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
-
[파이낸셜 워치(144)] 금값 5300달러 돌파, 인류 화폐史 다시 썼다
- 세계 귀금속 시장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 상품 선물 시장에서 금값이 처음으로 온스당 53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단순한 가격 기록 경신이 아니다. 달러화 신뢰도 추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밀어붙이는 약달러 기조가 한데 맞물리면서 금은 이제 '투자 상품'을 넘어 새로운 국제 통화 질서의 기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 선물 시장, 사상 첫 5300달러 돌파 이날 COMEX(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 종가 대비 4.3%, 금액으로는 219.6달러가 오른 온스당 5340.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5360.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루 절대 상승폭 219.6달러는 금 선물 거래 역사상 단 하루 최대 기록이다. 현물 금 역시 전날 이미 3% 오른 데 이어 이날 2% 추가 상승하며 5311달러대에 안착했다. 속도는 더욱 놀랍다. 1월 26일 온스당 5000달러를 처음 돌파한 지 불과 이틀 만에 5300달러선마저 뚫렸다. 올해 들어서만 22%, 지난 1년 누적으로는 94%가 올랐다. 2025년 초 금값이 2641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남짓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2025년 한 해에만 64%가 폭등하며 53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금이 새해에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은(銀)의 폭주,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 귀금속 랠리는 금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COMEX 은 선물은 7.67% 폭등하며 온스당 114달러대에 올라섰다. 역시 사상 첫 기록이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47%, 지난 1년 기준으로는 277%에 이른다. 금과 은의 상대 가격을 나타내는 금은비율(Gold-Silver Ratio)이 빠르게 좁혀지면서 귀금속 전반에 걸친 투자 수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은은 금과 달리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공정 등 첨단 산업 전방위에 소요되기 때문에 은값 급등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글로벌 산업 공급망 우려까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한마디, 달러의 급소를 찌르다 이날 급등의 직접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밤 공개적으로 밝힌 발언이었다. 그는 "강한 달러는 미국 제조업과 수출에 독이 된다"며 달러 약세를 오히려 반기는 입장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를 공개 석상에서 환영한 것은 현대 국제통화 체제에서 이례 중의 이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95.86까지 밀리며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의 저점을 찍었다. 달러 인덱스가 95대로 내려선 것은 달러 강세 시대의 사실상 종언을 예고하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신뢰가 정책 당국자 스스로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달러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금과 은이 동반 폭등하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짚었다. 연준 독립성 위기, 구조적 약달러의 진짜 뿌리 이번 귀금속 랠리를 피상적인 '트럼프 발언 효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더 깊은 곳에는 미국 통화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구조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왔고 연준 이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협했다. 연준은 1월 27~28일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말까지 세 차례 연속 내렸던 금리를 처음으로 묶어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견조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연준이 언제까지 정치적 압박을 독자적으로 버텨낼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미 이동해 있었다. 이 불안은 달러 가치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약 1년 사이 달러 인덱스는 9%대 하락폭을 누적했다.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9년 72%에서 현재 57%까지 내려온 상태다. '믿을 수 있는 통화'라는 달러의 오랜 프리미엄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달러 팔고 금 산다 이번 급등의 또 다른 축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가속화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금 총수요는 5002톤으로 집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2년 연속 세계 최대 매입국의 자리를 지키며 102톤을 사들였고 중국인민은행은 15개월 연속 순매입을 이어가며 보유량이 2300톤을 돌파했다. 브라질도 3개월 연속 매입 행진을 이어갔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5000달러가 넘는 고가 상황에서도 매수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 차익을 겨냥한 투자가 아니라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고를 금 실물로 대체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움직임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주요국이 내다 판 미국 국채 규모는 480억 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달러 자산에서 금으로 향하는 이 '조용한 대이동'이 금값 5000달러 시대를 열고 5300달러 고지마저 넘어서게 한 근본 동력이다. 반면 한국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 39위에 그친다. 전체 외환보유고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9위 국가로서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2013년 이후 13년째 금 보유량을 단 한 톤도 늘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탈달러화 물결 속에서 한국의 외환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가, 목표가 6000달러 시대 열다 이번 5300달러 돌파를 계기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목표가를 잇따라 올려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목표가를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UBS는 연중 최고 6200달러까지 오른 뒤 연말 5900달러로 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12개월 내 6000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은 2026년 한 해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755톤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8년까지 온스당 6000달러 돌파 시나리오를 공식화했다. 전 세계 금 ETF로의 자금 유입 역시 2026년에만 825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의 금 랠리는 투자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를 축으로 한 전후 통화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금값, 1돈 100만 원 시대 초읽기 해외 충격은 국내 시장에도 즉각 파고들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은 1돈(3.75g)당 100만 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랐고, 한국금거래소에서는 골드바 기준 1돈당 112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금 1돈 100만 원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금 관련 ETF들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냉정한 시각을 주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안전자산 수요가 금값의 하단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 조절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되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10~15% 내외로 유지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다음 변수, 연준 의장 교체 카드 시장이 주시하는 다음 변수는 차기 연준 의장 지명 문제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이면 만료되는 가운데 후임 인선은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달러 가치와 금값을 동시에 흔들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을 선택한다면 달러 추가 약세와 함께 금값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공간이 생기지만, 연준 독립성을 중시하는 인물이 낙점될 경우에는 단기 되돌림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값 5300달러 돌파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초한 달러 신뢰도 하락, 주요국 중앙은행의 전략적 탈달러화, 연준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깊어지는 의구심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수천 년간 인류가 가치의 최후 보루로 선택해온 황금이 21세기 통화 전쟁의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그 본질을 입증하고 있다.
-
- 경제
-
[파이낸셜 워치(144)] 금값 5300달러 돌파, 인류 화폐史 다시 썼다
-
-
[글로벌 핫이슈] 아마존, AI 주도권 확보 향해 1만6000명 구조조정 단행
-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본사 조직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기존 인력을 줄여 확보한 자금을 AI 기술 투자에 집중하려는 빅테크 업계의 냉혹한 생존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본사 중심 1만6000명 감원… 조직 비대화 해소 베스 갈레티 아마존 인사·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은 사내 블로그를 통해 미국 내 감원 대상 직원들에게 사내 타 직무를 탐색할 수 있도록 90일의 유예 기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퇴직금 지급과 전직 지원 프로그램 등 원활한 전환을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이번 조치로 아마존이 최근 3개월간 단행한 누적 감원 규모는 약 3만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아마존의 전 세계 고용 인력은 약 157만명이며, 물류센터를 제외한 본사 근무 인력은 35만명 수준이다. 이번 1만6000명 감원은 본사 인력의 약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규모 감원 징후는 이른바 '프로젝트 던(Project Dawn)'이라는 명칭의 임원 회의가 소집되면서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쏠림 현상 속 빅테크 효율 경영 가속화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기간 급증한 관리직 조직의 비대화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AI 기술의 확산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인력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조직 슬림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이 같은 행보가 막대한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구조조정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메타플랫폼스는 AI 웨어러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리얼리티랩스 인력 10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핀터레스트와 오토데스크 역시 각각 전체 인력의 15% 미만, 약 1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예고하며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Key Insights] 아마존의 1만6000명 대규모 감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AI 패권 경쟁을 위한 기업 체질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대규모 인력이 담당하던 관리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대규모 인력을 통한 외형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적 자원 중심의 전통적 조직에서 벗어나 AI 기술 내재화와 고도의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글로벌 격변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조건임을 직시해야 한다. [Summary] 아마존이 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사 인력의 약 4.6%에 해당하는 1만6000명을 감원한다. 최근 3개월간 누적 구조조정 규모는 3만명에 달한다. 앤디 재시 CEO는 팬데믹 기간 비대해진 조직의 슬림화와 AI 기술 확산에 따른 인력 축소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메타플랫폼스, 핀터레스트 등 경쟁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는 효율 경영 기조와 일치하는 글로벌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이다.
