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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9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고양이(2) 고양이 '예나'와 '백설이'는 두 달 반 전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 허민이 농장정원 '더파든'을 조성한 이래 평균적으로 십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살아왔다. 거의 전부가 '코리안 숏헤어'로 분류되는 고양이들이었다. 줄여서 '코숏'으로 불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검정색, 호피무늬, 얼룩이 같은 녀석들이었다. 허민의 아내는 고양이들의 생김과 행동 양태에 따라 일일이 이름을 붙여 주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의 주인공인 '잭 스패로우'를 연상시킨다고 '잭스패로', 노란 갈색이라고 '라니', 목과 배 부위가 유난히 하얗다고 '비앙카', 달의 여신을 떠올리게 한다고 '루나', 턱시도를 입은 것 같다고 '턱시', 온몸이 검다고 '올리브', '블래키'라는 이름들을 주었다. '야니'도 있었다. 대꾸 잘 하는 고양이 '야니'. 그녀가 "야옹" 하고 소리를 내면 "야아~아옹"이라고 대답했던 녀석.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의 구절이 있다. 그럼 '그녀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녀에게로 와서 더파든의 고양이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것은 사건이었다. 두 달 반 전 어느 날, 허민이 정원에서 장미 오벨리스크를 손보고 있을 때였다. 산자락 쪽에 있는 식당사장의 텃밭 울타리를 넘어가는 하얀 짐승의 모습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아니, 고양이인가? 우리나라 들판에 하얀색 고양이도 사나?" 그런데 고양이였다. 다음 날 '집게의 집'(소나무 열 그루가 있는 터에 지은 집, 집게가 짊어지고 다닐 만큼 작은 집이라고 허민이 붙인 이름)의 데크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한국 고양이 '코숏'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잡티 하나 없는 하얀색 긴 털에 약간 어두운 푸른빛이 도는 하늘색 눈을 갖고 있는 녀석. 그래서 사진을 찍어 전문가에게 문의하였다. "긴 하얀 털에 하늘색 눈동자. 영락없는 터키쉬 앙고라 종입니다. 그런데 들에서 발견되었다고요? 거 이상하네요. 국내에서는 매우 찾아보기 힘든 종이거든요. 집에서 기르던 개체가 탈출했다? 그런데 집이 거의 없는 한적한 들판에서 희귀 종이 발견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이 고양이는 '백설이'로 명명되었다. 사건은 연이어 발생했다. '백설이'가 오고 이틀 후 이번에는 고양이 '예나'가 '더파든'에 나타났다. 푸른색이 도는 회색 몸에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신비스러운 고양이. 몸집도 여느 고양이들보다 훨씬 커 위풍당당했다. 역시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러시안 블루 종이 확실합니다. 푸른색이 도는 회색 몸통과 녹색 눈동자. 정확히 일치합니다. 아니? 또 거기 들판에서 발견되었다고요? 거 참! 저도 이해가 안 돼요. 국내에서는 키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 녀석이 거기 어떻게 갔는지 전들 알 수 있나요? 뭐 녀석의 태생이 러시아이니까 거기서 왔겠죠. 거 왜 러시아 블라디에서 오는 배 있잖아요? 킹크랩 싣고 속초로 오는 배요. 그 배에 몰래 승선하여 속초항으로 와서 백두대간 타고 강릉으로 왔겠죠. 뭐 선생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수임무라도 수행하려는 걸까요? 하 하 하…" 그래서 이 녀석에게는 '예나'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러시아의 여자 황제 '예카테리나 2세'를 줄인 이름. '예카테리나'는 궁중 쿠데타를 일으켜 자기의 남편인 '표트르 3세'를 쫓아내고 러시아 제국의 제8대 차르에 오른 여걸이었다. 발견 당시 '예나'는 약간 초췌한 모습에 무언 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며칠 되지 않아 '더파든'의 최강자로 상황을 정리해버리는 정복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괜히 '예카테리나'이겠는가? 이것이 우연일까? 고양이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희귀한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난 것, 그것도 거의 동시에 나타난 것. 우연이라면 얼마의 확률일까? 그리고 이것. 이 꿈. 이틀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꿈. 꿈이 시작된 시점이 고양이 '백설이'와 '예나'가 나타난 때와 정확히 일치하는 힌두쿠시 전사의 꿈. 그날 저녁 허민은 그가 요즘 푹 빠져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독일에서 제작된 냉전시대의 동유럽을 무대로 하는 스파이 물 시리즈. 그런데 화면에 국내 공중파 방송의 뉴스 화면이 떴다. 그는 요즘 국내 공중파는 물론 종편 방송도 일절 보지 않는다. 열불을 지르는 것들을 굳이 가까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의 아내가 트롯 경연 프로를 보고나서 화면을 전환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파키스탄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난민 캠프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세력 간에 충돌이 발생하여 마을들이 불타고 수백 명의 주민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되었으며 다수의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그리고 카메라는 난민 캠프를 비추고 있었다. 순간 허민은 소름 끼치는 공포를 느꼈다. 스파이 생활 삼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 그의 별명 허밍(Humming)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공포. 고양이였다. 난민 캠프 철제 담장 위에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 그날 아침 '더파든'의 카페 앞 철제 담장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백설이'를 닮은 고양이. 그의 꿈속에서 죽어가던 힌두쿠시 전사의 눈에 비쳤던 초승달을 닮은 푸른 눈을 가진 고양이. '더파든'의 고양이 '예나'와 '백설이'. 힌두쿠시 전사의 꿈 속 고양이. 그리고 파키스탄 난민 캠프의 고양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가?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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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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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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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8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고양이(1) 그날 사월의 지극히 평범한 날 아침에 운명의 문을 노크한 것은 두 마리의 고양이였다. 허민 그는 알아야 했다. 두 마리의 고양이 때문에 삼십 년 넘게 '담장 위의 인생'을 살아온 은퇴한 스파이에게 허락되었던 짧은 평화는 흔들릴 운명이 되었다. 골짜기를 가득 채웠던 골안개가 태양이 남쪽 방향에 자리 잡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말이다. 야속하도다. 고작 사월의 골안개 같은 평화라니. 그랬다. 하얀 털의 고양이 한 마리가 카페 앞 철제 펜스 울타리에 올라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저녁의 하늘 색과 같은, 푸름과 어둠의 경계 선상의 눈동자. 농장정원 '더파든'에 나타난 지 두 달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그의 아내가 '백설이'라 이름을 붙인 고양이. 그가 잠깐 커피잔에 눈을 주었다 들었을 때 '백설이'는 보이지 않았다. 요 며칠 아침마다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위치에 나타났다가 그의 시선을 흡입하고 나면 사라지는 고양이. 어떤 징조를 드러내는 고양이. 그리고 오후에는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고양이 '예나'가 마치 근무 교대라도 하 듯이 그 자리에 나타나 그의 시선을 받고는 사라졌다. "우연이 쌓이면 필연이 된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우연은 없다. 우연은 필연의 한 부분이고, 필연의 한 과정일 뿐이다. 겪어본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우연은 패자의 변명수단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 스파이들이 우연을 받아들이는 순간, 연민과 허영이 빗장을 열고 실패를 불러온다는 것. 실패는 죽음의 길을 연다는 것. 그들은 안다. 그러나 곧잘 잊는다. 그리고는 후회한다. 오늘 새벽에도 허민은 그 꿈을 꾸었다.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그 꿈이 찾아왔다. 고양이 두 마리, '백설이'와 '예나'가 농장정원 '더파든'에 나타난 즈음에 시작된 꿈. 서른 번 가까이 같은 내용의 꿈이 반복되면서 이젠 꿈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어느 시대인지, 어떤 사연인지 구체화되고 있었다. 장렬하게 사라져간 고대 전사의 잊힌 서사가 완성되고 있었다. 꿈이 신화와 현실의 접점을 찾아내어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 내는 듯이. 흐릿한 첩보의 조각들이 맞추어져 하나의 선명한 정보가 완성되듯이 말이다. "이건 그저 그런 허튼 꿈이 아니야.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거야. 어떤 중대한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이 분명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고대의 전쟁터였다. 힌두쿠시 어디쯤이라고 했다. 아마 고대의 박트리아, 지금의 북 아프가니스탄 지역일 것이다. 꿈 속의 주인공은 위대한 정복 왕이며 신의 아들(파라오)인 '알렉산드로스' 동방원정대의 백인대장(로카고스, Lochagos)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로카고스 레온티오스 타란디노스', 즉 타란토(고대 남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도시) 출신의 백인대장 레온티오스라고 불렀다. 그는 부하 아흔 일곱 명과 함께 남겨졌다. 박트리아 산악부족 연맹의 군대를 막아 신의 아들 '알렉산드로스'가 힌두쿠시를 무사히 통과하도록 해야 했다. 얼마 전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에서 파라오로 받아들여져 '아문의 아들'로 불렸고, 또 파라오의 전통 왕호에 따라 '라의 아들'이라는 칭호도 사용됐다. 그리스식으로는 이를 '제우스-아몬의 아들', 곧 '제우스 신의 아들'로 이해했다. 신의 아들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된다. 신화가 위협받는다. 마지막 전투였다. 삼 주야를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하고 싸웠다. 적은 포기할 줄 몰랐다. 그리고 영리했다. 시간은 그들의 것이었다. 한 번에 열댓 명 정도의 적이 일개미의 행렬처럼 끝없이 계곡과 산등성이와 바위와 관목의 그림자 사이를 통과하여 다가왔다. 적 열명을 죽이면 부하는 두 명이 죽었다. 이제는 마지막, 마침내 적장의 칼끝이 가슴에 닿았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심장의 요동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영혼을 붙잡고 있던 희미한 몸의 온기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빛이 채 가시지 않은 초저녁 하늘에는 빛이 사라져 가며 남기는 푸름과 검음의 경계에 실 같은 초승달이 떠 있었다. 고양이의 눈을 닮은 달이었다. 푸른 빛이 은은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희미한 존재. 푸른 회색의 고양이. 고양이는 이제 곧 스러질 최후의 감각을 붙잡고 있는 전사의 가슴에 앉아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의 모습은 이제 막 전사의 몸을 떠나고 있는 영혼, 그 영혼의 심연으로 깊이 가라앉는 기억이 되고 있었다. 순간, 흩어져 있던 허민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정보분석의 틀이 치열하게, 그러나 차갑게 가동하고 있었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순백의 고양이 '백설이'의 눈. 푸름과 검음의 경계에 속하는 색깔의 눈. 초승달을 닮은 눈. 그리고 푸른 빛이 도는 회색의 고양이 '예나'의 모습. 이렇게 꿈 속에서 죽어가던 전사의 영혼, 그 영혼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소환되고 있었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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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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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세르비아 공군, 중국제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전개⋯유럽 내 中 군사 영향력 가시화
- 세르비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MiG-29SM이 중국제 극초음속 스탠드오프 미사일인 'CM-400AKG'를 장착하고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중국산 첨단 항공 유도 무기를 실전 배치한 사례로, 발칸반도 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단순한 방공 체계를 넘어 공격용 전력으로까지 확대되었음을 방증한다고 유라시안 타임즈(EurAsian Times)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iG-29의 전략적 변모…요격기에서 'S-400 킬러'로 진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세르비아 공군 기체(기번 18205)의 비행 영상에는 주익 하단 파일런에 장착된 두 발의 CM-400AKG 미사일이 명확히 식별되었다. 중국 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이 개발한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마하 4~5에 달하는 속도로 수직 낙하하며, 적 방공망의 요격 시도를 무력화하는 성능을 갖춰 이른바 'S-400 킬러'로 불린다. 이번 전력화로 인해 기존에 제공권 확보 및 요격 임무에 국한되었던 세르비아의 MiG-29SM은 장거리 정밀 타격 플랫폼으로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제 유니버설 파일런을 통합함으로써 PL 계열 공대공 미사일, YJ 계열 대함 미사일, LS 계열 유도폭탄 등 중국산 항공 무장 전반을 운용할 수 있는 전술적 확장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칸의 '거부 역량' 강화…러시아 의존 탈피와 中 전술 생태계 편입 세르비아의 이번 도입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미 FK-3(HQ-22 수출형) 지대공 미사일과 HQ-17AE 방공 시스템, CH-92A 및 CH-95 무인기 등 중국제 장비를 대거 도입한 세르비아는 이제 항공 타격력까지 중국제 생태계로 편입시키며 유럽 내 유일한 ‘중국 무기 운용 기지’가 되었다. "지난 8개월간 이집트, UAE, 요르단 군용 수송기들이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세르비아 바타이니카(Batajnica) 공군 기지에 반복적으로 착륙했다. 이 물류 경로를 통해 CM-400AKG 미사일이 비밀리에 공수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 분석팀 'Dunav Intel' 중국은 코소보 승인 반대와 1999년 나토(NATO) 공습 규탄 등을 고리로 세르비아와의 '철강 동맹'을 강화해왔다.