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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12척 '세기의 수주전'⋯한화 KSS-III 대 독일 212CD 최후의 일전
- 캐나다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해군력 재건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최후의 결단을 고심하고 있다. '캐나다 순찰 잠수함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노후화한 빅토리아(Victoria)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최대 12척의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그 규모는 미국을 제외한 NATO 동맹국 가운데 최대의 디젤 잠수함 전력이 될 수 있다. 국가안보 전문가 브랜든 J. 바이커트(Brandon J. Weichert)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이 사업의 함의를 짚으며 캐나다가 기존의 '상징적 해군'에서 실질적 해양 강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심해 피벗(Undersea Pivot)'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중고 빅토리아급 30년…'북극해 공백'이 결단을 재촉한다 캐나다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은 1990년대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된 기체들이다. 수명 주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캐나다의 해상 방어에 '취약 공백(vulnerability gap)'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지리적 조건에 있다. 캐나다는 대서양·태평양에 더해 러시아와 직접 접경하는 북극해(High North) 광역 해역에 걸쳐 방대한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댄 '전략적 타성(strategic apathy)'이 누적된 결과, 캐나다의 방위산업 기반은 냉전 종식 이후 빠르게 위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이 일시 완화된 틈을 타 오타와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CPSP는 수년간의 평가 끝에 최종 경쟁자를 독일 TKMS의 '212CD'와 한국 한화의 'KSS-III' 두 기종으로 압축했다. 올해 안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첫 잠수함 인도는 2030년대를 예상하고 있다. 한화 KSS-III: VLS·리튬전지로 무장한 '블루워터 전투잠수함'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III는 재래식 잠수함의 개념적 한계를 뛰어넘는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VLS·Vertical Launch System)의 탑재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에 VLS를 장착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를 통해 수중에서 지상 표적을 직접 타격하는 전략적 타격 능력을 확보한다. 기존 어뢰 중심의 잠수함 전력을 '해양 거부(Sea Denial)'에서 '전략 타격(Power Projection)' 수단으로 격상시키는 개념적 전환이다. 동력 체계에서도 혁신이 두드러진다.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로 수중 잠항 지속 능력이 기존 납축전지 방식 대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대양(large open ocean) 작전에 최적화된 '블루워터(Blue-water)' 설계는 북극해와 태평양의 광활한 해역을 커버해야 하는 캐나다의 지전략적 요구와 정확히 부합한다. 바이커트 분석가는 "한화오션이 캐나다 조달 당국에 이미 완성된 잠수함이 물에 떠 있는 생산 라인을 직접 시연했다"며 "유럽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인도 스케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사업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있는 조선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캐나다가 잠수함 전력 확보라는 핵심 사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은 전략적 실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 절충교역'이 진짜 승부처…알고마 스틸·어빙 조선소와 전략적 동맹 이번 사업의 본질은 무기 도입을 넘어선다. 수십 년간 방치된 캐나다의 방산 산업 기반을 재건하려는 경제·산업 전략이 사업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알고마 스틸(Algoma Steel), 텔레샛(Telesat), MDA 스페이스(MDA Space), 어빙 조선소(Irving Shipbuilding) 등 캐나다 핵심 방산·중공업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패키지로 제안하며 파격적인 산업 절충교역(Industrial Offset) 조건을 내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이 재개될 가능성을 의식한 캐나다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아닌 독자적 방산 공급망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의 현지화 파트너십 전략은 단순한 기술 경쟁 이상의 정치적 설득력을 갖는다. 독일 TKMS는 '212CD'의 NATO 표준화 이점과 북대서양에서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NATO 회원국 간의 장비 일원화가 군사 협력과 군수 지원 측면에서 제공하는 실질적 이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이커트는 "캐나다가 2030년대까지 실질적인 잠수함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의 제조 역량과 납기 능력이 결정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상징적 해군'에서 '진짜 강국'으로…트럼프가 촉발한 캐나다의 전략 대각성 이번 CPSP의 저변에는 캐나다 외교·안보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깔려 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자국 방위를 미국에 아웃소싱해 온 캐나다에서, 트럼프의 외교적 압박이 역설적으로 자강(自强) 의지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바이커트는 "캐나다가 12척의 실전형 잠수함 전력을 실제로 완성한다면, 이는 캐나다를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의 반열에 올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수주전의 향배는 'NATO 결속'이라는 명분과 '첨단 기술·신속 인도·산업 파트너십'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캐나다 정부가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달려 있다. 북극해의 깊고 차가운 바다 밑에서 펼쳐질 미래 전쟁의 양상이, 지금 오타와의 결정실(決定室)에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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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12척 '세기의 수주전'⋯한화 KSS-III 대 독일 212CD 최후의 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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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52)] 중동전쟁에 엔화가치 159엔대 추락⋯일본당국 시장개입 가능성 고조
- 안전자산인 달러가 13일(현지시간)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 등에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59엔후반대까지 치솟자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주요 6개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7% 오른 100.35를 기록했다. 이번주초와 비교하면 달러지수는 1.5% 상승했다. 달러가치는 엔화에 대해 0.2% 오른 달러당 159.67엔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4년7월이래 최고수준이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는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수/달러 매도에 나서는 시장개입을 경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0.6% 뛴 1.14395달러에 거래됐다. 코페이(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수석시장전략가 칼 샤모타는 "일본 정책당국자는 엔화약세로 이미 고공행진하고 있는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면서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에 의한 엔매수 시장개입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 일본 재무장관은 13일 각료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엔화 환율과 관련, "중동정세로 금융시장에 큰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민생활에 대한 영향을 염두에 두고 언제, 어떤 경우에라도 만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와는 평소 이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인플레가 지속되는 상황을 보여주었다.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지출이 전달보다 0.4% 상승해 상승률은 전달과 비교해 보합수준이지만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0.3% 상승)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달과 비교해 0.3%, 지난해보다는 2.8% 올랐다. 이번 PCE 가격지수는 지난달 28일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기조적인 인플레 압력이 뿌리깊게 이어지고 있는데다 중동정세 장기화도 겹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당분간 금리인하 재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잉은행(ECB)가 19일 개최예정인 이사회를 주목하고 있다. 원유가격 급등으로 ECB는 연내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금융긴축에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환율전략책임자 제인 폴리는 "에너지 운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의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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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52)] 중동전쟁에 엔화가치 159엔대 추락⋯일본당국 시장개입 가능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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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유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연저점 경신⋯3주 연속 하락
-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를 돌파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S&P500은 전일 대비 0.61% 내린 6,632.19로 마감했다. 최근 고점 대비 5% 하락해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3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0.93% 떨어진 22,105.36,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9포인트(0.26%) 밀린 46,558.47로 장을 닫았다. 유가는 4주 연속 상승했다. WTI 선물은 3.11% 오른 배럴당 98.71달러로, 브렌트유는 2.67% 상승한 103.14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3자릿수를 유지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은 적을 압박하는 도구로 계속 봉쇄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한편 연방법원은 이날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발부한 소환장 2건을 기각했다.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소환장의 목적은 파월 의장을 압박하거나 사임시키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는 후임자를 앉히려는 정치적 간섭"이라고 판시했다. [미니해설] 유가 충격이 바꾼 방정식…'금리 인하 기대'도 흔들린다 월가의 공포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다. 핵심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브렌트유가 전쟁 발발 전 대비 42%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지난 4분기 GDP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꺾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구도다. 이 상황이 연방준비제도(Fed)를 난처하게 만든다.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거의 접었다. 마운트 루카스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아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반영하는 금리 경로가 지금 다시 의문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이익은 양호하지만, 시장 심리가 유가 변수 앞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저가매수' 러시…유가 ETF 매수 사상 최대 기관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에 베팅을 축소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밴다 리서치에 따르면 13일 순수 유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규모가 2억1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미국 원유 펀드(USO)도 개인 순매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밴다는 "일부 기관들이 유가 급등을 되돌리려 했지만, 이번 주 만큼은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옳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섹터는 이날 0.8% 올라 유틸리티(+1.4%)에 이어 S&P500 11개 업종 중 두 번째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주간 기준으로도 에너지는 2.5% 상승하며 유일하게 뚜렷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이 됐다. 반면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서비스는 각각 1.1%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법원, 파월 소환장 기각…"트럼프의 정치적 간섭" 일침 이날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연준 독립성 이슈였다. 보즈버그 판사는 법무부가 파월 의장에게 발부한 소환장을 전격 기각하면서 "소환장의 지배적인 목적은 파월을 압박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를 후임자를 위해 자리를 비우게 하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판결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독촉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이 일일이 인용됐다. 이번 판결은 연준 독립성 수호라는 측면에서 금융시장에 단기적 안도감을 제공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즉각 항소를 선언하면서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연준이 유가 발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행정부의 압박까지 겹친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어도비는 CEO 샨타누 나라옌의 퇴임 소식에 5% 이상 급락했고, 울타 뷰티는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 여파로 12% 폭락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밈코인 '$TRUMP'는 상위 보유자 297명을 초청하는 독점 만찬 행사 발표 이후 24시간 만에 50%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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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유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연저점 경신⋯3주 연속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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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8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고양이(1) 그날 사월의 지극히 평범한 날 아침에 운명의 문을 노크한 것은 두 마리의 고양이였다. 