-
- 세계
-
[글로벌 핫이슈] 아마존, AI 주도권 확보 향해 1만6000명 구조조정 단행
-
-
코스피 5,000 돌파에 재계 지형도 대격변
-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와 재계 지형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방산, 로봇 등 성장 산업을 보유한 그룹은 덩치를 급격히 키운 반면 내수·소비 중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4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91.63포인트(1.87%) 오른 5,001.56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날 사상 처음 '오천피'를 달성했다. 기업집단별 시가총액은 삼성이 1,194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시총 급증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그룹 시총 1,000조원을 돌파했다. 2위는 SK는 시총 67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SK는 그룹 핵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시총이 158조7000억원에서 538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결과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300조6000억원)이었다. 반면 LG는 4위로 내려앉았고, 카카오·네이버 등 IT 그룹과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코스피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미니해설] 코스피 '오천피'돌파, 재계 순위 변동 코스피 5,000 돌파는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권력 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수 상승의 동력과 기업별 시가총액 변화를 들여다보면 '어떤 산업이 미래를 선점했는가'라는 질문에 시장이 분명한 답을 내놓고 있다. 이번 랠리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과 SK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AI 수요는 단순한 GPU 경쟁을 넘어 데이터센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인프라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반등과 중장기 공급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그룹 전체 시총을 끌어올렸다. 시장은 이를 일회성 호재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도 주목된다. 현대차는 불과 1년 만에 시총이 두 배 이상 늘며 LG를 제치고 재계 3위로 올라섰다. 전통 완성차 기업의 재평가라기보다는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2028년 생산라인 투입 계획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서 선두 주자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조선·방산·중공업 그룹의 시총 확대 역시 시장 흐름을 상징한다. HD현대와 한화는 순위는 유지했지만 덩치를 2~3배 키우며 LG를 바짝 추격했다. 글로벌 해양 플랜트, 방산 수출,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이 장기 성장 스토리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두산의 10위권 진입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은 '에너지+로봇'이라는 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반면 내수와 소비, 전통 IT 플랫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LG는 TV 사업 부진과 이차전지·석유화학 업황 둔화가 겹치며 4위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과 전기차 캐즘 장기화라는 이중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코스피 랠리 속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성장 스토리가 명확하지 않으면 지수 상승 국면에서도 주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위권 변화도 의미심장하다. 효성과 미래에셋은 각각 전력기기·첨단소재, 증시 활황 수혜를 발판으로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롯데, KT, KT&G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그룹은 소비 회복 지연과 비용·규제 부담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수출·기술·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5,000 돌파를 "산업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구조화되는 출발점"으로 본다. 반도체, AI 인프라, 조선·방산, 로봇처럼 중장기 성장성이 명확한 산업은 추가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내수와 전통 소비 산업은 구조조정과 신사업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스피 5,000 시대는 모든 기업에 축복이 아니다. 시장은 미래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더욱 냉정하게 가려내고 있다. 재계 전반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경제
-
코스피 5,000 돌파에 재계 지형도 대격변
-
-
[파이낸셜 워치(139)] 연일 사상 최고치 국제금값 어디까지 치솟나
- 숫자 자체가 역사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5%(71.7달러) 상승한 온스당 4,837.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장중에는 4,891.1달러까지 치솟으며 5,000달러 돌파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전날 4,700달러를 처음 넘어선 데 이어 하루 만에 100달러 이상 추가로 올라 금값은 이틀 연속 역사를 새로 썼다. 금 현물 가격 역시 이날 종가 기준 4,831.73달러로 마감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지난 1년 동안 75% 상승했고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50회 이상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979년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값이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5,00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며 "상승의 핵심 원인은 약달러 우려와 저금리 기조"라고 진단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트럼프…그린란드 관세 위협과 안전자산 쏠림 이날 금값 급등의 직접 도화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유럽 관세 위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그린란드 합병 구상을 재차 강조하며 이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자 글로벌 무역전쟁 재점화 공포가 시장에 번졌다. 위험 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집중됐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실질금리 하락, 투자자·각국 중앙은행의 탈달러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금이 '궁극적인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단단히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급등을 트럼프 변수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좁게 보는 것이다.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터진 충격파가 금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발행 이래 처음으로 4%를 돌파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불안이 번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조기 총선 선언과 감세 공약이 일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채권 투매와 주식 급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디에도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금으로 몰렸다. 주식도 채권도 더 이상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때 금의 '최후의 안전자산' 지위는 더욱 빛을 발한다. 3개월 만에 1,000달러 추가 상승…역사상 가장 빠른 가속도 금의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2025년 초 온스당 2,641달러에서 연말 4,341달러까지 단 한 해 만에 64.4% 급등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만 53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강세가 이어져 불과 3주 만에 11% 이상 추가 상승했다. 4,000달러를 처음 돌파한 것이 지난해 10월이었는데 그로부터 석 달 남짓 만에 4,800달러를 넘었다. 800달러에 달하는 상승폭이 단 3개월에 이루어진 셈이다. 역사적으로 이 속도는 유례가 없다. 2000년대 중반 금 강세장에서 1,000달러를 돌파하는 데 걸렸던 시간과 비교해도 지금의 가속도는 현격히 빠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값 기준으로도 현재 가격은 1980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귀금속 시장의 한 전문가는 "올라서는 안 될 가격대라고 했던 구간들을 금이 속속 돌파하고 있다"며 "시장이 금의 적정 가격 개념 자체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달러화 물결…중앙은행이 국채 대신 금을 선택하는 이유 금 강세의 저변에는 단기 투기 세력보다 훨씬 크고 지속적인 힘이 자리 잡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3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 인도, 튀르키예, 폴란드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탈달러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UBS는 2025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가 863톤에 달했으며, 올해에는 95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금협회(WGC)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1999년 72%에서 현재 57%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금 비중은 꾸준한 상승 궤도에 있다. 왜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을 선택하는가.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국가 부채 급증이 달러 자산의 장기 신뢰성에 균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제재 이후 미국이 외국 정부의 달러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면서 신흥국들은 서방의 통제 밖에 있는 실물 금을 선호하게 됐다. 금은 어떤 정부도 동결하거나 해킹할 수 없는 자산이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의 금 ETF 수요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UBS는 올해 글로벌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825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가 900명 이상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36%가 올해 말까지 금값이 5,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답했고 33%는 4,500~5,000달러 구간을 예상했다. 두 그룹을 합하면 70% 이상이 올해 금값 추가 상승에 베팅한 셈이다. 상승 원인으로는 중앙은행 매입(38%)과 재정 불안(2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은(銀)도 폭주 중…95달러 고점, 산업 수요가 불씨를 키웠다 금과 나란히 은(銀)도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지난 20일 온스당 95.8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1일에는 소폭 조정을 받아 94.58~95.04달러 범위에서 마감했지만 올해 들어 은의 상승 탄력은 금을 웃도는 구간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은값은 두 배 이상 오르며 금과 나란히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은 강세에는 금의 안전자산 수요에서 비롯된 공통 동력 외에 은만의 독자적 상승 요인이 더해진다. AI 서버, 전기차, 태양광 패널, 로봇 등 차세대 첨단 산업에서 은이 핵심 소재로 쓰이는 만큼 산업용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난해 11월 은을 '중요 광물'로 공식 지정하면서 그 전략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금값 부담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가격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도 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금·은 교환 비율(금 1온스를 사는 데 필요한 은의 온스 수)은 51배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인 65배를 크게 밑돌아, 은의 상대적 강세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월가의 목표가 경쟁…골드만삭스 4900달러에서 7150달러까지 금 강세에 대한 월가의 전망치 경쟁도 뜨겁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금 가격 목표를 온스당 4,900달러로 제시하며 금을 현재 "가장 확신하는 롱(매수) 또는 기본 시나리오 자산"으로 규정했다. 다안 스트루이벤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대표는 "금이 현재 다년간의 강세장에 있으며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을 헤지하려는 민간 투자자들이 올해도 보유분을 매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 수요가 가격 전망의 출발점 자체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는 더 앞서나가 올해 마지막 분기에 금값이 온스당 5,5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실시한 연례 귀금속 전망 설문에서는 응답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금 평균 가격이 5,0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가운데 ICBC스탠다드은행의 줄리아 두 수석 원자재 전략가가 가장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금 가격이 온스당 최고 7,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벨리 골드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리스 만치니는 "연준이 올해도 금리를 계속 낮춘다면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욱 줄어들어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 금값이 4,400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보수적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전망치의 편차가 크지만 공통점은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유지, 중앙은행의 구조적 매입, 지정학적 불안의 만성화 중 어느 하나라도 지속되는 한 금의 상승 여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적 상승의 3대 엔진…금리·탈달러화·지정학적 리스크 전문가들이 현재의 금 강세를 단순한 투기 버블이 아닌 구조적 상승으로 보는 근거는 세 가지 동력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실질금리 하락이다. 미 연준은 2025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낮을수록 보유 매력이 커진다. 