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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3)]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숙제는 했니?" "오늘 학원은 어땠어?" "중간고사가 5주 남았는데 준비는 언제 시작할 거야?" 이러한 질문들이 부모에게는 식탁에서 아이에게 하는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아이의 반응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질문에 대답하던 아이가 점점 말을 줄이게 된다. "몰라요." "그냥요." "적당히 좀 해요." 대화는 거기에서 멈춘다. 부모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냥 걱정해서 물어본 건데….'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하는 질문의 의미보다 대화의 분위기를 먼저 느낀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부모의 마음도 바빠진다. 새로운 교과서와 시간표가 생기고 학년이 올라가면 공부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번 학년은 잘 시작해야 할 텐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 많은 부모가 같은 걱정을 한다. 아이가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계속 묻는다. 숙제는 했는지, 수업은 어땠는지, 학원은 도움이 되는지 확인한다. 부모에게는 관심이고 책임감인 것이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질수록 식탁의 분위기는 점검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하나하나 따져 듣지 않는다. 대신 부모의 표정과 말투를 먼저 느낀다. 질문이 빠르게 이어지면 아이는 긴장한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점검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러면 아이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대답이 짧아진다. 공부 이야기를 피한다. 대화를 빨리 끝내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아이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은 대화 속에서 느끼는 부담감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긴장한다. 부모가 조급해하면 집안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그 분위기는 아이의 정서에 그대로 전달된다. 신학기 초에는 아이도 큰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 달라진 수업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는 그 환경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시기에 부모의 걱정이 계속 더해지면 아이는 숨을 고를 시간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신학기에는 완벽한 계획보다 집안의 안정된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부모가 차분하면 아이도 차분해진다. 부모가 서두르지 않으면 아이도 자신의 속도로 학교생활에 적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부의 리듬도 만들어진다. 신학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완벽한 공부 스케쥴 관리가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된 부모의 지지와 응원의 태도이다. 부모가 먼저 마음의 속도를 늦추면 집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긴장을 풀고 자신의 속도를 찾게 된다. 공부의 힘은 조급함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의 공부는 안정된 관계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신학기의 첫 달,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더 많은 조언이 아니라 조금 더 편안한 가정의 분위기인 것이다. 부모의 정서 안정이 아이의 정서 안정을 만든다. <이번 주 실천 1가지> 말하기 전에 3초만 멈춰보세요. 아이에게 공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부모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좋습니다. "지금 나는 걱정해서 말하려는 걸까 아니면 아이를 믿으며 말하려는 걸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아이에게 하는 말의 톤이 달라집니다. 부모의 마음이 조금 여유로울 때, 아이와의 대화도 훨씬 편안하게 됩니다. <필자 소개> 김태균 -교육학 박사 -청소년 학습 분야와 부모 코칭 전문가(KPC) 연구 기반 실천가로서 검증된 이론으로 실천이 가능한 전략을 통해 아이의 가시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자녀-학교-사회가 연결되는 종합적인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저서로는 <듣기 좋은 잔소리 가이드북>, <정답과 오답 사이>, <현명한 부모는 피드백이 다르다> 등이 있다. 부모칼럼 목차 1회.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2회. 신학기 첫 달,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말 3회.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4회. 3월에는 성적보다 '관계'를 먼저 세워야 한다. 5회.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게 하는 질문의 기술 6회. 숙제 전쟁을 끝내는 루틴 설계법 7회. 아이의 스마트폰, 빼앗기만 하면 될까? 8회. 사교육, 늘리는 게 답일까? 9회. 중간고사 전, 아이의 멘탈을 먼저 점검하자. 10회. 스스로 공부하는 집, 1년을 설계하는 부모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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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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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3)]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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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5회)
- 오래 있어야 해! 주민들은 나를 몰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이 골목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이 언덕에서 살지도 않았고, 이 바람을 수십 년 맞으며 살지 않았다.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그 낯섦을 지워주지는 않았다. 오늘날 불확실성 사회에서는 오히려 어떤 분들에게는 그 사실이 경계의 이유가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사람이 국가 예산을 들고 우리 골목에 들어왔다. 그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용히 들릴까 말까 전해오는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고, 본인의 일에 집중한 나머지 무관심한 분들이 있었고, 마을이 변하기를 바라는 지켜보는 분들이 있었다. 찬성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반대는 생각보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나타났다고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분은 없었다. 그 이유 안에 이 골목의 역사가 있었고, 상처가 있었고, 이전에 왔다 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논골도 전에 뭔가를 하겠다고 왔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기억이 우리를 향한 일부의 불신으로 쌓여 있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탓할 수 없었다. 불신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어려운 것은 무관심이었다. 일부의 부정적인 눈빛은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무관심은 에너지 자체가 없다.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게 아니라, 두드리는 소리조차 닿지 않는 느낌. 그 골목을 오가면서 나는 종종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누군가의 시선 안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존재.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무관심과 시선이 겹치는 순간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것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였다. 반대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닌, 그냥 이게 되겠냐는 표정. 말로 하지 않아도 읽혔다. 이 골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외지에서 온 사람 하나가 예산 몇 푼 들고 들어와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느냐. 그 표정 앞에서 나는 기획서를 꺼낼 수 없었다. 기획서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믿음의 언어가 될 수 없고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은 설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그것을 나는 그때 배웠다. 설득은 논리로 하지만, 믿음은 시간이 흐른 뒤 신뢰로 만든다. 나는 시간을 써야 했다. 회의하는 대신 골목을 걸었다. 발표하는 대신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는 대신, 그냥 여기 있었다. 그 버팀이 기획보다 먼저였다. 전환점은 작은 데서 왔다. 어느 오후, 골목 위쪽 빈터에서 혼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지나가다 멈추셨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셨다. 이 골목을 좋은 그곳으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한참 나를 보시다가 한마디 하셨다. "오래 있어야 해." 많은 말이 아니었다. 오래 있어야 한다. 그 짧은 한마디가 그때 내가 들은 가장 긴 이야기였다. 이 골목에 왔다가 떠난 사람들, 약속하고 사라진 사람들, 무언가를 가져가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은 사람들. 할머니는 그 역사 전체를 그 짧은 한마디에 담아서 나에게 건네신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제로 오래 있었다. 고 김인복 통장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문을 알고 있었다. 어느 집이 경계심이 강한지, 어느 분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마음이 열리는지. 그 지식은 수십 년 이 골목에서 쌓인 것이었다. 어떤 기획서에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지식. 그가 먼저 들어가 이야기를 꺼내주면,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소개받은 자리에서 나는 많이 말하지 않았다. 듣는 쪽이었다. 이 골목에서 살았던 이야기, 예전에 여기가 어떠했는지,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는지. 그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이 골목의 사람이 되어갔다. 외지인이 아니라, 적어도 이 골목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믿음은 그렇게 생겼다. 설득이 아니라 동행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초반의 무관심과 불신이 논골담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처음부터 모든 주민이 열렬히 환영했다면, 나는 기획서대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반대와 무관심이 없었다면 나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고, 멈추지 않았다면 골목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저항이 속도를 늦추었고, 그 느린 속도가 이 골목과 나 사이에 실제 관계를 만들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시간은 기획자를 두 가지 방향으로 몰고 간다. 포기하거나, 더 깊이 들어가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선택이라기보다 오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오기가 없었다면 논골담길도 없었다. 이 골목은 나를 시험했다. 오래 있을 사람인지. 그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실제로 오래 있는 것. 지금도 묵호는 명소다. KTX, ITX 등 교통문화 개선 효과도 크다. 그러나 잠자던 묵호를 깨운 논골담길이 시작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 홀로 여행지로 뜬 묵호도 결국 오래가려면 오래 머무는 여행, 16년 전 논골에서 만난 할머니의 부탁, "오래 있어야 해"를 선택해야 한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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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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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굽이진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볕뉘가 따스하게 내려앉는 마을, '양곡리(陽谷里)'에 다다릅니다. 이름 그대로 볕이 잘 들고 골짜기마다 곡식이 풍성하게 여무는 이 아늑한 마을은, 사시사철 자연의 순리와 이웃의 정이 함께 흐르는 우리의 고향입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객을 반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을의 든든한 마스코트이자 수호신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석상입니다. 투박하지만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돌장승 옆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정성스레 돌을 주워다 쌓아 올린 거북이 조형물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돌무더기 하나하나에는 우리 양곡리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습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조용하던 양곡리 어귀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들썩입니다. 바로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요를 비는 ‘장승제’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을 던지는 ‘척사대회(擲柶大會)’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단순한 민속놀이나 제례를 넘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농부들이 새봄의 농사를 준비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던 신성하고도 흥겨운 의식이었습니다. 이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장승 앞에 모여 정성껏 차린 돼지머리와 과일 앞에서 절을 올리며, 올 한 해 마을의 화합과 무탈함을 한마음으로 기원합니다. 하지만 돌장승 앞에 차려진 제사상과 신명 나는 풍물패의 가락 이면에는, 짙은 애잔함이 배어 있습니다. 과거,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밤을 새우며 즐겼을 이 성대한 마을 축제는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억압과 6.25 전쟁의 참화를 거치며 우리 민족의 수많은 토속 신앙과 전통이 뿌리째 흔들렸고, 뒤이은 거센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농촌의 청년들을 도시로 앗아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양곡리를 비롯한 우리네 농촌은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젊은 웃음소리는 잦아들었고, 외지인들의 발길이나 참여도 저조해졌습니다. 한때 마을의 가장 큰 잔치였던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마을 어르신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냉정히 말해, 이대로라면 십수 년 뒤 이 아름다운 전통이 어찌 될지 비관적인 전망을 지울 수 없는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태로운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헌신적인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곡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는 신동일 이장님의 노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장님은 한겨울 함박눈이 쏟아지면 행여나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실까 본인의 장비를 동원해 묵묵히 온 마을의 눈을 치우십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위해서도 며칠 전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제물을 준비하고 행사장을 쓸고 닦으셨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을을 내 가족처럼 보듬는 이러한 헌신이 있기에, 양곡리의 온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한 마을의 역사이자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인 이러한 전통 행사를 단지 노령화된 마을의 자체적인 책임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에 산재한 토속적 행사와 전통이 소멸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젊은 세대나 외지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통은 박물관의 유리 장식장 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숨 쉬는 광장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둥근 대보름달 아래 장승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양곡리 주민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그래도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윷가락이 허공을 가르고 떨어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웃음 속에서 우리는 봅니다. 