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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9회)
- 제9회 밤새 냉기로 얼어붙었던 대기가 아침 햇살에 녹아내리고 있다. 눈 내린 뒤 며칠 동안 푸근하게 풀렸던 날씨는 대엿새 만에 엄동설한으로 돌아갔다. 노래방에 다녀온 지도 열흘이 지난 이월 초순이다. 희정 씨는 감기 기운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미상 씨는 그녀를 돌보며 쿠팡 야간배송을 계속했다. 미상 씨는 필요한 물품을 대개 쿠팡에서 구입하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걸러 주문하는 꼴이었다. 하루는 자신과 코코 초코를 위한 주문이고 다음 날은 희정 씨 물품을 주문하는 격이다. 그 가운데 절반은 주간배송 몫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상 씨 본인이 집으로 들고 들어온다. 그래서 미상 씨의 업무는 자기 집이나 희정 씨 집 현관에서 끝나곤 했다. 담당구역이 석관동 일부와 장위동 일부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귀가하며 미상 씨는 두부모래가 담긴 종이상자 두 개를 승용차에서 내렸다. 생수도 무겁고 쌀도 무겁지만 부피에 비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물품이 반려묘 배변용 두부모래다. 종이상자 하나에 두부모래 포대 6포대가 담겼으니 도합 12포대다. 그 종이상자 두 개를 어깨에 메었다. 자기 집 현관에 내려놓은 두부모래 종이상자의 사진을 찍고 배송완료 버튼을 누르자 오늘의 야간배송이 끝났고, 지금이야말로 코코와 초코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미상 씨 양쪽 다리에 달라붙어 제 머리로 미상 씨 종아리를 부비는 그들과 함께 미상 씨는 베란다로 나선다. 두부모래 포대는 베란다 한쪽에 쌓고 종이상자 두 개는 코코와 초코에게 던져줬다. 그러면서 콧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콜콜…… 촐콜……, 밤새 잘 있었엉?"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야아옹!" 코코와 초코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란 바로 쿠팡 운송장이 붙은 신선한 종이상자다. 그들이 하나씩 종이상자 안으로 들어가자 미상 씨는 현관을 나와 2층에서 반지하로 내려간다. 반지하 오른쪽에 위치한 희정 씨네 현관으로 가려면 그 왼쪽에 있는 할머니네 현관을 지나가야 한다. 미상 씨는 그곳을 지나는 일이 늘 고역이었다. 형용키 어려운 고약한 냄새가 배어 있는 할머니네 현관 앞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의 욕설과 할머니의 성질머리보다 이 악취가 더 참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 악취의 지대를 지나 미상 씨는 희정 씨네 집으로 들어섰다. 불편한 몸인데도 희정 씨는 주황색 잠옷 차림으로 침대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감기 기운 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와요, 미상 씨." "하이!" 땀에 젖은 군밤장수 모자를 벗으며 미상 씨가 인사를 했다. 그 모자를 소파에 던지고 그 곁에 파카를 내려놓았다. "좀 어떤가요? 지난밤엔 기침하지 않았나요? 열은 없어 보이는데." 그러면서 희정 씨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이……." 성한 오른손을 쳐든 희정 씨가 자신의 이마를 향하는 미상 씨의 손을 막아 세웠다. 희정 씨는 언제나 이렇게 미상 씨의 애정이 담긴 신체접촉을 거절했다. 자신의 몸을 안아 일으키고, 들추고, 엎고, 손을 잡고, 머리를 감길 때와 달리 감정이 실린 신체접촉에는 단연코 거부반응을 보였다. 무안하게 손을 거두어들이며 미상 씨는 생각했다. 왜 이러실까? 그 무안함과 알 수 없는 반응을 무마하고자 미상 씨가 말했다. "지난밤은 엄청 추웠어요. 희정 씨는 춥지 않았나요?" 미상 씨의 다정한 손길을 거절한 자신의 뜻을 희정 씨는 밝힐 수 없다. 병든 몸에 몸으로 애정 표현을 한다면 미상 씨도 병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자신의 뜻을 희정 씨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이렇게 말했다. "미상 씨, 우리 커피를 마셔요."■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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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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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매출 8조원·영업익 7천320억원 '사상 최대'
- 카카오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12일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이 8조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320억원으로 59.1% 늘었다고 공시했다. 헬스케어 사업 매각에 따른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47.8%다. 순이익은 5,2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4조3180억원으로 11%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톡비즈 광고 매출은 2조257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2034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미니해설] 플랫폼 체질 개선 효과…AI 전략 본격화 카카오가 연간 매출 8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2일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조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20억원으로 59.1% 늘었고, 순이익은 52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기저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실적 개선 폭은 의미 있다. 헬스케어 사업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감안할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은 47.8% 수준이다. 종전 최대 매출은 2024년 7조8717억원, 최대 영업이익은 2021년 5879억원이었으나 이를 모두 넘어섰다. 이번 실적은 플랫폼 사업의 체질 개선이 이끌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4조318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특히 톡비즈 광고 매출이 2조257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 카카오톡 기반 광고와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이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콘텐츠 부문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뮤직 매출은 2조450억원으로 6% 증가했고, 미디어 매출은 3,610억원으로 15% 늘었다. 전반적으로 플랫폼 중심의 수익 구조가 강화되는 동시에 콘텐츠 사업이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 구조다. 특히 4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4분기 연결 매출은 2조1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2226억원으로 17% 늘었고, 톡비즈 매출은 6,271억원(13% 증가), 이 중 광고 매출은 3734억원(16% 증가)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도 19% 늘어 플랫폼 생태계의 수익화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커머스 부문 통합 거래액은 4분기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거래액 확대와 광고·메시지 매출 증대가 맞물리며 4분기 영업이익은 2034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비용 구조 개선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재무 지표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올해 전략적 무게 중심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성장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1분기 중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안드로이드와 iOS에 모두 출시해 이용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언어모델을 자체 개발·고도화하며 AI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의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수익화 속도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그룹 역량을 핵심에 집중해온 구조 개선의 성과가 재무 지표로 명확히 나타났다"며 "실적 개선을 통해 성과를 입증하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실질적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실적은 '플랫폼 본업 강화'와 '비핵심 사업 정리'라는 구조 개편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 확장과 광고·커머스 수익화의 지속 여부가 카카오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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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매출 8조원·영업익 7천320억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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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 행정부, USMCA 탈퇴 검토…북미 무역협정 파기 위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첫 임기 때 주도했던 북미무역협정(USMCA)의 탈퇴 가능성을 비공개로 저울질하며 글로벌 통상 환경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한 다자간 협정 대신,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양자 협상으로 판을 새로 짜겠다는 노골적인 압박으로 풀이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USMCA의 효용성 깎아내리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2019년 체결된 USMCA를 언급하며 왜 우리가 여기서 탈퇴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하는 등 협정의 존속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멕시코 및 캐나다와의 무역 관계 재정립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9년의 합의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캐나다 및 멕시코와 각각 별도의 양자 협상을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탈퇴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거래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7월 연장 심사 앞두고 북미 통상 질서 안갯속 USMCA는 오는 7월 1일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의무 검토 시한을 맞이한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이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불만 표출과 새로운 요구 조건 제시로 인해 거대한 무역 갈등의 진원지로 돌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USMCA를 향해 무의미하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의 제품이 미국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외환 시장에서는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가 즉각적인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Key Insights] 미국의 USMCA 탈퇴 검토는 다자주의 무역 체제를 무너뜨리고 철저히 미국의 이익만을 좇는 양자 협상으로 통상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신호탄이다. 멕시코나 캐나다를 북미 수출의 우회 기지로 활용해 온 한국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기업들은 관세 면제 혜택 박탈이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기업들은 북미 현지 생산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 등 컨틴전시 플랜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Summar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2019년 체결했던 북미무역협정(USMCA)의 탈퇴를 비공개로 검토하며 양자 협상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현행 협정이 국익에 맞지 않는다며 캐나다, 멕시코와의 개별 협상 추진을 예고했다. 오는 7월 1일로 예정된 USMCA 연장 검토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무의미하다고 깎아내리면서 북미 3국 간의 통상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글로벌 외환 시장과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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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 행정부, USMCA 탈퇴 검토…북미 무역협정 파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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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5만선 공방⋯'13만 고용'에도 금리 인하 기대 약화