연준이 올해도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는 한, 금의 기회비용은 계속 낮아진다. 두 번째는 달러 패권의 구조적 균열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부채 한도 갈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맞물리면서 달러 자산의 신뢰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최근 97대 초반으로 내려앉으며 약세 흐름을 타고 있다. 달러가 밀리면 달러 표시 금값은 자동으로 오른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만성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불안, 미·중 갈등에다 이번에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긴장까지 더해졌다. 국제 정치 불안이 일상이 되면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금을 항구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위기가 터질 때마다 금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금을 기본 자산으로 들고 가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국내 금값 1돈 90만 원 돌파 목전…골드뱅킹 2조 원 시대 국제 금시장의 열기는 국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금통장) 잔액은 최근 2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금통장 계좌 수도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순금 1돈(3.75g) 가격도 90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매진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방법도 다양해졌다. KRX 금 현물 계좌는 매매 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데다 부가세도 면제돼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금 ETF를 통한 간접 투자는 소액으로도 접근이 가능해 입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최근 금융 리포트를 통해 "현 가격대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보다 분할 매수를 통한 자산 배분 관점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 경제
-
[파이낸셜 워치(139)] 연일 사상 최고치 국제금값 어디까지 치솟나
-
-
머스크는 '미친 속도', 현대차는 '3만대 현실화'⋯휴머노이드 양산 전략 갈렸다
-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가 개발 중인 로보(무인)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생산 속도에 대해 "결국에는 미친 듯이 빨라질 것(insainly fast)"이라고 자신했다. 머스크 CEO는 2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초기 생산은 언제나 매우 느리게 시작해 S자 곡선을 따른다"며 "생산 증가 속도는 새로 도입되는 부품과 공정 단계의 수에 반비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버캡과 옵티머스는 거의 모든 요소가 새로워 초기 생산 단계에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딜 수밖에 없지만, 일정 궤도에 오르면 속도는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답글을 단 게시물은 테슬라 관련 정보를 자주 공유해온 소여 메리트의 글로, 사이버캡 생산이 100일 이내에 개시되고 혁신적인 제조 공정이 처음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을 담고 있다. 해당 글은 사이버캡 1대가 10초 미만에 생산 라인을 통과하고, 장기적으로는 약 5초 이하의 사이클 타임을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주주총회에서 사이버캡 양산 시점을 2026년 4월로 못 박았고, 옵티머스를 연간 100만 대 규모로 생산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양산 시점인 2026년 4월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연기된 시점이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대량 생산품'으로 규정한 테슬라의 구상과, 보다 현실적인 제조 로드맵을 제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와 대비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산업 현장 투입을 전제로 한 단계적 양산 전략을 공개했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연간 3만 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공장 자동화와 물류·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연구용 시연을 넘어 공장 자동화·물류·제조 보조 인력으로의 상용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또한 아틀라스는 지난 8일 글로벌 통신매체 씨넷(CNET)으로부터 'CES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틀라스가 공장·물류 중심의 즉시 적용 가능한 산업형 휴머노이드라면, 옵티머스는 장기적으로 가정·서비스까지 노리는 범용 AI 휴머노이드라고 할 수 있다. 즉, 아틀라스는 "언젠가 (사용)될 로봇"이 아니라 이미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 로봇이라는 점이 옵티머스와의 성격이 다르다. 머스크가 '초기 정체 후 폭발적 성장'이라는 테슬라식 제조 혁신을 강조했다면,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이미 가동 중인 산업 시스템에 결합해 안정적인 수요와 품질을 먼저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속도와 규모, 그리고 현실적 적용이라는 서로 다른 해법 속에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IT·과학
-
머스크는 '미친 속도', 현대차는 '3만대 현실화'⋯휴머노이드 양산 전략 갈렸다
-
-
[파이낸셜 워치(138)]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폭탄'에 금·은값 연일 사상 최고치 질주
- 숫자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한국 시간 19일 오전 8시 30분 트로이온스(31.1g)당 4,690.59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갈아치웠다. 20일 오전 10시 현재 4,673달러선에서 거래 중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값도 거침없다. 20일 오전 8시 장중 온스당 94.73달러까지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45년 만의 기록이었던 48.7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남짓 만에 두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불씨를 당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다. 그러나 불길이 이토록 거세게 번지는 데는 훨씬 깊은 구조적 동력이 작동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 훼손 우려, 달러 패권의 구조적 균열, 각국 중앙은행의 탈달러화 금 매입, 중국의 은 수출 봉쇄와 산업 수요 폭발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귀금속 시장을 전대미문의 가격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린란드 화약고 터지다…관세 2월 10%, 6월 25% 단계적 폭격 이번 귀금속 폭등의 직접적 방아쇠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당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유럽 8개국을 직접 거명하며 "이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국가들은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이어 내달 1일부터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품 전반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는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못 박았다. 관세 철회 조건은 단 하나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을 위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8개국이 관세 위협의 표적에 오른 것은 이들이 최근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주요 시설 방어를 위한 합동 훈련이라는 명분이었지만,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구상에 대한 유럽 차원의 무력 시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의 당위성에 대해 "미국이 150년 이상 이 거래를 추진해 왔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어 미국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영국·독일·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는 18일 공동 성명을 통해 "나토 회원국으로서 북극 안보 강화에 전념하며,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약화시키는 위험한 악순환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완전히 잘못됐다"고 직격했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미·EU 무역 협상 과정에서 준비해뒀다가 시행을 유예해온 930억 유로(약 162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보복 관세 패키지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잉 항공기·미국산 자동차·버번 위스키 등이 대상 품목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공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미·유럽 갈등 격화는 유럽 증시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유럽 우량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19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1.72% 하락한 5,925.62포인트로 마감하며 최근 2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린란드 갈등의 직접 당사국인 덴마크 대표지수 OMXC는 2.73% 급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수치로 드러냈다. '셀 아메리카' 재점화…달러인덱스 99선 붕괴, 귀금속 상대가치 부상 귀금속 급등을 더욱 가속화한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0일 오전 9시 15분 기준 99.03으로, 전날 종가 99.39 대비 0.36% 하락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99선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밀린 것으로, 달러 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이 금으로 대거 유입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이 재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은 달러가 약해질수록 상대적 가치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영국계 투자은행 필헌트의 피터 말린-존스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최근 귀금속 가격 변동은 달러 자산 기피 흐름과 미·유럽 무역전쟁이 유발할 인플레이션 우려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둔 파월 의장을 잇따라 압박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이것이 달러 변동성을 높이며 귀금속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낙점할 차기 의장이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취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장기 실질금리 하락 전망으로 이어지고, 이자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금 보유의 기회비용을 낮춰 금값 상승 기대를 부추긴다.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3.50~3.75%로 낮췄고, 시장은 올해도 추가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질금리가 내려갈수록 금값이 올라가는 역의 상관관계는 현재 귀금속 시장의 핵심 작동 원리다. CNBC는 "지정학적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는 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비축 경향까지 겹치며 귀금속 가격 상승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3개월 내 금 5000·은 100달러"…월가 전망치 경쟁 과열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3개월 안에 금값과 은값이 각각 온스당 5,000달러와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중 4,691달러에 육박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올해 들어서만 신고가 경신이 12차례를 넘어선 만큼, 씨티그룹의 전망 실현이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월가 주요 분석가 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금 현물 가격이 올해 말까지 온스당 4,61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미 현재 가격이 이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금값은 2,641달러에서 4,341달러로 64.4% 급등하며 46년 만의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 탄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나인티원 자산운용의 조지 체벌리 천연자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의 랠리는 강력하지만 여전히 탄탄한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다"며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다각화하는 상황에서 금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추가 상승 가능성보다 현저히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가격 수준에서 금 채굴 기업들의 이익 마진이 2024년 대비 4~5배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하며, 금값 강세의 수혜가 광산주까지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값 1돈 97만 원 돌파…골드바 품귀·골드뱅킹 잔액 역대 최고 국제 귀금속 시장의 열기는 국내로도 고스란히 번지고 있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순금 1돈(3.75g) 매입 가격은 97만 1,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 시장에서도 순금 1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금 통장) 잔액도 역대 최대를 경신했고,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소형 골드바는 주문 후 수령까지 대기가 길어지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투자 수단을 두고 세후 수익률을 따지는 투자자들도 부쩍 늘었다. KRX 금 현물 계좌는 매매 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데다 부가세도 면제돼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투자 방식으로 꼽힌다. 소액 접근이 가능한 금 ETF는 입문 투자자들의 진입 통로가 되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현 가격대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보다 분할 매수를 통한 자산 배분 차원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며 투자자들에게 과열 경계감을 조언했다.
