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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호르무즈의 '수중 암살자'⋯이란 가디르급 초소형 잠수함, 미 해군의 최대 골칫거리
-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풀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 해군이 직면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위협은 수면 위의 고속정이 아닌 바다 밑의 가디르(Ghadir)급 초소형 잠수함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를 인용한 이스라엘 와이넷(Ynet)에 따르면, 이란은 페르시아만의 얕고 소음 많은 해역에 특화된 이 소형 잠수함 함대를 활용해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동맥을 끊으려 하고 있다. 가디르급은 전장 29m, 수상 배수량 117t(수중 125t)의 디젤-전기 추진 초소형 잠수함이다. 533mm 어뢰관 2문을 장비하며, 수상 최대 속력 10노트, 수중 8노트로 기동한다. 승조원은 7명에 불과하다.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에 따르면, 이란은 이 급을 20~23척 운용 중으로 추정되며,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최대 10척'은 구형 추정치로 보인다. IISS 2020년판 밀리터리 밸런스(Military Balance)는 14척,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Farzin Nadimi)는 약 20척으로 추산한 바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점은 가디르급의 기원이다. 가디르급은 북한의 여노(Yono)급 잠수함에서 파생된 설계다. 이란은 2000년대 초 북한에서 여노급 최소 4척을 도입한 뒤 이를 역설계해 국내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바로 이 여노급의 동형함이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PCC-772)을 격침시켜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잠수함이다. 국제 합동조사단은 북한 여노급이 CHT-02D 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두 동강 냈다고 결론지었다. 가디르급은 이 여노급에 소나·통신 장비를 추가하고 이란 실정에 맞게 개량한 버전으로, USNI 뉴스의 표현대로 ‘동일한 위협의 페르시아만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호르무즈가 '소나의 무덤'인 이유 아미 레커그니션(Army Recognition)은 호르무즈 해협의 대잠전(ASW)을 "전술적 과제이자 동시에 공학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페르시아만의 평균 수심은 약 50m에 불과하며, 해협 최협부는 폭 약 33km(21마일)로 각 방향 항행 수로의 폭은 불과 3km(2마일)에 그친다. 이 천해 환경에서 소나 음파는 해저와 수면 사이를 반복 반사하며, 수백 척의 상선 엔진 소음과 석유 시추 소음이 뒤섞여 탐지 신호의 신뢰도를 극도로 떨어뜨린다. 가디르급은 바로 이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디젤-전기 추진으로 배터리 모드 전환 시 음향 방사량이 극도로 낮아지고, 해저에 착저하면 지형과 음향적으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인도 국립해양재단(NMF) 비자이 사쿠자(Vijay Sakhuja) 소장은 "가디르급은 해저에 안착한 상태에서 탐지하기 가장 어려우며, 이것이 이란 해군이 적대 행위 시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40년간 이 해역의 수온·염도·해저 지형을 연구하며 매복·기습 교리를 완성해 왔다. 2문의 어뢰관에 담긴 다중 위협 가디르급의 533mm 어뢰관 2문은 단순히 어뢰만 발사하는 것이 아니다. 나스르-1(Nasr-1) 및 자스크-2(Jask-2) 대함 순항미사일의 잠수함 발사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며, 자스크-2는 잠수함 발사 전용으로 개발된 무기다. 더 워 존(The War Zone)은 어뢰관 2문만 보유한 한계를 감안해 "이란은 다수의 가디르급을 동시 투입해 미사일 일제 사격을 감행하는 전술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기뢰 부설 능력이다. RUSI의 시드하르스 카우살(Sidharth Kaushal) 선임연구원은 텔레그래프에 "수상함을 이용한 기뢰 부설은 A-10과 아파치의 공격에 취약하지만, 초소형 잠수함은 그런 취약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야간을 이용해 수십 발의 기뢰를 은밀히 매설할 수 있으며,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모던 엔지니어링 마블스(Modern Engineering Marvels)는 "1950년 이후 미 해군 함정 피해의 77%가 기뢰에 의한 것"이라며, 기뢰전이 미 해군에 역사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텔레그래프는 이란이 최근 잠수함에서 샤헤드(Shahed) 계열 자폭 드론을 발사하는 하디드-110(Hadid-110)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해, 수중에서 드론까지 발사하는 새로운 위협 차원이 추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대응, ATACMS로 킬로급 격침⋯그러나 수중 위협은 잔존 더 워 존에 따르면, 미군은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의 일환으로 에이태큼스(ATACMS)와 사상 최초로 실전 투입된 PrSM(정밀타격미사일)을 사용해 항구에 정박 중이던 이란 해군 함정을 타격하고 있다. 위성 영상으로 반다르아바스의 킬로급 잠수함 1척이 3월 4일 기준 침몰한 것이 확인됐으며, 센터컴(CENTCOM)이 공개한 영상에는 가디르급 1척이 헬파이어 미사일에 피격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합참의장 댄 케인(Dan Caine) 제독은 "이란 해군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항구 타격으로 수중 위협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11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란은 잠수함·기뢰·연안 미사일을 통해 상선 통항을 교란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 잠재적으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미 레커그니션도 미 항모강습단의 MH-60R 헬기, 무인 수상·수중 체계 등을 활용한 대잠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페르시아만에서의 대잠전은 물리학·잡음·시간과의 싸움이며, 초소형 잠수함은 바로 그 불확실성 안에서 작전하도록 설계됐다"고 결론지었다. 비대칭 전략의 본질⋯'격침'이 아닌 '불확실성 강요' 이란의 잠수함 전략은 미 군함을 격침하는 정면 대결이 아니다. 아미 레커그니션은 이를 '제약 강요 작전(layered constraint campaign)'으로 정의했다. 은밀한 기뢰밭을 조성하고 다수의 가디르급을 예측 항로를 따라 분산 매복시켜, 호르무즈 해협을 고가치 표적에 대한 잠재적 '킬 박스(kill box)'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 항모강습단은 이에 대응해 속도를 줄이고, 이격 거리를 넓히며, 대잠전 자원을 대량 소모해야 한다. IDN 파이낸셜은 "비용 교환 관점에서 훨씬 저렴한 가디르급의 손실은 6000만~1억 달러 가치의 유조선을 교란할 수 있다면 수용 가능한 대가로 간주된다”고 분석했다. 이란 해군 전 사령관 호세인 한자디(Hossein Khanzadi) 소장은 가디르급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유보트(U-boat)가 했던 것을 할 수 있다"고 공언하며, 기술적 우위를 가진 적에 대해 지리를 무기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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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호르무즈의 '수중 암살자'⋯이란 가디르급 초소형 잠수함, 미 해군의 최대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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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호르무즈 봉쇄 3주, 선물 112달러 뒤에 숨은 '실물 200달러'의 공포
-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세계 에너지 시장이 선물(先物) 가격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2달러까지 올랐지만, 정유사와 항공사가 실제로 지불하는 실물 가격은 이미 2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농업의 생명선인 비료, 유통기한에 민감한 필수의약품까지 공급망 전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양상이다. '종이 위의 유가'와 '현실의 유가' 사이, 전례 없는 간극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50% 이상 급등했으나 이는 에너지 위기의 표면에 불과하다. 선물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표시하는 가격과, 실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현물 가격 사이의 괴리가 사상 유례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괴리의 핵심에는 미국의 개입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비축유(SPR) 대규모 방출에 나서며 선물 가격을 억제하고 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추가 방출 가능성과 함께 전쟁 상대국인 이란산 원유 제재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파격적 언급을 내놨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해상 제재 해제, 선물 시장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칼라일그룹의 제프 커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에 대해 선물 시장이 실물 시장에서 완전히 유리(遊離)됐다고 단언했다. 실물 시장의 민낯은 수치로 드러난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했고, 중동산 오만 원유는 162달러, 아랍에미리트(UAE) 무르반 원유는 145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최대 소비 지역인 아시아의 정유사들은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프리미엄을 얹어 원유를 긴급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산 원유 구매량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휘발유 소매 가격은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고 경유는 5달러를 돌파했다. 유럽에서는 난방유를 사재기하는 대신 최소한만 구매하고, 항공사들은 급등한 유류비를 승객에게 전가하거나 일부 노선을 취소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사태 장기화 시 유가가 2008년 사상 최고치(147.50달러)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약 1700만 배럴의 원유 흐름이 분쟁의 영향권 아래 놓였다고 추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역대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교란이라 규정했다. 헬륨 증발, 비료 폭등, 의약품 지연…에너지 너머의 공급망 대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쟁의 파장이 에너지를 넘어 최소 세 가지 핵심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생산과 의료 영상장비에 필수적인 희귀가스 헬륨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세계 LNG 교역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천연가스 시설이 피격됐고, 이 시설은 LNG 부산물인 헬륨의 핵심 생산거점이기도 하다.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인 카타르 공급이 차단되면서 글로벌 헬륨 가격은 이미 두 배로 뛰었고, 장기화될 경우 추가 25~50% 상승이 예고됐다. 특히 헬륨은 저장 중에도 자연 증발하며 약 45일 이내에 최종 사용처에 도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재고 비축을 통한 위기 완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AI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건 빅테크 기업들에게 이번 공급 차질은 시기적으로 최악의 타격이다. 식량 안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엔은 전 세계 해상 비료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추산한다. 북반구 봄철 파종 시기와 겹치면서 비료 가격 폭등은 농민의 투입 비용을 직격하고 있고, 올가을 식량 수확 감소와 이에 따른 식품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여기에 인슐린, 백신, 항암제 등 유통기한이 짧은 필수의약품 수송까지 물류 지연에 직면해 보건 안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비용 전가의 연쇄, '판매자 인플레이션'이 깨우는 불평등의 유령 뉴스테이츠먼에 기고한 경제학자 이사벨라 베버(매사추세츠대)와 그레고르 세미에니우크는 이번 공급 쇼크가 단순한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그들이 주목하는 메커니즘은 '판매자 인플레이션(Sellers' Inflation)'이다. 핵심 원자재가 부족해지면 가격 결정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그 부담은 최종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논리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석유·가스 기업들이 거둔 수천억 달러의 초과이익은 주식 보유 구조를 통해 미국 상위 1% 가구에 수 퍼센트포인트의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만큼의 자산 증가를 안겨준 반면, 하위 50%는 그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은 구도가 반복될 조짐이다.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급등세를 타고 있고, 이를 투자 기회로 환영하는 시장의 분위기와 연료비 두 배 상승에 조업을 포기하는 필리핀 어민, 연료 절약을 위해 주 4일 근무를 선포한 스리랑카의 풍경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돼 생산 시설이 대규모로 가동을 멈추면 경기 침체가 기업 이익마저 잠식할 수 있고, 실업 증가는 임금 협상력을 떨어뜨려 노동자의 인플레이션 방어 능력을 더욱 약화시킨다. 선진국에서 가격 충격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실물 부족, 즉 에너지와 식량이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출구 없는 터널…전쟁 4주차, 시장은 '장기전'에 베팅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드는 현재, 이란 관리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으며 미·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종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RBC캐피탈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미 행정부가 전쟁이 곧 종결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장의 어떤 징후도 단기 개입을 가리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탈에너지의 크리스토프 뤼흘 글로벌 어드바이저는 해협이 열리지 않고 물리적 피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이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소진됐다고 평가했다. [Key Insights]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반도체 수출 비중이 모두 높은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어, 이번 위기의 쌍방향 충격에 가장 민감한 경제 중 하나다. 유가 110달러 돌파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하 여력은 사실상 사라지고, 내수 회복은 더욱 멀어진다. 동시에 헬륨 공급 차질은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병목을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시장 자율 기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비상 수급 계획을 가동하고, 헬륨 등 핵심 원자재의 양자·다자 수급 협력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Summary] 이란 전쟁 3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브렌트유 선물은 112달러까지 올랐으나, 항공유·중동산 원유 등 실물 가격은 이미 160~200달러를 넘어서며 선물과의 괴리가 사상 유례없이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를 넘어 헬륨, 비료, 의약품 등 핵심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마비되면서 AI 산업, 식량 안보, 보건 체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의 비용 전가로 인한 '판매자 인플레이션'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사태 장기화 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과 개도국의 실물 부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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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호르무즈 봉쇄 3주, 선물 112달러 뒤에 숨은 '실물 200달러'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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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780선 강보합 마감…코스닥은 삼천당제약 급등에 1.6% 상승