허민 그는 알아야 했다. 두 마리의 고양이 때문에 삼십 년 넘게 '담장 위의 인생'을 살아온 은퇴한 스파이에게 허락되었던 짧은 평화는 흔들릴 운명이 되었다. 골짜기를 가득 채웠던 골안개가 태양이 남쪽 방향에 자리 잡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말이다. 야속하도다. 고작 사월의 골안개 같은 평화라니. 그랬다. 하얀 털의 고양이 한 마리가 카페 앞 철제 펜스 울타리에 올라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저녁의 하늘 색과 같은, 푸름과 어둠의 경계 선상의 눈동자. 농장정원 '더파든'에 나타난 지 두 달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그의 아내가 '백설이'라 이름을 붙인 고양이. 그가 잠깐 커피잔에 눈을 주었다 들었을 때 '백설이'는 보이지 않았다. 요 며칠 아침마다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위치에 나타났다가 그의 시선을 흡입하고 나면 사라지는 고양이. 어떤 징조를 드러내는 고양이. 그리고 오후에는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고양이 '예나'가 마치 근무 교대라도 하 듯이 그 자리에 나타나 그의 시선을 받고는 사라졌다. "우연이 쌓이면 필연이 된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우연은 없다. 우연은 필연의 한 부분이고, 필연의 한 과정일 뿐이다. 겪어본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우연은 패자의 변명수단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 스파이들이 우연을 받아들이는 순간, 연민과 허영이 빗장을 열고 실패를 불러온다는 것. 실패는 죽음의 길을 연다는 것. 그들은 안다. 그러나 곧잘 잊는다. 그리고는 후회한다. 오늘 새벽에도 허민은 그 꿈을 꾸었다.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그 꿈이 찾아왔다. 고양이 두 마리, '백설이'와 '예나'가 농장정원 '더파든'에 나타난 즈음에 시작된 꿈. 서른 번 가까이 같은 내용의 꿈이 반복되면서 이젠 꿈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어느 시대인지, 어떤 사연인지 구체화되고 있었다. 장렬하게 사라져간 고대 전사의 잊힌 서사가 완성되고 있었다. 꿈이 신화와 현실의 접점을 찾아내어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 내는 듯이. 흐릿한 첩보의 조각들이 맞추어져 하나의 선명한 정보가 완성되듯이 말이다. "이건 그저 그런 허튼 꿈이 아니야.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거야. 어떤 중대한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이 분명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고대의 전쟁터였다. 힌두쿠시 어디쯤이라고 했다. 아마 고대의 박트리아, 지금의 북 아프가니스탄 지역일 것이다. 꿈 속의 주인공은 위대한 정복 왕이며 신의 아들(파라오)인 '알렉산드로스' 동방원정대의 백인대장(로카고스, Lochagos)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로카고스 레온티오스 타란디노스', 즉 타란토(고대 남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도시) 출신의 백인대장 레온티오스라고 불렀다. 그는 부하 아흔 일곱 명과 함께 남겨졌다. 박트리아 산악부족 연맹의 군대를 막아 신의 아들 '알렉산드로스'가 힌두쿠시를 무사히 통과하도록 해야 했다. 얼마 전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에서 파라오로 받아들여져 '아문의 아들'로 불렸고, 또 파라오의 전통 왕호에 따라 '라의 아들'이라는 칭호도 사용됐다. 그리스식으로는 이를 '제우스-아몬의 아들', 곧 '제우스 신의 아들'로 이해했다. 신의 아들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된다. 신화가 위협받는다. 마지막 전투였다. 삼 주야를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하고 싸웠다. 적은 포기할 줄 몰랐다. 그리고 영리했다. 시간은 그들의 것이었다. 한 번에 열댓 명 정도의 적이 일개미의 행렬처럼 끝없이 계곡과 산등성이와 바위와 관목의 그림자 사이를 통과하여 다가왔다. 적 열명을 죽이면 부하는 두 명이 죽었다. 이제는 마지막, 마침내 적장의 칼끝이 가슴에 닿았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심장의 요동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영혼을 붙잡고 있던 희미한 몸의 온기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빛이 채 가시지 않은 초저녁 하늘에는 빛이 사라져 가며 남기는 푸름과 검음의 경계에 실 같은 초승달이 떠 있었다. 고양이의 눈을 닮은 달이었다. 푸른 빛이 은은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희미한 존재. 푸른 회색의 고양이. 고양이는 이제 곧 스러질 최후의 감각을 붙잡고 있는 전사의 가슴에 앉아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의 모습은 이제 막 전사의 몸을 떠나고 있는 영혼, 그 영혼의 심연으로 깊이 가라앉는 기억이 되고 있었다. 순간, 흩어져 있던 허민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정보분석의 틀이 치열하게, 그러나 차갑게 가동하고 있었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순백의 고양이 '백설이'의 눈. 푸름과 검음의 경계에 속하는 색깔의 눈. 초승달을 닮은 눈. 그리고 푸른 빛이 도는 회색의 고양이 '예나'의 모습. 이렇게 꿈 속에서 죽어가던 전사의 영혼, 그 영혼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소환되고 있었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일했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인,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소설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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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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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제노동 카드로 새 관세 전선⋯한·중·일 포함 60개 경제주체 대상 301조 조사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을 포함한 60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미흡'을 문제 삼는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각 경제주체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금지를 도입·집행하지 않은 행위와 정책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는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 한·중·일 등 16개 경제주체를 겨냥해 시작한 '과잉생산' 301조 조사와 병렬로 진행된다. USTR은 4월 15일까지 서면 의견과 공청회 출석 신청을 받고, 4월 28일부터 필요시 5월 1일까지 공청회를 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4일부터 150일간 10%의 한시적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이번 301조 조사는 연방대법원의 기존 상호관세 무효 판단 이후 새 관세 체계를 짜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해설 기사] 강제노동 명분, 관세의 본체…트럼프, 301조로 '포스트 상호관세' 재무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꺼내든 카드는 무역법 301조였다. 12일 USTR이 개시한 이번 조사의 표면 명분은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 금지 미흡'이다. 그러나 통상정책의 큰 흐름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권 압박이 아니라 지난달 무너진 상호관세 체제를 301조 기반의 새 관세 체계로 재구성하려는 후속 작업의 성격이 짙다. USTR은 60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각국의 행위·정책·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며 미국 상거래를 제한하는지 따지겠다고 밝혔고, 조사 대상에는 한국·중국·일본은 물론 EU,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 미국의 핵심 교역 상대가 대거 포함됐다. 이번 사안에서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은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의 의미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각국이 자국 내 강제노동을 단속했느냐만이 아니다. 공식 공지문 문구를 보면, 핵심 쟁점은 각 경제주체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했는가"에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곧바로 '강제노동 활용국'으로 낙인찍혔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식 기준의 수입 차단 제도를 각국이 얼마나 갖추고 있고 실제로 집행하느냐를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USTR도 의견 수렴 항목에서 각 경제주체가 강제노동 수입금지 제도를 유지하거나 도입 중인지, 또 그 금지조치가 실제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묻겠다고 밝혔다. '강제 노동 301조'와 '과잉생산 301조'는 한 세트 이 대목은 통상적으로도 중요하다. 미국은 이미 거의 100년에 걸쳐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 금지를 법체계에 두고 있고, USTR은 이번 관보 초안에서 그 제도가 단순한 인권 규범이 아니라 경제·안보 문제와 직결된다고 못 박았다. 강제노동을 활용한 생산은 인위적으로 비용을 낮춰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왜곡된 경쟁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USTR은 또 현재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강제노동 관련 보류명령(WRO) 54건과 적발 결정 8건을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조사가 선언적 문제 제기가 아니라, 미국이 이미 갖고 있는 수입통제 체계를 다른 교역상대국에도 사실상 확장하려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관세정책의 시간표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0일 백악관 포고문을 통해 무역법 122조를 발동했고, 이에 따라 2월 24일부터 150일간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한시적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백악관은 이 조치의 종료 시점을 7월 24일로 명시했다. 122조는 본래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최대 150일 동안 한시적 수입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반면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차별적 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보다 정교하고 지속적인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시한이 짧은 122조의 10% 글로벌 관세를 깔아둔 뒤, 그 만료 전에 301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별·사안별 관세 체계를 새로 짜는 것이 훨씬 유연한 전략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강제노동 301조'는 전날 착수한 '과잉생산 301조'와 한 세트로 봐야 한다. USTR은 3월 11일 구조적 과잉생산 및 제조업 과잉공급 문제를 이유로 한국·중국·일본·EU·대만·베트남·인도 등 16개 경제주체에 대한 별도 301조 조사도 시작했다. 관보 초안에 따르면, 이 조사 역시 4월 15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5월 5일부터 공청회에 들어간다. 한국은 강제노동 이슈와 과잉생산 이슈 두 갈래 모두에서 미국의 새로운 301조 통상 압박망 안에 들어간 셈이다. 이 점에서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단발성 제재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동맹·우방까지 포괄하는 전면적 통상 재배치에 나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강제노동, 왜 관세 새 명분이 됐나? 미국이 왜 하필 '강제노동'을 새 관세 명분으로 택했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의제는 보호무역 논리를 인권과 공급망 윤리의 언어로 감싸는 효과가 있다. USTR은 관보 초안에서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선언 등을 거론하며 강제노동 근절이 거의 보편적 국제 규범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결론은 통상 논리로 귀결시킨다. 강제노동이 개입된 상품은 인위적으로 값이 싸고, 이 때문에 미국 수출품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미국 노동자의 임금과 생산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즉 도덕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철저히 산업정책과 통상보복의 문법에 가깝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USTR의 평가 기준이 생각보다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관보 초안은 캐나다·멕시코·EU가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 또는 판매를 막기 위한 조치를 도입했지만, "강제노동 수입금지 조치를 채택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한 나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적시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이제 단순 입법이나 원칙 선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실제 차단 실적과 제도 집행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동맹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통상정책의 잣대는 훨씬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범위 포괄성'이 관건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조사 범위의 포괄성이다. 이번 조사는 특정 품목 몇 개를 찍어 겨냥하는 구조가 아니다. USTR은 공개 의견 수렴 항목에서 "각 경제주체 제품에 대한 관세의 수준과 범위", "수입 제한의 수준과 범위", "추가 관세가 덮을 적정 교역 규모"까지 직접 묻고 있다. 이는 조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미국이 품목별·국가별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폭넓게 설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아직 한국의 어떤 산업이 직접 표적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사안별 조사 틀을 통해 언제든 압박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태생적 시한부 122조⋯절차상 외피 갖춘 301조 절차상 일정도 촘촘하다.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는 4월 15일까지 의견서와 공청회 출석 신청을 받은 뒤, 4월 28일부터 필요시 5월 1일까지 공청회를 연다. 이후 마지막 공청회 종료 7일 뒤까지 반박 의견을 접수한다. 로이터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7월 임시 글로벌 관세 만료 전에 이번 301조 조사와 구제조치 제안을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결국 4~5월 여론수렴, 6~7월 판단, 7월 말 새 조치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논란이 컸던 일괄 상호관세 대신, 절차적 외피를 갖춘 301조 조사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으로도 파장은 작지 않다. 2월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기존 글로벌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뒤, 행정부는 122조 10% 할증관세로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122조는 태생적으로 시한부다. 따라서 행정부가 더 오래가고 더 선별적인 관세 체계를 갖추려면 301조 같은 별도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강제노동과 과잉생산은 그런 점에서 가장 활용하기 쉬운 명분이다. 하나는 인권과 노동, 다른 하나는 산업정책과 공급과잉을 내세우지만, 두 조사 모두 최종 목적지는 추가 관세 또는 수입 제한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의 본질은 '강제노동 단속' 그 자체보다, 트럼프식 통상전쟁의 2막이 어떻게 설계되는가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지만, 통상에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과잉생산 조사에 이어 강제노동 조사까지 동시 노출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실사와 원산지 관리, 대미 수출전략, 통상 외교 대응을 한꺼번에 재점검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인권의 언어로 시작된 이번 조사 끝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낼 것은, 결국 새로운 관세의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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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제노동 카드로 새 관세 전선⋯한·중·일 포함 60개 경제주체 대상 301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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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미국 러시아산 원유 구입 일시 허용에 하락반전
