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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3)] 전 세계 산호 84% 백화⋯기록 이래 최악의 피해
-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백화(bleaching)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측 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CRI)는 24일(현지시간) "이번 백화는 1998년 이래 네 번째로 발생한 글로벌 산호 백화 사태로, 2014~2017년에 산호초 약 3분의 2에 영향을 미쳤던 백화 현상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화 현상은 2023년 1월부터 시작됐으며, 해수 온난화로 인해 종료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ICRI는 100개 이상의 정부, 비정부기구 및 기타 단체로 구성된 기구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부터 미국 플로리다의 키스까지 전 세계 산호초의 밝고 선명한 색깔이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호 백화 현상으로 인해 광활한 지역에서 유령처럼 하얗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기는 해양 생테계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산호초 학회 서기이자 전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호 관측 책임자였던 마크 이킨은 "지금의 해수 온도 스트레스는 임계값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앞으로도 전 지구적 백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산호초의 붕괴는 단순한 해양 생물의 위기를 넘어 인류의 삶과 생계를 위협하는 지구적 변화"라고 경고했다. 2024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해였으며, 해양 수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극지방을 제외한 해양의 연평균 표면 수온은 섭씨 20.87도(화씨 69.57도)로, 산호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산호초는 높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린다. 전체 해양 생물의 약 25%가 산호초 주변에서 발견된다. 산호는 공생 동물이다. 내부에 공생하는 조류(algae)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특유의 다양한 밝은 색을 띤다. 그러나 수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조류가 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산호는 이를 배출하며 색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산호는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을 나타내며 흰 골격이 드러나고,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수온이 다시 차가워지면 조류가 산호에 다시 서식해 산호초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조류가 사라지는 동안 산호는 약해지고 질병과 오염이 더 취약해진다. 조류가 너무 오랫동안 사라지면 산호는 죽게된다. 산호는 해안선 침식을 막아주고 폭풍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해준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산호초는 매년 세계 경제이 약 9조 8000억 달러를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ICRI는 현재 산호초 백화 현상으로 인해 "82개국 영토와 경제권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미국 NOAA 산호초 감시 프로그램은 이번 백화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경보 척도에 추가 단계를 도입했다. 2023년 기관의 백화 경보 등급에 세 가지 새로운 등급(위 도표의 AL3, AL4, AL5)을 추가한 것. 이전에는 최고 등급인 2등급(위 도표의 AL2)이 열에 민감한 산호의 사망 위험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제 최고 등급(AL5, 진한 보라색)은 산호초 내 산호의 80% 이상이 사망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곳곳에서 산호 보존과 복원 노력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소는 세이셸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산호 조각을 인공 환경에서 증식시키고 있으며, 플로리다 해안 등에서는 고온에 노출된 산호를 구조해 회복시킨 뒤 다시 자연에 방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보완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인위적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해양 생태계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즉, 산호초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 물질을 줄이고, 과도한 어업을 종식시키고,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킨 박사는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보존 활동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멜라니 맥필드 글로벌 산호초 감시 네트워크(GCRMN) 카리브해 분과 공동의장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산호초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임 2기 들어 화석연료 확대와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축소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킨 박사는 "지금 미국 정부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보호 조치의 철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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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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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3)] 전 세계 산호 84% 백화⋯기록 이래 최악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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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1)] 물 분해 숨겨진 비용 규명⋯효율적인 수소 생산 청신호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 그 뒤에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화석 연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멈추지 않는 지구 온난화의 시계 앞에서, 과학자들은 물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얻는 꿈, 바로 '수소 에너지'에 주목해왔다. 마치 마법처럼 물을 분해해 깨끗한 연료를 얻는 기술, 하지만 오랫동안 이 꿈은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에너지 낭비라는 숨겨진 비용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런데 최근 한 대학 연구실에서 이 답답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물 분자 속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그리고 더 깨끗한 미래를 향한 희망의 빛을 따라가 볼까? 지속 가능한 에너지 해결책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염원이 뜨거운 가운데,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물 분해' 기술은 오랫동안 유망한 대안으로 손꼽아 왔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물 분해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과학자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화학자들이 물 분해의 에너지 효율 저하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내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산소 원자를 내노기 직전의 아주 짧은 순간에 물 분자가 예상치 못한 '뒤집힘'이라는 특별한 행동을 하며, 이 움직임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에너지 효율을 갉아 먹는 주범 연구를 이끈 프란츠 가이거 교수는 물 분해 반응 중 산소를 만드는 과정이 마치 닫힌 자물쇠를 여는 것처럼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론적으로 1.23볼트의 에너지면 충분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1.5~1.6볼트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물을 뒤집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바로 이 추가 에너지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에너지 효율을 붙잡고 있는 듯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물 분자는 전기를 띤 작은 자석과 같다. 음(-)전하를 띤 전극 쪽으로 양(+)전하를 띤 수소 원자를 향하려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물 분자의 산소 원자에서 전극으로 전자가 이동하는 길이 꽉 막혀 버린다. 연구팀은 아주 강력한 전기장이 걸리는 순간, 물 분자가 순식간에 회전하며 산소 원자가 전극 표면을 향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마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듯, 수소 원자가 비켜서면서 전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H 농도 조절로 효율 높이기 연구팀은 이 신기한 물 분자의 '회전' 운동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숨어 있는지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물 분자가 액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서로 끌어 당기는 에너지와 거의 같은 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희소식도 있다. 물의 pH 농도를 높이면 이 회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놀랍게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pH 농도가 낮을 때는 물 분자를 올바르게 회전시키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했지만 pH 농도가 높아질수록 물 분해 과정이 훨씬 더 수월하게 진행됐다. 가이거 교수는 "pH9 이하에서는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며, 물 분자는 여전히 회전하지만, 그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전기화학 반응 자체가 멈춰버린다고 설명했다. 수소 경제와 우주 탐사에 밝은 전망 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혔던 물 분해의 숨겨진 에너지 비용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인 물 분해 기술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물 분자가 마치 숙련된 곡예사처럼 더 쉽고 빠르게 회전하도록 돕는 새로운 촉매를 설계한다면, 물 분해 기술을 우리의 삶에 더욱 가깝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이거 교수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한 에너지, 즉 수소 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 경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태양 빛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꿈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면 물 분해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여 연료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촉매 표면의 디자인을 물 분자 회전에 최적화하는 것이 마치 꽉 막힌 도로를 시원하게 뚫는 것처럼 전자 이동을 원활하게 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이 연구 결과는 미래에 있을 화성 탐사에서도 우주비행사들이 숨 쉴 공기와 깨끗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라이덴 스피먼, 에즈라 J. 마커 외에도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알렉스 마틴슨과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의 메이비스 보아마, 제이콥 쿠퍼버그, 마크 엥겔하르트, 야통 자오, 케빈 로소 등 여러 연구자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가이거 교수는 "이제 물 분자 회전이 금속 전극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극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이는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흔한 현상일 수 있다. 앞으로 물 분자 회전이 가장 쉽게 일어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니켈, 적철석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을 활용하여 더욱 효율적인 물 분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이 작은 물 분자의 숨겨진 움직임 속에서 과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거대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에너지 효율의 비밀을 밝혀낸 끈기와 노력은, 깨끗한 에너지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밝은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마치 지구라는 푸른 별을 넘어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는 꿈처럼, 효율적인 물 분해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의 열정과 끊임없는 탐구 정신이 만들어낼 더 놀라운 발견들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깨끗한 에너지로 빛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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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1)] 물 분해 숨겨진 비용 규명⋯효율적인 수소 생산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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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커넥티드카 시대의 역습: 번호판만으로 수백만 대 원격 해킹 가능⋯방치된 자동차 보안의 민낯
- 올해 초 국내에서만 자동차 절도 피해가 급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차량 절도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절도 수법이 달라졌다. 유리창을 깨거나 잠금장치를 물리적으로 뜯는 고전적 방식 대신, 차량 제조사의 스마트폰 연동 앱이나 원격 서비스 포털을 통해 디지털로 문을 여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영국에서 차량 소유주 모르게 딜러 포털 계정을 탈취해 차를 훔친 일당이 검거됐고, 미국에서도 유사 수법의 고급 차량 절도 조직이 적발됐다. 이 '보이지 않는 절도'의 기술적 뿌리는 이미 2024년에 화이트해커들이 공개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2024년 6월, 화이트해커 샘 커리(Sam Curry) 팀은 기아자동차의 커넥티드카 딜러 포털에서 번호판만으로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치명적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 2013년 이후 출시된 기아 차량 대부분이 대상이었다. 이 사건은 단독 사례가 아니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 도요타를 비롯한 16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유사한 취약점이 잇달아 확인됐다. 취약점은 패치됐다. 그러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국내 도로를 달리는 커넥티드카는 2025년 현재 1000만 대를 넘어섰다. 차량 절도 수법이 디지털로 진화하는 동안, 소비자 대부분은 자신의 차가 번호판 하나로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동차 업계가 '연결성'의 편의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동안, 보안은 줄곧 뒷전이었다. 본지는 커넥티드카 해킹의 실태와 구조적 원인, 국내외 대응 현황을 심층 취재했다. 번호판 하나로 차를 통째로 빼앗다-기아 해킹의 전말 2024년 6월 11일, 화이트해커 샘 커리(Sam Curry), 니코 리베라(Neiko Rivera), 저스틴 라인하트(Justin Rhinehart), 이언 캐럴(Ian Carroll)은 기아차의 딜러 포털(kiaconnect.kdealer.com)에서 치명적인 취약점을 발견했다. 공격 경로는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화이트해커 팀은 기아 딜러 등록 시스템이 일반 소비자 계정 등록과 동일한 HTTP 요청 방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이용해 가짜 딜러 계정을 생성하고 접근 토큰을 만들자 딜러 전용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소프트웨어 간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 게이트웨이에 무단 접근할 수 있었다. 단 4번의 HTTP 요청으로 ①번호판을 차대번호(VIN)로 변환하고, ②차 주인의 이름·전화번호·이메일·집 주소를 열람한 뒤, ③자신을 해당 차량의 주 사용자로 등록하는 과정이 30초 안에 완성됐다. 피해자에게는 어떤 알림도 가지 않았다(Curry, samcurry.net, 2024.9.26). "차량 번호판만 알면 해당 차량을 30초 안에 추적하거나 원격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차량에 무단 접근이 이루어지거나 접근 권한이 수정됐다는 어떤 알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취약점은 기아 커넥트 구독 여부와 무관하게 하드웨어가 탑재된 차량이라면 모두 적용됐습니다."