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 둔화 속 ESS·신사업 비중 20%서 40%대 중반으로 확대
  • 북미 5개 생산거점·연말 60GWh 체제⋯테슬라 6조4천억원 계약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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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3월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시장 둔화를 위기로만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CEO는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뒤 "지금은 밸류 시프트, 즉 가치 재편의 기간"이라며 "전기차 측면에서는 위기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장에서는 기회"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위축 속에서도 ESS 확대를 통해 실적 둔화를 방어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북미에 5개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SS·신사업 비중도 현재 20% 수준에서 향후 40%대 중반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90GWh였던 신규 수주도 올해는 이를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최근 미국 정부가 확인한 테슬라와의 43억달러, 약 6조4000억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도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니해설] 전기차 침체의 역설…LG엔솔이 ESS에서 찾은 새 성장축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의 이날 발언은 배터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전기차는 위기, ESS는 기회"라는 한 문장이다. 지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단순한 업황 부진이 아니라 수요의 방향이 바뀌는 구조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판단이다. 김 CEO가 이를 '밸류 시프트'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EV) 중심으로 짜였던 성장 방정식이 흔들리는 대신, 전력망 안정화와 AI 데이터센터 확산, 재생에너지 확대를 배경으로 ESS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표다. 시장은 EV용 배터리 출하 둔화가 실적을 크게 압박할 것으로 봤지만, 회사는 ESS 사업 확대를 통해 둔화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배터리업계가 전반적으로 전기차 수요 부진과 재고 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생산기지 활용 전략으로 대응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미 전략이다. 김 CEO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북미 지역에 총 5개의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장은 이미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특히 그는 기존 EV 자산을 ESS로 신속히 전환해 활용하면서 "유일한 비중국 현지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업체"로서 고객들의 '논-PFE(Non-PFE)' 공급망 수요를 빠르게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가 아니다. 미국 시장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지정학과 통상환경 변화까지 사업 기회로 연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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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26년 3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 전략도 비슷하다. 김 CEO는 폴란드 공장에 대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ESS 전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역시 에너지 안보와 전력망 안정,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가 커지면서 ESS 현지 조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는 비중국 공급망, 유럽에서는 현지화 생산이라는 두 축으로 ESS 입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신규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중장기 숫자도 공격적이다. 회사는 ESS와 신사업 비중을 현재 약 20% 수준에서 향후 40%대 중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매출과 수익 구조를 전기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구조로 바꾸겠다는 선언과 같다. 배터리 산업은 특정 완성차 고객이나 전기차 판매 사이클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ESS 비중을 40%대 중반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는 그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전력 인프라 시장이라는 장기 성장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수주 목표도 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90GWh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생산능력도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배터리 기준 6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수준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수주와 생산능력 확대가 동시에 제시됐다는 것은 회사가 ESS를 단순한 보완 사업이 아니라 향후 실적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테슬라와의 협력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 간 43억달러, 우리 돈 약 6조4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공식 확인했다. 김 CEO는 "테슬라와는 오래 관계를 맺어왔고, 전기차 쪽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ESS도 협력하고 있듯이 이 같은 관계를 지속 확대하며 발전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이는 테슬라가 단순한 EV 고객을 넘어,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도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EV 침체를 상쇄할 대형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차세대 제품 투자도 병행된다.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46시리즈 전용 공장은 현재 설비 세팅이 진행 중이며 올해 말 가동이 목표다. 46시리즈 배터리는 원통형 시장의 고성능 수요와 맞물려 향후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은 한편으로 ESS를 키우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세대 폼팩터 투자를 이어가며 EV 시장 회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방어와 성장, 두 전략을 동시에 굴리는 셈이다.


경쟁사와의 기술 경쟁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각형 배터리 양산 추진을 둘러싸고 삼성SDI와의 특허·폼팩터 경쟁 가능성이 거론되자 김 CEO는 "저희도 같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며 "어긋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기술특허를 방어막으로 삼고, 국내 경쟁사와의 경쟁에서도 법적 분쟁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김 CEO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곧 성장 정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의 실적 위에서, 북미 5개 생산거점, 연말 60GWh 생산능력, ESS·신사업 비중 40%대 중반, 지난해 90GWh를 넘는 신규 수주 목표, 테슬라 43억달러 계약까지 숫자로 제시된 전략은 꽤 구체적이다. 

 

전기차 침체를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 판이 바뀌는 틈에서 ESS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방향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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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전기차는 위기, ESS는 기회"⋯김동명, '밸류 시프트' 정면돌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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