-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아시아시장에서 미국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구입을 일시 허용하는 조치로 하락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싱가포르 원유시장에서 이날 오전 10시23분(일본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은 0.9%(88센트) 내린 배럴당 94.85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0.7%(71센트) 하락한 배럴당 99.75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정부는 12일 현재 해상에서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구입을 각국에 인정하는 30일간 라이선스를 발행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X에 대한 투고에서 "이란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이고 '대상을 한정한' 조치라며 러시아 정부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가의 일시적인 상승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혼란으로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미국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미국 재무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 따르면 라이선스는 12일 시점에서 선박에 적재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의 인도와 판매를 허가하며 미국 워싱턴 시간 4월 11일 심야까지 유효하다. 재무부는 지난 5일 인도용으로 30일간의 라이센스를 발행해 인도가 해상에서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은 FOX 뉴스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은 가격 인하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해상에 있는 러시아산 석유를 시장에 투입하고 미국내 석유생산업체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고 대규모로 굴착·증산을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규제완화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FOX 뉴스에 따르면 12일 시점에서 약 1억24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석유가 해상에 체류 하고 있다. 홍코의 해통선물(海通期貨) 애널리스트 양 안은 "라이선스 발행은 시장의 불안감을 다소 완화시켰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가장 장요한 것은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재개"라고 지적했다. IG 애널리스트 트노 사이카모어는 "이란이 주로 중국행 유조선에 대해 하루 1~2척의 유조선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을 우군으로 삼는 동시에 자금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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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미국 러시아산 원유 구입 일시 허용에 하락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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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칼 빼든 정부⋯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시행, 민생 진정 나섰다
- 정부가 13일 0시를 기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이 민생 전반을 짓누르자 가격 상한을 한시적으로 설정해 시장 불안을 막겠다는 비상조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범부처 합동 점검단 회의를 열고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국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격 담합, 매점매석,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점검단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800회 이상 집중 점검해 20건의 위법 사례를 적발했고, 앞으로 월 2000회 이상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소비자와 농민, 화물차 기사들은 기름값 안정 기대에 반색했지만, 주유소들은 고가 재고 부담으로 즉각적인 가격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2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93.3원, 경유는 1911.1원으로 각각 전날보다 5.5원, 7.9원 내렸다. [미니해설] 유가 상한제, 민생 숨통 틔울까…정부 비상개입과 시장 충격의 두 얼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꺼내든 것은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선다. 전쟁과 공급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국면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물류비, 농업 생산비, 배달비, 외식비, 공산품 가격으로 번진다. 정유와 유통시장의 가격 급등이 생활비 전반을 밀어 올리는 연쇄 반응을 차단하지 못하면, 고유가는 곧바로 민생 위기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그런 확산을 늦추기 위한 일종의 비상 브레이크에 가깝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시장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가격 결정 구조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제도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과 투기적 움직임을 억누르기 위한 한시 조치로 규정했다. 특히 일부 사업자가 공급 불안을 틈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매점매석과 담합으로 시장 왜곡을 키울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된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가 이번 조치와 동시에 범부처 합동 점검단의 칼날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점검 대상은 단순한 가격표시 위반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시장 가격 담합,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 세금 탈루, 불법 석유 유통 등 사실상 시장질서를 흔드는 전반이 포함됐다. 지 난 6일부터 일주일간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800회 이상 집중 단속해 20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는 보고는, 정부가 이번 최고가격제를 단순 행정지침이 아니라 강한 집행 의지를 동반한 비상체제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월 2000회 이상 단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같은 신호다. 현장의 첫 반응은 분명했다. 고유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받던 계층부터 즉각적인 안도감을 보였다. 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인은 주유 시점을 미루다 제도 시행일에 맞춰 주유소를 찾았고, 경유비 부담에 수입이 줄어든 화물차 기사들은 적어도 고속도로에서 필요 이상으로 비싼 주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시설재배 농가 역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농번기를 앞두고 농기계 가동과 난방용 유류 수요가 커지는 시점에 경유와 등유 가격이 고점에서 더 치솟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컸기 때문이다. 정책 심리효과도 작지 않다. 값싼 주유소를 찾아 장거리 이동까지 감수하던 '원정 주유' 수요가 줄고,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으로 13일 오전 2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93.3원, 경유는 1911.1원으로 각각 전날보다 5.5원, 7.9원 내렸다. 숫자만 보면 인하 폭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정책 시행 첫날부터 하락 방향이 확인됐다는 점은 상징성이 있다. 적어도 정부 개입이 시장에 '더 이상 무제한 상승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다만 제도 시행 첫날의 안도감이 곧바로 체감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서부터 정책의 현실적 한계가 드러난다. 정유사 공급가격이 낮아졌더라도, 일선 주유소는 이미 높은 가격에 사들인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자영 주유소 입장에서는 이 재고를 손실을 감수하고 즉시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뉴스에서 '최고가격제 시행'을 보고 당장 가격이 내려가길 기대하지만, 주유소는 전날 들여온 물량을 하루아침에 새 가격으로 바꿔 팔 수 없다. 울산과 창원 등 현장 주유소 업주들이 "즉시 가격 조정은 어렵고 3~4일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이 대목은 정부 정책과 시장 유통구조 사이의 시차를 보여준다. 최고가격제는 공급단 가격을 눌러도 소매단 가격 반영에는 재고 순환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도서 지역처럼 유류 공급에 해상 운송이 필요한 곳은 더 늦다. 백령도 주유소들이 여전히 휘발유·경유·실내등유 모두 L당 2000원대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물류 현실은 지역마다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제도는 동일하게 시행돼도 체감 속도는 도시, 농촌, 도서 지역에 따라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정책의 또 다른 한계는 절대 가격 수준이다. 농민단체가 지적하듯 이미 경윳값은 과거 1400원 수준에서 2000원 안팎까지 뛰어올랐다. 지금의 최고가격제가 추가 급등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이미 누적된 부담 자체를 지워주지는 못한다. 농업과 물류, 배달업처럼 유류비 비중이 큰 업종은 가격이 조금 내려도 체감 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농번기를 앞둔 농촌은 경유 소비량이 급증하는 시기여서, 상한제가 시행돼도 부담 총액은 여전히 무겁다. 이 때문에 최고가격제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는 응급조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의 성패는 세 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정유사 인하분이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느냐다. 둘째, 담합·매점매석·불법 유통을 단속해 상한제의 효과를 잠식하는 회색지대를 얼마나 줄이느냐다. 셋째,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경우 정부가 상한 유지에 필요한 후속 보완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내놓느냐다. 최고가격제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급, 유통, 감독, 현장 설득이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정책이 가격표에 찍힌다.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시장 원리를 잠시 멈춰 세운 조치가 아니라, 시장 실패 가능성을 억제하려는 위기 대응의 산물에 가깝다. 소비자에게는 숨통을 틔워줄 수 있고, 농민과 화물차주, 자영업자에게는 심리적·실질적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고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주유소의 부담, 지역별 공급 격차, 이미 높아진 유가 수준이 남긴 상처까지 감안하면 정책 효과가 온전히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제도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하 효과가 현장 말단까지 도달하도록 유통 단계의 병목을 관리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시작됐지만, 진짜 평가는 주유기 숫자가 얼마나, 얼마나 오래 내려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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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칼 빼든 정부⋯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시행, 민생 진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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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중일 포함 16개 경제권 '301조 조사' 착수⋯관세전쟁 재점화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중국·일본 등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글로벌 통상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도 포함됐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에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특정 경제권의 제조업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 생산과 연계된 정책과 관행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공정 무역 행위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조치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IEEPA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150일 동안 적용되는 10% 관세가 만료되는 7월 하순 이전에 조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사 일정은 3월 17일 의견 접수 창구 개설을 시작으로 4월 15일 의견 제출 마감, 5월 5일 공청회 등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USTR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 금지와 관련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12일부터 추가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니해설] 트럼프 '301조 카드' 다시 꺼냈다…세계 무역질서 