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는 나토 회원국들에 둘러싸인 세르비아에 강력한 비대칭 억제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유럽 본토 내 중국의 군사적 발판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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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세르비아 공군, 중국제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전개⋯유럽 내 中 군사 영향력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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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7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기록(2) 어느 누구도 그에게 직접 물어볼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의 내력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공감대를 가진 듯했다. 그리고 이 마을의 남자들, 한국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그들 역시 아내들이 옮기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듯했다. 남자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를 대했다. 일종의 묘한 경계심이었다. 그에게 일부러 다가오지도, 먼저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그를 마주치면 목례를 하거나, "안녕하세요" 라고 짤막한 인사말을 건네는 게 전부였다. 그에게는 편안함이었다. 어쩌면 위장된 평화. 이렇게 그는 이 작은 골짜기 마을, '진골'의 일부가 되었다. 파도가 바닷가 백사장에 스미듯이. 뻐꾸기가 멧새와 알락할미새의 둥지에 탁란의 여건을 만들 듯이. 스파이가 작전목표에 안착하듯이 말이다. 매일 아침 여섯 시면 그는 카페로 나왔다. 그리고는 무슨 의식을 행하듯이 세 잔의 커피를 만들곤 했다. 통상 원두는 하루 전에 볶아 준비하였다. 워낙 소량이기에 750그램 가정용 전기로스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원두를 볶을 때마다 에티오피아 재래시장의 커피 세리모니를 떠올렸다. 화덕의 불을 피워 원두를 볶고, 제베나(커피를 끓이는 바닥이 둥근 도기 주전자)를 데우던 흑인 아낙. 그녀의 주름 깊은 이마에 맺혀 있던 굵은 땀방울. 뜨거운 햇볕에 고스란히 드러났던 그녀의 고단한 삶의 무게. 그런데 왜 그 여인의 모습에서, 허민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 먼저 커피 두 잔을 뽑아 대장소나무(농장정원 정면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백 년쯤 된 큰 소나무)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몫으로. '나랏일을 이유로 자식 노릇에 소홀했다'는 회환과 사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일종의 위로의식. 그리고는 자신을 위해 진하디 진하게 커피를 내렸다. 이십 그램의 원두를 이십 초 간 이십 밀리리터의 양으로 뽑아내는 삼박자 커피. 통상 설탕을 듬뿍 넣어 농밀한 맛을 즐기는 커피, 리스트레토를 마시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했다. 평생 가난한 농부의 삶을 산 그의 아버지가 정작 한국식 삼박자 믹스커피 마저 그다지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는 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커피는 농부들의 땀냄새를 맡고 고단한 노동과 삶의 무게를 마시는 것이니까. 이렇게 그만의 아침 의식이 끝나고 십분 후면, 그의 꼬맹아내가 강아지 '슈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서곤 했다. 오늘은 '탄자니아 더블에이'를 쓸 참이었다. 카페인에 민감한 그의 아내는 진한 커피를 두 모금 정도 마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는 크림치즈를 듬뿍 얹은 부드러운 빵에 살구잼을 발라 먹었다. 한 조각 반. 그러나 커피를 꽤 즐기는 그는 먼저 크레마 한 잔을 내리고, 그것을 베이스로 에스프레소 또는 리스트레토 두 잔을 더해 진한 커피를 만든 다음,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을 바른 딱딱한 바게뜨 류 빵과 함께 먹는다. 두 조각 반. 이것이 그가 회사에서 벗어난 이래 육 년째 아침마다 이어져 오고 있는 그들 부부만의 '커피 세리모니'였다. 마침 열어놓은 카페의 문 앞. 사월 초순의 이른 아침이면 늘 그렇듯 막 떠오른 태양의 빛살이 밤새 내려앉은 자욱한 골안개를 통과하면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케냐와 탄자니아 접경 킬리만자로 산자락의 커피나무 사이에서도 이렇게 아침안개가 피어오르곤 했지. 우아한 호수 '레이크 찰라(Lake Chala)'와 위대한 호수'레이크 지페(Lake Jipe)'에서 보내오던 안개. 탄자니아의 커피나무를 키우고, 체리의 달콤함 속에 커피의 다섯 가지 맛(신맛, 쓴맛, 단맛, 짠맛, 감칠맛)을 숨겨 풍성하게 하던 안개. 그런데 이제 나는 내 고향 진골의 골짝이 만드는 안개를 보고 있어." 축축한 흙냄새에 섞여 온갖 종류의 유기물질 입자들이 새로운 생명의 신호 마냥 이제 막 흩어지기 시작하는 안개 속을 부지런히 오가며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봄이 온 거야. 이제 겨울의 게으름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걸. 따스한 공기가, 동해에서 불어오는 습기 머금은 해풍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간밤에 동해에서 불어와 바짝 마른 그라스 속에 머물고 있던 아침바람은, 악명 높은 양간지풍(사월 또는 십일월 영동지방에 몰아치는 강력한 바람. 건조한 공기를 동반하며 종종 거대한 산불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바람이 양양과 간성 일대에 분다고 양간지풍, 또는 양양과 강릉 일대에 분다고 양강지풍이라고도 한다)에 들키기라도 할까 봐 납작 몸을 낮춘 채 보송한 솜털이 덮인 램스이어의 녹색 이파리를 희롱하고 있었다. 카페 출입구 앞에 벚나무의 꽃잎이 몇 조각이 날려와 있었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세상 일이 그렇다. 평화였다. 허민 그가 꿈꾸던, 아니 세상의 모든 스파이가 꿈꾸는 평화였다. 최소한 그날 아침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운명의 어느 쪽 문이 열릴지, 문 앞의 어떤 길을 내가 선택하게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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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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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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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기록(1) 벚꽃의 봉우리가 부풀었다.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팝콘처럼, 샴페인 방울처럼 터질 것이다. 다섯 번째 벚꽃이다. 허민이 이곳에 자리한지 오 년이 지났다. 햇수로는 육 년째. 자리했다기 보다 조용히 스며들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은근히 다가온 파도가 모랫벌에 스미듯, 여름밤 앞바다에서 불어온 따뜻한 해풍이 그라스에 안기 듯. 그리고 스파이들이 임무의 목표에 들 듯이. 이곳은 강릉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골짜기. 사람들이 '진골'이라 부르는 골짜기. 어떤 연유로 '진골'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연유를 궁금히 여기는 사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불릴 뿐인, 기껏해야 이 킬로 남짓한 자그마한 골짜기.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흔하디 흔한 그런 골짜기. 대관령에서 동해를 향해 흘러내리는 수많은 산자락들은, 끝날 때쯤이면 이 같은 작은 골짜기를 만들고, 골짜기 안에 거의 예외 없이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를 형성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구릉지에 밭을 일구어 감자, 옥수수, 배추 등 작물을 가꾸며 살았다.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그러다가 오십여 년 전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이러한 작물 대신에 포도를 재배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캠벨 품종의 포도. 캠벨은 생식용 포도로 한국, 일본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발효될 때 생기는 노린내 비슷한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포도주로 만들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작은 규모의 땅에서 기대 이상의 소득을 낼 수 있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포도를 가꾸기 시작했고 몇년 되지 않아 이 일대에는 꽤 큰 포도 생산단지가 형성되었다. 그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이곳 주민들 중에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진즉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세대 사람들도 일을 찾아 다른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후였다. 그를 아는 사람은 팔십 대 중반의 집안 아저씨가 유일하였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의 히스토리에 대해 철저히 함구할 것이 분명하였고, 혹 무심코 그를 거론하더라도 '중앙무대에서 나라 일을 하던 사람이다' 정도로 얘기할 것이었다. 실제로도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을 터였다. 그는 거의 방치되어 잡초가 무성했던 아버지의 포도농장을 정리하여 나무와 꽃을 가꾸고 텃밭농사를 짖는 '농장정원'을 조성하고는,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명명하였다. 농장(Farm)과 정원(Garden)의 합성어. 세상에서 유일한 정원이기에 정관사 '더(The)'를 붙였다. 그리고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디자인된 자그마한 간판도 세웠다. 물론 벚나무 서른 다섯 그루도 지형에 어우러지게 심어졌다. 삼십오 년만의 귀향이었다. 그리고는 농장정원 입구의 농기계창고를 손보아 손바닥만 한 카페를 만들었다. 퇴락한 네 평 반짜리 농기계창고가 컨츄리 풍의 정감있는 카페로 다시 태어나는 데는 세 달이면 충분하였다. 당초 그는 그와 꼬맹아내 두 사람의 '커피 세리머니'를 위해, 그리고 혹 찾아올지도 모르는 옛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다. 그러나 농장정원 '더파든' 안을 기웃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오는 동네 아낙들을 외면할 수 없어 몇몇에게 커피를 대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덧 이곳은 여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여자들은 이곳 남자들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어떤 묘한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것 같았다. 언제 부터인지 여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치르는 주부들의 전쟁, 남편과 아이들을 그들의 전쟁터로 출정시키고는 하나 둘 자연스럽게 그의 카페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다른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를 즐겼다. "부인, 오늘 같이 뜨거운 여름날은 탄자니아가 어울릴 겁니다. 작열하는 열대 사바나의 태양에 달구어진 검붉은 흙. 그 흙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품은 커피지요. 한마디로 이열치열입니다." "파도의 비말 같은 부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자바 만델링을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좋을 겁니다. 뭐 부인께서 즐기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괜찮겠고요." 여자들은 그가 추천하는 커피도 그렇지만, 그가 자신들을 부르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좋았다. 자신들에게는 꽤나 생소한 호칭에 어색해하면서도 감수성을 건드리는 미세한 어떤 흔들림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여자들끼리 만났을 때 그를 화제로 삼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공동 전선을 형성한 듯 다양한 얘기를 쏟아놓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정원사야. 나무와 꽃들을 대하는 섬세한 손길, 이런 사람을 그린핑거라고 부른다지. 이른 봄 잔설을 제치고 스노우드롭, 수선화, 크로커스, 무스카리가 어떤 순서로 고개를 내미는지, 어떤 순서로 피는지, 하루 중 언제 피어날지 알고 있더라니까 글쎄." "그의 왼쪽 귀 아래 턱수염에 숨겨진 깊고 긴 상처자국을 봤어? 턱과 아랫입술 사이에도. 위험한 일을 감당해온 사람인게 분명해. 왼쪽과 오른쪽 어깨의 높이가 달라. 그리고 서있을 때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하여 비스듬하게 서는 것 같아. 마치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 "두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밖으로 들어난 그와 숨겨진 또 다른 그 사람. 뭔가 어둠의 세계로 이어진 듯한." "그는 말할 때 거의 완성된 문어체의 문장을 구사해. 뭔가 공적인 일을 하던 사람일 거야." 관심은 비밀의 문을 두드리지만, 비밀은 봉인되었고 침묵만이 답으로 남았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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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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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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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5회)