아무리 매서운 현실의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마을 공동체의 힘은 결코 얼어붙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통해 양곡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이어질 것입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 듬직한 거북이를 만들어 냈듯, 서로를 향한 배려와 화합을 층층이 쌓아가는 양곡리는 앞으로도 볕이 잘 드는 그 이름처럼 더욱 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천하대장군의 넉넉한 웃음이 양곡리의 내일에도 변함없이 함께하기를, 둥근 달에 간절히 띄워 보냅니다. <필자 소개> 김종철 프로필 김종철은 1969년 경북에서 태어나 공학과 종교학을 아우르는 이력으로 독자적인 학문적 궤적을 구축해 온 연구자이자 출판인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인문·종교 분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해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 박사(Ph.D.)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선문대학교에서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하며 종교사상과 신종교 운동, 현대 한국 종교 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학문 활동과 더불어 출판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현재 도서출판 아우내 대표로 재직하며 종교·사상·문화 분야 전문 서적을 기획·출간하고 있다. 또한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 소장으로서 한국 신종교와 메시아 운동의 역사적 전개, 교리 형성, 분열과 재편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국제신인류문화학회 학회장으로 학술 교류와 연구 네트워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주식회사 네일톡톡 총괄이사로 기업 경영에도 참여하며 학문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저서 『한국의 육신영생 신앙』 『통일교의 분열』 『통일교와 독생녀 현상』 『통일교 분열 실록 전집』(전 11권) 『독생녀론은 페미니즘 신학이다』 이들 저서는 한국 신종교 운동, 특히 통일교 계열의 교리 변화와 분열 양상, '독생녀' 담론의 신학적·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한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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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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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4)]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세계는 어느 때보다 거대한 풍요의 파도 위에 올라타 있습니다. 손가락 끝의 움직임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물건이 대문 앞에 당도하고,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와 우리의 뇌를 잠식시키고 있습니다. ‘부(富)’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인격이 되고 권력이 된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찬란한 빛의 이면에는 기이한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물질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그것을 누리는 인간의 내면은 갈수록 메말라가는 '풍요 속의 빈곤'입니다. 우리사회의 물질만능주의는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많이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너의 가치는 네가 소유한 브랜드와 평수로 증명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끝없는 비교의 굴레로 밀어 넣습니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 동안, 우리는 정작 지탱해 주던 소중한 가치들은 길가에 흘리고 다닙니다. 마치 아궁이의 불씨가 꺼져가는 지도 모른 채, 화려한 철제 난로를 사 모으는 격입니다. 물질만능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인간을 인격이 아닌 재력으로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지향해야 할 태도는 조건 없는 환대와의 연결입니다. 자주 가는 시내 국밥집 식당 주인이 떠오릅니다. 그는 최신식 키오스크를 들여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손님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마주하며 친절하게 인사를 합니다. 그리곤 안부를 묻습니다. 그러자 손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가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영업이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불씨입니다.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빈곤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세상에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를 멈추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곁을 내어주는 행위 자체는 위대한 저항입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에 시간을 들이는 행위, 이것이 물질의 풍요에 매몰되지 않고 영혼의 풍요를 선택하는 파수꾼의 모습입니다. 파수꾼의 삶은 고단합니다. 남들이 화려한 축제장으로 달려갈 때 성벽 위에서 보잘것없는 불씨를 감싸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라는 비난 섞인 충고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 불씨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얼음 왕국이 되고 맙니다. 물질적 풍요는 육체를 편안하게 해 줄 순 있지만, 영혼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빈곤한 것은 우리의 지갑이 아닌 자신을 향한 성찰의 부재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불씨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측은지심, 불의 앞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양심의 가책,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감탄할 줄 아는 감수성 같은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풍요란 얼마나 가졌는가 보다 얼마나 남겼는가,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채웠는가 보다 내 영혼에 얼마나 많은 온기를 남겼는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온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지폈는가가 삶의 성패를 가릅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이라는 성벽 위에서 불씨를 지키는 파수꾼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씨란 거창한 시대정신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의 온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자아의 존엄,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정직한 노동의 가치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 불씨를 끄려 합니다. 효율성이라는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고, 비교라는 폭우를 쏟아 붓습니다. "적당히 해라",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냉소적인 목소리들은 파수꾼의 어깨를 무겁게 만듭니다. 이제 우리는 물질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내면의 불씨를 꺼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풍요는 통장의 잔고에 있지 않고, 타인의 슬픔에 공명할 수 있는 마음의 넓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의 불씨를 되찾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곁의 사람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친절하게 건네는 것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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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4)]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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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2)] 신학기 첫 달,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말
- 신학기가 시작되면 부모의 말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아이가 조금 더 부모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걱정이라도 어떤 표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신학기 첫 달에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의 말이 더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부모에게는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아이에게는 부담이 되는 말이 있다. 신학기 초에 특히 조심해야 할 세 가지 표현이 있다. 첫 번째 조심해야 할 말은 "이번 학년에는 잘해야 한다." 이 말은 격려처럼 들리겠지만 아이에게는 평가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3월부터 잘해야 한다는 기준이 먼저 제시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출발선에서 느끼는 압박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수업 방식 속에서 아이는 이미 여러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결과를 강조하기보다 경험을 묻는 대화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더 자연스럽다. "새로운 수업 중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이 있어?" "이번 학년에 기대되는 건 어떤거야?" 이 질문은 아이에게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묻는다. 두 번째 조심해야 할 말은 "공부 계획은 세웠니?", "플래너는 쓰고 있어?" 신학기에는 계획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계획이 있어야 공부가 잘 이루어진다고 부모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을 확인하는 질문은 쉽게 점검의 대화로 바뀌어 버린다. 아이에게 계획은 검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과정일 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질문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이번 주에 먼저 해보고 싶은 공부가 있어?", "어떤 과목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니?" 이러한 질문은 아이에게 과도한 계획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말하도록 돕는다. 아이가 스스로 말한 계획은 부모가 요구한 계획보다 훨씬 오래 유지된다. 세 번째 조심해야 할 말은 "친구들은 벌써 시작했대." 신학기에는 비교 표현이 쉽게 등장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원 이야기나 공부 이야기가 부모의 귀에 먼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는 아이에게 동기를 주기보다 부담을 남기기 쉽다. 다른 사람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기준을 잃어 바린다. 이럴 때는 아이의 기준을 확인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너는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 "이번 주에 스스로 해보고 싶은 건 뭐야?" 이 질문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신학기에 자녀와의 대화에서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는 아이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말이 줄어들 때 아이의 말은 조금씩 늘어난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아이의 공부 방향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필자 소개> 김태균 -교육학 박사 -청소년 학습 분야와 부모 코칭 전문가 연구 기반 실천가로서 검증된 이론으로 실천이 가능한 전략을 통해 아이의 가시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자녀-학교-사회가 연결되는 종합적인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저서로는 <듣기 좋은 잔소리 가이드북>, <정답과 오답 사이>, <현명한 부모는 피드백이 다르다> 등이 있다. 부모칼럼 목차 1회.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2회. 신학기 첫 달,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말 3회.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4회. 3월에는 성적보다 '관계'를 먼저 세워야 한다. 5회.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게 하는 질문의 기술 6회. 숙제 전쟁을 끝내는 루틴 설계법 7회. 아이의 스마트폰, 빼앗기만 하면 될까? 8회. 사교육, 늘리는 게 답일까? 9회. 중간고사 전, 아이의 멘탈을 먼저 점검하자. 10회. 스스로 공부하는 집, 1년을 설계하는 부모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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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2)] 신학기 첫 달,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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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119달러 공포 딛고 반전⋯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상승
-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끝에 상승 마감했다. 장 초반 국제유가 폭등과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9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시사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은 급반전했다. 다우지수는 239.25포인트(0.50%) 오른 4만7740.80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디프어스(S&P)500지수는 0.83% 상승한 6795.99, 나스닥종합지수는 1.38% 오른 2만2695.95를 기록했다. 장중 배럴당 119달러를 넘겼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트럼프 대통령이 CBS 기자에게 "전쟁은 거의 끝난 상태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다시 통과하고 있다"고 밝히자 한때 9% 급락해 81달러선까지 밀렸다. 브렌트유도 장중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급락과 동시에 반도체주가 강하게 반등했다. 브로드컴이 4% 넘게 올랐고, 마이크론과 AMD는 각각 5% 상승했다. 엔비디아도 2% 넘게 오르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반면 올해 들어 약 10% 하락한 금융업종은 회복이 제한적이었고, 사모신용 시장 불안도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미니해설] 장중 119달러·스태그플레이션 공포…트럼프 한마디에 뒤집힌 공식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한 장 안에서 두 개의 시장을 보여줬다. 오전의 시장은 전형적인 공포장이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WTI는 장중 119달러를 돌파했고, 다우지수는 900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월가가 오전에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유가가 세 자릿수에 장기간 머물면 소비자물가는 재점화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며, 이미 둔화 조짐이 엿보이는 성장률을 압박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SJ도 시장이 이번 유가 충격을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닌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에너지 쇼크 가능성으로 읽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발언이 바꾼 오후 시나리오 오후 들어 시장의 계산이 달라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오면서다. "전쟁은 매우 완결적이다. 거의 끝난 상태"라는 코멘트가 전해지자 유가가 급락 반전했고, 주식시장은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을 빠르게 되감았다. 시장은 더 이상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나'를 묻지 않았다. 