흔드는 관세 전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기존 상호관세 조치가 법적 제동에 걸린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사에서 각국의 제조업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과 이에 따른 무역 왜곡을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독자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1974년 제정된 이 법은 상대국의 법과 정책, 관행이 미국 기업과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다양한 제재를 가능하게 한다. 301조 조사 대상에 한국 포함…통상 압박의 새로운 신호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동남아 주요 국가, 인도, 멕시코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세계 주요 제조업 국가 대부분이 조사 범위에 들어간 셈이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 생산 능력을 구축해왔다"며 "과잉 생산능력은 과잉 생산과 지속적인 무역 흑자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 무역흑자와 미사용 생산능력 등을 중심으로 구조적 과잉 생산의 증거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제조업 보조금 정책,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 환경 규제, 시장 접근성 등 광범위한 요소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정책, 수산물 및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 등도 추가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301조를 활용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이전 강요 문제를 이유로 301조 조사를 실시했고,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의 약 75%가 관세 대상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조치를 유지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100%, 태양광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견제 정책을 이어왔다. 301조가 미국 통상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01조보다 더 강력한 조치로는 '슈퍼 301조'가 있다. 이는 불공정 무역국을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해 집중적인 협상과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한 제도다. 1989년 도입됐다가 폐지됐지만 이후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부활했다. 한국 역시 과거 슈퍼 301조의 압박을 경험한 바 있다. 1997년 미국은 자동차 수입 장벽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대형차 중심 자동차세 제도가 미국 자동차 수출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까지 겹치며 한미 통상 갈등이 크게 확대됐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약 1년간 협상 끝에 한국이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과잉 생산능력' 명분으로 글로벌 제조업 겨냥 이번 301조 조사는 글로벌 제조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세계 제조업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철강, 태양광 등 주요 산업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이 정부 보조금과 산업 정책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조사에서 이러한 산업 정책이 불공정 무역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150일 동안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7월 하순 만료된다. USTR은 이 시점 이전에 301조 조사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기존 관세 정책이 법적 논란에 휘말리자 보다 강력하고 명확한 통상 압박 수단으로 301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겨냥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조치는 약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 패권 경쟁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산업 정책과 공급망 구조까지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향후 통상 갈등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점은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새로운 통상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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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중일 포함 16개 경제권 '301조 조사' 착수⋯관세전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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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해소 역부족 상승
- 국제유가는 11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우려가 지속되면서 상승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4.6%(3.90달러) 오른 배럴당 87.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4.8%(4.18달러) 상승한 배럴당 91.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인 비상 비축유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란전쟁 지속에 따른 원유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출 규모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총 1억8270만 배럴 방출 규모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 한국도 전략 비축유 방출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은 비축유 방출 발표가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란 전쟁에 따른 글로벌 석유 공급 감소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각국의 비축유 방출이 2∼3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 발표에 앞서 낸 투자자 노트에서 이란 전쟁에 따른 걸프해역(페르시아만) 석유 수출 감소분이 하루 1540만 배럴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비축유 총방출량은 약 26일분의 공급 감소량에 해당한다. 맥쿼리는 IEA의 제안 규모가 전 세계 하루 생산량을 기준으로 약 4일 치, 걸프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을 기준으로 약 16일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아르네 시엘드로프 분석가는 로이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이라고 해도 시장은 현재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이 이란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이날 "석유와 에너지 가격을 인공호흡기로 낮추진 못한다"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까지 설치했으나 미국은 이란의 기뢰부설함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해 저지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시설 가동 중단도 확대되고 있는 점도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의 핵심 시설인 정유·석유화학 복합단지 루와이스 산업단지는 전날 드론 공격으로 정제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전략 비축유 제도'는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1974년 IEA가 설립되면서 도입됐다. IEA는 회원국들에 순 석유 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에 해당하는 비상 석유 비축 의무를 부과하고, 비축분은 국가가 통제하거나 민간 기업이 보유한다.IEA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현재 12억 배럴 이상의 비상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방출은 역사상 6번째이며, 물량 규모로 따지면 역대 최대다. 우리 정부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공조에 동참해 비축유 2246만 배럴를 방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방출 물량은 전체 4억 배럴의 5.6%에 해당한다. 국가별 방출 물량은 IEA 32개 회원국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개별 국가가 차지하는 소비량에 비례해 산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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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해소 역부족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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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92달러에도 못 버틴 다우⋯뉴욕증시, 전쟁·금리·실적 사이에서 흔들리다
- 미국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고유가 부담 속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인 4억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유가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9.24포인트(0.61%) 내린 4만7417.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68포인트(0.08%) 하락한 6775.80, 나스닥지수는 19.03포인트(0.08%) 오른 2만2716.13으로 장을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 넘게 오른 배럴당 87달러 안팩, 브렌트유 선물도 4% 이상 상승한 92달러선에서 움직였다. 유가 반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무력 충돌이 있다. 미국은 전날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이란 선박 여러 척을 격침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는 이날 이란 연안과 해협 인근에서 화물선 3척이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발표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종목별로는 오라클이 단연 돋보였다. 회계연도 3분기 실적과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도 900억달러로 10억달러 상향하면서 주가가 9% 넘게 뛰었다. 반면 금융주와 소비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라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앞으로 유가 상승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에 시장은 안심하지 못했다. [미니해설] 비축유 풀어도 유가 안 꺾였다…월가가 더 무서워한 건 '출구 없는 전쟁' 11일 뉴욕증시를 관통한 핵심은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가가 오르는데도 이를 제어할 확실한 수단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IEA는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통상 이런 조치는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고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카드다. 그런데 이날 시장 반응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브렌트유는 92달러선을 웃돌았고, 다우지수는 289포인트 밀렸다. 시장은 '비축유 방출'이라는 처방보다 '전쟁 장기화가 실제 공급망에 남길 상처'를 더 크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충격이 원유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레어드 노톤 웨더비의 론 알바하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정제제품, 특히 항공유 같은 제품의 흐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유를 풀어도 병목이 남아 있으면 실물경제는 계속 압박받는다. 미국 정부가 선박 보험과 통항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상선 피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책 선언만으로 흐름이 복원되기는 어렵다. 시장은 바로 이런 '정책과 현실의 간극'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 흐름도 불안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우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금융주였다. 골드만삭스와 비자가 지수를 압박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227%까지 올랐다. 시장이 걱정한 것은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을 거쳐 금리 변수로 번지고, 다시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전염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것이다. 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4% 올라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증시를 구해주지 못했다. 숫자만 보면 물가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물가 반영은 앞으로 몇 주가 더 문제다. 당장 이날 10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했고, 국채금리는 고점 부근에서 마감했다. 지금 시장은 '현재 물가'보다 '앞으로 유가가 남길 2차 물가 충격'을 더 무겁게 보고 있다. 오라클 주가 9% 급등은 그래서 더 눈에 띄다. 시장 전체는 흔들렸지만, 오라클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3분기 실적과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았고,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900억달러로 높였다. 이 장면은 지금 월가가 모든 기술주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전쟁과 유가가 시장 전체를 흔들어도, 실적으로 AI 수요를 입증하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반대로 실적 확신이 약한 종목은 고금리·고유가 환경에서 더 큰 할인 압력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전쟁이 "매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이 메시지를 낙관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클레이스의 에마뉴엘 코 전략가는 이를 두고 "유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치솟은 뒤 그의 고통 임계치가 드러난 것일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이 길어질수록 이익과 밸류에이션 하방 위험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11일 장세는 세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유가 충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둘째, 물가가 당장 폭등하지 않았더라도 금리는 미래의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 셋째, 이런 환경에서도 실적으로 AI 수요를 증명하는 일부 기술주는 살아남지만, 지수 전체를 끌고 갈 정도의 힘은 부족하다. 월가는 지금 전쟁을 뉴스가 아니라,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을 깎아낼 실질 변수로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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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92달러에도 못 버틴 다우⋯뉴욕증시, 전쟁·금리·실적 사이에서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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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2금융권 3조3000억 급증에 전체는 두 달째 증가
