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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오라클발 충격에 코스피 4,000선 붕괴⋯AI 투자 셈법 흔들
미국 오라클발 악재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며 코스피가 18일 4,000선을 지키지 못한 채 하락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1.90포인트(1.53%) 내린 3,994.5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66.81포인트(1.65%) 내린 3,989.60으로 출발해 장 초반 3,980선까지 밀렸다가 한때 4,03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낙폭을 다시 키우며 장중 3,975선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9.74포인트(1.07%) 내린 901.33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는 0.28% 내린 반면 SK하이닉스는 0.18%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와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소식에 8.90%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5원 내린 1,478.3원으로 집계됐다. [미니해설] 코스피, 4천피 방어 실패⋯오라클 여파 국내 증시가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불확실성에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오라클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핵심 투자자의 이탈로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 시장으로 전이됐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6%, 나스닥종합지수는 1.81% 하락했다. 특히 오라클 주가가 5% 넘게 급락한 데 이어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 AI 및 반도체 대표 종목들이 3~4%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AI 투자 피로감’이 다시 부각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증시 개장 직후부터 반영됐다. 코스피는 장 초반 3,980선까지 밀리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4,030선까지 반등했지만, 반등 동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이어지며 지수는 다시 4,000선을 하회했고, 장중 변동성은 한층 확대됐다. 종목별로는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엇갈린 신호가 교차했다. 미국 장 마감 후 발표된 마이크론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이 일부 되살아났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소폭 상승하며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0.28%)는 약보합에 그치며 관망세가 짙었다. 이날 가장 큰 충격은 LG에너지솔루션(-8.90%)에서 나왔다. 미국 포드와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이 거래 상대방의 해지 통보로 종료됐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조정 움직임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커졌다. 이날 시총 상위주도 대부분 하락했다. SK스퀘어(2.65%)는 올랐고, 삼성바이오로직스(-0.69%), POSCO홀딩스(-3,35%), HD현대중공업(-2.89%), 현대차(-1.22%), 기아(-0.91%), KB금융(-0.24%) 등이 내렸다. 환율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안정 의지가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했다. 다만 미국 증시 변동성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환율 역시 제한적인 범위 내 등락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AI 버블 붕괴'로 단정하기보다는, 투자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재평가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라클 사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적과 현금 흐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질문을 다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반도체 실적과 AI 수요의 구조적 성장 흐름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다만 개별 기업의 투자 계획과 재무 여력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종목별 선별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의 4,000선 이탈은 글로벌 AI 투자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시장은 이제 ‘AI가 어디까지, 얼마나 빠르게 돈이 되는가’라는 보다 냉정한 질문을 던지며 다음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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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엔비디아 GPU 1만장 푼다⋯'K-엔비디아'로 AI 인프라 대전환
한국 정부가 확보한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년 2월부터 산업계와 학계, 국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본격 배분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학·연구기관이 대규모 AI 연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K-엔비디아 육성'과 'AI 고속도로 구축'을 핵심으로 한 AI 인프라 확충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1조4600억원으로 구매한 첨단 GPU 약 1만장이 내년 2월부터 산·학·연에 배분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 5만2000장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대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해 초대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활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상용화를 촉진하고, 6G를 축으로 한 'AI 고속도로'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니해설] 정부, 국산 NPU 상용화 촉진⋯K-엔비디아 육성 전략 정부가 엔비디아 첨단 GPU를 축으로 한 AI 연산 인프라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며 본격적인 'AI 인프라 국가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GPU 배분과 국산 AI 반도체 육성, 초고속 네트워크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 AI 산업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직접 확보한 GPU를 민간과 학계, 연구계에 개방해 '연산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점이다. 내년 2월부터 배분되는 GPU 1만장은 대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된다. 