대신 '이 충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블랙록은 유가 충격이 수개월이 아닌 수 주 단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도이체방크도 대규모 위험회피 장세가 본격화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가 급등이 수개월 이어지거나,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돌아서거나, 실물경제 훼손이 뚜렷하게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그 문턱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시장의 방향을 바꿨다. 반등의 본질은 '기술주 의존'과 '단기 쇼크 베팅' 이날 반등의 본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미국 증시가 여전히 반도체 업종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브로드컴·마이크론·AMD·엔비디아가 일제히 오르며 나스닥 상승을 주도했다. 유가 충격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이들 종목으로 돌아간 것은, 현금흐름과 시장 지배력이 확실한 기업이 반등의 피난처가 된다는 공식을 다시 확인시켰다. 둘째는 시장이 이번 유가 급등을 '지속적 구조 충격'이 아닌 '단기 지정학 쇼크'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G7 비축유 방출 논의, 일부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미국의 해상 통행 지원 가능성이 겹치면서 유가는 공급 붕괴 시나리오를 되돌리기 시작했고, 시장은 바로 그 지점에서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날 반등을 완전한 안도 랠리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하루 만에 20% 가까운 변동폭을 보인 유가, 취약한 금융주,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모신용 시장 우려는 시장의 내부 체력이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정상화, G7 비축유 방출 현실화, 유가의 배럴당 90달러 이하 안착 여부가 핵심 변수다. 이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9일 장세는 '과도한 지정학 공포가 빚은 급락 후 정상화'로 기록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날 반등은 단기 숏커버링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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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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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119달러 공포 딛고 반전⋯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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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기록(1) 벚꽃의 봉우리가 부풀었다.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팝콘처럼, 샴페인 방울처럼 터질 것이다. 다섯 번째 벚꽃이다. 허민이 이곳에 자리한지 오 년이 지났다. 햇수로는 육 년째. 자리했다기 보다 조용히 스며들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은근히 다가온 파도가 모랫벌에 스미듯, 여름밤 앞바다에서 불어온 따뜻한 해풍이 그라스에 안기 듯. 그리고 스파이들이 임무의 목표에 들 듯이. 이곳은 강릉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골짜기. 사람들이 '진골'이라 부르는 골짜기. 어떤 연유로 '진골'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연유를 궁금히 여기는 사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불릴 뿐인, 기껏해야 이 킬로 남짓한 자그마한 골짜기.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흔하디 흔한 그런 골짜기. 대관령에서 동해를 향해 흘러내리는 수많은 산자락들은, 끝날 때쯤이면 이 같은 작은 골짜기를 만들고, 골짜기 안에 거의 예외 없이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를 형성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구릉지에 밭을 일구어 감자, 옥수수, 배추 등 작물을 가꾸며 살았다.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그러다가 오십여 년 전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이러한 작물 대신에 포도를 재배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캠벨 품종의 포도. 캠벨은 생식용 포도로 한국, 일본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발효될 때 생기는 노린내 비슷한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포도주로 만들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작은 규모의 땅에서 기대 이상의 소득을 낼 수 있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포도를 가꾸기 시작했고 몇년 되지 않아 이 일대에는 꽤 큰 포도 생산단지가 형성되었다. 그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이곳 주민들 중에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진즉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세대 사람들도 일을 찾아 다른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후였다. 그를 아는 사람은 팔십 대 중반의 집안 아저씨가 유일하였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의 히스토리에 대해 철저히 함구할 것이 분명하였고, 혹 무심코 그를 거론하더라도 '중앙무대에서 나라 일을 하던 사람이다' 정도로 얘기할 것이었다. 실제로도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을 터였다. 그는 거의 방치되어 잡초가 무성했던 아버지의 포도농장을 정리하여 나무와 꽃을 가꾸고 텃밭농사를 짖는 '농장정원'을 조성하고는,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명명하였다. 농장(Farm)과 정원(Garden)의 합성어. 세상에서 유일한 정원이기에 정관사 '더(The)'를 붙였다. 그리고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디자인된 자그마한 간판도 세웠다. 물론 벚나무 서른 다섯 그루도 지형에 어우러지게 심어졌다. 삼십오 년만의 귀향이었다. 그리고는 농장정원 입구의 농기계창고를 손보아 손바닥만 한 카페를 만들었다. 퇴락한 네 평 반짜리 농기계창고가 컨츄리 풍의 정감있는 카페로 다시 태어나는 데는 세 달이면 충분하였다. 당초 그는 그와 꼬맹아내 두 사람의 '커피 세리머니'를 위해, 그리고 혹 찾아올지도 모르는 옛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다. 그러나 농장정원 '더파든' 안을 기웃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오는 동네 아낙들을 외면할 수 없어 몇몇에게 커피를 대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덧 이곳은 여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여자들은 이곳 남자들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어떤 묘한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것 같았다. 언제 부터인지 여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치르는 주부들의 전쟁, 남편과 아이들을 그들의 전쟁터로 출정시키고는 하나 둘 자연스럽게 그의 카페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다른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를 즐겼다. "부인, 오늘 같이 뜨거운 여름날은 탄자니아가 어울릴 겁니다. 작열하는 열대 사바나의 태양에 달구어진 검붉은 흙. 그 흙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품은 커피지요. 한마디로 이열치열입니다." "파도의 비말 같은 부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자바 만델링을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좋을 겁니다. 뭐 부인께서 즐기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괜찮겠고요." 여자들은 그가 추천하는 커피도 그렇지만, 그가 자신들을 부르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좋았다. 자신들에게는 꽤나 생소한 호칭에 어색해하면서도 감수성을 건드리는 미세한 어떤 흔들림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여자들끼리 만났을 때 그를 화제로 삼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공동 전선을 형성한 듯 다양한 얘기를 쏟아놓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정원사야. 나무와 꽃들을 대하는 섬세한 손길, 이런 사람을 그린핑거라고 부른다지. 이른 봄 잔설을 제치고 스노우드롭, 수선화, 크로커스, 무스카리가 어떤 순서로 고개를 내미는지, 어떤 순서로 피는지, 하루 중 언제 피어날지 알고 있더라니까 글쎄." "그의 왼쪽 귀 아래 턱수염에 숨겨진 깊고 긴 상처자국을 봤어? 턱과 아랫입술 사이에도. 위험한 일을 감당해온 사람인게 분명해. 왼쪽과 오른쪽 어깨의 높이가 달라. 그리고 서있을 때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하여 비스듬하게 서는 것 같아. 마치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 "두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밖으로 들어난 그와 숨겨진 또 다른 그 사람. 뭔가 어둠의 세계로 이어진 듯한." "그는 말할 때 거의 완성된 문어체의 문장을 구사해. 뭔가 공적인 일을 하던 사람일 거야." 관심은 비밀의 문을 두드리지만, 비밀은 봉인되었고 침묵만이 답으로 남았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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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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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1)]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 [연재를 시작하며] 3월은 시작의 달입니다. 아이는 새 학년을 맞이하고, 부모 역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 연재는 아이에게 공부를 잘 시키는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관계를 부모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합니다. 지시에서 질문으로, 통제에서 신뢰로, 불안에서 동행으로 부모의 작은 관점 전환이 아이의 1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신학기 부모의 언어, 관계의 방향, 숙제와 루틴 설계, 스마트폰과 사교육의 구조, 시험 전 멘탈 관리,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집'을 만드는 방법까지 차례로 나누고자 합니다. 이 글이 완벽한 부모가 되라는 요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오늘 밤, 식탁에서 한 문장이라도 다르게 말해볼 용기를 드릴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편집자주>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3월이 되면 청소년이 있는 집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새 학년, 새 담임, 새 교과서로 부모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번 학년은 잘해야지.",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부모의 다짐은 아이를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사랑의 표현이 부모의 조급함에서 출발하는 순간, 아이의 귀에는 압박으로 들리게 된다. 신학기 첫 주에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이제 정신 차려야지.", "작년처럼 하면 안 된다.", "공부 계획은 세웠니?" 등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방향이다. 부모는 미래를 향해 말하지만, 아이는 현재의 자신을 평가받는 느낌이 든다. 이 작은 차이가 신학기 아이의 공부 정서를 결정한다. 아이도 학년이 올라갔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교과 내용은 어려워지고, 시험과 수행평가는 늘어나고, 친구 관계는 다시 만들어진다. 그런데 집에서도 이번에는 잘해야 한다는 말이 반복되면, 아이는 어디에서도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한다. 아이에게 집은 원래 회복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공간이 또 다른 점검의 장소가 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신학기 첫 달에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성적 관리가 아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전지대를 먼저 세우고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학년엔 잘해야지." 대신에 "이번 학년에 기대되는 건 뭐야?" "공부 계획은 세웠니?" 대신에 "어느 단원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 "작년처럼 하면 안 돼." 대신에 "작년 경험 중에 이번에 도움이 될 부분은 뭐야?" 이러한 질문의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결정적으로 다가온다. 지시는 행동하게 하지만, 질문은 아이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단 생각이 움직이면 아이의 생활 태도가 바뀌고, 생활 태도가 바뀌면 1년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많은 부모가 3월을 성적 관리의 출발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3월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관계의 톤을 결정하는 시기이다. 3월에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은 1학기 또는 1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내적 동기는 신뢰 위에서 자라기 마련이다. "우리 부모는 나를 믿고 있구나.", "실수해도 괜찮구나.", "틀려도 다시 하면 되는구나.", "나는 점수가 아니라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구나." 이러한 감정이 먼저 형성되어야, 더 이상 부모 주도가 아닌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이 시작된다. <이번 주 실천 1가지>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만 다음 질문 중 하나를 사용하자. "오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뭐야?" "오늘 조금 힘들었던 건 뭐였어?" "이번 학년에 기대하는 건 어떤거니?" 중요한 포인트는 아이의 하루를 부모의 입장에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의 경험에서 나오는 어떤 조언도, 어떤 해결책도, 바로 제시하지 말자. 우선 "그랬구나" 이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이 보일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3월의 가장 큰 성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김태균 -교육학 박사 -청소년 학습 분야와 부모 코칭 전문가 연구 기반 실천가로서 검증된 이론으로 실천이 가능한 전략을 통해 아이의 가시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자녀-학교-사회가 연결되는 종합적인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저서로는 <듣기 좋은 잔소리 가이드북>, <정답과 오답 사이>, <현명한 부모는 피드백이 다르다> 등이 있다. 부모칼럼 목차 1회.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2회. 신학기 첫 달,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말 3회. 신학기,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전해질까? 4회. 3월에는 성적보다 '관계'를 먼저 세워야 한다. 5회.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게 하는 질문의 기술 6회. 숙제 전쟁을 끝내는 루틴 설계법 7회. 아이의 스마트폰, 빼앗기만 하면 될까? 8회. 사교육, 늘리는 게 답일까? 9회. 중간고사 전, 아이의 멘탈을 먼저 점검하자. 10회. 스스로 공부하는 집, 1년을 설계하는 부모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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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칼럼(1)] 3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1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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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예술인 정수연] 통섭의 눈물