-
- 경제
-
[파이낸셜 워치(138)]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폭탄'에 금·은값 연일 사상 최고치 질주
-
-
IPO 열풍의 또 다른 얼굴⋯주식 100억 넘는 '신규 상장 부자' 119명
-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개인 주주가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12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 16일 종가 기준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초과한 개인 주주는 119명으로 집계됐다. 평가액 구간별로는 1조원 이상 1명, 1000억~1조원 미만 19명, 500억~1000억원 미만 19명, 300억~500억원 미만 14명, 100억~300억원 미만 67명이었다. 주식 평가액이 1조원을 넘긴 인물은 제약·바이오 기업 에임드바이오 최대 주주인 남도현 CTO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960~1970년대생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30대 주식 부자도 12명에 달했다. [미니해설] 2025년 신규 상장사서 100억 이상 주주 119명…바이오 업종 강세 지난해 국내 IPO 시장은 상장 건수 자체보다 '상장 이후 누가 얼마나 큰 부를 쌓았는가'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개인 주주가 119명에 달한 것이다. 단기간에 '상장 부자'가 대거 탄생했다는 점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주식 가치가 1조원을 넘긴 인물은 단 한 명이지만, 1000억원 이상 보유자만 20명에 달했다. 과거 일부 대기업 오너나 장기 상장사 창업자 중심이던 ‘주식 부자 지도’가, 최근에는 상장 직후 급등한 신생 기업 창업자와 핵심 경영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에임드바이오의 최대 주주인 남도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남 CTO는 2200만주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며 평가액 1조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보다 주가가 약 25% 상승하면서, 기술 창업자가 단기간에 조 단위 자산가로 올라서는 전형적인 바이오 IPO 성공 사례로 꼽힌다. 1000억원대 자산가 그룹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리브스메드, 명인제약, 알지노믹스 등과 함께 오름테라퓨틱 창업자인 이승주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상장 이후 주가가 400% 넘게 급등하면서 주식 평가액이 700억원대에서 4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상장 후 300% 이상 주가가 뛰며 개인 주주들의 자산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연령 분포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60~1970년대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1980~1990년대생도 3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주식 부자가 12명이나 등장한 점은 벤처 창업과 기술 기반 기업 상장이 세대 교체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주식 부자'가 장기간 기업을 키운 결과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상장과 동시에 자산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직후 급등한 주가는 기대감에 크게 의존한 경우가 많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바이오 기업은 임상 결과나 사업 진척 상황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중 제약·바이오 업종이 주식 부자 상위권을 사실상 휩쓸었다"며 "기술력과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컸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상장 이후에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사업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IPO 시장은 '상장만으로도 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인식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시켰다. 단기간에 탄생한 신규 상장 주식 부자들이 향후에도 자산 가치를 유지·확대할 수 있을지는, 시장의 기대를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 IT·과학
-
IPO 열풍의 또 다른 얼굴⋯주식 100억 넘는 '신규 상장 부자' 119명
-
-
규제에도 꺾이지 않았다⋯용인 수지 아파트값 4.25% '전국 최고'
-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에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용인시 수지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누적 4.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최고 상승률로, 성남시 분당구(4.16%)를 웃돌았다. 서울 송파구(3.63%), 과천시(3.44%) 등 주요 선호 지역도 수지구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지구는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강남 접근성과 판교·반도체 산업단지와의 직주 근접성을 갖춘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인식되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니해설] 용인수지, 아파트값 상승률 최상위 지역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의 초점은 '규제 이후 어디로 자금이 이동하느냐'로 옮겨갔다. 대출 한도 축소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수요가 뒷받침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시 수지구다. 1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4%를 넘는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이후 보기 드문 흐름이다. 특히 주간 상승률이 12월 넷째 주 0.51%까지 치솟아, 단기적으로도 매수세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규제지역 지정 이후에도 가격이 상승한 분당구보다 높은 상승률이라는 점은 시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저평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수지구는 경부고속도로 축을 따라 형성된 이른바 '경부 라인'에 속하면서도, 오랫동안 분당이나 강남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 탓에 가격 상승 속도가 더뎠다. 그러나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출퇴근 여건이 크게 개선된 데다 판교 테크노밸리,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단지와의 거리도 짧아 직주 근접성을 중시하는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됐다. 교육 여건도 수지구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다. 풍덕천동과 성복동을 중심으로 학원가와 학교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중산층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거래를 보면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e편한세상수지 등 주요 단지에서 전용 84㎡ 기준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15억원 안팎의 가격대는 강남이나 분당 주요 단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 규제 역시 수지구로의 수요 이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10·15 대책에 따라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되면서, 15억원 전후 가격대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택지로 부각됐다. 수지구 주요 단지 상당수가 이 구간에 형성돼 있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수월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의 낙수효과'로 해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입지 여건이 양호하지만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지역은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강화될 때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지구 역시 규제를 계기로 실수요가 집중되며 가격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지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물은 10·15 대책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가격은 오르지만 거래는 줄어드는 '강보합·저유동성'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향후 변수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꼽힌다. 최근 법원이 관련 행정소송에서 정부 손을 들어주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현실화될 경우, 수지구는 배후 주거지로서 추가 수요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 다만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한 단기 급등보다는 완만한 상승과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지구의 최근 집값 흐름은 '규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지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직주 근접성, 교육 환경, 가격 부담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리며 실수요 중심의 상승세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향후 수도권 주택 시장을 읽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 경제
-
규제에도 꺾이지 않았다⋯용인 수지 아파트값 4.25% '전국 최고'
-
-
블랙록, 지난해 4분기 최대 자금 유입⋯운용자산 첫 14조달러 돌파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운용자산(AUM)을 처음으로 14조 달러(약 2경574조4000억 원)를 넘어섰다.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3개월간 3420억 달러(약 502조 6000억원)의 순유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전망을 웃도는 수준으로 주식과 채권 사업이 유입을 주도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고객 자금 약 7000억 달러(약 1028조 7200억 원)가 회사로 유입됐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도 운용자산 확대에 힘을 보탰다. 주가 랠리로 고객 자산 가치가 추가로 2650억 달러 늘어나면서, 블랙록의 총 운용자산은 애널리스트 예상치(약 13조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블랙록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연간·분기 순유입을 기록한 뒤, 전 사업 부문에서 가속화된 모멘텀과 함께 2026년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록은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에 1230억 달러(약 180조8600억 원)가 유입되며 해당 사업의 운용자산이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878조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채권 ETF에도 520억 달러(약 76조4200억 원)가 추가로 유입됐다. 이 같은 ETF 자금 유입은 액티브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기관 자금의 소폭 유출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번 분기 성장에는 시티그룹의 초고액자산가 고객 자산 약 800억 달러(약 117조5700억 원)의 운용을 블랙록이 맡게 된 거래도 포함됐다. 이는 최근 수년간 업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 아웃소싱 계약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사모시장 부문에서도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사모대출 사업에는 72억 달러(약 10조 5800억원), 인프라 투자 부문에는 약 50억 달러(약 7조3500억 원)가 각각 유입됐다. 핑크 CEO는 "2030년까지 사모시장 부문에서 4000억 달러(약 587조 8400억원)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매우 견조한 자금 모집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말했다. 한편 블랙록의 4분기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70억 달러(약 10조 2900억원)로 집계됐으며, 연간 매출은 242억 달러(약 35조5700억 원)에 달했다. 다만 분기 순이익은 직원 보상 확대와 잇단 인수에 따른 비용 증가로 33% 감소한 11억 달러(약 1조 6200억원)를 기록했다.
-
- 경제
-
블랙록, 지난해 4분기 최대 자금 유입⋯운용자산 첫 14조달러 돌파
-
-
한은, 기준금리 2.50% 5회 연속 동결⋯'인하 신호'도 지웠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동결로, 새해 첫 회의에서도 완화 기조를 멈추고 관망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낮출 경우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7.5원으로 10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고환율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가 들썩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고, 서울 아파트값도 4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의결문에서는 그동안 유지해 온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가 삭제됐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되 물가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결정하겠다"고 밝혀, 추가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니해설] 한국은행, 뛰는 환율에 기준금리 2.5%로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시 묶으면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은 한층 더 '안정'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하며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었던 흐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새해 첫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을 뿐 아니라,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표현 자체를 삭제한 점은 시장에 적잖은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은 단연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40원대까지 밀렸다가 새해 들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며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은 상황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한은으로서도 부담이다. 실제로 미국의 정책금리는 3.50~3.75% 수준으로, 한·미 금리차는 이미 상당한 폭으로 벌어져 있다. 고환율은 물가를 자극하는 경로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와 수입 쇠고기 가격 상승 폭이 컸는데, 이는 환율 상승이 수입 단가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물가 안정 목표를 2%로 설정한 한은 입장에서는 섣부른 금리 인하가 물가 기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역시 변수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48주 연속 오르며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경우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의결문 변화다. 금통위는 2024년 10월 금리 인하 이후 줄곧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 문구를 완전히 삭제했다. 이는 단순한 문구 조정이 아니라, 통화정책 스탠스가 보다 중립적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추가 인하가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물론 한은이 완전히 긴축 쪽으로 선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이었던 내수 부진과 성장 둔화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8%로 상향 조정된 점은,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경기 부양용 인하’를 서두를 필요성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는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한 차례 추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점친다.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둔화되거나, 내수 회복이 제한적일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과 물가,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올해 내내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언급한 'K자형 회복' 역시 중요한 변수다. 수출 대기업과 일부 산업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자영업과 취약 계층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각돼 있다. 이러한 양극화 속에서 한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선택지를 꺼내 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한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시간 벌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환율, 물가, 자산시장, 성장 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정책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이다. 이번 동결과 의결문 변화는 그 출발점에 가깝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상반기 내내 유지될 이 관망 기조가 하반기에 어떤 방향으로 흔들릴지에 쏠리고 있다.
