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랠리 끝?⋯월가, 엔비디아 팔고 암젠·유나이티드헬스 샀다
- 파월 '금리인하 신중'·트럼프 '보조금 조사'⋯불확실성에 기술주 '휘청'
2025년 하반기 첫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던 기술주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으며 나스닥 지수는 0.82% 하락한 반면, 투자자들이 헬스케어 등 가치주로 몰리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00포인트(0.91%) 넘게 급등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인 반면, 암젠과 유나이티드헬스는 4% 이상 급등하며 다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기술주 편중 장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시한 연장 불가를 시사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시장의 경계심리가 커진 점도 기술주 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발표될 고용지표로 쏠리고 있다.
[미니해설] 왜 다우는 웃고 나스닥은 울었나…'AI 과열' 청산 나선 월가
2025년 하반기의 문을 연 월스트리트의 풍경은 한마디로 '격변'이었다. 연초부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의 파티가 끝나고, 투자자들이 황급히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었다. 다우 지수가 400포인트 넘게 치솟는 동안 나스닥은 힘없이 주저앉은 이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서곡과도 같았다.
"과매수됐다"…피로감 쌓인 기술주
이번 기술주 조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수많은 전문가가 AI 랠리의 '과열'을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미즈호 아메리카의 파즈 아잠 상무이사는 이날의 움직임을 정확히 짚었다. 그는 "지난 몇 주간 기술주와 나스닥은 매우 과매수된 수준에 도달했다. 오늘 여러분은 이 움직임의 대규모 청산을 목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전략가도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제 그 투자 방식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동력이 소진됐다고 평가했다. 두 전문가의 진단은 명확하다. '묻어두면 오른다'는 식의 기술주 투자가 막을 내리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실적을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안갯속 금리, 고개 드는 정치 리스크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을 주목했지만, 돌아온 것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꺾는 신중론이었다. 파월 의장은 "사실상, 우리는 관세의 규모를 보고 동결 상태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로 미국의 모든 인플레이션 전망이 실질적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관세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복병으로 남아, 섣부른 금리 인하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연준의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 보조금 조사를 시사하며 특정 기업 리스크를 증폭시킨 점은 정치적 변수가 시장을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AI의 꿈'에서 '헬스케어의 현실'로
투자자들은 AI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눈을 돌렸다. 그들이 선택한 대안은 헬스케어였다. 암젠과 유나이티드헬스가 4% 넘게 급등하고, 머크와 존슨앤드존슨 등 전통 제약주가 동반 상승한 대목에서 경기 변동에 비교적 둔감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방어주'의 매력이 다시 부각됐음을 알 수 있다.
금리 인하라는 유동성 파티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당장의 성장성보다 안정적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한 셈이다.
'옥석 가리기' 시험대 오른 시장
시장은 이제 숨을 고르며 다가올 경제지표, 특히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츠의 재커리 힐은 "투자자들은 지난 몇 주 동안 확실히 포지션을 늘려왔기 때문에, 그것이 잠재적인 취약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고했다. 랠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포지션을 늘려온 투자자들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7월 첫날의 시장은 단순한 지수 등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라는 하나의 테마가 시장 전체를 이끌던 시대가 저물고,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해 투자 대상을 신중히 고르는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화려했던 파티장을 나와, 이제 궂은 날씨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방주를 찾아 나섰다. 이 '옥석 가리기'의 시대에 누가 현명한 선택을 할지, 시장의 시험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