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
-
미국, 수입 목재·가구에 최대 50% 관세⋯'산업 안보' 명분에 보호무역 강화
- 미국이 14일(현지시간)부터 수입 가공 목재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AFP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를 기해 수입 목재에 10%, 소파·화장대 등 천을 씌운 가구와 주방 찬장류에는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올해 안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천 가구는 30%, 주방 수납장과 세면대는 50%로 관세가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와 목재 산업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로 캐나다와 베트남의 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내 주택 건설 비용 상승과 주택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니해설] 트럼프, "국가 안보 위한 조치"…목재·가구 수입품에 최고 50% 관세 미국이 14일(현지시간)부터 수입 목재 및 가구류에 대해 대규모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 이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수입 목제품 및 가구 관세 부과 포고문'의 후속 조치다. AFP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수입 가공 목재에는 10%, 소파·화장대 등 천을 씌운 가구와 주방 수납장류에는 25%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다만 올해 안에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내년 1월 1일부터 천을 씌운 가구는 30%, 주방 수납장과 세면대는 최대 50%까지 관세가 오르게 된다. 이미 협정을 체결한 영국의 경우 목제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며,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세율이 15%를 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상무부가 수입 목재의 양과 구조가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공급망 회복과 산업 재건, 고품질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베트남 직격탄…수출 의존 산업 타격 불가피 이번 조치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특히 캐나다와 베트남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캐나다는 미국 수입 연질 목재(softwood lumber)의 85%를 공급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이번 10% 추가 관세가 기존의 반덤핑·상계관세에 더해지면서 캐나다산 목재의 총 관세율은 약 45%에 이르게 된다. 이는 미국 주택 건설용 자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캐나다산 목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NAHB는 "이미 목재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가해질 경우 건설업계와 소비자 모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구 부문에서는 베트남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구 수입의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베트남은 전체 대미 수출의 10%가 가구 산업에 집중돼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멕시코와 비교해 베트남의 가구 수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시장 '이중 악재'…"건축비 상승·소비 위축 불가피"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고금리와 공급난으로 수년째 침체 국면에 있다. NAHB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주택 건설 자재의 약 7%가 해외에서 수입됐다. 관세 인상 이전에도 2020년 12월 대비 건축 자재 비용이 34% 상승한 상태다. 버디 휴스 NAHB 회장은 "목재는 주택의 뼈대이자 기본 구조를 구성하는 핵심 자재로, 관세 인상은 건축비를 상승시키고 소비자의 주택 구매 의욕을 꺾을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경제적·물리적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량은 2023년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관세 인상에 따른 건축비 부담은 이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 '가속 페달'…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전략?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 확대를 내세워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이 조치는 단기적 물가상승보다 장기적 산업 회복에 초점을 둔 결정"이라며 "미국의 산업력 회복이 곧 국가 안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국내 생산 설비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택·가구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 회복'과 '소비 위축'의 줄타기 이번 목재·가구 관세 부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이 '산업 안보' 명분으로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택·가구 시장 침체라는 부작용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재 공급의 85%를 캐나다에 의존하는 구조적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단순한 대외정책이 아닌 미국 내 인플레이션·건설경기·소비 심리 전반에 파급될 복합 변수가 될 전망이다.
-
- 경제
-
미국, 수입 목재·가구에 최대 50% 관세⋯'산업 안보' 명분에 보호무역 강화
-
-
[정책] 정부 "한·EU FTA 채널 총동원해 피해 최소화"
-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철강제품 무관세 쿼터 축소 및 관세 인상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EU의 새 저율관세할당(TRQ) 제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TRQ 제도 도입을 발표하며 글로벌 철강 수입 쿼터를 전년 대비 47%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가 내년 6월 이후 시행될 경우 국내 철강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한·EU FTA 채널 등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정부,EU 철강보호무역 강화에 "총력 대응·피해 최소화" 유럽연합(EU)이 철강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대폭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전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EU의 새 저율관세할당(TRQ: Tariff Rate Quota) 제도 도입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철강협회, 주요 철강업체, 무역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조치는 EU가 기존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종료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입 규제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사실상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해석된다. 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개편안에서 글로벌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을 지난해 설정한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약 47% 감축된 수준이다. 동시에 쿼터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는 등 수입 억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EU는 철강 제품의 원산지 판정을 강화하기 위해 '조강국 증빙 의무'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모든 철강 수입업체는 해당 제품의 조강(쇳물) 생산국을 명시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복잡한 한국 철강업계에 새로운 행정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우선 이번 조치가 EU의 일반 입법 절차와 회원국 투표를 거쳐 내년 6월 말 기존 세이프가드 만료 시점 이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한국 철강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제도가 확정되면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액은 약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미국(43억5000만달러)과 함께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물량 기준으로는 약 380만t이며, 이 중 263만t은 한국에 배정된 쿼터를 통해, 나머지는 글로벌 쿼터를 이용해 무관세로 수출됐다. 만약 쿼터 총량이 축소되고 초과분에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수출 채산성 악화는 물론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회의에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통상 방어력이 약한 국가로 '밀어내기식 수출'이 쏠릴 수 있다"며 "불공정 수입 철강재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한 구조적 체질 개선 없이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대하고 있어, 저탄소·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범부처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EU가 국가별 쿼터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우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EU FTA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다양한 공식·비공식 협의를 병행해 국내 철강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관세청 등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탄소 저감형 제철 공정 전환, 고부가 강재 개발, 통상 대응력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자국 산업 보호와 환경 규제 강화라는 이중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철강 수입 시장 중 하나인 EU의 정책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의 무역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 철강산업이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을 가속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저탄소 공정 혁신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 산업
-
[정책] 정부 "한·EU FTA 채널 총동원해 피해 최소화"
-
-
[정책] 정부, 트럼프 '의약품 100% 관세' 예고에 대응⋯바이오 수출 전방위 지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제약사에 대해 의약품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정부가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의 수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5일(현지시간) "10월 1일부터 미국 내 제약 공장을 세우지 않은 기업의 의약품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SNS를 통해 예고했다. 의료기기와 화장품은 경쟁국 대비 유리한 관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의약품은 세부 정책이 불확실해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의약품 수출의 전 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 마케팅·물류비용 절감, 신규 시장 발굴,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 핵심이다. 또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한 합성 데이터 개발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킬러규제' 5건을 개선 대상으로 확정하고 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미니해설] 트럼프 '보복관세'에 긴장한 정부, 바이오 수출 '풀코스 지원' 가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부터 '미국 내 공장 없는 제약사 제품에 100% 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 한국의 바이오·제약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복귀를 선언한 뒤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제약산업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은 미국 시장 비중이 높고, 생산시설 상당수가 국내에 집중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기 통상 위기이자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로 보고 있다. 30일 열린 제8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는 수출기업의 전주기 지원 대책이 논의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개발·인허가·마케팅·물류·유통 등 수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 마케팅 및 물류 비용을 줄이고, 유럽·중남미 등 신규 시장 개척을 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국내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데이터 구축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개인정보 노출 없이 인공지능(AI) 분석이 가능한 합성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설계 등 글로벌 규제 대응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약·의료기기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킬러규제' 5건이 개선 대상으로 확정됐다. 개선 항목에는 ▲혁신의료기술 선진입 제도의 요건 완화 ▲환자 동의서 변경 절차 간소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기간 재검토 ▲심의 과정 투명성 제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영문 증명서 주소 표기 개선 등이 포함됐다. 김영태 바이오헬스혁신위 부위원장(서울대병원장)은 "정부가 규제개혁마당을 통해 발굴한 과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리쇼어링(해외 공장 국내 복귀)'을 강제하기 위한 압박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반도체 및 전기차 보조금 법안을 통해 추진된 제조업 회귀 정책을 '의약품 분야'로 확대한 셈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의료 안보 확보"를 명분으로 자국 내 제약 생산 확대를 지지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통상 협상력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기적 관세 이슈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단순 보호무역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며 "한국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미국·유럽 등 현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향후 기업 애로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와 협력해 금융·보증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선을 넓히는 기업에는 물류비와 인증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대응의 핵심은 '미국 의존도 완화'와 '글로벌 시장 다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바이오산업은 수익성 하락이라는 단기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전주기 지원과 규제 완화가 병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시장 재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GDP의 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성장동력이다. 정부가 이번 위기를 '산업 생태계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
- 경제
-
[정책] 정부, 트럼프 '의약품 100% 관세' 예고에 대응⋯바이오 수출 전방위 지원
-
-