-
- 경제
-
한은, 기준금리 2.50% 5회 연속 동결⋯'인하 신호'도 지웠다
-
-
[글로벌 핫이슈] 미국·대만 무역협정 타결 임박…관세 15% 인하·TSMC 공장 5곳 추가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 사이의 무역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대만 TSMC가 미국 본토에 반도체 공장을 대규모로 추가 건설하는 이른바 빅딜이 성사 직전인 것으로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대만산 수입 관세 15%로 인하 NYT 보도에 따르면 수개월간 이어져 온 미국과 대만의 무역 합의안은 현재 막바지 법적 검토를 거치고 있으며 이달 중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협의의 핵심은 대만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현행 20%에서 15%로 낮추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한국 및 일본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대만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와 다수의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별도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긴급 수입 제한이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강력한 조항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TSMC 애리조나 공장 5곳 추가 건설 미국이 관세 인하라는 당근을 제시한 이면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대규모 미국 내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TSMC는 관세 장벽을 낮추는 대가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소 다섯 곳 이상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약속했다. 이는 현재 애리조나주에 계획된 공장 수를 두 배가량 늘리는 파격적인 조치다. TSMC는 2020년 이후 애리조나주에 첫 번째 공장을 완공했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두 번째 공장을 마무리 중이며 향후 4곳을 더 건설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이번 무역 협상의 결과로 최소 5곳이 추가되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당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무역 협상을 일찌감치 마쳤지만 미국 상무부의 232조 관세 문제와 TSMC의 투자 규모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최근 TSMC가 공장 증설을 위해 애리조나주에서 새로운 부지를 매입하면서 길었던 협상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됐다. [Key Insights] 미국과 대만의 무역 합의는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전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대만은 관세 인하를 얻어내는 대신 TSMC의 핵심 생산 기지를 미국 본토에 대거 내어주는 타협을 택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에는 거대한 도전이다. 미국 시장에서 대만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과 동등해지며 미국의 반도체 자립 가속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대미 투자 및 통상 협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Summary]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의 무역 협상이 사실상 타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대만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0%에서 한국, 일본과 같은 15%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그 대가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소 5곳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반도체 등 일부 전자제품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별도 관세 대상에 포함될 여지를 남겨두었다.
-
- 세계
-
[글로벌 핫이슈] 미국·대만 무역협정 타결 임박…관세 15% 인하·TSMC 공장 5곳 추가
-
-
[파이낸셜 워치(135)] '사나에노믹스의 공포'⋯엔화 158엔대 붕괴
- 외환시장의 판이 9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뒤집혔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소집될 정기국회 개회와 동시에 중의원(하원) 조기해산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터져 나오자 엔화는 달러당 158엔대로 추락하며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재정 확장과 적극 지출을 두 축으로 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노선-가 조기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한층 거세게 가속될 것이라는 공포가 엔화 매도 버튼을 누른 것이다. 하지만 엔화가 팔리는 동안 닛케이 선물은 오히려 급등하며 '다카이치 랠리'가 재점화되는 역설적 장면이 연출됐다. 연준 금리동결 확률이 95%까지 치솟아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달러인덱스(DXY)는 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시장의 이목은 이제 23일 정기국회 개회일과 BOJ의 다음 정책 결정으로 쏠리고 있다. 158엔대 붕괴…1년여 만에 가장 약한 엔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달러당 158.185엔까지 밀렸다. 지난해 1월 중순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달러당 157.88엔으로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 대비 0.64% 하락했다. 올해 들어 엔화는 이미 약세 기조를 이어오던 터였으나 이날 조기해산 보도가 낙폭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닛케이는 "중의원 해산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엔화값이 급락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 재정을 가속할 경우 재정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평균선물(3월물)은 장중 5만3,860엔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마감한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지수(5만1,939)를 무려 1,90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엔화 약세가 수출 대기업 실적에 유리하다는 계산에다 지지율 높은 정권의 국회 해산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쉽다는 경험칙이 더해진 결과였다. 런던 외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면서 "보도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엔화 약세와 일본 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나에노믹스'의 공포…재정 확장이 엔화를 짓누른다 이날 엔화가 왜 팔렸는지 이해하려면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노선을 먼저 봐야 한다. 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는 경기 부양책과 정부 지출 확대로 인해 일본 정부의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다카이치 정권은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120조 엔 이상으로 잡았다. 역대 최대인 올해 예산(약 115조 엔)을 넘어서는 금액으로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국채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국채가 팔리면 금리가 오르는 게 통상적인 논리다. 그런데 최근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경제 성장 기대감이 아니라 재정 악화와 일본 국채 흡수 능력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가 올라도 엔화가 강해지지 않는 이 역설적 구조가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엔화가 재정 불확실성으로 인한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의원 조기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경우 이 재정 확장 노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논리가 작동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이후 60~7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책 추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이 정점에 가까운 지금 유권자에게 직접 신임을 묻고 의석을 대거 확보하면, 이후 재정 확장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사라진다. 시장은 이 시나리오를 '엔화에 나쁜 소식'으로 즉각 해석했다. BOJ의 딜레마…금리를 올려도 엔화는 팔린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로 인상했다.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 수준이다. 통상적 외환 논리라면 금리 인상이 자국 통화 강세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그 공식을 거부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시 수석 외환전략가는 BOJ의 다음 금리 인상을 2026년 10월로 내다보며 "인상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아 있어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금리를 올렸어도 다음 인상이 언제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일 금리 격차는 여전히 3%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있다. 연준 기준금리(3.50~3.75%)와 BOJ 기준금리(0.75%) 간 간극이 유지되는 한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 구조는 그대로 살아 있다. 이 딜레마는 구조적이다.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장 노선이 더욱 강화될 경우 BOJ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상황에서 BOJ가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재정 확장과 통화 긴축은 서로 충돌하는 구조다. MUFG는 BOJ가 금리 인상을 통한 정책 정상화 방향을 시장과 명확하게 소통해야 엔화의 과도한 약세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저지선 160엔…당국 개입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 엔화가 158엔대로 밀리자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160엔 방어선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가능하다면 달러·엔 환율 160엔 선을 지키려 할 것이지만 약세 압력 속에서 환율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60엔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난해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지켜냈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엔화가 이 수준에 근접하면 재무성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직접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외환 개입의 반전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근본적인 미·일 금리 격차와 재정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엔화 약세 압력은 재차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일본 헌법과 국회법상 중의원 조기 해산은 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최대 권한이다. 1955년 자민당 결성 이래 총 22번의 해산이 있었으며 취임 1년 이내에 실시한 경우가 전체의 60%에 달한다. 총선이 반드시 여당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례도 적지 않아, 해산 결단 자체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시장에 던지는 측면도 있다. 달러 2주 연속 강세…연준 동결 확률 95%, 달러인덱스 99선 안착 엔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는 광폭 강세를 이어갔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25% 오른 99.13으로 마감했다. 2주 연속 상승이다. 유로화는 0.2% 하락한 1.1635달러, 영국 파운드는 0.25% 내린 1.3403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도 달러는 0.2% 오른 0.801프랑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의 토대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5%로 집계됐다. 불과 한 달 전의 68%에서 무려 27%포인트나 뛰어오른 수치다. 올해 들어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탄탄한 경기 흐름을 보여주면서 '연준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깊이 자리 잡은 결과다. 미·일 금리 격차가 이만큼 벌어진 상태에서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엔화를 차입하는 캐리 트레이드는 수익 구조가 탄탄하게 유지된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달러인덱스의 99선 안착이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여부가 이번 주 외환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증시와 엔화의 역주행…'다카이치 랠리'의 빛과 그림자 이날 시장이 보여준 엔화 급락과 닛케이 선물 급등의 공존은 다카이치 총리 집권 이후 반복돼온 패턴의 재현이었다. 수출 대기업이 상장주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증시 구조상 엔화 약세는 해외 매출의 엔화 환산 가치를 높여 기업 실적을 끌어올린다.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면 증시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그러나 그 뒷면의 청구서는 일반 시민에게 돌아온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야 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확대·통화완화 조합이 엔화 약세를 구조적 방향성으로 굳히는 한 이 명암은 당분간 함께 이어질 전망이다. 재정 확장이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냐, 아니면 재정 건전성 악화와 수입발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냐—이것이 시장이 지금 저울질하는 핵심 질문이다. 23일 정기국회 개회일 전후로 조기해산 여부가 공식화될 경우 이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한층 빠르고 강하게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 경제
-
[파이낸셜 워치(135)] '사나에노믹스의 공포'⋯엔화 158엔대 붕괴
-
-
[기후의 역습(191)] 남극 초대형 빙산, 불길한 푸른 용융수 속에 소멸 임박
