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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美 해병대, 중동 전선 추가 급파⋯'에픽 퓨리' 지상군 투입 임계점 오나
- 이란과의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 해병대의 핵심 타격 전력이 중동으로 추가 급파됐다. 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약 2200명의 해병대원과 군함 3척으로 구성된 '해병 원정대(MEU)'가 이번 주 초 캘리포니아를 출발해 작전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CBS 뉴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미 서태평양에서 이동 중인 첫 번째 원정대에 이은 추가 전개로, 중동 내 미군 전력 밀도는 개전 이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소형 항모'급 트리폴리함의 위용…입체적 상륙 전력 결집 이번 전력 증강의 선봉은 앞서 급파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LHA-7)'이다. 일본 사세보를 모항으로 활동하던 트리폴리함은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중에서도 최신 사양인 '빅 덱(Big Deck)' 구조를 갖춘 함정이다. 기존 상륙함과 달리 상륙정 진수용 갑판(Well Deck)을 과감히 없애는 대신, 항공기 격납고와 유류 저장 공간을 대폭 넓혔다. 이를 통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B와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해 사실상 '경항공모함'의 역할을 수행한다. 해병 원정대는 지상 전투, 공중 지원, 군수 보급이 하나로 통합된 독립 작전 단위다. 과거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작전이나 카리브해 내 유조선 차단 작전 등에서 검증됐듯, 해상 기지를 거점으로 한 신속한 목표 점령에 최적화되어 있다. 캘리포니아발 두 번째 원정대까지 합류할 경우, 미군은 이란 해안선 전역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상륙 및 정밀 타격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전사자 13명 발생…'부츠 온 더 그라운드'의 딜레마 전력 증강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란 본토에 대한 '부츠 온 더 그라운드(Boots on the ground·지상군 투입)' 여부가 국제 안보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미군 주도의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수행 중 전사한 미 서비스 멤버는 총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가 누적되면서 공습 위주의 작전에서 나아가 전략적 거점을 직접 장악해야 한다는 군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일단 강하게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디에도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그런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에 미리 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규모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경계하는 미 국내 여론을 다독이는 동시에, 적대국에게는 작전 의도를 숨기려는 특유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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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美 해병대, 중동 전선 추가 급파⋯'에픽 퓨리' 지상군 투입 임계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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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이라크 불가항력·브렌트 112달러…나스닥 조정 문턱, 4주 연속 하락
- 뉴욕증시가 이라크의 불가항력 선언이라는 새 충격에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4주 연속 하락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사상 최고 대비 9.5% 빠져 조정권역 문턱에 섰고, 소형주 지수 러셀2000은 이미 조정권역에 진입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1.51% 내린 6506.48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2.01% 급락한 2만1647.61,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43.96포인트(0.96%) 내린 4만5577.47에 장을 닫았다. S&P500은 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다우지수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4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고, 3월 한 달 낙폭이 6%를 넘어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성과를 향해 가고 있다. 이날 오후 낙폭을 결정적으로 키운 것은 이라크의 전면 불가항력 선언이었다. 이라크 석유부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방해로 원유를 수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유전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쿠웨이트 미나 알-아흐마디·미나 압둘라 정유소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겹쳤다. 브렌트유는 3.26% 뛴 배럴당 112.19달러에 마쳤으며, 장중 113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이번 달에만 55%, 올해 들어 84% 폭등했다. 국채시장도 흔들렸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4.39%까지 올랐고,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10월까지 연준이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하루 만에 6%에서 30%로 급등했다. 금값은 이번 주 9.5% 급락해 2011년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채권이 팔리고 채권 대체 자산인 금까지 이탈 압력을 받은 것이다. S&P500 500개 종목 중 약 400개, 80%가 하락했다. 통상 방어주로 분류되는 유틸리티가 3.5% 넘게 떨어지며 낙폭을 주도했고, 리츠(부동산)와 IT도 2% 이상 밀렸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각각 3% 내렸다. 수퍼마이크로컴퓨터는 미국 수출통제법 위반 관련 임직원 해임 및 공동창업자 기소 소식에 30% 폭락했다. [미니해설] 전쟁 3주 차, 시장이 새로 묻기 시작한 질문 "금리 인상 가능성" 이란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공포 구조가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가가 오른다"가 핵심 공포였다. 그다음 주는 "유가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것인가"였다. 이번 주 시장이 새로 꺼내 든 질문은 한 단계 더 위험하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닌가." 금리선물 시장이 하루 사이에 금리 인상 확률을 6%에서 30%로 끌어올린 것은 단순한 투기적 베팅이 아니다. 유가 급등→물가 재점화→연준 정책 역전이라는 시나리오가 이제 '최악의 꼬리 리스크'가 아닌 '고려해야 할 현실 시나리오'로 격상됐다는 신호다. 모건스탠리는 "금리 인상 공포는 과도하다"고 진화에 나서며 연내 두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인하 시점은 기존 6·9월에서 9·12월로 미뤘다. UBS도 연말 증시 상승 전망을 유지하며 "지정학적 사건을 시장 타이밍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낙관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에너지 충격이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이 이란 너머로 번지고 있다 이날 시장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이라크의 불가항력 선언이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라크가 이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의 직접 당사국이 아닌 이라크마저 호르무즈 봉쇄 여파로 수출길이 막혀 불가항력을 선언했다는 것은, 이번 충격이 이란·이스라엘 분쟁의 틀을 넘어 중동 전역의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쿠웨이트 정유소 드론 공격까지 더해지면서 사우디, UAE, 카타르에 대한 이란의 보복 위협이 공허한 말이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가 되살아났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지상군 파병이 현실화한다면 최소 몇 주 더 고유가·고휘발유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주식시장은 이런 규모의 이벤트를 충분히 반영할 만큼 하락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S&P500이 최고점 대비 7.3% 하락에 그쳐 다른 지수보다 선방한 것도 거꾸로 말하면 추가 하락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80%의 종목이 하락하고, 방어주인 유틸리티마저 3.5% 내린 이날 장세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안전지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값의 이례적 폭락도 주목해야 한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금은 통상 가장 강한 피난처다. 그런데 이번 주 금은 9.5% 급락해 2011년 이후 최악의 주간 성과를 냈다. 이는 채권 금리 급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다시 말해, 시장은 지금 전쟁의 공포보다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금리 정책 불확실성을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관전 포인트—PMI·소비자심리·연준 발언이 방향을 가른다 다음 주 시장의 시선은 세 곳에 집중된다. 첫째, 화요일에 발표되는 구매관리자지수(PMI)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 나오는 주요 기업경기 설문인 만큼, 에너지 충격이 실물경제 체감에 얼마나 빠르게 전이됐는지를 보여줄 첫 번째 정량 신호가 된다. 둘째, 금요일 소비자심리지수다. 휘발유가 갤런당 3.91달러, 경유가 5.16달러로 오른 현실이 소비자 지갑과 심리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한 주 내내 예정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다. 금리 인상 확률이 하루 만에 24%포인트나 뛴 상황에서 당국자들이 시장의 공포를 달랠지, 아니면 경계 발언을 추가할지가 증시 방향을 결정할 변수다.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말 증시 상승 전망을 고수하며 장기 투자자에게 "시장을 지키라"는 조언을 유지했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가 10%에 불과해 충격에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권은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덮치는 이중 충격"에 직면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분석했다. 페덱스는 3분기 매출 개선과 전망 상향으로 강세를 보였고, 룰루레몬은 실적 호조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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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이라크 불가항력·브렌트 112달러…나스닥 조정 문턱, 4주 연속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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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5개월째 유지했지만⋯정부, 중동 변수에 하방위험 다시 꺼냈다
- 정부가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경제부는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소비 등 내수 개선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를 근거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회복'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 건설투자 회복 지연, 취약부문 고용 애로 등이 겹치며 물가 상승과 민생 부담 확대,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제동향 보고서에 사실상 '경기 하방 위험' 취지의 표현을 담은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아직 최근 지표에는 중동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점검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숫자는 회복을 가리키는데…정부가 8개월 만에 '하방위험'을 다시 꺼낸 이유 재정경제부가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소비 등 내수 개선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회복'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 건설투자 회복 지연, 취약부문 고용 애로 등을 이유로 물가 상승과 민생 부담 확대,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사실상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실제로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고,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7%, 일평균 수출액은 49.0% 늘었다. 반도체(161%), 컴퓨터(222%), 선박(41%)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정부는 중동 충격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3월 그린북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바깥 충격이 커지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경기 회복' 판단을 유지했다. 실제 수치만 보면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적지 않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었다. 2월 소비 흐름도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 확대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1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올랐고, 국내 카드 승인액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증가했다. 내수가 바닥을 찍고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은 더 선명하다.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7% 증가했고,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49.0% 급증했다. 주력 품목별로 보면 컴퓨터 수출이 222% 늘었고, 반도체는 161%, 선박은 41% 증가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가 다시 강하게 살아나면서 전체 경기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도 아직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올라 전월과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특히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2.4% 떨어졌다. 