- 1 스파이의 장 스파이와 평화(2) 며칠 후 그는 경포호수의 산책로를 걸었다. 강릉 경포호수의 벚꽂은 아름답다. 경포대 정자를 둘러싼 벚꽃도 좋지만, 호수 둘레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이 물에 비친 정경은 마치 호수가 수면 위로 벚꽃을 들어 나에게 바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감에 젖게 한다. 마침 벚꽃 축제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연인과 또는 혼자서 봄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허민과 그의 아내와 강아지 '슈나'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행복해지기로 했다. 순간 작은 바람이 일면서 눈 앞 자욱하게 벚꽃 잎이 날렸다. 왜 벚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산산히 부서지는 것일까? 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허민은 문득 그가 영국에 잠깐 근무하던 시절 만났던 '알렉세이' 생각이 났다. 현장작전 전문이었던 그에게, 회사가 잠깐 선심을 쓴 시기였다. 직전 작전에서 그는 오른발 뒤꿈치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요즘 시대에 부비트랩 같은 유물에 다 당하다니. 발 뒤꿈치 부상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몸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는 곧 현장 투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 사고는 한국 모 대학 인류문명학 교수의 국적세탁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필리핀을 거쳐 레바논까지 갔었다. 베이루트 항 부두 구석진 곳의 한 창고에 진입했을 때 어두운 모퉁이에 설치되어 있던 사냥용 덫에 걸렸다. 왼발 뒤꿈치 3센티미터 정도가 잘려나갔다. 마침 특수전용 안전화를 신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레바논 범죄조직 '샤리카트 알 아르즈(Sharikat al-Arz al-Mutawassit)'의 창고였다. 덕분에 레바논 경찰은 엄청난 양의 대마합성 각성제인 '캡타곤'을 압수했다. 그들이 직전 삼 년 간 압수한 양을 훨씬 웃돌았다. 당시 경찰 특수작전팀 ISF의 팀장이었던 '카림 알 하다드'는 나중에 경찰청장이 되었다. '알렉세이'는 러시아 대사관 공보담당 참사, 허민은 한국 대사관의 공보담당 서기관이었다. 각국 대사관의 공보담당 중 상당 수는 그 나라 정보기관 출신이다. 대외활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영국 외교부에서 개최한 여왕 생일축하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두 사람은 가까워져 서로 집으로 초대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같은 국제학교를 다닌 데다 두 사람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게 그들을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허민은 KMA, '알렉세이'는 '프룬제(Frunze)'를 졸업했다. 스파이의 세계에서 절대적 적은 없다. 절대적 동맹도 없다. 그러나 친구는 있다. 비록 어느 훗날 적으로 만나 총구를 겨눠야 하는 운명에 처해질 때도 프로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것이 스파이 사회에서의 우정이다. "은퇴를 하면 호젓한 시골에 농장을 갖고 싶다네. 농장 가득하게 벚나무를 심는 거야. 왕벚꽃나무 백 그루. 벚나무 사이 사이에 작은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고 말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벚꽃 그늘에서 우유를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시는 그런 꿈을 꾸지." 어느 날 문득 '알렉세이'가 말했다. 허민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테라스에서 코냑을 마실 때였다. 그날따라 왠지 '알렉세이'의 눈빛이 공허해 보였다. 얼마 후 허민은 귀국하였다. 그리고 일년쯤 되었을 때 '알렉세이'가 영국으로 망명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후 벚꽃철이 되면 허민은, 영국 어느 시골 농장의 벚꽃나무 그늘 아래에서 홍차를 마시는 '알렉세이'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그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알렉세이'가 스코틀랜드 시골 농장에서 독극물이 든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상세한 사망경위에 대한 영국 정부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다만 몇 군데 탐사보도 매체에서 정원의 야외탁자 위 찻잔에서 검출된 방사능 물질 폴로늄을 근거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거론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세계의 대부분 나라와 정보기관은 국가정보활동과 관련되는 한 그 어떤 사항도 확인하지 않는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오직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주 희귀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와 정보기관도 있다. 그 나라의 정보기관과 스파이는 정치적 희생물이 될 뿐이다. '알렉세이'의 가족에 대한 소식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스코틀랜드 농장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었는지,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는지, 벚꽃이 피어 있었는지, 야외탁자가 벚나무 아래에 놓여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그와 그의 아내는 주문진 항의 생선회센터에서 대게 찜을 먹었다. 모처럼 소맥도 몇 잔 말아 마셨다. 시원한 소맥이 가져오는 느긋한 취기를 즐기면서 허민은 결심했다. "그래. 벚나무를 심는 거야. 아버지의 포도밭을 농장정원으로 만드는 거야. 왕벚나무와 함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겹벚나무를 마주 보게 심는 거야. 지형에 어울리게 여러 품종의 목련을 심고 때죽나무, 팥배나무, 복자기, 산수유를 배합해야지. 과실이 열리는 살구와 체리와 호두나무를 빠트리면 안 돼. 그리고 나무들 사이 사이에 작은 밭을 일구어 꽃과 채소를 심어 가꾸는 거야. 알리움, 히야신스, 수선화 같은 구근 류와 수십 종의 붓꽃을 심어야지. 그리고 코스모스, 봉숭아, 과꽃 씨앗을 여기 저기 흩어 뿌려 온통 꽃마을을 만들 테야. 땀 흘려 일 한 날 저녁에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소설책도 좀 보다가 잠자리에 들 때면, 기분 좋은 피로감과 함께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오겠지. 평화라는 선물에 감사하는 기도." 사월의 주문진 밤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했다. 파도는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순순히 백사장에 스며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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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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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동의 지옥문' 연 트럼프의 도박⋯하메네이 제거와 세계 경제의 운명
- 2월 28일(현지 시각), 인류는 21세기 가장 위험한 지정학적 격변의 목격자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전격적인 이란 본토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권력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사망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세기 가까이 서방과 대척점에 섰던 '신권 통치'의 상징이 제거되면서, 중동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통제 불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커스온경제는 블룸버그통신의 긴급 타전과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이번 사태가 세계 정치·경제에 미칠 파괴적 영향력을 심층 진단한다. 작전명 '에픽 퓨리'…트럼프의 비정한 '거래의 종결' 이번 공습은 단순한 군사 보복이 아닌, 트럼프식 '정권 교체(Regime Change)'의 신호탄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인 항공모함 전단과 F-35 스텔스기 편대를 집결시키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결정적 순간은 제네바에서 벌어진 비밀 협상의 결렬이었다. 트럼프의 특사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가 이란 측과 만났으나, 핵 포기에 대한 확답을 얻지 못하자 트럼프는 즉각 '군사적 해결' 카드를 뽑아 들었다. 트럼프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녹화된 영상을 통해 "어떤 대통령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오늘 밤 내가 완수하겠다"고 선언하며 공습을 공식화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비명…'3차 오일쇼크'의 현실화 세계 경제를 가장 공포로 몰아넣는 대목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폐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해군은 공습 직후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해협 통항 금지를 선포했다. 실제로 사우디 원유를 실은 슈퍼탱커 '샤덴(Shaden)'호 등 주요 유조선들이 뱃머리를 돌려 탈출하는 급박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다. 이미 시장은 패닉 상태다. 주말 사이 리테일 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 이상 폭등했으며, 전문가들은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타르산 LNG 공급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의 '동맥 경화'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며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월스트리트는 '헤이븐 퍼스트(Haven-First, 안전자산 우선)' 전략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미 국채, 금, 스위스 프랑 등으로 자금이 몰리는 '안전 자산 랠리'가 예견된다. 반면 이집트 등 중동 인접국들의 주가지수는 개장 직후 6% 가까이 폭락하며 패닉 셀링(공포 매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걸프 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 충크에 직면했고, 관광과 소매업이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상 장기전으로 돌입할 경우 국가 신용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물류 마비…글로벌 '슈퍼 커넥터'의 붕괴 이란의 보복 공격은 중동의 금융·물류 허브인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이 세계 최대 국제공항 중 하나인 두바이 공항 시설을 타격하면서 2만 명 이상의 승객이 고립됐다. 에미레이트, 카타르, 에티하드 항공 등 글로벌 항공망의 중추가 무기한 운항을 중단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번 사태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발생한 가스 시장 혼란보다 더 큰 충격을 전 세계 항공 및 물류망에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핵 도그마'의 위험한 반전 하메네이의 사망은 이란 내부의 권력 공백을 넘어, 인류를 핵전쟁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 하메네이는 과거 '핵무기 제조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칙령(파투아)을 통해 핵 개발의 '레드라인'을 지켜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국가 안보 위원회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 등 강경파들이 정권 생존을 위해 '핵 교리(Nuclear Doctrine)'를 전격 수정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도부를 잃은 혁명수비대(IRGC)가 통제력을 잃고 독자적인 보복이나 핵 무장에 나설 경우, 중동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한폭탄이 된다. [Key Insights] 트럼프의 독단적 군사 행동은 기존 국제법 질서를 파괴하고 '힘의 외교'가 지배하는 정글의 시대를 열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안전한 중동 원유'라는 가정이 사라진 '상시적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유가 100달러 돌파는 국내 물가 폭등과 경상수지 악화로 직결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 시 에너지 배급제에 준하는 비상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즉각적인 수입선 다변화(미국산 셰일가스, 전략 비축유 확충)와 함께 중동발 항공·해운 물류 마비에 따른 대체 경로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시대, 한국 기업의 생존 기술은 이제 '공급망 다변화'의 속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Summary]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합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며 중동은 전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항공 마비로 유가 폭등 및 글로벌 물류 대란이 시작됐으며, 월가 등 금융 시장은 안전 자산으로의 대이동과 함께 '3차 오일쇼크' 공포에 빠졌다. 트럼프의 군사적 도박이 정권 교체를 넘어 전 지구적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기를 초래하면서,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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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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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동의 지옥문' 연 트럼프의 도박⋯하메네이 제거와 세계 경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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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 1 스파이의 장 스파이와 평화(1)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끝내 그를 파괴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날 저녁,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송이뭇국을 끓였다. 그의 고향 칠성산에서 나는 송이를 가늘게 찟어 넣은 뭇국. 국물 한 숟가락이 막 목줄을 타고 내릴 때 그의 아내가 무심한 듯 말했다. "회사가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봐야겠지." "회사가 당신을 버린 것이 아니야. 나에게 돌려준 거지. 이제 당신은 온전한 내 것이 된거야." "고마워." "그런데 회사는 나빠. 그동안 자기들 맘대로 사용해 놓고, 지 살겠다고 폐기처분하더니, 급기야 완전히 부숴 버리려고까지 했잖아." "응." "이제는 걱정 마. 내가 데리고 있을게. 그동안 너무 애 많이 썼어. 나와 우리 두 아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의 대의를 위해. 난 당신의 대의를 존중해, 누가 뭐라해도…" "고마워." "그나 저나 우리 이쁜이 '슈나'가 좋아하겠네. 이젠 매일 아침 아빠랑 산책도 할 수 있고 말야. 그치 '슈나'야…?" 순간 강아지 '슈나'가 펄쩍 뛰어 올라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코끝이 뜨끈해졌다. 이제 허민은 그가 '꼬맹 아내'라고 부르는 여인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삼십년 스파이 인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해온 여인. 며칠 아니 몇 달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불면과 불안이라는 친구와 익숙해 질 때쯤에 홀연 나타나는 남자를 평생 기다리며 살아온 여인. 법과 윤리의 국경을 넘나드는 회색의 경계지대에서 돌아와준 내 남자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곧 자기가 위로 받는 것이라고 믿었던 여인. '스파이의 여자'라는 말보다 '스파이의 아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인.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그와 그의 아내가 '슈나'라고 부르는 검은 색 미니어쳐 슈나우저 종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바다에 갈 때면 백사장 파라솔 아래에서 그는 맥주를 마시고, 강아지 '슈나'는 아빠를 대신하여 낚싯대를 살필 것이다. 그가 독서하는 서재의 책상 밑에서 낮잠을 자고, 티브이를 볼 때도 옆을 지키는, 늙은 스파이의 완벽한 일부. 은퇴한 스파이의 평화를 완성하는 '스파이의 개'. 강아지 '슈나'가 그와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스파이들의 로망, 그러나 갖기 어렵다는 평화의 문이 허민 그에게 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에 그는 꼬맹아내, 강아지 '슈나'와 함께 강릉의 한적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차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그저 선선히 모랫벌에 스며드는 파도. 파도는 다가올 때 이미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할 것인데, 우리는 쉽게 욕심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때론 갯바위에 던져지기도 한다. 그러면 부숴지는 것이다.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는 장열하다. 그러나 아프다. 허민은 스며들기로 했다. 스파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람처럼 움직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스파이의 길인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의 펜션에 방을 구했다. 