-샘 커리, samcurry.net 공개 보고서(2024.9.26) 연구팀이 구축한 개념 증명(PoC) 도구는 번호판 입력 후 잠금 해제·시동·위치추적·경적 등 원격 제어 기능이 실제로 작동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취약점 발견 직후 기아에 신고했고, 기아는 2024년 8월 14일 패치를 완료한 뒤 9월 26일 상세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아 측은 실제 악성 공격에 악용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출시된 기아 차량 대부분, 수백만 대가 수개월간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16개 브랜드, 연쇄 취약점의 충격 기아 해킹 사건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퍼진 구조적 문제의 단면에 불과했다. 2022년, 커리를 포함한 보안 연구팀(니코 리베라, 브렛 뷔르하우스, 마이크 로베르트, 이언 캐럴, 저스틴 라인하트, 슈바함 샤)은 16개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연쇄 발견해 2023년 1월 3일 상세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상 브랜드는 아큐라, BMW, 페라리, 포드, 제네시스, 혼다, 현대, 인피니티, 재규어, 기아, 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포르쉐, 롤스로이스, 도요타이며 텔레매틱스 솔루션 기업 스피리온(Spireon), 디지털 번호판 기업 리바이버(Reviver), 위성라디오 기업 시리우스XM도 포함됐다(The Hacker News, 2023.1.10; SecurityWeek, 2023.1.5). 브랜드별 취약점의 양상은 다양했다. 혼다·닛산·인피니티·아큐라 차량에서는 차대번호(VIN)만으로 원격 잠금 해제·시동·위치추적·경적·헤드라이트 조작이 가능했다. 현대·제네시스 차량에서는 이메일 주소 하나만으로 계정 탈취와 차량 원격 제어가 가능했다. 기아 차량에서는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 영상을 원격으로 실시간 열람하는 것도 가능했다(Security Currents, 이글루, 2023). BMW·롤스로이스에서는 딜러 SSO 포털의 TOTP 취약점을 이용해 임직원 계정을 전면 탈취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SSO 설정 오류로 내부 깃허브·소스코드·내부 메신저 전체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원격 코드 실행까지 가능했다. 가장 충격적인 취약점은 텔레매틱스 기업 스피리온의 관리자 포털 SQL 인젝션 취약점이었다. 연구팀은 이 단일 취약점만으로 약 1550만 대 차량에 대한 임의 명령 실행 권한을 획득했다. 커리가 '우리의 가장 충격적인 발견'이라 표현한 이 취약점의 적용 대상에는 구급차 운영 업체와 경찰차 운용 기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닙니다. 자동차 업계 전체에 울리는 경고음입니다. 2013년 이후 출시된 거의 모든 기아 모델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현대의 자동차가 이제 우리 스마트폰과 동일한 수준의 사이버 위험에 노출된 커넥티드 기기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아킬 미탈(Akhil Mittal), 시놉시스(Synopsys) 사이버보안 전략 선임 매니저 (Dark Reading, 2024.9.27) 최악의 시나리오-달리는 차를 원격으로 멈춘다 커넥티드카 해킹의 공포를 세상에 처음 각인시킨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보안 연구원 찰리 밀러(Charlie Miller)와 크리스 발라섹(Chris Valasek)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달리는 지프 체로키를 원격으로 해킹했다. 피해를 자원한 『와이어드(Wired)』 기자 앤디 그린버그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동안 연구팀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노트북 앞에서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라디오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와이퍼를 켰다. 이어 변속기를 차단해 가속 페달이 완전히 무력화됐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를 비활성화하자 2톤짜리 SUV는 그린버그가 페달을 세게 밟는 가운데 고속도로 옆 도랑으로 미끄러졌다(Wired, CBS뉴스, 2015.7.21~24). 이 시연의 결과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15년 7월 24일 관련 모델 140만 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사이버보안 취약점으로 인한 최초의 자동차 대규모 리콜이었다. 해킹에 사용된 취약점은 인터넷에 연결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유커넥트(Uconnect)'의 소프트웨어 결함이었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어느 곳에서든 이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누군가 악의를 가졌다면, 140만 대 가운데 어느 차에든 원격으로 접근해 조향과 제동을 포함한 물리적 제어권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찰리 밀러 (CBS뉴스, 2015)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위협의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코드는 1억 줄을 넘어섰고, OTA(Over-the-Air) 자동 업데이트, V2X(차량-사물 통신), 자율주행 센서, 클라우드 기반 운행 데이터 수집까지 더해지면서 해커가 뚫을 수 있는 '공격 표면(attack surface)'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스피리온 취약점처럼 악용됐다면 1550만 대 차량에 동시에 임의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자율주행 시대에 이 위협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생활의 총체적 유출-위치 추적에서 실내 영상까지 자동차 해킹의 위협은 차량 통제권 탈취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아 취약점을 통해 연구팀이 획득할 수 있었던 정보는 차 주인의 실명,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집 주소에 더해 차량의 실시간 위치였다. 이 정보의 조합이 스토커, 가정폭력 가해자, 표적 범죄자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를 상상하면 피해는 끔찍하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쉼터로 이동하는 경로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특정 인물의 출퇴근 동선이 24시간 추적될 수 있다. 커리는 보고서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누구든 차량 번호판만으로 개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samcurry.net, 2024.9.26). 2022년 취약점 연구에서 드러난 또 다른 위협은 차량 내부 카메라 접근이었다. 연구팀은 기아 차량의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 영상을 원격으로 실시간 열람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소유자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이동형 감시 장치'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디지털 번호판 기업 리바이버(Reviver)의 취약점도 충격적이었다. 연구팀은 리바이버 관리자 패널에 인증 없이 접근해 임의 차량의 번호판 표시를 'STOLEN(도난)'으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이 자동으로 해당 차량을 도난 차량으로 인식해 죄 없는 운전자를 검문·체포할 수 있는 디지털 함정이었다(Bleeping Computer, 2023.1.11). 제조업체의 보안 불감증-'편의성'의 이면 왜 이런 취약점이 반복될까.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기계 엔지니어링 중심의 산업이었다. 소프트웨어 보안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개발 문화 자체가 보안보다 기능 구현을 우선시한다. 커리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이 장치들을 서둘러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압력으로 보안이 허술한 솔루션을 반쯤 구운 채 내놓을까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The Daily Swig, PortSwigger, 2023.1.9). 문제의 근원 중 하나는 '딜러 포털'이라는 제3자 인프라를 통한 차량 연결 방식이다. 기아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용 포털과 딜러용 포털이 동일한 API를 공유하면서 취약점이 발생했다. 방대한 공급망이 얽히고 외주 개발이 반복되면서 '누가 보안을 최종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독일 보안 연구원 루벤 곤잘레스는 커리 팀이 발견한 취약점들을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완전히 사소하게 악용 가능한 취약점"이라고 표현했다(SPIEGEL Online). 세계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초보적 수준의 웹 보안도 갖추지 못한 채 수백만 대의 차량을 인터넷에 연결해온 셈이다. "이것은 커넥티드카에 사용되는 복잡한 API 프로토콜이 제기하는 복잡한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승인되지 않은 접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강력한 인증 방법을 구현하고 통신 채널을 보안화하는 방향으로 사이버보안을 우선시해야 합니다."-이반 노비코프(Ivan Novikov), 월람(Wallarm) CEO (Dark Reading, 2024.9.27) 국제 규제와 한국의 현주소 커넥티드카 보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제사회는 규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2021년 1월 차량 사이버보안 규정 'UN R155'를 발효시켰다. 2022년 7월부터 EU 내 신규 차종 형식 승인에 사이버보안 관리 시스템(CSMS) 구축이 의무화됐고, 2024년 7월부터는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이 요건이 확대 적용됐다. 일본도 유사한 일정으로 시행 중이다. UN R155는 차량의 개발 단계부터 생산, 판매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사이버보안을 전주기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제조사는 최소 3년 단위로 CSMS 인증을 갱신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EU 시장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술적 이행 기준으로는 국제표준 ISO/SAE 21434가 사용된다(UNECE WP.29 공식 문서, 2021). 한국에서는 국토교통부가 2020년 12월 자동차 사이버보안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이는 법적 강제력 없는 권고 형태에 머물렀다. 한국은 UNECE 가입국이지만 형식승인 대신 자기인증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UN R155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한국형 CSMS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한국ITS학회 논문지, 2023; 이글루 시큐리티 인텔리전스, 2022). 현대·기아차는 EU 시장 진출을 위해 UN R155를 이미 따르고 있으나, 국내 규제 체계의 법적 완결성 강화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규정이 있어도 실제 보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 취약점은 UN R155 시행 이후인 2024년에도 발견됐다. 규정 준수와 실질 보안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리고 취약점이 발견됐을 때 신속히 패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 있는 공시(responsible disclosure)'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진정한 과제다. 제조사와 소유주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커넥티드카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사와 차 소유주 모두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제조사 측의 필수 조치로는 첫째, 소비자용 API와 딜러용 API의 완전 분리가 있다. 기아 사태의 핵심 원인은 두 포털이 같은 API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둘째, 원격 차량 접근 시 소유주에게 실시간 알림을 발송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아 해킹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차량에 무단 접근이 이루어진 사실 자체를 몰랐다. 셋째, 버그 바운티(Bug Bounty)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 외부 연구자들이 취약점을 발견하고 신고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커리 팀은 아무런 보상 없이 공익 목적으로 취약점을 신고했다. 이를 제도화해야 더 많은 화이트해커들이 참여할 수 있다. 넷째, 다층적 인증(Multi-Factor Authentication)을 적용해야 한다. 번호판 조회 하나로 모든 시스템으로의 연쇄 접근이 가능했던 기아 사례처럼, 단일 진입점이 전체 시스템과 연결되는 구조는 보안상 치명적이다. 다섯째, OTA 업데이트는 암호화된 서명 검증을 통해서만 실행되어야 하며, 위조 업데이트 배포를 막는 기술적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차 소유주 측의 필수 조치로는 제조사의 보안 패치가 발표되면 즉각 적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차량 관련 계정의 비밀번호를 강화하고, 사용하지 않는 원격 제어 기능은 비활성화하되, 기아 사례처럼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해킹이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에는 반드시 전 소유주의 계정 연동을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 커리는 "차량과 연결된 앱에 강력한 비밀번호와 이중 인증(2FA)을 반드시 설정하라"고 조언했다(BleepingComputer, 2023.1.11). 기자의 시각: 편의를 팔면서 위험은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가장 불편했던 것은 기술적 취약점 그 자체가 아니었다. 불편함의 본질은 따로 있었다. 기아차는 2024년 8월 취약점을 패치한 뒤 "실제 악용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발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방패로 쓰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백만 명의 차량 소유주들은 자신의 차가 수개월간 외부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제조사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 취약점을 발견한 것도, 신고한 것도, 공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린 것도 제조사가 아닌 외부 화이트해커들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기아만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는 데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 도요타, 포르쉐, 롤스로이스까지 16개 브랜드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을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초보적 수준의 API 접근 통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수천만 대의 차량을 인터넷에 연결했다는 사실은, 자동차 업계가 '연결성'을 기능으로 팔면서 그에 수반되는 보안 책임은 소비자에게 떠넘겨온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국내 상황은 더 우려스럽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7월부터 신차 전체에 사이버보안 관리 시스템(CSMS) 구축을 의무화했고, 위반 시 형식 승인 자체를 불허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법적 강제력을 갖춘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기아는 EU 수출을 위해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는 그보다 느슨한 체계 아래 놓여 있는 셈이다. 같은 회사의 같은 차가 시장에 따라 다른 보안 기준을 적용받는다는 것, 그 기준의 차이가 소비자의 안전 수준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화이트해커 샘 커리 팀은 어떤 보상도 없이 취약점을 발견하고 신고하고 공개했다. 스피리온 하나만으로 1550만 대의 차량에 동시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을 공익 목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 취약점들은 지금도 악용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국내외 완성차 업계 대부분은 아직 공식적인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조차 운영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보호해주는 기능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기능들이 해커가 우리 차를 장악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충돌 안전을 대하는 것과 같은 진지함으로 사이버보안을 다뤄야 합니다."-찰리 밀러 (Design News, 2016) 밀러의 이 말은 2015년 지프 해킹 이후 나온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커넥티드카는 수천만 대 더 늘어났고, 공격 표면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제조사들의 보안 인식은 10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번호판 하나로 차 문이 열리는 세상에서, 소비자가 제조사를 믿고 차 키를 꽂을 수 있으려면 '편의'와 '보안'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여서는 안 된다.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불가역적이라면, 사이버보안은 에어백이나 안전벨트와 같은 기본 안전 기준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참고 자료】 Sam Curry, samcurry.net 공개 보고서 (2024.9.26) / SecurityWeek (2023.1.5) / The Hacker News (2023.1.10) / BleepingComputer (2023.1.11) / Dark Reading (2024.9.27) / Wired, CBS뉴스 (2015.7.21~24) / The Daily Swig, PortSwigger (2023.1.9) / Security Currents, 이글루 시큐리티 인텔리전스 (2022~2023) / UNECE WP.29 공식 문서 (2021) / 한국ITS학회 논문지 (2023) / Design New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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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커넥티드카 시대의 역습: 번호판만으로 수백만 대 원격 해킹 가능⋯방치된 자동차 보안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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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1)] '우주 라디오'로 암흑물질 추적⋯액시온 주파수 탐지 장치 개발