- 남극에서 분리된 초대형 빙산 A-23A가 푸른 빛의 용융수로 뒤덮이며 소멸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학자들은 이 빙산이 수주 내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고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빙산 A-23A는 1986년 남극 필히너(Filchner) 빙붕에서 떨어져 나왔다. 분리 직후 면적은 약 4000㎢로,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였다. 그러나 미 국립빙산센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초 기준 A-23A의 면적은 1182㎢로 줄었다. 2025년 여름철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수차례 대형 파편이 떨어져 나간 결과다. NASA의 테라(Terra) 위성에 탑재된 중해상도 영상분광계(MODIS)가 2025년 12월 26일 촬영한 영상에는 빙산 표면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푸른색 용융수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현재도 뉴욕시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바다에 남아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승한 우주비행사가 하루 뒤 촬영한 사진에서는 더 넓게 확산된 용융수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푸른 죽(blue-mush)' 형태의 표면이 빙산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테드 스캠보스 연구원은 "빙산 내부 균열에 고인 물의 무게가 얼음을 밀어내 균열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빙산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얇은 흰색 띠 역시 특징적인데, 이는 수면 부근에서 가장자리가 녹아 빙산 판이 위로 휘어지면서 생기는 '성곽-해자(rampart-moat)' 구조다. 빙산 표면에 나타난 푸른색과 흰색의 선형 무늬는 수백 년 전 빙하가 남극 암반 위를 이동하며 생긴 긁힘 자국의 흔적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의 월트 마이어 연구원은 "빙하 흐름 방향과 나란히 형성된 미세한 능선과 골이 지금은 용융수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대 볼티모어카운티 캠퍼스의 크리스 슈먼 연구원은 "오랜 시간 눈이 쌓이고 바닥에서 녹는 과정이 반복됐음에도 이런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위성 영상은 빙산에서 물이 외부로 분출되는 이른바 '블로아웃(blowout)' 현상도 시사한다. 빙산 상부에 고인 물의 압력이 가장자리를 뚫고 빠져나가며 수십 미터 아래 바다로 쏟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담수가 해수와 섞여 '담수 방출 플룸(freshwater discharge plume)'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징후를 종합할 때 A-23A가 완전히 해체되기까지 며칠에서 수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슈먼 연구원은 "남반구의 여름이 본격화되면 맑은 하늘과 따뜻한 공기, 해수 온도가 빙산 붕괴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며 "A-23A가 올 여름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빙산이 떠 있는 해역의 수온은 약 섭씨 3도로 더 따뜻한 해역으로 이동하는 해류를 타고 있어 소멸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A-23A는 남극 빙산 가운데서도 유난히 긴 여정을 거친 사례로 꼽힌다. 웨델해의 얕은 해저에 30년 넘게 고정돼 있다가 2020년 풀려난 뒤 한동안 테일러 컬럼으로 불리는 소용돌이 해류에 갇혀 회전했다. 이후 북상하며 사우스조지아 섬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빠져나와 2025년 한 해 동안 급격한 분해 과정을 겪었다. 수십 년간 이 빙산을 추적해 온 과학자들에게 A-23A의 종말은 감회가 남다르다. 슈먼 연구원은 "위성 관측 덕분에 이 빙산의 진화를 이토록 자세히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한다"며 "A-23A는 결국 다른 남극 빙산과 같은 운명을 맞겠지만, 그 여정은 유례없이 길고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A-23A가 사라지더라도 남극 연안에는 여전히 여러 초대형 빙산이 대기 중이다. A-81, B22A, D15A 등은 각각 1500㎢가 넘는 규모로, 언젠가 남극을 떠나 북쪽으로 향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
- 사회
-
[기후의 역습(191)] 남극 초대형 빙산, 불길한 푸른 용융수 속에 소멸 임박
-
-
[심층 보도] AI가 몸을 얻었다⋯피지컬 AI 원년 개막
- 2023년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에서 텍스트를 생성하고 이미지를 그리는 '가상의 지능'에 머물지 않는다. 2026년 들어 AI는 로봇의 몸을 입고 공장 라인을 돌리며, 자율주행차가 되어 도로를 누비고, 가정에서 커피를 내리는 '물리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전환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실물 경제의 핏줄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향후 10년 새 9배 성장이 전망되고 한국에서만 327만 개의 일자리가 AI 대체 위험에 놓여 있다. 세계 제조업 강국이자 반도체·ICT 분야의 선도국인 한국에게 피지컬 AI는 산업 도약의 기회인 동시에 대비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2026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CES 2026 기조연설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로봇공학의 챗GPT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했다. 8년 만에 CES 기조연설대에 복귀한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AI가 모니터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다는 선전포고였다. 본지는 피지컬 AI의 개념과 등장 배경,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산업·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 그리고 한국의 과제를 종합적으로 심층 취재했다. 피지컬 AI란 무엇인가-'AI, 물리 법칙 이해하기 시작' 피지컬 AI란 단순히 로봇에 AI를 탑재한 개념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챗GPT가 텍스트를 생성하고 코드를 작성했다면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로 도로를 누비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어 스마트 공장 라인을 돌린다. 기술적으로 피지컬 AI는 카메라, 라이다(LiDAR) 등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모터 기반 액추에이터를 통해 물건을 집거나 이동하는 등 물리적 작업을 수행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사전에 정의된 규칙과 고정된 환경 안에서의 정밀 반복'에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대응하는 '적응형 지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마치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텍스트 데이터를 입력받아 인간의 언어 능력을 모방했듯이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 데이터를 입력받아 인간의 물리적 작업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입니다. 이제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CES 2026 기조연설(2026년 1월 6일) 젠슨 황 CEO는 이미 2025년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로봇·차량이 현실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로봇이 현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을 포함하며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를 통해 수백만 개의 합성 모션 데이터로 로봇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CES 2026-피지컬 AI의 '실전 선언' 2025년 CES가 '화려한 가능성의 전시'였다면 2026년 CES는 '현실 적용을 전제로 한 기술·제품 중심의 전시'로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킨지 파브리지오 회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용 로봇이 동시에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차세대 완전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며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8년부터 반복 공정에 실제 투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복잡 공정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봇을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인간 역량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정의하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를 제시했다. LG전자는 가사 작업에 특화한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 D)'를 선보였다. AI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학습하며, 거주자의 스케줄과 생활 패턴에 맞춰 가전을 제어하는 AI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고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시연 영상은 SNS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두산로보틱스는 0.1mm 수준의 정밀 작업이 가능하고 AI가 작업 경로를 자율 생성하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을 결합한 '스캔앤고(Scan&Go)'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사물 인식을 넘어, 도로 위에서 공이 굴러가면 사람이 뒤따라 나올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인식'이 아닌 '추론'의 영역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도약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전망-10년 새 9배,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4년 약 270억 달러(약 37조7000억 원)에서 2033년 약 2350억 달러(약 328조6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10년 새 약 9배에 달하는 폭발적 성장으로, 이는 단순한 자동화 투자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보안 시장의 팽창도 주목할 만하다. 퓨처마켓인사이츠(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로보틱스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5년 약 47억 달러(약 6조 원)에서 2035년 약 143억 달러(약 18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1.7%에 이른다.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만큼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산업의 동반 성장은 불가피하다. 피지컬 AI의 양산화는 '자동차 산업 초기의 석유'에 비유된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면 희토류 등 전략적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이는 새로운 자원 패권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자석용 희토류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은 공급망 리스크로 주목된다. 중국은 이미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는 2024년 9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에 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H1에 이어, G1(1만6000 달러), R1(5900 달러)로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며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UBTECH는 2025년 11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대량생산을 시작했으며 2027년까지 연간 1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자신하는 사이, 중국은 '양산의 벽'을 먼저 넘고 있는 셈이다. 산업 현장의 변화-'극한의 현장'부터 '내 집 안'까지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는 곳은 제조업과 물류 현장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위의 단순 반복 작업만 수행했다면 피지컬 AI 로봇은 불규칙한 부품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작업 경로를 설계하며 돌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한다. 엔비디아가 창고 자동화를 위해 선보인 '메가 블루프린트(Mega Blueprint)'는 액센츄어, 키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채택해 대규모 물류 자동화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농업·재난 대응 현장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약품 배달 로봇이 운용되고 수술 보조 로봇의 정밀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장에서는 AI 탑재 수확 로봇이 과실의 숙성도를 식별해 선별 수확하고 화재·붕괴 현장에는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누비는 재난 대응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LG 클로이드, 일본의 러봇(Lovot), 미국의 엘리큐(ElliQ) 등 홈로봇은 물리적 온기와 눈 맞춤, 미세한 표정까지 구현하며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넘보고 있다. 엘리큐는 약 복용 알림, 대화, 가족 연결 기능으로 고령층의 일상에 직접 개입한다. 자율주행차 역시 피지컬 AI의 핵심 구현체로 탑승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노동시장의 충격-327만 개의 일자리가 흔들린다 피지컬 AI의 확산은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취업자 중 24%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전망이다. AI 기술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327만 개(전체 취업자의 13.1%)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더욱 구체적이다. AI 기술 도입이 확산되면서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서비스·단순노무직 고용 감소, 여성 임금 하락, 30~44세 남성 고용 악화 등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반면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정보보안 분석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 AI 관련 신규 직종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일자리 보고서에서 2025~2030년 사이 기술직과 AI 관련 직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자체가 일자리의 위협이 되기보다는 AI를 업무 조력자로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이 노동시장 수요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삼일PwC경영연구원 분석 보고서 MIT CSAIL 연구팀은 현재 대다수의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기에는 경제적 효율이 아직 부족해 일자리 대체가 예상보다 점진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업들의 자동화 결정이 급격히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의 빠른 확산이 '점진적 변화'에서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도전과 응전-'ICT 강국'의 골든타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ICT 강점과 제조업 기반 등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국가 차원의 피지컬 AI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과 제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 시대의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을 심의·의결했다. 2030년까지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한 미래기술을 선점하고, 국산 AI반도체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피지컬 AI 특화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피지컬 AI는 확산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 자원, 개발 비용, 첨단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기술 보유국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격차가 복지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면서도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리와 안전-'행동하는 존재'의 잘못된 판단 생명 위협 피지컬 AI의 등장은 AI 윤리 논의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이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의 잘못된 판단은 실제 사고·손해·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 위협의 차원도 달라진다. 기존의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 탈취나 서비스 마비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에 대한 공격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물리적으로 오작동시켜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보안 기업들은 기존 SOC(보안관제센터)·XDR(확장형 탐지·대응) 기반의 역량을 피지컬 AI 환경 전반의 '운영 신뢰성 관리 인프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보행할 때의 규칙은 무엇인가. AI의 물리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가 지는가. 