- 미국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였다. 예상치를 크게 웃돈 1월 고용지표가 발표됐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면서 지수는 방향성을 탐색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3포인트(-0.1%)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300포인트(0.6%) 넘게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폭을 반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 상승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0.1% 올랐다. WSJ 집계 기준으로 S&P500은 6949.69(+0.11%), 나스닥은 23099.25(-0.01%), 다우는 50151.37(-0.07%) 수준에서 움직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13만명 증가했다. 다우존스 예상치(5만5000명)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실업률은 4.3%로 예상치(4.4%)보다 낮았다. 다만 12월 수치는 4만8000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지표 발표 직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했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약화됐다. WSJ는 이번 고용지표가 연준의 금리 동결 논리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주가 약세를 이어갔다. 세일즈포스는 4%, 서비스나우는 5% 하락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된 기업들은 강세를 보였다. 디지털 인프라 기업 버티브는 4분기 실적 호조와 2026년 전망을 발표한 뒤 18% 급등했다. 캐터필러, GE버노바, 이튼도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1% 이상 올라 배럴당 약 69.67달러에서 거래됐다. [미니해설] 고용 '서프라이즈'⋯그러나 구조는 편중 1월 비농업 고용 13만명 증가는 숫자만 보면 강한 지표다. 지난해 평균 월간 증가폭(WSJ 집계 1만5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4.3%로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고용 증가가 특정 산업에 집중됐다. CNBC에 따르면 13만명 가운데 12만4000명이 의료 부문에서 늘었다. 의료 고용은 지난해 평균 증가폭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제조업은 노동부 수정치 기준 2023년 이후 30만개 이상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RFG어드바이저리의 릭 웨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노동시장이 아직 완전히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낮은 자발적 퇴사율 등 약세 지표를 언급했다. 연준 '동결' 쪽으로 기울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WSJ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177%까지 올랐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베팅을 줄였기 때문이다. 브래드 스미스 자누스 헨더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이번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임금 증가가 소비를 지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용지표는 전날 발표된 소비 지표와도 대비된다.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으로, 시장 예상치(0.4% 증가)를 밑돌았다. 고용은 강했지만 소비는 둔화된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약세·AI 인프라 강세 업종별로는 흐름이 갈렸다. 세일즈포스(-4%), 서비스나우(-5%) 등 소프트웨어 종목은 약세를 이어갔다. 이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 IGV)는 3% 하락하며 52주 고점 대비 3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해당 ETF는 이미 지난달 약세장 구간에 진입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기업은 강세였다. 버티브는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고 2026년 전망을 제시한 뒤 18% 급등했다. 캐터필러, GE버노바, 이튼도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1% 이상 오르며 배럴당 69달러 후반에서 거래됐다. WSJ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 운송 선박 압류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보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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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5만선 공방⋯'13만 고용'에도 금리 인하 기대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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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헝가리 '괴드 스캔들' 확산⋯삼성SDI 배터리공장 판결 놓고 외교통상장관 발언 논란
- 헝가리 괴드(Göd) 지역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둘러싼 환경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쿠리아(Kúria·헝가리 대법원)의 관련 결정 공개 시점과 시야르토 페테르 외교통상장관의 발언 경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현지매체 hvg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헝가리 대법원은 삼성SDI 괴드 공장의 통합환경사용허가와 관련한 결정을 지난 2월 3일 선고했으나, 해당 사실은 일주일 뒤인 2월 10일에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공장의 허가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를 취소했던 부다페스트 인근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재심리를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시야르토 외교통상장관은 정부 측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쿠리아가 금요일 결정으로 공장의 환경허가를 유효하다고 인정했다"고 언급하며, 관련 보도가 이를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 공지에 따르면 실제 선고일은 2월 3일로 확인된다. 또한 결정문은 당일 당사자들만 열람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일반에 공개되기 전까지 외부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장관이 공개 이전에 해당 결정을 인지했는지, 또 결정 내용을 정확히 전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공지 게시 시각이 명시돼 있지 않아, 장관 발언과의 시간적 선후 관계는 분명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앞서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괴드 공장 내 일부 공정에서 발암 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농도로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사실이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이를 인지하고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 측은 공장 운영과 관련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형사책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으로 기존 취소 판결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으나, 공장은 현재까지 정상 가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은 환경 안전 문제와 사법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 정확성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동시에 안고 있어 향후 정치·사회적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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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헝가리 '괴드 스캔들' 확산⋯삼성SDI 배터리공장 판결 놓고 외교통상장관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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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 시네bar 천국]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 바쁜 일상 속, 개봉작을 놓친 당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수정의 시네bar 천국>은 혼술하며 OTT 영화를 보는 당신을 위한 코너다. 퇴근 후 와인 한 잔, 주말 저녁 위스키 한 잔 곁들여 스크린을 응시하는 시간. 혼자 마시는 술이 외로움을 뜻하지 않듯, 혼자 보는 영화는 고독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너의 끝에서 영화와 페어링되는 술 한 잔을 제안하는 것은 덤. 자, 잔을 채우시라. 스크린이 당신을 기다린다. <편집자주> 영화<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욕망이란 모순덩어리다. 불가해하고 결코 충족을 모른다. 이 다스려지지 않는 감정 때문에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 영화 <미세리코르디아(2005)>가 주는 위안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라틴어로 '자비'를 뜻하는 제목을 가진 <미세리코르디아>는 조용하면서도 집요하게 인간 욕망을 파고든다. 감독 알랭 기로디의 렌즈는 늘 '신성'과 '육체' 사이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미세리코르디아>에서도 그의 관심사는 다르지 않다. 평화롭고 경건해 보이는 공동체의 표면 아래, 감독은 신앙, 혹은 체제라는 이름으로 억눌린 욕망의 거대한 저수지를 발견한다. 제빵사 장피에르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주인공 제레미가 프랑스의 시골 마을을 찾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작은 마을은 욕망이 없는 곳이 아니다. 욕망을 보이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다. 쇠락하고 외진 시골 마을은 어떤 욕망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감춰진 욕망은 더욱 강렬한 결핍과 갈증을 드러낸다. 제레미의 등장으로, 공동체가 오랫동안 감춰온 욕망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제레미는 공동체를 비추는 거울이자 숨겨진 욕망을 해방하는 촉매제다.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버섯의 이미지는 욕망의 메타포다. 버섯은 어둠과 습기 속에서만 자라며 보이지 않는 지하의 광대한 균사체로 연결되어 있다. 공동체가 욕망을 억누르려 할수록, 욕망은 더욱 강하게 되살아난다. 버섯은 흙 속 깊이 묻은 욕망이 다시 자라 자비의 얼굴을 하고 피어나는 역설을 상징한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나는 버섯은 ‘억압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선언이다. 제레미는 장피에르의 아들이자 자신의 친구인 뱅상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시신에 덮은 흙에서 자라난 버섯이 그의 죄를 고발한다. 제레미는 범죄의 흔적을 감추려 버섯을 채취하고, 공동체는 버섯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그들은 그렇게 죄의식을 교환한다. 이 영화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신부가 발기한 모습을 드러낼 때다. 영화 초반, 신부는 신의 언어로 무장한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제레미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의 신체는 신의 통제를 벗어난다. 장피에르의 장례식에서 그가 한 말을 기억하자. 그는 죽은 장피에르에게 공동체를 중재해 달라고 부탁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제레미를 통해 문자 그대로 실현된다. 신부의 발기한 신체는 신의 언어가 욕망을 영구적으로 가둘 수 없음을 선언한다. 이는 신앙의 타락이 아니다. 신의 거룩한 언어가 무너지는 그 자리에서, 인간의 진정한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장피에르의 미망인 마르틴은 제레미를 원하면서도 '그가 떠나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서 우리는 제레미에 대한 욕망을 본다. 욕망이 없다면 왜 떠나야 할까? 말과 행동의 괴리가 이미 욕망의 우회로이며, 그 우회 속에서 욕망은 더욱 명확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찾아 헤맨다. 영화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한없이 운전하는 행위를 통해 욕망이란 우회로를 보여준다. 만남은 항상 지연되고, 비껴가거나 차단된다. 