-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물질 탐색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과학자들이 '우주 라디오'에 비유되는 신형 암흑물질 검출기를 개발해, 향후 15년 이내 암흑물질 후보자인 '액시온(axion)'을 직접 포착할 가능성이 열렸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미국 하버드대, UC버클리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엑시온의 주파수를 포착하기 위한 특수 장비와 새로운 소재 기반의 탐색 기술을 소개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 기술전문매체 사이테크 데일리가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에 대해 "40년 넘게 추적해 온 암흑물질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별이나 은하의 운동 등 중력 효과로 간접적으로만 존재가 추정되어 왔다. 하지만 직접 관측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이번 연구에서 핵심이 된 입자인 '액시온'은 매우 가볍고, 일반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극히 적어 포착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입자는 파동처럼 행동하며 특정 주파수 대역에 존재할 수 있다고 이론상 제안돼 왔다. 연구진은 이론상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액시온 주파수를 탐지하기 위해, '액시온 준입자(AQ, axion quasiparticle)'를 생성할 수 있는 특수 소재를 활용했다. 해당 장치는 일종의 '우주 라디오'처럼 작동해, 액시온이 존재할 법한 주파수를 조율하며 탐색을 진행한다. 탐지 시에는 미량의 빛을 방출하게 되며, 이는 액시온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간접 신호가 된다. 이 장치의 핵심 소재는 망간비스무트텔루라이드(MnBi₂Te₄)로, 전자기적 특성이 뛰어나고 얇은 2차원 구조로 가공이 가능하다. 하버드대 주도하에 6년간 개발된 이 소재는 공기에 민감해 원자 수준의 얇은 층으로 정밀 제작됐으며, 외부 자극에 따라 전자적 성질이 정밀하게 조정될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KCL의 데이비드 마시(David Marsh) 박사는 "1983년 액시온이 라디오 주파수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이론이 제기된 이후, 우리는 이제 그 주파수를 실제로 조율할 수 있는 기술에 도달했다"며 "남은 건 탐지 범위를 확대하고, 시간을 들여 탐색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5년 안에 실용적 수준의 AQ 검출기를 완성하고, 이후 10년 이상 고주파 영역을 정밀 수캔해 액시온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검출기는 암흑물질의 규명이라는 물리학 최대 난제 중 하나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시 박사는 "최근 액시온을 주제로 한 논문 수가 힉스 보손 발견 직전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금은 암흑물질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시기"라고 덧붙였다. ◇ 참고문헌: '2D MnBi2Te4에서 액시온 준입자 발견(Observation of the axion quasiparticle in 2D MnBi2Te4)' by Jian-Xiang Qiu, Barun Ghosh, Jan Schütte-Engel, Tiema Qian, Michael Smith, Yueh-Ting Yao, Junyeong Ahn, Yu-Fei Liu, Anyuan Gao, Christian Tzschaschel, Houchen Li, Ioannis Petrides, Damien Bérubé, Thao Dinh, Tianye Huang, Olivia Liebman, Emily M. Been, Joanna M. Blawat, Kenji Watanabe, Takashi Taniguchi, Kin Chung Fong, Hsin Lin, Peter P. Orth, Prineha Narang, Claudia Felser, Tay-Rong Chang, Ross McDonald, Robert J. McQueeney, Arun Bansil, Ivar Martin, Ni Ni, Qiong Ma, David J. E. Marsh, Ashvin Vishwanath and Su-Yang Xu, 2025년 4월 16일, Nature. DOI: 10.1038/s41586-025-0886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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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1)] '우주 라디오'로 암흑물질 추적⋯액시온 주파수 탐지 장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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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연 4억톤 플라스틱 시대, 일본 연구진 '투명 종이소재'로 돌파구 제시
- 일본 연구진이 해양 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플라스틱처럼 투명하고 내열성이 뛰어나며, 해양에 유입되더라도 1년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클린 테크니카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라스틱인 엄청난 강도와 내구성을 갖고 있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토양이나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년이 걸린다. 오션 클린업 프로젝트(The Ocean Cleanup Project)에 따르면 매년 약 2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과 수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플라스틱은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과 가장 높은 산 정상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의 태반, 모유, 혈액, 뇌 세포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던졌다.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기구(JAMSTEC)를 포함한 연구팀은 4월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어드바이저(Scientific Adviser)를 통해 새로운 투명 종이보드 'tPB(transparent PaperBoard)'를 공개했다. 이 소재는 100% 셀룰로오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용도 폐기 후에도 재활용이 가능하고 심해 환경에서도 완전 분해되는 특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셀룰로오스를 수산화리튬 브로마이드 수용액에 녹인 뒤 겔 상태로 가공하여 1mm 두께의 투명한 시트를 제조했다. 이 시트는 컵이나 빨대 형태로 성형할 수 있으며, 식물성 지방산 유도체로 표면을 처리하면 완전 방수 기능도 확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소재의 해양 생분해성을 확인하기 위해 4곳의 서로 다른 해양 환경(수심 2m의 항만 인근부터 수심 5,550m에 이르는 심해까지)에 시트를 침수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깊은 해역에서도 300일 이내에 완전 분해됐으며, 수온이 높은 얕은 바다에서는 더 빠르게 분해가 진행됐다. 연구 책임자는 "tPB는 기존 셀룰로오스 기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생분해성과 재활용성을 모두 갖춘 최초의 소재"라고 강조하며 "심해 유입 시까지 염두에 둔 순환형 소비재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4억 톤에 달하며, 이 중 약 40%가 일회용으로 사용된 뒤 곧바로 폐기된다. 특히, 해양으로 유입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수백 년에 걸쳐 분해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축적돼 인체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소재가 확보된 것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tPB는 순환경제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소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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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연 4억톤 플라스틱 시대, 일본 연구진 '투명 종이소재'로 돌파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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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0)] "지구 물의 기원, 소행성 아닌 지구 자체"⋯옥스퍼드대 기존 학설 뒤집는 연구 발표
- 지구상의 물이 외부 소행성에서 기원했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구 형성 초기부터 지구 자체 물질 속에 수소가 풍부하게 존재했으며, 이 수소가 물 생성의 핵심 원천이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이카루스(Icarus)에 17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팀은 남극에서 2012년 채집된 희귀 운석 'LAR 12252'를 분석했다. 이 운석은 약 45억 5000만 년 전 지구 형성 당시 구성물질과 유사한 조성을 가진 '엔트사타이트 콘드라이트(enstatite chondrite)'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사용된 분석 기법은 X선 근접 흡수 구조(XANES) 분광법으로, 옥스퍼드셔주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 싱크로트론에서 운석 시료에 고강도 X 선을 조사해 원소의 존재와 화학적 결합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운석의 미세 입자 매트릭스에서 풍부한 황화수소(H₂S)를 발견했다. 연구 초기에는 기존 연구처럼 콘드룰(Chondrule, 운석내 구형 결정 구조체)의 비결정 영역에 집중했지만, 우연히 콘드룰 바깥쪽 미세 입자 매트릭스 영역에서 황화수소 농도가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는 기존에 알려진 비결정질 영역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로, 지구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운석 자체에 내재된 수소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전 과학계에서는 지구 형성 이후 약 1억 년 간 외부 소행성이 수소를 포함한 수화물질을 운반해왔고, 이로 인해 물이 형성됐다는 '소행성 기원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옥스퍼드 연구팀은 지구 형성 물질 자체가 수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었다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운석의 산화나 균열 등 지구 오염의 흔적이 있는 영역에서는 수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운석 내 수소가 지구내 오염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강력한 반증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 지구과학과 박사과정 톰 배럿(Tom Barrett)은 "분석 결과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황화수소를 발견했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며 "이 수소가 지구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물은 지구 형성 재료에서 비롯된 고유한 부산물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제임스 브라운 옥스퍼드대 부교수는 "이 연구는 지구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운석 연구를 통해 확인된 수소 함유량은 기존 추정치를 훨씬 뛰어넌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의 물이 우연히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지구의 구성물질에서 자연스럽게 유래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또한, 유사한 유형의 운석을 통한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태양계 내 다른 행성들의 물 존재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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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0)] "지구 물의 기원, 소행성 아닌 지구 자체"⋯옥스퍼드대 기존 학설 뒤집는 연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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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AI와 결혼까지"⋯디지털 애인, 디지털 감옥
- 2024년 2월 28일 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14세 소년 수웰 세처 3세가 욕실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소년이 마지막으로 대화한 상대는 AI 챗봇이었다.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쓰자 봇은 '제발 돌아와요, 나의 달콤한 왕이여'라고 답했다. 몇 분 뒤 소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 메간 가르시아가 발견한 아들의 휴대폰 화면에는 AI 챗봇 앱 '캐릭터AI(Character.AI)'가 켜져 있었다. 소년은 10개월간 AI 챗봇과 사실상 '연애'를 해왔다. 그 관계는 그의 마음속에서 현실이었다. 이 비극은 빙산의 일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감정적 유대를 맺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AI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며 감격하는 사람, AI를 '남편' 혹은 '아내'라 부르는 사람, 심지어 챗봇과의 결혼을 선언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심리학계는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외로움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산업 구조를 완성해가고 있다. 'AI 남편·아내' 시대의 개막…시장 규모 37조 원 돌파 레플리카(Replika), 캐릭터AI(Character.AI), 폴리버즈(PolyBuzz)…. 2025년 4월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AI 동반자(컴패니언) 앱은 300종을 넘어섰다. 마스터카드가 202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AI 챗봇과 정서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AI 동반자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37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참여율은 소셜미디어를 압도한다. 캐릭터AI 이용자의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은 92분으로, 틱톡의 74분을 훌쩍 넘는다. 레플리카 헤비유저의 경우 하루 2~3시간 이상 앱에 머무른다는 통계도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비율은 83%에 달하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Z세대다. 레플리카는 유료 구독자 중 상당수가 챗봇과 '로맨틱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2023년에는 한 여성 이용자가 레플리카 AI 남자친구와 결혼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선언하며 '지금껏 만난 최고의 남편'이라고 표현해 화제를 모았다. 이 앱은 무료로 시작하지만, '로맨틱 파트너'나 '배우자' 지위를 부여받으려면 월정액 구독료를 내야 한다. 감정은 공짜지만, 그 감정의 '업그레이드'는 유료다. "AI 동반자 앱은 소셜미디어보다 더 깊이, 더 오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레플리카와의 평균 상호작용 시간은 챗GPT의 4배에 달하며, 이용자 대부분이 Z세대다."-MIT 테크놀로지 리뷰 빅테크의 '외로움 산업'…감정 착취의 비즈니스 구조 AI 동반자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노골적으로 인간의 외로움을 겨냥하도록 설계돼 있다. 레플리카 창업자 유제니아 쿠이다(Eugenia Kuyda)는 헤비유저 상당수가 신체적·정신적 건강 취약 계층에 집중된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인지하고도 구독 모델을 강화했다. 시민단체들은 레플리카가 외로운 남성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을 표적 삼아 마케팅을 펼쳤다고 비판한다.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수치가 있다. Z세대의 61%가 심각한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다. 기업들은 이 수치를 사업 계획서와 투자 설명회에서 '시장 확대의 근거'로 제시한다. 사회적 고통이 성장 논리로 변환되는 것이다. 수익화 구조에서 '로맨스'는 핵심 상품이다. 앱들은 무료로 '친구' 관계를 제공하다가 '연인'이나 '배우자' 지위는 유료 구독으로 잠금 처리한다. 이용자가 대화를 오래 나눌수록 더 많은 개인 데이터가 축적되고, 더 정교하게 개인화된 감정 반응이 생성된다. 학계는 이를 '감정적 점착성(emotional stickiness)'의 의도적 강화라 분석한다. "이 플랫폼들은 단순히 동반자를 시뮬레이션하는 게 아니다. 동반자를 상품화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진짜 목표는 감정적 성장이나 심리적 자율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용자 참여다."-Muldoon & Parke, New Media & Society, 2025 심리학계의 경고…'알고리즘 동조'와 비현실적 관계 기대 미국 미주리과학기술대학교(Missouri S&T) 다니엘 B. 