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글로벌 VC 투자액 271조 원 AI로 집중…사상 첫 절반 돌파
- 미국은 최근 분기 63%가 AI로 향해…앤스로픽 등 대어(大魚) 독식
전 세계 벤처캐피탈(VC) 시장에 전례 없는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빨아들이면서, AI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벤처 기업들은 지독한 ‘돈 가뭄’에 시달리는 극단적 양극화 시대가 도래했다.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VC 자금이 AI 스타트업에 1927억 달러(약 271조 3000억 원)나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액수이자,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VC 투자 자금의 50% 이상이 단일 섹터(AI)에 몰린 첫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벤처 투자의 심장부인 미국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분기 기준 미국 내 VC 투자액의 무려 62.7%가 AI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글로벌 전체를 기준으로도 이 비중은 53.2%에 달한다. 올 한 해 전 세계 VC 총투자액 3668억 달러 중 미국이 2502억 달러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막대한 자금의 향방이 오직 ‘AI’라는 한 곳만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화려한 투자액 이면에는 벤처 생태계의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자금의 대부분이 앤스로픽(Anthropic)이나 xAI와 같이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마치고 확고한 기반을 다진 소수의 ‘거대 AI 기업’들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AI와 관련이 없거나, 아직 지명도를 확보하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에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기저에는 악화된 회수(Exit) 시장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VC들이 뚜렷한 실적이나 압도적인 기술력이 없는 신생 기업에 대한 모험 투자를 극도로 꺼리게 된 것이다.
피치북의 카일 샌포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어딜 보나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투자의 기준은 오직 ‘AI에 관련되어 있는가’, 그리고 ‘규모가 충분히 큰가’ 두 가지뿐”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벤처 생태계의 기초 체력은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VC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기업의 수는 수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탄을 모으는 펀드 결성 상황도 처참하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결성된 VC 펀드는 823개(약 8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2년, 4430개 펀드가 4120억 달러를 끌어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출자자(LP)와 VC 파트너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채, 확실한 승자인 ‘AI 대어’들만 골라 담는 극단적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ey Insights]
전 세계 벤처 자금의 극단적인 AI 쏠림 현상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냉혹한 현실을 일깨운다. AI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글로벌 투자 자금의 혜택을 받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자본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다. 한국 창업 생태계 역시 '무늬만 AI'가 아닌 글로벌 스케일의 독자적 기술력을 입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은 비(非)AI 유망 딥테크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지 않도록 정책적 징검다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Summary]
올해 전 세계 벤처캐피탈(VC) 자금 중 절반 이상인 약 1927억 달러(271조 원)가 인공지능(AI) 분야로 유입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AI와 무관하거나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IPO) 등 회수 시장이 침체되자,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VC들이 앤스로픽 등 검증된 거대 AI 기업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전체 투자 건수와 신규 펀드 결성액은 2022년 대비 대폭 감소하며 벤처 생태계 전반의 자금 한파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