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이슈] 지정학·AI·기후 '복합위기'⋯페트로나스 CEO "아시아에 1경원 투자해야"

입력 : 2025.06.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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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정학적 갈등에 AI 수요 폭증 겹쳐⋯'변동성'이 새 표준 됐다
  • 2050년까지 90조 달러 투자 시급⋯"아시아 탄소중립 없이 세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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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에너지 아시아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텡쿠 무하마드 타우픽 페트로나스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페트로나스의 등쿠 무하맛 타우픽 최고경영자(CEO)가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분쟁, 기술 격변이 겹치는 '복합위기' 때문에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촉발할 아시아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2050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만 약 90조 달러(약 12경 2445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16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에너지 아시아' 콘퍼런스 개막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업스트림 온라인이 보도했다. 그는 "장기화한 지정학적 갈등은 주변 지역으로 전이됐으며,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또 다른 형태의 대립으로 세계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시장에서 행동 방식을 재구성하고, 변동성으로 가득한 새로운 표준을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매일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를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이 여파로 공급 충격 우려가 커지며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은 세계가 상호 보복 관세와 공급망 불안정의 망령으로 휘청거리는 때에 벌어지고 있다"며 "이미 문명의 발전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실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인류의 발전 뒤에는 항상 에너지가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대를 바꾸는 모든 획기적인 기술 발전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가용성 덕분에 가능했다"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혁명들이 세계 GDP를 꾸준히 성장시켜 2022년 처음으로 100조 달러(약 13경 6020조 원)를 돌파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가 현재 5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으며, 그 중심에 AI가 있다고 말했다. "AI는 모든 산업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기술이 되고 있다"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만 해도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945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이며, 이는 앞으로 총 전력 수요 증가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이러한 수요 급증은 기존 에너지 기반시설과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 기술 혁명, 기후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을 페트로나스는 '복합위기(polycrisis)'라고 규정했다.


폭증하는 아시아 수요…2050년까지 90조 달러 필요


이런 복합위기 속에서 에너지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60%(48억 명)를 차지하는 이 지역은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아시아는 이 야심 찬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추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의 에너지 전환은 아시아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전반에 AI를 도입하고, 늘어나는 인구를 위해 불을 밝히며, 우리 지역사회의 안녕을 지키고 저탄소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만 약 90조 달러(약 12경 2445조 원)의 에너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불규칙해지는 시장, 급증하는 운영 비용, 올라가는 기온, 반복되는 자연재해와 씨름하고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에너지원 다변화와 국제 공조 '유일한 해법'


그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에너지원 구성의 다변화다. 그는 "에너지 회복력을 유지하려면 저배출 에너지원과 배출 저감 연료를 모두 갖춘 더 균형 잡힌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에너지 투자의 확대다. 타우픽 최고경영자는 "에너지는 경제의 생명선이며, 투자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 금융 기관, 산업계가 협력해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에너지 사업을 위한 자본을 끌어올 정책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이 "아시아의 시대"라고 선언하며, "아시아가 탄소중립(넷 제로)을 이루지 못하면 세계의 탄소중립도 없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성은 기자 yuna@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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