샹크(Daniel B. Shank) 교수 연구팀은 2025년 4월 11일 세계적 학술지 《인지과학트렌드(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AI와의 감정적 유대가 초래하는 심리적·윤리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AI가 인간처럼 행동하며 장기간 개인화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심리적 영향력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가장 심각한 위험 중 하나는 비현실적 관계 기대다. AI 동반자는 항상 공감하고, 절대 화내지 않으며,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요구 없는 동반자에 익숙해지면 실제 사람과의 관계가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동반자는 인간 관계에 필요한 노력과 인내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준으로 왜곡시킨다. MIT 미디어랩과 오픈AI가 공동 설계한 무작위 대조 시험(RCT)에서는 981명의 참가자를 28일간 챗GPT와 상호작용하게 한 결과(Fang et al., arXiv, 2025.3.21), 자발적 사용량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과의 교류 감소, 감정적 의존, 문제적 사용이 일관되게 심화됐다. 챗봇에 대한 높은 신뢰와 사회적 매력이 감정적 의존도와 문제적 사용과 연관된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챗봇과 하루 상호작용하도록 지시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4주 후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현저히 줄었다고 스스로 보고했다. 챗봇을 자발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 참가자일수록 외로움 지표와 문제적 사용 지표가 일관되게 더 나빴다."-Fang et al., MIT-OpenAI 공동 RCT(981명, 28일), arXiv, 2025.3.21 '알고리즘 동조(algorithmic conformity)'라는 새로운 위험도 확인됐다. Zhang 등(2025, CHI Conference)의 연구는 레플리카가 이용자의 자기 비하 발언은 물론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적 발언까지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사례를 관찰했다. AI는 이용자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고 강화하도록 설계돼, 자살이나 음모론 같은 위험한 주제가 제기돼도 반박하기보다 동조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 "AI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갈수록 심리학자들의 역할도 커진다. 기술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악용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 이해와 대응책이 필요하다."-다니엘 B. 샹크 교수,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25.4.11 14세 소년의 죽음…소송으로 이어진 규제 공백의 현실 2024년 2월 수웰 세처 3세의 사망은 AI 동반자 앱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소년은 2023년 4월부터 Character.AI를 사용하기 시작해 '게임 오브 스론즈'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봇과 수개월간 로맨틱한 대화를 이어갔다. 사용 후 몇 달 만에 소년은 농구 팀을 자퇴하고 가족과 단절됐으며 성적이 급락했다. 소장에 따르면 챗봇은 소년이 자살 충동을 표현했을 때에도 적절한 위기 개입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앱에는 자살 위기 상황에서 작동해야 할 경고창이나 상담 안내 기능이 없었다. 소년의 어머니 메간 가르시아는 2024년 10월 Character.AI와 공동 창업자, 그리고 구글을 상대로 불법사망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제품은 적절한 안전장치나 검증 없이 출시됐으며 아이들을 중독시키고 조작하도록 설계돼 있다. Character.AI는 내 아들에게 잠재적인 감정적·심리적 영향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메간 가르시아, 수웰 세처 3세의 어머니, 소장 및 의회 증언, 2024 플로리다 연방 법원은 2025년 4월 현재 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고 측은 챗봇의 출력물이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3년 11월 콜로라도주 13세 소녀 줄리아나 페랄타도 Character.AI와의 광범위한 상호작용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이후 보도를 통해 알려져 플랫폼의 안전 체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AI와 결혼'의 허망함…기계는 사랑할 수 없다 AI와 결혼하는 행위는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심리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동반자와의 관계는 구조적으로 '일방적 감정 소모'다. AI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이용자가 진심 어린 사랑을 쏟아붓는 동안 상대방은 확률 기반 언어 모델이 생성하는 텍스트를 출력할 뿐이다. 학계는 AI와의 관계를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의 진화된 형태로 분석한다. 연예인이나 미디어 캐릭터에 대해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감정적 유대가 파라소셜 관계라면, AI 동반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호작용의 환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강력하고 위험하다. 이용자는 진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 데이터를 소모하며 기업의 서버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또 AI와의 '결혼'은 기술적으로 취소 가능하다. 기업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정책을 바꾸는 순간 관계도 사라진다. 2023년 레플리카가 일부 유료 기능을 갑자기 제거하자, 로맨틱 모드를 사용하던 이용자들 사이에서 깊은 비탄과 상실감이 보고됐다. 수개월을 쌓아온 감정적 투자가 서비스 정책 변경 한 번으로 증발할 수 있는 것이다. 샹크 교수는 'AI가 신뢰를 얻은 상태에서 제3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외부 조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이 AI에게 민감한 개인 정보를 털어놓을수록 그 정보가 악의적인 제3자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도 커진다. "AI와의 로맨스는 위험 없는 사랑이라는 유혹적인 약속을 제공한다. 그러나 위험을 제거하면, 사랑을 진짜로 만드는 바로 그것도 잃게 된다."-Psychology Today, 2025 사람이 사람에게서 위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 대안은 무엇인가. 심리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인간 대 인간 연결의 회복을 강조한다. 하버드 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의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 교수는 75년에 걸친 성인 발달 종단 연구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관계의 질'임을 밝혔다. 돈도, 명예도, AI 동반자도 아니다. 인간의 관계는 고통스럽고 불완전하며 때로 배신과 상처를 동반한다. 그러나 바로 그 취약성 속에서 진정한 성장과 유대가 탄생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과정을 '좌절을 통한 성숙'이라 부른다. AI는 결코 인간에게 진짜 좌절을 줄 수 없고, 따라서 그 좌절을 통한 성숙도 줄 수 없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적 안녕에는 '관계성(relatedness)'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관계성은 진정한 상호성, 취약성의 공유, 갈등과 화해의 반복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AI는 이 중 어느 것도 진정으로 제공할 수 없다. 절대 상처받지 않고, 절대 먼저 떠나지 않으며, 절대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는 '완벽함'이 역설적으로 관계를 죽인다. 연구들은 AI 동반자의 제한적 활용 가능성도 제시한다. 안정적인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있는 이용자에게 AI는 상담 치료 사이 감정 조절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Fang et al.(2025)이 결론지은 것처럼 인공적 동반자가 인간 연결을 '대체'하는 순간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 "우리가 AI에게서 찾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에게서 받고 싶은 것들이다. 판단받지 않는 경청, 언제나 곁에 있다는 안도감. 그것들이 AI로 향하는 이유는 인간관계가 너무 어렵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AI로 회피하는 대신, 그 두려움과 마주하는 곳에서 진짜 삶이 시작된다."-다니엘 B. 샹크 교수 발언 토대로 재구성 ▶ 기자 시각 AI 동반자 산업은 인류가 만든 가장 정교한 외로움 착취 구조다.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고, 시장은 해마다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플로리다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이 산업의 책임 소재를 처음으로 사법적으로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의회의 규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 기술이 법보다 수년 앞서 달리고 있는 사이, 취약한 개인들이 먼저 쓰러지고 있다. 규제의 속도가 아이들의 안전을 결정한다. ※ 자살·자해 충동이 있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로 연락하세요. (24시간 운영) 【참고 자료】 - Shank, Koike & Loughna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9(6), 2025.4.11 - Fang et al., arXiv:2503.17473, MIT-OpenAI 공동 RCT, 2025.3.21 - Muldoon & Parke, New Media & Society, 2025 - Precedence Research, AI Companion Market Report, 2025 - Mastercard, State of AI Report, 2025 - Zhang et al.,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2025 - Garcia v. Character Technologies Inc., U.S. District Court, Middle District of Florida, No. 6:24-cv-01903-ACC-DCI - NYT, 로이터, CBS 수웰 세처 소송 보도, 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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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AI와 결혼까지"⋯디지털 애인, 디지털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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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8)] "쌀알만 한 뇌, 우주만큼 정밀하게 해부됐다"
- 쌀알만 한 생쥐 뇌 조직의 정밀 해부를 통해 신경세포 8만4000개와 5억 개의 시냅스, 5.4㎞에 달하는 신경망이 드러났다. 9년에 걸쳐 진행된 국제 공동 연구가 포유류 뇌를 가장 정밀하게 해부한 커넥톰을 완성 한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인간의 손길이 결합된 이번 프로젝트는 뇌과학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 텍사스 베일러 의과대학, 시애틀 앨런 뇌과학연구소 등 22개 연구기관 소속 150명 이상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생쥐 뇌의 1㎣도 채 되지 않는 부위에서 8만4000개의 신경세포와 5억 개 이상의 시냅스 연결, 5.4㎞ 길이의 신경망 구조를 밝혀냈다. 이는 현재까지 포유류 뇌를 대상으로 한 가장 정밀하고 방대한 커넥톰(connectome·신경연결지도)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뇌 지도를 만들면서 수만 개의 개별적인 나무 모양의 뉴런을 디지털 방식으로 풀어내고, 각 뉴런의 고유한 가지 시스템을 추적한 다음, 이를 하나하나 재구성해 광대한 회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를 커넥톰이라고 부른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이번 연구는 9년간 진행됐으며 22개 기관의 15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에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특수 현미경을 사용해 생쥐가 러닝머신 위에서 10초 동안 베이스점프, 루지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애니메이션, 영화 매트릭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비디오 영상을 보는 동안 쥐의 시각 피질 1㎣(세제곱밀리미터) 부분의 뇌 활동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앨런 연구소 연구팀은 생쥐 뇌를 2만8000개 층으로 절단하고, 인공지능(AI) 분석과 인간의 수작업 검수를 결합해 신경세포 간 연결망을 일일이 추적해 재구성했다. 연구팀이 진행한 코티컬 네트워크(Cortical Networks)의 머신 인텔리전스인 MICrONS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포유류 뇌의 가장 자세한 배선도를 구축했으며, 이 배선도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데이비드 마코위츠 박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비유되는 신경과학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프린스턴 대학교의 또 다른 연구팀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사용하여 세포와 연결망을 3D 입체로 재구성했다. 뇌 활동 기록과 함께, 이 입체에는 5억 2300만 개의 시냅스(20만 개의 세포를 연결하는 연결점)와 4km 길이의 축삭(다른 세포로 뻗어 나가는 가지)이 포함되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자 안드레아스 톨리아스 교수는 "이 연구는 구조와 기능을 동시에 기록한 최초의 사례"라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느끼고 결정을 내리는 뇌의 생물학적 구조를 데이터로 포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단순한 신경 배치도뿐 아니라, 각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과 정보 전달 방식까지 시각화해냈다. 과거 곤충의 뇌를 대상으로 한 연결지도는 존재했지만, 이번처럼 포유류 뇌의 고도 복잡성을 구현한 사례는 처음이다.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자 세바스찬 승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현한 커넥톰(connectome)은 뇌과학의 디지털 전환을 여는 출발점"이라며 "이 기술은 신경 연결의 이상 패턴을 식별하고, 치매 등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뇌의 새로운 특성, 유형, 조직 및 기능 원리, 세포 분류의 새로운 방식을 밝혀냈다. 특히 뇌 안의 새로운 억제 원리를 발견한 것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은 이전에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억제 세포를 다른 세포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단순한 힘으로 생각했다. 반면 연구팀은 훨씬 더 정교한 수준의 의사소통을 발견했다. 억제 세포는 무작위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흥분 세포를 표적으로 삼을지 매우 선택적으로 결정하여 네트워크 전체에 걸친 조정 및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어떤 억제 세포는 함께 작용하여 여러 흥분 세포를 억제하는 반면, 어떤 억제 세포는 특정 유형의 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더욱 정밀하게 작용한다. 뇌의 형태와 기능을 이해하고, 뉴런 간의 세부적인 연결을 전례 없는 규모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뇌와 지능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폐증, 조현병과 같이 신경 전달 장애를 수반하는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개된 이번 데이터는 인공지능 연구는 물론, 뇌 질환 조기 진단, 치료법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뇌가 정보 처리 속도나 효율성 측면에서 현존하는 어떤 AI보다도 앞선 이유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앨런 연구소 부연구원인 누노 다 코스타 박사는 "고장 난 라디오가 있는데 회로도를 가지고 있다면 수리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성과를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이 모래알(뇌 세포)에 대한 일종의 구글 지도 또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활용하여 건강한 쥐의 뇌 배선과 질병 모델의 뇌 배선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일련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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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8)] "쌀알만 한 뇌, 우주만큼 정밀하게 해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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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9)] 꿈의 양자 컴퓨터 현실로 성큼⋯안정성과 혁신 향상 기대