만남의 지연은 비극이 아니라, 욕망 자체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다. 욕망은 충족되는 순간 소멸하기 때문이다. 만남을 지연시키고 우회시킴으로써, 오히려 욕망은 영속성을 얻는다. 이 영화의 진정한 비극은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더 복잡한 비극은 '만나려 할수록 더욱 우회하게 되는 욕망의 구조 자체'다. 이것은 욕망이라는 조건 자체에 내재한 모순이다. 자, 이 영화의 궁극적 질문으로 돌아가자. 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한가? 사람들은 자비를 이타성과 희생의 궁극적 형태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이는 환상이다. 자비는 늘 '선한 사람이고자 하는' 욕망,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자'라는 자기 확인의 욕망에 가깝다. 공동체의 자비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지 않았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욕망을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 자체가 욕망의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 '나는 욕망하지 않는다'라는 선언은 이미 욕망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욕망이 없다면 굳이 그것을 거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따라서 공동체의 엄격한 자제는 역설적으로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한다. 전통적 도덕 체계에서 욕망을 죄로 간주했다. 극복해야 할 대상, 억압해야 할 본능으로 취급되었다. 영화가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욕망은 죄가 아니다. 욕망은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조건이다. 욕망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단순한 기계? 무의미한 신체? 욕망이 있기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결단할 수 있으며,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욕망은 버섯처럼, 묻혀도 다시 자라난다. 완전히 제거될 수 없고, 영구적으로 억압할 수도 없다. 욕망은 인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망을 가진 우리에게 윤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영화의 대답은 도발적이다. 윤리는 욕망을 거부함으로써가 아니라, 욕망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선택함으로써 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마주 보고,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윤리적 주체가 된다. 자비는 신의 거룩한 언어를 빌린 인간의 가장 진솔한 고백이며, 우리는 고백하기 위해 먼저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 <미세리코르디아>는 불편한 영화다. 우리가 외면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을 침묵과 절제를 통해 조용히 비추어내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화는 우리를 끝없이 실소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이기도 하다. 모든 상황은 부조리하다. 마르틴은 아들의 실종보다 제레미가 떠날지를 걱정한다. 공권력은 불쑥불쑥 개인의 공간을 침범한다. 심지어 제레미와 신부가 누운 사제관까지. 관객을 관음증에 동참하게 하는 주체는 어디에나 등장하는 경찰들이다. 숲속, 거리, 한적한 주차장은 제레미의 욕망을 실현하게끔 하는 침실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제레미의 곁에 누운 마르틴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욕망을 지연시킨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욕망하면서도 선한 인간으로 남고 싶고, 거짓을 말하면서도 진실을 추구하려 하는 인간.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인간의 참된 모습이다. 자살하려는 제레미를 말리는 신부의 말은 언뜻 궤변으로 들린다. 하지만 당신은 그 말에 숨은 진실을 외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 학살의 책임자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자비를 베푸는 심급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 순간에서조차 신부는 제레미에 대한 적나라한 욕망을 드러내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비에는 어떤 욕망이 숨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욕망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뱅상이 실종된 상황에서도 잘 차려진 식탁에서 와인을 마신다. 억압된 욕망이 발효되듯, 와인 역시 통제된 부패의 산물이다. 이 영화에는 루아르의 자연 와인이 어울린다. 특히 티에리 퓌즐라의 '르 클로 뒤 튀-부프'처럼, 최소한의 개입으로 포도 본연의 야생성을 살린 와인이다. 맑고 투명하지만 동시에 미세한 탁함을 간직한, 정제되지 않은 욕망의 맛이다. 이 와인에 버섯 샐러드를 안주로 곁들일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강심장이다. -이수정 영화 칼럼리스트- <편집자주> 이수정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수학했다. 서평가이자 영화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영화와 문학을 주제로 한 행사(북토크, 강연 등)를 기획하고, 오이코스 인문연구소에서 <영화잡담회>를 진행한다. 극장보다 거실에서, 팝콘보다 와인잔을 든 채로 더 많은 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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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 시네bar 천국]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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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가속
- 인도가 전 세계 핵심광물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핵심광물 협력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소식통들은 자국 광물부 주도로 진행 중인 이번 협상이 리튬과 희토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광물 가공 기술에 대한 접근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중국 의존 구조를 완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은 최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축소 방안을 논의한 직후 진행돼 국제 공조 흐름과도 맞물린다. 인도가 브라질 등과 협정을 체결할 경우, 지난달 독일과 맺은 핵심광물 협정 모델을 참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브라질·프랑스·네덜란드와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캐나다와는 협정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광물 탐사와 생산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니해설] 인도의 '광물 외교' 실험…중국 독점 흔들 수 있을까 인도가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재료인 리튬과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지고 있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와의 협상은 인도의 이런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핵심광물은 에너지 전환과 첨단 제조업의 '병목 자원'으로 불린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서 세계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제·가공 기술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전략적 리스크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인도의 행보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공급망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광물 탐사와 채굴뿐 아니라 가공 기술 접근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는 원료 확보에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 단계까지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체결된 인도·독일 핵심광물 협정 역시 제3국 내 광물 자산 확보와 공동 개발을 포함해 공급망 다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협력은 특히 주목된다. 캐나다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정치·제도적 안정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다음 달 인도를 방문해 우라늄과 에너지, 광물, AI 분야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미 인도와 수주 내 핵심광물 협력을 공식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인도의 '탈중국' 전략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핵심광물 탐사에는 통상 5∼7년이 걸리고, 탐사에 성공하더라도 상업 생산까지는 추가로 수년이 소요된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환경 규제와 지역 사회 반발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결국 중국이 구축해온 광범위한 채굴·가공·유통 네트워크를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인도의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주도해온 '중국 의존 축소' 전략에 인도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도는 이미 아르헨티나, 호주, 일본과 협정을 체결했고, 페루·칠레와도 기존 협정에 핵심광물 협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외교적 협력뿐 아니라 국내 제도 정비와 기술 투자, 민간 참여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물 가공과 재활용 기술을 자체적으로 키우지 못하면 공급망 다변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인도의 핵심광물 외교는 '중국 대체'라기보다 '중국 의존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에너지 전환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인도의 선택이 글로벌 자원 지형에 어떤 균열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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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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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폭 13개월 만에 최저⋯청년·제조업 고용 한파
-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년여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건설업 감소세가 지속됐고, 그동안 고용시장을 지탱해 온 고령층 일자리마저 한파 영향으로 위축된 결과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9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월보다 줄어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p) 하락해 1월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낮았다. 40대 취업자도 3000명 줄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1천명 늘었으나 증가 폭은 2021년 1월 이후 가장 작았다. 실업자는 121만1000명으로 12만8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니해설] 청년·제조업 동반 부진에 고령층까지 흔들려…고용 구조적 경고음 1월 고용지표는 국내 고용시장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폭은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형상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경고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부담은 청년층 고용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7만5000명 줄어들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5년 만에 최저치다.