- < 통섭의 눈물 >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도 추악합니다. 눈부시게 성공하며 타인을 돕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치는 이도 존재합니다. 악마의 축에 속하는 이스라엘과 트럼프, 앱스타인등이 세상의 지탄을 받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첫째, 철저한 자기 수양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스스로를 한 뼘씩 성장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내가 남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심 어린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하겠죠. 그리고,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선한 동기부여의 불씨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예술과 문화의 영역은 물론, 일상 속 작은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도 세상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세상을 돕는 길입니다. 최근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클로이 킴과 최민정 선수가 보여준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자신의 후배인 최가온과 김길리에게 정상에 오른 순간에도 진심 어린 존중과 따뜻한 배려를 보낸 그 모습을요. 이미 정상에 섰던 이가 새롭게 정상에 오른 이를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하는 순간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순수한 감정의 공명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납니다. 통섭(統攝,Consilience)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분야와 장르를 초월해 모든 것이 결국 같은 원리와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것들이 깊이 통(通)하는 지점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우리를 하나의 영적, 감성적 공간으로 이끕니다. 그 눈물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깊이 흐르는가, 바로 그것이 한 사람 인생의 깊이와 품격을 말해줍니다. 깨달음의 크기는 그 사람이 지닌 그릇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평소 다양한 수련과 열린 마음으로 그릇을 키워놓았을 때, 더 큰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왜 우리가 결코 멈추지 않고 배워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입니다. 이 짧고 한 번뿐인 인생, 그의 주인인 내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습니까? 하루 하루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사라지는, 유한한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통섭이란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태도'입니다. 인문학과 과학, 예술을 두루 넘나들며 섭렵할 때, 세상을 더 넓고 깊이 이해하는 눈이 생깁니다. 통섭의 시선 앞에서 편견과 선입견, 이질감은 자연스레 녹아내립니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공부합시다. 2026년은 벌써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그 흐름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가야 합니다. 2026년 2월 22일 통섭 예술인 정수연 Tears of Consilience The world is still both beautiful and ugly. While some achieve dazzling success and help others, there are also those who harass and harm others. We see Israel, Trump, and Epstein, who fall under the "axis of evil," being condemned by the world. So, what kind of life should we live? First, it must be based on thorough self-cultivation. We must constantly learn, reflect, and grow, step by step. Second, we must constantly ponder, "How can I help others?" We must live a life of consideration and acceptance, offering genuine help in various ways. Furthermore, every word and action must inspire respect and serve as a spark of positive motivation for those around us. Third, we must create new values. Not only in the realms of art and culture, but even in everyday life, even a small creative idea can make people's lives a little more comfortable and warm. That is the way to truly help the world. The recent performance of Chloe Kim and Choi Min-jeong at the 2026 Milan Winter Olympics touched the hearts of many. They showed genuine respect and warm consideration to their juniors, Choi Ga-on and Kim Gil-li, even at the very moment they reached the summit. The moment when someone who had already reached the summit readily acknowledged and congratulated someone who had just reached the summit transcended borders and languages, touching the hearts of people around the world. We all have different experiences and backgrounds, but the resonance of pure emotion can occur anytime, anywhere. When we view the world through the lens of consilience, we realize that everything, regardless of field or genre, ultimately lies within the same principles and flow. The tears that flow at the point where seemingly disparate things connect deeply, lead us into a single spiritual and emotional space. The frequency and depth of those tears, are precisely what reveals the depth and quality of a person's life. The magnitude of one's enlightenment is proportional to the size of one's vessel. When we cultivate our vessel through diverse daily practice and an open mind, greater enlightenment comes. It is time to once again deeply remember why we must never stop learning. If I, the master of this short and one-time life, do not properly manage it, who will? Each day is finite, interconnected yet fleeting. Therefore, the importance of using time meaningfully cannot be overemphasized. Consilience is an attitude that breaks down academic boundaries. When we explore the humanities, science, and art, we gain a broader and deeper understanding of the world. Prejudice, preconceptions, and alienation naturally melt away under the gaze of consilience. So, let us continue to study. 2026 is already passing by quickly. We must stay one step ahead of the flow. February 22, 2026 Consilience Artist Michael Chung <정수연 프로필> 정수연(1956년생)은 경영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통섭형 예술인이자 문제해결 전문가다.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마친 뒤,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인사·조직 전공)했다. 1982년부터 2004년까지 LG그룹에서 근무하며 기업 현장에서 조직·인사·경영 전반을 경험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서강대, 건국대, 단국대, 서울여대, 나사렛대, 한성대 등에서 경영학과 겸임·외래교수로 활동하며 조직관리와 리더십, 인적자원 분야를 강의했다. 이후 리더십·영업·인성·창의성 분야 전문 강사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트리즈(TRIZ) 기반 발명기법과 6시그마를 접목한 문제해결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예술가로서의 이력도 깊다. 세 살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학창 시절 내내 두각을 나타냈고, 대학 1학년 때 피카소와 같은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 화랑을 운영했으며,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여 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다.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미술·문학·음악·과학을 넘나드는 '통섭예술인'으로 평가받으며, 경영과 예술, 과학을 융합한 창작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전 콘텐츠산업신문 편집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기술의 대융합』을 포함해 총 8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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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예술인 정수연] 통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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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 제15회 희정 씨 상태가 수상하다. 희정 씨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상 씨는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고 침실 문을 열었을 때 희정 씨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쳐들 생각도 않은 채 희정 씨는 손등을 이마에 붙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때요, 희정 씨? 반짝반짝 반짝거리는 아침이 아닌가요?" 농담을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새벽 야간배송에서 겪은 이런저런 불쾌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으나 이마와 눈을 가리고 누워 있는 희정 씨가 다른 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털모자는 없었어요. 그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홍콩을 경유해 국내 배송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해외직구 물품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루 이틀 만에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희정 씨 가슴을 덮은 이불을 살짝 걷었을 때 미상 씨는 많이 놀랐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희정 씨는 가슴부터 단전 부위까지 온통 오물투성이였다. 밤새 운신하지 못한 상태로 배변을 하고, 그 변이 온몸을 칠갑한 모양이다. 냄새에 대한 생각도 불쾌감도 없었다. 미상 씨는 단지 손과 숨을 멈췄을 뿐이다. 배꼽 부위에서 멈춘 이불을 더는 걷어 내릴 수 없었기에, 미상 씨는 똥오줌으로 축 젖어 늘어진 이불의 한쪽 자락을 들고 엉거주춤 섰다. 그리고 슬그머니 희정 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일 수 없어요." 감기 기운이 심한 코맹맹이 소리로 희정 씨가 말했다. 이마와 눈은 여전히 그녀의 손바닥 밑에 있었다. 희정 씨는 그 한마디 말로 지난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밝히고선 이제는 맘대로 하라는 듯이 침묵했다. 가슴도 배도 하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천천히 이불을 걷어 내리며 미상 씨가 말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동사형입니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싱크와 무브로 살아가죠." 윗도리보다 더 참담한 희정 씨의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란빛을 띤 액체형 오물에 물든 윗도리에 비해 아랫도리는 으깨어진 대변과 그 파편으로 난장판이었다. 밤새 조금씩 조금씩 뒤척이며 몸을 비틀어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젖은 이불을 욕실 구석에 내려놓은 미상 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먼저 파카를 벗고 스웨터도 벗고 바지도 벗었다. 반소매 검정 내의와 회색 팬티 차림으로 희정 씨 침대 곁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단호했다. "희정 씨! 우리 목욕을 합시다. 제가 깨끗하게 씻겨드릴게요." 희정 씨의 몸과 침대에 묻은 오물은 티슈로 훔쳐냈다. 그러다 보니 위아래 옷을 다 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이마 위에 손바닥과 손가락을 올린 희정 씨는 거부도 호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침묵 속에서 미상 씨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 그리고 등과 사타구니를 닦고 그리고선 깨끗한 담요로 그녀의 알몸을 덮어주었다. 이젠 PVC 간이욕조에 물을 받을 차례다. 희정 씨 목욕을 준비하면서도 미상 씨는 침묵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삼 년의 세월 동안 여러 번, 수없이 희정 씨의 세면과 머리 감기를 도왔으나 오늘처럼 나신의 그녀를 목욕시킨 적은 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다. 세상천지 간에서 생애 맨 처음 목도한 여인의 알몸이 오물에 젖은 희정 씨의 몸이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 미상 씨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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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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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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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4회)
- 제4회 미상 씨는 8차선 대로를 건너 석관동에서 장위동으로 이동했다. 그의 승용차 앞 유리창엔 'Coupang flex 배송중입니다 신속히 이동하겠습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작년 가을이었다. 그 안내문은 그때 캠프에서 같은 롤테이너에 담긴 기프트를 나누어 내리던 예쁜 아줌마 카플렉서에게 얻은 인쇄물이다. 그녀 말로는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자신의 복합기로 직접 프린터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나누어주는 안내문이 아니라 그녀가 집에서 A4용지에 인쇄했다는 것이다. 야간배송이라 이런 안내문이 필요 없으리라 여기겠으나 그렇지 않았다. 신축 아파트 대형 지하 주차장에서 배송할 때가 특히 그랬다. 자동차 이동로에 주차를 하고 통로 바닥에 기프트를 늘어놓았을 때에는 이해와 배려를 구하는 한마디 말보다도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Coupang' 로고가 더 효과적이었다. Coupang에 대한 신뢰와 호의는 기대 이상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리의 Coupang'이고 '대한민국의 Coupang'이다. 중고물품 장터 어플인 '당근'이 '당신의 근처'라는 말의 줄임말이듯이 '쿠팡'은 '쿠폰팡팡'의 줄임말이다. 희정 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였더니 그녀는 "정말? 정말이에요?"하고 탄성을 지르고 두 눈을 반짝였다. 미상 씨는 쿠팡이라는 상호의 어원이 희정 씨를 기쁘게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다. 미상 씨에게 쿠팡이라는 상호는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뜻을 넘어 '사랑이 팡팡 터지고' '행복이 팡팡 터지는' 이름이다. 그 쿠팡의 기프트를 싣고 미상 씨는 눈보라 몰아치는 장위2동 돌곶이로25길 골목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골목에서도 미상 씨는 이쪽저쪽을 마구 치며 내달렸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저간의 사정은 쿠팡 카플렉서 전용 어플의 상세한 지도 덕분이다. 롤테이너에서 내린 기프트의 운송장 번호를 핸드폰으로 스캔할 때마다 지도에는 지번을 따라 기프트 배송처가 표시된다. 카플렉서는 그 지도만 따라가면 쉽게 일할 수 있다. 어느덧 지리에 익숙해진 미상 씨는 지도가 지시하는 순서를 어기고 도로 양쪽으로 왔다 갔다 치고 달리지만 대개는 어플의 지도가 지시하는 순서에 따른다. 돌곶이로25길 다음은 화랑로33가길이다. 이곳 주택가 배송 상품 역시 한두 개의 무겁지 않은 기프트로 이루어져 있기에 미상 씨는 기다란 골목 두 곳을 신속하게 치고 뿌리며 달렸다. 시린 코를 주무르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미상 씨는 다음 골목 장위2동 주민자치회 앞에 정차하고 뒤로 돌아가 테일게이트를 들어 올렸다. 주민자치회로 배송하는 종이상자 하나는 크기는 컸으나 무게가 나가지 않아 간단히 들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배송지인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미상 씨는 당황했다. "뭐야?" 사랑제일교회에 배송할 스치로폼 상자 네 개와 종이상자 하나 그리고 파우치 두 개를 눈 위에 내려놓고 핸드카트를 들어내려던 미상 씨는 철렁 떨어져 내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추켜올렸다. 핸드카트가 보이지 않는다. "아차, 내 카트!" 소설을 쓰다가 놀란 어느 순간과 같았다. 늘 보고 쳐 손가락이 자동으로 옮겨가던 부호 하나가 키보드에서 사라진 듯했다. 승용차 안 어느 곳에도 핸드카트는 보이지 않았다. 스무 개쯤 남은 기프트 사이 어디에 파묻혀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구나.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자신의 핸드카트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상 씨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맞잡았다. "주님 주님, 제 핸드카트를 보호해 주세요!” <편집자 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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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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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4)] 금값 5300달러 돌파, 인류 화폐史 다시 썼다