고용도 개선됐다. 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만4000명 늘어 1월 증가폭 10만8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경기 회복이라는 정부 표현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 굳이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라는 표현을 넣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왜일까. 핵심은 지금 나오는 지표가 아직 최근 중동 충격을 본격 반영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재 발표되는 소비, 물가, 수출 수치는 중동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전의 흐름을 상당 부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2월까지의 숫자는 괜찮지만 3월 이후는 다를 수 있다는 경고다. 조성중 경제분석과장도 이란 전쟁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고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숫자보다 선행 위험을 먼저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민감한 변수는 역시 국제유가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다. 중동 긴장이 길어져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그 부담은 곧바로 생산비와 물류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나아가 생활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이번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안정됐고 석유류 물가가 2.4% 하락한 것도, 결국 유가가 본격 반등하기 전의 결과일 뿐이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지금의 안정적인 물가 흐름은 유지되기 어렵다. 정부가 이번에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를 한 문장에 묶은 것도 이런 이유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통계보다 서민 체감에 먼저 반영된다. 소비 지표도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카드 승인액 전체는 6.3% 증가했지만 할인점 카드 승인액은 오히려 10.6% 감소했다. 이는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모든 계층과 업태에 고르게 퍼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일부 서비스 소비나 온라인 소비는 살아나고 있지만 생활 밀착형 소비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 112.1 역시 숫자상으론 개선이지만, 중동 변수와 유가 충격이 체감되기 시작하면 다시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내수 회복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외부 충격에 견딜 체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 역시 구조적으로는 취약성이 남아 있다. 2월 수출 28.7% 증가, 일평균 수출 49.0% 증가라는 성적표는 매우 강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반도체와 컴퓨터 같은 IT 품목 쏠림이 크다. 반도체 161%, 컴퓨터 222% 증가가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복의 폭이 넓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과와 통상환경 악화가 현실화하면 수출 회복세는 예상보다 빨리 둔화할 수 있다. 정부도 국제경제 상황에 대해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좋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고용도 숫자와 체감 사이 간극이 있다. 2월 취업자 수가 23만4000명 늘어 1월의 10만8000명보다 크게 개선된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를 공식 언급했다. 이는 전체 고용 증가가 일부 업종이나 연령대에 집중돼 있고, 건설·제조 일부나 취약계층에서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건설투자 회복 속도 역시 정부가 별도로 우려하는 변수다. 건설은 고용과 내수, 지방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분야다. 이 부문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면 전체 경기 회복의 온기가 넓게 퍼지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에 단순 진단에 그치지 않고 대응책도 함께 내놨다. 중동 상황의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번 하방 위험을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관리 대상 리스크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추경을 서두르겠다는 메시지는 유가와 환율, 금융시장 변동성이 민간의 자생 회복만으로 흡수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정부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3월 그린북은 '회복'과 '경고'가 동시에 담긴 보고서다. 1월 소매판매 2.3% 증가, 2월 소비자심리지수 112.1, 카드 승인액 6.3% 증가, 수출 28.7% 증가, 일평균 수출 49.0% 증가, 반도체 161% 증가, 컴퓨터 222% 증가, 소비자물가 2.0%, 취업자 23만4000명 증가라는 숫자들은 분명 회복을 가리킨다. 그러나 할인점 카드 승인액 10.6% 감소, 취약부문 고용 애로, 건설투자 부진, 미국 관세 리스크, 중동발 유가 급등 가능성은 그 회복의 바닥이 아직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부가 8개월 만에 다시 ‘하방위험’을 꺼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좋아지는 중이지만, 동시에 매우 쉽게 흔들릴 수도 있는 회복 국면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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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5개월째 유지했지만⋯정부, 중동 변수에 하방위험 다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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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2.73% 급락⋯중동 쇼크에 5,760선 후퇴
- 코스피가 19일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충격 속에 2% 넘게 하락하며 5760선으로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81포인트(2.73%) 내린 5763.22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20.90포인트(1.79%) 하락한 1143.48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7.9원 오른 1501.0원에 주간 거래를 끝내며 다시 1500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를 받치고 있는 삼성전자(-3.84%), SK하이닉스(-4.07%)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그밖에 현대차(-4.22%), 기아(-2.63%), LG에너지솔루션(-3.26%), POSCO홀딩스(-3.29%)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면 KB금융(0.65%), 신한지주(1.58%), 우리금융지주(0.30%)는 상승하며 낙폭을 일부 상쇄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연준의 매파적 신호, 원화 약세가 한꺼번에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니해설] 유가·환율·연준의 삼각파고…코스피를 덮친 중동 리스크의 경로 코스피가 19일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충격 속에 2% 넘게 하락하며 5,760선으로 밀려났다. 19일 국내 증시 급락은 단순한 하루짜리 조정이 아니라, 중동 정세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경로로 충격을 전이시키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세였다. 코스피는 장 초반 5,761.40으로 출발한 뒤 한때 5,738.95까지 밀렸고, 결국 5,763.2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143.48로 내려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5.0원까지 치솟은 뒤 1,501.0원에 마감했다. 주식과 환율이 동시에 흔들렸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위험회피 장세의 성격이 짙었다. 직접적인 충격원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간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타격 소식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브렌트유는 18일 종가 기준 배럴당 107.38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19일 들어서는 한때 112달러선을 웃돌 정도로 불안이 증폭됐다. 원유와 가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 부담 확대 우려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증시가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신호가 불안을 더 키웠다. 연준은 3월 1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고 금리 인하 횟수는 1회 수준으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현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 매파적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유가 급등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서둘러 완화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강화되자 달러 강세가 재차 힘을 받았고, 이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국내 증시 내부를 보면 하락의 중심은 역시 대형 수출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84%와 4.07% 하락하며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고, 전날 급등했던 현대차(-4.22%)와 기아(-2.63%)도 차익실현과 위험회피 매물에 밀렸다. LG에너지솔루션(-3.26%), 삼성SDI(-0.62%), POSCO홀딩스(-3.29%) 등 이차전지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같은 경기민감 대형주 비중이 높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와 환율,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흔들릴 때 지수 전체가 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삼성전자 와 SK하이닉스 종가는 각각 200,500원, SK하이닉스 1,013,000원으로 각각 상징적 가격선을 지켜낸 점은 추가 급락보다는 변동성 확대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남겼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주의 상대적 선방이다. KB금융(0.65%), 신한지주(1.58%), 우리금융지주(0.30%)는 상승 마감했고 하나금융지주(-1.14%)만 약세였다. 이는 고환율과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배당 매력과 밸류에이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 기대가 큰 기술주나 경기민감주가 흔들릴 때 전통 금융주로 자금이 부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물론 금융주 상승만으로 시장 전체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수급이 완전히 한 방향으로 쏠리지는 않았다는 점은 확인됐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날 이례적으로 강한 경계 메시지를 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원화 흐름이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국이 환율 1,500원 선을 사실상 심리적 경계선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추가로 악화해 유가가 더 오르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과 증시를 둘러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세 가지 변수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첫째는 중동 충돌 격화에 따른 유가 급등, 둘째는 연준의 신중하고 매파적인 태도, 셋째는 그 여파로 나타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수급 불안이다. 한국 증시는 최근 반등 과정에서 단기간에 빠르게 올라 있었던 만큼 대외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이 당장 주목할 변수는 유가가 110달러 안팎에서 더 치솟는지, 환율이 1,500원대에서 안착하는지,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 기대가 얼마나 더 후퇴하는지다. 이 세 축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코스피의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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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2.73% 급락⋯중동 쇼크에 5,760선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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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발 약세, 한강벨트로 번졌다⋯성동 103주 만에 하락 전환