- 코스피가 20일 미국·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 기대감에 힘입어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98포인트(0.31%) 오른 5,781.20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5,833.68까지 상승하며 투자심리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 밀려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시장은 개장부터 낙관론이 우세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57.25포인트(0.99%) 오른 5,820.47로 출발해 오전 중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간밤 뉴욕 증시가 다우 -0.27%, S&P500 -0.27%, 나스닥 -0.28%로 약보합 마감했음에도 종전 기대감이 미국발 약세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 구도는 뚜렷한 '내외 엇갈림'을 보였다. 외국인은 1조 8522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고, 이에 맞서 개인이 1조 5310억원, 기관이 2765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기관은 장 초반 매도 우위였다가 오전 9시12분을 기점으로 매수세로 전환해 시장 안정의 축 역할을 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제약이 강세를 주도했고 방산·반도체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0.45% 하락한 19만 9600원, 2위 SK하이닉스는 0.69% 내린 100만 60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1.07%)와 두산에너빌리티(+3.95%)는 상승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93%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 대형주의 견인으로 한층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8.04포인트(1.58%) 오른 1,161.52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165.96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최대 화제는 삼천당제약이었다. 경구용 인슐린 후보물질의 유럽 임상 진입 기대감이 부각되며 주가가 14.72%(11만 7000원) 급등, 91만 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에코프로와 알테오젠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이달 초 시총 4위에서 불과 보름 만에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4원 내린 1,500.6원으로 마감해 소폭 강세를 보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거래일 만에 외국인과 금융투자가 합산 2000억원 규모 순매수에 나선 점이 긍정적"이라며 "바이오 대형주 중심의 개별 종목 모멘텀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미니해설] 종전 랠리의 속살…외국인은 왜 팔았나 종전 기대감, 시장은 이미 '반 발짝' 앞서 움직였다 20일 서울 증시의 강세는 '이란 전쟁 종식'이라는 단일 변수에 거의 전적으로 기댄 것이었다. 간밤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음에도 코스피가 1% 가까이 갭 업으로 출발한 것은 아시아 시간대에 흘러나온 종전 협상 진전 소식 때문이다. 시장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빠지고, 원자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완화된다'는 연쇄적 기대를 주가에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기대가 아직 '시나리오'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휴전 합의문이 체결된 것도, 양측이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 장 초반의 환호가 오후 들어 점차 식어간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코스피가 장중 고점 5,833에서 장 마감 5,781로 50포인트 이상 밀려난 궤적 자체가 이 날 시장의 심리적 등고선을 보여준다. 외국인 1.8조 순매도…차익실현인가, 경계 신호인가 가장 주목해야 할 숫자는 외국인의 1조 8522억원 순매도다. 지수가 오르는 날 외국인이 이 규모로 빠지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 해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단순 차익실현이다. 코스피는 2월 중순 저점 대비 이미 상당 폭 반등한 상태였고, 종전 기대감으로 지수가 장중 5,800선을 넘기자 외국인 입장에서는 '팔기 좋은 가격'이 형성된 셈이다. 최근 수주간 누적된 매수 포지션의 일부를 정리하는 자연스러운 수급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좀 더 구조적인 시선이다.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글로벌 매크로 펀드인데, 이들은 '이벤트 확정' 이전 단계에서 포지션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종전이 현실화되더라도 그 이후 중동 재건 비용, 에너지 시장 재편,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속도 등 변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즉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전형적 패턴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과 기관이 합산 1조 8000억 원을 매수해 외국인 매도를 정확히 상쇄한 것은 인상적이지만, 이 구도가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 문제다. 기관의 매수 전환이 오전 9시12분으로 비교적 이른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다음 주 초 환매 압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코스닥의 '삼천당 돌풍'…바이오 쏠림의 명과 암 코스닥의 1.58% 상승은 사실상 '삼천당제약 효과'로 압축된다. 경구용 인슐린 후보물질의 유럽 임상 진입 기대감은 분명 강력한 모멘텀이다. 글로벌 당뇨 치료제 시장이 연 700억달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구 투여형 인슐린이 상용화될 경우의 시장 잠재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시총 4위에서 보름 만에 1위'라는 급등 궤적은 양면이 있다. 기대감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속도가 임상 데이터의 축적 속도보다 훨씬 빠를 때, 주가는 본질적으로 취약해진다. 유럽 임상 진입은 '기대'이지 '결과'가 아니다. 1상→ 2상→ 3상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에서 어느 단계에서든 좌초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레인보우로보틱스(-9.19%), 리노공업(-4.44%), 알테오젠(-1.67%)이 동반 하락한 것은 자금이 삼천당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방증한다. 코스닥 시장 특유의 '테마 순환'이 다시 작동하고 있으며, 이 흐름이 과도해질 경우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량 급증 종목이 말해주는 것 이날 코스피 거래량 급증 상위 종목 리스트는 흥미로운 시그널을 담고 있다. SNT에너지(+29.96%), 한신공영(+29.99%), DL이앤씨(+27.55%) 등 건설·에너지 관련주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종전 이후 중동 재건 수요에 대한 기대가 이미 개별 종목 차원에서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계룡건설(+13.76%), 금호건설(12.89%), 태영건설(+8.40%) 등 중소형 건설주까지 줄줄이 거래량이 폭증한 것은 '재건 테마'가 시장의 새로운 투자 내러티브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재건 테마 역시 종전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취매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 실적 기반 없이 기대감만으로 거래량이 10배 이상 폭증한 종목군은,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급격한 되돌림에 직면할 수 있다. 오늘의 시장은 '종전'이라는 거대 서사와 '차익실현'이라는 냉정한 자금 흐름이 교차한 하루였다. 코스피가 5,780선에 '안착'한 것인지, '걸친' 것인지는 다음 주 외국인 수급과 실제 종전 협상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 삼천당제약의 코스닥 왕좌 등극은 바이오 섹터의 폭발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대'에 의존한 투자의 양날을 환기시킨다. 건설·에너지주의 거래량 급증은 새로운 테마의 싹이자, 과열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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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780선 강보합 마감…코스닥은 삼천당제약 급등에 1.6%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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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6)] 소행성 류구에서 생명의 알파벳 5종 완전 발견
-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직접 퍼 올린 소행성 류구 암석 가루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유전 알파벳이 발견됐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탐사선 하야부사 2호(Hayabusa2)가 소행성 류구(162173 Ryugu)에서 채취해 지구로 귀환시킨 시료에서, DNA와 RNA를 구성하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우라실(U) 등 다섯 가지 핵심 염기가 모두 확인됐다.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소속 생물지구화학자 코가 토시키(Toshiki Koga)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이러한 분석 결과를 지난 1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DOI: 10.1038/s41550-026-02791-z).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척박한 우주 공간에서 날아온 암석에 있다는 이른바 외인성 유기물 전달 가설(exogenous delivery hypothesis)에 또 하나의 강력한 물증이 더해진 셈이다. 이미 지난해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이 소행성 벤누(Bennu)에서 가져온 시료에서도 동일한 5종 염기가 검출된 바 있어, 이번 류구 발견은 생명의 분자적 재료가 태양계 전역에 보편적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독립적으로 재확인한 결정적 성과로 평가된다. 핵염기란 무엇인가…'생명의 알파벳'을 이해하는 기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DNA(디옥시리보핵산)와 RNA(리보핵산)라는 유전 물질을 설계도로 삼아 생명 활동을 영위한다. 이 정교한 설계도를 작성하는 글자가 바로 핵염기(nucleobase)다. 아데닌과 구아닌은 이중 고리 구조의 퓨린(purine)계, 시토신과 티민 그리고 우라실은 단일 고리 구조의 피리미딘(pyrimidine)계로 분류된다. DNA에서는 아데닌이 티민과, 구아닌이 시토신과 짝을 이루어 이중 나선 구조의 가로대를 형성하고, RNA에서는 티민 대신 우라실이 아데닌과 결합한다. 이들 5종 염기에 당(sugar)과 인산(phosphate)이 결합하면 뉴클레오타이드가 되고, 뉴클레오타이드가 사슬처럼 이어지면 DNA와 RNA라는 거대 분자가 완성된다. 또한 핵염기는 아데노신삼인산(ATP) 등 세포의 에너지 통화를 구성하는 데에도 핵심적으로 관여한다. 한마디로, 핵염기는 생명 현상의 정보 저장·전달·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분자 부품이다.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거대한 인쇄소를 떠올려 볼 수 있다. 타자기를 친 적이 없는 무인도에서 다섯 가지 핵심 알파벳이 새겨진 금속 활자 블록이 완벽한 세트로 발견된 것과 같다. 글을 쓰는 주체인 지적 생명체가 없더라도, 글자를 구성하는 블록 자체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화학적 반응만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아미노산이 생명체의 벽돌이라면, 이번에 발견된 염기 5종은 그 벽돌을 어떻게 쌓을지 지시하는 건축 설계도에 해당한다. 20밀리그램의 기적…극소량 시료에서 끌어낸 5종 염기의 완전한 세트 코가 박사 팀이 분석에 사용한 류구 시료는 총 약 20밀리그램에 불과했다. 이는 하야부사 2호가 2018~2019년 류구 표면의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터치다운(착지) 방식으로 채취한 것으로, 첫 번째 지점의 시료와 두 번째 지점의 시료 모두에서 5종 염기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극소량 시료에 최적화된 추출 프로토콜을 새로 개발했는데, 뜨거운 물과 염산으로 유기물을 추출한 뒤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고해상도 질량분석법을 결합해 핵염기를 분리·동정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볼티모어카운티캠퍼스(UMBC)의 우주화학자 해나 맥레인(Hannah McLain) 박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소속)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로서, 코가 박사 팀이 기존의 확립된 추출 공정을 극소량 시료에 맞춰 정밀하게 개량한 방법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연구팀은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검출된 핵염기가 지구 기원의 오염물질이 아니라 류구 고유의 물질임을 교차 검증했다. 46억 년의 타임캡슐 류구…지구 오염 원천 차단한 '순백의 증거' 이번 발견이 지니는 압도적인 학술적 가치는 샘플의 출처인 류구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류구는 태양계가 처음 형성되던 약 46억 년 전의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탄소질(C형) 소행성이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를 도는 이 팽이 모양의 천체는 지름 약 900미터로, 그 광물학적·원소적 조성이 가장 원시적인 운석 그룹인 CI 콘드라이트와 유사하다. CI 콘드라이트는 초기 태양계의 원소 조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어, 류구를 분석한다는 것은 곧 태양계가 막 태어나던 시절의 화학 조건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과거에도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아미노산이나 일부 염기가 발견된 적은 있다. 1969년 호주 빅토리아주에 떨어진 머치슨(Murchison) 운석이나 1864년 프랑스 남부에 떨어진 오르괴유(Orgueil) 운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운석들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해 땅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지구의 토양 미생물이나 화학 물질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지구의 생명 물질이 묻은 것인지, 본래 우주에서 품고 온 것인지 확언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반면 류구 시료는 하야부사 2호가 우주 공간에서 직접 소행성 표면의 흙과 암석을 채취한 뒤, 완벽하게 캡슐에 밀봉하여 2020년 12월 5일 호주 우메라(Woomera) 사막에 착지시킨 것이다. 총 5.4그램의 시료는 극도로 엄격한 무균 환경에서 보관·분석되었다. 다만 2024년 11월 발표된 후속 연구에 따르면, 실험실 환경에서도 지구 미생물이 시료에 급속히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류구 시료의 취급에 여전히 극도의 주의가 필요함이 재확인됐다. 그럼에도 우주 공간에서의 채취-밀봉이라는 과정 자체가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류구 시료의 과학적 신뢰도는 지상 수집 운석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행성마다 다른 '화학적 레시피'…암모니아가 쥔 미지의 열쇠 코가 박사 팀은 류구의 분석 결과를 머치슨 운석, 오르괴유 운석, 그리고 NASA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소행성 벤누에서 채취해 온 시료와 정밀하게 대조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났다. 류구는 퓨린계 염기(아데닌·구아닌)와 피리미딘계 염기(시토신·티민·우라실)의 비율이 엇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퓨린 대 피리미딘 비율 약 1.1~1.2). 반면 머치슨 운석은 퓨린계 염기가 훨씬 풍부했고(비율 약 3.4), 벤누(약 0.55)와 오르괴유 운석(약 0.10)은 피리미딘계 염기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머치슨 운석의 높은 퓨린 비율이 시안화수소(HCN) 중합 경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류구·벤누·오르괴유에서 나타나는 낮은 퓨린/피리미딘 비율은 HCN 중합과는 다른 대안적 합성 경로가 주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발견은 따로 있었다. 류구, 베누, 오르괴유처럼 광물학적·원소 조성이 유사한 시료들에서 퓨린 대 피리미딘 비율이 암모니아 농도와 강한 역상관관계(R²=0.89)를 보였다는 것이다. 암모니아가 많을수록 피리미딘이 더 풍부해지는 패턴이었다. 연구 제1저자인 코가 토시키 박사는 "기존에 알려진 어떤 염기 합성 메커니즘도 이러한 관계를 예측하지 못했기에, 이는 초기 태양계 물질에서 핵염기가 형성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퓨린/피리미딘 비율이 탄소질 소행성과 운석 간의 핵염기 화학적 차이를 구별하는 새로운 분자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 웰링턴캠퍼스의 모건 케이블(Morgan Cable) 박사는 이 암모니아-염기 비율 간 상관관계 발견을 '독특한(unique) 성과'로 평가하며, '이 발견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분자들이 최초에 어떻게 형성되어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을 촉진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논평했다. 요소(Urea)의 발견과 'RNA 세계 가설'의 연결고리 이번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과학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발견은 류구 시료에서 상당량의 요소(urea)가 검출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살반(Salvan) 박사는 이 결과에 특히 높은 관심을 표명하며, '우리 연구팀은 오랫동안 요소가 RNA 구성 블록의 필수 전구체라고 제안해 왔으며, 이번 연구는 우주에서 직접 채취한 시료에 기반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인 'RNA 세계 가설(RNA World Hypothesis)'과 직결된다. RNA 세계 가설은 DNA와 단백질이 등장하기 이전에, RNA가 유전 정보의 저장과 촉매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최초의 자기 복제 시스템을 구성했다는 이론이다. 2026년 2월 《사이언스》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불과 45개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초소형 RNA 효소(리보자임)가 다른 RNA 가닥을 복제하는 중합효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이 밝혀져, 자기 복제 RNA 분자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류구에서 발견된 5종 핵염기와 요소는 이러한 RNA 세계의 출발점이 우주 공간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염기에 당류와 인산이 결합하면 RNA 분자가 조립될 수 있고, 요소는 이 과정의 핵심 전구체 역할을 한다. 초기 지구에 쏟아진 소행성들이 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배달했다면, RNA 세계로의 진입 문턱은 종전의 예상보다 현저히 낮아지는 셈이다. 베누와의 비교…두 소행성이 완성하는 퍼즐 이번 류구 연구 결과는 지난 2025년 1월 발표된 벤누 시료 분석 성과와 짝을 이루며 더욱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대니얼 글래빈(Daniel Glavin) 박사팀이 이끈 베누 분석에서는 5종 핵염기뿐만 아니라 지구 생명체가 단백질 합성에 사용하는 20종 아미노산 가운데 14종, 그리고 예외적으로 풍부한 암모니아가 함께 검출됐다. 베누 시료에서는 이전에 어떤 운석이나 소행성 귀환 시료에서도 발견된 적 없는 15번째 단백질 구성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이 잠정적으로 검출되기도 했다. 베누 시료의 질소 함유 헤테로고리 화합물 농도는 류구보다 5~10배 높았으며, 질소-15 동위원소 농축 패턴은 암모니아와 기타 질소 함유 용해성 분자들이 저온의 분자운(molecular cloud)이나 원시행성계 원반의 외곽 영역에서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베누의 모체(parent body)가 목성 궤도 너머의 태양계 외곽, 즉 토성 궤도 이원(以遠)의 극저온 지역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결정적으로, 지구 오염 가능성이 배제된 순수 우주 시료에서 5종 핵염기가 확인된 것은 이제 류구와 베누, 두 곳에서 독립적으로 재현된 결과다. 