트럼프, 의약품·트럭·가구에 고율 관세 예고⋯한국 업계 영향 촉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과 대형 트럭, 주방·욕실 가구, 소파 등 연질가구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외국산 의약품에 대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대형 트럭에는 25%, 주방·욕실 가구에는 50%, 소파 등에는 30%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올해 4월부터 의약품과 중대형 트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가구류는 지난 8월부터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의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니해설] 트럼프, 브랜드·특허의약품 특허 관세 100%⋯"미국내 공장 건설중이면 면세"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의약품, 대형 트럭, 주방·욕실 가구, 소파 등 생활·산업 전반에 걸친 주요 수입품이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 건의 글을 올려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에는 100%, 대형 트럭에는 25%, 주방 및 욕실 가구에는 50%, 천이나 가죽으로 마감된 소파 등 연질가구에는 3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시행 시점은 불과 닷새 뒤인 10월 1일부터다. 이번 조치의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수입 제한이나 관세 부과를 명령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부터 의약품과 중대형 트럭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왔고, 가구류에 대해서도 지난 8월 관련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속하게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의약품 부문은 이번 관세 부과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이 미국 내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다면 모든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공장 건설 여부의 기준을 '착공 및 공사 진행 중'으로 정의하며, 실제로 생산 설비를 미국에 들이지 않는 한 관세 회피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미 투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 GSK는 최근 5년간 300억달러를 미국 내 연구개발과 공급망 인프라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일라이릴리 역시 50억달러 규모의 제조시설 신설 계획을 공개했다. 존슨앤드존슨은 550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대형 제약사들이 잇달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이 직접적인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 트럭 역시 주요 타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터빌트, 켄워스, 프라이트라이너, 맥 트럭스 등 미국의 대표적 트럭 제조업체를 외부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트럭 운전사들의 재정적 안정과 국가 안보적 필요성을 강조하며 25% 관세 부과를 정당화했다. 가구류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 수납장, 욕실 세면대, 소파 등 겉천이 씌워진 가구에 각각 50%,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유입이 불공정한 관행"이라며 "제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피해 규모는 품목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미 화물차 수출은 올해 1~8월 기준 450만달러(약 64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가구류는 지난해 3000만달러(약 424억원)를 기록했지만,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경쟁국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그러나 의약품 부문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 제약사는 아직까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원료의약품과 제네릭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넓혀온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의약품과 함께 반도체 역시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시점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상 반도체 역시 '국가 안보' 명분 아래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사실상 '관세전쟁'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232조를 적용했던 전례가 있고, 이번에는 의약품과 트럭, 가구까지 대상을 넓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고율 관세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이동과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에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추가적인 비용 상승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을 앞두고도 관세 부과 전선을 넓히고 있으며, ‘제조업 부흥’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대응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
- 경제
-
트럼프, 의약품·트럭·가구에 고율 관세 예고⋯한국 업계 영향 촉각
-
-
9월 중순 수출 역대 최대치에도 '일평균 감소' 이중 신호
- 9월 들어 조업일수 증가 영향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미국 관세 여파로 일평균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1∼20일 수출은 40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4억3천만 달러로 10.6%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7.0%), 승용차(14.9%), 선박(46.1%) 등에서 증가했지만 석유제품(-4.5%)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6%), 미국(6.1%), 베트남(22.0%), EU(10.7%) 등에서 증가했다. 수입은 382억 달러로 9.9% 늘며, 무역수지는 1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미니해설] 9월 美 고율 관세 영향으로 일수출 감소세 9월 수출이 조업일수 증가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으로 일평균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며 수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20일 수출액은 401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5%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추석 연휴가 겹쳤던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3.5일 많아지며 수출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조업일수 효과를 제거한 일평균 수출액은 2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27억2000만 달러)에 비해 10.6% 줄었다. 관세청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대미 수출을 직접 압박하며 일평균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품목별 수출 흐름은 명암이 갈렸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글로벌 IT 수요 회복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가 주된 배경이다. 승용차(14.9%)와 선박(46.1%)도 수출 호조를 보였고, 무선통신기기 역시 3.3%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변동성과 글로벌 수요 둔화 여파로 4.5%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6%), 미국(6.1%), 베트남(22.0%), EU(10.7%), 대만(22.9%) 등 주요 교역 대상국에서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베트남과 대만은 전자·반도체 관련 수요가 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향 수출은 관세 여파로 품목별 부진이 겹쳐 증가율이 제한적이었다. 수입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82억 달러로 전년보다 9.9% 늘었다. 반도체(4.1%), 반도체 제조장비(49.9%), 기계류(16.3%), 가스(10.4%) 등 주요 산업재 수입이 늘어난 반면, 원유 수입은 9.4% 감소했다. 원유 가격 변동과 재고 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중국(18.8%), EU(10.4%), 미국(6.9%), 일본(4.5%), 호주(27.7%)에서의 수입이 증가했다. 수출이 수입을 소폭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수출이 여전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일평균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지난달 월간 수출은 1.3% 증가해 3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대미 수출은 12% 감소하며 2년 반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 구조에 장기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베트남·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 호조세는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미국 시장의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무역금융 지원과 해외 판로 다변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뚜렷한 만큼, 단기간에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9월 수출 실적은 '양면성'을 드러낸다. 조업일수 증가 효과 덕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뒀지만, 일평균 수출 감소라는 구조적 부담이 동시에 확인됐다. 향후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세 리스크 완화, 글로벌 경기 반등, 신흥국 수요 확대 등 복합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경제
-
9월 중순 수출 역대 최대치에도 '일평균 감소' 이중 신호
-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인 선진 5개국 재무장관들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달러 고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다자간 '공조 개입'의 서막을 연 '플라자 합의'다. 이 합의는 전후 세계 통화 질서의 변곡점이자, 이후 40년간 세계가 금융위기 등 격랑을 헤쳐나가는 다자 협력 체제의 주춧돌이 됐다. 합의 40주년을 맞은 지금, 그 유산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국제 공조를 외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는 흔들린다. 세계 경제의 사령탑 노릇을 해온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성명서를 분석해보니, 협력과 이성 대신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냉전 종식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40년 공조의 틀이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분석은 이런 변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1985년부터 40년간 나온 G5와 G7의 성명과 관련 문서 193건을 텍스트 분석 기법으로 살핀 결과, 문서 안에서 감정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과 2025년에 걸쳐 13% 안팎까지 치솟았다. 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1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3년 평균은 13.4%로 40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냉전이 끝난 뒤 11%대에서 안정됐던 감정 표현 비중이 202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분석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G7 리서치 그룹'과 일본 재무성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정치·외교 문서 분석에 쓰는 'LSD(Lexicoder Sentiment Dictionary)'를 활용했다. 달러부터 AI까지…40년간 G7은 무엇을 논했나 지난 40년간 G7은 무엇을 논의하며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었을까. 단어 출현 패턴으로 주제를 자동 추출하는 '잠재 디리클레 할당(LDA)' 기법으로 논의의 흐름을 짚었다. ① 1980년대: '달러 강세' 바로잡으며 연 공조의 시대 국제 공조의 출발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그에 따른 달러 강세였다. 기축통화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이 G5 회의를 주도했고, 그 결과가 플라자 합의다. 그 뒤 달러-엔 환율은 1달러=240엔에서 반년 만에 180엔까지 약 30% 떨어졌고, 걷잡을 수 없는 달러 약세를 막고자 1987년 '루브르 합의'라는 반대 방향의 공조가 이뤄졌다. 하지만 공조는 만능이 아니었다. 같은 해 뉴욕 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는 각국이 다시 자국 정책을 앞세우는 계기가 됐다. ② 1990년대: '신흥국 위기'라는 새 과제 냉전이 끝나자 자본은 신흥국으로 몰렸지만, 달러 빚에 기댄 성장은 멕시코(1994년)와 아시아(1997년)의 연쇄 통화 위기를 일으켰다. G7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IMF 등과 머리를 맞댔다. 이 시기 로버트 루빈 당시 미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는 국익에 부합한다"는 선언은 미국의 정책 전환을 상징하며, 이후 미·일의 '칠석 개입' 같은 시장 개입 공조가 이어졌다. ③ 2000년대: '지정학 위기'의 부상 2001년 9·11 테러는 G7 논의 테이블에 '테러 자금 차단'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올렸다. 당시 G7은 "극악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긴급성명을 냈다. 경제·금융 문제를 넘어 지정학 위기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중동 정세 불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 등이 겹치면서 '에너지 안보'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고, 성명서의 감정 표현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④ 2008년~: '미증유의 위기'와 공조의 절정 국제 공조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 시스템 붕괴 직전에 몰리자 G7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약속하며 미증유의 위기에 함께 맞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엔화 가치가 치솟자 즉각 공조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킨 것도 성공적으로 협력한 사례다. ⑤ 현재: '디지털·AI' 현안 속 엇갈리는 행보 최근 G7의 핵심 의제는 디지털 통화, 사이버 보안, AI 규제 등이다.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구상에 공동 대응하며 통화 주권을 지키려 했던 모습과 달리, AI 규제 문제에서는 미국과 유럽·일본의 견해가 엇갈리는 등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다시 고개 드는 '불균형'…데이터가 보내는 경고 공조 체제가 삐걱대면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불균형(imbalance)'이란 단어가 G7 성명에 다시 나타났다. 2025년 5월 회의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겨냥한 '세계 거시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그간 G7의 상징과도 같았던 '보호무역주의 반대' 문구는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갈등이 되풀이될 것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G7의 '감정'이 실물 경제에 보내는 신호다. G7 성명의 긍·부정 표현을 점수화한 결과, 감정 점수가 부정 쪽으로 기운 뒤 약 3년이 지나 경기가 둔화하는 흐름이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던 2005~2007년 점수가 100을 밑돌았고, 3년 뒤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현재 이 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6년부터 100을 밑돌며 2023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런 구도 속에서 각국의 처지도 달라졌다. 과거 플라자 합의의 주된 상대였던 일본은 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한동안 관심 밖이었으나, 최근 다시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5년 6월 보고서는 일본을 향해 "대규모 공적 연금펀드 등의 해외투자는 경쟁 목적으로 환율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엔저 압력을 견제했고, 일본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감시 리스트)'으로 지정했다. 존 커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환율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가 늘면서 G7이 공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외환 스와프를 담당했던 고이케 쇼이치로 외환 컨설턴트는 "G7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길게 보면 환율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국제 공조의 모습이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감정의 시대'를 넘어 기축 통화 없는 '통화 G-제로' 세계의 새 질서를 찾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Key Insights] G7의 국제 공조 붕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한국 역시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Summary] 플라자 합의 40주년을 맞아 G7의 국제 공조 체제를 분석했다. 공식 문서의 감정적 표현이 냉전기 수준으로 급증하며 협력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부정적 감정 고조 후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험 신호다.