강아지와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애견펜션. 펜션의 여주인은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며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라 했다. 그는 열흘치 방값을 선불하며 청소는 알아서 할테니 주인이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욕실용품이 필요하면 메모를 남기겠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게 그냥 내버려 두어 달라는 말이었다. 동해의 아침해는 일찍 솟는다. 이론적으로는 15분이라지만 실제로는 훨씬 빠르다. 동해의 아침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어 본 사람들은 이를 잘 안다. 허민과 그의 아내는 이른 아침해가 잠을 깨운 날은 해변을 걷고, 바람이 잠을 깨운 새벽에는 해맞이를 했다. 아침밥은 인근 카페에서 갓구운 크로아상과 진한 커피를 마시거나, 순두부식당에서 해결했다. 강릉의 두부는 간수 대신에 바닷물을 써서 응고시킨다. 수백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낮에는 가지고 온 책을 읽거나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지루해지면, 바닷가와 솔숲을 산책했다. 점심은 보통 건너뛰고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하루는 아내의 식성을 따른 얼큰한 한식, 하루는 그가 즐기는 이탈리안을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탈리안 음식기호를 놀리는 아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전생에 로마 사람이었던 것 같아. 천부장 '트리부누스 밀리툼'은 아니더라도 백부장 '켄투리아'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꿈도 그런 꿈을 꾼다니까. 정말 재미있는 것이 꿈 속에서는 나는 이탈리아 말을 잘 하고 잘 알아듣는단 말야." 스파이의 평화가 열리고 있었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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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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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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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3회)
- 1 스파이의 장 버려진 스파이(2) 얼마되지 않아 진짜로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그가 분석파트로 옮긴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의 짤막한 보고서 한 건 때문에 난리가 났다. A4용지 삼분의 이 분량의 짤막한 보고서. '앞으로 대통령에게 올리는 모든 보고서는 이렇게 작성하라'는 대통령실 지시와 함께, 그가 작성한 보고서가 샘플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긴 보고서는 거들떠보지 않아 그동안 비서실에서 별도 요약을 하거나 구두보고를 해왔는데, 그의 보고서에는 완전히 반해 버렸다는 것이다. 다음 날 열린 안보장관 회의의 대통령 지시사항은 그의 보고서 내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보고서를 들고 가서 그대로 읽었던 것이다. 그의 보고서는 짧다.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데이터를 거론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긴박한 작전현장에서 행동을 결정할 때 이것저것 생각이 길어지면 내가 적에게 당한다. 순식간에 판단하고, 판단과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 살아남기 위해 체화된 그의 사고와 행동의 방식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그 후 그의 경력은 탄탄대로였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서장이 되고 6개월 후 특별인사에서 부서장으로 승진하더니,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불려갔다. 1년 10개월 후 회사에 복귀하면서는 '바이스 디렉터' 세컨드맨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부회장'이라 불렀다. 그와 그의 아내는 행복했다. 이대로 쭉 나아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행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스파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잊는 순간에 위기가 찾아온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어느 이른 봄 날이었다. 그가 운동을 마치고 휴게실 소파에 앉아 막 생수병을 입으로 가져가려 할 때였다. 대형 TV 모니터에 그 사건을 알리는 자막이 뜨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이었다. 해외도 아니었다. 국내였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아니, 큰 문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희생의 제물을 찾고 있었다. 그들의 정치 굿판에 올릴 제물. 언론의 지면과 화면을 채워 줄 뉴스거리, 광고단가를 올리기 위한 저열한 수단. 누구도 그들이 요구하는 제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그들이 배고픈 하이에나의 무리라면.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의 저주를 받아 끝없는 굶주림으로 결국은 자기의 몸까지 먹어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에리식톤(Erysichthon)' 같은 존재라면. 그는 기꺼이 그들의 제물이 되어주기로 했다. 버텨봐야 추해지고 상처만 깊어진다. 머뭇거리지 말아야한다. 판단과 동시에 행동이 이루어져야한다. 그는 자기 발로 걸어서 사라졌다. 스스로 사라진다는 자존감이 그나마 위로로 주어졌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곧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이 칼자루를 쥐게된 자들은 신선한 먹잇감이 필요했다. 정권 초기부터 희생제물을 바치는 자욱한 연기로 온 세상을 덮기로 했다. 서초동의 언덕은 그들의 골고다가 되었다. 회사 출신들만 사백여 명이 불려나가 곤욕을 치렀다. 그중 사십여 명은 더 큰, 말 하기도 슬픈 그런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서초동 언덕배기에 웅거하고 있는 자들의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소위 증거자료라고 하는 것들.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목을 비틀고 목덜미를 조으는 것들은 모두 회사에서 제공한 것들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조직. 충성을 했던 조직. '목숨까지 바치겠다, 모든 것을 무덤까지 가져 가겠다'는 '진실의 방' 선서를 요구했던 회사가 그들을 요리하라고 식자재와 레시피까지 제공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요리되어 차례 차례 하이에나 무리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졌다. 종이조각도 가죽신발도 양념만 잘하면 화려한 요리가 된다. 그 남자 '허민'도, 동료들의 '허밍'도, 코드네임 '벌새'도, 미국인들의 친구 '험비'도 버려졌다. 버려진 스파이가 되었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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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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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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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 1 스파이의 장 버려진 스파이(1) 그의 이름은 허민. 그의 동료들은 그를 '허밍(Humming)'이라고 불렀다. 목숨이 걸린 위험한 임무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드는 그를 보면 벌새 허밍버드(Hummingbird)가 연상된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그의 코드네임은 '벌새'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CIA 특수작전팀 친구들은 그를 '험비(Humvee)'라고 불렀다. 작전지에서 왼쪽 어깨와 오른팔 관통상을 입고도 중상을 입은 CIA 파트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반 이탈한 그에게 이 이름을 주었다. 그들의 존경을 담은 이름이었다. 미군의 고기동 다목적 차량(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의 애칭 험비(Humvee). 그가 파키스탄의 미군 후송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추가 수술을 위해 귀국할 때 미국인 친구들은 그에게 험비의 상용 버전인 허머(Hummer)를 선물했다. 그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사랑하는 동료에게 새생명을 선물한 은인에 대한 아주 작은 선물이라고 우기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틀 후 그가 한국의 권위 있는 대학병원의 수술대 위에 있을때 파트너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허머(Hummer)가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떻게? 괜히 천하의 CIA이겠는가? 3개월 후 그는 회사에 복귀했다. 업무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주어진 업무는 현장요원들의 보고서를 분류하여 평가부서에 전달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업무를 마치고는 곧바로 재활 및 적응훈련장으로 직행하여 저녁 늦게까지 땀을 흘렸다. 어깨의 회복은 순조로웠다. AK47 칼리시니코프의 7.62미리 탄두가 견갑대의 핵심구조를 용케 피해 구멍만 내고 빠져나간 덕분이었다. 문제는 오른팔이었다.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근육과 힘줄, 신경계통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 때문에 회복이 더디었다. 회사의 재활치료 전문가는 최대 6개월을 더 지켜보자고 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초동 처치와 후속 수술은 완벽했음. 재활치료 과정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설계와 운용도 효율적이었음. 특히 치료와 재활에 임하는 대상자의 의지와 노력은 경이로웠음. 그러나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심부 연부조직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킨 데다 굴곡과 신전 기능을 담당하는 힘줄과 말초신경이 부분적으로 절단된 것이 제한요소로 작용하였음. 이로 인해 손가락의 미세 운동과 감각 피드백이 저하되었으며, 방아쇠 압력 조절과 격발 후 복귀 동작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음. 이는 단발사격은 가능하나 연속사격 시 총기 조작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오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임. 실제로 특수환경 하 사격활동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었음. 탄창 교환과 슬라이드 볼트 조작, 그리고 장전 불량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 능력에 있어 동작 지연과 오류가 동반되는 사례가 수차 확인되었음. 결론적으로 대상자는 장기간 재활과 훈련에도 불구하고 정밀사격, 특히 근접전투 상황에서 임기표적에 대한 즉각적인 총기조작 같은 스트레스 하 반복 사격 능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임. 다시 한번 치료와 재활, 이어진 복귀훈련 과정에서 보인 대상자의 경이로운 의지와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함. (복무적성평가위원회)" 보고서 한 장으로 그의 현장 경력은 끝났다. 이제 버마(미얀마) 아웅산에서 28살 터질듯한 장단지에 토카레프의 7.62미리 탄두를 영접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밀림의 벌목지에서 남북 합동으로 인질 구출 작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길에서 시작하여 내몽골을 거쳐, 네팔에서 모사드의 특별기를 구걸하여 탄자니아로 날아가는 일은 영화에서나 볼 것이다. 거기 탄자니아 커피농장 외진 곳에, 미사일 기술자 남편의 탈북 성공을 기다리다 죽은 가여운 북한 여인의 무덤을 만드는 일 따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질 구출 협상에 성공하고도, 다른 경쟁 무장세력의 기습공격 같은 것, 상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K 탄두가 신체 두 군데를 동시에 통과하는 행운은 더 더군다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그에게 정보분석 파트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회사는 그가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는 글록17을 데려가고 가장 혐오하는 노트북을 안겨주었다. 외부 반출 절대 엄금 및 외부환경 작동 불능, 세이프박스 노트북. 회사를 그만 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이. 생계형 스파이에게 선택은 없다. 회사만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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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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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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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현재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전무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후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UAE,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인도는 최근 114대의 라팔 추가 도입을 위한 정부 간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세기 라팔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1980년대 상업적으로 처참히 실패했던 또 다른 프랑스 전투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바로 라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비운의 걸작 '미라주 4000(Mirage 4000)'이다. 초대형 쌍발 전투기의 등장: F-15와 견주다 항공 역사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1976년, 다소는 단발 엔진 경전투기인 '미라주 2000' 개발과 동시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대형 전투기 개발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단발기인 미라주 2000이 미국의 F-16 팰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었다면, 쌍발기인 미라주 4000은 미국의 F-15 이글이나 옛 소련의 Su-30과 같은 체급으로 제공권 장악 및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重)전투기였다. 특히 미라주 4000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신소재와 압도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 코팅 복합재를 수직 꼬리날개에 적용해 획기적인 무게 절감과 피로 저항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10톤의 추력을 내는 스넥마(Snecma) M53 엔진 2기를 탑재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가 1을 초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쌍발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승력도 과시했다. 