코가 토시키 박사는 Sky & Telescope와 인터뷰에서 "류구와 베누라는 두 탄소질 소행성 모두에서 5종 핵염기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이 분자들이 태양계 원시 천체들에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핵염기가 운석과 소행성 충돌을 통해 초기 지구에 전달되어 생명의 기원에 필요한 유기물 목록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생명까지의 거리…여전히 남은 과학적 간극 류구와 베누의 발견이 아무리 흥분되는 성과라 하더라도, 핵염기의 존재가 곧바로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코가 박사 자신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가 류구에 생명이 존재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생명에는 핵염기 외에도 당류(리보스, 디옥시리보스), 인산 화학,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에너지 기울기, 그리고 자기 복제로 나아가는 경로 등 훨씬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핵염기가 더 큰 생체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되었는지, 소행성 충돌이라는 극단적 에너지 환경에서 이 분자들이 의미 있는 양만큼 온전하게 지구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도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류구와 베누의 화학 조성이 서로 다르듯, 어느 하나의 소행성이 초기 태양계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핵심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명의 설계도 분자가 생물학적 과정 없이도 우주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 탄생에 필요한 분자적 전제조건이 지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태양계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충족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음 목적지…하야부사 2호의 연장 임무와 MMX의 화성 위성 탐사 이 연구 성과를 낳은 하야부사 2호는 아직 임무를 끝내지 않았다. 류구 시료 캡슐을 지구에 투하한 뒤 남은 연료로 연장 임무(Hayabusa2#, SHARP)에 돌입한 이 탐사선은 2026년 7월 S형 소행성 토리후네(98943 Torifune, 구 2001 CC21)에 고속 근접 비행(플라이바이)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플라이바이는 소행성 충돌 궤도 유도 기술의 시험대로, 지구방위(Planetary Defense) 기술 개발에 직접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2031년에는 직경 수십 미터에 불과한 초소형 고속 회전 소행성 1998 KY26과 랑데부할 계획이다. 최근 1998 KY26은 중력 외의 가속이 관측되는 '암흑 혜성(dark comet)'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더욱 과학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소행성 시료 귀환 탐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JAXA는 2026년 회계연도에 화성 위성 탐사선 MMX(Martian Moons eXploration)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은 화성의 두 위성 가운데 안쪽 위성인 포보스(Phobos)에 착륙하여 표면 물질 10그램 이상을 채취한 뒤 2031년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보스가 포획된 소행성인지, 아니면 화성에 거대 충돌이 일어나 생겨난 파편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핵심 목표로, 만약 전자라면 류구·벤누에서와 유사한 유기물이 발견될 수 있고, 후자라면 화성의 원시 물질에 대한 창을 열게 된다. 나아가 JAXA는 2030년대에 혜성으로부터의 시료 귀환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소천체 시료 귀환 미션(NGSR)도 구상 중이다. 우주는 생명의 씨앗으로 가득 찬 역동적 공간 태양계 형성 초기, 소행성들이 탄생한 위치나 겪어온 열과 물의 작용 등 진화 역사가 제각각이었다. 우주의 다양한 환경에서 각기 다른 비율로 유기물이 합성되었고, 이 다채로운 화학적 다양성을 품은 거대한 암석들이 초기 지구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면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최적의 '원시 수프(primordial soup)'를 완성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 커틴대학교의 지구화학자 클리티 그라이스(Kliti Grice)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이번 성과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 행성 생명의 이야기는 지구의 고대 진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우주를 떠돌던 차갑고 원시적인 암석의 화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암석 덩어리 위에서도 생명의 설계도 분자가 자연적으로 조립될 수 있다면, 적당한 온도와 물을 갖춘 외계의 어느 행성에서도 생명이 싹트지 못할 이유는 없다. NASA의 오시리스-렉스 프로젝트 과학자 제이슨 드워킨(Jason Dworkin) 박사가 남긴 물음이 여운을 남긴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제이슨 드워킨(Jason Dworkin) 박사는 "오시리스-렉스의 데이터는 생명의 가능성으로 가득 찬 태양계의 그림에 굵직한 붓질을 더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구에서만 생명을 보고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하는 이유, 그것이야말로 진정 매혹적인 질문이다"고 말했다. 우주는 텅 비어 있는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생명을 피워낼 준비를 마친 유기물 씨앗들로 가득 찬 역동적인 공간으로서의 본질을 증명해 내고 있다. 【논문 출처】 Toshiki Koga et al., “A complete set of canonical nucleobases in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 Nature Astronomy (2026). DOI: 10.1038/s41550-026-02791-z 관련 핵심 선행 논문 • Y. Oba et al., “Uracil in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 Nature Communications 14, 1292 (2023). • D.P. Glavin et al., “Abundant ammonia and nitrogen-rich soluble organic matter in samples from asteroid (101955) Bennu,” Nature Astronomy (2025). • Prebiotic organic compounds in samples of asteroid Bennu indicate heterogeneous aqueous alteration, PNAS (2025). 참고 보도 및 기사 Space.com, Phys.org(AFP), C&EN(미국화학회), The Conversation, Smithsonian Magazine, Sky & Telescope, Gizmodo, ZME Science, The Register, Nature Asia, Scimex, JAMSTEC 보도자료, JAXA IS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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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시가 18.67% 급등⋯강남·한강벨트 보유세 부담 커진다
- 지난해 서울 강남3구와 한강벨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뛴 영향으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7% 올라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평균 상승률은 9.16%였지만 서울은 이를 크게 웃돌며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강남3구 공시가격은 평균 24.7% 상승했고, 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 등 한강벨트 8개 구도 평균 23.13% 올라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에서 48만7362가구로 1년 새 53.3% 늘었고, 이 가운데 85.1%가 서울에 몰렸다. 강남과 한강벨트 일부 고가 아파트는 올해 보유세 증가율이 40~50%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해설] 공시가 급등의 명암…서울 집값 반영됐지만 세금 충격도 커졌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숫자만 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9.16%였지만 서울은 18.67%로 두 배를 웃돌았다. 지난해 서울 강남3구와 한강변 핵심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흐름이 고스란히 공시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69%로 동결됐지만, 시세 자체가 크게 오른 탓에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체감할 세금 부담은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강남과 한강벨트에서는 보유세 증가율이 40~50%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울 안에서도 오름폭 격차가 크고,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공시가격 발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서울 중심 자산 양극화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17일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국 약 1585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산정한 결과다. 기준 시점은 올해 1월 1일이며, 시세에 현실화율 69%를 곱해 공시가격을 산출했다. 정부는 현실화율을 추가로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변동은 사실상 지난해 시세 변화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이 워낙 가팔랐던 탓에 현실화율 동결 효과는 체감되기 어렵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과 실거래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서울 핵심지의 급등세를 보다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수치가 됐다. 서울의 18.67% 상승률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동주택 공시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로도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는 2022년의 전국적 급등 국면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요동쳤다면, 올해는 서울 특히 일부 핵심 지역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더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전국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뜨거운 것이 아니라 서울의 특정 입지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내부를 들여다보면 쏠림 현상은 훨씬 선명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24.7%에 달했다. 강남구는 26.05%, 송파구는 25.49%, 서초구는 22.07% 올랐다. 강남권은 학군, 교통, 재건축 기대, 한강 조망, 희소성까지 겹치며 지난해 실거래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곳이다. 그 결과 공시가격도 서울 평균을 한참 웃도는 폭으로 뛰었다. 여기에 더해 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 등 이른바 한강벨트 8개 자치구 역시 평균 23.13% 상승하며 강남권에 근접한 흐름을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성동구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29.04%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성동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선호 주거지로 부상했고, 한강변 입지와 신축 수요, 교통 개선 기대가 겹치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양천구 24.08%, 용산구 23.63%, 동작구 22.94%, 강동구 22.58%, 광진구 22.20%, 마포구 21.36%도 모두 20%를 넘겼다. 전통적 부촌인 강남3구뿐 아니라 서울 핵심 생활권 전반으로 고가 주택의 가치 상승이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런 지역을 제외한 서울 나머지 14개 자치구의 평균 상승률은 6.93%에 그쳤다. 도봉구 2.07%, 강북구 2.89%, 금천구 2.80%, 중랑구 3.29%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이는 서울 안에서도 자산 격차가 한층 벌어졌다는 뜻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한강벨트와 외곽 지역의 공시가격 변화가 이렇게 다르다면 세금 부담, 대출 여건, 자산 재평가, 시장 심리까지 모두 다르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울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도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분리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의 차이는 더 극적이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3.37%에 그쳤다. 경기 6.38%, 세종 6.29%, 울산 5.22%, 전북 4.32%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서울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제주(-1.76%), 광주(-1.25%), 대전(-1.12%), 대구(-0.76%), 충남(-0.53%), 강원(-0.45%), 전남(-0.24%), 인천(-0.10%)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9.16%가 실제로는 서울 핵심지의 급등에 크게 끌어올려진 수치라는 점을 말해준다. 시장이 살아난 곳과 여전히 정체되거나 약세인 곳의 간극이 공시가격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역시 세금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의 기초가 된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48만736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6만9364가구 늘어 증가율이 53.3%에 달한다. 이 중 85.1%인 41만4896가구가 서울에 몰렸다. 서울이 종부세 과세 주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공시가격 상승의 충격이 어디에 집중될지를 잘 보여준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9만9372가구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7만5902가구, 서초구 6만9773가구가 뒤를 이었다. 양천구 2만8919가구, 성동구 2만5839가구도 적지 않았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송파구가 1만8821가구 늘어 가장 많았고, 강동구 1만6362가구, 성동구 1만5378가구, 강남구 1만5327가구, 양천구 1만3801가구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강북구·도봉구·노원구·금천구·관악구는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한 채도 없었다. 서울 안에서도 과세 대상 자산이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보유세 부담도 이 구도와 맞물린다. 공시가격이 20% 이상 급등한 강남과 한강벨트의 고가 아파트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부세 과세 기준을 넘는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단지의 경우 지난해보다 보유세가 40~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시가격이 단순 통계가 아니라 실제 가계의 세금 부담, 매도·보유 판단, 증여 전략, 임대료 전가 가능성까지 흔드는 변수라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18일부터 4월 6일까지 소유자 열람과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고,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30일 최종 공시한다. 이어 5월 29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재검토한 뒤 6월 26일 조정·공시할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와 관할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열람할 수 있고, 의견이 있으면 온라인이나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흐름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서울 핵심지의 높은 공시가격 상승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값이 지난해 얼마나 가파르게 뛰었는지를 수치로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상승이 단순한 자산 가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세금 부담, 지역 간 격차, 계층 간 자산 불균형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공시가격 급등과 함께 세 부담이 커지고, 서울 외곽과 지방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올해 공시가격은 단순한 행정 수치가 아니라 서울 부동산의 집중화와 전국 자산 양극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성적표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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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시가 18.67% 급등⋯강남·한강벨트 보유세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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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AI 인프라 확장위해 네비우스에 270억 달러 클라우드 계약
- 메타가 16일(현지시간)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클라우드 제공업체 네비우스(Nebius)와 27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비우스는 2027년 초부터 메타 전용 서버 자원을 120억달러 규모로 구축해 메타에 공급할 계획이다. 메타의 이번 계약은 회사가 체결한 단일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블룸버그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가 AI 제품 개발을 위한 컴퓨팅 용량 확대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네비우스는 2024년 러시아 인터넷 대기업 얀덱스에서 분사했다. 챗GPT와 같은 서비스 운영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네비우스는 엔비디아로부터 2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늘어나는 AI 데이터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기술 기업은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구축과 인프라 확충에 약 6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도 AI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오픈AI·구글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메타가 2028년까지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6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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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AI 인프라 확장위해 네비우스에 270억 달러 클라우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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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유가 100달러' 돌파⋯호르무즈 봉쇄가 흔든 세계 경제