단일 GPU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초대형 모델 학습과 고도화된 추론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AI 연구와 서비스 개발의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AI인프라허브(AIinfrahub.kr)'를 통해 산·학·연 과제를 접수하고, 전문가 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GPU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과제당 H200 기준 최대 256장, B200 기준 최대 128장까지 최대 12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학계와 연구기관에는 무상 제공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시장 가격의 5~10% 수준만 부담한다. 이는 고가의 AI 연산 자원 접근 장벽을 낮춰 기술 실험과 상용화 가능성을 동시에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 GPU 의존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국산 NPU 육성 전략이 병행된다. 정부는 추론과 피지컬 AI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내 NPU를 2030년까지 해외 GPU 대비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갖춘 서버급 AI 반도체로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쿠다(CUDA)에 대응하는 개방형 ‘K-NPU’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오픈소스로 구축하고, 공공 조달과 시범 구매를 통해 초기 수요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사물인터넷(IoT)·가전, 로봇·기계, 방산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도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상용화를 지원한다. 수요 기업과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이 공동 개발과 실증에 나서도록 유도해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공공 분야 AI 전환(AX) 사업에서도 국산 NPU를 우선 활용하고, 성과에 따라 의무화 방안까지 검토한다. 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대규모 투·융자와 스타트업 장기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NPU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AI 고속도로' 완성을 위한 네트워크 전략도 공개했다. AI 시대 트래픽 폭증과 초저지연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 유선망, 해저케이블, 위성통신 등 국가 네트워크 전 영역의 성능을 2030년까지 대폭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6G 상용화와 함께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AI-RAN을 500곳 이상 구축하고, 백본망 용량은 4배 이상 확대한다. 해저케이블은 글로벌 AI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동남권에 집중된 육양국을 서해와 남해로 분산한다. 이를 통해 국제 데이터 흐름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중심 대전환 속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산·학·연 역량 결집을 통해 네트워크 산업 재도약과 함께 '제2의 CDMA 신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GPU 확보를 넘어, AI 반도체와 네트워크를 국가 성장축으로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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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러시아서 제네시스·현대 매트릭스 상표 등록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서 '제네시스'와 '현대 매트릭스(Hyundai Matrix)' 상표를 등록하며 해당 브랜드로 차량과 부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러시아 현지매체 www1.ru가 보도했다. 러시아 특허청(로스파텐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제출한 두 건의 상표 출원 신청이 승인되면서, 러시아 내에서 제네시스와 현대 매트릭스 브랜드를 사용할 법적 권한을 취득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는 물론 관련 부품의 생산과 유통도 가능해졌다. 러시아 내 현대차의 이해관계는 현지 법인인 '현대모터 CIS LLC'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러시아 기업 정보 플랫폼 루스프로파일(Rusprofile)에 따르면 현대모터 CIS의 2024년 매출은 65억 루블, 순이익은 27억 루블로 집계됐다. 제한적인 시장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중대형 세단과 고급 비즈니스 차량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 매트릭스는 2000년대에 생산된 소형 다목적차량(MPV) 모델로, 러시아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차종이다. 이번 상표 등록은 과거 유럽 및 중국 브랜드가 주도하던 일부 세그먼트에 한국 브랜드가 다시 진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2023년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아트-파이낸스(Art-Finance)에 매각했으며, 해당 거래는 2024년 초 마무리됐다. 다만 계약 조건에 따라 현대차는 향후 2년 이내에 해당 법인을 재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여건이 개선될 경우 현대자동차가 비교적 신속하게 현지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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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5)] 초저온 원자, 양자 터널링의 '숨겨진 마법 통로'를 열다
현대 기술의 미래를 이끌 양자 컴퓨터와 초정밀 센서의 심장부에는 조셉슨 효과(Josephson Effect)라는 중요한 양자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현상은 초전도체(Superconductor) 회로의 핵심 부품인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에서 일어난다. 조셉슨 접합은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이 끼워진 구조로, 전자가 이 장벽을 에너지 손실 없이 뚫고 지나가는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 현상을 가능하게 한다. 양자 터널링은 입자가 마치 터널이 없는 산을 에너지를 쓰지 않고 관통하는 마법과 같으며, 이 현상은 자기뇌파검사(MEG)와 같은 의료 진단 및 정밀 측정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셉슨 접합이 작동하는 고체 초전도체 내부의 전자는 너무나 작고 빨라서, 이 현상이 발생하는 미시적 과정(Microscopic processes), 즉 에너지가 손실되고 소용돌이 형태의 들뜸(Excitations)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라인란트팔츠 공과대학(RPTU)의 헤르빅 오트(Herwig Ott) 수석 연구원은 "조셉슨 접합의 미시적 과정은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초저온 원자: 움직이는 광학 장벽으로 회로를 재현하다 이 난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 대학과 이탈리아 유럽 비선형 분광학 연구소(LENS)의 연구팀은 양자 시뮬레이션(Quantum Simulation) 기법을 활용했다. 