-
- 포커스온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
-
트럼프 행정부, 일본 투자금 5,500억달러 활용해 美 제조업 대규모 부흥 구상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본으로부터 확보한 5500억 달러(약 767조 원)를 활용해 제조업 부흥에 나설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자금을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에너지, 조선, 양자컴퓨팅 등 전략 산업에 투입하고 공장 건설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규제 심사 신속 절차와 연방정부 소유 토지·수역 임대 제공 등 특별 지원책도 추진한다. 백악관은 이번 투자가 “미국의 다음 황금시대를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규모 프로젝트 특성상 완성까지 수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며, 후임 행정부가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니해설] 트럼프, 일본 투자금으로 제조업 부흥계획 수립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그 실행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자금을 활용해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에너지, 조선, 양자컴퓨팅 등 전략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공장 및 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에는 규제 심사 신속 절차 등 특혜가 적용되며, 연방정부 소유 토지와 수역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임대계약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민간의 산업 구조 개편에 적극 개입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백악관은 일본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의 다음 황금시대를 여는 열쇠"라며 이를 정치적 성과로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난제가 존재한다. 먼저, 전체 일자리 수는 증가했음에도 올해 1∼8월 제조업 일자리는 3만8000 개가 줄어드는 등 제조업 부진이 뚜렷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실제 고용 반등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사업 규모가 방대해 완성까지 수년에서 수십 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후임 대통령이 정책을 중도에 폐기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기업들이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참여할 만한 유인이 충분한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 구조 역시 미국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투자 원리금이 회수되기 전에는 미·일 양국이 이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고 일본은 10%만 배분받는다. 일본이 자금을 제때 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일본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일본의 투자를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설명했다. 이는 투자 약속을 먼저 받아두고, 실제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자금을 요구하는 구조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프로젝트를 짓겠다고 하면 일본은 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조달 방법은 일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미국이 투자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은 가스터빈, 제네릭 의약품 생산 시설, 신규 원전과 파이프라인 건설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투자 기한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날인 2029년 1월 19일까지이며, 투자처 검토는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담당한다. 최종 결정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주어진다. 일본은 지정 계좌에 달러를 불입해야 하며,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일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근거한 것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미국과의 경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불리한 이익 배분 구조와 강제 조항은 향후 정치·외교적 갈등을 낳을 소지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과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대규모 투자가 그의 정책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성패는 단기적 정치적 효과를 넘어 장기적 실행력과 국제 파트너십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
- 경제
-
트럼프 행정부, 일본 투자금 5,500억달러 활용해 美 제조업 대규모 부흥 구상
-
-
[글로벌 핫이슈]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 세계 10대 부호 자산 하루 만에 49조 원 급증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언 한마디가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자 주식 시장이 환호하며 들썩였고, 그 결과 세계 최상위 부호 10명의 자산은 단 하루 만에 총 350억 달러(약 49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인물은 세계 최고 부호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장중 5% 급등한 덕에 하루 만에 93억 달러(약 12조 9586억 원)의 자산을 추가, 총 순자산을 4170억 달러(약 581조 원)로 늘렸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역시 각각 44억 달러(약 6조 1318억 원)씩 자산을 불렸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36억 달러(약 5조 원)를 벌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또한 주가 상승으로 각각 32억 달러(약 4조 4590억 원)와 29억 달러(약 4조 원)의 자산 증가를 기록했으며, 최근 인공지능(AI) 유행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자산도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 늘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5억 1300만 달러),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일가(29억 달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6400만 달러) 등도 자산가치 상승의 단맛을 봤다. 잭슨홀에서 나온 '비둘기'…금리 인하 신호탄 이날 자산가치 급등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서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이 촉발했다. 시장은 그의 발언을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풀이했다. 파월 의장은 안정된 실업률 등 경제 지표를 근거로 연준이 통화 정책을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위험의 균형이 변화함에 따라 정책 기조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좋게 평가하면서도, 관세가 "계속되는 물가 상승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수개월간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맞물린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과 정치 압력이 충돌하는 단면을 드러냈다. 파월의 발언 직후 뉴욕 증시는 바로 반응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900포인트 이상 치솟으며 일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1.5%, 1.7%가량 급등했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등 초대형 기술주들이 이끌었다. 지난해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의 때가 왔다"고 발언한 뒤 증시가 올랐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 연출됐다. 반면 2022년에는 그가 매파 기조를 보이자 S&P 500 지수가 3% 넘게 떨어졌다. 시장 환호 뒤에 숨은 위험…불평등과 물가 상승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대표하는 카드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내리면 은행 사이 거래 금리를 시작으로 자동차, 주택, 학자금 등 각종 대출 금리가 잇달아 낮아져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시장의 환호 뒤에는 정책의 위험과 구조의 불평등 심화라는 그림자도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세계 최상위 자산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며 부의 편중 현상을 가속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완화 정책의 혜택이 주식 등 자산 보유자에게 쏠리면서 사회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파월 의장 스스로 '관세가 물가 상승 위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잭슨홀 발언은 시장에 단기 유동성 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빅테크를 비롯한 기술주가 금리 인하 국면의 최대 수혜주다. 다만, 앞으로 길게 보면 관세에서 비롯한 물가 상승 재발 가능성과 통화정책의 정치 독립성 문제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
- 경제
-
[글로벌 핫이슈]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 세계 10대 부호 자산 하루 만에 49조 원 급증
-
-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보유액 3,440억 달러⋯3년만에 첫 감소
-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현금보유액은 3440억 달러(약 478조 원)로, 1분기보다 1%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올 들어 현금 비축이 사실상 멈춘 셈이다. 버크셔는 같은 기간 3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자사주 매입은 단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판단을 시사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크래프트 하인즈 지분은 38억 달러 규모 손실을 반영했고, 2분기 영업이익은 보험 부문의 지출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1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니해설] 3년 만에 줄어든 버핏의 '현금 탑'…멈춘 비축, 멈춘 매입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막대한 현금보유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6월 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보유액은 3440억 달러로, 1분기 사상 최고치(3477억 달러) 대비 소폭 줄었다. 3달 전보다 1% 감소한 수치로, 2022년 이후 3년 만의 첫 하락이다. 버핏은 2023~2024년 가파르게 현금을 쌓으며 증시 폭락 가능성에 대비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현금을 두 배로 늘리며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번 분기에는 추가 축적을 중단한 모습이다. 작년 말 보유액(3342억 달러)과 유사한 수준에서 현금이 정체되면서 '기다림의 전략'이 다소 완화된 셈이다. 자사주 매입 중단…'고평가' 판단의 무언의 신호 현금 비축이 멈춘 것보다 시장의 이목을 끈 건 자사주 매입의 중단이다. 버크셔는 올해 2분기 동안 약 30억 달러의 주식을 매도했지만 자사주 매입은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해온 버크셔의 특성상, 매입 중단은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서는 버핏이 현재 미국 주식시장을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고평가된 증시에서는 신규 매수나 자사주 매입 모두를 자제하는 그의 신중한 태도가 드러난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 '실패의 상징'…38억 달러 손실 처리 버크셔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보유 중인 크래프트 하인즈 주식의 가치도 조정했다. 3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해당 지분의 장부가를 줄였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2015년 크래프트와 하인즈가 합병해 탄생한 식품 대기업으로, 버핏이 약 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버핏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혀왔다. 최근에는 식료품 사업 부문의 분사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보험 지출 증가·트럼프 관세 경고…실적 하방 리스크 확대 2분기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111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 줄었다. 핵심 계열사인 자동차보험사 '가이코(Geico)' 등 보험 부문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출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실적 보고서에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경고도 포함됐다. 버크셔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제 무역 긴장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5년 상반기부터 관련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그 결과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 재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향후 보호무역 강화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버크셔의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Key Insights] 버크셔의 현금보유액 감소와 자사주 매입 중단은 워런 버핏이 미국 증시의 고평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험부문의 지출 확대와 지정학 리스크는 향후 실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Summary] 버크셔 해서웨이는 3년 만에 현금보유액을 줄이며 투자 기조에 변화를 보였다. 자사주 매입도 중단하며 고평가된 증시에 대한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 투자 실패와 보험부문 지출 증가, 관세 등 지정학 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실적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 경제