안전 인증과 윤리적 기준은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는가. 2026년은 이 질문들에 대한 사회적 답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술보다 선택이 먼저다'-피지컬 AI 시대의 과제 피지컬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불평등의 원천이 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재교육 체계 구축, 규제 정비, 사회 안전망 재설계가 피지컬 AI 시대의 필수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 격차가 복지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 AI를 적대적 위협이 아닌 인간 역량의 확장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 그리고 국제적 규범과 윤리 체계의 선제적 마련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절실하다. 2026년은 피지컬 AI 기술이 완성되는 해가 아니라 인간과 피지컬 AI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사회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원년이다. [기자의 시각] AI가 몸을 가진 시대, '책임의 몸'은 누가 만드나 CES 2026 취재 현장에서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 위에 도열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 기자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경탄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저 로봇 중 하나가 판단을 잘못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피지컬 AI는 분명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기술이다. 고령화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위험한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빠른 진보에 비해 제도적·윤리적 준비는 현저히 뒤처져 있다. 한국은 AI반도체 전략을 수립하고 피지컬 AI 특화 NPU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로봇의 물리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체계, 자율주행 사고의 보험·배상 기준, AI 로봇의 윤리 가이드라인은 아직 백지에 가깝다. 327만 명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 앞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낙관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교육 시스템은 어디에 있는가. 전환기의 노동자를 보호할 사회 안전망은 갖춰져 있는가. 기술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의 '피지컬 AI 격차'가 새로운 글로벌 불평등으로 고착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가 '몸'을 갖게 된 이 시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로봇이 아니라 '책임의 몸'-기술의 결과에 대해 사회가 함께 지는 제도적·윤리적 프레임워크-을 서둘러 만드는 일이다. 기술은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인간의 차례다. 【참고 자료】 1.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CES 2025·2026 기조연설(라스베이거스), NVIDIA Blog Korea 2. 시사위크—'[CES 2026] 현실로 나온 인공지능, 피지컬 AI가 온다'(2026.1.5) 3. Deloitte Insights—'AI goes physical: Navigating the convergence of AI and robotics'(2025.12.10) 4. Future Market Insights—'Cyber Security in Robotics Market Size and Forecast 2025–2035'(2025.9.17) 5. Astute Analytica—'산업용 로봇 시장 보고서: 글로벌 로봇 시장 2024~2033 성장 전망' 6. KDI 한국개발연구원—'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2025) 7. 한국은행 조사국—'한국 노동인구 AI 대체 위험 분석 보고서'(2024) 8. 삼일PwC경영연구원—'AI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2025) 9.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10. 세계경제포럼(WEF)—'Future of Jobs Report 2025'
-
- IT·과학
-
[심층 보도] AI가 몸을 얻었다⋯피지컬 AI 원년 개막
-
-
정의선, CES 2026서 삼성전자에 즉석 협업 제안⋯피지컬 AI 연합 가속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와의 협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 마련된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을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의 안내로 130형 마이크로 RGB TV, 인공지능(AI) 가전 등을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로봇청소기를 살펴보던 정 회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와의 결합을 언급하며 "같이 한번 협업해보자”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이후 두산, 현대차그룹, 퀄컴, LG전자 부스를 차례로 방문하며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협업 행보를 이어갔다. [미니해설] 정의선, 삼성전자 부스 찾아 즉석 "콜라보" 제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CES 2026 행보는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 실물 AI)를 축으로 한 글로벌 기술 연합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 부스에서 나온 '즉석 협업 제안'은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로봇청소기를 살펴보던 중, 현대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를 언급했다. 모베드는 울퉁불퉁한 노면과 경사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으로, 배송·물류·촬영 등 다양한 모듈과 결합이 가능하다. 정 회장의 발언은 가전 로봇에 이동성과 지형 대응 능력을 결합해 활용 범위를 넓히는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태문 대표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양사 간 협력 논의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은 스마트폰 전시존에서는 두 번 접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직접 접어보며 삼성전자의 폼팩터 혁신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는 전장·모빌리티와 가전, 모바일을 아우르는 사용자 경험 확장이 향후 협업의 또 다른 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방문에 앞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부스 인접에 자리한 두산그룹 부스를 먼저 찾았다. 두산은 수소 연료전지와 로봇 사업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어, 현대차그룹과 사업 영역의 접점이 넓다. 정 회장은 두산퓨얼셀의 수소 기술과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솔루션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수소와 로보틱스를 잇는 미래 산업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부스를 방문해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한 AI 로보틱스 기술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와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로보틱스 총괄과 짧은 환담을 나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전날 구글 딥마인드와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정 회장의 발걸음은 퀄컴 부스로도 이어졌다. 그는 프라이빗룸에서 퀄컴의 휴머노이드용 고성능 로봇 프로세서 '드래곤윙 IQ10'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접 나서 안내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AI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이후 LG전자 부스를 찾아 차량용 AI 솔루션을 체험했다. 전면 유리에 투명 OLED를 적용한 디스플레이, 시선 인식 기반 비전 AI, 운전자 안면 인식 등 차세대 AI 콕핏 기술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략과도 맞물린 행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에는 글로벌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와 같이, 정 회장의 이번 CES 행보는 '단독 개발'이 아닌 '연합 전략'을 통해 미래 기술 패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 IT·과학
-
정의선, CES 2026서 삼성전자에 즉석 협업 제안⋯피지컬 AI 연합 가속
-
-
현대차, CES 2026서 '로봇 3만 대 양산' 선언⋯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로 테슬라 정면 승부
-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축으로 한 '피지컬 AI(Physical AI·실물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돌입한다.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넘어 양산과 현장 투입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가동하며,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하고, 2028년부터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을 글로벌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대규모 로봇 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완성차 공장을 로봇 학습과 검증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자동차를 만드는 로봇과 물류·배송을 담당하는 로봇까지 직접 개발·운영하는 '로보틱스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먼저 자사 공장에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테슬라가 '옵티머스(Optimus)'를 통해 추진 중인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는 완전 자율 구동을 전제로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최대 50㎏의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섭씨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고, 하루 이내에 새로운 작업을 학습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와 서열 작업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복합 부품 조립 공정으로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전략의 핵심에는 '피지컬 AI'가 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코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둔 데 비해,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AI를 의미한다. 자율주행 차량, 로봇, 스마트 공장이 대표적인 적용 분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로봇 하드웨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담당하고, AI 소프트웨어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개발한다. 딥마인드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를 접목해, 아틀라스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추론·행동하는 능력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도 피지컬 AI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그룹 내부 역량 결집도 병행된다. 현대차·기아는 제조 인프라와 생산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정밀 액추에이터와 핵심 부품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공급망 최적화를 맡아 로봇 활용 범위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한다. 연구·학습·검증·양산·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통합 관리 체계를 통해, 장기적으로 '로봇 서비스(RaaS)' 사업 모델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피지컬 AI 기반 로봇 시장은 향후 수십 년간 빠른 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가장 가파른 성장세가 전망된다. 자동차, 조선, 물류 등 다양한 제조·산업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사업 구조는 피지컬 AI 경쟁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평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AI의 중심이 피지컬 AI로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 제조 공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현대차그룹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3만대 양산 계획은 이러한 전략을 실행 단계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 IT·과학
-
현대차, CES 2026서 '로봇 3만 대 양산' 선언⋯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로 테슬라 정면 승부
-
-
[기후의 역습(190)] 서부 캐나다 빙하, 2025년 급속도로 후퇴
- 2025년 서부 캐나다의 빙하가 관측 사상에 가까운 속도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더글로브앤메일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빙하 후퇴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른 지질 재해와 수자원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남동부의 버가부 주립공원에서는 빙하가 형성한 자연 댐이 붕괴되며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등산객과 하이커 60여 명이 고립돼 헬기로 구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발 3000m를 넘는 화강암 봉우리로 유명한 이 지역은 전 세계 산악인들이 찾는 명소지만 빙하 축소로 지형 안정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빙하학자들은 2025년을 서부 캐나다 빙하 관측 역사상 최악의 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빙하 표면에서 평균 2.5m에 달하는 물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질량 기준으로 약 300억 톤이 사라진 것과 맞먹는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북부대 지구과학과 브라이언 메뉴노스 교수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라며 "최근 몇 년의 누적 손실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스러운 추세"라고 말했다. 2025년은 유엔이 지정한 '빙하 보전의 해'이자, 과학자들이 역대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한 시기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아시아의 치명적 홍수 등 전 세계적 기후 재난이 잇따른 가운데 북극권 역시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메뉴노스 교수는 "빙하를 보전하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부 캐나다에는 1만8000개가 넘는 빙하가 분포해 있으며 이는 해양 생태계와 지역 사회의 수자원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빙하가 급속히 줄어들면 호수와 하천의 유량 조절 기능이 약화돼 가뭄 위험이 커지고, 실제로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앨버타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산악 빙하가 2100년까지 절반 이상의 질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해 왔지만 최근 관측 결과는 이 전망조차 낙관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메뉴노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4년간의 빙하 손실 속도가 이전 10년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완만한 감소 구간을 이미 지났고, 훨씬 가파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빙하 소실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각국이 제출한 기후 대응 계획으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감축량의 1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서부에서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18년간 유지해 온 소비자 탄소세를 폐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개시와 신규 송유관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원주민 단체들은 빙하 축소가 생태계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관측과 대응 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인디언 추장 연합의 마릴린 슬렛 재무총장은 "빙하는 많은 원주민 공동체에 신성한 존재"라며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의 책임 차원에서 연구와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빙하 아래 형성되는 호수의 수자원 활용 가능성 등 적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메뉴노스 교수는 "단순히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이 손실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사회
