager)를 통해 촬영됐다. NASA에 따르면, 화성에 존재했던 물은 광물을 용해시킨 채 바위의 미세한 틈을 따라 스며들었고, 이후 물이 증발하면서 광물이 결정화돼 암석 내부에 '광맥(mineral vein)'을 형성했다. 이후 수억 년간 지속된 풍화 작용이 주변 암석을 깎아내면서 오늘날의 가지 모양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는 지구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자연적 형성과정으로, NASA는 앞서 2022년에도 화성에서 꽃 모양을 닮은 암석을 발견한 바 있다. 최근 함께 촬영된 '파포소(Paposo)'라는 이름의 약 5㎝ 크기 비정형 암석 또한 이와 유사한 형성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 흔적 탐색 지속 중…"화성, 한때 생명체에 적합했을 가능성"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래 게일 크레이터(지름 약 154㎞) 내에서 약 35㎞를 이동하며 탐사를 이어오고 있다. 탐사 과정에서 시추, 시료 채취, 화학 분석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간 긴 탄소 사슬과 37억 년 전 암석 속 탄소 순환의 흔적 등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 이번 '산호형 암석' 역시 화성의 고대 환경이 액체 수분의 존재와 그에 따른 지질 변화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며, 향후 화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공동개발 장비로 정밀 분석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분석 장비 '켐캠(ChemCam)'은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툴루즈 대학,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 국제 협력 기관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원거리에서도 암석 조성을 분석할 수 있는 레이저 분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큐리오시티 미션은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위치한 칼텍(Caltech) 산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주도하고 있으며, NASA 본부 산하 과학임무국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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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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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3)] 화성에서 '산호' 닮은 암석 발견⋯수십억 년 전 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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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운행 중 침수사고 72% 수도권 집중⋯야간 발생률도 높아"
-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침수 사고의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 특히 야간 시간대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8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자사에 접수된 운행 중 침수 사고가 총 4,232건에 달하며, 이 중 72.5%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이 44.1%, 서울이 28.4%를 차지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9시~자정 사이에 사고가 집중됐고, 침수차량 피해액은 야간이 주간보다 1.4배 높았다. 차종별로는 승용 세단이 72.5%를 차지해 침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니해설] 전체 침수사고 72.5% 수도권 집중…서울·경기·인천이 과반 운행 중 차량 침수 사고의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시간대별로는 야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삼성화재에 접수된 차량 운행 중 침수 사고는 총 4232건이었다. 이 가운데 72.5%에 해당하는 3070여 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해 지역적으로 뚜렷한 편중 현상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경기·인천 지역에서 44.1%, 서울에서 28.4%의 사고가 발생해 수도권 전체의 비중이 가장 컸다. 그 외 지역은 경상권 12.9%, 충청권 7.4%, 전라권 5.5%, 강원·제주 1.6%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에서는 서초구(31.2%)와 강남구(30.3%)에서 침수 사고 비중이 높았으며, 경기도에서는 성남시(12.2%), 화성시(8.8%) 순으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야간 침수사고 61%…심야 3시간에 30% 이상 집중 침수 사고는 야간 시간대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조사 기간 중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3시간 동안 전체 침수 사고의 31.6%가 집중됐고, 전체 야간 발생 비중은 61.2%에 달했다. 야간에 발생한 침수 사고의 건당 평균 피해액은 862만 원으로, 이는 주간 사고(약 615만 원)보다 1.4배 높은 수준이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 시간대의 도로 상황 인식 저하와 침수 구간의 식별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침수에 가장 취약한 차량은 '세단'…SUV보다 흡입구 낮아 차종별 침수 피해는 승용 세단이 전체 사고의 72.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반면 SUV, RV, 트럭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연구소에 따르면 세단의 엔진 흡입구 평균 높이는 29cm로, SUV(평균 97cm)에 비해 훨씬 낮아 상대적으로 침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낮은 흡입구를 통해 물이 유입되면 엔진 내부 손상이 발생해 차량 전체의 수리가 필요할 수 있으며, 자칫 전손(전부 손실) 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침수 도로 무리한 진입 금물…정지 후 견인 조치가 최선"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제호 수석연구원은 "차량 운행 중 침수 구간이 나타났을 경우,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부득이하게 침수 도로를 주행할 경우에는 저속으로 한 번에 통과하고, 침수 후에는 절대 시동을 걸지 말고 즉시 견인해 정비소로 이동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립 사고 대비 시스템·운전자 인식 개선 필요 기후변화와 국지성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도심 내 돌발 침수 사고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경기권과 같은 고밀도 도심에서는 운전자의 실시간 대응과 공공 시스템의 조기경보 체계가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전자 개인의 주의와 함께, 교통정보 시스템의 침수 감지 알림, 자동 우회 경로 제공, AI 기반 도로 상황 예측 서비스 등 기술 기반의 대응체계 도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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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운행 중 침수사고 72% 수도권 집중⋯야간 발생률도 높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