-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보유액 3,440억 달러⋯3년만에 첫 감소
-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고용 3개월간 25만 개 축소⋯트럼프 관세 정책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고용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데다, 지난 두 달간의 고용 수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높은 물가 상승률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조작된 통계"라며 미국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했지만,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미국 경제 지표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역풍을 부르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7만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초 시장 예상치(10만 명 안팎)를 크게 밑돌았을 뿐 아니라, 5월과 6월의 기존 수치도 각각 14만 4000명과 14만 7000명에서 각각 1만 9000명, 1만 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세 달간 누적으로 25만 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미국 노동부는 이번 하향 조정폭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교육 관련 주(州) 및 지방정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통계가 과다 계상됐던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지표는 실망스럽다"며 "계절 조정의 오류가 수치에 영향을 미쳤고, 약 60%는 이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고용 충격에 통계 수장 해임…시장 신뢰도↓ 고용 부진에 더해 시장의 불안을 자극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고용 보고서 발표 직후 노동통계국장 에리카 맥엔타퍼를 해임하며 "작년 대선 전 통계 조작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에 대해 경제학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이자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었던 제이슨 퍼먼은 "미국의 신뢰받는 경제 통계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가 통계기관을 장악하려는 모습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고용 충격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542포인트(1.2%) 급락했고, S&P500지수는 1.6%, 나스닥지수는 2.3% 각각 하락하며 5월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고용 부진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2.7% 상승했다.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의 초기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교수는 "이전까지 강하게 보였던 고용 수치가 오히려 비정상이었다"며 "이번 수정치는 관세 인상과 전반적인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잭스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비커 수석 애널리스트는 "노동시장이 우리가 어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 속 고율 관세 부작용 가시화 이번 고용 충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 이른바 '관세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8월 7일부터 새로운 관세율을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며, 전체 평균 관세율은 17~18% 수준까지 올라갔다. 한국·일본·EU에는 15%, 인도네시아·태국은 19%, 캐나다는 35%, 브라질은 무려 50%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고율 관세가 국내 산업을 부활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주장해왔지만, 실제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감소세다. 6월 제조업 부문에서는 1만 5000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7월에도 1만 1000개 감소했다. 바이든 정부 시절 산업정책 보좌관을 지낸 모니카 고먼은 "제조업 르네상스는커녕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번 고용 지표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앞당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에서 인하할 확률을 8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모닝스타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프레스턴 콜드웰은 "이번 수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폭탄과도 같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부진의 책임을 연준에 전가하며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연준 이사회가 파월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해임을 시사했다. 지난달에도 파월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장은 요동쳤다. 아메리칸액션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대표는 "대통령은 본인이 물가를 올려놓고, 연준 보고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 부양책의 효과가 점차 소진되며, 완만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23년 GDP 성장률은 2.9%, 지난해 상반기는 2.5%였으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여기에 고율 관세로 인한 비용 전가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외교통상협의회(NFTC)는 성명을 통해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미국의 관세 수준이 제도화되면,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고 소비자는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고용 보고서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 강화, 통계기관 장악 시도, 연준 압박 등 일련의 정책 흐름은 미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주시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 지표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글로벌 경기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 나침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다. [Key Insights] 미국 고용 충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통계기관 개입은 글로벌 경제 신뢰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을 포함한 수출 의존 국가들은 미국 경기 둔화와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소비 위축, 제조업 불확실성에 주목해야 한다. [Summary] 미국의 7월 고용 증가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두 달간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고율 관세와 물가 상승이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계기관 개입과 연준 압박도 논란이 되고 있다.
-
- 경제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고용 3개월간 25만 개 축소⋯트럼프 관세 정책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
-
한미, 관세협상 타결⋯자동차·상호관세 15%로 인하⋯3,500억 달러 투자 합의
-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같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25% 상호관세는 15%로 낮아졌고, 반도체·의약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게 대우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반도체·의약품도 불리하지 않게 대우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은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으며, 반도체와 의약품도 최소한 타국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는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약속했고, 미국 측은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의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식량안보를 이유로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으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 배정될 예정이다. [미니해설] 한국, 미국과 관세 타결… 美·日·EU와 조건 대등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8월 1일 상호관세 25% 조치는 한국과의 막판 협상 타결로 15%로 조정됐다. 이는 앞서 미국이 일본(25%→15%), 유럽연합(30%→15%)과 합의한 수준과 동일하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 역시 품목별 관세를 15%로 조정, 미국 시장에서 일본·EU와의 조건 차이를 해소했다. 트럼프, SNS에 한미관세 타결 발표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게시된 글을 통해 공개됐다. 일본 및 유럽연합(EU)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서면 합의문은 작성되지 않았으며, 각국 정부가 별도로 마련한 언론 브리핑이나 배경 설명 등을 통해 이번 조치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발표에 대해 "기본적인 협의의 골격"에 불과하다며, "정식 무역협정은 방대한 분량의 문서 작업을 동반하고, 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다수 외신은 이번 한미 간 합의가 미국이 일본(22일), EU(27일)와 맺은 협정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상호관세율이 이번 합의로 15%로 조정된 점은 물론, 일본·EU·한국 모두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을 했으나 문서로 명시된 조약 없이 진행됐다는 점도 공통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SNS를 통해 한국 자동차 관세 인하를 공식 발표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日·EU보다 규모는 작지만 조건은 유사 한국은 이번 관세 인하 협상의 대가로 총 3500억 달러(약 487조7000억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요구했던 400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이 처음 제시했던 1000억 달러보다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일본(5500억 달러), EU(6000억 달러)에 비하면 절대 규모는 작지만, GDP 대비 비율로 보면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조선 산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한미 조선 협력 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 산업 분야에 배분된다. 이는 일본의 경우 정부 금융기관을 통한 출자·보증 방식이고, EU는 민간 기업의 투자 의향 집계에 그친 것과 비교해 실행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의약품 '최소한 동등 대우' 원칙 확보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외에 또 다른 주요 성과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차별 없는 대우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관세율'을 보장받은 것이다. 미국은 EU에는 반도체에 대해 일괄 15% 관세를 발표했지만, EU는 0% 관세 유지 입장을 밝혀 이견이 존재한다. 농축산물 개방은 최소화…트럼프-한국 정부 입장차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에선 미국과 한국 측 발표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김용범 실장은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일본 사례와 유사하다. 트럼프는 일본이 쌀 시장을 완전히 열었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WTO 저율관세할당(TRQ)을 유지하며 미국산 점유율을 늘리는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에너지 수입도 약속…1000억 달러 규모 LNG 구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도 수용했다. 3년 반에 걸쳐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EU가 3년간 7500억 달러 규모 에너지 수입을 약속한 것과 비교하면 작지만,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한 조치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자체보다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관세 인하 효과와 외형적 균형 확보 이번 협상 결과 한국은 일본과 EU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조건을 확보했다.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접근성이 유지됐고, 반도체·의약품에서도 불이익을 피했다. 미국과의 대규모 투자 합의는 부담이 크지만,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확대 및 공급망 안착이라는 전략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 속에서도 쌀·소고기 시장을 지켜낸 점은 정치적 의미도 크다.