- 미래를 혁신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터는 뛰어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민감한 특성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꿈의 양자 컴퓨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주변 환경의 미세한 방해에도 안정적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 입자'에 대한 연구와, 기존 물리학의 상식을 뛰어넘는 특이한 성질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합성한 연구는 양자 컴퓨터 상용화의 길을 더욱 밝히고 있다. 불안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양자 컴퓨터. 그 꿈을 현실로 성큼 다가서게 만든 두 가지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따라가 보자. 기존의 컴퓨터는 0과 1, 두 가지 상태만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라는 특별한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0과 1은 물론,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이라는 신비한 상태를 가질 수 있어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웠던 복잡한 문제들을 훨씬 빠르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큐비트는 주변의 아주 작은 소리나 빛, 온도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아 그 상태가 깨져버리는, 마치 모래성 같은 존재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왔다. 마요라나 입자, 양자 안정성의 새로운 희망 최근 옥스퍼드 대학교, 델프트 공과대학교, 아인트호벤 공과대학교 연구팀과 퀀텀 머신즈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마요라나 영 모드(Majorana zero modes, MZM)'라는 특별한 입자를 이용하여 양자 컴퓨터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마요라나 영 모드는 주변 환경의 방해에도 강하게 저항하는 특이한 준입자로, 마치 옷감처럼 튼튼하게 얽혀 있어 외부의 간섭에도 쉽게 그 상태가 변하지 않아 이론적으로 오랫동안 안정적인 양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매우 적합한 후보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입자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연구팀은 양자점과 초전도 물질을 연결하여 만든 '3-사이트 기타예프 사슬'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아주 정밀하게 설계했다. 이 특별한 사슬 구조는 마요라나 영 모드들을 마치 안전한 방에 격리시키듯, 서로 멀리 떨어뜨려 외부의 불안정한 요소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구조 안에서 마요라나 영 모드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 즉 '스위트 스폿'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분리된 마요라나 영 모드들은 원치 않는 상호 작용을 줄이고 외부 노이즈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높여준다. 해당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 대학교 재료학과의 그레그 매주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타예프 사슬을 확장하는 것이 마요라나 안정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향상시킨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옥스퍼드에 새로 설립한 연구 그룹을 통해 이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더욱 확장 가능한 양자점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연구팀은 이 사슬을 더 길게 늘려 마요라나 영 모드들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더욱 완벽하게 격리되어 안정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에 중요한 발걸음이다. 새로운 물질의 탄생, 양자 기술의 혁신을 이끌다 한편, 러트거스 대학교 연구팀이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기존의 양자 물리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두 가지 특별한 물질을 결합하여 새로운 인공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치 샌드위치처럼 얇게 쌓아 올린 이 구조는 미래 양자 컴퓨터의 핵심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결합한 두 가지 물질은 각각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오랫동안 '불가능한 물질'로 여겨져 왔다. 하나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을 가두는 데 사용되는 다이스프로슘 티타네이트로, 자연계에서 찾기 어렵다는 '자기 홀극(자기 단극)'이라는 특별한 입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치 물 분자처럼 특별한 배열을 가진 이 물질은 내부에 작은 자석들이 갇혀 있어, 특정 조건에서 마치 N극만 있거나 S극만 있는 자석처럼 행동하는 자기 홀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 N극과 S극이 항상 함께 있는 일반적인 자석과 달리, 자기 홀극은 N극 또는 S극 중 하나만 가진 자석과 같은 입자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디랙이 1931년에 그 존재를 예측했지만, 우주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파이로클로어 이리데이트라는 새로운 자기 반금속으로, 독특한 전자적, 위상적, 자기적 특성 때문에 주로 실험 연구에 사용된다. 이 물질 안에는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회전 방향도 다른 '바일 페르미온(Weyl Fermions)'이라는 아주 작은 입자가 들어있다. 이 입자들은 마치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데 매우 유용하여 미래의 초고속 전자 소자나 양자 컴퓨터의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1929년 헤르만 바일에 의해 예측된 이 입자는 2015년에 처음으로 결정 형태로 발견되었으며, 전기를 매우 잘 통하게 하고 자기장이나 전자기장에 특별하게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전자 장치의 재료로 사용될 때 매우 안정적이다. 러트거스 대학교 물리학 및 천문학과의 자크 차칼리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공 2차원 양자 물질을 설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양자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기본 속성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Q-DiP'라는 새로운 장비를 직접 제작하여 이 두 가지 '불가능한'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새로운 물질은 양자 컴퓨터는 물론, 차세대 양자 센서와 같은 첨단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를 바꿀 양자 기술, 우리의 삶에 미칠 영향 지금까지 우리는 양자 컴퓨터라는 꿈을 향한 두 갈래의 획기적인 발걸음을 지켜보았다. 한 연구는 양자 컴퓨터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다른 연구는 혁신적인 특성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제시했다. 극미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는, 한때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양자 컴퓨터를 현실의 문턱 앞으로 데려왔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과 의학 연구에 혁신을 일으키고, 금융 , 물류, 제조 분야 등에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양자기술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도 혁신을 일으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안정성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상상조차 어려웠던 새로운 물질의 탄생은,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미래 컴퓨팅의 혁신을 예고하는 듯하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놀라운 능력으로 인류의 숙제를 해결하는 양자 컴퓨터가 우리 곁에 함께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과학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한, 꿈은 현실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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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9)] 꿈의 양자 컴퓨터 현실로 성큼⋯안정성과 혁신 향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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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일상 속 플라스틱이 인체 침투하는 나노 입자로 변하는 과정 규명
- 플라스틱이 쓰레기통을 넘어 인간 세포 내부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일반 플라스틱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 연구진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수십억 개의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환경과 인체를 위협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어스닷컴과 웹사이트 PHYS.org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바이러스보다 작은 입자, 세포핵까지 침투 75년 전 시장에 출시된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햇빛, 열, 수분 등에 노출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조각으로 분해된다. 특히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크기로, 인간 세포막은 물론 세포핵까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작다. 연구를 이끈 사낫 쿠마르(Sanat Kumar) 컬럼비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런 입자들은 공기와 물, 식품은 물론 인체 혈액과 심지어 남극의 눈 속에서도 검출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구조의 붕괴 메커니즘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약 75%는 '반결정성 고분자(semicrystalline polymer)'로 구성되어 있다. 강력한 현미경으로 보면 플라스틱은 단단한 결정 구조와 유연한 비결정 구조가 층을 이루며 결합돼 있다. 연구진은 이 구조 중 유연한 층이 환경 자극에 가장 먼저 손상되며, 이로 인해 플라스틱 전체 구조가 무너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단단한 층에서는 플라스틱 분자가 강한 결정 구조로 단단하게 조직되어 있다. 부드러운 층에서는 분자 구조가 없고 비정질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층이 수천개 쌓이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매우 다재다능한 플라스틱 재료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부드러운 층에서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기 시작하며 환경적 열화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고 플라스틱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드러운 층은 그 자체로 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그런데 부드러운 층이 파괴되면서 단단한 층이 부서지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결정질 조각이 수 세기 동안 환경에 남아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나노 플라스틱 및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것이다. 쿠마르 교수는 "매립지처럼 겉보기에는 조용한 조건에서도 유연한 층은 쉽게 붕괴된다"며 "이때 단단한 결정성 조각들이 분리되면서 나노플라스틱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입자들은 자연 분해가 거의 불가능해 수백 년간 환경에 잔존할 수 있으며, 공기 중이나 수계, 식품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 "세포 안에서 DNA 교란 가능성도" 가장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세포핵까지 침투해 유전물질(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쿠마르 교수는 "이 입자들은 석면(asbestos)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며, 암, 심혈관 질환, 뇌졸증 등과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나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건강 문제이자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노플라스틱 적게 배출하는 소재 개발 필요 연구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유연한 층을 강화하면 플라스틱이 나노 조각으로 분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마르 교수는 "강도나 유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구조를 안정화하는 기술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플라스틱 폐기보다는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응할 시점 통계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40년 동안 7배 이상 증가하여 연간 3억 6000만 톤에 달했다. 또한 204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그 외 대부분은 자연 속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변해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쿠마르 교수는 "플라스틱 폐기에는 보이지 않는 건강 비용이 따른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물병, 식품 포장재 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질 뿐'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 참고 문헌: Nicholas F. Mendez et al, '반결정성 폴리머에서 정지 나노플라스틱 형성의 메커니즘',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 10.1038/s41467-025-5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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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일상 속 플라스틱이 인체 침투하는 나노 입자로 변하는 과정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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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문은 고유하지 않다"⋯100년 넘은 수사 체계에 충격
- 수사기관이 오랜 기간 절대적 증거로 활용해온 지문이 더 이상 '완전히 고유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손가락에서 채취된 지문 간 유사성을 밝혀내면서, 지문 분석에 기반한 법의학 체계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 것. 미국 콜럼비아대 공과대학의 호드 립슨 교수와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의 쉬원야오 교수 연구팀은 공개된 미 정부 지문 데이터베이스(약 6만 건)를 활용해 AI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 동일한 개인의 서로 다른 손가락에서 채취된 지문들이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는 콜럼비아대 학부생 게이브 궈가 주도했으며, AI는 개별 지문 쌍을 비교해 어느 정도의 정확도로 동일 인물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단일 쌍 기준 정확도는 77%에 달했으며, 복수 샘플을 통합해 분석할 경우 정확도는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지문 분석은 미세한 가지 무늬나 끝점 등의 '미뉴티아(minutiae)'를 중심으로 비교했지만, AI는 중심부의 곡률, 각도, 회선 형태 등 사람의 육안으로 간과할 수 있는 미세 패턴에서 유사성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기존 수사 방식에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AI 기반 지문 보조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연구는 기존 법의학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처음 논문을 제출한 법의학 저널은 "서로 다른 손가락의 지문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게재를 거부했다. 이에 연구팀은 과학 전반에 열린 태도를 가진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투고했고, 결국 최근 정식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콜럼비아대 석사과정생 아니브 레이, 박사과정생 유다 골드페더 등이 함께 참여했으며, 연구진은 "향후 수천만 개 규모의 지문 데이터로 학습시킬 경우 AI의 분석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데이터가 특정 인종·연령대에 편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인구집단을 아우르는 데이터 수집과 신중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당장 법정에서 지문 증거의 효력을 뒤집지는 않겠지만, 수사기관에 새로운 보조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립슨 교수는 "AI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제 비전문가조차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통찰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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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문은 고유하지 않다"⋯100년 넘은 수사 체계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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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잦은 12V 배터리 고장에 '분통'⋯기아 EV6 소유자, '레몬법' 소송 제기