- 정부와 은행권의 강도 높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 2월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억원 줄었다.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23년 1∼3월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2금융권 가계대출이 3조3000억원 늘며 증가 폭을 키운 탓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 4000억원 늘어 반등했고, 상호금융권 집단대출이 급증하면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니해설] 대출 조이니 2금융권으로…가계부채 숨은 팽창, 규제의 역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가 은행권 대출 증가세를 눌렀지만, 전체 가계부채 흐름까지 꺾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6월 6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던 월간 증가 폭은 6·27 대책과 10·15 대책, 여기에 연말 총량관리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둔화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2조원 감소로 돌아선 뒤 올해 1월 1조1000억원 감소, 2월 3000억원 감소로 석 달 연속 줄었다. 은행권만 놓고 보면 대출 조이기가 일정한 효과를 낸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흐름은 엇갈렸다. 주택담보대출은 934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다 신학기 이사 수요까지 겹친 영향이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36조6000억원으로 7000억원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연초 상여금 유입에도 주식투자 수요가 늘면서 감소 폭은 다소 축소됐다. 문제는 은행권 억제만으로 전체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늘어 1월 1조4000억원 증가보다 폭이 더 커졌다. 은행권에서 3000억원 줄었지만 2금융권에서 3조3000억원이 늘며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상호금융권이 3조1000억원 증가하며 전체 확대를 주도했다. 집단대출 위주 증가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맞물린 자금 흐름이 여전히 강하다는 뜻이다. 대출 항목별로 봐도 부동산 자금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 늘어 전월 3조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2000억원 줄었지만 전월 1조6000억원 감소에 비해 줄어든 폭은 축소됐다. 은행 창구를 조여도 시장 전체에서는 주담대 중심의 증가세가 살아 있다는 의미다. 당국도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다소 꺾이고 일부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있지만, 이를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듯하다가 다시 확대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집값 기대 심리, 정책 강도, 비은행권 자금공급 속도에 따라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2월 은행 기업대출은 9조6000억원 늘어 137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이 5조2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4조3000억원 증가했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1조원 늘었다. 수신은 47조3000억원 급증했다. 기업 결제성 자금과 지방자치단체 재정집행 대기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시입출식예금이 39조6000억원 늘었고, 정기예금도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자금 흐름의 결은 단순하지 않다. 자산운용사 수신에서는 주식형펀드가 34조1000억원 급증했고 기타펀드도 7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에서 가계 자금이 2조원 후반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통상 2월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예금을 늘리던 패턴과 다른 움직임이다. 예금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2월 금융 흐름은 세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은행권 대출 규제는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둘째, 그 효과는 2금융권 확대로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 셋째, 가계 자금은 대출 상환과 예금 확대보다 투자처 이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려면 은행권 총량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까지 포괄하는 정교한 관리 없이는 규제가 다른 통로를 키우는 역설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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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2금융권 3조3000억 급증에 전체는 두 달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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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굽이진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볕뉘가 따스하게 내려앉는 마을, '양곡리(陽谷里)'에 다다릅니다. 이름 그대로 볕이 잘 들고 골짜기마다 곡식이 풍성하게 여무는 이 아늑한 마을은, 사시사철 자연의 순리와 이웃의 정이 함께 흐르는 우리의 고향입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객을 반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을의 든든한 마스코트이자 수호신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석상입니다. 투박하지만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돌장승 옆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정성스레 돌을 주워다 쌓아 올린 거북이 조형물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돌무더기 하나하나에는 우리 양곡리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습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조용하던 양곡리 어귀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들썩입니다. 바로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요를 비는 ‘장승제’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을 던지는 ‘척사대회(擲柶大會)’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단순한 민속놀이나 제례를 넘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농부들이 새봄의 농사를 준비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던 신성하고도 흥겨운 의식이었습니다. 이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장승 앞에 모여 정성껏 차린 돼지머리와 과일 앞에서 절을 올리며, 올 한 해 마을의 화합과 무탈함을 한마음으로 기원합니다. 하지만 돌장승 앞에 차려진 제사상과 신명 나는 풍물패의 가락 이면에는, 짙은 애잔함이 배어 있습니다. 과거,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밤을 새우며 즐겼을 이 성대한 마을 축제는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억압과 6.25 전쟁의 참화를 거치며 우리 민족의 수많은 토속 신앙과 전통이 뿌리째 흔들렸고, 뒤이은 거센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농촌의 청년들을 도시로 앗아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양곡리를 비롯한 우리네 농촌은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젊은 웃음소리는 잦아들었고, 외지인들의 발길이나 참여도 저조해졌습니다. 한때 마을의 가장 큰 잔치였던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마을 어르신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냉정히 말해, 이대로라면 십수 년 뒤 이 아름다운 전통이 어찌 될지 비관적인 전망을 지울 수 없는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태로운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헌신적인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곡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는 신동일 이장님의 노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장님은 한겨울 함박눈이 쏟아지면 행여나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실까 본인의 장비를 동원해 묵묵히 온 마을의 눈을 치우십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위해서도 며칠 전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제물을 준비하고 행사장을 쓸고 닦으셨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을을 내 가족처럼 보듬는 이러한 헌신이 있기에, 양곡리의 온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한 마을의 역사이자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인 이러한 전통 행사를 단지 노령화된 마을의 자체적인 책임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에 산재한 토속적 행사와 전통이 소멸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젊은 세대나 외지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통은 박물관의 유리 장식장 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숨 쉬는 광장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둥근 대보름달 아래 장승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양곡리 주민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그래도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윷가락이 허공을 가르고 떨어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웃음 속에서 우리는 봅니다. 아무리 매서운 현실의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마을 공동체의 힘은 결코 얼어붙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통해 양곡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이어질 것입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 듬직한 거북이를 만들어 냈듯, 서로를 향한 배려와 화합을 층층이 쌓아가는 양곡리는 앞으로도 볕이 잘 드는 그 이름처럼 더욱 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천하대장군의 넉넉한 웃음이 양곡리의 내일에도 변함없이 함께하기를, 둥근 달에 간절히 띄워 보냅니다. <필자 소개> 김종철 프로필 김종철(1969)은 경북에서 태어나 공학과 종교학을 아우르는 이력으로 독자적인 학문적 궤적을 구축해 온 연구자이자 출판인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인문·종교 분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해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 박사(Ph.D.)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선문대학교에서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하며 종교사상과 신종교 운동, 현대 한국 종교 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학문 활동과 더불어 출판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현재 도서출판 아우내 대표로 재직하며 종교·사상·문화 분야 전문 서적을 기획·출간하고 있다. 주요 저서 『한국의 육신영생 신앙』 『통일교의 분열』 『통일교와 독생녀 현상』 『통일교 분열 실록 전집』(전 11권) 『독생녀론은 페미니즘 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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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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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군, F-47·B-21용 차세대 침투 공격 무기(SiAW) 추가 공급원 탐색 착수
- 미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 F-47과 스텔스 폭격기 B-21에 탑재할 '침투 공격 무기(SiAW, Stand-in Attack Weapon)' 또는 동등 성능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추가 업체 발굴에 나섰다. 에글린 공군기지(Eglin AFB) 소재 미 공군 생애주기관리센터(AFLCMC) 무기국이 지난 수요일 정부 조달 시스템(SAM.gov)에 공급원 탐색 공고(Sources Sought Notice)를 게시했다고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공고는 입찰 공고가 아닌 시장 조사 목적으로, 현재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 중인 SiAW와 "대등하거나 향상된 역량"을 갖춘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업체 응답 기한은 3월 19일이다. F-47, 특정 무기 체계 연동 문서에 최초 등장 이번 공고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보잉이 개발 중인 NGAD(Next-Generation Air Dominance) 전투기 F-47이 특정 무기 체계와 연동된 공개 조달 문서에 최초로 명기되었다는 사실이다. 공고에는 SiAW의 플랫폼 호환 요구사항으로 F-35, F-16, F-47, B-21이 나열되어 있다. F-35가 SiAW의 초기 탑재 기체이며, 미 공군은 이전에 B-21도 이 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SiAW는 분쟁 환경(contested environments) 내에서 이동식 표적을 초고속으로 타격하도록 설계된 초음속 공대지 미사일이다. 주요 타격 대상에는 통합 방공망(IADS), 탄도 미사일 발사대, GPS 교란 장치, 반위성(ASAT) 체계가 포함된다. 공고에 명시된 주요 요구 역량은 다음과 같다. - 확장된 스탠드오프 사거리(extended standoff range) - 주파수 가변형 및 저탐지(LPI) 레이더를 추적하는 첨단 대방사(anti-radiation) 시커 - 항재밍 역량을 갖춘 정밀 GPS/INS 항법 - 견고한 전자 방어책(ECCM) 및 재공격(reattack) 능력 - 연간 최대 600발 양산 역량, 수명 주기 15년 노스롭 그루먼 개발 현황과 추가 공급원 탐색 배경 미 공군은 2023년 9월 노스롭 그루먼에 7억 500만 달러 규모의 SiAW 개발·시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 이전 초기 단계에서는 록히드마틴과 L3해리스도 경쟁에 참여했었다. 노스롭 그루먼은 2024년 11월 첫 시험용 미사일을 공군에 인도했고, 2025년 12월에는 F-16에서의 분리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SiAW 프로그램은 현재 중간 단계 획득 신속 시제(Middle Tier Acquisition Rapid Prototyping) 단계를 실행 중이며, FY2026 예산 문서에 따르면 시제 개발은 FY2027 1분기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공고에는 계약 체결로부터 48개월의 성능 구현 기간이 설정되어 있으며, 2030년 초도 양산분 인도를 목표로 한다. 다만 미 공군은 추가 공급원을 탐색하는 이유나 이것이 기존 노스롭 그루먼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탐색의 배경으로는 이란을 대상으로 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이 정밀 유도 탄약 재고와 방산 산업 기반 역량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목요일 발표한 보고서가 이러한 우려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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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군, F-47·B-21용 차세대 침투 공격 무기(SiAW) 추가 공급원 탐색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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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트럼프 대통령 이란전쟁 조기종식 시사에 8거래일만에 11%대 급락