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신규 채용 보수화, 경력직 선호 기조가 겹치며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전문직 중심의 채용 축소는 청년층 일자리 기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업별로 보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9만8천명 감소해 산업분류 개편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고용 증가를 주도해온 업종에서의 급감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가데이터처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의 수습·초급 채용이 줄어든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고용 창출보다 대체 효과를 앞서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2만3000명, 건설업은 2만명 각각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투자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두 산업 모두 고용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산 기반과 지역 고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고용시장의 완충 역할을 해온 고령층 일자리도 흔들렸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1000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최근 수년간 월평균 20만~40만명대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한파로 인해 노인 일자리 사업 재개가 지연되면서 일부 고령층이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영향이 컸다. 농림어업 취업자 감소 역시 고령화와 기후 요인이 겹친 결과다. 실업 지표는 고용시장의 긴장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실업자는 12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8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쉬었음' 인구가 278만4000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존력도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고용 증가가 나타났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18만5000명, 운수·창고업에서 7만1000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에서 4만5000명 각각 늘었다. 고령화와 비대면 소비 확산, 여가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일자리가 전체 고용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지표를 경기 요인과 구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한파와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장벽,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재편, 고령층 고용 의존 구조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향후 고용 개선의 관건은 청년층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부문의 회복 여부다. 단기적 일자리 확대 정책만으로는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재교육과 직무 이동 지원, 청년층의 안정적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구조적 해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고용 둔화 흐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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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폭 13개월 만에 최저⋯청년·제조업 고용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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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에 반도체 관세면제 추진⋯TSMC 對美투자와 연계
- 미국 정부는 대만 TSMC가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미 빅테크(기술대기업)에 공급하는 반도체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TSMC의 대미투자와 연계해 빅테크들의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이 TSMC를 포함한 대만 기업에 대해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경우 해당 공장의 생산량에 따라 무관세 쿼터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TSMC는 관세를 면제받은 반도체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빅테크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빅테크들은 반도체 공급을 확보해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아마존과 구글, MS, 메타 등은 경쟁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발표했지만 필요한 반도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고민이 컸다. FT는 “이번 반도체 관세면제 정책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를 장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급속한 AI 확장을 이끄는 기업에 일정 부분 완화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계획은 유동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에도 이 같은 방안의 무관세 쿼터가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SMC의 대미투자 규모가 삼성·SK하이닉스를 압도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추가 투자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대만이 앞서 2500억 달러의 직접 투자와 2500억 달러의 정부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만의 상호관세율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대만 기업은 공장 생산능력의 2.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장을 건설한 후에는 1.5배까지 허용했다. 2500억 달러 투자금 중 1650억 달러를 차지하는 TSMC는 상당한 관세면제 쿼터를 확보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만과 같은 조건을 적용받도록 합의했지만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의 추진으로 거센 투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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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에 반도체 관세면제 추진⋯TSMC 對美투자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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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말 소비 둔화에 S&P500 소폭 하락⋯금융주는 AI 충격에 급락
- 뉴욕증시는 11일(현지시간) 연말 소비 둔화 신호와 금융주 약세가 겹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1%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0.3%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0포인트(0.2%)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세 차례 연속 경신했으며,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5만선을 돌파한 이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증시는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보합에 그쳤다는 발표에 영향을 받았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0.4% 증가)를 밑도는 수치다. 11월 소매판매는 0.6% 증가한 바 있다. 소비 둔화 신호에 코스트코와 월마트 주가는 각각 2% 이상, 1% 넘게 하락했다. 금융주는 인공지능(AI) 관련 우려가 부각되며 급락했다. 자산관리 플랫폼 알트루이스트가 AI 기반 세무 설계 도구를 출시했다는 소식 이후 LPL파이낸셜은 10%, 찰스슈와브는 8%, 모건스탠리는 3% 하락했다. CNBC는 AI 기술이 금융·자산관리 업종의 기존 수익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1월 고용보고서(12일)와 소비자물가지수(CPI·14일)를 앞두고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니해설] 연말 소비 '보합'이 던진 신호 이번 거래일의 핵심 변수는 연말 소비 지표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변화가 없었고, 이는 CNBC와 WSJ 모두 “예상 밖의 소비 둔화”로 전했다. 연말 쇼핑 시즌은 통상 미국 경제의 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구간이다. 11월 0.6% 증가에서 12월 보합으로의 전환은 소비 흐름이 다소 식고 있음을 시사한다. WSJ는 소매판매 지표 발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소비 둔화 신호가 향후 성장세에 대한 경계로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되살아난 모습이다. 다만 WSJ는 여전히 수치 자체가 급격한 위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비 지표는 기업 실적에도 즉각 반영됐다. 다우 구성 종목인 코카콜라는 실망스러운 순매출을 발표한 뒤 주가가 약 1% 하락했다. CNBC는 이를 "소비 둔화 우려가 실적 평가에 반영된 사례"로 전했다. AI 충격, 금융주로 번지다 이날 가장 뚜렷한 약세는 금융·자산관리주에서 나타났다. CNBC와 WSJ는 공통적으로 AI 기반 세무·자산관리 도구가 기존 금융업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주가 급락의 직접적 배경이라고 전했다. 특히 알트루이스트가 개인 금융 문서를 자동으로 해석해 맞춤형 세무 전략을 제시하는 AI 도구를 공개한 이후, 자산관리 비중이 큰 종목들이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WSJ에 따르면 레이먼드제임스는 8% 넘게 하락하며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LPL파이낸셜과 찰스슈와브, 스티펠 등도 5% 이상 밀렸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주도 2% 이상 하락했다. WSJ는 이 같은 움직임을 "지난주 데이터·소프트웨어주 급락 이후 AI에 대한 경계가 금융업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금융주 약세는 실적 악화보다는 기술 변화에 대한 구조적 우려가 촉발한 성격이 강하다. 기록 경신 속 관망 심리 지수 흐름만 보면 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 다우지수는 이날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5만선 돌파 이후에도 하락 압력은 제한적이었다. CNBC는 "지난주 기술주 급락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지표상 시장이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S&P500은 50일·100일 이동평균선 위를 회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WSJ는 다만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을 늘리기보다는, 고용과 물가 지표를 앞두고 포지션을 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에는 정부 셧다운으로 연기됐던 1월 고용보고서와 CPI가 잇따라 발표된다. WSJ는 이 지표들이 소비 둔화 신호와 어떻게 맞물릴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관망 심리를 강화했다. CNBC에 따르면 로리 로건 달러스 연은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모두 현재 금리가 중립 수준에 가깝고, 당분간 동결이 적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장이 단기적인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키우기 어려운 환경임을 시사한다. 연말 소비 둔화, AI 확산에 따른 업종별 충격, 그리고 고용·물가 지표를 앞둔 경계 심리. 11일 뉴욕증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교차하며 '방향 탐색' 국면을 이어갔다고 CNBC와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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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연말 소비 둔화에 S&P500 소폭 하락⋯금융주는 AI 충격에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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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희정 씨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그리고 검은색 에나멜 하이힐을 신었다. 겨울옷도 겨울 구두도 아니었다. 그러나 희정 씨는 그 옷을 입고 싶어 했고 미상 씨의 도움으로 날씬하게 차려입었다. 그 위에 새하얀 롱패딩을 입고 미상 씨 등에 업혔다. 시각은 하늘도 땅도 재개발지구 연립주택촌도 환하디환한 겨울날의 오후였다. "이 집에서 눈은 하양 이 늙은 년이 치우네. 아이고 내 팔자야." 빌라 현관 층계를 밟고 마당으로 나서는 그들을 흘낏거리며 할머니가 욕설을 퍼부었다. 희정 씨네 맞은편 반지하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다. "내가 아니면 어느 귀신이 치울까." 그렇지 않았다. 아침에 집으로 들어올 때 미상 씨는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다. 현관부터 좁은 마당을 지나 승용차를 세워둔 도로 곁 공지까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눈을 치웠다. 