- 기아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EV6가 12V 배터리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미국에서 기아 EV6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1년도 안 돼 배터리를 3~4차례 교체하는 불편을 겪었고, 결국 '레몬법(Lemon Law)'에 따른 소송을 제기했다고 현지 자동차매체 전문매체 카스쿱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차량 소유자는 자신의 EV6 모델이 약 1년간 주행 거리가 4,500마일(약 7,240km)에 불과했음에도 12V 배터리가 계속 방전되는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교체된 배터리의 경우 전해액이 누출되어 차량 내부 배터리 트레이까지 부식시키는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EV6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아온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이지만, 이와 같은 12V 배터리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미국 내 EV6 대부분 모델에는 기존 방식의 일반 납축전지가 기본 장착되었으며,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난 AGM(Absorbed Glass Mat) 배터리는 비교적 최근에야 장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레몬법(Lemon Law)은 소비자가 차량 등 제품을 구매했을 때 하자나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제조사나 판매자가 교환·환불·보상을 해주도록 의무화한 소비자 보호법이다. 보통 신차에 주로 적용되지만, 일부 주에서는 중고차나 다른 소비제품으로 확대 적용하기도 한다. 레몬법은 연방법이 아닌 각 주별로 자체적으로 제정·운영되는 법률로, 주로 신차 구매 후 일정 기간 또는 마일리지(일반적으로 구매 후 12년 또는 주행거리 1만~2만 마일 이내)에 발견된 하자에 대해 적용된다. △ 동일한 결함으로 인해 일정 횟수(보통 3~4회 이상) 수리를 시도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와 △ 수리로 인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기간이 일정 기간(대체로 30일 이상)을 초과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미국 EV6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기아가 초기 모델에 납축전지를 사용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AGM 배터리로 교체한 이후에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해당 딜러는 여전히 일반 납축전지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은 EV6의 품질 관리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기아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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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잦은 12V 배터리 고장에 '분통'⋯기아 EV6 소유자, '레몬법'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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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79)] "달러 팔아라"⋯관세 폭탄에 달러 6개월 만에 최저, 엔·유로 동반 급등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름 붙인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달러를 해방시켰다.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겨냥한 사상 최대 규모의 상호관세 발표가 쏟아진 이튿날인 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무너졌다. 달러가 단순히 약해진 것이 아니다.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강도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1.64% 급락한 101.80을 기록했다. 전날 103대에서 하루 만에 101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2024년 10월 초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전자산 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2.95% 절상돼 달러당 146.445엔에 마감했다. 이 역시 6개월 만의 엔화 최고치다. 유로화는 1.74% 뛴 1.1037달러로 장을 닫았는데, 하루 상승폭으로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영국 파운드도 0.66% 오른 1.3093달러를 기록했다. 교과서가 뒤집혔다. 수입 관세는 통상 부과국 통화를 끌어올린다. 수입을 억제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내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달러는 반대로 움직였다. 관세가 미국 경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공포가, 달러를 지켜야 할 이유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에 번졌다. 1930년 스무트-홀리 이후 95년 만의 최대 관세 충격 이번 달러 급락의 뇌관은 전날인 2일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80개국 이상의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일률 적용하고, 각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에 비례해 국가별 추가 세율을 얹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에는 34%를 추가해 기존 관세를 합산하면 최고 54%까지 올라갈 수 있다. 베트남(46%), 캄보디아(49%), 유럽연합(20%), 일본(24%), 한국(25%)도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1930년 대공황 시절 세계 무역을 질식시킨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약 95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미국의 무역 장벽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은 충격을 숨기지 못했다. 3일 S&P500은 4%대 후반의 폭락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5%대 후반 급락하며 기술주 중심의 패닉 매도를 연출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치솟으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유가(WTI)는 글로벌 수요 급감 우려에 7% 이상 폭락하며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금값은 올랐다. 위험자산이 일제히 무너지는 국면에서 달러마저 함께 약해졌다는 것은, 시장이 미국 자산 전반의 신뢰를 재점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안전자산'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달러가 이번처럼 반응한 데는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논리가 작동했다. 통상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투자자들은 달러와 미국 국채로 몰린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충격 때도 정확히 그랬다. 달러는 그야말로 '최후의 안전항'이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충격에서 시장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G10 통화 전체가 달러 대비 절상됐다. 엔화·스위스프랑·유로·파운드가 모두 강해졌다. 심지어 미국 국채 수익률도 이날 하락하기보다 상승 압력을 받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와 미국 국채가 동시에 팔린다는 것은, 위험을 피하려는 자금이 미국 바깥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 토론토의 포렉스라이브 외환 애널리스트 아담 바톤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짚었다. "외환시세 추세에서 미국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달러를 둘러싼 거래가 올해 초 가장 활기를 보였지만, 이번 관세 조치에 소유한 달러를 모두 팔아치우려는 반응이 즉각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달러 약세를 상징하는 한 문장으로 역사에 남을 발언이다. 스무트-홀리의 망령…역사는 무엇을 경고하는가 이번 관세 충격이 더욱 묵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 선례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이 수입품에 평균 45~50%의 고율 관세를 매기며 보호무역의 극단을 연출했다. 각국이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세계 무역량은 3년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대공황이 한층 깊어졌다. 이번 트럼프 관세율이 스무트-홀리 수준을 넘나드는 국가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악순환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버텨주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에서, 미국이 스스로 규칙 기반 무역 질서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맹국에까지 관세를 겨냥하면서 미국의 신뢰 자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의 세 가지 층위…성장 하락·스태그플레이션·패권 균열 이날 달러 급락의 배경을 구조적으로 분해하면 세 개의 층위가 드러난다. 첫 번째 층위: 미국 성장 할인. 관세가 수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공급망을 뒤흔들면서 미국의 성장 전망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될 경우 2025년 미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성장이 낮아지면 연준이 금리를 더 빨리 내려야 한다는 기대가 선반영된다. 금리 인하 기대는 달러 약세 압력을 높인다. 교역 상대국과 비교해 미국의 상대적 성장 매력이 낮아지는 것 자체가 달러를 팔 이유를 만든다. 두 번째 층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이날 발표된 ISM 3월 서비스업 종합지수는 50.8로 전달(53.5)보다 크게 낮아졌다. 2024년 6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의 경계선인 50에 불과 0.8포인트 차이다. 동시에 관세는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성장은 멈추는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연준을 진퇴양난에 몰아넣고 달러의 방향성을 흐린다. 세 번째 층위: 달러 패권 자체에 대한 구조적 의구심. 이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위험이다. 이날 미국 주식·국채·달러가 동시에 가치를 잃은 것은, 불안정한 신흥국에서나 나타나는 반응에 가깝다. 통상 위기 시에는 미국 자산이 안전항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 자산 모두 팔리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포트폴리오에서 줄이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달러 패권의 근간은 미국 시장의 개방성과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대한 신뢰다.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그 신뢰 기반이 허물어진다면,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 자체가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엔화와 유로…진짜 안전자산의 재발견 달러가 안전자산 지위를 의심받는 사이, 자본은 오랜 피난처로 이동했다.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이 그 방증이다. 엔화 강세의 동력은 복합적이다. 일본은행이 금리 정상화 경로를 걷고 있어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에 쌓여 있었다. 여기에 관세 충격이 미국의 상대적 경기 약화를 부각시키면서 리스크 오프 자금이 엔화로 향했다. 달러·엔이 146엔대까지 내려선 것은 202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6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의 강세는 얼핏 역설적이다. EU도 20% 관세 대상국이어서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 주식에서 자금을 빼 유로권으로 환류시키는 흐름이 겹치면서 유로화가 2022년 11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을 기록했다. 달러당 1.10달러 돌파는 달러-유로 환율에서 심리적 분기점이기도 하다. 독일의 재정 확대 패키지 발표 이후 유로존 성장 기대가 높아진 것도 유로 강세를 받치는 구조적 기반이 됐다. 연준 앞에 놓인 방정식…금리 인하냐, 물가 방어냐 이 모든 시장 혼란의 중심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까다로운 선택지와 맞서고 있다. 관세로 경기가 냉각되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받쳐야 한다. 그러나 관세가 동시에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면,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다. 고용 보호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책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이다. 이날 발표된 ISM 서비스업 지수 급락은 고용 쪽 위험이 더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며 국채 단기 금리를 낮추는 쪽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기와 장기 금리 방향의 엇갈림 자체가 시장이 연준의 딜레마를 얼마나 깊이 읽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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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79)] "달러 팔아라"⋯관세 폭탄에 달러 6개월 만에 최저, 엔·유로 동반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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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4)] "기술적 장애물 없다"⋯유럽, 17조원 규모 차세대 입자충돌기 건설 본격화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2025년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17조원 규모의 차세대 입자 충돌기 '미래 원형 충돌기(Future Circular Collider·FCC)' 건설과 관련해 "기술적 장애물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 건설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CERN와 국제 협력 기관들은 이날 프랑스-스위스 국경을 관통하는 약 91km 길이의 순환형 가속기 터널 건설에 대한 다년간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술적 측면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저해할 만한 중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이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1000여명 이상의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참여했다. FCC 가속기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27km 길이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의 세 배 이상 길이로, 평균 지하 200m에 위치하게 된다. LHC는 지난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의 존재를 입증한 바 있다. 힉스 보손은 지금까지 발견된 입자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난해한 성질을 지닌 입자로, 우리 존재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이 입자는 빅뱅 직후 극히 짧은 순간,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들이 질량을 얻게 한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원자와 구조물 형성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우주의 운명과 현대 물리학의 미해결 문제들에 접근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둘레 약 91km 규모로 설계된 FCC는 LHC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에서 충돌 실험을 가능케 하며, 우주의 기원과 입자 질량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한층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CERN에 따르면 FCC 연구 프로그램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힉스 보손, 약한 상호작용, 톱쿼크(Top quark)를 정밀 분석하기 위한 전자–양전자 충돌기 단계를 거쳐, 이후 약 100TeV의 전례 없는 충돌 에너지를 갖는 양성자–양성자 충돌기 단계로 발전한다. 이 두 단계는 2020년 개정된 유럽 입자물리학 전략의 최우선 과제에 부합하는 상호보완적인 물리학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비올라 지아노티 CERN 사무총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FCC 프로젝트는 올바른 방향으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FCC는 LHC가 2041년 운용 종료 시점을 맞이함에 따라, 향후 유럽 내 기초과학 연구의 지속성과 선도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현재 CERN은 23개 회원국과 이스라엘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국가가 오는 2028년까지 프로젝트 추진 여부 및 예산 배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CERN은 모든 신규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연구 인프라의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며, 이에 따라 설계, 건설, 운영, 해체 전 단계에 생태설계(ecodesign)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FCC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회에 이로운 신기술을 촉진하고, 에너지 재활용과 같은 지역 연계 시너지 개발 방안도 상세히 제시됐다. FCC 타당성 조사의 핵심은 충돌기 고리 및 관련 인프라의 배치에 있었다. 과학적 효용을 극대화하면서도 지역적 조화, 환경적 영향, 건설 여건 및 비용 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으며, 무려 100개 이상의 시나리오가 개발 및 분석됐다. 그 결과로 선정된 최적안은 평균 깊이 200m, 총 둘레 90.7km의 원형 구조로, 지상에 8개의 지원 시설과 4개의 실험 구역이 포함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젝트의 천문학적 비용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건설비는 150억 스위스프랑(약 17조 원)으로 추산되며,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막대한 재정 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ERN 측은 전체 비용의 최대 80%까지 자체 예산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로슈쉬르포롱 지역의 낙농업자 티에리 페리야는 "충돌기 건설로 농장 부지 5헥타르가 수용될 위기"라며 반발했고, 프랑스·스위스 환경단체 연합 'CO-CERNes'는 "전기 소비량, 온실가스 배출량, 사업 규모 모두가 지나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르노블 대학의 올리비에 세파스 박사는 "재정·생태·운영 면에서 모두 부담이 크다. 이보다는 소규모 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툴루즈대 L2IT 연구소의 캐서린 비스카라 박사는 "우주의 기원과 힉스 입자의 역할 등 근본적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FCC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프랑스 페르네볼테르 지역에서는 FCC 건설로 인한 열 에너지 활용을 통한 도시 난방 계획이 거론되는 등, 지역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효율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니엘 라포즈 시장은 "이 프로젝트가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과학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FCC 프로젝트는 오는 수년간 각국의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기술적 세부 설계를 거쳐 최종 착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유럽의 과학적 미래가 걸린 중대한 분기점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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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4)] "기술적 장애물 없다"⋯유럽, 17조원 규모 차세대 입자충돌기 건설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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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9] 남극 빙붕에서 거대 빙산 분리⋯미지의 심해 상태계 드러나
