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걷고 싶은 비밀의 정원, 그리고 약속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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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 25회. "함께 걷고 싶은 비밀의 정원, 그리고 약속된 하루" 사진=챗GPT5.3 생성 이미지


제25회


 

"됐어요, 됐어요, 미상 씨! 바로 그거요. 지금 그 이야길 단편소설로 쓰세요."


희정 씨가 호언장담했다.


"반드시 당선할 수 있어요."


자신이 생각해도 그럴듯한 소재였기에 미상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상 씨의 태도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희정 씨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그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해요."


소파에서 일어나 단정하게 앉은 희정 씨는 한쪽 손을 쳐들었다.


"주인공을 대학생으로 하기보다는 중년의 연극단 단역배우로 하고 그 사람의 연극에 대한 집념을 보여줘야 해요. 깊은 밤 텅 빈 무대에서 혼자 주인공 연기를 열연하는 장면을 집요한 묘사로 숙연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인생을 대하는 인간 개인의 운명과 그 운명의 곡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요. 어쩌다 우연히 행인 역할을 경험했다면 그런 사람은 진짜 행인이 아니죠."


자신의 조언이 건방지게 들리지 않았나 염려한 희정 씨가 이번에는 농담처럼 말했다.

 

"상금을 타거든 여행을 가요."


희정 씨는 자신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그곳은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섬이다.


"코모로제도에 속한 마요트라는 섬인데, 지금은 프랑스령 해외 레지옹이지요. 이 섬은 코모로제도가 독립 국가로 건국할 때 주민투표에 따라 계속 프랑스령으로 남았대요. 배신자들일까요, 아니면 자유주의자들일까요?"


전직 교사답게 마요트라는 섬의 역사에 대해 말하면서 독립하는 제도에 편입하기보다 프랑스에 속한 피식민지 비슷한 상태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희정 씨는 이러한 원시적 자유의지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어때요? 한 번 가볼 만한 곳이죠?"


그러나 그 섬에 가기에 희정 씨의 건강이 좋지 못했다. 당시엔 그나마 외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었으나 언제 다시 심각한 상태로 추락할지 알 수 없었다. 희정 씨의 그러한 소원과 달리 미상 씨가 가고 싶은 곳은 두 사람이 함께 가기 가능한 곳이었다.


"저는 비원과 선유도에 가고 싶어요. 서울에 있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왜? 왜 거길 가보고 싶어요?"


"희정 씨는 가봤나요? 비원과 선유도에?"


"비원은 일본인이 지은 이름이고 우리말로는 창덕궁 후원이잖아요. 나는 고등학교 시절 가봤어요. 내가 그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으니까요. 그런데 선유도는 어디에 있어요? 남해안 어디 있는 섬 아닌가요?"


"아닙니다. 선유도는 한강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선유도는 서해에 있는 선유도가 아니라 서울 양화대교 가운데 있는 선유도입니다."


"그래요?"


두 손을 모아 단전을 감싸며 희정 씨가 말한다.


"난 서울에 그런 섬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이름으로 보자면 신선이 노닌다는 섬이잖아요. 그런 섬이 서울 한가운데 있어요?"


"예. 나도 최근에 알게 됐어요. 소설 쓰면서 리서치 하다 보니 그런 섬이 양화대교 아래 있었어요. 그래서 가보고 싶어요. 우리 곁에 있는 비밀의 정원과 신선이 노니는 섬에."


그해 가을 미상 씨는 「행인」이라는 단편소설을 썼고 희정 씨의 호언장담대로 그 작품으로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했다. 미상 씨는 드디어 소설가가 되었고 상금도 탔다. 그러나 그해 겨울부터 희정 씨의 몸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마요트에도 비원에도 선유도에도 갈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비원 관람권을 예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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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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