-
- 경제
-
한미, 관세협상 타결⋯자동차·상호관세 15%로 인하⋯3,500억 달러 투자 합의
-
-
[월가 레이더] S&P 500, 6,309p 사상 최고치⋯GM 8%대 급락 속 혼조 마감
-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S&P 500 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기술주 하락과 무역 전쟁의 여파가 곳곳에서 확인되며 불안한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6% 오른 6,309.62에 마감하며 2025년 들어 11번째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0.40% 상승한 44,502.44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39% 하락한 20,892.69를 기록하며 7거래일간 이어지던 연속 상승 행진을 마감했다. 시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기술주와 무역 분쟁의 현실화였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의 대규모 AI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2% 이상), 브로드컴(-3% 이상) 등 주요 반도체주가 하락하며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렸다. 관세의 충격도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제너럴 모터스(GM)는 관세로 인해 10억 달러의 분기 실적 타격을 입었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8.1% 급락했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역시 실적 부진으로 11% 가까이 폭락했으며, 필립 모리스도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에 8% 이상 주저앉았다. 반면 헬스케어와 부동산 등 비(非)기술주 섹터는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특히 실적 호조를 보인 아이큐비아(IQVIA)가 18% 가까이 폭등하며 S&P 500 내 헬스케어 섹터의 1.9% 상승을 견인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매그니피센트 7' 실적 발표와 8월 1일로 다가온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정 마감 시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미니해설] 최고치 경신 이면의 경고등…'AI 기대감'과 '관세 현실'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S&P 500 지수가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축포를 터뜨려야 할 숫자지만, 월스트리트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지수 자체는 올랐으나 시장 전반에 흐르는 공기는 자신감 넘치는 강세장이라기보다,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운 균형에 가깝다. 22일 뉴욕증시는 'AI의 꿈'과 '관세의 현실'이라는 두 거대한 힘이 팽팽하게 맞서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장은 정체 상태"…촉매제 앞둔 월가의 '숨 고르기'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관망' 진단이다. 베어드의 투자 전략 분석가 로스 메이필드는 현재 시장을 "최근 상승분을 다지며 다소 관망세(holding pattern)를 보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가 지목한 변수는 "8월 1일 관세 마감 시한과 다수의 중요한 매그니피센트 7 기업 실적 발표 등 향후 1~2주 동안 있을 거대한 촉매제"다. 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CEO 제이 햇필드는 시장이 "상당히 정체된 상태(pretty stalled out)"라고 진단했다. 그는 S&P 500 연말 목표치로 현 수준보다 약 5% 높은 6,600을 제시했지만, "시장을 훨씬 더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기술주 실적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제 조건을 달았다. 베일 벗은 '관세 청구서'…실적으로 입증된 무역 전쟁의 상흔 그동안 시장의 우려 속에 머물던 무역 분쟁의 여파는 이날 구체적인 '실적 충격'으로 현실화됐다. 제너럴 모터스(GM)가 관세로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히자 주가는 8.1% 폭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업 손익계산서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드 역시 1% 하락하며 자동차 업계 전반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록히드 마틴은 분기 이익이 80%나 급감했다는 소식에 11%라는 기록적인 하락률을 보였고, 필립 모리스는 주력 제품 '진(ZYN)'의 출하량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며 8% 넘게 주저앉았다. 시장의 랠리가 모든 기업에 온기를 전하는 '전면적 강세장'이 아님을 방증하는 결과다. 꺼지지 않은 온기, 그러나 시험대 오른 AI 낙관론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헬스케어 섹터는 아이큐비아(IQVIA)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18% 가까이 폭등한 데 힘입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이 0.8% 상승한 것도 시장의 저변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7거래일 만에 꺾인 나스닥의 상승세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AI와 반도체 섹터에 대한 단기적 경고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소프트뱅크와 오픈AI의 AI 프로젝트 차질 소식은 그간 과열 양상을 보이던 AI 투자 심리를 잠시 냉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향방 가를 '매그니피센트 7'…랠리 지속의 마지막 열쇠 뉴욕증시는 기록적인 지수 수준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제이 햇필드가 지적했듯,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기술주 실적이 필수적이다. 이제 시장의 모든 눈은 수요일 실적을 발표하는 알파벳과 테슬라로 향한다. 이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그니피센트 7'의 실적 시즌이 개막하기 때문이다. LSEG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2분기 S&P 500 기업들의 이익이 7% 증가할 것으로 보는데, 그 성장의 핵심 동력이 바로 이들 기술 대기업이다. 이들의 실적이 기대에 부응한다면 관세의 공포를 딛고 랠리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삐걱거린다면 '정체된 시장'은 언제든 하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향후 2주간 발표될 실적과 무역 협상의 향방이 올여름 뉴욕증시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
- 금융/증권
-
[월가 레이더] S&P 500, 6,309p 사상 최고치⋯GM 8%대 급락 속 혼조 마감
-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의 '관세 장벽', 美 재정 바꿨다⋯연간 수입 사상 첫 1000억 달러 돌파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회계연도 기준 관세 징수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약 137조 9500억 원)를 돌파했으며, 이에 힘입어 6월 월간 재정수지는 예상 밖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와 같은 내용의 월간 재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기록적인 관세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펼쳐온 일련의 무역 조치가 가시화된 성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부터 펜타닐 및 불법 이민 유입을 문제 삼아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모든 국가에 예외 없는 25%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2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포괄적 기본 관세(4월)를 도입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를 포함해 최대 145%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의약품과 반도체 수입에 대한 국가 안보 조사를 개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법원에 의해 일시적으로 제지되기도 했으나, 항소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관세 정책은 다시금 힘을 받았다. 최근에는 베트남, 브릭스(BRICS) 연계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는 등 관세 장벽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관세 장벽'이 쌓아 올린 기록적 수입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징수된 관세는 총액 기준 272억 달러(약 37조 5224억 원), 환급 등을 제외한 순액 기준으로는 266억 달러(약 36조 6947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4배 급증한 수치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다. 2025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후 첫 9개월간 누적 관세 수입은 총액 1133억 달러(약 156조 2973억 원), 순액 1080억 달러(약 148조 9860억 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관세는 이로써 개인 소득 원천징수세(2조 6830억 달러), 비원천징수 개인 소득세(9650억 달러), 법인세(3920억 달러)에 이어 연방 정부의 네 번째 주요 세입원 자리를 꿰찼다. 불과 4개월 만에 전체 연방 세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 수준에서 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기록적인 관세 수입은 관세를 주요 수입원이자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오늘의 월간 재무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없이 기록적인 관세 수입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센트 장관은 앞서 국무회의에서 "2025년 역년 기준 관세 징수액이 연말까지 3000억 달러(약 413조 8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깜짝 흑자' 뒤에 가려진 누적 적자 그림자 6월의 270억 달러(약 37조 2465억 원) 흑자는 전년 동월의 710억 달러(약 97조 9445억 원) 적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지만, 회계연도 전체로 보면 재정 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2025 회계연도 첫 9개월간 총 세입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4조 80억 달러(약 5529조 360억 원), 총 지출이 6% 늘어난 5조 3460억 달러(약 7374조 8070억 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자는 1조 3370억 달러(약 1844조 3915억 원)로 5% 늘었다. 특히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만 9210억 달러(약 1270조 5195억 원)에 달해 재정 부담을 키우는 모양새다. '관세 중독' 경고와 끝없는 전선 확대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세 수입 증가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경제 고문을 지낸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버짓 랩 경제 책임자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를 앞두고 상품을 미리 구매하는 '프런트러닝' 효과로 인해 실제 관세 수입이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관세 수입에 중독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소비자들이 행동 패턴을 바꾸면 관세 수입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8월 1일부터 20개국 이상에 대한 추가 관세와 함께 구리 수입품 및 브라질산 제품에 50%, 캐나다산 제품에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 한국, 세르비아 등 14개국에는 25~40%의 관세 부과를 통지했으며, 그 외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에도 15~20%의 포괄적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와 의약품 등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관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급증한 관세 수입의 지속 가능성 여부와 미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 나아가 소비자·기업의 부담 가중 문제 등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Key Insights]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한국 역시 25~40%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지목되면서,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등의 타격이 우려된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동맹국까지 예외 없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향후 대미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Summary]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연간 관세 수입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약 137조 95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로 인해 관세는 연방 정부의 4대 세입원으로 떠올랐고, 6월 재정은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누적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으로도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관세 장벽을 더 높일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 경제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의 '관세 장벽', 美 재정 바꿨다⋯연간 수입 사상 첫 1000억 달러 돌파
-
-