-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약세 흐름이 강남3구를 넘어 한강벨트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발표한 3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5%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전주 대비 0.03%포인트 줄어 2월 첫째 주 이후 7주 연속 둔화했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의 약세가 4주째 이어진 가운데 성동구가 0.06%에서 -0.01%로 돌아서며 2024년 3월 둘째 주 이후 10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동작구도 0.00%에서 -0.01%로 내려 57주 만에 약세를 보였다. 서초구는 -0.15%, 용산구는 -0.08%로 낙폭이 확대됐고 송파구는 -0.16%, 강남구는 -0.13%를 기록했다. 강동구도 -0.02%로 내림폭이 커졌다. 반면 중구(0.20%), 성북구(0.20%), 서대문구(0.19%), 영등포구(0.15%), 양천구(0.14%), 강서구(0.14%) 등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우려가 고가 주택지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니해설] 한강벨트까지 번진 서울 아파트 조정장…세금·매물·수요 재편의 삼중 압력 강남3구에서 시작된 서울 아파트 가격 조정이 이제는 한강변 핵심 주거벨트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울 전체 매매가격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승장의 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3월 셋째 주에도 0.05% 올라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상승폭이 전주보다 0.03%포인트 줄었다. 2월 첫째 주 이후 7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는 점은 단순한 숨 고르기를 넘어 시장 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흐름의 핵심은 약세 지역의 확산이다. 그동안 조정의 중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대출 규제, 가격 부담이 집중된 강남3구와 용산구였다. 실제로 서초구는 -0.15%, 강남구는 -0.13%, 송파구는 -0.16%, 용산구는 -0.08%를 기록하며 4주째 약세를 이어갔다. 주목할 지점은 이 하락 흐름이 더 이상 특정 초고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성동구가 103주 만에 하락 전환했고, 동작구도 57주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성동과 동작은 각각 강북권과 강남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 한강벨트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의 약세 전환은 상급지 선호가 여전하더라도 가격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요가 더는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원도 시장 참여자의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일부 단지에서 하락 매물이 등장하고, 가격을 낮춘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는 설명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급등기에 형성된 호가가 실제 거래가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매수자는 추가 조정을 기다리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반면 매도자 가운데서는 더 늦기 전에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세금과 보유 부담이 있다. 우선 5월 9일로 예정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자극하고 있다. 세율이 다시 무거워지기 전에 매도를 선택하려는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간 가격 동향에는 아직 공시가격 열람 개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변수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7% 오르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보유세가 최대 50%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현금흐름이 제한적인 고령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이 체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거주 의지는 있지만 세금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매도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조정은 단순한 가격 피로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제 변화, 보유비용 증가, 거래 심리 위축이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적 조정 성격을 띠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이 "강남3구발 가격조정 흐름이 인접 주요 자치구와 한강벨트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남의 약세가 주변 지역으로 전염되는 이유는 심리적 연동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 주택시장은 행정구역별로 나뉘어 보이지만, 실제 매수자들은 강남·용산·성동·동작·마포 등 인접 생활권을 묶어서 비교한다. 강남권이 밀리면 인근 상급지의 상대적 가격 매력도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반면 모든 지역이 약한 것은 아니다. 중구, 성북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양천구, 강서구처럼 상대적으로 중저가 매물이 많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서울 시장이 일괄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기보다, 가격대별·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세 부담과 매물 증가가 가격을 누르고, 중저가 지역에서는 실수요가 받쳐주며 상승이 이어지는 이중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중심축이 '상급지 추격 매수'에서 '가격 부담이 덜한 실거주 지역 선호'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현재도 고가 지역에서는 관망세가 짙지만, 실제 보유세 예상치가 구체화되면 추가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그 매물이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을 만들지 여부다. 아직 서울 전체 지표는 상승을 유지하고 있어 본격 하락장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상승폭 축소가 길어지고, 한강벨트 핵심지까지 약세 전환이 확인된 만큼 시장의 무게중심이 분명히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금 '전면 상승장'에서 '선별 조정장'으로 국면이 이동하는 초입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강남3구의 약세는 더 이상 국지적 현상이 아니며, 성동·동작 등 한강벨트의 변화는 그 파급력이 이미 확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세금 부담과 매물 증가, 실수요 재편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만큼 당분간 서울 주택시장은 지역별 온도 차를 키우면서 조정 압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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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발 약세, 한강벨트로 번졌다⋯성동 103주 만에 하락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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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6회)
- 질퍽한 골목의 시학 -묵호 '논골'을 아세요? 이름은 땅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마을 이름, 골목 이름, 고개 이름. 행정이 붙여주는 이름이 있고 삶이 스스로 만드는 이름이 있다. 앞의 이름은 지도 위에 있고 뒤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안에 있다. 지도가 바뀌어도 입안의 이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지명의 질긴 생명력이다. 묵호진동의 언덕 골목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논골'이라 불렀다. 공식 기록에도 구전에도 이 이름은 남아 있다. 동해시 지명지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산 중턱에 논이 있어서 생긴 이름.' 그러나 골목에서 오래 살아온 어르신들의 구전은 조금 다르다. 마을 절반은 뱃사람, 절반 위는 덕장으로 생계를 유지한 마을이라 '질퍽한 흙길 때문에 논골마을이라 불렸다.' 두 가지 해석 중 어느 쪽이 맞는가를 따지는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두 해석 모두 이 땅의 몸을 읽은 결과라는 사실이다. 물이 흐르는 골목 논골 골목이 왜 질퍽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언덕 꼭대기를 먼저 봐야 한다. 지금은 대부분 장소를 옮기거나 사라진 곳이지만 언덕 가장 높은 곳에는 덕장이 있었다.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곳. 어부들이 잡아 온 생선을 묵호항에서 덕장까지 나르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바지게에 지거나 빨간 고무대야에 담아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고 짐은 무겁다. 그 과정에서 생선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이 골목을 적셨다. 오징어는 특히 물기가 많다. 막 잡아 올린 오징어를 담은 대야를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가파른 비탈을 오를 때, 흔들릴 때마다 바닷물이 튀고 흘렀다. 하루에 한 번이 아니었다. 풍어의 계절에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르내렸다. 골목의 흙은 늘 젖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젖어 있었다. 그것이 '논골'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이름 안에 당시 마을의 경제 전체가 들어 있다. 골목이 질퍽하다는 것은 그만큼 생선이 많이 오르내렸다는 뜻이고, 생선이 많이 오르내렸다는 것은 어획이 풍성했다는 뜻이고, 어획이 풍성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름 속에 풍요와 고단함이 함께 녹아 있다. 장화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도시의 언어 그래서 생긴 말이 있다. 앞서도 인용했지만, 이 말은 한 번으로 부족하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그러다가 멈췄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묵호에서만 통용되는 실용의 언어였다. 신발이 방수되지 않으면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골목. 젖은 신발로 하루를 보내면 발이 무르고 병이 든다. 장화는 이 마을에서 생존 도구였다. 그리고 이 말은 동시에 비틀린 유머다. 아내보다 장화가 더 필요하다는 과장은, 이 마을에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웃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묵호 사람들은 그렇게 유머를 썼다. 슬프거나 고단한 것을 직접 말하지 않고, 과장하거나 뒤집어서 웃음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이 마을의 언어 습관이고 생존 미학이다. 논골담길 곳곳에 장화 그림과 장화 소품이 등장하는 것은 이 마을이 통과한 역사의 물질적 상징이다. 아이가 신던 작은 장화에 들꽃을 심어놓은 담벼락 위의 풍경은, 그 장화가 더 이상 질퍽한 골목을 걸을 필요가 없어진 시대를 살고 있는 마을이 과거에 바친 조용한 헌사다. 논골담길이라는 이름을 정하던 날이 생각난다. 2010년 봄, 한국문화원연합회 공모사업에 응모하기로 결심하고 지역 작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마을 이름이 논골이니 거기서 시작하자는 것은 금방 합의됐다. 문제는 그 뒤였다. '논골길'은 너무 밋밋했다. '논골마을길'은 길다. '논골산책로'는 이 마을의 결을 배신하는 이름이었다. 산책은 여유 있는 자들의 행위다. 이 골목은 여유가 아니라 생존으로 오르내린 사람들의 땅이다. 산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그 역사를 지우는 일이었다. 글 담당으로 참여한 김정호 작가와 긴 논의 끝에 '담(談)'이라는 글자를 끌어왔다. 이야기가 있는 길. 담장의 담(墻)이 아니라 이야기의 담(談).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소리로 읽으면 '담'은 담장으로도, 이야기로도 들린다. 이 중의성이 좋았다. 담장이 있는 골목이고, 이야기가 있는 골목이고, 그 이야기들이 담장 위에 그림으로 새겨지는 골목. 세 가지 뜻이 하나의 소리 안에 겹쳐 있었다. 논골담길. 입에 올려보니 발음이 자연스러웠다. 기억하기도 쉬웠다. 취재 기자들이 반응했다. "길 이름이 왜 이래요?"가 아니라 "이름이 좋네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이름은 첫 번째 기획이다. 좋은 이름은 설명하지 않아도 방향을 가리킨다. 논골 골목은 좁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어려운 곳이 많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간다. 보면 어느새 다른 골목으로 빠져 있다. 미로처럼 얽혀 있다. 처음 온 사람은 길을 잃는다. 나는 이것이 결점이 아니라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예측을 잃는다는 것이다. 예측을 잃으면 감각이 살아난다. 다음 모퉁이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발걸음이 느려진다. 느린 발걸음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한다. 논골담길을 처음 기획할 때 코스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다. 지도를 주되 헤매도록 내버려두자는 것. 나는 그 의견에 동의했다. 완성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완성되는 과정을 돕는 것. 그것이 이 마을이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었다. 실제로 논골담길에서 가장 좋은 장면을 만나는 사람들은 코스를 벗어난 곳에서 그것을 만난다. 해설사가 안내하는 경로 밖에 있는 담벼락, 예상치 못한 골목 끝에서 불쑥 열리는 묵호항의 전망. 길을 잃어야 찾게 되는 것들이 있다. 논골이 바로 그런 종류의 장소다. 질퍽함의 미학 물기가 있는 땅은 생명력이 있다. 건조한 땅에서는 풀이 잘 자라지 않는다. 질퍽한 곳에서 식물이 무성해진다. 논골이 질퍽했던 것은 생선의 물기 때문이었지만, 그 질퍽함은 동시에 이 마을이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마을이 쇠퇴하면서 덕장이 사라지고 골목을 오르내리는 지게꾼이 사라졌다. 골목은 건조해졌다. 비가 올 때만 질퍽해지고, 비가 멈추면 곧 말라버리는 보통의 골목이 됐다. 사람이 줄고 집이 비면서 마을은 점점 건조해졌다. 논골담길이 시작됐을 때 골목에 다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왔고 사진가들이 왔고 관광객들이 왔다. 골목이 다시 소리를 냈다. 발소리와 말소리와 웃음소리. 그것은 오징어 물기와는 다른 질퍽함이었지만, 마을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어떤 수분이었다. 문화 기획이 마을에 공급하는 것이 결국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아카이브로서의 지명 지명은 가장 오래된 형식의 아카이브다. 문자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들은 장소에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 안에 지형이 있고 역사가 있고 삶의 방식이 있다. 논골이라는 이름 안에 오징어 물기로 젖은 골목이 있고, 지게를 진 남자들이 있고, 빨간 고무대야를 이고 오른 어머니들이 있다. 논문을 쓰면서 나는 지역문화 아카이브의 공공영역이라는 주제를 오래 붙들고 있었다. 아카이브가 공공의 것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전문가만 접근할 수 있는 보관소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를 찾아 읽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기록이 되려면. 논골이라는 이름은 그 답의 일부다. 별도의 데이터베이스가 없어도,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이 없어도,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역사는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이 논골담길이라는 길 이름 속에 새겨지고, 해설사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벽화와 이야기로 거듭 태어날 때, 지명 아카이브는 공공의 것이 된다. 이름이 먼저 왔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이름이 먼저 온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야기 발굴이 있었고, 먼저 마을의 삶이 있었고, 그것을 담을 그릇으로 이름이 만들어졌다. 역순이 아니었다. 이름이 먼저 생기고 나중에 내용을 채운 것이 아니었다. 많은 마을 재생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름이 먼저 생기는 것이다. 00 아트빌리지, 00 감성마을, 00 문화거리. 이름이 그럴싸하면 마을의 현실이 거기 맞춰져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마을은 이름의 틀에 끼워 맞춰지고, 결국 이름이 마을을 배신하거나 마을이 이름을 배신하는 사태가 온다. 논골담길은 반대였다. 마을이 먼저였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저 모였고, 그 이야기들이 어떤 성격인지를 확인한 뒤에야 이름을 붙였다. 그러니 이름이 마을을 배신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도 그 이름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논골은 오래전부터 그들의 입안에 있었다. 우리는 거기에 '담길'을 붙인 것뿐이었다. 논골 골목의 흙이 마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집이 더 비고 사람이 더 떠나면, 언젠가는 오르내리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름은 남는다. 논골이라는 이름이 남는 한, 한때 이 골목이 오징어 물기로 질퍽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문화기획이 할 수 있는 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을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시는 흥하고 쇠한다. 그것이 도시의 운명이다. 그러나 이름을 새기는 것,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그림으로 남기는 것은 가능하다. 묵호가 언젠가 지금과 전혀 다른 도시가 되더라도, 논골담길이라는 이름이 살아 있는 한 이 질퍽한 골목의 기억은 살아 있다. 이름이 집보다 오래 살고, 사람보다 오래 산다. 논골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이 마을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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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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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스웜 바이오택틱스', 생체 로봇 바퀴벌레 개발⋯전장 침투의 신지평