이는 복잡하고 관찰하기 어려운 양자 시스템(초전도체)을 더 단순하고 관찰하기 쉬운 시스템(초저온 원자)으로 모방하여 실험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먼저 원자들을 극도로 낮은 온도(약 30~35나노켈빈, 절대 영도 근처)까지 냉각시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e, BEC) 상태로 만들었다. BEC 상태에서 수많은 원자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양자 파동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팀은 집중된 레이저 빔을 사용하여 이 원자 집단을 분리하는 광학 장벽(Optical Barrier)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원자 조셉슨 접합(Atomic Josephson Junction)'을 구현했다. 루이지 아미코(Luigi Amico)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 교수는 "장벽을 원자들을 통과시켜 움직이는 방식으로 초전도 전류를 달성할 수 있으며, 장벽 양단의 화학 퍼텐셜 차이가 전압 강하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의 동역학은 전자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이 원자 시스템은 조셉슨 접합의 작동 과정을 "실시간으로, 고유하게 순수한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양자 표준 전압: 샤피로 계단의 보편성 확증 연구팀은 광학 장벽에 주기적인 왕복 진동(Oscillation)을 추가하여, 초전도체 회로에 교류 전류(Alternating Current)나 마이크로파 복사를 가하는 효과를 재현했다. 그 결과, 원자 전류를 증가시킴에 따라 장벽 양단의 화학 퍼텐셜 차이가 마치 계단처럼 특정 값에서 평평하게 유지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것이 바로 샤피로 계단(Shapiro Steps)이다. 샤피로 계단은 그 높이가 오직 자연 상수와 진동 주파수에만 의존하며, 전압의 국제 표준인 '볼트(Volt)'를 정의하는 근거로 사용될 만큼 신뢰도가 높다. 헤르빅 오트 연구원은 "우리 실험에서 처음으로 그 결과로 발생하는 들뜸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며, "이 효과가 초저온 원자라는 완전히 다른 물리 시스템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샤피로 계단이 보편적인 현상(Universal Phenomenon)임을 확인시켜준다"고 강조했다. 실험은 보손 원자인 루비듐-87뿐만 아니라, 리튬-6 원자를 이용하여 페르미 기체와 분자 체제 등 다양한 양자 상태에서도 샤피로 계단이 나타남을 보였다. 이는 전자의 양자 세계와 원자의 양자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에너지 손실의 메커니즘: '와류' 움직임의 시각적 증거 이 실험의 가장 큰 통찰력은 샤피로 계단을 발생시키는 에너지 손실(Dissipation)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독일팀은 원자 밀도의 큰 들뜸인 와류 고리(Vortex Rings)가 장벽의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전파되는 것을 관찰했다. 핵심은 계단의 수와 방출되는 와류 고리의 수가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이다. 즉, 첫 번째 계단에서는 진동당 와류 고리 1개, 두 번째 계단에서는 2개가 발생했다. 이탈리아팀은 와류-반와류 쌍(Vortex-Antivortex Pairs)의 형태로 유사한 현상을 관찰했다. 이 와류는 마치 원자 구름 속에 생겨 원자 전류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소용돌이와 같다. 이 소용돌이가 장벽을 넘어가는 원자들을 '붙잡아' 에너지를 잃게 만들면서, 전압이 특정 구간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계단'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프란체스코 스카자 교수는 "이 실험들은 와류와 같은 들뜸의 움직임이 양자 수송 현상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멋지게 보여준다"고 평하며, 이는 초전도 회로에서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던 에너지 손실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트로닉스 시대: 새로운 양자 회로의 설계도 이번 연구는 미시적 동역학을 이해하는 교과서적인 사례일 뿐만 아니라, 원자트로닉스(Atomtronics)라는 새로운 공학 분야의 응용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원자트로닉스는 전자 대신 원자를 사용하여 전자 장치와 유사한 회로를 만드는 분야로, 양자 컴퓨팅과 초정밀 양자 센서에 응용될 잠재력이 높다. 연구팀은 원자 조셉슨 접합을 여러 개 연결하여 '원자 회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원자 회로는 고체 회로의 불순물 문제를 피하고, 파동적 효과(Coherent effects)를 관찰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의 로시오 하우레기-레노(Rocío Jauregui-Renaud) 교수는 "제시된 결과는 원자트로닉스 회로를 통한 원자의 정확한 순환적 전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이 아키텍처 개발의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초전도 큐비트 개발의 오랜 숙원이었던 '초청정 전자 조셉슨 접합'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과학적 통찰력을 제공하며, 미래 양자 기술의 설계도로서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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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전력 메모리로 AI 서버 판 흔든다⋯소캠2로 엔비디아 정조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와 전력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AI 서버를 겨냥한 저전력 메모리 해법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2'를 개발해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했으며, 다른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18일 공식 테크 블로그를 통해 "최신 LPDDR5X 기반 소캠2는 LPDDR의 저전력 특성과 모듈형 구조가 지닌 확장성을 결합해 기존 서버 메모리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소캠2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표준화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차세대 모듈 규격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서버가 요구하는 고집적 구조를 목표로 설계됐다. 기존 DIMM 대비 크기를 57% 줄여 공간 효율을 크게 높였고, 이전 세대인 소캠1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20% 이상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 용량은 최대 192GB, 전송 속도는 8.5~9.6Gbps 수준으로, 고성능 AI 서버 환경에 최적화된 사양이라는 평가다. LPDDR5X의 저전력·고대역폭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서버 보드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대폭 축소할 수 있어, 고성능 칩이 밀집되는 차세대 AI 서버 아키텍처에서 경쟁력이 부각된다. 