첫 비행 1년 만인 1979년 마하 2의 속도를 거뜬히 돌파했으며, 단 3분 50초 만에 5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비행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연료 탑재량 역시 미라주 2000의 3배에 달해 장거리 작전 수행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도와 중동의 관심, 그러나 끝내 닫힌 양산의 문 미라주 4000의 압도적인 스펙은 첫 비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란 샤(Shah)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이미 미라주 2000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미라주 4000을 고성능 하이급(High-tier)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실제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정부와 군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다소는 자비로 미라주 4000의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고, 자국 공군의 도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무기를 덥석 구매할 해외 국가는 없었다. 결국 단 5대의 생산 계획마저 취소되며 프로젝트는 조용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미라주 4000을 버린 프랑스의 진짜 이유: '항공모함'과 '독립'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의 결정체였던 미라주 4000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항공모함 탑재 능력'과 '예산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공동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국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 버전의 전투기를 강력히 요구한 반면, 타 유럽 국가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독자적인 안보 노선, 즉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결국 유로파이터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 프랑스 해군은 미국의 F/A-18 호넷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고, 독자적인 함재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운 미라주 4000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공군용 대형 전투기(미라주 4000)와 해군용 함재기를 따로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다소 측에 공군과 해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전투기(Omnirole)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이 미라주 4000의 관에 명백한 못을 박았고, 동시에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라팔(Rafale)을 잉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미라주 400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쌍발 엔진 제어와 복합재 사용 기술은 라팔에 고스란히 이식되어 프랑스 항공 우주 기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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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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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편집자주> 더파든의 스파이-프롤로그 그는 오늘 새벽에 또 그 꿈을 꾸었다. 대략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꿈.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농장 정원 '더파든(The Farden)'에 나타난 즈음에 꿈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어떤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을 주는 꿈. 고대의 전쟁터에 있었다 아마 힌두쿠시 어디쯤일 것이다 하늘의 문은 닫히고 땅의 어둠은 깊다 삼 주야를 싸웠다 투구가 깨어지고 갑옷의 줄도 잘렸다 피와 땀에 절은 가슴에 적장의 칼끝이 닿았다 이제 날카로운 칼은 해진 옷을 뚫고 가슴을 헤집을 것이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희미한 심장의 온기마저 사라지면 영혼은 서늘한 밤하늘에 이를 것이다 기우는 달과 푸른 별빛이 아득하리라 깃털처럼 가벼워진 영혼 이내 훌훌 나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슴 먹먹한 나의 집으로 그리고 대의의 깃발을 들었던 그곳으로…… 운명이 우리를 찾는가? 우리가 운명의 문을 여는가?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운명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그러나 운명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가는 사람. '운명'을 '자유 의지'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리하여 운명을 자신의 서사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기는 '운명적 서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나는 자신의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간 어떤 전직 스파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전직 스파이가 누구인가요?"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해두자.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언젠가 당신이 읽었을 신문 기사의 배후에 존재하였던 익명의 헌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SNS나 탐사보도 매체에 잠시 올랐다가 바로 사라져 버린(어디에서 기사 삭제에 개입했을 수도, 팩트 체크에 실패했을 수도 있는) 기사의 주인공이거나 외신 발 카더라 소식에 등장하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당신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또는 있었던 일이라고 해두자. 어차피 이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이니까.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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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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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전후(戰後) 중동 질서 재편을 위해 거침없는 독자 행보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과 다국적 평화군 파견을 골자로 한 이른바 ‘가자 평화위원회(Peace Board)’를 출범시키며, 기존 유엔(UN) 중심의 국제 질서를 우회해 트럼프식(式) ‘힘을 통한 평화’를 중동에 이식하겠다는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에서 40여 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가자 평화위원회 첫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철저히 ‘돈’과 ‘힘’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위원회에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부국은 물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동원해 70억 달러 이상의 구제 패키지 동참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영토 재건에 필요한 약 700억 달러 중 일부”라며 향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거대한 인프라 재건 시장이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 파괴된 가자지구를 통치할 새로운 안보 청사진도 구체화했다. 재스퍼 제퍼스 국제안정화군(ISF) 사령관은 인도네시아, 모로코, 카자흐스탄, 코소보, 알바니아 등 5개국이 평화군 병력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사령관직을 맡은 인도네시아는 최대 8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경찰 훈련을 맡는다. ISF는 하마스의 최후 보루였던 가자지구 남부 라파(Rafah) 지역에 우선 배치되어 치안을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만 명의 ISF 전투 병력을 투입하고, 1만 2000명의 현지 경찰을 양성해 하마스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 위원회의 성격이다. 외신들은 이번 평화위 출범이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기 위한 ‘트럼프표 대안 기구’라고 분석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측근이 총출동한 가운데, 회의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벨라루스까지 참석했다. 반면 유럽의 일부 핵심 동맹국들은 회원 가입을 꺼리며 거리를 두고 있다. 유엔의 무능을 비판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 사태 해결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안보·경제의 주도권을 자신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평화”라며, 이란을 향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평화위를 지렛대 삼아 하마스와 레바논 문제를 넘어 이란까지 압박하는 광폭 행보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그리고 재건 경제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ey Insights] 트럼프 주도의 가자지구 재건 사업은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을 흔드는 동시에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 총 7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인프라 복구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건설, 인프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중동 특수가 열릴 수 있다. 다만, 기존 유엔 체제를 우회하는 트럼프식 독자 노선이 심화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 역시 전통적 다자주의와 트럼프발 신(新)질서 사이에서 외교·경제적 줄타기를 강요받을 위험이 상존하므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Summary]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치안 유지를 위한 '평화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1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70억 달러를 보탰다.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국제안정화군(ISF) 병력을 파견해 라파 지역부터 치안 확보에 나서며, 장기적으로 2만 명의 병력이 투입된다. 이번 위원회 출범은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유엔 체제를 견제하고 트럼프 중심의 새로운 중동 질서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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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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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남극의 방파제가 무너진다-스웨이츠 빙하 균열 가속, 해수면 3m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로
- 2026년 1월, 영국 남극조사대(BAS)와 한국 극지연구소(KOPRI) 합동 연구팀이 남극 스웨이츠 빙하 본류에 1000m 깊이의 시추공을 뚫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호주 CSIRO는 동남극 쿡 빙붕에서 퇴적물 코어를 채취했고 국제 SWAIS2C 프로젝트팀은 로스 빙붕 초심도 시추에 성공했다. 남극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례적 탐사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구의 빙하 방파제는 언제,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 질문이 긴박해진 것은 최근 수년간 쏟아진 과학적 증거 때문이다. 2025년 가을, 40년간 '세계 최대 빙산'으로 불리던 A23a가 남대서양에서 빠르게 소멸했다. 1986년 서남극 필히너 론네 빙붕에서 분리된 이 빙산은 한때 무게 약 1조 톤, 면적 서울의 6.6배에 달했으나, 따뜻해진 바다를 만나 불과 수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EU 코페르니쿠스 위성은 면적이 1770㎢까지 축소됐으며 수 주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BAS 물리 해양학자 앤드류 마이어스 박사는 '바닷물이 너무 따뜻해 빙산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미 바다에 떠 있는 빙산이 녹는다고 해수면이 바로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A23a를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빙산의 소멸 속도는 지구 온난화가 남극의 얼음을 얼마나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시적 증거이자, 그 뒤에 숨겨진 훨씬 거대한 위기의 서막이기 때문이다. 서남극 빙붕이 무너지면 육상 빙하가 바다로 쏟아지고, 전 지구 해수면이 수 미터 치솟는 연쇄 붕괴가 시작된다. 2024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는 파리협정 1.5℃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서남극 빙상 소실이 20세기 대비 3배 빨라진다고 경고했고 COP29(2024년 바쿠)에서는 해수면 상승 취약국들이 손실과 피해 기금 확대를 절박하게 요구했다. 남극의 빙하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의제다. 빙붕 붕괴의 연대기-역사가 증명하는 연쇄 반응 남극의 빙붕은 육상 빙하가 바다로 이어지는 거대한 '얼음 선반'이다. 두께 수백 미터에 달하는 이 얼음층은 뒤편 빙하들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댐의 수문' 역할을 한다. 빙붕이 사라지는 순간 억눌려 있던 육상 빙하는 중력을 따라 걷잡을 수 없이 바다로 쏟아진다. 이 공식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 1995년 라르센 A 빙붕이 무너지자 그 뒤편 빙하의 이동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다. 2002년 라르센 B 빙붕은 면적 3,250㎢(제주도의 약 1.8배)가 단 5주 만에 소멸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붕괴 이후 인근 빙하 흐름이 급속히 가속됐다고 보고했다. 2017년 라르센 C에서 분리된 빙산 A-68(5,800㎢·제주도의 약 6배)은 빙붕의 구조적 안정성을 흔들어 장기적인 빙하 유출을 가속했다. 2022년 3월에는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동남극의 콩거 빙붕(1200㎢·서울의 약 2배)이 며칠 만에 완전히 붕괴했다. NASA 위성이 포착한 이 장면은 '남극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계의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냈다. 2025년 초에는 남극 반도 조지 6세 빙붕이 분리되면서 수백 년간 얼음에 덮여 있던 해저가 드러났고, 런던대 연구팀은 그 아래에서 성게·산호·문어·불가사리 등 고대 생태계가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생명체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말의 날 빙하' 스웨이츠-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남극 빙하 문제의 심장부에는 스웨이츠(Thwaites) 빙하가 있다. 