- 하늘을 뒤덮은 드론이 현대전의 양상을 바꾼 지 불과 몇 년 만에, 이제 전장의 눈은 인간의 시야가 닿지 않는 '미시적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독일 카셀(Kassel) 소재의 방산 스타트업 스웜 바이오택틱스(SWARM Biotactics)가 살아있는 바퀴벌레와 최첨단 로봇 기술을 결합한 '바이오 하이브리드(Bio-Hybrid)' 정찰 로봇을 선보이며 전 세계 국방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더 디펜스 포스트, 펀자브 케사리 등 외신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술은 이미 실험실을 벗어나 NATO 동맹국과의 현장 실증을 완료한 단계에 이르렀다. SF가 현실로…'사이보그 곤충'의 탄생 전장에 바퀴벌레를 투입한다는 발상은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기술적 배경은 생각보다 오래되고 깊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미 2006년부터 'HI-MEMS(Hybrid Insect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프로그램을 통해 곤충의 신경계에 전자 장치를 이식하는 연구를 추진해 왔다. 미시간대, 코네노대, 유니콘별레 등 다양한 곤충을 대상으로 원격 조종 실험에 성공했으나, 배터리 수명과 소형화의 벽을 넘지 못해 실전 배치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스웜 바이오택틱스는 이 20년 간의 연구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결정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2024년 창업한 이 회사는 불과 1년 만에 총 1300만 유로(약 22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을 연구실에서 건져내 실전 배치 단계로 이행시켰다. 슈테판 빌헬름(Stefan Wilhelm) CEO는 지난 2월 "1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술이 오늘날 NATO 고객에게 현장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로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작동하나…'백팩' 속에 집약된 첨단 기술 이번에 공개된 기술의 핵심은 바퀴벌레의 등에 장착되는 초소형 전자 '백팩'에 있다. 주로 사용되는 곤충은 마다가스카르 휘싱바퀴벌레(Madagascar Hissing Cockroach)로, 체구가 크고 내구성이 강하며 최대 3g의 페이로드를 운반할 수 있어 이 임무에 최적화된 종이다. 통제된 환경에서 2~5년까지 생존할 수 있어 장기 임무에도 적합하다. 백팩에는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첫째, 생체전자 신경 인터페이스(Bioelectronic Neural Interface)를 통해 바퀴벌레의 더듬이에 부착된 전극에 미세한 저전압 전기 자극을 가해 이동 방향을 유도한다. CBS 뉴스 60 Minutes에 출연한 빌헬름 CEO는 이를 "바퀴벌레에게 백팩을 지워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살짝 넌지시(nudge)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모듈형 센서 페이로드다. 백팩은 임무 성격에 따라 마이크로 카메라, 마이크, 환경 센서(가스·온도 감지), 보안 통신 모듈 등을 자유롭게 교체·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 군집 내에서도 개체별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어, 어떤 바퀴벌레는 영상을 찍고, 다른 바퀴벌레는 통신 중계나 위치 파악을 담당하는 식이다. 셋째, 엣지 AI 처리 칩과 군집 자율성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다. 초소형 AI 칩이 수집된 데이터를 사전 필터링해 통신 부하를 줄이고, 군집 조율 알고리즘을 통해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다. 작전 지휘관은 개별 바퀴벌레를 일일이 조종할 필요 없이 목표 지점만 지정하면 군집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전략적 함의…드론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을 장악하다 군사 전문가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의 소형 드론이나 지상 로봇은 붕괴된 건물 내부, GPS 신호가 차단된 지하 시설, 잡초가 무성한 붕괴 현장 등 접근 불가능한 환경에서 물리적 한계를 노출한다. 반면 바퀴벌레는 이러한 환경을 자연스럽게 통과한다. 음향·시각적 신호가 거의 없어 적의 방공망이나 감시 체계에 탐지될 확률이 극히 낮으며, 별도의 배터리나 연료 없이 생체 에너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기계식 로봇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빌헬름 CEO는 CBS 인터뷰에서 "이 기술은 다른 어떤 시스템도 제공할 수 없는 능력을 부여한다"며, "거의 탐지가 불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며, 거의 무제한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계식 로봇은 공장 생산에 의존하지만, 생체 로봇은 원리적으로 번식을 통해 규모를 확장할 수 있어, 대량 배치 시 비용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독일 국방비 대폭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2029년까지 국방비를 1750억 달러(약 262조 원) 규모로 증액하고 NATO 권고 GDP 대비 3.5% 목표를 충족할 계획이며, 빠른 구매 절차를 위한 새로운 법률도 추진 중이다. 스웜 바이오택틱스는 이러한 독일의 방산 혁신 가속화 정책의 직접적 수혜자로 꼽힌다. 전장 너머…재난 구조·산업 검사까지 '이중 용도' 플랫폼 이 '사이보그 바퀴벌레'의 쓰임새는 비단 전쟁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웜 바이오택틱스는 처음부터 군사 정찰, 재난 구조, 산업 시설 검사라는 세 가지 핵심 활용 분야를 제시했다. 지진이나 폭발로 붕괴된 건물에서 매몰된 생존자를 찾는 임무가 대표적이다. 겹겹이 쌓인 잔해 사이를 뚫고 들어가 생존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내장된 센서로 화학물질 누출 여부나 산소 농도 등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구조팀에 전달함으로써 인명 구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화학물질, 열, 방사선 등 위험한 환경에서도 바퀴벌레는 강한 생존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구역에서의 임무 수행에 특히 강점을 보인다. 한편, 스웜 바이오택틱스는 바퀴벌레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메뚜기와 베짱이 등 다른 곤충으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며, 비둘기나 상어 등 더 큰 생물체에 센서를 장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적 쟁점과 미래 전망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동물 복지 문제가 가장 먼저 제기되지만, 독일 동물보호법상 곤충은 포유류와 달리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황이다. 빌헬름 CEO는 "바퀴벌레들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건강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동물 복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더 민감한 문제는 무기화 가능성이다. 빌헬름은 현재 회사가 정찰과 감시에 집중하고 있으며 폭발물 탑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래에 법적 틀 안에서 그러한 활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사이버 보안 취약성, 무허가 감시 오남용 가능성, 생물무기 규제 프레임워크의 부재 등은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바이오 로보틱스가 더 이상 SF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론이 하늘을 지배한다면, 바이오 로봇은 적의 발밑과 벽 너머의 정보를 장악할 것이다. 모리츠 슈트루비(Moritz Strube) CTO는 "우리의 목표는 어떤 지형, 위협, 임무에도 적응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이중 용도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살아있는 기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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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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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스웜 바이오택틱스', 생체 로봇 바퀴벌레 개발⋯전장 침투의 신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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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2연속 동결⋯한은 '2.50% 장기 고정' 시나리오 부상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와 에너지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가능성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p)로 유지됐다. 한국은행도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고려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원유(9.8%)와 제트유(10.8%)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니해설] 미국 금리에 묶인 한국, 선택지는 좁아졌다…'고유가·환율·집값' 3중 압박 미국 연준의 연속 금리 동결은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니라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이번 결정은 한국은행의 정책 공간을 크게 제약하며, 사실상 '금리 동결 장기화' 시나리오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준 '인플레 경계' 신호⋯금리 인하 기대 후퇴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이지만, 그 배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제롬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관세 충격에 이어 이제는 에너지 충격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재확산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실제로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을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 그대로 '정책 제약'으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 수준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이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이미 1,500원선을 넘나들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는 순간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환율 1,500원 압박⋯한은 통화정책 공간 축소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더해지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이는 곧바로 한국의 수입물가를 자극했다.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원유, 나프타, 제트유 등 에너지 관련 품목 가격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수치에 '전쟁의 직접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3월 들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곧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가격은 시차 없이 휘발유, 경유 등 생활물가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수입물가 상승은 향후 물가 상승의 '전조'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율 변수도 정책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환율 상승은 단순한 달러 강세가 아니라 '위험 회피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중동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속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원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고유가·집값 변수 겹쳐⋯'금리 동결 장기화' 불가피 여기에 국내 요인까지 겹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비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를 낮출 경우 다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정책 부담이다. 결국 한은은 '물가·환율·부동산'이라는 세 가지 변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강화되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최근 발언에서 "특정 방향의 정책 신호를 주기보다 데이터와 대외 여건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점도표에서도 6개월 후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사실상 '동결 장기화'에 대한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전쟁의 장기화'다. 만약 이란 사태가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환경은 '선택지가 줄어든 상태'로 요약된다. 금리를 내리자니 환율과 물가가 부담이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 동결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그것이 최선의 해법은 아니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한국은행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은 방향을 바꾸기보다 버티는 구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버티기의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3중 압박'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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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2연속 동결⋯한은 '2.50% 장기 고정' 시나리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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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PPI 쇼크·연준 금리 동결·브렌트 110달러 육박⋯다우, 2026년 최저치로 주저앉다