[증시 레이더] 코스피, 사흘 연속 상승⋯3,133선 마감하며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 코스피가 9일 사흘 연속 상승하며 3,130대를 회복하고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79포인트(0.60%) 오른 3,133.74에 마감, 지난 3일 기록한 3,116.27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9월 17일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 한때 3,137.17까지 올라 장중 연고점도 새로 썼다. 코스닥도 6.12포인트(0.78%) 오른 790.36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발언 여파로 7.1원 오른 1,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니해설] 코스피, 3년 10개월 만에 3,130선 돌파…연고점 경신 속 종가 최고치 국내 증시가 9일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이날 3,130선에 안착하며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18.79포인트(0.60%) 오른 3,133.7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일 기록한 3,116.27을 넘어선 수치로, 2021년 9월 17일(3,140.51) 이후 3년 10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장 초반에는 전장보다 8.27포인트(0.27%) 오른 3,123.22로 출발해 보합권 내 등락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3,137.17까지 오르며 장중 연고점도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6.12포인트(0.78%) 오른 790.36으로 마감하며 780선에서 반등세를 이어갔다. 방산·조선·증권주 '강세'…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는 하락 종목별로 보면 이차전지 관련주인 LG에너지솔루션(-0.65%)는 하락했고 POSCO홀딩스(0.32%)가 소폭 상승했다. 방위산업 관련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9%), LIG넥스원(8.59%)도 강세를 보였다. HD현대중공업(1.41%), 한화오션(1.83%), HD한국조선해양(2.18%) 등 조선주도 동반 상승했다. 특히 오는 11일 예정된 국회 공청회에서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관련 논의가 예정되면서 증권·보험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신영증권(17.18%)과 미래에셋증권(6.76%) 급등했고, 키움증권(2.20%), 삼성증권(3.13%)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전날 2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1.63%)는 하락했고, SK하이닉스(-0.35%), 한미반도체(-1.46%) 등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세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차(-0.71%)가 하락했으나 기아는 0.40% 상승했다. 빅테크 중에서는 NAVER(-1.55%), 카카오(-0.49%)가 약세를 보였으며, 카카오뱅크(0.67%), 셀트리온(0.34%) 등은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금융주는 전날 급등했던 KB금융(-2.95%), 신한지주(-1.83%), 우리금융지주(-1.97%) 등이 되돌림 현상으로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발언 여파에 환율 급등…긴장 고조 한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관련 발언 여파로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1원 오른 1,375.0원에 마감했다. 트럼프는 한국 등 주요 무역 대상국에 보낸 서한에서 오는 8월 1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전날 "협상 여지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던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시장에 경계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구리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별도 품목별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372.0원을 기록한 뒤 장중 1,375원까지 상승하며 연중 고점 부근에서 마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의 대중무역정책 기조가 재집권 시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 시즌 돌입, 정치·환율 변수에 주목 이번 주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실적 모멘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업종의 실적과 미국 CPI 발표(7월 10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발언과 같은 정치적 변수는 코스피 상승세의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민감한 증권·금융주 및 수출주 중심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지수는 단기적으로 연고점을 돌파하며 기술적 상승 탄력을 확인한 만큼, 당분간 3,100선 지지 여부와 외부 변수 간 균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 경제
-
[증시 레이더] 코스피, 사흘 연속 상승⋯3,133선 마감하며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
-
한은 "2050년 취업자 수 10% 감소⋯연금·의료비 부담은 GDP 대비 2배로"
-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재정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인구고령화로 인해 2050년에는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에 이를 수 있으며, 취업자 수도 현재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또한 2030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고 2050년에는 2023년의 9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 성장 둔화와 1인당 GDP 증가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연금·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GDP 대비 18.7%로 나타났다. [미니해설] 25년 후 연금·의료비 GDP 대비 2배…인구 감소가 흔드는 한국 경제의 미래 한국 경제가 인구 절벽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다시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현재의 두 배인 20%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추세 취업자 수'다. 이는 단기 경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변화와 자연실업률 수준을 반영한 중립적인 고용 지표로,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실질 고용 수요를 보여준다. 한은은 올해 추세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활동참가율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하반기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등 외부 변수로 고용 증가세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장기 추세다. 한은은 현재의 구조가 유지된다면, 추세 취업자 수는 2032년부터 감소로 전환돼 2050년에는 2023년 대비 9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며,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층의 비중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이영호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동향팀 과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 공급 축소를 불러오고, 이는 결국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며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1인당 GDP 상승 여력을 동시에 갉아먹는다"고 설명했다. 노동투입 축소로 성장률·1인당 GDP 둔화 불가피 특히 2030년대에 접어들며 취업자 수가 줄기 시작하면, 노동은 GDP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노동 투입은 경제의 핵심 생산요소 중 하나로, 이가 줄어들면 경제의 총생산 능력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한은은 2050년이 되면 자본 투입과 기술 생산성이 일정하더라도 GDP 성장률은 0% 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국민 삶의 질을 가늠하는 1인당 GDP 증가율도 하락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고령층 인구가 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면,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실제 취업자 수가 빠르게 감소해 1인당 소득 증가 속도까지 둔화된다. 더불어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은 더욱 심각하다. 한은은 현재 GDP 대비 약 10% 수준인 연금·의료비 지출이 2050년이면 20% 수준으로 두 배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경제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복지 지출은 오히려 폭증해 재정 건전성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활동참가율 높이면 재정 압박 일부 완화 가능 한편 낙관적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지난 10년간 평균만큼 경제활동참가율이 추가로 상승해 2050년까지 4%포인트 높아질 경우, 취업자 수 감소 전환 시점은 5년가량 늦춰지고, 2050년 취업자 수도 현재 대비 95%까지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또한 이 경우 1인당 GDP 성장률은 연평균 0.3%포인트 상승하고, 연금·의료비 지출은 GDP 대비 1.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구조적 개혁 없이는 실현이 어려운 시나리오다. 이 과장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이중 충격에 대응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 확대 등 전방위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은 고령층 재취업 지원, 출산장려 및 이민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지금의 선택에 달렸다. 단기 대응이 아닌, 근본적인 인구·노동 구조 전환과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 없이는 '1인당 GDP 증가 둔화 + 복지 지출 증가'라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경고다.
-
- 경제
-
한은 "2050년 취업자 수 10% 감소⋯연금·의료비 부담은 GDP 대비 2배로"
-
-
4월 경상수지 57억달러 흑자⋯외국인 배당 여파로 전달 대비 34억달러 감소
-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며 전달 대비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여파가 수출 실적에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57억달러 흑자로 2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배당 지급 영향으로 전달보다 34억 4000만 달러 줄었다. 상품수지는 반도체 등 IT 수출 호조로 흑자 폭이 확대됐고,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커졌고, 본원소득수지는 외국인 배당 집중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도 점차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니해설] 4월 경상수지 57억달러 흑자…美 관세 여파 본격화 조짐 한국의 4월 경상수지가 외국인 배당 지급 여파로 전달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품수지는 오히려 호조를 보였으며,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도 감소해 흑자 기조는 유지됐다.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본원소득수지 악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여파는 향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 경상수지는 57억달러(약 7조 7000억 원) 흑자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인 3월(91억 4000만 달러)보다 34억 4000만 달러 줄어든 수치다. 다만 작년 같은 달(14억 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월간 기준으로는 4월 중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는 총 249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9억 7000만 달러)보다 약 70억달러 많다. 상품수지 흑자는 89억 9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5억 달러, 작년 같은 달보다 37억 5000만 달러 증가했다. 반도체·IT 수출 증가세 수출은 반도체(16.9%), 무선통신기기(6.3%), 의약품(22.3%) 등 정보기술 품목 호조 덕분에 전년 동월 대비 1.9% 늘어난 585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석유제품(-13.8%), 승용차(-4.1%) 등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EU(18.4%), 동남아(8.6%)로의 수출은 증가했지만, 미국(-6.8%)과 일본(-5.3%)에서는 부진했다. 특히 미국 수출 감소에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관세 정책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3분기 이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미국 내 생산 확대와 함께 국내 수출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재·소비재 수입감소⋯자본재 수입은 증가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석탄 -38.5%, 원유 -19.9%, 가스 -11.4%)와 소비재(곡물 -11.5%, 비내구재 -3.3%, 승용차 -2.8%) 등이 감소해 총 495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줄었다. 반면 반도체 장비(26.8%)와 수송 장비(20.8%) 등 자본재는 증가해 자본재 중심의 수입 회복세가 관측됐다. 이에 대해 송 부장은 "에너지 가격 요인을 제외하면 불황형 흑자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28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달(-22억 1000만 달러)과 지난해 4월(-17억 90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운송수지가 15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R&D 서비스 지급 증가로 기타사업서비스 수지도 악화됐다. 본원소득수지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면서 전달의 32억 3000만 달러 흑자에서 1억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배당소득 수지는 6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달(26억 달러 흑자) 대비 급락했다. 해외 직접투자 증가⋯외국인 국내 투자 감소 금융계정에서는 4월 중 순자산이 45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30억 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억 2000만 달러 줄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23억 3000만 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 위주로 21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송재창 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조치가 점차 우리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향후 경상수지 개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5월에는 외국인 배당 영향이 사라지면서 흑자폭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발 통상압력 강화와 서비스수지 구조적 적자라는 복합 요인이 향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 경제