그 뒤에 내린 얼마 되지 않는 가루눈을 플라스틱 빗자루로 쓸어내면서 할머니는 지청구를 그치지 않는다. "네네. 할머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지나치려는데 할머니가 또 어깃장을 놓았다. "아주 무슨 결혼잔치를 하시나 보네." 미상 씨 등에 업힌 희정 씨 들으라는 욕이었다. 늘 빈정거리고 심통을 부리는 할머니의 습성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그러려니 대꾸 없이 길로 나선다. 이곳부터 가파르고 미끄러운 언덕길이다.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얼음 위에 내린 가루눈과 그 위에 뿌린 염화칼슘은 사고를 조장했다. 조심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곧 헐릴 낡은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은 이 언덕길 끝 도로변에 있다. 미상 씨는 길가의 눈을 밟으며 조심조심 걸었다. 성질머리 고약한 할머니 때문에 오늘의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머니가 문제가 아니라 이 눈길이 문제다. 미상 씨의 마음을 아는 희정 씨도 숨죽이고 업혀 있을 뿐이다. 쓸 수 없는 왼손과 왼팔은 가슴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미상 씨의 목을 휘감은 채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노래방 룸에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들었을 때 희정 씨는 말이 많아졌다. 기쁨을 다스리는 그녀만의 버릇이었다. "그래서 카트를 껴안고 잠을 잤나요? 코코하고 초코는 놀라지 않아요?" 미상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랬다. 미상 씨는 오늘 아침 핸드카트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 그를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웠다. 코코와 초코가 이상한 눈으로 보든 말든 그런 상태로 잠이 들었고 한낮에 깨어난 뒤에도 미상 씨의 품에는 여전히 핸드카트가 안겨 있었다. “아직도 내 침대에 있어요. 이불로 덮어 놓고 나왔어요. 따뜻하게 푹 자라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희정 씨는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희정 씨는 미상 씨의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일어설 수 없는 그녀는 소파 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왼손은 무릎을 덮은 패딩 코트 위에 놓여 있다. 오른손이나마 사용할 수 있는 현재 자신의 몸을 희정 씨는 감사히 여기고 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담요처럼 백색의 롱패딩 코트를 무릎에 올린 희정 씨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탄다. 행복한 기분에 휩싸인 미상 씨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래서 희정 씨 앞에 서서 춤을 추었다. 느리게 두 팔을 휘젓고 흔들흔들 몸을 흔들고 뒤뚱뛰뚱 앞뒤로 움직이는 이름도 계통도 없는 엉터리 막춤이다. 그래 그래 그래, 우리의 인생과 같은 그런 춤이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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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태평양의 악몽이 떴다"⋯中, 세계 최대 '엔진 3개' 6세대 전투기 시동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엔진 3개를 장착한 괴물급 6세대 전투기의 시동을 걸었다. 막대한 추력과 전력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태평양 전역을 작전 반경에 넣는 이 '슈퍼 전투기'의 등장에 서방 군사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유력 매체 소하(Soha)는 9일(현지 시간) '중국의 세계 최대 3발 엔진 6세대 전투기 전력 분석'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 청두항공공업그룹(CAC)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의 최신 동향을 집중 보도했다. 세계 최초 '3발 엔진' 전투기…태평양을 앞마당으로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진은 충격적이다. 서방에서 'J-XX' 또는 'J-36'으로 불리는 이 기체가 중앙의 대형 엔진 1개와 양옆의 소형 엔진 2개, 총 3개의 엔진을 동시에 점화한 채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는 거대한 기체의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를 유지하면서도, 항속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기 위한 설계로 풀이된다. 매체는 "이 전투기의 항속 거리는 8000km를 넘어서며, 공중 급유 없는 작전 반경이 4000km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본토에서 이륙해 괌을 포함한 태평양 대부분의 지역을 타격하고 돌아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최신 시제기에서 복열(Dual-wheel) 메인 랜딩기어가 식별된 점은, 이 프로젝트가 이미 단순 비행을 넘어선 심층 테스트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레이저 쏘는 전투기?…'3번째 엔진'의 비밀 전문가들은 이 독특한 3발 엔진 구조가 단순한 비행용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공군이 F-35 업그레이드를 위해 연구 중인 '적응형 사이클(Adaptive cycle)' 또는 '3류(Three-stream)' 엔진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비행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냉각 능력과 전력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다. 매체는 "설령 완벽한 3류 엔진 기술이 아니더라도, 3개의 엔진이 뿜어내는 막대한 전력량은 초대형 레이더나 향후 탑재될 지향성 에너지 무기(레이저)를 가동하기에 충분한 잉여 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은 J-20 전투기에 WS-15 엔진을 장착해 F-35의 F135 엔진에 버금가는 성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엔진 하나를 더 얹은 6세대기는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발전소'이자 요새가 될 전망이다. 13개월에 시제기 4대…美 F-47 따돌리나 가장 두려운 것은 중국의 개발 속도다. 중국은 지난 2024년 12월 첫 등장을 알린 이후 불과 13개월 만에 4대의 시제기를 띄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통상적인 군용기 개발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매체는 "중국의 6세대 전투기는 2030년대 초반이면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NGAD)인 F-47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F-47은 2028년 첫 비행, 2030년대 후반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이 예측대로라면, 중국은 세계 최초로 6세대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는 국가가 되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중 우세(Air Superiority)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것이다. 소하는 "이 거대한 3발 엔진 전투기는 미래 공중전의 표준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항공 전력에 대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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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태평양의 악몽이 떴다"⋯中, 세계 최대 '엔진 3개' 6세대 전투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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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기술주 반등에 S&P500 상승⋯다우는 5만 돌파 후 최고치 재경신
- 뉴욕증시는 9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반등 속에 상승 마감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1.1% 상승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하며 지난주 5만선 돌파 이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시장은 지난주 기술주 급락 이후 이어진 반등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거래됐다. 엔비디아는 3%, 브로드컴은 4% 상승하며 전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라클은 투자은행 D.A. 데이비드슨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자 11% 급등했다. CNBC는 오픈AI 관련 기대가 오라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주 급격한 반등이 지속될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변동성 국면으로 이어질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급락을 거치며 5년 평균 대비 프리미엄에서 디스카운트 구간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1월 고용보고서는 11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3일(현지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코카콜라와 포드 등 주요 기업들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편 개별 종목 간 변동성은 확대됐다. IT 인프라 서비스 업체 킨드릴은 내부 회계 관리 검토와 경영진 이탈 소식이 전해지며 하루 만에 50% 넘게 급락했다. [미니해설] 5만 고지 이후의 뉴욕증시, '기록'보다 '검증'의 국면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 5만선을 돌파한 직후 다시 한 번 방향성 시험대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S&P500과 나스닥이 반등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상승 자체보다 "이 반등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에 모이고 있다.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며칠간의 급격한 등락이 기술주 중심의 포지션 조정과 투자 심리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기술주 급락은 소프트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한 'AI 영향 우려'와 맞물리며 확대됐다. 이후 다우지수의 5만선 돌파와 함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이 나타났지만, WSJ는 이를 두고 "경제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인식과, 최근 하락이 과도했다는 판단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AI 기대는 인프라로, 소프트웨어는 경계 지속 이번 반등에서 가장 뚜렷한 흐름은 AI 관련 종목 내에서도 인프라 중심의 선별적 강세다.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연이은 상승으로 시장의 관심을 다시 끌었고, 오라클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상향과 함께 큰 폭으로 뛰었다. D.A. 데이비드슨은 오픈AI와 관련된 기대를 언급하며 오라클에 대한 평가를 높였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CNBC는 최근 소프트웨어 주가 조정이 "AI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나타났다고 전했다. WSJ 역시 기술주 반등 속에서도 일부 소프트웨어 종목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주 전반의 회복이라기보다, AI 투자 수혜가 어디에 집중될지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 과정으로 해석된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은 CNBC 인터뷰에서 기술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급락을 거치며 과거 평균 대비 할인 구간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치만 보면 기술주에서 완전히 이탈할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개별 리스크 부각…킨드릴 사태가 던진 경고 지수 반등과 달리 개별 종목 리스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킨드릴의 급락은 그 대표적 사례다. CNBC와 WSJ에 따르면 킨드릴은 현금 관리 관행과 내부통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법무 책임자가 동시에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WSJ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 요청 사실도 함께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킨드릴 주가는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했다. WSJ는 이를 두고 "실적 자체보다 회계 관리와 내부 통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데 대한 시장의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와 공시 신뢰도가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용·물가 지표 앞둔 '숨 고르기'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거시 지표 발표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월 고용보고서는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정이 연기된 뒤 11일 공개될 예정이며, CPI는 13일 발표된다. CNBC는 앞서 발표된 민간 고용 지표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을 짚으며, 공식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 역시 투자자들이 고용과 물가 지표를 통해 경기 흐름과 연준 정책 경로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의 주가 반등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적과 경제 지표가 시장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다우 5만선 돌파라는 상징적 기록 이후 뉴욕증시는 이제 숫자보다 내용의 검증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CNBC와 WSJ가 전한 월가의 시선은 명확하다. 기술주 반등은 진행 중이지만, 그 안에서는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개별 기업 리스크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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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기술주 반등에 S&P500 상승⋯다우는 5만 돌파 후 최고치 재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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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미국발 훈풍에 4% 급등⋯5,300선 눈앞