온보드 방식이 일반적인 기존 LPDDR과 달리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구조를 채택해, 장애 발생 시 교체와 성능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LPDDR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더불어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업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공동 검증을 진행하며 경쟁사 대비 빠르게 고객 샘플(CS)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S 단계는 실제 시스템 환경에서 안정성과 호환성을 검증하는 핵심 절차로, 이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전력 효율, 대역폭, 열 관리 기준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소캠2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플랫폼에 채택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을 감안할 때, 베라 루빈에 대한 선제 공급권을 확보할 경우 후속 플랫폼으로 공급이 확대될 여지도 크다는 관측이다. 소캠2 시장은 엔비디아 루빈 출하가 본격화되는 내년 2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업체가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소캠2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함께 AI 메모리 시장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향후 수년 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워크로드가 대규모 학습 중심에서 상시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전력 효율과 확장성을 갖춘 서버 메모리에 대한 수요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소캠 수요의 기반이 되는 LPDDR 시장 또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 100~12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 효율, 확장성을 균형 있게 충족하는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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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6)] 하버드 연구진, 기후 변화와 미국 산불 연관성 밝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산불과 이에 따른 유해 연기 노출이 지난 30여 년간 급증한 배경에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2.5) 노출의 거의 절반이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이 정량적으로 확인됐다. 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과 웹사이트 Phys.에 따르면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SEAS) 연구진은 1990년대 초 이후 미국 서부 산림에서 발생한 전체 산불 피해 면적 가운데 60~82%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건조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중부·남부 지역에서도 기후변화 기여도는 33%에 달했다. 이를 종합하면 1997~2020년 미국 전체 산불 배출량의 평균 65%가 인간 유발 온난화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해당 내용은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 연기…"유해 연기 노출의 절반, 인간 유발 온난화 영향" 연구진은 특히 산불 연기 중에서도 인체에 가장 위험한 초미세먼지(PM2.5)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199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서부에서 관측된 유해 산불 연기의 약 절반이 기후변화로 설명됐으며, 2010~2020년 기간으로 한정하면 기후변화가 초미세먼지 증가분의 58%를 차지했다. 이 연구는 기후 관측 자료, 머신러닝 분석, 대형 기후모형, 화학수송모델(GEOS-Chem)을 결합해 산불 활동과 연기 노출의 원인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공장 등 기존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같은 기간 44% 감소했지만, 산불 연기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북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워싱턴·아이다호 일부 지역에서는 2010~202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연기가 전체 PM2.5의 44~6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지역 주민의 경우 호흡한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산불 연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로레타 미클리 하버드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목적은 기후변화가 서부 지역 산불 연기 노출을 얼마나 증폭시켰는지를 정량적으로 밝히는 데 있었다"며 "토지 관리와 산불 대응 방식 전반을 재검토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20세기 동안 이어진 산불 억제 정책이 숲의 연료 축적을 키워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증폭시켰는지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계획적 소규모 소각(처방 화재·prescribed burning) 등 선제적 산림 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산불이 기후를 식힌다?"…상층 대기 연기, 기존 기후모형의 빈틈 드러내 또한 산불이 단순히 지표를 태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 상층까지 도달해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측을 통해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일부 초대형 산불은 자체적인 기상 현상을 만들어 연기를 성층권 가까이까지 끌어올리며, 이 연기가 오히려 대기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뉴멕시코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직후 형성된 연기 구름을 고고도 항공기로 직접 관측한 결과, 기존 기후모형에 반영되지 않은 대형 연기 입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 6월, 산불 발생 닷새 뒤 NASA의 고고도 항공기 ER-2를 투입해 지상 약 14.5㎞ 상공의 연기층을 통과하며 입자 크기와 농도, 화학적 조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연기 입자의 크기가 약 500나노미터로, 일반적인 저고도 산불 연기 입자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층 대기에서는 공기 혼합이 매우 느려 입자들이 오랜 시간 밀집 상태로 유지되며 응집(coagulation)이 효율적으로 일어난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렇게 커진 입자들은 태양복사 에너지의 반사율을 크게 높여, 저고도 연기보다 30~36% 많은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냉각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발견은 현재의 기후모형이 상층 대기 산불 연기의 물리적 특성과 복사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대형 연기 입자가 국지적 대기 가열이나 제트기류 변화 등 복합적인 기후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존 다이케마 하버드대 연구원은 "상층 대기 산불 연기가 기후 시스템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실측 자료를 통해 산불 연기의 장기적인 기후 영향과 기상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산불이 기후변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다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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