- 국제유가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 시사에 11%대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3월이후 4년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은 11.9%(11.32달러) 내린 배럴당 83.45달러에 마감됐다. WTI는 장중 18%이상 미끄러져 76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11.0%(11.16달러) 하락한 배럴당 87.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처음으로 하락반전했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2월 27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국제유가 급락한 것은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 가능성이 완화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 관련 "곧 끝날 것"(It's going to be ended soon)이라고 말했다. 선진7개국(G7)은 이날 에너지담당장관 회의를 개최해 원유 안정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석유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날 주요 회원국을 상대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IEA는 성명에서 "현재 공급 안보와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IEA 국가들의 비상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할지 여부에 대한 후속 결정을 위한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자 WTI는 한때 80달러선을 하향 돌파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 해군은 글로벌 시장으로 원유 공급이 차질 없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라이트 장관이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라이트 장관의 주장을 부인하자 WTI는 80달러대로 다시 올라왔다. 백악관도 라이트 장관의 게시물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ING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워런 패터슨은 "지난 일주일 동안 가격에 반영됐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되돌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앞으로 2개월 동안 95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말에는 7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포오일어소시에이트의 창업자 앤드류 리포는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될 가능성에 시장이 반응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조치에는 명확한 이미지 전략도 있다. 원유가격과 가솔린 가격 하락은 소비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드 마케팅사의 회장겸 선임애널리스트 사이몬 프라우즈는 설명 전쟁이 끝나도 석유공급이 바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 정유소와 항만에 보관돼 있는 원유는 선박에서 바로 수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정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생산을 풀 가동하는데에는 수주간 혹은 그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달러가치 약세 등에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가격은 2.7%(134.4달러) 오른 온스당 524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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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트럼프 대통령 이란전쟁 조기종식 시사에 8거래일만에 11%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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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11% 급락했는데 증시는 못 웃었다⋯뉴욕증시, '호르무즈 오보'에 휘청
- 미국 뉴욕증시가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 급락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했다. 중동 전쟁 확산 우려가 다소 진정되며 유가가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항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엇갈린 메시지가 시장을 다시 흔들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보합으로 마감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스닥지수만 강보합에 턱걸이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51포인트(0.21%) 내린 6781.4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34.29포인트(0.07%) 하락한 4만7706.51, 나스닥지수는 1.16포인트(0.01%) 오른 2만2697.1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변동성은 훨씬 컸다. 다우지수는 한때 296포인트 넘게 밀렸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0.5%, 0.4% 하락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국제유가는 급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1.94% 내린 배럴당 83.45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11.28% 하락한 87.80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전쟁 충격으로 유가가 장중 120달러선에 근접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급격한 되돌림이 나타난 셈이다. 주요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시장은 끝내 안도 랠리로 넘어가지 못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유가는 추가로 밀리고 주가는 빠르게 반등했다. 그러나 해당 글이 삭제된 뒤 백악관이 "미 해군은 현재 유조선이나 선박을 호위하지 않았다"고 정정하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유가가 저점에서 반등했고 주가도 상승폭을 반납했다. 여기에 CBS뉴스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배치하려는 조짐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장의 경계심은 더 커졌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날 대이란 공습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밝히며 전쟁 조기 종료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유가 하락 자체보다 유가를 움직인 배경의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가가 급락해도 공급 차질 해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금리와 금값 흐름도 이를 보여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153%로 올랐고, 금값도 강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월가는 이제 전쟁의 강도만 보지 않는다. 해협 통항 정상화, 전략비축유 방출, 정부 메시지의 일관성, 유가의 재반등 가능성을 함께 본다. 10일 장세는 유가 급락이 곧바로 증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불안한 시장의 현주소를 압축해 보여줬다. [미니해설] 유가보다 무서운 건 '오보 장세'…뉴욕증시가 안도하지 못한 이유 10일 뉴욕증시는 숫자보다 흐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 장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다우 0.07% 하락, S&P500 0.21% 하락, 나스닥 0.01% 상승이다. 지수만 놓고 보면 큰 방향성이 없는 보합권 혼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서는 훨씬 중요한 메시지가 확인됐다.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빠졌는데도 주식시장은 제대로 반등하지 못했다. 이는 월가가 더 이상 단순한 유가 수준이 아니라, 유가를 둘러싼 정책 신뢰와 공급망 안정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날 시장을 짓눌렀던 것은 중동 전쟁의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었다. 국제유가가 장중 120달러 부근까지 치솟자 시장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비슷한 에너지 쇼크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날은 정반대 흐름이 나왔다.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조기 종료 시사, 유조선 통항 정상화 기대가 겹치면서 WTI와 브렌트유가 동반 급락했다.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는 항공·소비·산업재·기술주가 강하게 반등해야 한다. 그러나 S&P500은 결국 하락 마감했다. 시장이 유가 숫자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장세를 갈라놓은 결정적 변수는 미국 정부의 메시지 혼선이었다. 라이트 장관의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게시물은 시장을 순식간에 뒤집었다. 해협 통항 정상화의 첫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유가는 더 떨어졌고, 주식은 낙폭을 빠르게 줄였다. 하지만 게시물이 삭제되고 백악관이 "그런 일은 없다"고 정정하자 시장은 곧장 원위치됐다. 이 장면은 지금 금융시장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의 한 문장이 원유·주식·채권 가격을 동시에 움직이고, 그 문장이 번복되면 시장은 더 깊은 불신을 쌓는다. 이날 증시가 끝내 힘 있게 오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가는 지금 '전쟁이 끝날까'보다 '정상화의 근거가 있는가'를 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매우 완성 단계에 가깝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이 가장 강한 타격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기뢰 배치 가능성도 보도됐다.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쏟아지면 시장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라, 가장 오래 남을 불확실성을 택해 가격에 반영한다. 그래서 유가가 하루 급락했는데도 증시는 강하게 못 오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더 약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유가와 금리의 연결이다. 이날 유가가 크게 빠졌는데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153%로 상승했고, 금값도 강세를 나타냈다. 정상적인 안도 장세라면 유가 하락과 함께 금리 부담이 낮아지고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유가 급락을 구조적 하락이 아니라 일시적 되돌림으로 봤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중동 리스크가 조금만 재점화돼도 유가는 재차 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연준의 금리 경로는 다시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이날 핵심은 '유가 급락'이 아니라 '전쟁 리스크의 가격 책정 방식 변화'다. 처음 전쟁이 터졌을 때 시장은 즉각적인 공급 충격과 경기 타격을 우려했다. 이제는 거기에 정책 리스크가 추가됐다. 정부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언제 전략비축유를 푸는지, 해협 통항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까지 같이 평가한다. 시장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면 유가가 빠져도 주식은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신뢰가 복원되면 유가가 다소 높아도 시장은 버틸 수 있다. 이날은 전자가 더 강했다. 업종별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날과 이날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은 유가와 전쟁 뉴스에 따라 대형 기술주, 경기민감주, 방산주, 에너지주가 번갈아 흔들렸다. 그러나 장 후반으로 갈수록 개별 업종의 상대강도보다 시장 전반의 불신이 더 크게 작용했다. 나스닥이 간신히 플러스를 지킨 것은 일부 기술주가 버텨줬기 때문이지, 위험선호가 회복됐기 때문은 아니다. 유가 급락에도 S&P500이 음전한 것은 에너지 쇼크가 끝났다는 해석보다, 언제든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방증이다. 실물경제 파급이라는 측면에서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CNBC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4달러로 2024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유가가 하루 급락했다고 해서 주유소 가격, 물류비, 항공유 가격이 즉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충격은 시장에서 먼저 보이고 소비에서 나중에 체감된다. 샌더스가 "유가가 다시 낮은 70달러, 60달러대로 내려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이 지속되면 결국 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시장은 하루 단위로 움직이지만, 실물경제는 시차를 두고 충격을 흡수한다. 이날 시장은 최악의 공포를 일부 걷어냈을 뿐, 불안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유가 11% 급락은 분명 강한 신호였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급 차질 해소를 증명하지 못했다. 