한반도 면적에 맞먹는 이 거대한 빙하는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린다. 단지 그 자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서남극 빙상 전체의 흐름을 막는 '코르크 마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영 공동연구팀(ITGC)은 스웨이츠가 무너지면 뒤편 빙하들이 연쇄 붕괴하며 전 지구 해수면이 최대 3~4.5미터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리건주립대 빙하학자 에린 페팃은 스웨이츠의 상태를 '처음에는 천천히 균열이 번지는 차 앞유리와 같다-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난다'고 묘사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중심의 국제 공동연구팀은 NASA 위성 ICESat-2 자료를 분석해 스웨이츠 빙붕 동쪽 구간에서 균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한 번 시작되면 스스로 가속하는 '자기 강화적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번 부서진 빙붕이 다시 복원된 사례는 과학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6년 2월,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한·영 공동연구팀이 스웨이츠 빙하 934미터 아래 지반선(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 부근의 바다를 직접 관측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반선 아래 바닷물의 온도·염분 분포가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었으며 이는 따뜻한 심층수가 빙하 하부로 활발히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빙하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녹을 수 있다는 징조다. 영국 남극연구소(BAS)·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이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분석(2024)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 1.5℃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서남극 빙상의 소실 속도는 20세기 대비 3배 빨라진다. 논평을 게재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타이무어 소하일 교수는 '빙상 소실을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도미노의 시작-지구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IPCC 6차 평가보고서(AR6)는 남극 서부 빙상이 불안정 붕괴할 경우 수세기에 걸쳐 해수면이 2~3미터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수면 상승: 2억 명의 거주지가 사라진다 유엔 해수면 상승 과학 패널은 2100년까지 1미터 상승 시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거주지를 잃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서해안·제주 연안의 해수면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4~7㎜씩 상승해왔으며 해수면이 1미터 오를 경우 서울 면적의 1.6배에 해당하는 국토가 침수된다. 기후 도미노-폭염·한파·홍수의 악순환 빙붕과 해빙의 소멸은 지구의 '에어컨' 기능을 약화시킨다. 얼음이 태양 복사를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가 줄면 바다와 대기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이것이 다시 얼음 소멸을 가속하는 양의 되먹임 고리가 형성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극 기온이 최근 50년간 세계 평균의 4배 속도로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 중위도 지역에 폭염·한파·집중호우가 뒤섞여 발생한다. 또한 빙하에서 녹아 나온 대량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면 대서양 해양 순환(AMOC)을 교란해 유럽의 이상한파와 아시아 몬순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식량 위기와 섬나라의 존망 해수면이 오르면 방글라데시·베트남·이집트 등 저지대 농경지에 염수가 침투해 식량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 제트기류 불안정화로 인한 작물 수확량 감소는 곡물 가격 폭등으로 직결된다. 남태평양의 키리바시·투발루(평균 해발 약 2m)·몰디브는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 옥스팜의 2022년 보고서는 기후 취약국들이 선진국에 비해 평균 4배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적게 기여한 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기후 불의(Climate Injustice)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의 대응-과학 탐사에서 국제 협력까지 국제사회는 남극의 위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위해 탐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공동 주도하는 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ITGC)은 현장 조사·수중 로봇·위성 분석·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총동원해 스웨이츠 빙하의 미래를 예측해 왔다. 2026년 1월에는 BAS·한국 극지연구소·호주 CSIRO 등이 남극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추 탐사를 실시했다. NASA의 ICESat-2 위성은 2018년부터 빙붕 균열을 고해상도로 추적하며 붕괴 예측 모델을 정밀화하고 있다. 과학의 경보는 국제 정치 무대로 전달됐다. 2015년 파리협정은 1.5℃ 목표를 설정했지만 연구자들은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로는 빙상 소멸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COP29(2024년 바쿠)에서 해수면 상승 취약국들은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확대를 촉구했다.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는 남극 환경 보호 의정서를 통해 광물 개발을 금지하고 과학 조사 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도 당사국으로 참여해 세종기지(1988년)·장보고기지(2014년) 운영을 통해 극지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국의 적응 대책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수 세기에 걸친 방조제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델타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미국 마이애미는 10억 달러 규모의 해안 보호·도로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피지는 국민 이주 계획을 공식화했고 투발루는 뉴질랜드와 사상 최초의 국가 차원 '기후 이주 협약'을 체결했다. 방글라데시는 해안 방재림(맹그로브 숲)을 조성하고 부유식 학교·병원을 구축하며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응(Adaptation)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방조제가 아무리 높아도 전 세계 탄소 배출이 줄지 않으면 결국 의미를 잃는다. 현재 남극·그린란드 빙하의 연간 소실로 인한 해수면 상승 기여는 연간 약 3.7㎜ 수준이지만, 스웨이츠 빙하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 수치는 수배로 치솟을 수 있다. 빙상 소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 남극의 얼음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녹고 있다. ITGC는 스웨이츠 빙하의 이번 세기 내 급격 붕괴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낮게 평가하면서도 22~23세기에 걸쳐 스웨이츠와 서남극 빙상 대부분이 사라질 가능성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뚜렷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현재 탄소 배출이 지속될 경우 2300년까지 서남극 빙상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의 높이를, 마시는 물의 염도를, 농사짓는 땅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남극 빙붕의 균열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가장 거대하고 느린 경보음이다. 그것이 느리다고 해 덜 절박한 것은 아니다. [기자의 시각] -남극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무거웠던 문장은 '빙상 소실을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호주 과학자의 경고였다. 파리협정 1.5℃를 지켜도 서남극 빙상의 소실 속도가 3배 빨라진다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완벽하게 약속을 지켜도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력감에 빠질 이유는 없다.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동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남극조약 당사국이자 세종·장보고 두 기지를 운영하는 극지 연구 역량국이다. 2026년 1월 한·영 공동 스웨이츠 시추가 보여주듯, 과학적 기여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해안 침수 시나리오에 기반한 도시계획 재설계, 해양 인프라 강화, 기후 취약 지역 사전 이주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남극은 지구 반대편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서해안 갯벌이 잠기고, 제주 해안 마을이 침식되며, 여름 폭염과 겨울 한파가 예측 불가능해지는 현상의 근원이 바로 남극의 얼음에 있다. 빙붕의 균열이 보내는 경보를 '미래 세대의 문제'로 유예하는 순간, 대응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지금 행동하는 것만이 '느린 재앙'에 대한 유일한 답이다. 【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 】 · ITGC(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 연구 보고 / NASA ICESat-2 위성 관측 데이터 2018~2025 · Nature Climate Change(BAS·노섬브리아대, 2024) /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 IMBIE 빙상질량균형보고(2021) ·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환경부·기상청) / 해양수산부·극지연구소 스웨이츠 시추 보도자료(2026.2) · 가디언·BBC·AFP·지디넷코리아·서울신문·MBC·YTN·기후에너지경제 2024~2025 보도 · 유엔 해수면상승과학패널(2021) / WMO 2024 기후현황 보고서 / 옥스팜 기후 취약국 경제피해 보고(2022) · 다트머스대 WAIS 붕괴 모델 연구(코페르니쿠스지) / 뉴스스페이스 남극 시추 종합보도(2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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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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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남극의 방파제가 무너진다-스웨이츠 빙하 균열 가속, 해수면 3m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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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G20 정상회의 폐막⋯미국 불참 속 다자주의 재확인
-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둘째 날인 이날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한 회의에 이어 폐막식을 끝으로 이틀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폐회사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 첫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와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것으로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공식 마치며 의장직은 차기 의장국인 미국 대통령에게로 넘어간다"고 선포했다. 각국 정상들은 첫날인 전날 회의 시작과 함께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이는 보통 선언을 폐막에 임박해 채택하던 관례를 깨뜨린 것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의장국 남아공의 전격적인 조처에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이 호응한 결과다.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특별히 강조하며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과학적 합의에 반복해서 의문을 제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예측 가능하고 시의적절하며 질서 있고 조율된 방식으로 G20 부채 처리 공동 프레임워크의 이행 강화"를 약속하고 "핵심 광물은 단순한 원자재 수출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과 광범위한 발전의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과 저소득국 부채,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부각하고 다자주의를 재확인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전날 개회사에서 "G20은 다자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정상선언 채택은 다자주의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했다. 특히 미국의 불참으로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별도의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끝으로 2022년 인도네시아, 2023년 인도, 2024년 브라질에 이어 글로벌사우스의 G20 의장국 순환 주기도 마무리됐다. 차기 의장국은 2026년 미국에 이어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이 차례로 맡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G20 정상회의를 자신이 소유한 마이애미의 도랄 골프 리조트(Trump National Doral Miami)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며 논의의 초점을 경제 협력 문제로 좁히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 이어 21일 남아공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이틀간 개막식과 만찬은 물론 G20 정상회의 3개 세션에 모두 참석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 5개국(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 '믹타(MIKTA)' 정상·대표들과도 만나고 프랑스·독일 정상과도 양자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이번 아프리카·중동 마지막 순방국인 튀르키예로 향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를 각각 만났다. 이번 회동은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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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G20 정상회의 폐막⋯미국 불참 속 다자주의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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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전자, 이집트 연 250만대 TV 생산⋯현지 부품 비중 확대