- 9일 코스피가 미국 증시 강세에 힘입어 4% 넘게 급등하며 5,3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8.90포인트(4.10%) 오른 5,298.0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4.13% 오른 5,299.10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5,322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46.78포인트(4.33%) 오른 1,127.55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2원 내린 1,460.3원(오후 3시30분 종가)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했다. 삼성전자(4.92%), SK하이닉스(5.72%)가 급등했고, 현대차(2.25%), 기아(1.25%), LG에너지솔루션(2.47%)도 강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7.19%)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2%)도 올랐다. [미니해설] 미국 증시 반등이 촉발한 '위험자산 복귀'…코스피 랠리의 배경 9일 국내 증시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회복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미국 증시가 과도한 조정 이후 강하게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고, 그 여파가 국내 시장으로 확산됐다. 특히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 5만선을 돌파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등한 점이 코스피 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엔비디아가 7% 넘게 오르며 반도체 업종 전반을 끌어올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대형주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4% 넘는 상승폭을 유지하며 단숨에 5,300선 회복을 시도했다. 이는 지난주 급락 과정에서 형성된 기술적 과매도 구간에 대한 반작용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7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방산, 에너지, 2차전지까지 동반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2.25%), 기아(1.25%), LG에너지솔루션(2.47%), 삼성sdi(2.70%), 삼성바이오로직스(1.56%), 두산에너빌리티(7.19%), 한화오션(1.99%),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다수 종목이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2%)는 이날 발표한 실적도 주가에 힘을 보탰다. 장중 한때 1,260,000원까지 뛰었다. 회사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75.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방산 수주 확대와 항공우주 부문의 실적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방산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장 초반 하락했던 한미약품(1.99%)은 오후 들어 강세로 전환했지만 엔씨소프트(-6.24%) 등은 하락했다. 금융주에서 KB금융(1.41%)은 오른 반면 신한지주(-0.21%)는 떨어졌다. 환율 하락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나흘 만에 하락하며 1,460원대로 내려왔다. 달러인덱스가 하락하고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을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일본 총선 결과는 향후 변수로 꼽힌다.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재정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원화에도 간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글로벌 증시 반등에 따른 기술적 회복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글로벌 경기 둔화 여부, 지정학적 변수 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기대가 유지되는 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반등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 급등은 미국 증시가 쏘아 올린 신호탄에 국내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결과다. 위험자산 선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글로벌 변수에 달려 있지만, 최소한 ‘과도한 공포’ 국면에서는 벗어났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는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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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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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미국발 훈풍에 4% 급등⋯5,300선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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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가상자산 시세조종 '고래·가두리·경주마' 정조준⋯IT 사고엔 징벌적 과징금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금융권 IT 리스크를 핵심 과제로 삼아 전방위 감독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대형고래' 시세조종, 특정 거래소 입출금 중단을 악용한 '가두리' 수법, 단기간 가격 급등을 유도하는 '경주마' 수법 등을 고위험 분야로 지정해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시장가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과 SNS 허위정보 유포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이상 급등 종목을 초·분 단위로 분석해 혐의 구간과 연관 그룹을 자동 적출하는 시스템과 AI 기반 텍스트 분석 기능도 개발한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대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하고, 발행·거래지원 공시체계와 인가심사 매뉴얼을 마련한다. 거래소 수수료 구분 관리와 공시 세분화도 추진한다. 민생금융범죄 대응도 강화한다.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에 대해 특별사법경찰 유관협의체를 구축하고, 통신·금융사 정보 공유를 통한 AI 기반 조기 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 IT 사고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CEO와 CISO의 보안 책임을 높이는 감독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미니해설]가상자산·IT 리스크 동시 압박…금감원, '시장질서 회복' 감독 기조 전환 금융감독원의 올해 업무계획은 가상자산과 IT 리스크를 더 이상 주변 과제가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선별해 사후 제재에 그치지 않고, 사전 탐지와 예방 중심으로 감독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신호다. 가상자산 부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조사 대상의 구체화다. '대형고래·가두리·경주마'로 대표되는 수법은 이미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왔지만,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금감원이 이를 공식적으로 고위험 분야로 특정한 것은 기획조사의 상시화를 의미한다. 특히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과 SNS 허위정보 유포는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감독당국이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AI를 활용한 초·분 단위 분석 체계는 감독 방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이상 급등 구간과 연관 계정을 자동 적출하는 시스템은 거래소 자체 모니터링을 넘어 당국 차원의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향후 불공정 거래에 대한 입증 부담을 낮추고, 제재의 신속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입법 측면에서도 2단계 규율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반을 통해 발행·공시·인가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은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에 준하는 규율 대상으로 편입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거래소 수수료 공시 세분화 역시 이용자 보호와 경쟁 촉진을 동시에 노린 조치다. 민생금융범죄 대응 강화는 현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잔인한 금융' 척결 기조에 맞춰, 금감원은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을 최우선 현안으로 설정했다. AI 기반 조기 차단 시스템과 피해금 배상책임제도 준비는 단순 단속을 넘어 구조적 예방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T 리스크에 대한 접근은 한층 강경해졌다.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CEO·CISO 책임 강화는 전산 사고를 ‘불가항력’으로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금융사가 스스로 IT 자산을 관리하고 취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현장 점검과 검사로 이어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달 가동되는 통합관제시스템(FIRST)은 금융권 사이버 위협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금융 AI 윤리지침과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마련은 기술 활용 확대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선불충전금 보호 강화 역시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종합하면, 금융위의 이번 업무계획은 가상자산·IT·민생금융 범죄를 하나의 감독 축으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다. 금융당국의 규율 범위가 기술과 플랫폼 영역까지 본격 확장되는 만큼, 시장과 업계의 대응 역시 한층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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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가상자산 시세조종 '고래·가두리·경주마' 정조준⋯IT 사고엔 징벌적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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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 "일본이 강하면 미국도 강해진다"⋯中 디리스킹·이란 압박 병행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일본 총선 결과를 계기로 미·일 동맹 강화를 재확인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탈동조화'가 아닌 '디리스킹' 전략을 분명히 했다. 