- 세계 귀금속 시장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 상품 선물 시장에서 금값이 처음으로 온스당 53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단순한 가격 기록 경신이 아니다. 달러화 신뢰도 추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밀어붙이는 약달러 기조가 한데 맞물리면서 금은 이제 '투자 상품'을 넘어 새로운 국제 통화 질서의 기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 선물 시장, 사상 첫 5300달러 돌파 이날 COMEX(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 종가 대비 4.3%, 금액으로는 219.6달러가 오른 온스당 5340.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5360.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루 절대 상승폭 219.6달러는 금 선물 거래 역사상 단 하루 최대 기록이다. 현물 금 역시 전날 이미 3% 오른 데 이어 이날 2% 추가 상승하며 5311달러대에 안착했다. 속도는 더욱 놀랍다. 1월 26일 온스당 5000달러를 처음 돌파한 지 불과 이틀 만에 5300달러선마저 뚫렸다. 올해 들어서만 22%, 지난 1년 누적으로는 94%가 올랐다. 2025년 초 금값이 2641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남짓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2025년 한 해에만 64%가 폭등하며 53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금이 새해에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은(銀)의 폭주,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 귀금속 랠리는 금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COMEX 은 선물은 7.67% 폭등하며 온스당 114달러대에 올라섰다. 역시 사상 첫 기록이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47%, 지난 1년 기준으로는 277%에 이른다. 금과 은의 상대 가격을 나타내는 금은비율(Gold-Silver Ratio)이 빠르게 좁혀지면서 귀금속 전반에 걸친 투자 수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은은 금과 달리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공정 등 첨단 산업 전방위에 소요되기 때문에 은값 급등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글로벌 산업 공급망 우려까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한마디, 달러의 급소를 찌르다 이날 급등의 직접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밤 공개적으로 밝힌 발언이었다. 그는 "강한 달러는 미국 제조업과 수출에 독이 된다"며 달러 약세를 오히려 반기는 입장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를 공개 석상에서 환영한 것은 현대 국제통화 체제에서 이례 중의 이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95.86까지 밀리며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의 저점을 찍었다. 달러 인덱스가 95대로 내려선 것은 달러 강세 시대의 사실상 종언을 예고하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신뢰가 정책 당국자 스스로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달러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금과 은이 동반 폭등하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짚었다. 연준 독립성 위기, 구조적 약달러의 진짜 뿌리 이번 귀금속 랠리를 피상적인 '트럼프 발언 효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더 깊은 곳에는 미국 통화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구조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왔고 연준 이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협했다. 연준은 1월 27~28일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말까지 세 차례 연속 내렸던 금리를 처음으로 묶어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견조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연준이 언제까지 정치적 압박을 독자적으로 버텨낼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미 이동해 있었다. 이 불안은 달러 가치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약 1년 사이 달러 인덱스는 9%대 하락폭을 누적했다.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9년 72%에서 현재 57%까지 내려온 상태다. '믿을 수 있는 통화'라는 달러의 오랜 프리미엄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달러 팔고 금 산다 이번 급등의 또 다른 축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가속화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금 총수요는 5002톤으로 집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2년 연속 세계 최대 매입국의 자리를 지키며 102톤을 사들였고 중국인민은행은 15개월 연속 순매입을 이어가며 보유량이 2300톤을 돌파했다. 브라질도 3개월 연속 매입 행진을 이어갔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5000달러가 넘는 고가 상황에서도 매수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 차익을 겨냥한 투자가 아니라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고를 금 실물로 대체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움직임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주요국이 내다 판 미국 국채 규모는 480억 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달러 자산에서 금으로 향하는 이 '조용한 대이동'이 금값 5000달러 시대를 열고 5300달러 고지마저 넘어서게 한 근본 동력이다. 반면 한국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 39위에 그친다. 전체 외환보유고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9위 국가로서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2013년 이후 13년째 금 보유량을 단 한 톤도 늘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탈달러화 물결 속에서 한국의 외환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가, 목표가 6000달러 시대 열다 이번 5300달러 돌파를 계기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목표가를 잇따라 올려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목표가를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UBS는 연중 최고 6200달러까지 오른 뒤 연말 5900달러로 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12개월 내 6000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은 2026년 한 해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755톤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8년까지 온스당 6000달러 돌파 시나리오를 공식화했다. 전 세계 금 ETF로의 자금 유입 역시 2026년에만 825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의 금 랠리는 투자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를 축으로 한 전후 통화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금값, 1돈 100만 원 시대 초읽기 해외 충격은 국내 시장에도 즉각 파고들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은 1돈(3.75g)당 100만 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랐고, 한국금거래소에서는 골드바 기준 1돈당 112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금 1돈 100만 원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금 관련 ETF들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냉정한 시각을 주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안전자산 수요가 금값의 하단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 조절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되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10~15% 내외로 유지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다음 변수, 연준 의장 교체 카드 시장이 주시하는 다음 변수는 차기 연준 의장 지명 문제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이면 만료되는 가운데 후임 인선은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달러 가치와 금값을 동시에 흔들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을 선택한다면 달러 추가 약세와 함께 금값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공간이 생기지만, 연준 독립성을 중시하는 인물이 낙점될 경우에는 단기 되돌림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값 5300달러 돌파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초한 달러 신뢰도 하락, 주요국 중앙은행의 전략적 탈달러화, 연준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깊어지는 의구심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수천 년간 인류가 가치의 최후 보루로 선택해온 황금이 21세기 통화 전쟁의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그 본질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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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4)] 금값 5300달러 돌파, 인류 화폐史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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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관세 25%로 인상"⋯자동차 업계 다시 '패닉'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2·3분기에만 관세로 4조6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한 점을 감안하면,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정 세부 합의를 전제로 경영계획을 재정비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관세가 다시 25%로 오를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가격·생산·투자 전략 전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니해설] 트럼프, 돌연 '한국차 25%'로 인상⋯입법 압박용 발언 추정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다시 국내 자동차 산업을 강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을 포함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고, 한국의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에서 "한국 의회가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에 유리한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2025년 10월 29일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조건을 재확인했다. 한국 의회는 왜 이를 승인하지 않는가?"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한국만을 겨냥한 고율 관세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업계는 지난해 4월 '관세 악몽'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계가 느끼는 충격은 작지 않다.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정 세부 합의가 타결되며 11월부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졌고,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전제로 가격 정책과 생산·투자 계획을 다시 짰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관세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다. 실제 수치가 보여주는 부담은 명확하다. 관세가 25%로 적용됐던 지난해 2·3분기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부담한 관세 비용은 총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4분기까지 포함하면 전체 관세 비용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관세 여파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기간 내내 감소했고, 지난해 전체 대미 수출액도 전년 대비 13.2% 줄어든 301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전기차 분야의 타격은 더욱 컸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대미 수출은 일부 달에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와 보조금 정책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가격 경쟁력 자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경우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이 8조원을 넘고, 영업이익률은 6.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올해 둔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은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비전에 힘입어 현대차 주가는 한 달 새 80% 가까이 급등했고,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와 코스피 장중 5,000선 터치를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인상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국내 증시와 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로 평가된다. 상대적 경쟁 환경 악화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만 25%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여전히 15% 관세를 유지하는 일본·유럽산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만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비상사태에 가까운 충격"이라고 토로했다. 직영 정비센터 폐쇄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GM의 경우 철수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단순한 통상 압박을 넘어 정치적·입법적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 약속한 투자 이행을 위해 국회 통과가 필요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의 처리를 서두르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전 원장은 "한국만 25%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업계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신속히 나서 업계의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관세 협상이 재개되고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업계와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다시 한 번 한국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통상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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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관세 25%로 인상"⋯자동차 업계 다시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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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트럼프 '관세 유턴'에 이틀 연속 반등