- LG전자가 이집트에서 생산 제품의 현지 부품 활용 비중을 높이며 제조 역량 강화와 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데일리뉴스이집트가 전했다. 이집트 현지 법인의 이기철 HE PM팀장은 인터뷰에서 "연간 약 250만 대 규모의 TV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지 부품 내재화 비율 확대를 통해 이집트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현지 문화·창작 생태계 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이집트 아트 플랫폼 'TAM 갤러리'와 공동으로 'LG AI와 함께하는 차세대 갤러리(The Next Gallery by LG AI)'를 개최했다. '혁신과 예술의 만남(Innovation Meets Art)'을 주제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디지털·AI 기반 예술을 결합한 전시 공간을 선보인 것. 전시에는 최신 OLED 및 QNED TV가 주력으로 소개됐다. 100인치 신제품을 포함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완전한 블랙 표현, 무한대 명암비, 전문가급 색정확도를 갖춰 디지털 및 AI 생성 이미지를 정교하게 구현하는 ‘현대적 캔버스’로 평가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단순 제품 전시를 넘어 이집트 창작 커뮤니티와의 지속 협력 선언"이라며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미래 예술의 캔버스이며, 기술 혁신을 통해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 창작·전시·관람 방식 혁신을 주도하며, 기술·문화 융합 분야에서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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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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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 꿀 산업이 성장하고 관리형 양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위적 관리와 무관하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 꿀벌은 급격히 줄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야생 서식 꿀벌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유럽 적색목록(Red List)' 최신 개정판에 따르면, 서유럽 전역의 야생 꿀벌 개체군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인간과 공생해온 꿀벌, 두 얼굴의 생존 꿀벌(Apis mellifera)은 인류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대표적 곤충이다. 고대 이집트 시기부터 벌꿀을 얻기 위한 인공 벌통이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이동식 벌통과 상업적 수분(受粉) 산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봉의 발전은 꿀벌의 생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서양꿀벌은 크게 두 형태로 존재한다. 양봉가가 관리하는 '사육군집'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숲속 나무 구멍이나 자연 공간에서 스스로 군집을 이루는 '야생군집'이다. 두 군집 모두 같은 종에 속하지만, 생존 방식과 미래 전망은 전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양봉업자들이 대규모 군집 붕괴 현상을 보고하면서 관리형 꿀벌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연구자들은 군집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으나, 이 과정에서 야생 꿀벌은 상대적으로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참고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EU 내 작물 종의 약 84%가 곤충 수분에 의존한다. EU의 연간 농업생산량 중 최소 50억~150억 유로가 야생 꿀벌 등 곤충 수분매개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농산물에는 사과, 토마토, 오이, 아몬드, 대두,유채 등이 포함된다. 야생 꿀벌의 감소는 수분 매개자 감소를 초래해 자연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야생 군집…그러나 지속 가능성 불투명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연구진들은 야생 꿀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 조사를 본격화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 국립공원, 독일·스위스·폴란드의 삼림지, 이탈리아 전역,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지에서 자연 서식하는 군집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 군집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지, 즉 '독립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 연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에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허니비 워치(Honey Bee Watch)'가 출범했다. 유럽 각국 연구자 14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IUCN과 협력해 야생 꿀벌의 보전 등급을 재평가하고, 유럽 내 꿀벌 서식종 2,000여 종의 보전 상태를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야생 꿀벌은 '자료 부족(Data Deficient)'으로 분류돼 있었다. 발견된 군집이 순수 야생 개체인지, 혹은 관리형 벌통에서 탈출한 군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생'의 재정의…유전이 아닌 생태 기준으로 평가 새로운 평가에서는 유전적 구분 대신 생태적 기준이 도입됐다. 꿀벌은 완전한 의미의 가축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형과 야생형이 유전적으로 혼재돼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IUCN의 '야생' 정의를 적용해, △인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외부에서 새 군집을 들여오지 않아도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야생 꿀벌'로 규정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야생 꿀벌의 보전 상태를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내 자유 서식 꿀벌의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서식지 감소·기생충·질병·인간에 의한 교잡 등 복합 요인이 개체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럽연합 내 '멸종위기' 등재…생태계 보전의 경고등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 내 야생 꿀벌 개체군은 이번에 '멸종위기(Endangered)'로 새로 지정됐다. 다만 발칸반도,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및 동유럽 지역은 조사 자료가 부족해 '자료 부족' 상태가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야생 꿀벌 보전이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태 다양성 유지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자연 서식 꿀벌은 병해충과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유전자 풀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의 양봉 산업에도 생물학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연의 유전자 은행'으로 평가된다. IUCN 관계자는 "야생 꿀벌의 멸종위기 등재는 이들이 더 이상 인간 관리의 부속물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자생 야생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지금이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매개자의 손실과 멸종은 복잡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유럽환경청(EEA) 또한 야생 꿀벌 등 수분매개자의 멸종은 다른 종의 감소와 멸종, 다양한 생태계의 상실로 이어지는 첫단계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야생 수분매개자는 복잡흔 유기체의 그물의 일부이며 생태계 회복력의 핵심이라면서 그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다양한 지리적, 거버넌스 수준, 경제 부문, 사회 전반에 걸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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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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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토 무기 수출 점유율 6.5%⋯세계 2위 방산 강국 부상
- 한국이 세계 군비 경쟁 심화 속에 나토(NATO) 회원국 대상 무기 수출에서 공동 2위로 부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2020~2024년 나토 회원국 무기 수출에서 점유율 6.5%로 프랑스와 공동 2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위는 64%를 차지한 미국이었다. 한국의 전 세계 무기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2.2%로 확대됐고, 특히 폴란드와 22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포함해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신속한 납기와 가격 경쟁력, 민관 협력, 조선업 기반 기술력이 성장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니해설] K-방산 약진의 배경…폴란드 대형 계약이 기폭제 한국 방산 수출 확대의 상징적 사례는 폴란드와의 초대형 계약이다. 2022년 체결된 폴란드와의 무기 공급 계약 규모는 현재 총 220억 달러(약 30조6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등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대규모 패키지를 공급 중이다. 이 계약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후속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폴란드 외에도 루마니아에는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사우디아라비아에는 32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상당의 천궁-II(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를 공급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러시아 공백·유럽 재고 부족…기회 잡은 한국과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군비 증강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의구심, 대만 해협 긴장 고조까지 겹치면서 각국은 전력 증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유럽의 '공백'을 한국과 튀르키예가 효과적으로 메웠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비 손실이 커 자국 군 전력 재건에 집중하고 있으며, 서방 제재로 핵심 부품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도, 베트남, 이집트 등 과거 러시아 무기 수입국들이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업체들도 냉전 종식 후 축소된 생산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느라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이 틈새를 한국과 튀르키예가 채우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K-방산의 경쟁력…신속한 납기·가격 경쟁력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방산의 강점으로 신속한 납기와 경쟁력 있는 가격, 그리고 긴밀한 민관 협력을 꼽았다. 특히 러시아와 접경한 폴란드처럼 빠른 전력 보강이 필요한 국가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 ‘빠른 인도’가 꼽힌다. 여기에 조선업과 중공업에서 축적한 기술력, 첨단 전자·IT 기술을 결합한 높은 완성도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내년 공개할 KF-21 전투기를 언급하며 "F-35 스텔스기와 경쟁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며, "이는 일본이나 이스라엘조차 달성하지 못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성장의 그림자…기술 유출·경쟁 심화 한국 방산업계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서방 기업들의 적극적인 스카우트로 숙련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첨단 기술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력 이탈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언제든 방산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변수도 부담이다. 여기에 유럽 시장에서는 자국 업체와 일본·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튀르키예, 드론 앞세워 급부상 튀르키예도 TB2 드론의 성공을 발판 삼아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0년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불과했던 무기 수출액은 2024년 70억 달러(약 9조7000억 원)로 뛰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이어 유럽까지 영역을 넓히며 한국과 함께 방산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K-방산, 글로벌 무대 도약 기로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업이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핵심 기술 내재화와 공급망 안정화, 인력 유출 방지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또한 다양한 무기 체계의 고도화와 더불어 해외 현지 생산 및 공동 개발을 통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군비 경쟁의 격화 속에 '신속성과 기술력'을 무기로 한 한국 방산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기술 확보와 전략적 외교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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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토 무기 수출 점유율 6.5%⋯세계 2위 방산 강국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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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UAE 아드녹, BP의 LNG 자산 '정조준'⋯에너지 M&A 지각변동 예고