- 중동의 전운(戰雲)이 터진 지 보름 만에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이 초래한 지정학적 격변은 단순한 '단기 진통'을 넘어, 이미 균열이 시작된 글로벌 경제의 연쇄 붕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팬데믹 이후 최대의 공급 측면 쇼크에 직면하며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덮치는 '복합 위기'의 터널로 진입했다. 호르무즈의 비명⋯멈춰선 유조선단 이란 전쟁이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세계 에너지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블룸버그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초순 해협 물동량은 예년 대비 80% 급감했다. 이란 정권의 해협 폐쇄 고수와 미군의 무차별 공습이 맞물리며, 주요 선사들은 보험료 폭등과 피격 위험에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이러한 물류 마비는 즉각적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브렌트유는 이번 주 금요일 배럴당 100달러 선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선물 시장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컸던 일주일로 기록될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심리적 불안을 넘어 '물리적 공급 절벽'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美 경제⋯금리 인하의 실종 미국 경제 역시 전쟁의 여파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WSJ은 공습 전부터 미국 경제가 이미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1.4%)의 절반 수준인 0.7%에 그쳤고, 가계 지출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격히 위축됐다.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근원 물가의 역습이다.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연준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3.1%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 폭등은 연준의 발을 묶어버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단 한 차례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40%까지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동시에 가계를 압박하는 '피냐타(Piñata)' 형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한국, 에너지 쇼크 '최대 위험군' 전락 대륙별 명암은 더욱 짙다. 독일 산업 생산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유럽의 '병자'로 다시 전락했고, 영국 역시 성장이 멈춰 섰다. 아시아 국가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노무라 글로벌 이코노믹스는 한국과 태국을 이번 유가 쇼크에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군으로 분류했다. 높은 에너지 집약도와 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중국 역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연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으나, 중동발 수요 위축과 물류비 상승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 목표를 설정했던 베이징에 이번 전쟁은 '치명적 외부 충격'이 되고 있다. [Key Insights]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100달러 돌파는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의 서막이다. 노무라 등 주요 기관이 한국을 유가 쇼크의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원유 수입 비용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제조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연쇄 파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한 상황에서 가계 부채 부담은 한계점에 다다를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은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환경'을 상시 전제로 두고,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내수 방어를 위한 비상 경영 체제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 [Summary] 이란 전쟁 보름 만에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며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은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급격히 낮아졌다. 유럽은 산업 생산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에너지 수입 비용 폭등에 따른 신용 위험과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했다. 글로벌 통상 질서가 팬데믹 이후 최대 충격을 받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장기 불황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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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유가 100달러' 돌파⋯호르무즈 봉쇄가 흔든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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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120달러 육박한 유가, 파월의 '인하 시계' 멈춰 세우나
-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던 뉴욕 증시가 중동발 포화와 유가 폭등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들며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위협하자, 시장의 시선은 오는 18일(현지 시간) 예정된 연반준비제도(연준·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열리는 정례회의로, 에너지 쇼크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 인하 경로를 얼마나 뒤흔들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3.50~3.75%)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함께 발표될 '점도표(금리 전망치)'와 경제전망요약(SEP)의 변화에 촉각을 돋우고 있다.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지난주 고점 대비 5% 밀려나며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은, 시장이 더 이상 '저금리 낙관론'에만 기댈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증거다. 에드워드 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전략가는 "연준이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쇼크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미칠 복합적 영향에 대해 파월 의장이 어떤 진단을 내놓느냐에 따라 연말 증시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주 월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BOJ), 영국(BOE), 호주(RBA)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 결정을 내리는 '슈퍼 위크'를 맞이한다. 이란 측이 "세계는 유가 20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인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막기 위해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기조를 강화할지가 최대 변수다. [미니해설] 셧다운 안개 너머 직면한 '오일 쇼크'…파월의 입에 걸린 제국의 운명 ① 6월 인하론의 실종…연내 1회 인하 '배수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연내 3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확신했다. 그러나 중동의 포성이 유가를 100달러 위로 밀어 올리자 '인하 시계'는 멈춰 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쟁 전 '연내 2회 인하'를 점쳤던 시장은 현재 '연내 1회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TD 웰스의 시드 바이드야 전략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연준을 더 오랫동안 '관망(Holding pattern)' 상태로 묶어둘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인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2회로 하향 조정된다면, 증시는 '기술적 조정'을 넘어 '추세적 하락'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② '워시 체제'로의 과도기, 파월의 마지막 결단 이번 회의는 5월 임기 종료를 앞둔 제롬 파월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정책 결정 회의다. 차기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이사가 강력한 매파적 성향임을 감안할 때, 파월이 이번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대폭 높이는 '경제 전망 상향'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가 폭등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리는 '스테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파월이 2% 물가 목표치 달성 시점을 2027년 이후로 늦출지가 시장의 발작 버튼이 될 전망이다. ③ 글로벌 통화 정책의 '각자도생(Decoupling)' 내주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대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엔화 약세와 수입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종료 이후 추가 금리 인상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영국 영란은행(BOE)은 3.0%의 고물가와 싸우며 인하 기대를 완전히 접고 있다. 국가별로 엇갈리는 금리 경로는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하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가치를 더욱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④ 기술주의 반격-엔비디아 GTC가 '거시 경제 중력'을 이길까 매크로 환경의 폭풍우 속에서도 증시는 'AI의 힘'에 마지막 기대를 건다. 18일부터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GTC)는 기술주 반등의 촉매제다. 젠슨 황 CEO가 제시할 차세대 AI 로드맵이 유가 쇼크라는 거대한 중력을 이겨내고 증시 하단을 지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전략가는 "헤드라인(전쟁 뉴스)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미국이 중동 전쟁에서 어떤 탈출 전략을 가졌는지 명확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숨을 죽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주 주요일정(현지 시각 기준) 3월 16일(월): 중국 1·2월 주요 경제지표(소매판매·산업생산), 미국 2월 산업생산 3월 17일(화): 호주(RBA) 금리 결정, 독일 ZEW 경기신뢰지수,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3월 18일(수): 미국(Fed) 3월 FOMC 금리 결정·점도표 발표, 일본(BOJ) 금리 결정, 영국 2월 소비자물가(CPI) 3월 19일(목): 영국(BOE) 금리 결정, 스위스(SNB) 금리 결정,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3월 20일(금): 미국 4분기 GDP(확정치), 유로존 4분기 GDP 수정치, 독일 2월 생산자물가(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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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120달러 육박한 유가, 파월의 '인하 시계' 멈춰 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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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9회)
- 제19회 아기 고양이를 건네주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깊은 산속의 양옥에서 노년을 보내는 노부부였다. 노란색 털로 덮인 아기 고양이는 태어난 지 사십 일 된 수컷이라고 한다. "예쁘죠?" 안주인 말대로 아기 고양이는 깜찍하게 예뻤다. 그런데 바깥주인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짧은 꼬리는 제 애비를 닮았기 때문이요." 미상 씨는 눈여겨보지 않아 꼬리가 긴지 짧은지 분간하지 못한 상태였다. 혹시 꼬리 때문에 데려가지 않을까 걱정한 노인의 말대로 아기 고양이 꼬리는 평범한 고양이 꼬리와 달랐다. 짧고 뭉툭했으며 슬쩍 휘어진 채 엉덩이에 붙어 있다. 노인이 다시 말했다. "이놈 어미는 우리 집 마당에 살던 들고양인데 이제 막 석 달이 지난 꼬마 고양이였어요. 그런 어린아이를 뒷산에 사는 스라소니가 꼬여 임신을 시켰단 말이야." 노인의 말에 따르면 아기 고양이의 어미는 새파란 소녀 고양이고, 그런 소녀 고양이를 임신시킨 아기 고양이의 아비는 뒷산에 사는 스라소니라 한다.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지만 스라소니와 고양이가 수태 가능하다는 소리에 미상 씨는 웃었다. 그러나 뭐 그러려니 했다. 꼬리가 길건 짧건, 날씬하건 뭉툭하건 문제가 되질 않았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아기 고양이가 몹시 예뻤고 특히 두 눈은 너무나 영리해 보였다. "상관없습니다." 이번에는 안주인 노인이 말했다. "얘 이름은 삼일이랍니다." 그러면서 아기 고양이가 '삼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을 얘기했다. "얘 엄마가 우리 집 창고에서 새끼 세 마리를 낳았어요. 한 달이 지나 그놈을 붙잡아 중절 수술을 시켰죠. 그러느라 얘 엄마는 삼 일 동안 읍내 동물병원에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얘들 남매를 붙잡았어요. 둘은 붙잡았지만 한 놈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어디 산으로 도망갔나보다 포기했는데……." 품에 안은 삼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주인이 말을 이었다. "암놈 수놈 두 마리는 우리 내외와 한 팀으로 파크골프 치는 읍내 세무서장네에 줬어요. 그리고 삼 일 뒤에 얘 엄마가 퇴원했거든." 안주인은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긴장감을 더할 줄 알았다. "배에 붕대를 감은 얘 엄마를 마당 잔디밭에 내려놓자마자 부리나케 창고로 달려가요. 그러고선 야옹야옹 제 새끼들을 불러. 그러자 장작 가리 뒤에서 이놈이 튀어나왔어요. 요놈이!" 노부부는 같이 환하게 웃었다. "제 엄마는 병원에 가고 제 남매는 붙잡혀 읍내로 가는 삼 일 동안 이놈은 그 장작 뒤에 가만히 숨어 있었어요. 소리도 내지 않고 물도 먹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샅샅이 찾았는데……. 참 깜찍한 놈이죠?" 안주인은 삼일이를 미상 씨 손으로 넘겨줬다. "장작 가리 아니더라도 얘는 집안 여기저기 숨길 잘해요. 그래서 불러낼 땐 이 양재기를 댕댕댕댕 때려야 합니다. 그러면 기어 나와요." 안주인은 삼일의 보육에 사용하던 양재기와 작은 접시와 패드를 아기 고양이 사료와 함께 종이봉투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미상 씨가 건네준 종이봉투에서 만 원짜리 한 장만 꺼내고 나머지 두 장이 든 봉투를 돌려줬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태풍 직전의 음산한 날씨였다. 어떤 곳에선 비가 내렸고 또 어떤 곳에는 해가 비치기도 했다. 휴게소에 정차한 뒤 미상 씨와 아기 고양이는 물을 마셨다. 그러면서 희정 씨에게 전화를 했고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말했다. "얘 이름이 삼일이랍니다." 미상 씨는 아기 고양이가 삼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을 희정 씨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희정 씨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 이름은 이전의 이름이죠. 미상 씨와 살아갈 고양이 이름은 삼일이가 아니라 카카오에요." 아기 고양이 사진을 딱 보는 순간 '카카오'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희정 씨가 말했다. "카카오 나무 둥치에 매달려 있는 카카오 열매 같잖아요. 생김새가 딱 노랗고 야무진 카카오에요." 미상 씨는 즉각 순응했고 그래서 아기 고양이를 '삼일'이가 아니라 '카카오'라 부르기로 했다. 이 세상에게 희정 씨 말보다 더 올바른 말은 없다. "한 번 걔 이름을 불러 보세요. 카카오…… 하고 부르니 영리한 소년 같잖아요. 씨에이씨에이씨오. 걔 이름은 카카옵니다." ■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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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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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이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선출⋯혁명국가에서 '세습 권력' 논란의 문턱으로