- 뉴욕증시가 도매물가 쇼크와 연준의 금리 동결, 유가 급등이 동시에 덮치면서 폭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68포인트 내려앉으며 올해 최저치를 새로 쓰고,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을 향해 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68.11포인트(1.63%) 내린 4만6225.1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6% 떨어진 6624.70, 나스닥지수는 1.46% 급락한 2만2152.42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했다. 202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이 중장기 추세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강한 경고 신호다. 시장을 가장 먼저 흔든 것은 도매물가 지표였다. 미국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 2.9%를 크게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7% 올라 예상(0.3%)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물가가 위험한 수준이었다는 증거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찬성 11표, 반대 1표였다. 올해 한 차례 인하를 여전히 시사했지만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진전이 있을 것이지만 당초 기대한 것보다 더딜 것"이라고 경고했고, 성명은 "중동 정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명시했다. 유가는 연준 결정 이후 상승폭을 키웠다. 브렌트유는 3.83% 뛴 배럴당 107.38달러에 마감했고, 이란 언론이 남파르스·아살루예 지역 석유 시설 공격을 보도하면서 장중 11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부셰르주 이란 최대 가스처리 시설을 타격했다는 보도와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에너지 시설 보복 위협도 공급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박 호위 관련 60일 한시 해운법 면제 조치를 발동했다. [미니해설] 전쟁 이전부터 이미 불붙어 있던 물가…연준은 '속도 감속 불가' 함정에 빠졌다 이날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PPI가 이란 전쟁 이전 데이터임에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충격이 지표에 본격 반영되기도 전에 물가는 이미 연준의 목표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크로스체크 매니지먼트의 토드 쇼엔버거는 "금속, 산업 투입재, 제조 비용 모두 오르고 있다"며 "이것은 구조적 인플레이션이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3분기 깊숙이까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아직 지표에 반영조차 안 됐다. PPI는 2월 데이터고,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3월이다. 앞으로 발표될 3월 물가 지표들은 훨씬 더 높게 나올 공산이 크다. 연준이 올해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 오히려 시장 실망으로 돌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를 정당화할 경로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준의 딜레마…"속도 감속"도 "긴급 브레이크"도 선택할 수 없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메시지는 겉으로는 온건했다. 연내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을 유지하고, 에너지 충격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이 읽은 것은 달랐다. 금리를 올릴 수도, 빠르게 내릴 수도 없는 연준이 사실상 '수동적 관찰자'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CFRA의 샘 스토볼 전략가는 연준의 메시지를 "경제는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 상황이 단기에 해소될 수 있다. 속도 감속이지 벽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낙관론이 성립하려면 유가가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지금 그 조건은 갖춰지지 않고 있다. 사비 웰스의 안슐 샤르마 CIO는 이 상황을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에너지 충격이 인플레이션으로 흐르고 성장이 동시에 둔화하면 연준의 양대 책무 균형은 위험한 조합이 된다." 경기침체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공존하는 국면이 길어질수록 금리 인하의 명분은 약해지고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에너지 충격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이 이를 곧이 믿기엔 지표의 방향이 너무 불편하다. 기술적 지표도 경고를 보낸다. 다우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 붕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심리적 의미를 지닌다. 202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이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지난 9개월간 증시를 지탱해온 장기 상승 추세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후속 매수세가 진입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어렵다. 에너지주는 사상 최고, 소비재는 2009년 저점…시장이 쪼개지고 있다 폭락장 속에서도 방향이 완전히 반대인 종목군이 공존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과 발레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반도체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베이징으로부터 차상위급 AI 칩 판매 승인을 받은 데 힘입어 나홀로 소폭 강세를 보이며 M7(매그니피센트7) 중 유일하게 하락을 피했다. 반면 소비재 대형주들은 다년래 저점으로 추락했다. 캠벨 수프는 2003년 5월, 제너럴 밀스는 2018년 12월, 맥코믹은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유가가 유통·식품 비용을 끌어올리고 소비 심리를 갉아먹는 스태그플레이션 구도가 현실화할수록, 에너지와 방어주로의 쏠림과 소비재 이탈이 동시에 가팔라지는 장세가 굳어지고 있다. 개별 종목에서는 룰루레몬이 분기 실적 호조로 강세를 보였고, 메이시스는 관세 영향이 하반기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히며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60일 한시로 해운법 면제 조치를 발동하면서 해운 ETF가 2% 넘게 올랐다. AMD는 삼성전자와 AI 인프라용 메모리 공급 전략적 협력 확대에 합의한 소식에 강세였다. 반면 소파이 테크놀로지는 머디워터스의 공매도 보고서 여파가 지속되며 추가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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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PPI 쇼크·연준 금리 동결·브렌트 110달러 육박⋯다우, 2026년 최저치로 주저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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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2)] "체중 20% 감량 효과"⋯비만 치료제의 반전, 끊으면 '근육'부터 빠질 수 있다
-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오젬픽(Ozempic)' 계열 약물이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복용 중단 이후 체중이 빠르게 다시 증가하고, 체중 감소 중에서 근육량과 지방량의 비율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럿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슨(eClinicalMedicine)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등 GLP-1 계열 약물을 중단한 환자들은 1년 내 감량 체중의 약 60%를 다시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는 감량 체중의 약 25%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문제는 감량 및 재증가된 체중의 '질'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치료 기간 동안 줄어든 체중의 최대 40~60%가 근육 등 제지방(lean mass)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연구를 공동 주도한 브라얀 부디니 연구원은 "체중이 다시 늘어날 때 지방 비율이 더 높아진다면 건강 상태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을 모방해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실제로 일부 환자는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하는 효과를 경험한다. 그러나 위장 장애, 고가의 비용, 처방 제한 등의 이유로 환자의 절반가량이 1년 내 복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총 48건의 기존 연구를 검토한 뒤, 100명 이상이 참여한 무작위 대조시험(RCT)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6개 연구(총 3200여 명)를 선별해 분석했다. 이들 연구는 약물 중단 이후 최대 52주까지 체중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체중은 약물 중단 직후 빠르게 증가한 뒤 점차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패턴을 보였다. 약 60주 이후에는 증가세가 정체되며, 최종적으로 감량 체중의 약 75%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식습관 개선이나 호르몬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근육과 지방의 회복 속도 차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개발된 고효능 약물일수록 근육 보존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한 약물 의존이 아닌 장기적인 체중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용 중단 시 용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식과 함께 식이요법 및 운동을 병행해야 체중과 체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스티븐 루오 연구원은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약물 중단 이후에도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 치료제의 효과뿐 아니라 '이후 관리'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가이드라인과 처방 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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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2)] "체중 20% 감량 효과"⋯비만 치료제의 반전, 끊으면 '근육'부터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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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23만명 늘며 반등했지만⋯청년 실업률 5년 만에 최고
-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석 달 만에 2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청년층 고용 부진이 심화되며 노동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1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월 취업자는 2841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3만4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12월과 1월 각각 16만8,000명, 10만8,000명으로 둔화됐던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청년층 취업자는 14만6000명 감소했고, 청년 실업률은 7.7%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28만7000명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와 운수업이 증가를 이끌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은 각각 20개월,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10만5000명 줄어 AI 확산에 따른 구조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해설] '노년 고용 호황' vs '청년 고용 절벽'…AI 시대, 노동시장 구조가 흔들린다 2월 고용지표는 겉으로는 회복, 속으로는 균열이라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여준다. 취업자 수는 23만4,000명 증가하며 석 달 만에 다시 20만명대를 회복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그러나 이 회복은 특정 연령층에 편중된 '착시적 반등'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 반등 속 청년 실업 심화 연령별로 보면 고용 증가의 중심은 60세 이상이었다. 이 연령대 취업자는 28만7000명 증가하며 전체 증가 폭을 사실상 견인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은 14만6,000명 감소했고, 30대 증가 폭도 제한적이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7.7%로 2021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요인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고령층은 공공 일자리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이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반면,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구조 역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28만8,000명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운수·창고업과 여가 서비스업도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와 플랫폼 경제 확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통적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은 1만6000명 감소하며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 역시 22개월 연속 감소하며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직 감소에 AI 영향 가능성 주목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다. 