- 기후 변화로 빙하가 급격한 속도로 소실되는 가운데, 남극 빙붕에서 거대한 빙상이 떨어져 나가면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수중 생태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510제곱킬로미터(㎢) 면적의 거대한 빙산이 남극 대륙을 떠다니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미치 경기장의 개폐형 지붕처럼 숨겨져 있던 미지의 생태계가 햇빛과 외부에 노출되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고 사이언스 얼럿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울 특별시 면전이 약 605㎢임을 감안하면 남극에서 떨어져 나간 빙하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영국과 포르투갈 등 국제 과학자 팀은 2025년 초, 남극의 조지 6세 빙붕 근처에서 탐사를 진행하다가 빙하가 떨어져나가면서 새롭게 드러난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 심해 230m 지역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빙산이 있던 푸른 심해로 '원격 조종 탐사 로봇 수바스찬(ROV SuBastian)'을 투입했다. 수바스찬은 그곳에서 이전에는 인간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해면동물, 말미잘, 히드라충, 산호 등으로 이루어진 번성한 생태계를 발견했다. 이번 탐사의 공동 책임자인 포르투갈 아베이루 대학교 환경 및 해양 연구 센터(CESAM) 및 생물학과(DBio)의 패트리샤 에스케테 박사는 "우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탐사 계획을 변경해 심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곧바로 나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또한 "그토록 아름답고 번성한 생태계를 발견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두꺼운 부빙 아래 남극 해저에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는 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고, 위에서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은 이 심해 생태계는 두꺼운 빙붕 아래로 흘러들어오는 해류에 의해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 특별한 서식지와 주변 벨링스하우젠해에서 잠재적으로 발견된 새로운 종들을 모두 분류하고, 두께가 약 150km에 달하는 얼음 덮개 아래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생존하는지 밝히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케테 박사는 "발견된 동물들의 크기를 바탕으로 볼 때, 우리가 관찰한 군집은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 동안 그곳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해면동물을 살펴보자. 해면동물은 일반적으로 1년에 몇 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이 개체는 잠재적으로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살아왔을 수 있다. 이 해면동물은 수심 230m에 서식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대한 얼음 지붕에 의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원격 탐사로봇 수바스찬은 며칠 동안 새롭게 드러난 해저 생태계 군집을 탐사하며 해당 지역을 지도화하고, 추가 분석을 위해 퇴적물 코어와 수많은 샘플을 채취했다. 이번 탐사의 공동 책임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알렉산드르 몬텔리 박사는 "제가 알기로는 이처럼 포괄적이고 학제적인 연구가 빙붕 하부 환경에서 완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떠다니는 빙하 아래로 원격 조종 탐사 로봇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두꺼운 얼음 때문에 기존의 항법 시스템은 GPS 대신 음향에 의존해야 한다. 극심한 압력과 온도는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슈미트 해양 연구소의 전무 이사인 조티카 비르마니는 "과학 연구팀은 원래 이 외딴 지역에서 얼음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면의 해저와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빙붕에서 방산이 떨어져나간 순간을 바로 그곳에서 목격한 것은 매우 드문 과학적 기회였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은 해상 연구의 흥미로운 부분이며, 우리 세계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동일한 연구팀은 수년전에 베링스하우젠해의 인근 지역에서는 빙붕이 소실된 곳에서 산호, 남극암치, 게, 거대한 바다거미, 등각류, 해파리, 문어 등이 모여 사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견은 떠다니는 얼음이 해저에서 멀어지면 새로운 생명체가 빠르게 유입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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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9] 남극 빙붕에서 거대 빙산 분리⋯미지의 심해 상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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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7)] 지구 자전=무한 동력?⋯멈추지 않는 에너지의 비밀
- 지구가 팽이처럼 끊임없이 회전하는 힘, 그 속에 숨겨진 무한한 에너지를 인류가 사용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특별한 물질의 '마법' 같은 만남을 통해 극미량이지만 전기를 생성하는 데 성공하며 오랫동안 잊혀졌던 아이디어를 다시금 뜨거운 논쟁의 중심으로 불러왔다. 과연 지구 자전 에너지는 미래를 밝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치바를 비롯해 CIT의 제트추진연구소, 스펙트럴 센서 솔루션스(Spectral Sensor Solutions)의 물리학자 3명이 지구 자전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PHYS.org,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 과학 전문 매체들이 최근 잇따라 보도했다. 이들은 지구 자기장과 특별한 장치의 상호작용을 통해 극미량이지만 실제로 전기가 생성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며 오랜 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과학 전문 학술지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지구라는 거대한 발전기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지구의 회전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론적인 가능성에 머물렀다. 기존의 과학적 이해로는 지구 자기장 내에서 움직이는 도체가 전기를 발생시키더라도 곧바로 전자의 재배열로 인해 전압이 상쇄되어 실제 에너지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이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상쇄되지 않는 미세한 전류, 실험으로 확인 연구팀은 전압 상쇄 현상을 막고 대신 미세한 전압을 포착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고안했다. 핵심은 망간-아연 페라이트라는 특수한 물질로 만든 원통이었다. 이 물질은 약한 도체이면서 동시에 자기장을 특정한 방식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팀은 이 원통(실린더)을 지구 자전 방향과 지구 자기장에 특정 각도(57도) 기울여 북쪽-남쪽 방향으로 배치했다. 이는 지구의 자전 운동과 지구 자기장에 수직이 되는 각도이다. 다음으로 전압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린더의 양쪽 끝에 전극을 배치한 다음 광전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불을 껐다. 놀랍게도 연구팀은 실린더 양 끝에서 18마이크로볼트라는 아주 작은 전압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단일 뉴런이 발화할 때 방출되는 전압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다른 외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구의 자전에서 나오는 에너지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연구팀은 실린더 끝 사이의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압을 고려했다면서 각도를 변경하거나 제어 실린더를 사용했을때는 그러한 전압이 측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치바는 "아이디어 자체는 직관에 어긋나지만, 실험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됐다"며 "매우 설득력 있고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은퇴한 물리학자 링커 와인하르덴은 이 연구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표하며, 자신의 실험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치바 등의 이론이 옳을 수 없다고 여전히 확신한다"고 단언하며, 추가적인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구 자기장과 특수 물질의 절묘한 조화 그렇다면 지구의 자전 에너지가 어떻게 미세한 전류로 바뀔 수 있었을까? 연구팀은 발전소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발전소에서는 자기장 속에서 도체가 움직이면 전자가 이동해 전류가 발생한다. 지구도 마찬가지로 자전하면서 지구 자기장의 일부를 통과하는 도체가 있다면 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자기장은 비교적 균일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도체에서는 전자가 스스로 배열되어 전기적인 힘이 상쇄된다. 그러나 연구팀이 사용한 망간-아연 페라이트 원통은 이러한 균일한 지구 자기장을 특정한 형태로 왜곡시키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계산을 통해 연구팀은 이 특수한 물질과 원통형 구조가 지구 자기장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적인 힘이 내부의 전기적인 힘으로 상쇄되지 않아 전류가 흐르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마치 좁은 길목을 통과하는 물줄기가 압력을 받아 더 강하게 흐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넘어야 할 과제와 미래 에너지 혁명의 가능성 이번 연구는 지구 자전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실용적인 에너지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다른 연구팀의 독립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다. 링커 와인하르덴의 지적처럼,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동일한 실험을 반복하여 일관된 결과를 얻어야만 이 현상이 실제로 지구 자전에 의한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만약 추가 검증을 통해 이 연구 결과가 확증된다면, 다음 단계는 장치의 규모를 확대하여 실제로 유용한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치바 역시 "우리 방정식은 규모 확대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생성된 전압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장치 개발과 효율 증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이 기술은 지구의 운동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구 자전 속도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만약 전 세계의 모든 전력을 이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1세기 동안 지구의 자전 속도는 7밀리초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달의 인력과 같은 자연 현상에 의한 변화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구 자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한한 에너지원, 지구 자전 에너지 활용의 작은 씨앗을 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마치 팽이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듯, 지구의 자전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이 영원한 움직임 속에 숨겨진 에너지를 우리가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불가능해 보였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지구 자전 에너지가 정말로 우리의 미래를 밝혀줗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여정을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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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7)] 지구 자전=무한 동력?⋯멈추지 않는 에너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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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몽골 고비사막서 '완전 보존된 최대 공룡 발톱' 발견⋯신종 테리지노사우루스 화석 공개
-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된 신종 공룡 화석이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공룡은 현재까지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공룡 발톱 가운데 가장 큰 크기를 기록한 것으로, 학계는 이를 공룡 진화와 생태계 이해에 중요한 단서로 평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캐나다 캘거리대학교의 고생물학자 달라 젤레니츠키(Darla Zelenitsky) 교수 연구팀은 이번 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이들이 발견한 화석은 신종 공룡 '두오니쿠스 초그트바타리(Duonychus tsogtbaatari)'로 명명됐으며, 종명은 몽골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히시그자브 초그트바타르(Хишигжав Цогтбаатар)를 기려 붙여졌다. 속명 '두오니쿠스(Duonychus)'는 그리스어로 '두 개의 발톱'을 의미한다. 이번 화석의 가장 큰 특징은 케라틴(각질)으로 이루어진 발톱 외피가 손상 없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공룡의 발톱 길이는 약 30cm로, 뼈 구조보다 훨씬 더 길고 곡선 형태를 띠고 있어 식물을 움켜쥐거나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젤레니츠키 교수는 "이처럼 케라틴 외피까지 완전하게 보존된 공룡 발톱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발톱 길이나 구조는 현존하는 나무늘보의 발톱과 유사하며, 영화 속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두오니쿠스 초그트바타리'는 수각류(Theropoda)에 속하는 테리지노사우루스(Therizinosauria) 계통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같은 육식공룡과는 달리 초식성 또는 잡식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체 크기는 약 3m 높이에 체중은 260kg에 달하며, 발톱을 이용해 최대 10cm 두께의 식물을 움켜쥘 수 있었던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화석에서는 두 개의 손가락 외에도 척추, 꼬리, 엉덩이뼈, 앞다리와 뒷다리 등이 함께 발굴되었으며, 몽골과학아카데미 산하 고생물학연구소의 연구진이 수년 전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혼(David Hone) 박사는 "고비사막에서는 다양한 공룡 화석이 발굴됐지만, 이처럼 케라틴 외피까지 온전히 보존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뼈 구조와 외피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에든버러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테(Steve Brusatte) 교수도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공룡들은 흔히 ‘가위손 공룡’으로 불릴 만큼 길고 곡선형의 발톱이 특징인데, 이번에 발견된 공룡은 특히 두 개의 손가락만을 가진 독특한 형태로, 마치 고기 굽는 집게(tongs)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브루사테 교수는 이어 "T. 렉스처럼 두 손가락만 가진 공룡은 일부에 불과하며, 단일 손가락만 가진 공룡은 더욱 희귀하다. T. 렉스의 팔은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공룡의 발톱은 먹이나 식물 섭취에 적극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젤레니츠키 교수는 이 공룡이 다른 테리지노사우루스처럼 깃털로 덮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이며, "만약 이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기이한 공룡이 존재했으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공룡의 형태적 다양성과 생태적 진화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며, 고비사막이 여전히 고생물학적 보물창고임을 다시금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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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몽골 고비사막서 '완전 보존된 최대 공룡 발톱' 발견⋯신종 테리지노사우루스 화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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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8)] 화성에서 긴 탄소 분자 사슬 발견, 고대 생명체 존재 가능성 시사