-
4월 경상수지 57억달러 흑자⋯외국인 배당 여파로 전달 대비 34억달러 감소
-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관세 그림자에 美 경제 비관론 '급증'⋯기업들 "고용·투자 동결"
-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의 잘못된 경기 침체 경보를 이겨낸 미국 경제가 또다시 '불편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이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멈춰 세우면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미국 감사품질센터(CAQ)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감사 파트너의 비율은 지난해 가을 10%에서 현재 44%로 급증했다. 반면 낙관론은 38%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감사 파트너들은 잠재적 경기 침체, 지정학적 불안, 무역 불확실성을 비관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5월 미국 경제는 13만 9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며 안정적인 고용 성장세를 보였다. 실업률 역시 지난 1년간 4.0%에서 4.2% 사이의 좁은 범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균열의 조짐이 뚜렷하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역 정책이 미래 계획 수립을 방해한다며 고용과 투자 동결에 나서고 있다. "1년 수익 날아갈 판"…관세 직격탄에 기업들 '투자 동결' 현장의 기업들은 관세 충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울트라소스의 존 스타 대표는 관세 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 고용과 자본 지출을 전면 중단하고 "몸을 웅크리고 있다"고 밝혔다. 울트라소스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육류 가공 기술을 수입·제조하는 회사다. 그의 회사는 10%의 관세가 발효된 4월 9일 이전에 유럽에 주문한 2000만 달러(약 272억 3000만 원)어치 장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관세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그는 200만 달러(약 27억 2300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3대째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 대표는 "이 돈을 어떻게 내라는 말인가? 한 해 이익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의 주문에 20% 관세를 내는 것은 상관없지만, 고객·공급업체와 계약을 마친 후에 관세율이 갑자기 바뀌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 탓에 이미 30만 달러(약 4억 845만 원)의 예상치 못한 비용을 부담한 그에게 법인세 감면 같은 정책은 "이익이 '0'이 되면 소용없는 일"일 뿐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접근법이 더 나은 무역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란 위원장은 "상대국이 관세 부담을 떠안게 하려면 우리 공급망을 이전하겠다는 믿을 만한 위협이 있어야 한다"며 "그 위협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책 세부 사항이 완전히 구체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내놓지 못했다. 노동·소비·금융 '3대 위험'…불확실성 속 생존전략 고심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앞에 세 가지 큰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노동 시장의 '불안한 균형'이다. 현재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도, 3~4년 전 어렵게 구한 인력의 해고는 주저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들이 마침내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 지난 1년간 소비자 부채 연체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주택 시장은 이미 '실패한 봄'을 보냈다. 셋째, 예측 불가능한 금융 시장 충격도 위험 요소다. 연준은 지난해 단기 금리를 1%포인트 내렸지만, 올해는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를 잠정 중단했다. 경제적 압박이 커지면서 기업 사기 위험도 높아져, 많은 기업이 강력한 사기 방지 문화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과거 미국 경제는 대유행 기간 중 초저금리 재융자와 인공지능(AI) 관련 자본 지출 덕에 금리 인상의 충격파를 견뎌냈다. 칼라일 그룹의 제이슨 토머스 수석 경제학자는 "이런 기술 충격이 과잉 건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갑작스러운 경기 후퇴 가능성을 경고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고객 서비스 개선과 내부 운영 합리화를 목표로 인공지능(AI) 도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이 인력을 줄이는 가운데, 기존 직원의 기술 향상 교육에 투자한다. CAQ의 줄리 벨 린지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기업들이 장기 회복탄력성과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면서 혁신에 투자하고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며, 청렴 문화를 다지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비콘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토퍼 손버그 창립 파트너는 "경제가 상당한 동력을 가지고 있어 트럼프가 관세에서 물러나 진정한다면 경기 확장이 2~3년 더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계속 평지풍파를 일으킨다면 내년 초까지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Key Insights]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경기 불확실성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 위협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Summary]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의 비관론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동결하며 대응하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 소비심리 위축, 금융시장 충격 등 '3대 위험'이 부상했으며, 향후 경제 향방은 미국의 무역 정책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
- 경제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관세 그림자에 美 경제 비관론 '급증'⋯기업들 "고용·투자 동결"
-
-
[글로벌 핫이슈] 멈추지 않는 중국 전기차 가격 전쟁⋯'내부화' 우려 속 산업 재편 기로
- 중국 규제 당국이 자국 자동차 부문에서 격화하는 가격 전쟁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분석가들은 경쟁이 오히려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전기차 대기업 비야디(BYD)는 지난 5월 23일 일부 모델 가격을 30% 이상 대폭 낮추는 등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지리(Geely), 체리(Chery), SAIC-GM 같은 주요 경쟁사들도 즉각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 전체로 가격 전쟁이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지난 5월 31일 낸 중국어 성명에서 "특정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규모 가격 인하를 이끌자 많은 기업이 뒤따르면서 새로운 '가격 전쟁'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무질서한 가격 전쟁이 기업 이익을 쥐어짜고, 소비자 안전과 산업 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가혹한 가격 전쟁은 산업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해친다"며, 불공정 경쟁과 원가 이하 판매(덤핑)에 법에 따른 제재를 할 것을 예고했다. CAAM 역시 "지속 가능한 수익성이 아닌 시장 점유율 경쟁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건전한 경쟁 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공업정보화부는 비생산적인 경쟁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부처와 협력해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법률을 엄격히 시행할 방침이다. 공업정보화부는 CNBC의 논평 요청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비야디는 중국 관영 매체에 밝힌 자사의 공식입장을 참조하라고 CNBC에 전했는데, 해당 공식입장에서 비야디는 "공정 경쟁을 촉구하고 건강한 시장을 만들자는 자동차공업협회의 호소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CNBC는 관련 영상 "'카피캣' 휴대폰 제조사 샤오미는 어떻게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강자가 되었나 (영상 길이 13:01)"를 통해 샤오미의 성장 과정을 다루기도 했다. "생산성 향상 없는 '소모전'…내부화의 늪에 빠진 중국 EV" 중국에서는 지나친 경쟁 때문에 생기는 '내부화(네이쥐안, involution)' 현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내부화는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이나 혁신 노력 없이 가격만으로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가리킨다. 최근 몇 달간 중국 최고 지도부는 내부화 문제 해결 노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용어는 지난 3월 리창 중국 총리의 연례 업무 보고서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시장 규제 당국 회의에서도 "'내부화 경쟁'을 전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분석가들은 비야디의 최근 가격 인하 조치를 두고, 소비자들이 기존 보상 판매 보조금 프로그램으로 이미 받았을 법한 할인을 공식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중고차 시장에서 '주행거리 0km' 차량(실제로 달리지 않은 새 차)이 대량 매물로 나오고, 새 차 평균 가격이 2년 새 19% 떨어지는 등 공급 과잉 신호도 뚜렷하다. 노무라 증권 분석가들은 월요일 보고서에서 "비야디가 약 30%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거센 경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런 버핏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는 비야디의 지난달 매출 성장률은 14%로, 4월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성장률 19%에서 다소 둔화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의 중시 분석가는 지난주 "말로만 그럴 뿐, 시장 경쟁을 실제로는 제어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나라들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극심한 경쟁 상황과 이것이 자국 자동차 산업에 앞으로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승용차협회 추이둥수 사무총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료를 보면, 중국산 수출 자동차 평균 가격은 2023년을 기점으로 떨어져 이전 상승 흐름을 뒤집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독일로 수출하는 자동차 한 대당 평균 가격은 2023년 3만 달러에서 올해 2만 1000달러로 내렸다. 반면, 중국 자동차 수출 최대 시장인 멕시코는 평균 가격이 2년 전 1만 2000달러에서 1만 3000달러로 조금 올라 예외를 보였다. 오토홈 연구소 산업 데이터를 인용한 노무라 보고서를 보면, 중국 내 자동차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년간 약 19% 떨어져 현재 약 16만 5000위안(약 2만 2900달러)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으로 급히 쏠리면서 공급 과잉을 불렀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5월 23일 시나 파이낸스와 한 중국어 인터뷰에서 "주행거리가 전혀 없는 새 차가 중고차로 팔리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중고차 거래터에서 약 3000~4000개 판매업체가 이런 차를 다룬다고 덧붙였다. 이들 차량은 공장 출고와 동시에 판매 실적으로 잡히고, 즉시 중고 시장으로 넘어가 판매량을 부풀리는 데 쓰인다. 웨이 회장은 이런 행태가 "지나친 혼란을 일으킨다"며 업계 질서 확립을 위한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살얼음판 위 中 EV, 어디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노무라 등은 "중국 자동차 시장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있어, 뜻있는 시장 통합이 이뤄지기 전까지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전쟁이 짧은 기간 혼란을 일으키지만, 길게 보면 연구개발(R&D) 역량과 공급망 경쟁력을 갖춘 업체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진화)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 강화와 더불어,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력·서비스 같은 비가격 경쟁 요소가 중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급성장하는 중국 순수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가격 인하 파동을 겪었다.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중국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가격 전쟁은 아직 꼭짓점에 이르지 않았으며, 앞으로 5년간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펑 쪽은 해당 발언 내용을 CNBC에 확인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앞으로 펼쳐질 일들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 CEO는 샤오펑이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력으로 겨루며,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오펑은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지난 7개월 내리 한 달에 3만 대 넘는 차를 팔았다. 지난주에는 중저가 모델인 모나(Mona) 03 고급형(Max)을 12만 9800위안(약 1만 8020달러)에 선보였는데, 이는 지난 8월 해당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약 17% 싸진 값이다. 대부분 전기차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샤오펑 역시 1분기에 약 9000만 달러 주주 귀속 손실을 기록했다. 고급 전기차 시장에 주력해 온 니오(Nio) 또한 지난 3일 발표에서 1분기 9억 4960만 달러 손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Xiaomi)도 지난 3일 자사 전기차 사업부가 올 하반기에는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회사 대변인이 CNBC에 밝혔다. 샤오미는 지난해 테슬라 모델 3보다 싼 SU7 세단을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여름에는 SUV 모델인 YU7로 모델 Y와 경쟁할 전망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값싼 공세는 유럽연합(EU)과 미국 같은 주요 시장에서 반덤핑 관세 같은 보호무역 조치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는 중국 내 가격 경쟁이 해외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세계 자동차 산업 전체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