이 분야 취업자는 10만5000명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정보통신업 역시 4만2000명 줄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저 효과일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의 연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개발, 분석, 설계 등 일부 고숙련 직무가 자동화되거나 효율화되면서 고용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장기간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면서도 "AI 영향 여부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의 질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상용근로자는 15만8,000명 증가했지만 일용근로자도 3만9,000명 늘어 불안정 고용 확대 우려가 제기된다. 실업 지표 역시 악화됐다. 실업자는 99만3000명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3.4%로 상승했다. 이는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부족 문제를 반영하는 수치다. 특히 '쉬었음' 인구가 272만명을 넘어선 점도 주목된다. 이는 노동시장 이탈 또는 유보 상태 인구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향후 고용시장이 세 가지 축에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고령층 중심의 고용 확대 지속, 둘째, 청년층 고용 미스매치 심화, 셋째, AI 확산에 따른 직무 구조 변화다. 이번 고용지표는 단순한 경기 회복 여부를 넘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숫자는 회복을 말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일자리의 질과 미래'라는 더 큰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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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23만명 늘며 반등했지만⋯청년 실업률 5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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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5)] 결핍과 욕망의 변주곡-전쟁
- 결핍과 욕망의 변주곡-전쟁 현대사의 시작을 알린 국가란 18세기 후반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으로 국가의 주인이 왕이 아닌 시민임을 선포하면서 탄생했습니다. 그런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권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국경선도 단순한 선이 아닌 자원과 생존권이 직결된 날선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인 주권은 민주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주권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행사되는지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바뀌어 왔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지도자 한 명의 야욕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지정학적 결핍의 산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륙국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부동항(바닷물의 표면이 얼지 않는 항구)을 갈구하고,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여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려는 시도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경제적 풍요가 곧 국력인 시대에 자원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몰락과 정체성의 충돌이후 냉전 시대의 종식은 인류에게 평화를 약속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파편화되고 날 선 정체성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문명의 충돌』을 쓴 사무엘 헌팅턴이 예견했듯이 현대의 전쟁은 문명과 문명, 종교와 종교, 인종과 인종 사이의 미시적인 균열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 확장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졌다면, 현대의 전쟁은 우리와 저들을 구분 짓는 혐오와 공포를 먹고 자라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정보를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에 대한 적대감을 순식간에 증폭시키는 확성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받기 위해 선택하는 손쉬운 방법은 공동의 적을 상정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정치적 수단을 넘어 집단적 존재 증명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현대 전쟁은 기술 역설의 연속성을 논할 때 경제적 구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했던 군사 공업 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는 현대 국가 경제의 거대한 축이 되었습니다. 전쟁은 파괴적인 행위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거대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무기 체계의 고도화는 전쟁의 문턱을 낮추는 역설을 낳았습니다. 드론과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피를 적게 흘리는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정치 지도자들이 무력 사용을 결정할 때 느끼는 도덕적 부채감을 경감시키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전쟁은 더 정교해지고, 더 은밀해지며, 결과적으로는 더 지속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입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기를 만드는 행위가 다시 전쟁을 부르는 안보적 딜레마는 현대사가 직면한 가장 아픈 모순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망각에 있습니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전쟁의 고통은 추상적인 기록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평화가 길어질수록 그것을 당연한 공기처럼 여기는 세대는 전쟁을 일종의 게임이나 해결책으로 오판하기 쉽습니다. 현대사의 비극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배운 것을 너무 빨리 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전쟁은 인간의 이성이 마비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차가운 계산과 뜨거운 감정이 뒤섞여 합리적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에 터져 나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외치지만, 그 외침의 기저에는 상대를 굴복시켜야만 내가 안전할 수 있다는 원시적인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인간 본성의 결함이라기보다 우리가 구축한 현대 문명의 구조적 결함에 가깝습니다. 국가라는 틀, 자원의 한계, 정체성의 벽, 경제적 이윤, 이런 엔진들이 맞물려 전쟁이라는 기계를 계속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극적인 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전(反戰) 구호를 넘어, 국경과 이익을 초월한 새로운 인류적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일어나게끔 방치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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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5)] 결핍과 욕망의 변주곡-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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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뚫린 호르무즈"⋯파키스탄·인도 유조선, 이란 경계망 잇따라 통과
-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이 처음으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항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키스탄 유조선 '카라치'호, 호르무즈 해협 첫 통과 17일 로이터통신은 선박 운항정보 업체 머린트래픽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인용해, 파키스탄국영해운공사(PNSC) 소속 중형 유조선 '카라치'호가 지난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다스섬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해협을 빠져나와 이날 중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머린트래픽은 자사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통과는 일부 화물선이 협상을 통해 안전한 통항을 보장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군 소식통도 로이터에 "해군이 이란 해군과 접촉했으며, 파키스탄 선박이었기 때문에 호위는 필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파키스탄 해군과 외무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PNSC 소속 또 다른 유조선 '라호르'호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항구 얀부에서 원유를 싣고 현재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으며, 현 항행 속도를 유지할 경우 3일 후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란 긴장 속 파키스탄의 줄타기 외교 파키스탄의 이번 움직임은 복잡한 외교 방정식 속에서 이뤄졌다. 파키스탄은 인접국 이란은 물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특히 사우디와는 지난해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후 더욱 첨예한 외교적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자국 상선 호위를 포함한 항로안전작전에 돌입했으며, 재무부는 내달 중순까지 필요한 원유 수요량은 확보된 상태라고 밝히면서도 연료 수입처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인도와 중국, 이란의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도도 해군 호위 속 해협 통과…아시아 원유 수송 재개 가속 파키스탄뿐 아니라 인도도 자국 선박의 안전 통항에 나섰다.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은 전날 인도 국영 인도해운공사(SCI) 소속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와 '난다 데비'호가 인도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시발릭호는 이미 인도 서부 문드라항에 도착했으며, 난다 데비호는 17일 중 입항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4일 UAE에서 원유를 적재한 인도 유조선 '자그 라드키'호도 현재 인도로 항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외교 협상과 군사 호위를 앞세운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송 재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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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뚫린 호르무즈"⋯파키스탄·인도 유조선, 이란 경계망 잇따라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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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브라질 해군, '원자력 잠수함' 예산 10억 헤알 증액 요구
- 브라질 해군이 국가 전략 사업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알바로 알베르토(Álvaro Alberto)' 호의 건조 중단을 막기 위해 2026년 예산에 10억 헤알(약 2800억 원) 규모의 추가 수혈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포데르360(Poder360)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브라질 국방의 숙원 사업인 '잠수함 개발 프로그램(Prosub)'의 동력을 유지하고, 갈수록 고조되는 남미 대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자력 추진 체계 개발 '본궤도'…예산 부족 시 전문 인력 유출 우려 브라질 해군이 추진 중인 '알바로 알베르토' 프로젝트는 단순한 함정 건조를 넘어 원자력 추진 기술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적 야심작이다. 현재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타구아이(Itaguaí) 해군 복합단지와 원자력 발전 실험실(Labgene)에서는 핵심 기술인 원자력 추진 시스템 개발이 한창이다. 해군 수뇌부는 이번 예산 증액이 거부될 경우, 핵심 공정의 중단은 물론 물리·학·공학 분야의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10억 헤알의 추가 예산은 프로젝트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며, "예산 확보가 지연될 경우 2037년으로 예정된 최종 완공 일정이 더욱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원자력 잠수함은 적의 해양 이용을 거부하는 '해양 거부(Sea Denial)'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브라질의 광활한 영해인 '블루 아마존'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 전력으로 꼽힌다. 마두로 포획 이후 격변하는 南美…800억 헤알 현대화 계획 시동 이번 예산 증액 요구는 브라질 정부의 국방 정책 기조가 급변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최근 "방위력이 약화되면 외부의 침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군 현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지난 1월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되는 등 지역 정세가 요동치자, 브라질 내부에서도 자국 방어 역량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브라질 육·해·공군 사령관은 향후 15년간 8000억 헤알(약 220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국방 투자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은 이 현대화 계획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원자력 잠수함 보유국 반열에 오를 경우 남미 대륙에서의 군사적 균형추가 브라질로 급격히 쏠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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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브라질 해군, '원자력 잠수함' 예산 10억 헤알 증액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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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기대감 등 영향이 하락반전