시장은 전쟁 종료 선언이 아니라, 실제 유조선 통항 재개와 안정적 흐름,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 유가의 추가 안정이라는 후속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확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하루짜리 유가 하락이 증시의 추세 반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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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11% 급락했는데 증시는 못 웃었다⋯뉴욕증시, '호르무즈 오보'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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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노동부·공정위 "원청 비용 전가 차단" 공조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10일 시행되면서 원청 기업의 비용 전가를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동부와 공정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예상되는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원·하청 상생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 정책과 공정거래 정책을 연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동부는 원·하청 간 교섭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생 협력 모델을 발굴해 확산하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신속히 진행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와 함께 대금 미지급,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하도급 불공정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특히 원청이 산업재해 예방이나 안전 관련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구조적 비용 전가 행위를 중점적으로 단속하고, 이러한 부당특약에 대한 과징금 부과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조법은 다층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하청 동반 성장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며 "공정한 거래 질서와 상생적 노사 관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해설] 노란봉투법 시대 개막…'하도급 구조 개혁' 시험대 오른 정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되면서 한국 산업 구조의 오랜 과제였던 원·하청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법 시행 첫날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노동부와 공정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협력 수준의 협약이지만, 실제로는 노동 정책과 공정거래 정책을 결합해 다층적 하도급 구조를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실질적으로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문제는 법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이 새로운 비용 부담을 하청업체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섭 구조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산업재해 예방 비용, 안전 관리 비용 등이 납품 단가 인하나 추가 계약 조건 형태로 하청업체에 떠넘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협약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비용 전가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자성 판단을 신속하게 진행해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거래 구조 측면에서 대응한다.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인 대금 미지급,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재해 예방 비용이나 안전 관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계약 조항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거론된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이를 납품 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원청 기업이 비용 부담을 일방적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공정거래 정책과 노동 정책을 동시에 동원하는 이유는 한국 산업 구조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로 이루어진 다층 하도급 구조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노동 문제와 거래 구조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예를 들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나 노동 조건은 단순히 노사 협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청이 설정한 납품 단가와 계약 조건이 노동 비용의 범위를 사실상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관계 개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동시에 공정한 거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협약의 정책적 배경이다. 정부는 특히 산업재해 비용 전가 문제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보고 있다. 원청 기업이 안전 관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하청업체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안전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산업재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번 협약에서 공정위가 '부당 특약'에 대한 과징금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안전 비용 전가를 단순한 계약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겠다는 의미다. 정책적 상징성도 크다. 노란봉투법은 그동안 정치적 논쟁이 컸던 법안이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해 왔고, 기업계는 경영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정부가 법 시행과 동시에 공정거래 정책을 결합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관리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원청 기업이 비용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거래 질서를 강화하면, 법 시행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협약을 두고 "다층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역시 이번 협력이 노동 문제와 거래 질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단순한 노동 법률 개정이 아니라 한국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청 기업의 책임 확대, 하도급 거래 질서 개선, 노동 조건 개선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제도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책의 성패는 실제 현장에서 원·하청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 정책과 공정거래 정책이 결합된 이번 협력이 한국 산업 구조의 오래된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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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노동부·공정위 "원청 비용 전가 차단"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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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중국발 안보 불안'에 아시아 군비 경쟁 가속⋯인도·일본·대만 무기 수입 급증
-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불투명한 의도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심이 아시아 지역의 역대급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닛케이 아시아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 무기 거래량이 약 10% 증가한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무기 체계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9.2% 성장…우크라이나가 단일 국가 최대 수입국 SIPRI는 매년 수치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5년 단위로 무기 거래 데이터를 집계한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21~2025년 전 세계 주요 무기 거래 총량은 직전 5년 대비 9.2% 증가했다. 증가세를 이끈 주인공은 단연 유럽이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의 무기 수입은 3배 이상 폭증했으며,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전 세계 수출 점유율 42%)에서 조달됐다. 우크라이나는 이 기간 전 세계 무기 수입 점유율이 0.1%에서 9.7%로 급등하며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면전 개시 이전 사실상 존재감이 없었던 우크라이나가 4년 만에 세계 무기 시장의 10분의 1을 소화하는 나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인도,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세계 2위 수입국…러시아 의존도 절반으로 낮춰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가 전 세계 무기 수입의 8.2%를 차지하며 우크라이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SIPRI는 이를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긴장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세 핵무장 국가인 인도·중국·파키스탄은 인도·중국 국경에서의 산발적 충돌과 지난해 5월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등 크고 작은 분쟁을 반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인도의 무기 수입 총량이 오히려 4%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 자체의 무기 설계·생산 능력이 향상된 결과로, 수입 의존도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2011~2015년 70%에서 2021~2025년 40%로 대폭 낮아졌다. 인도가 서방 국가들로의 수입선 다변화를 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파키스탄, 수입 66% 급증…80%가 중국산 인도의 숙적 파키스탄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1947년 독립 이후 최악의 재정 위기 속에서도 무기 수입을 66% 늘리며 세계 5위 수입국(2016~2020년 10위)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수입의 80%가 중국산이다. 반대로 중국은 전체 무기 수출의 61%를 파키스탄 한 나라에 집중했다. 중국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수출 총량의 77%를 쏟아붓는 가운데, 태국(4.7%)이 파키스탄 다음으로 큰 수혜국이었다. 아프리카(알제리 포함)에는 13%, 유럽에서는 중국의 핵심 파트너인 세르비아에 6.5%가 돌아갔다. SIPRI 무기 이전 프로그램의 시에몬 베이즈만(Siemon Wezeman)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의도와 증대하는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다른 국가들의 군비 증강을 계속해서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도가 수입하는 무기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인식되는 위협, 그리고 중국산 무기의 최대 수령국인 파키스탄과의 장기 분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입 76% 급증, 세계 6위…국방비는 중국의 5분의 1 동북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증강 속도가 가파르다. 이전 5년 대비 무기 수입을 76% 늘리며 세계 6위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도 방위 예산은 사상 최대인 9조 350억 엔(약 576억 달러)으로 편성되어 현재 의회 심의 중이다. 다만 이는 중국의 올해 공식 국방 예산인 약 1조 9100억 위안(약 2760억 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향해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 이후 한층 냉각된 상태다. 한편 지난 6일 호주 정부는 황해 공해상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헬리콥터가 호주 국방군 헬리콥터에 "불안전하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인원과 항공기에 위협을 가했다며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측은 이를 부인했다. 대만, 54% 증가에도 중국 국방비의 11분의 1…"속도는 못 따라가도 노력은 계속" 대만 역시 중국의 무력 통일 위협에 맞서 무기 수입을 54% 늘렸다. 전 세계 수입 점유율은 0.8%로 34위에 그치지만, 비대칭 전력 확보를 통한 억제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량원지에(Liang Wen-chieh)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 겸 대변인은 "중국의 연간 국방비가 대만의 11배에 달한다"며 "많은 국제 싱크탱크와 학자들이 중국의 공식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이미 미국을 초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속도로 따라갈 수 없지만, 최대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의식해 대만에 대한 1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무기 패키지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수입국'에서 '방산 강국'으로…5년 새 수입 절반으로 줄어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독특한 변화를 보인 나라다. 무기 수입량이 지난 5년 사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는데, SIPRI는 이를 한국의 "독자적인 무기 설계·생산 능력의 성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와 체결한 전차·자주포 등 대규모 계약이 전체 수출의 58%를 차지한다. 수십 년간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가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 것은 국제 무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조적 변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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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중국발 안보 불안'에 아시아 군비 경쟁 가속⋯인도·일본·대만 무기 수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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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7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기록(2) 어느 누구도 그에게 직접 물어볼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의 내력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공감대를 가진 듯했다. 그리고 이 마을의 남자들, 한국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그들 역시 아내들이 옮기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듯했다. 남자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를 대했다. 일종의 묘한 경계심이었다. 그에게 일부러 다가오지도, 먼저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그를 마주치면 목례를 하거나, "안녕하세요" 라고 짤막한 인사말을 건네는 게 전부였다. 그에게는 편안함이었다. 어쩌면 위장된 평화. 이렇게 그는 이 작은 골짜기 마을, '진골'의 일부가 되었다. 파도가 바닷가 백사장에 스미듯이. 뻐꾸기가 멧새와 알락할미새의 둥지에 탁란의 여건을 만들 듯이. 스파이가 작전목표에 안착하듯이 말이다. 매일 아침 여섯 시면 그는 카페로 나왔다. 그리고는 무슨 의식을 행하듯이 세 잔의 커피를 만들곤 했다. 통상 원두는 하루 전에 볶아 준비하였다. 워낙 소량이기에 750그램 가정용 전기로스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원두를 볶을 때마다 에티오피아 재래시장의 커피 세리모니를 떠올렸다. 화덕의 불을 피워 원두를 볶고, 제베나(커피를 끓이는 바닥이 둥근 도기 주전자)를 데우던 흑인 아낙. 그녀의 주름 깊은 이마에 맺혀 있던 굵은 땀방울. 뜨거운 햇볕에 고스란히 드러났던 그녀의 고단한 삶의 무게. 그런데 왜 그 여인의 모습에서, 허민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 먼저 커피 두 잔을 뽑아 대장소나무(농장정원 정면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백 년쯤 된 큰 소나무)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몫으로. '나랏일을 이유로 자식 노릇에 소홀했다'는 회환과 사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일종의 위로의식. 그리고는 자신을 위해 진하디 진하게 커피를 내렸다. 이십 그램의 원두를 이십 초 간 이십 밀리리터의 양으로 뽑아내는 삼박자 커피. 