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관람객 600만 시대⋯인류의 숨결이 르네상스 걸작을 닳게 한다
  • 바티칸, 30년 만에 긴급 복원⋯표면 축적 젖산칼륨 염 제거가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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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거작 '최후의 심판'이 폭염과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흘린 땀으로 인해 색깔이 바래지면서 바티칸 박물관이 특별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설치한 비계로 덮여 있다. 사진=바티칸시국 행정부 제공

 

기후 변화로 바티칸시국이 미켈란젤로의 거작 '최후의 심판'을 복원한다고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이 3일 보도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제단 뒤편, 미켈란젤로가 그린 거대한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은 수세기 동안 인간의 죄와 구원을 응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작품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종교적 논쟁도, 검열도 아닌 기후 변화와 역대급 대규모 관광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힘이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시스티나 성당에는 하루 평균 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으며 사람들은 숨을 쉬고,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린다. 이들의 체온과 습기가 르네상스의 걸작을 조금씩 변색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로마의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 관람객이 흘리는 땀에서 생성되는 젖산(lactic acid)은 프레스코 표면의 칼슘과 결합해 젖산칼슘(calcium lactate)이라는 염을 만든다. 바티칸 박물관 과학연구소의 파비오 모레시 연구소장은 "이 젖산칼륨 염이 표면에 얇은 흰 막을 형성하면서 색채를 흐리게 하고 명암 대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최후의 심판'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중적인 세척 작업에 들어갔다. 시스티나 성당 제단 주변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비계를 설치한 뒤, 복원 전문가들이 미세한 표면 침착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1990년대의 대규모 복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에는 수 세기 동안 쌓인 그을음과 접착 코팅, 먼지 등을 제거해 작품의 원래 색채를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반면 이번 세척은 프레스코의 안료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표면에 축적된 염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원팀은 정제된 물과 일본산 특수 한지를 사용해 수용성 염을 천천히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물에 적신 종이를 표면에 덮어 염을 용해시킨 뒤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켈란젤로가 남긴 원래 안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표면의 변색만을 제거하기 위한 정밀한 보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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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미노스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보존 전문가들이 얇은 젖산칼슘층을 제거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진=바티칸시국 제공

 

문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1994년 복원 당시 시스티나 성당의 연간 방문객은 약 15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성당을 찾는다. 관광객의 급증이 작품 환경을 크게 바꿔 놓은 것이다.


바티칸은 2014년 시스티나 성당에 최신 공조 시스템과 조명 장치를 설치했다. 성당 내부 온도는 섭씨 약 22~24도, 습도는 55~60% 수준으로 유지된다. 또한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붐비는 사무실보다 낮게 관리된다. 그럼에도 성당 안에 한 번에 700~8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인간의 체온과 습기가 완전히 통제되기는 어렵다.


한편, 1533년 교황 클레멘스 7세의 의뢰로 시작돼 1541년 완성된 '최후의 심판'은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 전체를 덮는 거대한 프레스코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최후의 심판 장면은 출입구 위에 그려져 신자들이 떠날 때 마주하도록 배치된다. 그러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제단 뒤에 위치해 신자들과, 그리고 오늘날에는 교황 선출을 위해 모인 추기경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당시 이 작품은 근육질의 나체 인물들로 인해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켈란젤로 사후에는 일부 인물의 나체를 가리기 위해 덧칠된 천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러한 검열의 흔적은 1994년 복원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됐다.


하지만 오늘날 '최후의 심판'이 마주한 위협은 종교적 검열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대중 관광 시대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바티칸 박물관 보존국의 마르코 마지 책임자는 "예방적 보존의 목표는 오늘의 방문객들이 작품을 최상의 상태로 경험하도록 하는 동시에, 그 권리를 미래 세대에게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세기 동안 인간의 운명을 그려온 미켈란젤로의 벽화는 이제 역설적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새로운 환경 변화와 싸우고 있다. '최후의 심판'이 묘사한 종말의 장면은 여전히 장엄하지만, 그 색채를 지키기 위한 현대의 노력은 기후의 역습이라는 또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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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99)] 땀과 폭염이 지우는 '최후의 심판'⋯기후 변화, 500년 프레스코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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