- 국제유가는 16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기대감 등 영향으로 하락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5.3%(5.21달러) 오른 배럴당 93.50달러에 마감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2.8%(2.83달러) 하락한 배럴당 10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100달러선이 무너지며 99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14달러에 마감됐으며 종가 기준으로 2022년 7월 말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에 대한 의지를 거듭 비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지원을 재차 촉구하며,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세에 대해 "이것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석유시장의 공급 우려를 덜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이란, 중국, 인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것을 용인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배들이 이미 해협을 빠져나갔고 우리는 석유 공급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 이를 용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했지만 해협통과 협상에는 개별적으로 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동맹국 등에 대해 분열을 노리는 전략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이란당국이 인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의 해협통과를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인도가 지난 2월 인도 근해에서 나포한 이란계 유조선 3척을 풀어준다는 것이 통화 조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선박의 안전한 운행에 대해 협의를 바라는 국가들에 대해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미 복수의 국가들로부터 협의 타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에너지수출 재개를 위해 이란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운조사회사 윈드우드는 15일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유조선이 지난 13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이밖의 국가에 대해서도) 일부 선박이 통과가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중동 전쟁이 계속돼 에너지 위기가 이어질 경우 추가로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유조선 호위 지원 요청으로 석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배럴당 100달러는 위험 시나리오가 아닌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며 "4월에 공급이 개선되더라도 재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가는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 후퇴 등에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가격은 1.2%(59.5달러) 내린 온스당 50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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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기대감 등 영향이 하락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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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25만명 늘었지만⋯청년·제조업은 여전히 한파
- 지난 2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가 25만8000명 늘며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 폭을 이어갔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2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6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증가세는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보건복지업에서 11만7000명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고 숙박음식업과 사업서비스업도 확대됐다. 반면 제조업은 9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도 31개월째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0만1000명 늘어 전체 증가분의 78%를 차지했다. 반면 29세 이하와 40대는 감소했다. 구인 배수는 0.37로 2009년 이후 2월 기준 최저를 기록해 채용 시장의 냉기를 드러냈다. [미니해설] 가입자는 늘고 일자리는 줄었다…2월 고용지표에 드리운 구조적 냉기 고용보험 상시가입자가 2월에도 25만명 넘게 늘며 겉으로는 고용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증가의 무게중심이 서비스업과 고령층에 집중됐고, 제조업과 건설업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채용 수요를 보여주는 구인 지표도 뚜렷하게 식었다. 가입자 수 증가라는 표면적 개선과 산업·연령별 온도차, 그리고 얼어붙은 채용시장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16일 고용노동부의 '2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63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8000명 증가했다. 2024년 11월 증가 폭이 10만명대로 내려앉은 뒤 한동안 답보하던 흐름이 올해 1월 26만3000명 증가로 다시 20만명대로 올라선 데 이어 2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외형만 놓고 보면 고용 충격 우려를 다소 덜어주는 숫자다. 하지만 증가세를 떠받친 축은 명확했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1090만4000명으로 26만9000명 늘어 전체 증가를 사실상 견인했다. 특히 보건복지업이 11만7000명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고, 숙박음식업이 5만2000명, 사업서비스업이 2만9000명 늘었다. 돌봄, 의료, 대면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팬데믹 이후 회복 흐름과 고령화, 내수 서비스업의 구조적 수요가 겹치며 서비스업 고용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의 핵심 버팀목이 됐다. 반면 한국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제조업은 아직 확실한 회복 신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가입자는 384만3000명으로 3000명 줄어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전자·통신, 기타운송장비 등 일부 업종에서 증가 폭이 확대되며 감소 폭이 줄어든 점은 그나마 완만한 개선 신호로 읽힌다. 문제는 화학제품 업종이다. 화학제품은 51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글로벌 수요 둔화, 수출 단가 변동, 업황 조정이 맞물리며 제조업 내부에서도 업종 간 차별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설업 사정은 더 무겁다. 건설업 가입자는 74만4000명으로 1만600명 줄어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이 다소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종합건설업 중심의 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리 부담, 부동산 경기 둔화, 지방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의 후유증이 현장 고용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와 건설이 동시에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는 경기의 기초체력이 아직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령별 지표는 더 선명한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30대는 8만9000명, 50대는 4만8000명, 60세 이상은 20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이 전체 증가분의 78%를 차지했다는 점은 이번 통계의 핵심이다. 고령층 경제활동 확대, 계속고용, 돌봄·보건 분야 일자리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29세 이하와 40대는 각각 6만7000명, 1만2000명 줄었다. 청년층은 인구 감소와 함께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이 겹쳤고, 40대는 제조·건설 등 전통 주력 산업의 부진과 산업구조 재편의 충격을 여전히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가입자 수가 늘었다고 해도 청년과 중간 연령대의 고용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면 노동시장의 질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성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 가입자는 858만5000명으로 8만3000명 증가한 반면 여성 가입자는 705만5000명으로 17만5000명 늘었다. 보건복지, 숙박음식, 서비스업 전반에서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업종의 증가세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회복이 여성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확대인지, 저임금·단시간 일자리 증가인지까지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채용 시장이다. 고용서비스 통합플랫폼 '고용24'를 통한 2월 신규 구인 인원은 1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만5000명, 25.9% 줄었다. 반면 신규 구직 인원은 34만5000명으로 8만6000명, 19.9% 늘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기업의 새 채용 공고는 줄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0.37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달 0.40보다 낮아졌고, 2월 기준으로는 2009년 0.36 이후 최저다. 표면적 가입자 증가는 유지됐지만 새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진 것이다. 정부는 2월 설 연휴 영향으로 휴일 기간 기업 구인이 줄어 구인 인원과 구인 배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정 부분 계절성과 달력 효과를 감안할 필요는 있다. 다만 단순한 연휴 효과로만 보기에는 구직 증가와 산업별 고용 양극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기업들이 당장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 기존 인력 운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고용의 총량보다 신규 채용의 질과 폭이 더 중요한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한편 구직급여 지표는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2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만명, 25.8% 감소했다. 지급액도 9480억원으로 11.6%인 1248억원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1조원을 밑돌고 있다는 점도 급격한 고용 악화 가능성을 당장은 낮춰주는 신호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노동시장 전반의 체력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 신청이 줄었어도 신규 채용이 함께 살아나지 않으면 체감 고용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이번 2월 고용행정통계는 한국 노동시장이 '증가'와 '불안'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업과 고령층이 가입자 증가를 이끌며 총량 지표를 방어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 청년층과 40대 감소, 얼어붙은 신규 채용 시장은 구조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단순한 가입자 수 증가가 아니라 청년과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회복, 그리고 구인 수요의 실질적 반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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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25만명 늘었지만⋯청년·제조업은 여전히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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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 (223)] '공기로 채운 스펀지'가 난치성 상처를 치료한다
