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그린란드 인수 돕지 않으면 관세 폭탄"⋯유럽 8개국에 10~25% 부과 위협
  • EU, '통상 바주카'로 즉각 보복 예고⋯글로벌 증시 '검은 월요일' 공포 확산
  •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안전자산 쏠림⋯"동맹 균열이 경제 위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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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월요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지지하지 않으면 덴마크와 영국,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사진은 덴마크 군인들이 2026년 1월 18일, 그린란드 누크 항구에 상륙하고 있다. 덴마크 국방부는 2026년 그린란드 및 그 주변 지역에서 다수의 NATO 동맹국들과 함께 훈련 활동을 통해 증강된 군사적 존재감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는 그린란드 당국 및 그린란드 정부(나알라케르수이수트)와의 협력 하에 이루어진다고 덴마크 국방부는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만약 당신이 1년 전 전 재산을 털어 메모리 칩을 샀다면 떼돈을 벌었겠지만, 오늘 주식시장에 전 재산을 묻어뒀다면 지옥을 맛볼 것입니다."


19일(현지시간) 월요일 아침, 글로벌 금융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전대미문의 '관세 폭탄'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중국도, 멕시코도 아닌 미국의 핵심 혈맹인 유럽이 타깃이다. 그것도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비현실적 명분을 앞세운 무차별 공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와 영국,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자신의 그린란드 매입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 증시는 '검은 월요일'의 공포에 떨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1일부터 이들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를 25%로 상향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맞서 유럽연합(EU)은 이른바 '통상 바주카(Trade Bazooka)'로 불리는 반강압 기구(Anti-Coercion Instrument) 가동을 검토하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나토 동맹의 붕괴"…금값 온스당 4625달러 '패닉 바잉'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IG 등 주요 거래소의 주말 선물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19일 개장하는 런던 증시(FTSE 100)는 0.9% 급락 출발이 확실시되며, 화요일인 20일 개장 예정인 미국 월스트리트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반면,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625달러를 돌파하며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4642달러)에 근접했고, 은 가격 역시 온스당 90.41달러로 치솟았다.


토니 시카모어 IG 시장 분석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나토(NATO) 동맹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정학적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며 "주식 시장의 '위험 회피(Risk-off)' 심리가 극에 달하며 금과 은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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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8일 노르웨이 오슬로 외무부에서 노르웨이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외무장관(오른쪽)과 덴마크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스무센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장악 계획에 반대하는 8개국(그가 방문 중인 3개국 포함)에 관세로 제재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여러 유럽 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사진=덴마크 외무부/UPI/연합뉴스

 

황당한 '그린란드 청구서'…유럽 "더는 못 참는다"


사태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집착인 '그린란드 매입'이다. 그는 재임 2기 들어 그린란드 인수를 국가 안보 필수 과제로 격상시키며 덴마크를 압박해왔다. 이번 관세 위협은 그 압박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타깃이 된 국가는 덴마크를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미국의 최우방국들이다.


유럽의 반응은 격앙을 넘어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즉각 비판 성명을 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차원의 '통상 바주카' 가동을 요청했다. 이는 EU 회원국에 경제적 위협을 가하는 제3국에 대해 교역 제한, 투자 차단 등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CNN은 "EU가 지난해 7월 미국과의 '무역 휴전'으로 유예했던 930억 유로(약 135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기계공학협회(VDMA) 베르트람 카블라트 회장은 "여기서 물러서면 미국 대통령은 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올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조차 트럼프의 이번 도발로 인해 기존의 유화적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관세보다 무섭다"…투자·고용 '올스톱'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의 관세율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카고대 스티븐 덜로프 교수는 "트럼프의 전례 없는 결정들은 동맹국들의 신뢰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은 성장의 적"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기업 현장은 이미 마비 상태다. CNN에 따르면 많은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탓에 2025년부터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조셉 파우디 교수는 "공장이 지어지지 않는 진짜 이유는 관세 때문이 아니라, 내일 관세율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매크로 부문장은 이번 조치로 유럽 국내총생산(GDP)이 0.25%포인트(p)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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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9일 제작된 이 합성 사진은 (위) 2026년 1월 6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수련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래) 2024년 4월 28일 트빌리시 시위에서 시위대가 흔들고 있는 거대한 EU 깃발을 보여준다. 2026년 1월 18일 유럽 지도자들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야욕에 반대하는 자신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강력히 비난하며 대서양 횡단 관계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란드가 자치령인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그린란드가 미국에 양도되지 않을 경우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맞서 "단결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각자도생의 시대…미국을 떠나는 동맹들


트럼프발(發) 각자도생은 글로벌 공급망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만 바라보지 않는다. 캐나다는 최근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산 전기차(EV) 관세를 완화했으며, EU는 25년을 끌어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무역 협정을 타결지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U는 국경이 없어 특정 국가(8개국)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이나 프랑스 제품이 다른 EU 국가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파우디 교수는 "그린란드를 얻겠다고 가장 중요한 동맹들을 적으로 돌리는 역설적 상황"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의 수출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ditor’s Note]


'설마'가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징은 '거래(Deal)'를 위해서라면 동맹의 가치도, 시장의 논리도 가차 없이 폐기한다는 점입니다. 그린란드라는, 21세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영토 매입 이슈를 지렛대로 우방국들의 경제를 인질로 삼는 모습은 국제 질서가 '야생의 시대'로 회귀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이라고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유럽을 향한 '통상 바주카'의 포구는 언제든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지금,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생존 전략을 짜야 합니다. 금값이 온스당 4600달러를 넘는 광풍은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니라, 무너지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대한 시장의 조종(弔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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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그린란드'가 쏘아올린 무역전쟁 공포⋯"20년 내 가장 미친 시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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