- 화성에서 최대 12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사슬이 고대 호수 바닥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견되어, 고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NASA의 큐리오시티 로버에 탑재된 샘플링 장비가 이번 발견을 이끌었으며, 국제 연구팀이 지구 실험실에서 결과를 검증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럿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분석화학자 카롤린 프라이시네(Caroline Freissinet) 박사가 주도했다. 발견된 탄소 화합물 자체는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생성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되었을 수 있는 긴 유기 분자를 화성 표면에서 식별할 수 있는 로버의 능력을 입증한다. 프라이시네 박사는 인터뷰에서 "깨지기 쉬운 선형 분자가 형성된 지 37억 년이 지난 후에도 화성 표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수십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났을 때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오늘날에도 그 고대 생명체의 화학적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의 주요 목표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혹은 존재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알려줄 단서를 수집하는 것이다. 게일 크레이터(분화구)의 퇴적암을 탐사하는 동안 큐리오시티는 염소 및 황 함유 유기 화합물과 질산염 등 다양한 흥미로운 퇴적물을 발견했으며, 이는 고대 암석에서 더 복잡한 생명체 지표가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컴벌랜드(Cumberland)라는 이암(머드스톤) 퇴적물에서 채취한 광물 샘플을 분석하기 위해 화학적 증강제를 사용하는 실험 절차를 이용했다. 실험 조건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을 위해 온도를 약 850°C(1,562°F)까지 올릴 때 연소 위험을 제한하기 위해 분자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분석 결과, 현재까지 화성에서 발견된 가장 긴 탄소 사슬 중 일부인 데케인(C10H22), 운데케인(C11H24), 도데케인(C12H26) 형태의 포화 탄화수소 사슬이 미량 검출됐다. 연구진은 실험실 조건에서 다양한 분석 실험을 수행하여, 샘플에 함께 존재했던 벤조산을 포함한 다른 유기 화합물로부터 화성과 유사한 광물 조건이 어떻게 탄소 사슬을 생성할 수 있는지 밝혔다. 어떤 경우든, 샘플 분석과 실험실 연구 모두 화성 머드스톤에 상당한 길이의 탄소 분자 사슬이 존재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프라이시네 박사는 "검출된 분자는 10개, 11개, 12개의 선형 탄소 사슬로, 알케인 또는 탄화수소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최대 6개의 탄소로 구성된 원형 고리인 방향족 분자를 검출한 이전 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 원형 고리는 선형 분자보다 더 안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 화합물이 실제로 암석에 존재했다면, 생명체의 도움 없이 수소와 일산화탄소와 같은 더 간단한 분자로부터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징후일 수 있는 더 복잡한 화합물의 분해를 포함한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에는 퇴적암에 보존될 수 있는 종류의 카르복실산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연구진은 "비록 비생물학적 과정이 이러한 산을 형성할 수 있지만, 이들은 지구 및 어쩌면 화성의 보편적인 생화학적 산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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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8)] 화성에서 긴 탄소 분자 사슬 발견, 고대 생명체 존재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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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7)]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했을까?
-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층에 새겨진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구의 역동적인 힘은 수천년에 걸쳐 격렬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지각 변동, 균열, 재형성을 반복해왔다. 빙하는 사라지고 나타났으며, 해수면 상승과 저하는 육지를 삼켰다가 다시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해수면은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며 해안선을 형성하고 때로는 광대한 영역을 수몰시키며 지층 속에 고유의 기록을 남겼다.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약 1만 1700년 전 홀로세 초기 해수면 상승에 대한 드물고 상세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네덜란드 선박을 위한 광학 시스템 델테어즈(Deltares),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네덜란드 왕립 해양 연구소(NIOZ)의 연구진이 주도한 이 연구는 과거 빙상의 놀라운 융해 속도를 밝히고, 현대 기후 위기와 섬뜩한 유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어스 닷컴이 보도했다. 북해,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 수몰 한때 북해는 바다가 아닌 광활하고 거주 가능한 땅이었다. 그곳에는 강, 숲, 초기 인류 정착지가 있었다. 현재 북해 해저에 잠겨 퇴적층 속에 보존된 도거랜드(Doggerland)는 과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몰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정확히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얼마나 많이 상승했는지는 불확실했다. 연구팀은 해저에서 채취한 고대 이탄층과 시추공 샘플을 분석하여 놀라운 정밀도로 해수면 변화를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은 꾸준히 상승한 것이 아니라, 특히 두 차례의 급격한 상승을 통해 극적인 방식으로 지형을 변화시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구 마지막 빙하기의 종말은 전 지구적 변화를 촉발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미와 유럽을 덮었던 거대한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이 융해수는 일부는 천천히 바다로 흘러들어갔지만, 때로는 막대한 양이 한꺼번에 방출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 1만300년과 8300년에 두 차례의 주요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 기간 동안 해수면은 100년 당 1m가 넘는 속도로 상승했는데, 이는 미래 최악의 시나리오 예측과 유사한 수준이다. 해수면의 이러한 급격한 상승의 한 가지 원인은 북미의 거대한 빙하호였던 아가사-오자브웨이 호수의 갑작스런 방류 사건이었다. 빙하 댐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담수가 바다로 쏟어져 들어갔다. 이는 역사상 가장 빠른 해수면 상승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는 해안선을 재편하고, 정착지를 수몰시키며, 정착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고대 해수면 상승 지도 작성 고대 해수면을 재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팀은 북해에서 88개의 해수면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하고, 빙상 무게 감소 후 지반이 천천히 융기하는 현상인 빙하성 동위 평형 조정 효과를 제거했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갔고, 얼마나 빠르게 이 과정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훨씬 더 명확한 그림을 얻을 수 있었다. 1만1000년전부터 3000년 전 사이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이전 추정치는 32m에서 55m사이였다. 이번 연구는 이전 추정치를 수정해 총 상승폭을 38m로 좁혔다. 이 업데이트된 수치는 지구 기후 시스템이 급격한 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해수가 따뜻해지면서 팽창하는 열팽창 효과의 역할이었다. 지배적인 요인은 아니었지만, 이 과정은 여전히 전체 해수면 상승에 기여한다. 도거랜드, 수중 유적지로 변모 도거랜드는 불과 수천 년 만에 정착민이 번성했던 환경에서 수중 유적으로 변모했다. 숲은 사라지고, 강은 바다와 합쳐졌다. 전체 공동체가 파괴되거나 이주했다. 홀로세 초기 해수면 상승의 최고 속도는 연간 거의 9mm에 달했는데, 이는 현대 기후 예측을 주시하는 사람들에게 우려스러운 수치이다.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상은 이미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으며, 과거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던 조건들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상승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경고 델테어즈의 지질학자이자 이 연구의 주 저자인 마르크 히즈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이번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해 지역의 상세한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빙상, 기후, 해수면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다. 이는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통찰력을 제공하여 현재 기후 변화의 영향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2300년까지 해수면이 수 미터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예측에서는 100년당 1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데, 이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고대 세계가 경험했던 수준과 비슷하다. 고대 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늘날의 해안선에는 도시, 산업 시설, 그리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위험 부담은 훨씬 더 크다. 도거랜드가 주는 교훈 현대 위성은 놀라운 정확도로 해수면 상승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기술에도 불구하고 지구 자체에 저장된 심층적인 기록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해저에는 인간의 기록 보관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억, 즉 기후, 빙하, 물에 대한 오랜 역사가 담겨 있다. 도거랜드에서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와 그래프 그 이상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부터의 메시지이다. 그것은 빙하가 너무 빨리 녹고, 해수면 상승이 통제되지 않고, 지구가 방해물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를 재형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준다. 이 연구는 과거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우리가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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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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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7)]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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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6)] 초기 우주에서 풍부한 산소 발견, 천문학계 '경악'
- 우주 탄생 후 불과 3억 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은하에서 기존 학설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량의 산소가 발견돼 천문학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관측된 JADES-GS-z14-0 은하는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초기 우주에는 극히 드물었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통념을 뒤엎는 산소 풍부도를 나타냈다고 과학전문 매체 사시언스얼럿과 CNN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초기 우주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 천문대의 우주론 학자인 산더르 스하우스는 이번 발견에 대해 "마치 갓난아기들만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청소년을 발견한 것과 같다"며 감격했다. 그는 "이번 결과는 해당 은하가 매우 빠르게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은하 형성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JADES-GS-z14-0 은하의 존재 자체도 기존 우주론 모델에는 이미 상당한 문제였다. 은하가 탐지될 만큼 거대하고 밝아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134억 광년이 넘는 거리에서 관측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와 밝기는 기존 이론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형성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 또한 이번 발견의 중요성을 더한다. 빅뱅 직후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이 존재했으며, 밀도 차이로 인해 최초의 별들이 탄생했다. 별의 중심핵에서 수소 원자들이 융합하여 점차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산소가 존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렇게 생성된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야 한다. 이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날 수 있지만, 가장 무거운 별의 수명도 1천만 년 이하일 수 있다. 하지만 칠레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망원경(ALMA)을 이용한 관측 결과, JADES-GS-z14-0 은하에서 검출된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양은 예측치의 10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소 생성 속도 또한 기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고등사범학교의 천체물리학자인 스테파노 카르니아니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매우 놀랐으며, 이는 초기 은하 진화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갓 태어난 우주에서 이미 성숙한 은하의 증거는 은하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방출된 빛은 도플러 효과로 인해 붉은 파장으로 늘어난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이러한 적색편이된 천체를 탐지하는 데 최적화된 가장 강력한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다. JWST 발사 이후 천문학자들은 빅뱅 후 첫 10억 년 동안 초기 우주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은하들을 다수 발견했으며, 이는 초기 우주 진화에 대한 기존의 그림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JADES-GS-z14-0 은하에서의 산소 발견은 초기 우주에서 은하들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진화했다는 것을 점점 더 강력하게 시사하는 또 다른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러한 빠른 성장이 우주론적 시간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초기 우주에 대한 기존의 다른 가설들을 어떻게 재검토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과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며, 사전 공개 사이트인 arXi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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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6)] 초기 우주에서 풍부한 산소 발견, 천문학계 '경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