- 1979년 이란혁명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세습 권력의 종식"을 선언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2026년 3월, 이란은 다시 한 번 역사적 아이러니 앞에 서게 됐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된 것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회의는 최근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이 결정은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사실상 부자 승계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란 혁명 이후 가장 상징적이고도 논쟁적인 권력 재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승계는 절차적으로는 헌법 질서 안에서 이뤄졌다. 최고지도자 선출 권한을 가진 88명 규모의 전문가회의가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는 것이 이란 국영방송과 외신 보도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권력 세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지도자는 이란 군 통수권과 핵 프로그램, 사법·안보 체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혁명 체제가 내세워온 "왕정 부정"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일 AFP, 로이터 통신 등은 이란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완전한 복종'을 맹세하고 새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모즈타바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는 그동안 공식 직함은 거의 없었지만, 오랫동안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AP는 그를 "오래전부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로 소개했고, 로이터는 그가 이란의 강경 보수 진영 및 안보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종교·정치 엘리트 네트워크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는 모즈타바가 단순히 "최고지도자의 아들"이 아니라, 이미 체제 핵심부에서 비공식 권력을 축적해 온 실세였음을 의미한다. 그의 부상은 이번 전쟁 국면과도 떼어놓을 수 없다. 로이터와 AP 보도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고, 직후 이란 지도부는 빠르게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확정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공백 메우기를 넘어, 외부 압박 속에서도 체제 연속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 워싱턴과 텔아비브의 군사적 압박이 최고지도자 교체로 이어졌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더 강한 강경파 체제의 고착으로 귀결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외부 메시지도 강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부상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모즈타바는 2019년 미국 재무부가 그를 강력한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긴밀히 협력해 아버지의 "지역 불안정화 야망과 억압적인 국내 목표"를 추진했다고 비난한 후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인물다. 로이터는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새 지도부가 협상 유화보다는 미국과 대결 지속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시사한다. AP 역시 모즈타바의 선출이 전쟁 속 이란의 군사·핵 통제권을 한 인물에게 집중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통성과 통치 역량이다. 모즈타바는 오랜 기간 배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공개 행정 경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AP는 그가 공식 정부 직책 없이도 오랫동안 유력 후계자로 분류돼 왔다고 전했고, 외신들은 그가 강경한 대내 통제와 대외 저항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제난, 빈곤 심화, 전쟁 피해, 국제 제재가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 이러한 강경 노선은 체제 결속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민생과 외교 정상화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왕조화' 논란이 본격화한다. 카네기 중동센터의 마하 야히야 소장은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즈타바의 선출을 "체제의 지속"을 상징하는 선택으로 해석했다. 이는 곧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에도 이란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슬람공화국이 오히려 자신이 부정했던 왕정적 권력 승계의 그림자를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등장은 단순한 후계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이란이 혁명국가의 정통성을 유지한 채 전시 체제로 결집할 것인지, 아니면 세습 권력 논란 속에서 내부 균열을 키울 것인지를 가를 분기점이다. 혁명이 끝낸 줄 알았던 왕조의 기억이, 47년 만에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이번 선출은 중동 정치사의 중대한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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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이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선출⋯혁명국가에서 '세습 권력' 논란의 문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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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90달러 뚫린 유가, 7천선 뚫린 심리⋯'중동 전운'에 갇힌 월가
- 사상 첫 7,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던 뉴욕 증시가 중동발 포화와 인플레이션 재점화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지난주 2% 밀려나며 주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은, 시장이 고유가를 단순한 변동성이 아닌 거시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주 시장의 운명은 오는 11일(현지 시간)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달렸다. 로이터 설문조사는 0.2%의 완만한 상승을 점치고 있으나, 이는 중동 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의 수치라는 점이 불안 요소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이클 아론 수석 전략가는 "유가 100달러 돌파는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을 심리적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발 인플레가 기대 심리를 자극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는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월 고용 보고서가 9만 2000명의 일자리 감소라는 '마이너스 쇼크'를 기록한 상황에서 물가마저 치솟을 경우, 월가는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와 직면하게 된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의 매파적 색채가 짙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이제 6월 인하라는 배수진마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니해설] 호르무즈의 안개와 2.5% 물가의 사투…월가는 왜 '스태그'를 두려워하나 ① 국제유가 90달러의 공포…인플레이션의 '전염성'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뚫고 올라간 것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 석유 및 LNG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물류비용과 공급망 차질을 즉각적으로 가시화한다. 마이클 아론 전략가의 분석처럼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디스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할 처지다. ② 고용 쇼크와 물가 폭등의 '기괴한 동거' 2월 고용 보고서의 9만 2000명 감소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믿음에 균열을 냈다. 통상적인 경기 둔화라면 금리 인하 명분이 서겠지만, 유가가 견인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연준의 손발이 묶인다. 웰스 클럽의 아이작 스텔 매니저는 "고용 감소와 인플레이션 압력의 결합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11일 발표될 CPI가 조금이라도 예상을 웃도는 '업사이드 서프라이즈'를 보인다면, 증시는 6,800선 이하로 밀려나는 강력한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③ 글로벌 통화 정책의 '각자도생(디커플링)' 중동 리스크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미루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연내 인하 가능성 자체를 삭제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본은 엔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 사이에서 출구 전략 타이밍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가별로 엇갈리는 통화 정책은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자산 배분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④ 중국 양회 이후의 시선…'AI'는 최후의 보루인가 거시 경제의 폭풍우 속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낙관론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폐막을 앞둔 중국 양회에서 발표될 AI 산업 지원책과 한국·대만의 반도체 수출 호조는 기술주 섹터의 하단을 지지하는 유일한 방어벽이다. DBS 이코노미스트들은 "유가 쇼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AI 서버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주 CPI 수치는 AI 열풍이 거시 경제의 중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최종 관문이 될 것이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간 기준) 3월 9일(월): 중국 2월 물가 지표(CPI/PPI), 일본 4분기 GDP 수정치 3월 10일(화): 미국 3년물 국채 입찰, 일본 가계지출, 독일 산업생산 3월 11일(수):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0년물 국채 입찰, 독일 최종 CPI 3월 12일(목):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인도 2월 CPI, 30년물 국채 입찰, 터키 금리 결정 3월 13일(금):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최종, 미국 4분기 GDP 수정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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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90달러 뚫린 유가, 7천선 뚫린 심리⋯'중동 전운'에 갇힌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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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99)] 남극, 30년간 서울 면적의 21배 빙하 소실⋯"둠스데이 빙하" 붕괴 현실화 우려
- 남극 대륙이 지난 30년간 서울 면적의 약 21배에 달하는 빙하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어바인) 빙하학 연구팀이 위성 영상 30년치를 분석한 결과, 서남극과 남극반도, 동남극 일부 지역에서 '그라운딩라인(접지선)'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속도가 지속될 경우 '둠스데이(최후의 날)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접지선' 30년 추적…사상 최초 대륙 전체 지도화 이번 연구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것으로, 남극 전역의 접지선이 30년 이상에 걸쳐 종합적으로 지도화된 최초의 연구다. 접지선은 빙상(얼음 덩어리)이 암반 위에 고정된 상태로 놓여 있다가 바다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경계선을 뜻한다. 이 선이 내륙 방향으로 후퇴할수록 바다에 직접 녹아드는 '지면 고정 빙하'가 줄어들어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석 저자인 에릭 리그노(Eric Rignot) 교수는 "접지선은 30년 전부터 빙상 안정성을 판단하는 골든 스탠더드(황금 기준)였지만, 남극 전체를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지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캐나다·일본·이탈리아·독일·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 우주기관의 레이더 위성 데이터를 결합했다. 레이더는 조류에 의한 빙붕(떠 있는 얼음 선반)의 수직 이동을 감지해, 고정 빙하와 부유 빙하를 구별할 수 있게 해 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992년부터 2025년에 이르는 기간의 접지선 변화를 전례 없는 정밀도로 추적했다. 30년간 약 1만 2,950㎢ 소실…매 3년마다 서울 7배 규모 연구 결과, 1996년 이후 남극 전체에서 약 1만 2950㎢(약 5000 평방마일)의 지면 고정 빙하가 사라졌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약 21배, 미국 델라웨어주 면적의 약 2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취약 지역에서는 매년 약 440㎢(약 170 평방마일) 이상의 속도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 속도를 유지할 경우 3년마다 로스앤젤레스 시 면적(약 1300㎢)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남극 해안선 전체의 77%는 접지선 이동이 감지되지 않아 여전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그노 교수는 "남극 전체가 지금 동시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뜻한 바닷물'이 주범…남극반도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 연구팀은 서남극에서 관측된 급격한 후퇴의 주원인으로 '따뜻한 해수의 침투'를 지목했다. 해저 수로를 통해 빙하 바닥부로 밀려든 온난한 바닷물이 얼음을 아래서부터 녹여 빙붕을 얇게 만들고, 그 결과 빙붕이 뒤편 빙하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리그노 교수는 "바람에 의해 따뜻한 해수가 빙하 쪽으로 밀려오는 곳에서 가장 큰 피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둠스데이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인아일랜드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꼽힌다. 반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남극반도에서 나타나는 유의미한 접지선 후퇴는 원인이 불분명하다. 해당 지역에서는 온난한 해수의 유입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그노 교수는 "다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서남극 빙상 전체 붕괴 시 해수면 최대 2.7m 상승 연구자들이 이번 결과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해수면 상승 잠재력이다. 서남극 빙상(WAIS) 전체가 붕괴할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최대 약 2.7m(9피트) 상승할 수 있다. 이는 해안 저지대 국가와 도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개별 빙하에 집중했던 기존 관측보다 훨씬 광범위한 그림을 제공한다. 남극 전체를 동시에 추적함으로써 안정 지역과 취약 지역을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장기 지도화 작업이 향후 빙상 모델 개선과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그노 교수는 "지금 남극 전체가 동시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및 연구의 의의 이번 연구는 빙하학 분야에서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위성 데이터를 처음으로 대륙 규모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개별 빙하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것을 넘어, 남극 대륙 전체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한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극반도의 원인 불명 접지선 후퇴를 규명하기 위한 추가 관측과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77%의 해안선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으며, 다국적 위성 데이터 공유의 성과로도 평가받는다. ※ 참고 자료: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press releas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ABC News(2026년 03.05), 스페이스닷컴(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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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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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99)] 남극, 30년간 서울 면적의 21배 빙하 소실⋯"둠스데이 빙하" 붕괴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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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4)] 존스홉킨스대 소행성 충돌 실험 생명체 생존 입증⋯우주 기원설 규명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인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품어온 이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질문에, 최근 아주 작고 질긴 생명체가 놀라운 해답의 실마리를 던졌다. 지구 생명체의 조상이 척박하고 차가운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온 외계 이민자일지 모른다는 매혹적인 가설이,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인 물리적 충돌 테스트를 뚫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우주적 대재난 속에서도 생명체가 살아남아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른바 암석 범종설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기즈모도와 과학 매체 아이에프엘사이언스(IFL)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들이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에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경이로운 연구 결과를 같은 일제히 보도했다. 지구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중에서도 암석판스페르미아 가설(lithopanspermia hypothesis)은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을날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새로운 땅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듯, 광활한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수십억 년 전,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했을 때 그 엄청난 폭발의 충격으로 행성 표면의 파편들이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간다. 만약 그 암석 파편 깊숙한 곳에 미생물이 숨어 살고 있었다면, 이들은 천연의 돌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수백만 년의 긴 세월을 캄캄한 진공 속에서 떠돌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불타는 유성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고, 그것이 오늘날 지구 생태계를 이룬 생명의 씨앗이 되었을 수 있다는 장대한 시나리오다. 