-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관세 방침 철회에 힘입어 이틀 연속 반등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이번 주 초 시장을 강타했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33포인트(0.7%)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 나스닥 종합지수는 0.9% 올랐다. 다우지수는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고율 관세 경고로 기록했던 낙폭을 사실상 모두 만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합의의 틀(framework)을 마련했다”며 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유럽 8개국 대상 추가 관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한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주가 반등을 주도했고,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소형주 지수 러셀2000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다우지수만 소폭 상승권에 진입했을 뿐, S&P500과 나스닥은 여전히 약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관세 유턴이 단기 안도 랠리를 이끌었지만,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니해설] 관세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 다시 확인된 '트럼프 변수' 이번 반등은 실적이나 지표가 아닌 정치 발언 하나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월가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에 고율 관세를 경고하자,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으며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실제 정책 리스크로 인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자 분위기는 즉각 반전됐다. 관세 철회와 함께 “합의의 틀”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자,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충돌이 전면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다. 월가에서는 “백악관 발언이 협상용 레버리지라는 점을 시장이 다시 학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셀 아메리카'는 끝났나, 잠시 멈췄을 뿐인가 이번 반등으로 ‘셀 아메리카’ 흐름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식은 반등했지만, 금 가격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고, 미 국채 금리도 이번 주 초 급등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안도 속에서도 구조적 리스크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덴마크 정부가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그린란드 사안을 안보·통상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여기에 일본 장기 국채 금리 급등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이 동요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미국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재차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술주·중소형주 반등이 던지는 신호 이번 장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시장 내부 체력이다.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여전히 적지 않았고, 저점으로 밀린 종목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지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견조하다는 의미다. 특히 러셀2000의 강세는 상징적이다. 중소형주는 매출 대부분이 미국 내에서 발생해 관세와 환율 변수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 시장이 대형 기술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 기반 종목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번 주 급락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며 하방을 지탱했다. 이는 2025년 내내 이어졌던 ‘딥을 사라’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불확실성 해소가 아닌 '내성의 강화' 이번 반등은 불확실성의 종결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전제를 시장이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의 시선은 이제 다시 기업 실적, 연준 독립성 논란, 글로벌 자본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그 모든 변수 위에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은 추세 회복이라기보다 정책 발언에 따른 변동성 국면의 한 장면으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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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트럼프 '관세 유턴'에 이틀 연속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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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S&P500, '미세 반등 속 주간 하락'
-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에 휘둘리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1% 상승, 나스닥지수도 0.1% 오르며 소폭 반등했지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증시는 장중 변동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장을 현직에 남기고 싶다"며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인선과 관련해 발언하자, 시장은 이를 연준 독립성 약화 신호로 해석하며 한때 낙폭을 키웠다.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주요 지수는 장중 저점을 찍었다. 이후 반도체주가 다시 시장을 떠받쳤다. 전날 발표된 TSMC의 '어닝 서프라이즈' 여파가 이어지며 대만 반도체와 브로드컴, AMD 등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기술 분야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반면 은행주는 주간 기준으로 부진했다. 실적 자체는 양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언급과 연준 인선 불확실성이 겹치며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주간 기준 각각 3~4%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S&P500지수는 약 0.1%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4% 내리며 한 주를 마쳤다. [미니해설] "정책 리스크가 시장의 변수가 됐다"…월가를 흔드는 '트럼프 프리미엄' 16일 뉴욕증시는 숫자보다 말에 반응한 시장이었다. 실적도, 지표도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한마디가 금리와 주가의 방향을 바꿨다. 이는 2026년 들어 월가가 마주한 가장 뚜렷한 변화다.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준 인선이 곧 금리 변수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은 연준 의장 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돼온 케빈 해싯 NEC 위원장을 현직에 두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직후, 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인물 자체보다 연준의 독립성이다. 해싯은 '시장 친화적', 워시는 '정책 일관성 중시'로 분류되지만, 공통점은 정치적 압박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날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2%를 돌파하며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다시 위로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반도체가 증시를 붙잡다 정책 리스크 속에서도 증시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반도체였다. TSMC가 제시한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은 'AI 투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을 다시 심어줬다. 미국과 대만 간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는 반도체 공급망이 정치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실물 기반임을 보여준다. 이날도 반도체주는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AI·반도체는 이제 테마가 아니라 증시의 구조적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주, 실적보다 정책에 눌리다 은행주는 이번 주 증시의 약한 고리였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들은 실적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실적보다 정책 리스크를 더 크게 평가했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논의, 연준 인선 변수, 장기 금리 변동성은 금융주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월가에서는 "은행 실적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금융주가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주 강세, 자금 이동의 신호 한편 눈여겨볼 흐름은 소형주다. 러셀2000지수는 S&P500을 11거래일 연속 웃돌며 2008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는 대형 기술주 쏠림에서 자금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강세장의 신호라기보다는, 대형주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의 전술적 이동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불확실성 장세'의 본격화 16일 뉴욕증시는 상승도 하락도 아닌, 불확실성의 확인이었다. 연준 인선, 지정학, 관세 발언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 차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월가는 다시 정치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6년 초 뉴욕증시는 이제 실적 장세에서 정책 장세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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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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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S&P500, '미세 반등 속 주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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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CES 2026이 선언한 '피지컬 AI' 시대⋯AI가 '몸'을 얻자, 공장·가정·노동시장이 흔들린다
- 2023년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에서 텍스트를 생성하고 이미지를 그리는 '가상의 지능'에 머물지 않는다. 2026년 들어 AI는 로봇의 몸을 입고 공장 라인을 돌리며, 자율주행차가 되어 도로를 누비고, 가정에서 커피를 내리는 '물리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전환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실물 경제의 핏줄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향후 10년 새 9배 성장이 전망되고 한국에서만 327만 개의 일자리가 AI 대체 위험에 놓여 있다. 세계 제조업 강국이자 반도체·ICT 분야의 선도국인 한국에게 피지컬 AI는 산업 도약의 기회인 동시에 대비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2026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CES 2026 기조연설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로봇공학의 챗GPT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했다. 8년 만에 CES 기조연설대에 복귀한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AI가 모니터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다는 선전포고였다. 본지는 피지컬 AI의 개념과 등장 배경,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산업·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 그리고 한국의 과제를 종합적으로 심층 취재했다. 피지컬 AI란 무엇인가-'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피지컬 AI란 단순히 로봇에 AI를 탑재한 개념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챗GPT가 텍스트를 생성하고 코드를 작성했다면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로 도로를 누비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어 스마트 공장 라인을 돌린다. 기술적으로 피지컬 AI는 카메라, 라이다(LiDAR) 등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모터 기반 액추에이터를 통해 물건을 집거나 이동하는 등 물리적 작업을 수행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사전에 정의된 규칙과 고정된 환경 안에서의 정밀 반복'에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대응하는 '적응형 지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마치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텍스트 데이터를 입력받아 인간의 언어 능력을 모방했듯이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 데이터를 입력받아 인간의 물리적 작업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입니다. 이제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CES 2026 기조연설(2026년 1월 6일) 젠슨 황 CEO는 이미 2025년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로봇·차량이 현실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로봇이 현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을 포함하며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를 통해 수백만 개의 합성 모션 데이터로 로봇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CES 2026-피지컬 AI의 '실전 선언' 2025년 CES가 '화려한 가능성의 전시'였다면 2026년 CES는 '현실 적용을 전제로 한 기술·제품 중심의 전시'로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킨지 파브리지오 회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용 로봇이 동시에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차세대 완전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며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8년부터 반복 공정에 실제 투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복잡 공정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봇을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인간 역량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정의하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를 제시했다. LG전자는 가사 작업에 특화한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 D)'를 선보였다. AI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학습하며, 거주자의 스케줄과 생활 패턴에 맞춰 가전을 제어하는 AI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고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시연 영상은 SNS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두산로보틱스는 0.1mm 수준의 정밀 작업이 가능하고 AI가 작업 경로를 자율 생성하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을 결합한 '스캔앤고(Scan&Go)'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사물 인식을 넘어, 도로 위에서 공이 굴러가면 사람이 뒤따라 나올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인식'이 아닌 '추론'의 영역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도약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전망-10년 새 9배,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4년 약 270억 달러(약 37조7000억 원)에서 2033년 약 2350억 달러(약 328조6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10년 새 약 9배에 달하는 폭발적 성장으로, 이는 단순한 자동화 투자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보안 시장의 팽창도 주목할 만하다. 퓨처마켓인사이츠(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로보틱스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5년 약 47억 달러(약 6조 원)에서 2035년 약 143억 달러(약 18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1.7%에 이른다.