- 차세대 인체 조직 재생용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하얀 스펀지로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고, 내부는 95% 이상이 공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 State) 연구팀이 인체 조직 재생용 차세대 바이오소재 '과립형 에어로겔 스캐폴드(GAS)'를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그 성과를 공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재를 상처 부위에 이식하면 세포가 스며들고, 혈관이 뻗어 들어오며, 손상된 조직이 되살아난다. 당뇨 합병증으로 수개월째 낫지 않는 족부 궤양, 방사선 치료 후 괴사한 피부, 3도 화상 자국-기존 치료법이 손을 든 상처들이 이 소재의 표적이다. "기공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한다" 바이오소재(생체재료) 분야에서 오랜 숙제 중 하나는 이식 소재 내부의 기공(pore)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느냐다. 기공은 산소와 영양소를 세포에 전달하고, 새 혈관이 자라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다. 기공이 너무 작거나 서로 단절돼 있으면 세포가 침투하지 못하고, 조직 재생은 실패로 끝난다. 연구를 이끈 아미르 셰이키(Amir Sheikhi) 부교수(화학공학)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립형 에어로겔 스캐폴드(Granular Aerogel Scaffolds, GAS)'라는 새로운 소재 플랫폼을 고안했다. 에어로겔(Aerogel)은 내부의 95% 이상이 공기로 구성된 초경량 다공성 소재다. 우주복 단열재, 해양 오염 흡착제 등 산업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지만, 의료용으로는 기공 구조를 세포 수준에서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에어로겔은 건조 과정에서 구조가 무너지거나, 기공 크기와 강도가 연동돼 하나를 조절하면 다른 하나가 망가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GAS는 이 난제를 '레고 블록' 방식으로 풀었다. 단백질 기반의 마이크로입자(microscale building blocks)를 먼저 만들고, 이 입자들을 조립해 에어로겔을 구성하는 것이다. 입자 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 최종 소재의 기공 크기와 연결 구조를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특히 강도(stiffness)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공만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시험관부터 살아있는 쥐까지-검증 완료 연구팀은 GAS를 시험관(in vitro)과 마우스 모델(in vivo)에서 모두 검증했다. 세포가 소재 내부로 얼마나 잘 침투하는지(cell infiltration), 그리고 새 혈관이 얼마나 빠르게 형성되는지(vascularization)를 측정한 결과, GAS는 기존 바이오소재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공동 저자인 디노 라브닉(Dino Ravnic) 외과 교수는 임상 관점에서 "이식 소재가 혈관화에 실패하면 조직 재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 당뇨 환자, 화상 환자는 이미 혈관 형성 능력이 저하돼 있어 기존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GAS는 이런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재건 외과 전문의인 라브닉 교수는 "조직 손실 환자에게 맞춤형 인공 조직을 제공하는 것은 재건 외과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GAS가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선반에서 바로 꺼내 쓰는 상처 치료제 GAS의 상용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셰이키 교수는 이 소재의 상온 보관 안정성(shelf-stable)을 특히 강점으로 꼽았다. 건조 후 멸균 처리해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사용 직전 재수화(rehydration)해도 기공 구조와 기계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냉장 보관이 필수인 생물 의약품과 달리, 물류·유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연구팀은 현재 특허 출원과 산업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며, 향후 GAS에 성장인자나 면역 조절 물질 등의 생화학적 신호를 탑재하는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근육세포, 피부세포 등 특정 세포를 미리 탑재한 '맞춤형 조직 패치' 형태로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용어 설명] -에어로겔(Aerogel): 액체 성분을 기체로 치환해 만든 초경량 다공성 고체. 밀도가 매우 낮고 표면적이 넓다. -스캐폴드(Scaffold): 세포가 자라고 조직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3차원 구조체. -혈관신생(Vascularization): 새로운 혈관이 조직 내에 형성되는 과정. 조직 재생의 필수 조건이다. [논문 정보] Saman Zavari et al., "Granular aerogel scaffolds with engineered pore microarchitecture for rapid cell infiltration, tissue integration, and vascularization," Biomaterials (2026). DOI: 10.1016/j.biomaterials.2026.1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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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 (223)] '공기로 채운 스펀지'가 난치성 상처를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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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삼성에 반도체 맡겼던 머스크, AI시대 대비 반도체칩 직접 만든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초대형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7일 안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가 7일 이내에 시작된다"고 밝혔다. 웨이퍼 생산 능력에 따라 메가팹·기가팹 등으로 구분한다. 머스크가 언급한 '테라팹'은 월 10만개 이상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기가팹'보다 훨씬 큰 규모가 큰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의미다. 다만 머스크는 해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현황 등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런 공급망만으로는 향후 필요한 물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파트너사의 반도체 생산량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완전자율주행(FSD)과 옵티머스(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수요를 맞추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원재료 대비 완제품 가격 비율을 뜻하는 '바보 지수(Idiot Index)'가 10이 넘으면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반도체 자체 제조 역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월 테슬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향후 3~4년 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공급) 제약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테슬라 테라팹을 건설해야 한다"며 "매우 큰 규모의 시스템(logic), 메모리, 패키징을 모두 포함하는 생산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라팹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칩 공급업체의 생산량에 제약받게 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스템 반도체보다 더 큰 제약 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미국 내 건설되는 테라팹이 향후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전략적 조처라고도 덧붙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정학적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공장 건설을 협력할 가능성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가 테라팹 구상을 언급한 지난해 11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TSMC가 업(業)으로 삼고 있는 엔지니어링과 과학, 예술적 숙련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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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삼성에 반도체 맡겼던 머스크, AI시대 대비 반도체칩 직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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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中·日 등 5개국에게 호르무즈해협 군함파견 요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라건대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글의 첫 문장은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는 의미지만, 한국 등을 파견 대상국으로 지목한 문장에선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단 만큼 아직은 요구 수준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이에 미국은 (이란의) 해안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바다에서 계속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대이란 공습을 벌이는 동안, 한국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입에 차질을 빚는 주요 국가들이 군함을 보내 상선 호위 등의 임무를 수행해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작전이 "아주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은 미군의 인명피해 우려가 큰 호르무즈 호위 작전을 다른 나라들에 맡겨 조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보다 공식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및 양국 관계 측면과 중동 지역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사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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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中·日 등 5개국에게 호르무즈해협 군함파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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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유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연저점 경신⋯3주 연속 하락
-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를 돌파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S&P500은 전일 대비 0.61% 내린 6,632.19로 마감했다. 최근 고점 대비 5% 하락해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3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0.93% 떨어진 22,105.36,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9포인트(0.26%) 밀린 46,558.47로 장을 닫았다. 유가는 4주 연속 상승했다. WTI 선물은 3.11% 오른 배럴당 98.71달러로, 브렌트유는 2.67% 상승한 103.14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3자릿수를 유지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은 적을 압박하는 도구로 계속 봉쇄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한편 연방법원은 이날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발부한 소환장 2건을 기각했다.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소환장의 목적은 파월 의장을 압박하거나 사임시키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는 후임자를 앉히려는 정치적 간섭"이라고 판시했다. [미니해설] 유가 충격이 바꾼 방정식…'금리 인하 기대'도 흔들린다 월가의 공포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다. 핵심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브렌트유가 전쟁 발발 전 대비 42%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지난 4분기 GDP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꺾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구도다. 이 상황이 연방준비제도(Fed)를 난처하게 만든다.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거의 접었다. 마운트 루카스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아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반영하는 금리 경로가 지금 다시 의문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이익은 양호하지만, 시장 심리가 유가 변수 앞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저가매수' 러시…유가 ETF 매수 사상 최대 기관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에 베팅을 축소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밴다 리서치에 따르면 13일 순수 유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규모가 2억1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미국 원유 펀드(USO)도 개인 순매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밴다는 "일부 기관들이 유가 급등을 되돌리려 했지만, 이번 주 만큼은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옳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섹터는 이날 0.8% 올라 유틸리티(+1.4%)에 이어 S&P500 11개 업종 중 두 번째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주간 기준으로도 에너지는 2.5% 상승하며 유일하게 뚜렷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이 됐다. 반면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서비스는 각각 1.1%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법원, 파월 소환장 기각…"트럼프의 정치적 간섭" 일침 이날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연준 독립성 이슈였다. 보즈버그 판사는 법무부가 파월 의장에게 발부한 소환장을 전격 기각하면서 "소환장의 지배적인 목적은 파월을 압박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를 후임자를 위해 자리를 비우게 하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판결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독촉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이 일일이 인용됐다. 이번 판결은 연준 독립성 수호라는 측면에서 금융시장에 단기적 안도감을 제공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즉각 항소를 선언하면서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연준이 유가 발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행정부의 압박까지 겹친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어도비는 CEO 샨타누 나라옌의 퇴임 소식에 5% 이상 급락했고, 울타 뷰티는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 여파로 12% 폭락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밈코인 '$TRUMP'는 상위 보유자 297명을 초청하는 독점 만찬 행사 발표 이후 24시간 만에 50%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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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유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연저점 경신⋯3주 연속 하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