이 매력적인 가설이 그동안 주류 과학계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충격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었다. 행성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튕겨 나갈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압력, 그리고 지구 대기권을 뚫고 시속 수만 킬로미터로 땅에 격돌할 때의 파괴력을 그 연약한 단세포 생명체가 과연 견딜 수 있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극한 환경에서 물질의 거동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KT 라메쉬는 "생명체는 한 행성에서 튕겨져 나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생명의 기원, 특히 지구에서의 생명 기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은 이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조건의 무대를 실험실에 구현했다. 강철판 찢은 3기가파스칼의 충격…경이로운 세포의 방어력 연구진이 이 가혹한 우주 비행 선발 테스트에 올린 생명체는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라는 특수한 미생물이다. 칠레의 고지대 아타카마 사막처럼 춥고 건조하며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이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극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사막 박테리아는, 인간의 치사량보다 수천 배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살아남는 지구 최강의 생존력을 자랑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코난 더 박테리움이라는 웅장한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이들은 방사선이나 물리적 충격으로 자신의 DNA가 산산조각 나더라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스스로 파괴된 유전 암호를 완벽하게 재조립하는 경이로운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이 질긴 미생물을 두 장의 두꺼운 금속판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얇게 바른 뒤, 시속 약 483킬로미터의 속도로 특수 제작된 고속 발사체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총알이 날아와 꽂히는 순간 발생하는 압력은 무려 1에서 3기가파스칼에 달했다. 숫자로만 들으면 체감이 어렵지만,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서 잠수함의 외벽을 짓누르는 수압의 약 10배에서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면적 위에 코끼리 수백 마리가 동시에 올라타 짓밟는 것과 같은, 뼈와 살이 흔적도 없이 으스러져야 마땅한 극한의 압력이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충돌 직후의 결과는 연구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대 릴리 자오 교수는 첫 번째 압력 테스트에서 당연히 미생물들이 형체도 없이 터져 죽었을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사체의 충격 속도를 높이고 반복해서 때려도 이 작은 생명체들의 숨통을 끊어놓기는 역부족이었다. 약 1.4기가파스칼의 압력까지는 세포 손상조차 거의 없이 대다수가 온전하게 살아남았다. 압력을 한계치인 2.4기가파스칼까지 끌어올리자 그제야 일부 세포막이 찢어지고 내부 구조에 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미생물의 60퍼센트 이상이 버젓이 목숨을 부지했다. 실험 과정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사실은, 반복된 충돌의 엄청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미생물을 감싸 보호하던 단단한 강철판이 먼저 찢어지고 부서져 내렸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하고 물렁물렁한 생물학적 세포의 끈질김이,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강도를 이겨낸 순간이었다. 화성에서 온 인류의 조상…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딜레마 이 경이로운 실험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자연이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빚어낸 생명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극단적인 물리적 폭력을 견뎌내도록 유연하고 강력하게 적응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생물이 혜성 충돌이라는 우주적 규모의 타격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인류의 족보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수십억 년 전, 거대한 강이 흐르고 따뜻한 대기를 가졌던 화성에서 최초로 발생한 생명이 거대한 운석 충돌을 타고 우주로 튕겨 나와, 푸른 별 지구로 이주해 온 우리의 진짜 조상일 가능성은 이제 뜬구름 잡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과학적 시나리오가 되었다. 반대로, 과거 지구를 강타했던 거대 소행성 충돌의 여파로 튕겨 나간 지구의 미생물들이 우주를 떠돌다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떨어져 자신들만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하지만 강철보다 질긴 이 생명력은 인류의 미래 우주 탐사에 아주 무겁고 까다로운 딜레마를 던진다. 미국 항공우주국이나 유럽우주국은 화성 탐사선인 퍼서비어런스나 각종 우주 탐사 장비를 우주로 쏘아 올릴 때, 혹시 모를 오염을 막기 위해 반도체 클린룸보다 수백 배 더 철저한 무균실에서 장비를 조립하고 살균 처리한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멸균 처리를 하더라도, 이번 실험에서 확인된 것처럼 생명력이 강한 지구의 극한 미생물 한두 마리가 탐사선 구석에 묻어 우주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은 로켓이 발사될 때의 엄청난 진동과 압력을 비웃듯 견뎌낼 것이고, 척박한 화성의 자외선 폭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우주 과학계에서는 이를 행성 간 교차 오염이라고 부르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만약 훗날 인류가 화성의 땅을 깊숙이 파 내려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나 살아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그 생명체가 화성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진짜 외계 토착 생명체인지, 아니면 수십 년 전 우리가 보낸 탐사선 바퀴에 묻어간 지구 미생물이 화성 환경에 적응해 번식한 후손인지 구별하는 것은 악몽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찾고 우주의 신비를 풀려는 우리의 순수한 탐사 행위 자체가, 역설적으로 외계의 순수한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과학적 진실을 가려버리는 치명적인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역설이다. 지구 생명은 과연 우주에서 날아왔는가. 이번 존스홉킨스대의 충돌 실험 하나만으로 암석 범종설이 완벽하고 완전무결하게 증명된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 소행성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궤도의 역학,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지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극저온과 우주 방사선의 쉴 새 없는 폭격 등 미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검증하고 넘어야 할 변수들은 여전히 태산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강철판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파괴적인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아 증식을 준비하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안겨준다. 생명이라는 현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지구라는 좁고 안전한 온실 속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차갑고 텅 빈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의 씨앗들이 소행성과 혜성이라는 바위를 타고 끊임없이 궤도를 교차하며 수정되는 거대하고 역동적인 생명의 바다일지도 모른다. 인류가 생명의 기원을 묻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우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위대함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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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4)] 존스홉킨스대 소행성 충돌 실험 생명체 생존 입증⋯우주 기원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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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50)] 비트코인 7% 급등⋯전쟁·인플레이션 공포 속 '디지털 금' 부상
-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다시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불안이 동시에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대신 가치 저장 수단을 찾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 거래일 대비 7.8% 급등하며 7만4000달러(약 1억8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역시 10.60% 급등해 2197달러를 기록했고, 바이낸스코인은 663달러(+4.73%), 시총 5위 리플은 1.46달러(+7.35%)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번 랠리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전쟁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곧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전통적으로 금이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혀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대체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시장 흐름을 바꾸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비트코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패턴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구조적 희소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 자금 유입도 이번 상승을 뒷받침했다.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최근 이틀 동안 약 6억8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기관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 시장에 접근하면서 가격 상승의 탄력이 강화된 것이다. 정책 변수 역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상화폐 규제 법안인 '클리어리티 법안(Clarity Act·명확성 법)'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명확성 법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과 다른 나라가 암호화폐 의제를 선점할 것"이라며 미국 의회에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기관 투자 확대와 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기대를 자극하며 시장 심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은 관련 기업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장중 15%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알려진 스트래티지 역시 11.15% 상승했다. 채굴 기업과 거래 플랫폼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라 홀딩스는 7.74% 상승했고, 온라인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역시 8.51%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이 단기적인 '전쟁 프리미엄'인지, 아니면 새로운 상승 사이클의 시작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분석가들은 ETF 자금 유입과 규제 명확성 기대가 맞물리면서 장기 상승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비트코인 시장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개인 투자자 중심이었던 시장이 이제는 기관 투자자와 ETF 자금이 가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랠리는 단순한 가격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쟁과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거시 변수 속에서 비트코인이 점점 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다시 한 번 금융시장의 '위기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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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50)] 비트코인 7% 급등⋯전쟁·인플레이션 공포 속 '디지털 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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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98)] 땀과 폭염이 지우는 '최후의 심판'⋯기후 변화, 500년 프레스코화 위협
- 기후 변화로 바티칸시국이 미켈란젤로의 거작 '최후의 심판'을 복원한다고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가 3일 보도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제단 뒤편, 미켈란젤로가 그린 거대한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은 수세기 동안 인간의 죄와 구원을 응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작품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종교적 논쟁도, 검열도 아닌 기후 변화와 역대급 대규모 관광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힘이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시스티나 성당에는 하루 평균 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으며 사람들은 숨을 쉬고,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린다. 이들의 체온과 습기가 르네상스의 걸작을 조금씩 변색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로마의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 관람객이 흘리는 땀에서 생성되는 젖산(lactic acid)은 프레스코 표면의 칼슘과 결합해 젖산칼슘(calcium lactate)이라는 염을 만든다. 바티칸 박물관 과학연구소의 파비오 모레시 연구소장은 "이 젖산칼륨 염이 표면에 얇은 흰 막을 형성하면서 색채를 흐리게 하고 명암 대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심판' 표면 축적된 염, 30년 만에 집중 세척 이로 인해 '최후의 심판'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중적인 세척 작업에 들어갔다. 시스티나 성당 제단 주변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비계를 설치한 뒤, 복원 전문가들이 미세한 표면 침착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1990년대의 대규모 복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에는 수 세기 동안 쌓인 그을음과 접착 코팅, 먼지 등을 제거해 작품의 원래 색채를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반면 이번 세척은 프레스코의 안료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표면에 축적된 염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원팀은 정제된 물과 일본산 특수 한지를 사용해 수용성 염을 천천히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물에 적신 종이를 표면에 덮어 염을 용해시킨 뒤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켈란젤로가 남긴 원래 안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표면의 변색만을 제거하기 위한 정밀한 보존 기술이다. 명작 훼손 주요 원인은 연간 600만 명 방문 인파 문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1994년 복원 당시 시스티나 성당의 연간 방문객은 약 15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성당을 찾는다. 관광객의 급증이 작품 환경을 크게 바꿔 놓은 것이다. 바티칸은 2014년 시스티나 성당에 최신 공조 시스템과 조명 장치를 설치했다. 성당 내부 온도는 섭씨 약 22~24도, 습도는 55~60% 수준으로 유지된다. 또한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붐비는 사무실보다 낮게 관리된다. 그럼에도 성당 안에 한 번에 700~8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인간의 체온과 습기가 완전히 통제되기는 어렵다. 한편, 1533년 교황 클레멘스 7세의 의뢰로 시작돼 1541년 완성된 '최후의 심판'은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 전체를 덮는 거대한 프레스코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최후의 심판 장면은 출입구 위에 그려져 신자들이 떠날 때 마주하도록 배치된다. 그러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제단 뒤에 위치해 신자들과, 그리고 오늘날에는 교황 선출을 위해 모인 추기경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당시 이 작품은 근육질의 나체 인물들로 인해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켈란젤로 사후에는 일부 인물의 나체를 가리기 위해 덧칠된 천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러한 검열의 흔적은 1994년 복원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됐다. 기후 변화와 관광 대중화와 맞서 싸우는 '최후의 심판' 하지만 오늘날 '최후의 심판'이 마주한 위협은 종교적 검열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대중 관광 시대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바티칸 박물관 보존국의 마르코 마지 책임자는 "예방적 보존의 목표는 오늘의 방문객들이 작품을 최상의 상태로 경험하도록 하는 동시에, 그 권리를 미래 세대에게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세기 동안 인간의 운명을 그려온 미켈란젤로의 벽화는 이제 역설적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새로운 환경 변화와 싸우고 있다. '최후의 심판'이 묘사한 종말의 장면은 여전히 장엄하지만, 그 색채를 지키기 위한 현대의 노력은 기후의 역습이라는 또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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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98)] 땀과 폭염이 지우는 '최후의 심판'⋯기후 변화, 500년 프레스코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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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샴페인 터트리기엔 이른 다우 5만⋯'AI 역습' 공포에 질린 기술주
