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K-뷰티 성공과 실패 사례 및 초현지화 전략

K-뷰티 디어 클레어스.jpg

한국은 베트남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리던 시대의 막은 내리고 있다. 중소 브랜드인 '디어, 클레어스'는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민감성 피부 시장을 겨냥해 '무향', '비건', '저자극'을 전면에 내세운 더마 코스메틱 전략을 펼쳤다. 사진=디어 클레어스

 

베트남에서 한국 화장품은 '가장 선망받는 브랜드'인 동시에 '가장 쉽게 위조되는 브랜드'라는 양날의 검과 같은 평가를 받는다. 이 모순적인 위상 속에서 K-뷰티는 기회와 위기의 경계에 서 있다. 한국은 베트남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리던 시대의 막은 내리고 있다. K-뷰티는 이제 '한국 브랜드'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K-뷰티가 여전히 강력한 이미지 자산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혁신적인 제형과 자연 유래 성분,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포장, K-드라마와 K-팝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매력은 베트남 Z세대를 중심으로 뚜렷한 호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품질에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며, 이른바 '열망 가능한 합리성'을 충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국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니스프리, 라네즈, 디어, 클레어스, 스킨1004 등은 베트남 소비자 사이에서 '믿고 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한국 브랜드'로 인식된다. 이들은 쇼피몰(Shopee Mall)이나 하사키(Hasaki) 같은 공식 유통 채널에서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K-뷰티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모든 한국 브랜드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의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 이글립스(Eglips), 머지(Merzy) 같은 일부 색조 브랜드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만 의존하다 제품력과 유통 전략의 허점을 드러내며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더 심각한 사례는 '한국 브랜드'를 표방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다. '하나유키(Hanayuki)'는 한국 기술로 만들었다고 홍보하며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허위로 광고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과학적 실증 자료 없이 효능을 과장한 사실이 드러나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퇴출당했다. 이 사건은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가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과 K-뷰티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남기는 계기가 됐다. 한 유통 전문가는 "베트남에서 가장 서늘한 질문은 '이거 진짜 한국 브랜드 맞나요?'라는 말"이라며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생존의 열쇠는 '초현지화(Hyper-localization)' 전략에 있다. 이는 단순히 언어만 현지화하는 차원을 넘어, 베트남 소비자의 피부 특성, 고온다습한 기후, 문화적 감수성, 가격 수용 범위, 디지털 사용 행태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한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의미한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자연주의'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베트남 기후에 최적화된 가벼운 제형의 수분 크림과 선크림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쇼피몰과 하사키에 동시 입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접점을 모두 확보하고, 현지에서 공병 수거 캠페인 같은 친환경 활동을 펼치며 브랜드 호감도를 높였다. 단순히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소비자와 교감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 성공 방정식이었다.


중소 브랜드인 '디어, 클레어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민감성 피부 시장을 겨냥해 '무향', '비건', '저자극'을 전면에 내세운 더마 코스메틱 전략을 펼쳤다. 특히 신뢰도가 중요한 더마 화장품이 하사키나 약국 채널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파고들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를 구축하며 입소문만으로 성장을 일궈냈다.


궁극적으로 K-뷰티가 베트남 시장에서 가품 리스크를 넘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식 한국 브랜드'임을 모든 접점에서 증명해야 한다. 신뢰도 높은 공식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은 기본 전제이며, 정품 인증 QR코드 도입, 현지 법인 운영, 베트남어 고객센터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진짜'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또한 베트남 보건부의 광고 심의, 라벨링, 성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관련 실증 자료를 완비하는 것은 브랜드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글로벌 핫이슈 베트남 K-뷰티 ④] 한국산' 후광 지고 '진짜'만 살아남는 베트남 시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