-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아드녹)가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의 자산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인수합병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장기간 실적 부진으로 최근 1년 새 시가총액이 3분의 1가량 줄어 800억 달러(약 108조 3680억 원)를 밑돌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BP 인수설은 아드녹의 참전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아드녹이 BP의 분할이나 사업부 매각 때 자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드녹은 특히 BP의 액화천연가스(LNG) 자산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한때는 BP 전체 인수를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드녹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입지를 다지며 세계 LNG 자산 구성을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어, BP의 LNG 자산이 아드녹에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는 이유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면 아드녹의 해외 사업부인 XRG를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필요하면 다른 투자자와 공동 인수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수설에 BP, 아드녹, XRG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룡'의 추락…실적 부진에 M&A 매물로 BP가 인수합병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장기간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의 셸(Shell)을 비롯해 미국의 엑손모빌(Exxon Mobil), 셰브런(Chevron) 등 세계 석유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아드녹과 BP의 만남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지만, 두 회사는 이미 탄화수소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기간 협력해왔다. 아부다비와 이집트 등 여러 지역에서 공동 사업을 진행했고, 2023년 9월 물러난 버나드 루니 전 BP 최고경영자(CEO)가 술탄 알자베르 아드녹 CEO와 함께 XRG 이사회에 속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드녹의 셈법…LNG 자산으로 세계 시장 공략 퀼터 체비오트의 마우리치오 카룰리 글로벌 에너지·소재 분석가는 "아드녹의 관심 표명은 중대한 진전"이라면서도, "가스 사업 확장을 노리는 현금 부자 기업인 아드녹의 행보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드녹이 BP의 석유 자산에는 전략 관심이 없어 회사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BP가 보유한 업스트림(탐사·개발)과 다운스트림(정제·판매) 자산들은 수많은 에너지 기업과 사모펀드에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궁지에 몰린 BP도 방어에 나섰다.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캐스트롤(Castrol) 윤활유 사업부와 일부 정유·소매 자산 매각을 추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지난 5월 블룸버그는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사우디 아람코,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매각 카드로 방어 나선 BP…'전략 재설정' 승부수 또한 BP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자 '전략 재설정'에 나섰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는 대신 2027년까지 석유·가스에 해마다 100억 달러(약 13조 5620억 원)를 투자하며 다시 화석 연료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수년간 200억 달러(약 27조 1620억 원) 규모의 자산 매각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부채를 140억~180억 달러(약 19조 554억~24조 4998억 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BP의 머리 오친클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방향을 이행하는 데 훌륭한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아드녹의 투자사인 XRG는 기업 가치 800억 달러(약 108조 9520억 원) 달성을 목표로 가스와 화학 자산 거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술탄 알자베르 CEO는 "이해관계자를 위한 장기 가치를 만들고 UAE의 세계 에너지·화학 리더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6개월이 분수령"…업계 전망은? 모닝스타의 앨런 굿 주식 리서치 이사는 "BP가 최근 탄화수소 사업 강화로 돌아선 만큼, 업스트림 자산의 핵심 부분을 떼어낼 가능성은 낮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 또한 핵심 자산 매각보다는 비용 절감에 집중돼 회사 분할이 주주들이 원하는 해법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AJ 벨의 러스 몰드 투자 이사는 "BP는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현금 흐름 개선과 자산 처분이 시급하다"며 "아드녹은 BP의 이런 처지를 잘 알고 있으므로, 실제 협상에 나선다면 매우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앞으로 6개월이 BP의 주가 반등과 투자자 신뢰 회복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인수설이 두 회사의 전략 재편을 넘어 세계 에너지 산업 전체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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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UAE 아드녹, BP의 LNG 자산 '정조준'⋯에너지 M&A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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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86)] 트럼프 發 美 달러·국채·주가 3중 붕괴
- 월스트리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식·달러·미국채가 동시에 내리꽂히는 35년 만의 크로스애셋 삼중 붕괴가 연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향해 공개 해임 압박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아메리칸 엑소더스(미국 자산 탈출)' 흐름이 가시적 수치로 현실화하는 하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트루스소셜에 "많은 사람들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식품 등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없다"며 "Mr. Too Late(너무 늦은 씨), 이 패배자(major loser)야,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라"고 직격했다. 지난주 "파월의 해임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발언에 이은 재차 공개 압박이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미 18일 파월 해임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과 팀이 이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공식 확인한 상태였다. 달러, 2022년 이후 최저로 추락…엔·프랑·유로 전면 강세 이날 ICE 달러인덱스는 장중 97.92까지 밀리며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누적 하락폭은 9%를 넘어섰다. 4월 초 상호관세 발표일과 비교해도 유로화·파운드화 대비 5% 이상, 엔화 대비 6%가량 절하됐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 역시 2024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이 오전장 중 일시 140.61엔까지 내려앉았다. 2024년 9월 이후 최저치이자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일 무역협상 의제에 환율 문제가 포함될 것이 분명해지면서 엔 강세·달러 약세 압력이 한층 가중됐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화 대비 1.3% 강세를 기록하며 약 3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스위스프랑은 장중 0.80프랑 후반대까지 올라 2015년 1월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유로화 페그를 전격 해제한 이후 약 10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안전통화 3종 — 엔·프랑·유로 — 이 동반 강세를 연출하는 구도는, 투자자들이 달러라는 기존 안전자산을 의심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주가·국채·달러 동시 폭락…"미국이 신흥국처럼 거래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이날 S&P500 -2.36%(5,158.20), 다우존스산업평균 -971포인트(-2.48%, 38,170.41), 나스닥 -2.55%(15,870.90)로 마감했다. 테슬라가 5.8%, 엔비디아가 4% 이상 급락했고 아마존과 메타플랫폼스도 각각 3%씩 빠졌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전반이 '매그니피센트 세븐'과 함께 무너지며 낙폭을 키웠다. 더 이례적인 신호는 채권시장에서 터졌다.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4.40%로 올라섰다. 통상 증시 폭락 국면에서는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유입되며 수익률이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날 주가·달러·국채가 모두 동시에 팔렸다. 로이터의 시장 분석가 필 서틀은 이를 가리켜 "미국 시장이 뚜렷한 신흥국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리솔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캘리 콕스는 S&P500이 같은 달력 월에 8.5% 이상 하락하면서 동시에 달러 약세와 10년물 수익률 상승이 겹친 마지막 사례는 1990년 8월이었다고 짚었다. 에버코어ISI 부회장 크리슈나 구하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시장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 해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 강력한 거부 반응을 보내고 있다. 장기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달러가 동시에 약해지는 극히 이상한 조합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자본을 빼내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금 3452달러 신고가…달러·국채가 내준 왕좌 금이 차지 이날 금 현물 가격은 3452.3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선물도 2.91% 뛰어오르며 3425.30달러로 마감했다. 달러와 미국채가 더 이상 혼란기의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자금이 금으로 집중되는 구도가 확연해졌다. 씨티그룹은 향후 3개월 내 금 가격이 35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협의회(WGC)의 수석 전략가 존 리드는 "달러와 국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것만은 부정하기 어렵다. 완전한 달러 몰락을 의미하진 않지만, 주요 미국 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손상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은 어떤 국가의 화폐 정책이나 재정 경로와도 무관하다는 특성이 이번 국면에서 핵심 투자 논거로 작동하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을 지속하는 흐름 역시 구조적 수요 버팀목이 되고 있다. 파월 해임 시나리오…"달러 기축통화 지위, 영구적으로 소멸할 수도"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15일까지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해임 가능성을 실제로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시장은 이미 '예방적 달러 매도'에 나서는 양상이다. 런던 페퍼스톤의 수석 리서치 전략가 마이클 브라운은 "파월이 실제로 해임된다면 금융시장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변동성이 주입될 것이고, 미국 자산으로부터 상상 가능한 가장 극적인 탈출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경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국채의 안전자산 가치 모두 영구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독립성은 미국 자산 전체의 신뢰 기반이다. 시장이 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달러 약세는 단순한 환율 조정이 아닌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진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고객 메모에서 달러의 안전자산 특성이 잠식되고 있다며 이를 "신뢰 위기(confidence crisis)"라고 규정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지배적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UC버클리 국제경제학자 배리 아이컨그린은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1956년 수에즈 위기에 비유했다. 영국이 이집트 군사작전에 실패하며 파운드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붕괴됐듯이, 이번 관세 전쟁이 달러 패권의 균열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아이컨그린은 "이것이 달러에 대한 국제적 신뢰 상실의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변수와 구조적 취약성…미국채 7500억달러의 의미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현재 약 7500억달러로 일본에 이은 세계 2위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국채 매도 카드를 실제로 꺼낼 경우, 달러와 국채에 가해지는 압력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미국과 거래를 맺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보복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날 달러 약세의 밑바닥에는 단기적 파월 해임 우려뿐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이 쌓이고 있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리스크, 재정 적자 확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글로벌 자본의 미국 익스포저 축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정책 환경, 예측 불가한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발 달러 약세가 의도적 전략인지, 통제 불능의 결과인지를 가리는 것이 지금 시장의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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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86)] 트럼프 發 美 달러·국채·주가 3중 붕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