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만큼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산업의 동반 성장은 불가피하다. 피지컬 AI의 양산화는 '자동차 산업 초기의 석유'에 비유된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면 희토류 등 전략적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이는 새로운 자원 패권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자석용 희토류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은 공급망 리스크로 주목된다. 중국은 이미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는 2024년 9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에 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H1에 이어, G1(1만6000 달러), R1(5900 달러)로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며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UBTECH는 2025년 11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대량생산을 시작했으며 2027년까지 연간 1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자신하는 사이, 중국은 '양산의 벽'을 먼저 넘고 있는 셈이다. 산업 현장의 변화-'극한의 현장'부터 '내 집 안'까지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는 곳은 제조업과 물류 현장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위의 단순 반복 작업만 수행했다면 피지컬 AI 로봇은 불규칙한 부품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작업 경로를 설계하며 돌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한다. 엔비디아가 창고 자동화를 위해 선보인 '메가 블루프린트(Mega Blueprint)'는 액센츄어, 키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채택해 대규모 물류 자동화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농업·재난 대응 현장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약품 배달 로봇이 운용되고 수술 보조 로봇의 정밀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장에서는 AI 탑재 수확 로봇이 과실의 숙성도를 식별해 선별 수확하고 화재·붕괴 현장에는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누비는 재난 대응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LG 클로이드, 일본의 러봇(Lovot), 미국의 엘리큐(ElliQ) 등 홈로봇은 물리적 온기와 눈 맞춤, 미세한 표정까지 구현하며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넘보고 있다. 엘리큐는 약 복용 알림, 대화, 가족 연결 기능으로 고령층의 일상에 직접 개입한다. 자율주행차 역시 피지컬 AI의 핵심 구현체로 탑승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노동시장의 충격-327만 개의 일자리가 흔들린다 피지컬 AI의 확산은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취업자 중 24%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전망이다. AI 기술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327만 개(전체 취업자의 13.1%)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더욱 구체적이다. AI 기술 도입이 확산되면서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서비스·단순노무직 고용 감소, 여성 임금 하락, 30~44세 남성 고용 악화 등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반면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정보보안 분석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 AI 관련 신규 직종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일자리 보고서에서 2025~2030년 사이 기술직과 AI 관련 직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자체가 일자리의 위협이 되기보다는 AI를 업무 조력자로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이 노동시장 수요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삼일PwC경영연구원 분석 보고서 MIT CSAIL 연구팀은 현재 대다수의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기에는 경제적 효율이 아직 부족해 일자리 대체가 예상보다 점진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업들의 자동화 결정이 급격히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의 빠른 확산이 '점진적 변화'에서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도전과 응전-'ICT 강국'의 골든타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ICT 강점과 제조업 기반 등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국가 차원의 피지컬 AI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과 제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 시대의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을 심의·의결했다. 2030년까지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한 미래기술을 선점하고, 국산 AI반도체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피지컬 AI 특화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피지컬 AI는 확산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 자원, 개발 비용, 첨단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기술 보유국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격차가 복지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면서도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리와 안전-'행동하는 존재'의 잘못된 판단은 생명을 위협한다 피지컬 AI의 등장은 AI 윤리 논의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이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의 잘못된 판단은 실제 사고·손해·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 위협의 차원도 달라진다. 기존의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 탈취나 서비스 마비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에 대한 공격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물리적으로 오작동시켜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보안 기업들은 기존 SOC(보안관제센터)·XDR(확장형 탐지·대응) 기반의 역량을 피지컬 AI 환경 전반의 '운영 신뢰성 관리 인프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보행할 때의 규칙은 무엇인가. AI의 물리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가 지는가. 안전 인증과 윤리적 기준은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는가. 2026년은 이 질문들에 대한 사회적 답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술보다 선택이 먼저다'-피지컬 AI 시대의 과제 피지컬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불평등의 원천이 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재교육 체계 구축, 규제 정비, 사회 안전망 재설계가 피지컬 AI 시대의 필수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 격차가 복지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 AI를 적대적 위협이 아닌 인간 역량의 확장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 그리고 국제적 규범과 윤리 체계의 선제적 마련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절실하다. 2026년은 피지컬 AI 기술이 완성되는 해가 아니라 인간과 피지컬 AI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사회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원년이다. [기자의 시각] AI가 몸을 가진 시대, '책임의 몸'은 누가 만드는가 CES 2026 취재 현장에서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 위에 도열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 기자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경탄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저 로봇 중 하나가 판단을 잘못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피지컬 AI는 분명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기술이다. 고령화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위험한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빠른 진보에 비해 제도적·윤리적 준비는 현저히 뒤처져 있다. 한국은 AI반도체 전략을 수립하고 피지컬 AI 특화 NPU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로봇의 물리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체계, 자율주행 사고의 보험·배상 기준, AI 로봇의 윤리 가이드라인은 아직 백지에 가깝다. 327만 명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 앞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낙관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교육 시스템은 어디에 있는가. 전환기의 노동자를 보호할 사회 안전망은 갖춰져 있는가. 기술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의 '피지컬 AI 격차'가 새로운 글로벌 불평등으로 고착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가 '몸'을 갖게 된 이 시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로봇이 아니라 '책임의 몸'-기술의 결과에 대해 사회가 함께 지는 제도적·윤리적 프레임워크-을 서둘러 만드는 일이다. 기술은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인간의 차례다. 【참고 자료】 1.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CES 2025·2026 기조연설(라스베이거스), NVIDIA Blog Korea 2. 시사위크—'[CES 2026] 현실로 나온 인공지능, 피지컬 AI가 온다'(2026.1.5) 3. Deloitte Insights—'AI goes physical: Navigating the convergence of AI and robotics'(2025.12.10) 4. Future Market Insights—'Cyber Security in Robotics Market Size and Forecast 2025–2035'(2025.9.17) 5. Astute Analytica—'산업용 로봇 시장 보고서: 글로벌 로봇 시장 2024~2033 성장 전망' 6. KDI 한국개발연구원—'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2025) 7. 한국은행 조사국—'한국 노동인구 AI 대체 위험 분석 보고서'(2024) 8. 삼일PwC경영연구원—'AI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2025) 9.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10. 세계경제포럼(WEF)—'Future of Jobs Repor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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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준 결단 하루 앞두고 뉴욕증시 혼조⋯다우 0.3%↓·S&P 보합
- 뉴욕증시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30% 하락한 4만7597.6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2% 약보합에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0.14%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7%로 반영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관망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만 JP모건체이스가 2026년 비용 전망을 대폭 상향 제시하면서 주가가 4% 넘게 급락해 다우지수를 끌어내렸다. JP모건 소비자금융 부문을 총괄하는 매리앤 레이크는 이날 "내년 전체 비용은 10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60달러를 처음 돌파하며 관련 광산주들이 급등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8%대까지 상승했다. 한편 월마트는 1972년 이후 유지해온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종료하고 나스닥으로 이전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월마트는 많이 변했고, 이를 시장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니해설] 연준의 '말 한마디'가 연말 랠리 가른다…인하 이후가 더 중요한 시장 이번 뉴욕증시는 철저히 '연준 대기 모드'였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졌지만,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인하 자체보다 연준의 메시지,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톤과 경제전망에 맞춰져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87%까지 상승했다. 한 달 전만 해도 67%에 못 미쳤던 기대치가 급반등한 것이다. 이 같은 기대는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를 장중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금리 하락 환경에서는 대형주보다 자금 조달 비용에 민감한 중소형주의 주가 탄력이 더 크게 작동한다는 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토로(eToro)의 브렛 켄웰 미국 투자분석가는 CNBC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자체는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연준의 경제전망과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번 주는 물론 12월 전체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과 암호화폐 조정 이후 위험자산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말 랠리를 위한 윤활유를 뿌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P모건 1050억달러 비용 쇼크…실적 민감 구간 진입 이번 장세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은 JP모건체이스의 비용 가이던스였다. 매리앤 레이크 JP모건 소비자금융 총괄은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내년 전체 비용은 10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약 101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JP모건 주가는 장중 4% 넘게 급락했고, 이 여파로 다우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대형 기술주가 아닌 대형 은행주의 비용 전망 하나가 뉴욕증시 전체 방향을 좌우한 셈이다. 이는 현재 시장이 단순한 기대 국면이 아니라 실적과 비용 구조에 극도로 민감한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라는 거시 변수보다 개별 기업의 수익성과 비용 구조가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월마트의 나스닥 이전, 유통에서 기술주로의 선언 월마트의 나스닥 이전은 이번 장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로 꼽힌다. 월마트는 1972년 이후 유지해온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마치고 기술주 중심 시장인 나스닥으로 둥지를 옮겼다. 더그 맥밀런 CEO는 CNBC에서 "월마트는 많이 변했고, 이를 시장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월마트가 더 이상 전통적인 할인 유통기업이 아니라, 기술 기반 이커머스 기업으로 평가받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 기술 플랫폼과 데이터, AI 활용 역량이 기업 가치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통 업종조차 스스로를 '테크기업'으로 재정의하지 않으면 시장 평가에서 밀려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은값 60달러 돌파…통화 불안과 산업 수요가 만든 랠리 이날 은 선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이 100%를 넘어 1979년 이후 최고의 연간 성과다. 팬아메리칸 실버, 산타크루즈 실버마이닝 등 관련 광산업체 주가도 하루 만에 두 자릿수 급등했다. 이번 은 랠리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라기보다 통화 가치 불안, 지정학 리스크, 태양광·전기차·반도체 등 산업용 수요 확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과 달리 산업 수요 비중이 큰 은의 특성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종합하면 이번 뉴욕증시는 '거의 확정된 금리 인하'와 '그 이후 연준의 태도'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는 과도기적 장세라 할 수 있다. 