스콧 베선트 장관은 8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의 총선 압승과 관련해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녀는 훌륭한 동맹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대중국 경제 관계에 대해 "중국과 완전히 분리(disengagement)되는 것은 원치 않지만, 리스크를 줄이는 디리스킹(de-risk)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을 위해 재무부 권한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란 석유 판매 차단과 자금 추적·동결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이란 최대 은행 중 하나가 붕괴되고,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급락이 촉발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QE) 전환에 대해 "대차대조표 운용은 연준의 결정이며, 최소 1년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 가격 급락에 대해서는 "중국 시장의 무질서와 투기성 급등 이후 전형적인 붕괴(blow-off)"라고 진단했다. [미니해설] 베선트의 세 가지 메시지…'일본 동맹 강화·중국 디리스킹·연준 견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금융 전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본, 중국, 이란, 연준, 그리고 금 시장까지 이어진 그의 발언은 미국이 동맹 강화와 리스크 관리, 금융 질서 재정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일본에 대한 평가는 아시아 전략의 축을 분명히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 대해 "미국도 함께 강해진다"고 강조한 것은 미·일 동맹을 단순한 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금융 동반자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다. 특히 중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아시아 질서를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미묘하다. 베선트 장관은 '탈동조화'가 아닌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이는 공급망과 금융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전면적인 단절로 인한 충격은 피하겠다는 현실적 접근이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거론되는 글로벌 디레버리징 압력과도 맞닿아 있다. 과도한 차입과 투기적 자본 이동을 경계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대이란 제재 발언은 재무부가 지정학적 압박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은행 붕괴와 통화 가치 폭락,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며 제재의 실질적 효과를 강조했다. 동시에 "동결된 자금은 결국 이란 국민을 위해 되찾을 것"이라고 말해, 제재의 명분을 '정권 압박'과 '국민 보호'로 분리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연준을 향한 메시지는 보다 직접적이다. 베선트 장관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후보를 두고 "독립적이면서도 국민에 책임을 지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되, 통제 불능 상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시 후보자가 QE를 '자의적 신용 배분'으로 비판해온 점을 감안하면, 향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정책 정상화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 시장에 대한 발언은 중국발 투기 자본의 영향력을 다시 부각시켰다. 베선트 장관은 금 가격 급락을 "전형적인 투기 붕괴"로 규정하며, 중국 내 시장 혼란과 증거금 강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CME 그룹의 증거금 상향과 워시 후보자 지명 이후 중국 자금의 차익 실현이 급격히 진행됐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이번 베선트 장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 아시아 질서를 관리하고, 중국과는 전면 충돌 대신 위험을 통제하며, 이란에는 재무 제재로 압박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연준의 비대화와 시장 왜곡을 견제하며 금융 시스템의 규율을 다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경제 전략이 '동맹 강화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축 위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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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 "일본이 강하면 미국도 강해진다"⋯中 디리스킹·이란 압박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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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매달 내던 돈, AI로 아낀다"⋯'SW 제국' 흔드는 '바이브 코딩'
- "이제 코딩을 몰라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즉석에서 만들어줍니다. 굳이 비싼 구독료를 내고 남의 소프트웨어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기업용 소프트웨어(SW)를 돕는 '조수'를 넘어, 아예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대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매달 지불하던 막대한 SW 비용을 끊고, AI를 통해 자체 도구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대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공포감에 세일즈포스 등 대표적인 SW 기업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Anthropic)이 출시한 새로운 AI 에이전트 도구가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 '둠스데이(Doomsday·운명의 날)' 시나리오를 몰고 왔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인튜이트(Intuit), 서비스나우(ServiceNow) 등 업계 공룡들의 주가는 지난 9월 고점 대비 30%나 폭락했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필요 없다"…'바이브 코딩'의 충격 이번 주가 대폭락의 방아쇠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플러그인 기능이다. 이 AI는 자연어 명령만으로 복잡한 법률 계약서를 검토하고,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며, 기업 내부의 업무 흐름을 자동화한다. WSJ은 이를 두고 "알고리즘이 (생산성을) 주는 대신, (매출을) 뺏어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계약서 검토나 회계 처리를 위해 고가의 전문 소프트웨어를 구독해왔다. 하지만 AI가 이 업무를 더 싸고 빠르게 처리한다면, 기존 SW의 설 자리는 사라진다. 실제로 샌디에이고의 기술 기업 'GroWrk'는 최근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아사나(Asana)' 등의 구독을 해지하고 AI 도구로 대체해 연간 5만 달러(약 7000만 원)를 절감했다. 카를로스 에스쿠티아 CEO는 "이제 필요한 도구는 내부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build vs buy)"며, 필수적인 기능을 제외하고는 외부 SW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문 개발자 없이도 AI와 대화하며(Vibe) 코딩하는 세상이, 기존 SW 기업들의 '매출 파이'를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멸종? 비논리적" vs "편집광만 살아남는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AI로 대체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발상"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왔다고 드라이버가 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은 여전히 성장할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JP모건의 마크 머피 분석가도 "모든 기업이 자신만의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유지보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장의 반응이 과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용 소프트웨어 기업 캔데센트(Candescent)의 사티시 라발라 CTO는 "금융 거래에서 10달러가 9.99달러로 처리되는 오류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정교함이 요구되는 핵심 업무에서는 AI가 기존 SW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멍청한(Dumb) SW는 죽었다"…시장 재편의 서막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WSJ은 인텔의 전설적인 경영자 앤디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대여점을, 아마존이 서점을 파괴했듯,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라발라 CTO는 "소프트웨어가 죽은 게 아니라, '멍청한(Dumb) 소프트웨어'가 죽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수준의 도구는 AI로 대체되겠지만, 독자적인 데이터와 깊은 산업 전문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뜻이다. 박스(Box)의 아론 레비 CEO는 "AI 에이전트가 계약서를 검토하더라도 그 계약서를 관리할 공간(플랫폼)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플랫폼 기업의 생존을 점쳤다. 그러나 기업 고객들이 이제 'AI로 직접 개발'이라는 강력한 협상 카드를 쥐게 된 이상, SW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향후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어중간한 SW 기업들이 대거 도태되거나 인수합병(M&A)되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ditor’s Note] 'SaaS 제국'의 월세가 끊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IT 업계의 불문율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였습니다. 모든 기업은 업무를 위해 비싼 구독료를 내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집에 '세입자'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세입자들에게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었습니다. 앤스로픽의 이번 발표는 그 도구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며,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 CEO의 말처럼 모든 기업이 SW를 직접 개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존 SW 제국의 권력은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달 내는 그 구독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가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SW 기업에게 2026년은 '구독 해지'의 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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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매달 내던 돈, AI로 아낀다"⋯'SW 제국' 흔드는 '바이브 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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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핵전쟁 나면 땅속에서 솟구친다⋯소련의 '지하 발진 전투기' 야망과 좌절