-
[기후의 역습(190)] 서부 캐나다 빙하, 2025년 급속도로 후퇴
-
-
금융지주 수장들 "올해 승부수는 AI·생산적 금융"
- 한국의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이 올해 경영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생산적 금융'과 '인공지능(AI) 전환'을 제시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새해 경영 슬로건으로 '그레이트 챌린지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내걸고 인공지능 전환(AX)과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AI 기술 확산과 자산 이동 가속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며, 기존 틀을 넘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자산과 AI 비즈니스에서 선제적으로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전사적 AX와 생산적 금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금융지주 회장들 "새해 생산적 금융·AI·코인 등 주력"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공통적으로 '생산적 금융'과 'AI 전환'을 올해 경영 전략의 양대 축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금융 환경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단순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은행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기술 혁신과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술이 금융 질서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금융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이는 영업·리스크 관리·고객 응대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은행 중심 금융의 위기를 보다 직설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자산 이동이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가속화되는 흐름을 지적하며, 금융회사가 기존 틀 안에 머무를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제시한 '전환과 확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통 금융에서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넘어, AI와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고객과 사업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임에 성공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생산적 금융을 보다 명확한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우리금융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금융을 통해 성장성과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전략으로 평가된다. 주목할 점은 생산적 금융이 단순한 정책 구호를 넘어 금융지주들의 공통된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전문적 사업성 평가 능력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 없이는 생산적 금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무분별한 기업금융 확대가 아니라, AI 기반 분석과 데이터 역량을 결합한 '선별적 금융'을 의미한다. 올해 금융권의 핵심 과제는 기술을 활용해 리스크를 통제하면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있다. AI 전환과 생산적 금융은 각각 독립된 전략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금융그룹의 중장기 생존 전략을 구성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이 이 변화를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올해 경영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 경제
-
금융지주 수장들 "올해 승부수는 AI·생산적 금융"
-
-
[ESGC] 미세플라스틱, 혈관 침투해 심장병 가속⋯수컷에서만 치명적 영향
- 미세플라스틱이 혈관 깊숙이 침투해 심혈관 질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동일한 조건에서 수컷에서만 동맥경화가 현저히 악화되는 성별 차이가 관찰돼,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에 대한 새로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UCR) 의과대학 연구진은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동맥경화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포장재·의류·플라스틱 제품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체내에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직접 교란해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단 내용은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 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장청청 저우 교수는 "심혈관 연구 전반에서 남녀 간 반응 차이가 반복적으로 관찰돼 왔는데, 이번 결과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정확한 기전은 추가 규명이 필요하지만, 성염색체 차이와 에스트로겐의 보호 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 전반에 확산된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음식, 식수, 공기 전반에 퍼져 있으며, 최근에는 인체 내부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임상 연구에서는 동맥경화 플라크(죽상반) 내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체내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 입자들이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인지, 아니면 질병 과정에 동반되는 부산물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저우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최소화하며, 고도로 가공된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실험으로 확인된 성별 차이 연구진은 동맥경화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LDL 수용체 결핍 생쥐(LDLR 결손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수컷과 암컷 모두 비교적 건강한 사람의 식단에 해당하는 저지방·저콜레스테롤 사료를 제공받았으며, 9주간 체중 1㎏당 하루 10㎎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됐다. 이는 오염된 음식과 물을 통해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수준을 반영한 양이다. 그 결과, 수컷 생쥐에서는 동맥경화가 급격히 악화됐다.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 기시부의 플라크 면적은 63% 증가했고, 상흉부에서 갈라지는 완두동맥에서는 무려 624%까지 늘어났다. 반면 동일한 조건에 노출된 암컷 생쥐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체중 증가나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험 개체들은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을 유지했고, 혈중 지질 수치도 변화가 없었다. 이는 비만이나 고지혈증 같은 전통적 위험 요인과 무관하게 혈관 손상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 교란 확인 연구진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분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을 보호하는 내피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교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피세포는 혈관 내부를 덮고 염증 조절과 혈류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미세플라스틱 노출 시 이 세포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광 표지된 미세플라스틱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입자가 실제로 죽상반 내부와 내피층에 축적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는 최근 인체 연구에서 보고된 결과와도 일치한다. 더 나아가 쥐와 인간의 내피세포 모두에서 플라크 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 활성화가 확인돼, 종을 초월한 공통 반응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체 영향 규명은 과제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미세플라스틱과 심혈관 질환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실험적 증거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사람에게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종류별 차이, 남녀 간 취약성 차이의 분자적 기전 규명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저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인체 영향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번 연구가 미세플라스틱을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사회
-
[ESGC] 미세플라스틱, 혈관 침투해 심장병 가속⋯수컷에서만 치명적 영향
-
-
[글로벌 핫이슈]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215조원 펀딩 유치
- 인공지능(AI)업체 등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1500억달러(약 215조 원)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이같은 자금조달 규모는 이전 사상 최대치인 2021년의 920억 달러(약 132조 원)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는 초대형 펀딩 몇 건이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일본 소프트뱅크 주도의 펀딩에서 410억 달러(약 59조 원)를 유치했다. 오픈AI 경쟁사 앤스로픽은 13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를 조달했다. 스케일 AI는 메타플랫폼으로부터 140억 달러(약 20조 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이밖에 코딩 에이전트 기업 애니스피어,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 싱킹 머신스 랩 등이 올해 벤처캐피털로부터 여차 차례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여러 투자자가 AI에 대한 열기가 여전히 높은 시기에 현금을 충분히 쌓아둘 것을 대형 스타트업들에 조언했다고 전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벤처 투자 공동 책임자인 라이언 빅스는 "(스타트업의) 최대위험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채 펀딩 환경이 말라버리고, 그 결과 사업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반대로 약간의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 사업이 성공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 자금이 일부 선도적 대형 스타트업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스타트업이 대체로 2~3년에 한 번 펀딩에 나서지만 성과가 가장 뛰어난 AI 스타트업들이 몇 달 만에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에 흘러드는 자금이 말라가는 와중에 나왔다. 빅스는 "투자자들은 누가 승자가 될지가 보다 명확한 '후기 단계' 투자로 몰리고 있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열두 곳 정도뿐이다. 다른 기업들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올해 대형 스타트업의 펀딩 붐의 배경에는 선도적 대형 스타트업들이 과거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실적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딩 도구 '커서'를 만든 애니스피어의 '연간순환매출(ARR)'이 지난달 현재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로 연초 대비 약 20배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애니스피어가 투자 유치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6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에서 270억 달러(약 39조 원)로 급등했다. 퍼플렉시티도 경영진이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올해 네 차례나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회사 코튜의 파트너 루카스 스위셔는 치열한 AI 인재 확보 경쟁 속에서 펀딩이 잠재 인재들에게 자사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며 핀테크 스타트업 램프를 사례로 들었다.아울러 펀딩 사유에 향후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내년에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소규모 경쟁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대형 스타트업들이 M&A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Key Insights] 실리콘밸리에 유입된 215조 원의 막대한 자금은 AI 산업이 초기 탐색기를 지나 소수의 거대 독점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 인재 싹쓸이와 유망 기술 기업 인수합병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직시하고, 파편화된 투자보다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핵심 AI 기술과 인프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다. [Summary]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 대형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5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자금의 대부분은 오픈AI, 앤스로픽 등 소수의 최상위 AI 기업에만 집중되었다. 이들은 압도적인 매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조달된 막대한 현금은 치열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자, 향후 자금난에 빠질 중소 규모의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강력한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 세계
-
[글로벌 핫이슈]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215조원 펀딩 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