연준이 인하 이후에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경계에 다시 무게를 둘지가 2026년 자산시장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시장은 연준에 연말 랠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연준이 그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파월의 한마디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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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준 결단 하루 앞두고 뉴욕증시 혼조⋯다우 0.3%↓·S&P 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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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연준 분열 속 뉴욕증시, '파월의 한마디'가 방향 가른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0~11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4~90%로 반영하고 있지만, 내부 위원들의 이견이 드러나며 '파월의 한마디'가 다음 주 뉴욕증시의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12명의 투표권자 중 5명이 인하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3명의 이사는 금리인하를 지지하고 있다. CNBC는 이번 조정이 연내 세 번째 금리인하가 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결정 자체보다 파월의 2026년 이후 통화정책 전망이 시장의 반응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이미 인하를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제로미 벅클리 자누스헨더슨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2026년 상반기 정책 방향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고, 서튜이티의 스콧 웰치는 "만약 연준이 이번에 동결한다면 시장은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니해설] '파월의 입'이 연 2026년의 문…연준 분열·정치 변수·AI 기대가 교차한다 다음 주 뉴욕증시는 12월 FOMC의 금리 인하 여부보다 연준 내부의 균열과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12명의 투표권자 중 5명이 인하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3명의 이사가 찬성하는 상황. 로이터는 "연준이 이렇게 갈라진 것은 매우 오랜만"이라며, 마이클 로젠 앤젤레스인베스트먼트 CIO의 말을 인용했다. "내부 분열의 폭이야말로 향후 통화정책의 기조를 가늠할 단서가 될 것이다." 노무라의 데이비드 세이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시장은 인하 가능성을 과신하고 있다"며 "표결에서의 반대 수가 더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의존' 강조 속, 연준은 신중 모드로 시장 데이터는 인하를 지지하지만, 연준은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예상과 일치했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둔화 우려는 완화됐지만, '과도한 완화'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토니 로스 CIO는 "이번 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결국 핵심은 파월이 얼마나 신중하게 말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즉, 이번 FOMC는 결정보다 해석이 중요한 회의다. 연준이 '데이터 의존(data-dependent)' 기조를 재확인하면, 추가 인하 기대는 후퇴할 수 있다. 파월 임기와 후임 인선,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로 다가오며, 정치권의 시선도 거세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전 차기 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메르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크라카우어는 "시장은 이미 이번 인하를 100% 확신하고 있다. 이제 초점은 다음 의장이 얼마나 비둘기파(dovish)인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후임 인선이 조기 거론되면서 연준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파월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차분히 해석하려 할 것이다. AI 실적 시즌, 금리 이벤트 이후의 '투자 심리 바로미터' 이번 주는 기술주에도 시험대다. 오라클·브로드컴·시놉시스 등 AI 관련 대형주의 실적이 예정되어 있다. 오리온의 팀 홀랜드 CIO는 "AI 버블인지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이 투자 사이클은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은 '금리 인하 확정 후, AI 성장 스토리가 재점화될 수 있는가'를 관찰할 것이다. 연준의 신호와 기술주의 반응이 맞물릴 경우, 연말 증시는 새 해 랠리의 방향을 미리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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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연준 분열 속 뉴욕증시, '파월의 한마디'가 방향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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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준 인하 기대에 다우 661포인트 급등⋯AI·소매주 동반 반등
- 미국 증시가 25일(현지시간) 강하게 반등했다.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다우지수는 661포인트(1.4%) 상승,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8%, 나스닥은 0.5% 올랐다.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지수는 오후 들어 일제히 상승세로 전환됐다. 시장 기대를 키운 것은 연준의 정책 전환 신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0.25%포인트 인하 확률은 85%로 높아졌다. 이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디렉터 케빈 해싯(Kevin Hassett)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저금리 기조' 복귀 기대가 확산된 영향이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알파벳(Alphabet)은 메타플랫폼스가 자사 AI칩 구매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로 약 1%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엔비디아(Nvidia)는 3% 이상 하락해 AI 칩 시장의 경쟁 심화를 반영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실물주에도 불을 붙였다. 소매업 ETF(XRT)가 4% 이상, 주택건설(XHB)과 지역은행(KRE) ETF가 각각 4%, 3% 상승했다. 소비 확대와 대출 비용 완화 기대가 동시에 작용했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는 지수들이 여전히 하락세다. S&P500은 1%, 나스닥은 3%, 다우는 1% 내렸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 밑으로 내려가며 채권시장 역시 인하 기대를 반영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Jonathan Krinsky)는 "이번 주 중반까지 추가 상승 여지가 있지만,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에는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정책 기대와 기술 혁신이 맞물린 '불안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니해설] "인하 기대가 불씨, AI가 연료"…뉴욕증시, 정책 전환과 기술 재편의 갈림길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인하 확률은 40%였지만 지금은 80%다. 이런 변동은 처음 본다." LNW의 최고투자책임자 론 알바헤리(Ron Albahary)의 이 한마디가 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연준이 12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85%로 치솟으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연은 총재의 "단기 인하 여지" 발언 이후 투자자들은 연준 인사 변화까지 주목하고 있다. 케빈 해싯이 차기 연준(Fed) 의장 후보로 부상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저금리 선호 기조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기대를 자극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크리스마스 이전 발표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자 정책 기대는 더욱 구체화됐다. AI 전선의 균열…알파벳의 약진, 엔비디아의 흔들림 기술주는 이번 반등의 중심이지만, AI칩 주도권의 균열이 동시에 나타났다. 알파벳은 1% 상승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메타플랫폼스가 구글의 AI칩 구매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불씨가 됐다. 알바헤리는 "컴퓨트 비용이 낮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메타가 구글 칩을 사려는 것은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3% 넘게 하락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같은 2차 플레이어들"이라며 "AI 리더십이 바뀔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기술주의 주도권이 단기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인하 기대, 경기민감 섹터로 번지다 이번 상승은 기술주에 국한되지 않았다. 소매(XRT), 주택건설(XHB), 지역은행(KRE) ETF가 각각 3~4%대 급등하며 실물 회복 기대를 반영했다. 금리 인하 → 차입비용 감소 →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스트바이·콜스 등 주요 유통체인들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연말 소비 시즌의 긍정 신호도 더해졌다. "연말 랠리냐, 일시적 숨 고르기냐" 월간 기준으로 S&P500은 1%, 나스닥은 3% 내린 상태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는 "이번 주 중반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연휴 이후에는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단순한 기술적 랠리로 보지 않는다. 정책 전환 기대와 AI 산업 재편이 맞물리며 2025년 증시의 방향타가 이 지점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지금 금리 인하와 AI 혁신이라는 두 개의 파도를 동시에 타고 있다." 이 두 흐름이 나란히 이어질 경우 '산타 랠리'로 확산될 수 있지만, 어긋날 경우 연말 증시는 다시 변동성의 소용돌이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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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준 인하 기대에 다우 661포인트 급등⋯AI·소매주 동반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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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파월 "12월 인하 확정 아냐"⋯나스닥 사상 최고, 다우는 하락
- 뉴욕증시가 29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12월 추가 인하는 전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Far from it)"고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가 식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4.37포인트(0.16%) 내린 4만7632.00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0포인트 밀린 6890.59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엔비디아 급등에 힘입어 0.55% 상승한 2만3958.47로 마감,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올해 두 번째 인하였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위원들 간 의견이 크게 갈렸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게 언급하자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다시 4%를 돌파했다. 소비·금융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코스트코와 맥도날드, 비자·마스터카드가 하락했으며, 나스닥에서는 엔비디아가 3.05% 급등해 주가 207.16달러, 시가총액 5조340억달러로 미국 기업 최초 '5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미니해설] "파월의 속도조절 신호"…연준 내 긴장, 시장은 'AI 낙관'으로 맞서 이번 연준의 금리 0.25%포인트 인하는 예상된 조치였다. 시장은 이미 90% 이상의 확률로 인하를 반영했지만, 파월 의장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를 단정할 수 없다. 전혀 그렇지 않다(Far from it)"며 매파적 톤을 드러냈다. 그는 또 "위원회 내에서도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이 강하게 엇갈렸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준이 '완화 지속'과 '인플레이션 경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앤젤레스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로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파월은 연준 내부의 긴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인하 속도와 폭을 과도하게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목 GDP 성장률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통화정책은 이미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 직후 10년물 국채금리는 4%선을 재돌파했고, 다우지수는 장중 334포인트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 전환했다. 단기 조정은 '숨고르기'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CIO는 "이번 조정은 전형적인 매수 기회(buying opportunity)"라며 "연준이 양적긴축을 중단하고 내년에도 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식·채권 모두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이 선반영했기 때문에 단기 실망이 있었을 뿐, 연준의 정책기조 자체는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은 장 막판 AI 대형주 중심으로 반등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은 엔비디아, 메타, 알파벳,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 7)'이 동반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엔비디아 5조달러 돌파, 'AI 시대'의 상징 이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5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디즈니 25개, 나이키 50개를 합친 규모이며, 프랑스·독일 전체 주가지수 규모를 웃돈다. UBS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카르디 글로벌 주식 CIO는 "AI 도입이 연산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전반에 걸친 대규모 자본지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발표한 신규 파트너십과 젠슨 황 CEO의 '향후 매출 가시성 5000억달러' 발언은 AI 투자 붐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AI 투자 확대는 반도체와 클라우드뿐 아니라 전력, 통신, 소재 산업까지 자본 흐름을 재편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주 랠리가 아니라 'AI 주도형 경기 순환'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매그니피센트 7' 실적이 향방 가를 듯 볼빈웰스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빈 대표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메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으로 이동했다"며 "AI 기반 설비투자와 향후 가이던스가 시장의 핵심 촉매"라고 밝혔다. 그는 "AI 투자가 지속될 경우, 기술주는 금리 방향과 무관하게 성장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와 365 서비스 장애에도 소폭 하락(–0.1%)에 그쳤고, 애플은 0.31% 올라 시총 4조달러를 달성했다. 메타와 알파벳도 각각 2~3%대 상승세를 보였다. '금리의 시대'에서 'AI의 시대'로 연준의 속도조절 신호는 시장의 과열을 식히려는 제동이지만, 투자심리는 오히려 기술혁신에 집중되고 있다. 파월 스스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근접했다"고 언급한 만큼, 금리인하 국면이 종료됐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AI 경제의 확장성에 대한 신뢰다. 뉴욕증시는 통화 불확실성과 기술 낙관이 맞물린 전환기에 서 있다.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AI 인프라 확대와 함께 '금리의 시대'가 저물고, 'AI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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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파월 "12월 인하 확정 아냐"⋯나스닥 사상 최고, 다우는 하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