- 사상 첫 5만 선을 돌파하며 축배를 들었던 뉴욕 증시가 'AI(인공지능)의 역습'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혁신 기술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하던 시장에 "누가 진짜 수혜자인가"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며, 2월 한 달간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1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특히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기술주 전반에 투매가 쏟아진 것은 시장의 온도가 변했음을 시사한다. 이제 투자자들은 수조 원을 쏟아붓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익성에 냉정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자산관리 등 AI 대체 위험이 있는 업종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엔와이(BNY)의 존 벨리스 아메리카 매크로 전략가는 "미국 증시는 이제 파괴적 기술의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려는 '사이클 후반부'에 진입했다"며 확신 부족에 따른 제자리걸음을 진단했다. 산업재와 필수 소비재 섹터가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시가총액의 거대한 축인 빅테크의 흔들림은 지수 전체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내주 월가는 고용 지표와 빅테크 실적이라는 이중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6일 발표될 2월 고용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하 시점의 최대 분수령이다. 1월의 13만 건 '깜짝 고용'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경제 가열의 신호인지에 따라 '6월 인하론'의 운명이 갈린다. 머피 앤 실베스트의 폴 놀티 전략가는 "1월 지표가 일회성이었다는 우려가 크다"며, 고용 시장이 다시 약세로 회귀할 경우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을 덮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측면에서는 수요일(4일) 브로드컴 실적이 AI 하드웨어 수요의 건전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5일 개막하는 중국 '양회'의 경기 부양책 강도가 글로벌 시장의 온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매파적 성향의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7월 이후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는 "AI에 대한 흥분이 일자리와 생산성에 대한 불안으로 전이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내주 월가는 고용의 민낯과 AI의 실익, 그리고 워시 체제의 긴장감이라는 세 파고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미니해설] AI 포모(FOMO)에서 '실존적 공포'로…월가는 왜 다시 고용에 집착하나 ① AI의 역습: '모든 배를 띄우던 파도'는 끝났다 지난 2년간 월가를 지배했던 공식은 "AI라면 일단 사고 보자"였다. 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와 금융 서비스 업종에서 나타나는 투매 양상은 이 공식의 파기를 의미한다. 맨 그룹(Man Group)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전략가는 "누가 AI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도구 삼아 승자로 부상할 것인가를 두고 시장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하락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이터 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과연 투자 대비 수익(ROI)을 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제 시장은 'AI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보다 'AI로 실제 돈을 버는' 기업을 찾기 위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종 간 수익률 차별화는 다우 5만 시대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② 2월 고용 보고서: '6월 인하'의 생사를 가를 스모킹 건 내주 금요일 발표될 2월 고용 보고서는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를 결정지을 '확정적 증거'다. 현재 미국 경제는 탄탄한 소비를 바탕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면에는 노동 시장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퇴임을 앞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 도구를 본격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구조적으로 높은 실업률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시장은 신규 고용이 6만 건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지표가 예상을 하회한다면 시장은 즉각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를 앞당기겠지만, 이는 곧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되어 증시에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너무 견조하다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함께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의 매파적 행보에 명분을 실어주게 된다. 시장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적당한 온기의 '골디락스' 수치지만, 셧다운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는 이번 지표가 깨끗한 신호를 줄지는 미지수다. ③ 글로벌 변수: 중국 '양회'의 부양책과 아시아의 도약 내주 월가는 미국 내부 지표뿐만 아니라 아시아발 뉴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5일 개막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베이징 당국이 발표할 경제 성장률 목표치와 재정 적자 규모는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경기 민감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ING는 중국이 성장 목표를 기존 '5% 내외'에서 '4.5% 이상'으로 낮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는 시장에 '절제된 부양'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과 대만 등 IT 강국들은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2월 수출은 반도체 수요 폭증에 힘입어 전년 대비 25.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기술주의 수익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단에서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함을 증명하는 지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기 회복 강도가 달러화의 향방과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④ 브로드컴 실적: 반도체 랠리의 '라스트 댄스' 여부 수요일(4일) 실적을 발표하는 브로드컴은 엔비디아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주 실적으로 꼽힌다. 맞춤형 AI 칩(ASIC) 시장의 강자인 브로드컴의 가이던스는 엔비디아발 충격으로 흔들리는 반도체 투자 심리를 되살릴 마지막 기회다. 만약 브로드컴마저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면, 기술주 중심의 하락세는 3월 내내 지속될 위험이 크다. 반대로 소매 업체인 타겟과 베스트바이가 견조한 소비를 입증한다면, 증시의 무게중심은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하는 '섹터 로테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내주 월가는 다우 5만이라는 축배 뒤에 숨은 매파적 서프라이즈와 실적 심판대를 마주하며, 셧다운 이후의 '진실의 순간'을 치열하게 시험하게 될 것이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간 기준) 3월 2일(월): 미국·유럽·일본 2월 제조/서비스 PMI, 한국 2월 수출입 지표 3월 3일(화): 미국 JOLTS 구인 보고서, 일본은행 총재 연설 3월 4일(수): 브로드컴 실적, ADP 민간 고용, 호주 4분기 GDP 3월 5일(목): 중국 양회 개막,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타겟 실적 3월 6일(금): 미국 2월 고용 보고서, 미국 1월 소매 판매, 독일 제조업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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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샴페인 터트리기엔 이른 다우 5만⋯'AI 역습' 공포에 질린 기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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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79)] '달, 강한 자기장' 논쟁 50년 만에 종결⋯아폴로 달 암석 재분석
- 달의 자기장이 과거에 강했는지, 아니면 미약했는지를 둘러싼 50년 논쟁이 옥스퍼드대학교 과학자들의 새로운 분석으로 매듭지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과학과 연구진은 26일(현지시간) 아폴로 임무로 채집된 달 암석을 재검토한 결과, 초기 달에는 지구보다 강한 자기장이 존재한 시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짧은 예외적 현상이었으며, 대부분의 기간에는 약한 자기장이 유지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달의 자기장은 달 내부에 '다이너모(dynamo)'라 불리는 자기장 생성 메커니즘이 작동했는지 여부와 직결된다. 이는 달 내부 구조와 열 진화, 형성 역사 전반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다. 그동안 일부 아폴로 암석에서는 매우 강한 고(古)자기 신호가 검출돼 "초기 달에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달의 작은 핵과 빠른 냉각 속도를 고려하면 장기간 강한 자기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양측 주장이 모두 일정 부분 타당하다는 절충적 해석을 제시했다. 달 형성 이후 약 35억~40억 년 전, 특정 시기에는 지구보다 더 강한 자기장이 형성됐지만, 이는 매우 단속적이고 일시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달의 자기장은 약한 상태였으며, 강한 자기장은 예외적 화산 활동과 연계된 현상이었다는 설명이다. 핵심 단서는 고(高)티타늄 현무암이다. 연구진은 달 내부 깊은 곳의 티타늄이 풍부한 물질이 용융되면서 일시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고티타늄 암석의 형성과 강한 자기장 기록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달 내부의 화산 활동이 단속적 다이너모를 촉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과거 해석에는 '표본 편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드러났다. 아폴로 임무는 비교적 평탄한 '마레(Mare)' 지역에 착륙했는데, 이 지역은 고티타늄 현무암이 풍부하다. 우주비행사들이 상대적으로 이들 암석을 많이 채집하면서, 지구로 가져온 표본 역시 강한 자기장 신호를 보존한 암석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 그 결과 달이 오랜 기간 강한 자기장을 유지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이러한 표본 편향을 정량적으로 검증했다. 만약 달 표면에서 무작위로 암석을 채집했다면, 강한 자기장 사건을 기록한 표본을 확보할 확률은 극히 낮았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공동저자인 존 웨이드 옥스퍼드대 부교수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단 여섯 번만 착륙했다면, 평탄한 지역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역시 표본 편향을 겪었을 것"이라며 "아폴로가 마레 지역에 집중한 것은 우연이었고, 착륙지가 달랐다면 우리는 달이 줄곧 약한 자기장만 가졌다고 결론 내렸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달 자기장 형성사를 '강하거나 약하거나'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단속적으로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간헐적 다이너모' 모델로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달 내부의 열·화학적 진화 과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단서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검증이다. 공동저자인 사이먼 스티븐슨 박사는 "어떤 유형의 암석이 어떤 자기장 세기를 보존하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아르테미스 임무는 이 가설을 시험하고 달 자기장 역사를 더욱 정밀하게 밝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폴로가 남긴 표본은 인류가 달을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 그리고 반세기 만에, 그 표본을 다시 들여다본 과학은 달 내부의 숨은 역사를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달 탐사의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과학적 연속선 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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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79)] '달, 강한 자기장' 논쟁 50년 만에 종결⋯아폴로 달 암석 재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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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전립선암 종양 90%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 미국에서 수술로 적출한 전립선암 종양 대부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 조직에서의 농도는 인접한 정상 조직보다 현저히 높아, 환경 중 플라스틱 노출이 암 발생과 연관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 신호가 제기되고 있다. NBC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연구진은 전립선 절제 수술을 받은 65세 남성 환자 10명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종양 샘플의 90%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암성 전립선 조직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70% 검출됐지만, 농도는 종양 조직이 평균 약 2.5배 높았다. 암 조직에서는 조직 1g당 약 40마이크로그램(㎍), 정상 조직에서는 16마이크로그램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는 NYU 랑곤헬스의 펄머터 암센터(Perlmutter Cancer Center)와 환경위해성연구센터(Center for the Investigation of Environmental Hazards)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진은 음식 용기·포장재·화장품 등 일상 제품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유입돼 전립선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열·마찰·화학적 변형 과정에서 분해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로, 호흡·섭취·피부 접촉을 통해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앞선 연구에서는 주요 장기, 체액, 태반 등에서도 검출된 바 있으나, 전립선암 조직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서구권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 책임자인 스테이시 로엡(Stacy Loeb) 교수는 NBC뉴스에서 종양 조직에서 더 높은 농도가 검출된 것은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결과"라면서 "이번 파일럿 연구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전립선암의 잠재적 위험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 다만 "환자 수가 적은 만큼 대규모 연구를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분석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실험 도구를 알루미늄·면 소재 등으로 대체하고, 미세플라스틱 전용 청정 실험실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12종의 주요 플라스틱 분자를 대상으로 입자의 양·화학 조성·구조적 특성을 정밀 측정했다. 공동 저자인 비토리오 알베르가모(Vittorio Albergamo)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전립선 조직 내에서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해 세포 손상과 유전자 변이를 촉진할 가능성을 가설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성 염증은 암 발생의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남성 8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전립선암 진단을 받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26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비뇨기암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오염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구체적 수치로 드러나면서, 환경 규제와 노출 저감 정책의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직접적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과학적 검증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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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전립선암 종양 90%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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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그림(1)-빈센트 반 고흐