통상 설탕을 듬뿍 넣어 농밀한 맛을 즐기는 커피, 리스트레토를 마시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했다. 평생 가난한 농부의 삶을 산 그의 아버지가 정작 한국식 삼박자 믹스커피 마저 그다지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는 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커피는 농부들의 땀냄새를 맡고 고단한 노동과 삶의 무게를 마시는 것이니까. 이렇게 그만의 아침 의식이 끝나고 십분 후면, 그의 꼬맹아내가 강아지 '슈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서곤 했다. 오늘은 '탄자니아 더블에이'를 쓸 참이었다. 카페인에 민감한 그의 아내는 진한 커피를 두 모금 정도 마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는 크림치즈를 듬뿍 얹은 부드러운 빵에 살구잼을 발라 먹었다. 한 조각 반. 그러나 커피를 꽤 즐기는 그는 먼저 크레마 한 잔을 내리고, 그것을 베이스로 에스프레소 또는 리스트레토 두 잔을 더해 진한 커피를 만든 다음,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을 바른 딱딱한 바게뜨 류 빵과 함께 먹는다. 두 조각 반. 이것이 그가 회사에서 벗어난 이래 육 년째 아침마다 이어져 오고 있는 그들 부부만의 '커피 세리모니'였다. 마침 열어놓은 카페의 문 앞. 사월 초순의 이른 아침이면 늘 그렇듯 막 떠오른 태양의 빛살이 밤새 내려앉은 자욱한 골안개를 통과하면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케냐와 탄자니아 접경 킬리만자로 산자락의 커피나무 사이에서도 이렇게 아침안개가 피어오르곤 했지. 우아한 호수 '레이크 찰라(Lake Chala)'와 위대한 호수'레이크 지페(Lake Jipe)'에서 보내오던 안개. 탄자니아의 커피나무를 키우고, 체리의 달콤함 속에 커피의 다섯 가지 맛(신맛, 쓴맛, 단맛, 짠맛, 감칠맛)을 숨겨 풍성하게 하던 안개. 그런데 이제 나는 내 고향 진골의 골짝이 만드는 안개를 보고 있어." 축축한 흙냄새에 섞여 온갖 종류의 유기물질 입자들이 새로운 생명의 신호 마냥 이제 막 흩어지기 시작하는 안개 속을 부지런히 오가며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봄이 온 거야. 이제 겨울의 게으름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걸. 따스한 공기가, 동해에서 불어오는 습기 머금은 해풍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간밤에 동해에서 불어와 바짝 마른 그라스 속에 머물고 있던 아침바람은, 악명 높은 양간지풍(사월 또는 십일월 영동지방에 몰아치는 강력한 바람. 건조한 공기를 동반하며 종종 거대한 산불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바람이 양양과 간성 일대에 분다고 양간지풍, 또는 양양과 강릉 일대에 분다고 양강지풍이라고도 한다)에 들키기라도 할까 봐 납작 몸을 낮춘 채 보송한 솜털이 덮인 램스이어의 녹색 이파리를 희롱하고 있었다. 카페 출입구 앞에 벚나무의 꽃잎이 몇 조각이 날려와 있었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세상 일이 그렇다. 평화였다. 허민 그가 꿈꾸던, 아니 세상의 모든 스파이가 꿈꾸는 평화였다. 최소한 그날 아침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운명의 어느 쪽 문이 열릴지, 문 앞의 어떤 길을 내가 선택하게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일했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인,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소설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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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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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월 소비자물가 1.3% 상승⋯춘제 특수에 3년 만에 최고
-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1.3% 오르며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1.3%,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 집계 전망치 0.8%, 블룸버그 전망치 0.9%를 모두 웃돈 수치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하락했지만, 낙폭은 1월의 -1.4%보다 줄었다. 시장에서는 예년보다 늦고 하루 더 길었던 9일간의 춘제 연휴가 식품·서비스 수요를 밀어 올린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이번 반등이 연휴 특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니해설] 춘제 반짝 효과인가, 디플레이션 탈출 신호인가…중국 물가의 두 얼굴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2월 들어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1.0%로 전망치 0.5%를 상회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하락해 여전히 마이너스였지만, 하락 폭은 1월의 -1.4%보다 축소됐다. 소비와 생산 양쪽에서 가격 흐름이 동시에 조금씩 바닥을 다지는 신호가 포착된 셈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중국이 오랜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는 듯한 인상도 준다. 실제로 중국의 CPI는 지난해 한동안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다가 2025년 10월 0.2% 플러스로 돌아선 뒤 11월 0.7%, 12월 0.8%, 올해 1월 0.2%, 2월 1.3%로 다섯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PPI 역시 2022년 10월 이후 장기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낙폭이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7월 -3.6%까지 내려갔던 흐름과 비교하면 생산 부문의 디플레이션 압력도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국가통계국도 2월 발표에서 PPI의 전년 대비 하락 폭이 축소되고, 전월 기준으로는 계속 상승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CPI 반등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춘제 특수다. 올해 중국의 춘제 연휴는 2월 중순에 있었고, 예년보다 하루 긴 9일 일정으로 운영됐다. 여기에 지방정부들은 소비쿠폰, 보조금, 현금성 지원 등 직접 지원책에 20억5000만 위안을 투입했다. 그 결과 여행, 외식, 선물 구매, 식품 소비가 한꺼번에 살아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9일 연휴 동안 중국 국내 여행은 5억9600만건, 관광 지출은 8035억 위안으로 각각 전년보다 약 19% 늘었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명절 소비의 파급력이 CPI에 더 강하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 물가가 상승을 주도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서 2월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9%, 비식품 가격은 0.8% 상승했다. 특히 신선채소가 10.9%, 수산물이 6.1%, 신선과일이 5.9% 오르며 장바구니 물가를 밀어 올렸다. 여기에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연휴 여행과 서비스 소비 증가, 국제 유가 상승도 물가 반등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이번 상승은 내수 회복의 구조적 반등이라기보다 명절 수요와 에너지 가격, 서비스 가격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문제는 이 흐름이 3월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긴 연휴 동안 기록적인 지출이 일부 소비자물가 상승을 끌어올렸지만, 이런 상승률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경제의 근본 부담은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고용 불안과 가계의 보수적 소비 성향도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제조업 전반의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은 생산자물가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 수출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내수만 놓고 보면 중국 경제는 아직 자생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로이터도 베이징이 소비 중심 경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길은 길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CPI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2% 안팎'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높은 물가를 걱정하는 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를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려 디플레이션 심리를 끊어내야 하는 국면이라는 뜻이다. 리창 국무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총수급 관계를 개선해 총가격 수준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리고, 소비자물가의 합리적이고 완만한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2월 지표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정책 지원과 명절 수요가 겹칠 경우 물가를 단기적으로는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에 가깝다. 진짜 시험대는 춘제 효과가 사라진 3월 이후다. 그때도 CPI 플러스 흐름과 PPI 낙폭 축소가 이어진다면, 그때 비로소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구조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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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월 소비자물가 1.3% 상승⋯춘제 특수에 3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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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이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선출⋯혁명국가에서 '세습 권력' 논란의 문턱으로
- 1979년 이란혁명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세습 권력의 종식"을 선언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2026년 3월, 이란은 다시 한 번 역사적 아이러니 앞에 서게 됐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된 것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회의는 최근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이 결정은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사실상 부자 승계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란 혁명 이후 가장 상징적이고도 논쟁적인 권력 재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승계는 절차적으로는 헌법 질서 안에서 이뤄졌다. 최고지도자 선출 권한을 가진 88명 규모의 전문가회의가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는 것이 이란 국영방송과 외신 보도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권력 세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지도자는 이란 군 통수권과 핵 프로그램, 사법·안보 체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혁명 체제가 내세워온 "왕정 부정"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일 AFP, 로이터 통신 등은 이란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완전한 복종'을 맹세하고 새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모즈타바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는 그동안 공식 직함은 거의 없었지만, 오랫동안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AP는 그를 "오래전부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로 소개했고, 로이터는 그가 이란의 강경 보수 진영 및 안보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종교·정치 엘리트 네트워크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는 모즈타바가 단순히 "최고지도자의 아들"이 아니라, 이미 체제 핵심부에서 비공식 권력을 축적해 온 실세였음을 의미한다. 그의 부상은 이번 전쟁 국면과도 떼어놓을 수 없다. 로이터와 AP 보도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고, 직후 이란 지도부는 빠르게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확정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공백 메우기를 넘어, 외부 압박 속에서도 체제 연속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 워싱턴과 텔아비브의 군사적 압박이 최고지도자 교체로 이어졌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더 강한 강경파 체제의 고착으로 귀결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외부 메시지도 강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부상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모즈타바는 2019년 미국 재무부가 그를 강력한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긴밀히 협력해 아버지의 "지역 불안정화 야망과 억압적인 국내 목표"를 추진했다고 비난한 후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인물다. 로이터는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새 지도부가 협상 유화보다는 미국과 대결 지속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시사한다. AP 역시 모즈타바의 선출이 전쟁 속 이란의 군사·핵 통제권을 한 인물에게 집중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통성과 통치 역량이다. 모즈타바는 오랜 기간 배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공개 행정 경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AP는 그가 공식 정부 직책 없이도 오랫동안 유력 후계자로 분류돼 왔다고 전했고, 외신들은 그가 강경한 대내 통제와 대외 저항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제난, 빈곤 심화, 전쟁 피해, 국제 제재가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 이러한 강경 노선은 체제 결속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민생과 외교 정상화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왕조화' 논란이 본격화한다. 카네기 중동센터의 마하 야히야 소장은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즈타바의 선출을 "체제의 지속"을 상징하는 선택으로 해석했다. 이는 곧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에도 이란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슬람공화국이 오히려 자신이 부정했던 왕정적 권력 승계의 그림자를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등장은 단순한 후계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이란이 혁명국가의 정통성을 유지한 채 전시 체제로 결집할 것인지, 아니면 세습 권력 논란 속에서 내부 균열을 키울 것인지를 가를 분기점이다. 혁명이 끝낸 줄 알았던 왕조의 기억이, 47년 만에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이번 선출은 중동 정치사의 중대한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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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이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선출⋯혁명국가에서 '세습 권력' 논란의 문턱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