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무역적자 10.9% 급감한 528억 달러…시장 전망치 크게 밑돌아
  • 관세 면제에 비통화용 금 수출 '반짝' 급증…수입은 0.6% 증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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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 9월 무역적자가 예상 밖으로 크게 줄어들며 2020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무역적자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화려한 지표가 발표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조업 부흥이나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개선이 아니라, 관세 정책의 오락가락 행보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9월 상품·서비스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10.9% 급감한 528억 달러(약 77조 74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31억 달러)를 100억 달러 이상 크게 밑도는 수치이자,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표면적인 적자 축소의 1등 공신은 ‘수출’이다. 9월 미국의 수출은 전월보다 3.0% 늘어난 2893억 달러(약 425조 9940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반면, 수입은 0.6% 늘어난 3421억 달러(약 503조 7000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지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수출 증가를 견인한 핵심 품목이 첨단 기술 제품이나 주력 제조업 상품이 아닌 ‘비통화용 금(Gold)’과 ‘의약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금 수출의 급증은 철저히 정치적 변수에서 기인했다. 올해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 공포가 시장을 덮치자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을 미국 내로 대거 유입시켰다. 그러나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관세 리스크가 사라지자 미국 창고에 쌓여 있던 금이 9월 들어 다시 해외로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이것이 장부상 거대한 ‘수출 실적’으로 잡힌 것이다.


이러한 일시적 요인은 미국 거시경제 지표 산출에도 상당한 혼선을 빚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9월 무역수지 개선을 반영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산업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금 거래를 GDP 산출에서 제외하는 원칙을 두고 있어, 금으로 왜곡된 무역 지표를 경제 성장률에 온전히 반영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가 전문가들 역시 이번 지표의 ‘신기루’적 성격을 경계하고 있다. 올리버 앨런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면제로 인한 금 수출 특수는 4분기 들어 거의 확실하게 급감할 것”이라며 “9월 무역적자 축소는 미국 무역의 펀더멘털이나 전반적인 상황을 대변하는 지표가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무역 지표는 관세 정책에 인질로 잡혀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수입업체들이 이른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선제적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3월까지 무역적자가 폭증했다가 4월에 다시 축소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수입 수요의 증감이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와 관세 리스크가 글로벌 물동량을 인위적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5년 만의 최저 무역적자는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왜곡의 민낯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에 불과하다.


[Key Insights]


미국의 9월 무역적자 급감은 금 수출 급증에 따른 일시적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기초체력이 개선된 것이 아니므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압박은 결코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겉으로 드러난 지표 호전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4분기 지표 악화 시 재점화될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과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수출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을 한층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Summary]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무역적자는 전월 대비 10.9% 감소한 528억 달러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관세 부과를 피해 유입됐던 금이 관세 면제 조치 이후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며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수입은 0.6%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금 수출 효과가 사라지는 4분기에는 적자가 다시 급증할 것이라며, 잦은 관세 정책 변경이 무역 지표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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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무역적자 5년 만에 최저치…'金 수출'이 만든 트럼프 관세의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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