- [김종근의 미술평론]에서는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대표작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사유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인물로 빈센트 반 고흐(프랑스어 뱅셍 반 고흐)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빈센트 반 고흐-노란색은 고흐가 사랑한 마지막 색채였다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이라도 주겠다."-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중에서 '고흐'는 그토록 갈망하고 꿈꿔 오던 아를에서 고갱을 기다렸다. 여기 <폴 고갱의 안락의자> 작품은 그만이 알고 있는 햇볕과 따뜻함을 나타내는 노랑색과 우정의 불꽃으로서 상징적인 색채의 그림이었다. 8월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이제 나는 우리 둘만의 작업실에서 고갱과 함께 살고 싶다, 해바라기만으로 이 작업실을 꾸미고 싶다." 그러나 고갱과 오래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간절한 그의 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서로 초상화를 그려 주고받으면서 고갱의 그림 속 고흐 자화상은 멍한 표정과 시들어버린 꽃 표현에 고흐는 몹시 못마땅해했다. 이 불만을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갱을 가리켜 "그놈이 날 싫어하는 게 틀림없어 나를 꼭 원숭이처럼 그려놨어"라고 편지에 썼다. 이후 빈번한 다툼에서 드디어 188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고갱은 고흐의 노란 집에서 도망쳤다. 마침내 노랑색의 해바라기와 돌이킬 수 없는 고갱과의 결별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고흐는 귀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표현과 묘사법은 독특하였다. 고흐는 스스로 말하길 "나는 눈으로 본 것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애쓰기보다, 다양한 색을 마음대로 사용하여 나 자신을 그리려 한다"라고 고백했다. 그 다양한 색 가운데 그가 가장 열중한 색채가 바로 노랑색이었다. <시인의 정원>, <자화상>, <노란 집>, <농부가 있는 밀밭 >, <까마귀 나는 밀밭>, <파이프가 놓인 의자 >, < 노란 배경을 한 붓꽃 화병> 등 수 많은 작품이 모두 노란빛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노란빛을 찾아간 것은 아니다. 그의 궁핍했던 고향 누에넨 풍경과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보이는 어두운 색조와 강한 색채들은 파리를 거쳐 아를에 정착하기까지 그의 정신적인 흐름과 함께 색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비록 젊음을 상실했지만 젊음과 신선함이 담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라고 확신했던 것처럼 그의 <아를의 밀밭>과 <추수 >작품들은 색채와 빛의 처리에서 신선한 그림이었다. 그의 작품 속에 노랑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외부는 노란색, 내부는 흰색으로 칠해진 빛이 잘 드는 집을 월세 15프랑(약 4500원 정도)에 빌려 쓰기 시작한 아를 시절이 절정에 이른다. 35살의 나이인 그는 스스로 다른 화가들과 구별되는 색채를 창조할 수 있는 화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작은 식당에 살면서 썩은 이를 악물고 그림을 그리며, 창녀촌에나 드나드는 나 같은 화가를 상상할 수가 없다"라고 스스로 자학했지만, 그는 화가 공동체의 꿈을 안고 오로지 그림으로 이 역경을 극복하려 고뇌했다. 그해 10월에 그린 고흐의 노랑색이 그득한 <침실(아를의 방)>은 노란 집에서의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신이 그린 최고의 명작이라고 했다. 이즈음 그는 일본의 우키요에(한국의 민화 같은 일본의 대중화)를 발견하면서 그 속에서 원색적인 색채와 강렬한 선의 영향에 힘입어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를 멸시하고 미치광이라고 등 돌렸지만 시인이자 미술평론가 알베르 오리에는 "지저분한 길과 추한 현실의 삶으로 뒤범벅된 혼돈 속으로 되돌아온 순간……. 찬란한 단조로움 …. 검은 색깔조차 모두 반들반들 맑고 영롱했네! " 이렇게 극찬하면서 그에게서 광기와 천재성을 발견했다. 동료 화가 피사로도 "이 사람은 미치거나 혹은 우리를 훨씬 앞질러 갈 것이다. 우키요에 그림처럼 밝은색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발견한 노란빛의 승리이었다. <씨뿌리는 사람이 서 있는 밀밭과 석양>은 그러한 황금색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이며 <프로방스의 낟가리>, <아를 식당의 실내> 등도 그가 살던 아를의 노랑색 풍경이다. 그와 함께 공동체 생활을 꿈꾸었던 친구 고갱은 아를을 "남불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라고 신랄하게 투덜댔지만 그래도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여기서는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 깊은 속이 있고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많은 우정을 발견한다고 기록했다. 고흐는 이 도시에 만족했다. 그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색깔의 효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빛깔이 여기서는 정말 아주 아름답다. 초록빛이 신선할 때에, 그건 풍요로운 초록빛이다. 북쪽 지방에서는 드물게 보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초록빛이다. 초록빛이 먼지에 싸여 다갈색이 되어도, 그것 때문에 흉해지지는 않는다. 그럴 때면 풍경은 모든 뉘앙스를 다 가진 황금빛 색조들을 지닌다. 초록빛 황금색, 노란 황금색, 분홍 황금색, 또는 구릿빛이나, 레몬색 노란빛에서부터 흐릿한 노란 빛까지……." 이렇게 남불의 햇빛이 가진 능력과 섬세함의 발견은 20세기 전후에 활동했던 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반 고흐는 이렇게 썼다. "…. 나는 미래와 현재를 위해 남불 지방의 존재를 믿는다."라고 한 그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한 주일에 다섯 점의 유화를 그리면서 완전히 지친 반 고흐는 자기의 침실을 그리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우선 빛깔은 "벽은 엷은 자줏빛으로 되어있고", "침대의 나무와 의자들은 버터 빛 노란색이고, 시트와 베개들은 아주 선명한 레몬 빛 초록색이며" 침실 벽에는 고흐 자신과 여동생 윌의 초상화 그리고 일본풍 그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그림이 공간적으로 뒤틀렸다는 사실에서 벌써 고흐가 정신적으로 돌아버린 그림의 신호로 보려고 했지만, 그에게 가장 만족을 준 것은 침실이었다. <아틀리에의 침실>은 그가 오랫동안 열망하던 노란 집에 살게 된 것을 기념한 작품이다. 고흐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집에 입주했고 '유황빛 노란' 햇빛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희망이 가득했다. 물론 그는 이미 일본의 쟈포니즘(Japonism)이란 예술적인 마력에 빠져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사물의 형식을 단순화 한 가장 이상적인 작품으로 생각했다. 특히 <아를의 방>에서 그는 남불에서 발견한 '채도 높은 노란색'으로 방 분위기를 이어갔으며 이 작품으로 세 가지 버전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고흐에 색채의 변화는 색조가 더욱 밝아졌다. 초기 1885년 <감자 먹는 사람들>의 어둡고 암울한 색채에서, 1886년 파리에 인상파 화가들과 만나면서 <클리시 거리> 같은 작품에서는 밝고 빛나는 색조의 순색을 외광 회화에 접목했다. 그리하여 그는 색채에의 환희와 개성이 노랑색에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무르익은 밀밭에서의 생동감 있는 노란색과 <별이 빛나는 밤>에 빛나는 별에 사용된 색등이 바로 노란색이었다. 또한, 노란 집에 입주하기 전 카페에 살았던 그는 <저녁의 카페(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포럼 광장의 카페에 드나들면서 그곳 테라스와 카페 내부의 장면을 화폭에 옮겼다. 벽면에 선명하고 붉은색은 큰 촛대들의 레몬 빛 노란색 점들과 대조를 이루었고, 이 모습은 별이 뜬 하늘의 푸른색 위에 두드러진 카페의 노란 불빛을 더욱 부각 시키고 있었다. 그에게 노랑색이 절정으로 나타난 작품은 해바라기였다. 고흐의 상징인 해바라기는 1888년 8월 28일 보낸 편지에서 더욱 단순한 기법으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고 썼다. 오랫동안 고흐가 남긴 열점의 해바라기에서 극도의 단순미와 노랑색의 열정을 발견한 사람들은 없었다. 노란색으로 가득한 해바라기는 고흐가 아를에 도착한 1888년 가을 고갱의 충고로 처음 시작 되었다. 그는 캔버스 세 개를 동시에 시작했다. 첫 번째는 초록색 화병에 꽂힌 커다란 해바라기 세 송이를 그린 것인데, 배경은 밝고 크기는 15호. 두 번째도 역시 세 송이인데, 그중 하나는 꽃잎이 떨어지고 씨만 남았다. 이건 파란색 바탕이며 크기는 25호. 세 번째는 노란색 화병에 꽂힌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이며, 30호 크기이다. 꽃은 아주 정확하게 그렸지만 덧칠한 색과 격렬한 몸짓의 꽃잎, 밝은 파란색 배경의 꽃잎 등이 단순한 해바라기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해바라기'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반 고흐의 '강렬한 노란 색조'이며, '영원히 강한 태양'과 그 불타는 햇살을 그림으로 그린 상징이다. 빈센트는 이 햇빛을 찾으러 아를에 왔고, 거기에서 자신을 불태웠으며 '해바라기' 시리즈가 그 결실이었다. 오늘날, 이 그림들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색채의 추구와 형태, 색채의 결합에 대한 명백한 상징이 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묘사로 이 점을 명시했다. "노란 바탕 위에 노란 꽃병 속에 있는 노란 꽃". 오래 두고 배합된 단색의 조화는 공간을 정복했는데, 이것은 "남불 지방을 온통 노랗게, 온통 주황빛으로, 온통 유황색으로 만든 화가" 몽띠쎌리를 생각하며 만들어진 조화였다는 것이다. "노랑, 그것은 어떤 감동을 암시하는 색깔이다…." <씨 뿌리는 사람>은 밋밋한 색조의 노랑과 보라의 조화이었다면 <밤의 카페>의 빨간색과 초록의 조화에 고흐는 노랑색을 첨가했다.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는 그가 노란색과 주황색과 파란색의 대조에서 오는 균형에 도달했고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엄밀하고 세심한 색채의 작업으로 주황색과 연보라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노란색을 반짝이게 했다. 그는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했지만, 모델이 없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바로 <씨뿌리는 사람>은 그가 가장 존경한 바르비종파의 화가 쟝 프랑수아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에서 그 이미지를 차용 했다. 그는 과장 된 색채 즉 노란색의 태양과 하늘, 파란색과 자주색의 밭이 있는 장면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고흐는 죽을 때까지 오직 단 한 점 <붉은 포도밭>이 400프랑(6만 원 정도)에 팔렸지만, 그는 결코 외롭게만 살다 간 것은 아니었다. 그의 그림에 너무 감탄한 툴루즈 로트렉은 고흐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고, 그를 비판하면 결투를 신청하는 아주 의리 있는 화가도 있었다. 그러나 몇 해 전 고흐의 대표작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구입한 <14송이의 해바라기> 작품이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 그림은 안전 화재해상보험 회사가 창립 100주년 사업으로 1987년 뉴욕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2475만 달러에 구입, 현재 야스다 간사이 미술관이 자랑하고 있는 애장품이었다. 고흐는 이 해바라기를 고갱이 원해 한 점 더 똑같이 그려 그의 그림과 바꿨다. 이듬해 그는 <14송이의 해바라기>를 두 점 똑같이 그렸는데 이 작품들은 현재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 각각 소장 되어있다. 어쨌든 고흐는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그림에의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동생 테오에게는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이라도 주겠다."라고 동생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잊지 않았다. 그의 노랑색에 대한 아를의 열정도 고갱과의 귀 자른 사건으로 파급되면서 고흐는 가쉐 박사, 그리고 마지막 자살과 무덤이 기다리고 있는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와즈로 가야만 했다. 오베르 쉬르 와즈는 파리에서 35Km 떨어진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그는 여기서 < 오베르의 교회>, < 밀밭이 있는 풍경> 등 미친 듯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그림에 실제 모델들이 대부분 다 이 근처에 있었다. 그는 이 오베르에서 하루에 3프랑 (약 500원) 씩을 주고 1890년 5월 20일에서 7월27일까지 약 70일간을 머물렀다. 이젤 하나와 침대 하나면 꽉 차는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그는 하루에 한 점씩 불꽃 같은 작품 70여 점을 남겼다. 오베르는 그가 "심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작품을 자살하기 며칠 전 여기서 그렸다. 고흐가 이 청색과 노란색의 조화로 진정한 여름 '햇빛의 폭발' 앞에서 그는 어떤 한순간을 묵시적으로 드러내었다. 마침내 1890년 7월 27일 권총으로 자살을 기도하고 숨을 거둔 것이다. 고흐가 죽은 뒤 오베르는 폴 세잔, 까미유 피사로, 오노레 도미에 등 당대의 화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으며. 1957년에는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반 고흐의 뜨거운 삶」의 실제 무대가 되기도 했다. "태양과 햇빛을, 더 나은 표현이 없어, 나는 노란 색, 연한 유황빛 노란색, 연한 레몬색, 황금색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라던 고흐가 사랑한 마지막 색채였다. <편집자주> 김종근 미술평론가. 현대미술의 미학과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의 흐름을 분석해 왔다. 회화, 조형,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동시대 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작가 개인의 작업 세계와 시대적 조건을 연결하는 비평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일간지와 문화 전문 매체에 미술 비평과 전시 리뷰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전시와 작가 연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담론 형성에 기여해 왔다. 전시 기획 자문과 평론 활동을 병행하며, 미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발언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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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그림(1)-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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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2)] 中, 사막 모래를 10개월 만에 '옥토'로⋯미생물 토양화 기술의 도전
- 중국 과학자들이 사막 모래를 10~16개월 만에 식생이 가능한 토양 기반으로 전환하는 생물학적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을 모래 표면에 분사해 '생물학적 토양피막(Biological Soil Crust)'을 빠르게 형성하는 방식으로, 기존 수십 년이 걸리던 사막 자연 복원 과정을 수년 단위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과학원 산하 서북생태환경자원연구소 샤포터우 사막힐섬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 인근 시험지에서 검증됐다고 중국과학일보가 보도했다. 밀짚 격자 구조 위에 남세균을 처리한 모래 표면에는 암갈색 막이 형성됐고, 계절성 모래폭풍 이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해당 피막이 형성되는 데 10~16개월이 소요됐으며, 이후 관목과 초본 식물의 정착 기반을 제공했다고 전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토양생물학 및 생화학(Soil Biology and Biochemistry)'에 게재됐다. 미생물로 '땅을 설계하다'…사막화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 이번 기술의 핵심은 남세균이 분비하는 점성 다당류와 광합성 작용이다. 남세균은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생성하고, 일부 종은 질소 고정 기능을 통해 식물이 이용 가능한 영양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당 성분이 모래 입자를 결합해 얇지만 강한 피막을 형성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모래 알갱이를 실처럼 감싸는 미생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기존 사막 복원은 방풍림 조성, 인공 관개, 대규모 식재에 의존했다. 그러나 강풍과 고온, 토양 유실로 어린 식물의 생존율이 낮아 반복 식재가 필요했다. 이번 공정은 '식재 이전에 토양을 먼저 만든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생물학적 피막이 형성되면 수분 증발이 줄고, 질소·인 등 영양분이 표층에 축적된다. 실제로 처리 구역은 비가 온 뒤 수분 유지 기간이 인접 나지보다 길었고, 바람에 의한 토양 유실도 실험실 조건에서 90% 이상 감소했다. 샤포터우 관측소 쟈오 양 부소장은 "이 토양 씨앗을 사막 표면에 뿌리면, 강수량에 노출될 때 토양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강우에서 영감을 받은 자오 교수는 가압 분무방식을 시도했다. 연구진은 모래 알갱이 틈에 남세균을 주입해 자연 상태에서 15년 걸리는 표면 경화 시간을 단 1~2년으로 단축하고 60% 이상 생존율을 달성했다고 중국과학일보는 전했다. 수십년 걸리던 사막 복원, 수년 내로 압축 특히 주목되는 점은 시간 단축 효과다. 중국은 59년에 걸친 사막 토양피막 성장 데이터를 축적해왔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수십 년이 걸리던 과정이 남세균 접종을 통해 수년 내로 압축됐다. 이는 사막화 방지 정책의 실행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인류 발전에 갖는 의미는 단순한 사막 녹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확산되는 사막화, 농경지 황폐화, 탄소 흡수 기반 약화 문제에 대응하는 '저에너지·생물 기반 토양공학'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의 상징성이 크다. 토양피막은 탄소를 고정하고, 질소 순환을 촉진하며,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복원력을 높인다. 생물학적 피막 한계에 정밀한 생태 설계 요구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생물학적 피막은 차량 통행이나 과도한 방목에 취약하며, 기후 조건에 따라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지역별 토착 미생물 활용이 필수적이어서 대규모 상용화에는 정밀한 생태 설계가 요구된다. 사막화의 근본 원인인 과잉 개발과 수자원 남용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미생물 기반 토양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래를 묶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생태계의 출발점을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사막의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그것은 곧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복원 전략을 재정의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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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2)] 中, 사막 모래를 10개월 만에 '옥토'로⋯미생물 토양화 기술의 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