- 산업
-
[글로벌 핫이슈] 멈추지 않는 중국 전기차 가격 전쟁⋯'내부화' 우려 속 산업 재편 기로
-
-
[증시 레이더] 코스피, 대선 전날 2,700선 눈앞에 두고 강보합 마감
- 2일 코스피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두고 2,700선 직전에서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0포인트(0.05%) 오른 2,698.97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때 2,719.87까지 올랐으나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코스닥은 5.94포인트(0.81%) 오른 740.29에 마감했다. 삼성전자(1.07%)와 SK하이닉스(1.47%)가 동반 상승했으며, HD현대중공업(5.55%) 등 방산·조선주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인상 여파로 세아제강(-10.12%) 등 철강주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7.0원 내린 1,373.1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니헤설] 대통령선거 하루 앞두고 관망세…2,700선 앞두고 강보합 마감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제한적 등락을 보이며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는 장중 2,7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장 마감 무렵 다시 강보합세로 돌아서며 2,700선 바로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0포인트(0.05%) 오른 2,698.97에 마감됐다. 지수는 장 초반 2,692.91로 출발해 2,719.87까지 상승했으나 점차 상승폭을 줄였다. 코스닥 지수는 5.94포인트(0.81%) 오른 740.29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전 한때 2,700선을 돌파하며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외부 변수와 종목별 차별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수는 횡보장세로 전환됐다. 삼성전자·조선·방산주 상승…철강·금융주는 약세 이날 상승장을 주도한 종목은 반도체와 방산 관련주였다. 삼성전자가 1.07%, SK하이닉스가 1.47%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방산·조선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기습 인상 발표 이후 수혜 기대감이 반영되며 강세를 보였다. HD현대중공업은 5.55%,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96%, HMM은 4.69% 올랐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과 군수 수요 확대 가능성, 선박 발주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철강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직격탄을 맞았다. 세아제강(-10.12%), KG스틸(-6.16%), 휴스틸(-5.94%), 현대제철(-2.66%) 등 주요 철강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지주사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KB금융(-4.12%), 신한지주(-3.96%), 하나금융지주(-3.71%) 등 대형 금융주는 장중 하락세를 지속했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의 조정, 외국인 수급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은 하락 전환…7원 내려 1,373.1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0원 내린 1,373.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3.4원 오른 1,383.5원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하락 전환했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무역 합의를 전적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하며 미·중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로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불확실성 속 관망 장세…대선 이후 방향성 주목 증시 전문가들은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적으로 방향성이 정해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기조 변화, 외국인 수급 변화, 금리·환율 등의 변동성이 당분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방산과 조선 업종은 트럼프발 보호무역 기조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철강과 금융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대선 이후 정책 기대감이 구체화되는 시점까지는 관망 심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금융/증권
-
[증시 레이더] 코스피, 대선 전날 2,700선 눈앞에 두고 강보합 마감
-
-
[글로벌 핫이슈] 워런 버핏, 버크셔 CEO 연말 사임 '한 시대의 마침표'…후계자는 그레그 에이벌
-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직 사임을 발표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끝에 "올해 연말부로 그레그 에이벌(62) 부회장이 CEO직을 맡아야 할 때가 왔다"고 밝히며, 이사회에 이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에이벌 부회장은 2021년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었지만, 버핏의 사임 시점 발표는 주총 현장의 4만여 주주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에이벌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으로, 2000년 버크셔가 인수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CEO 등을 거쳐 현재 비보험 부문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버핏의 가치 투자 철학을 잇겠다는 뜻을 밝히며 막대한 현금 보유고를 운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1965년 부실 방직회사를 인수해 60년 동안 보험, 철도, 에너지 등을 아우르며 시가총액 1조 2000억 달러(약 1683조 원)에 이르는 거대 복합기업으로 키운 버핏 회장은 앞으로도 이사회에 남아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새로운 단계에서도 단 한 주의 버크셔 주식도 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의 발표 후 주총은 그의 업적에 대한 존경을 담은 기립 박수 속에 마무리되며 한 시대의 끝을 알렸다. 버핏의 앞으로 공식 직함과 에이벌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여부는 4일 열릴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버크셔의 1분기 영업이익은 96억 4000만 달러(약 13조 520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현금 보유액은 3330억 달러(약 467조 32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니해설] 워런 버핏, 왜 지금 에이벌인가…'버크셔 방식'의 계승과 미래 해마다 5월 첫 토요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는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으로 바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지혜를 듣기 위해 모여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2025년 5월 3일, 94세의 노장은 마침내 한 시대의 마침표를 찍는 선언을 했다. CEO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 예상된 순서였지만, 그가 직접 발표한 순간, 장내는 놀라움과 함께 숙연함이 감돌았다. 이 발표는 단순히 한 기업 CEO의 교체를 넘어, 지난 60년 동안 세계 자본시장을 움직여 온 거인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오라클의 퇴장, 왜 지금인가? 버핏은 총회 끝에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버크셔 이사회가 열립니다... 저는 그레그가 연말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나이(94세)를 생각하면 은퇴는 당연한 일이다. 버핏은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후계자 그레그 에이벌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지금이 적기임을 분명히 했다. "저보다 그레그와 함께할 때 (회사가) 훨씬 더 잘 작동합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저는 그가 일하는 만큼 열심히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장의 솔직한 자기 고백인 동시에, 6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복합기업 버크셔의 현실적인 필요를 인정한 발언이다. 과거 버핏과 찰리 멍거 콤비 시절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 사업 구조 속에서, 에이벌의 더 적극적이고 세밀한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버핏은 심지어 "그레그의 경영 아래서 버크셔의 전망이 저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라며 후계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였다. 자신의 물러남이 회사에 더 이롭다는 판단은 투자자들에게 에이벌 체제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심어주는 동시에 버핏다운 합리적인 결정이다. 후계자 그레그 에이벌, 버핏의 그림자를 넘어서 이제 관심은 그레그 에이벌에게 쏠린다. 캐나다 앨버타 출신의 62세 경영인. 2000년 버크셔의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인수를 통해 합류한 그는 25년 동안 버핏의 곁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에이벌은 버핏 철학의 충실한 계승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 "핵심은 투자 철학이며, 워런과 팀이 지난 60년 동안 자본을 배분해 온 방식입니다. 정말로,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버핏의 '인내심 있는 가치 투자' 원칙은 버크셔의 바탕과 같다. 그의 앞에는 3330억 달러(약 467조 325억 원)가 넘는 기록적인 현금 보유고라는 달콤하면서도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에너지 등 운영 부문 전문가인 그가 버핏만큼의 '자본 배분'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거시 경제 변화가 커지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이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슬기롭게 운용하느냐가 '에이벌 시대' 버크셔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핵심 열쇠다. 버핏의 앞날과 남겨진 숙제 버핏은 완전히 무대 뒤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곁에 머물며 돕겠다"고 했고, 1600억 달러(약 224조 4000억 원)가 넘는 자신의 지분도 그대로 유지할 뜻을 밝혔다. 버크셔 이사 론 올슨은 "워런이 그레그 에이벌에게 찰리 멍거 같은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버핏이 단순한 상징적인 존재를 넘어 에이벌에게 경험과 지혜를 전하는 조언자 노릇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발언이다. 다만,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강력한 존재감이 자칫 에이벌의 지도력을 가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회장직 승계 문제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버핏은 생전에 아들 하위 버핏을 비상임 회장으로 앉혀 '버크셔 문화'를 지키려 했으나, 이번 결정이 이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버핏 이후의 버크셔가 그의 철학과 문화를 어떻게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갈지 지켜봐야 할 점이다. 버핏이 남긴 교훈,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 이번 주총에서 버핏은 은퇴 발표 외에도 중요한 생각을 밝혔다. 특히 무역 전쟁 걱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그는 "무역은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하며 보호무역주의와 적대적인 무역 정책을 비판했다. 짧은 기간의 이익이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국제 협력을 해치는 행동이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노 현인의 경고는 불안정한 지금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시장의 짧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는 원칙, 정직하고 합리적인 경영 철학. 버핏이 60년 동안 쌓아 올린 것은 단순히 막대한 부나 거대 기업이 아니다. 그는 투자와 경영에 대한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을 남겼다. 이제 버크셔는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그레그 에이벌이라는 검증된 경영자가 버핏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버크셔 방식'을 어떻게 이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버핏의 그림자는 크고 깊지만, 그가 남긴 원칙과 문화라는 든든한 자산 위에서 에이벌의 버크셔가 또 다른 성공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앞으로 60년의 서막이 이제 막 올랐다.
-
- 경제
-
[글로벌 핫이슈] 워런 버핏, 버크셔 CEO 연말 사임 '한 시대의 마침표'…후계자는 그레그 에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