- 냉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절, 미국과 소련의 군사 전략가들은 '최후의 날(Doomsday)'을 대비한 시나리오에 골몰했다. 적의 핵미사일이 빗발쳐 모든 활주로가 파괴된 상황에서도 전투기를 띄울 수 있을까? 소련 엔지니어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지하 미사일 사일로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 전투기'라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계획은 물리 법칙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 언론 클릭 페트롤레우 이 가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소련이 핵 공격 이후에도 살아남아 반격할 수 있도록 고안했던 '지하 사일로 발진 Yak-36M' 프로젝트는 공중전의 논리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사례"라며 그 흥망성쇠를 집중 조명했다. 활주로가 사라져도 뜬다…'지하 전투기'의 탄생 1950년대 이후 소련 전략가들의 최대 공포는 '제1격(First Strike)'이었다. 미국의 핵 선제 타격이 시작되면 지상의 공군 기지와 활주로가 1순위로 삭제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관하는 지하 사일로(Silo)에 전투기를 숨기는 방식이었다. 두꺼운 강화 콘크리트와 지하 깊숙한 곳은 핵폭발의 충격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륙하느냐'였다. 소련은 당시 개발 중이던 수직이착륙(VTOL) 기술에 주목했다. 실험기였던 Yak-36M은 별도의 활주로 없이 제자리에서 떠오를 수 있었다. 이론상으로는 미사일처럼 사일로 뚜껑을 열고 수직으로 솟구쳐 올라 즉시 적을 요격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이었다. 현실의 벽 1. "기름 먹는 하마"…뜨자마자 추락 위기 하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연료 효율'이었다. Yak-36M은 수직 이륙을 위해 주 엔진 외에 별도의 리프트 엔진을 가동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연료를 소모했다. 매체는 "단지 사일로를 빠져나오는 데에만 연료의 상당 부분을 써버려, 정작 전투를 치를 항속 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공중 급유도 불가능한 핵 전쟁 상황에서, 뜨자마자 연료 부족 경고등이 켜지는 전투기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현실의 벽 2. "좁은 굴뚝 속의 화약고"…조종사의 무덤 좁은 사일로 내부 환경도 기술적 난제였다. 제트 엔진이 뿜어내는 수천 도의 고열과 배기가스, 엄청난 음압이 밀폐된 공간 안에서 역류하며 기체와 조종사를 위협했다. 또한 당시의 아날로그 비행 제어 시스템으로는 좁은 통로를 수직으로 통과하는 정밀한 자세 제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륙 중 아주 사소한 실수나 기계적 결함만 있어도 전투기는 사일로 벽에 충돌해 거대한 화염병이 될 운명이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결국 바다로 간 Yak-36M…'포저'의 전신이 되다 결국 소련 군부는 이 무모한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 항공기의 분산 배치나 고속도로 활주로 이용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지하 요새의 주인이 되지 못한 Yak-36M은 이후 해군용 함재기로 방향을 틀어, 소련 최초의 실용 수직이착륙기인 'Yak-38(나토명: 포저)'로 다시 태어났다. 비록 Yak-38 역시 짧은 항속 거리와 부족한 무장 탑재량으로 '평화의 비둘기(적을 공격할 능력이 없어서)'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최소한 땅속에 묻히는 운명은 피했다. 매체는 "지하 사일로 발사 전투기 개념은 기술이 전략적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던 냉전 시대의 단면"이라며 "생존을 위해 물리학의 한계까지 도전했던 엔지니어들의 집념만큼은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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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핵전쟁 나면 땅속에서 솟구친다⋯소련의 '지하 발진 전투기' 야망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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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 시대의 명암⋯'AI 거품' 걷어내고 '진짜 경제' 직면한다
- 2026년의 첫 달을 기록적인 변동성으로 마감한 뉴욕 증시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월 6일(현지 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만 선을 돌파하며 자본주의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발 클라우드 실적 우려와 소프트웨어 섹터의 부진으로 'AI 수익성 회의론'이 확산되며 시장이 흔들렸으나, 주말을 앞두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며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한 결과다. 신기원을 열었음에도 시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기술주 섹터에서 불거진 AI 회의론이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을 강타하며 강세장의 동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한 주간 기술주의 발목에 잡혀 7,000선 안착에 난항을 겪었으며, 금요일에 이르러서야 에너지와 산업재 등 '구경제(Old-economy)'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일어나며 간신히 반등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수석 전략가는 "올해 시장의 지배적 테마는 기술주에서 소외됐던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기술주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높아져, 기업이 무엇을 발표하든 투자자들의 본능은 이익 실현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월 둘째 주(9~13일)로 향한다.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긴 안개가 걷힌 후 처음으로 발표되는 '깨끗한'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내주 월가는 지연됐던 고용(11일)과 소비자물가(13일) 등 메가톤급 지표들이 쏟아지는 '데이터의 주'를 맞이하며, 투자자들은 그동안 셧다운으로 왜곡됐던 노동 시장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글렌메드(Glenmede)의 마이클 레이놀즈 부사장은 "셧다운 여파로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깨끗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내주 지표들의 중요성은 평소보다 훨씬 높다"고 진단했다. 기업 실적 시즌 역시 정점을 찍는다. 알파벳, 아마존,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시가총액 거물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특히 MS가 막대한 인프라 지출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감동시키지 못한 터라, 알파벳과 아마존이 보여줄 AI 현금 창출 능력에 시장의 사활이 걸려 있다. TD 웰스의 시드 바이드야 전략가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지출에 멈춤이 없다는 것은 확인됐다"며, "이제는 그 지출이 실질적인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워시 지명자는 과거 통화 팽창에 비판적이었던 강경파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리드문부터 맺음말까지, 다우 5만이라는 축배 뒤에 숨은 매파적 서프라이즈와 실적 심판대가 내주 뉴욕 증시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미니해설] 다우 5만 시대의 명암: 'AI 실익'과 '매파 의장' 사이의 줄타기 "성장만으론 부족하다"…심판대에 서는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을 쏟아붓고도 소프트웨어 부문의 수익화 속도에서 의구심을 남기자,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실제로 S&P 50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지수는 최근 일주일 새 15%나 급급락하며 80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드'와 같은 에이전틱 AI의 등장이 기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는 공포를 반영한 결과다. 매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의 매슈 미스킨 수석 전략가는 "이전에는 'AI가 모든 배를 띄운다(AI lifted all ships)'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이 엄청난 기술 가속화가 다른 기업들의 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주 실적 발표를 앞둔 알파벳(11일)과 아마존(12일)은 MS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알파벳은 최근 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48% 급증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으나, 연간 자본 지출 가이던스를 기존 예상치인 115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1750억~1850억 달러로 대폭 상향하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마존 역시 올해 AI와 로봇 공학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월가는 이들이 막대한 지출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미래를 향해 '현금을 태우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준비를 마쳤다. '케빈 워시' 지명 서프라이즈…연준의 '독립성'과 '매파적 본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의 후임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것은 월가에 이른바 '워시 쇼크(Warsh Shock)'를 불러일으켰다. 워시는 과거 금융 위기 당시 위기 해결사로 활약했으나, 동시에 연준의 자산 매입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전형적인 '매파'로 분류된다. 그의 등장은 연준의 독립성 문제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의 지명 소식에 금과 은 가격은 각각 9%, 26% 폭락하며 자산 시장의 대대적인 부채 축소(deleveraging-디레버리징)를 촉발했다. 현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차기 의장 지명자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보여줄 통화 정책 기조에 따라 달러 인덱스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쿠르카파스 전략가는 "금리 기대치가 최근 몇 주간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나, 워시의 등장이 이 안정성을 시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시장의 민낯 드러날 11일…'7만 명'의 의미 내주 수요일(11일) 발표되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지표가 될 것이다. 팩트셋(FactSet)의 중간 추정치에 따르면 시장은 약 8만 명(로이터 조사 7만 명)의 신규 고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셧다운이라는 통계적 안개가 걷힌 뒤 마주할 미국 경제의 민낯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연구원은 "시장은 특정 섹터의 매도세를 견뎌낼 수 있지만, 주도 섹터인 기술주의 하락이 길어질수록 지수 전체가 버티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노동 시장의 균열을 증명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 결정은 '정책적 실수'로 비판받으며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지나치게 견조할 경우 차기 연준 체제 하에서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증시를 압박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인플레이션 2.5%의 사투…13일 물가 데이터가 가를 향방 금요일(13일)에 발표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우 5만'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마지막 척도다. HSBC 이코노미스트들은 헤드라인 CPI가 전년 대비 2.5%로 둔화되었을 것으로 보면서도, 근원 CPI는 2.6% 수준에서 멈추며 '끈적한' 인플레이션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연초 기업들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1월 효과'가 변수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케빈 워시 지명자의 매파적 본능은 더욱 자극될 것이며, 이는 증시의 멀티플(배수)을 깎아내리는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주 금과 은 가격의 폭락에서 보듯, 투자자들은 이미 호재를 선반영해 달려온 증시가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리턱' 상태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익 확정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동조화…한국 반도체 수출 34% 급등의 힘 글로벌 기술주 변동성 속에서도 한국의 경제 지표는 독보적인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1일 발표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33.9% 증가한 65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2.7% 급증한 205억 4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지출 확대가 한국의 실물 경제에는 강력한 호재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만 수요일 발표될 중국의 물가 지표가 다시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은 미국 기술주와 동조화되어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주 월가는 셧다운 이후의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며 다우 5만 선의 안착 여부를 치열하게 시험하게 될 것이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간 기준) 2월 9일(월): 멕시코 CPI, 일본 경상수지 2월 10일(화): 고용비용지수(ECI), 3년물 국채 입찰, 노르웨이 CPI 2월 11일(수): 미국 1월 고용 보고서(신공표), 중국 CPI/PPI, 10년물 국채 입찰 2월 12일(목): 영국 4분기 GDP,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30년물 국채 입찰 2월 13일(금):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유로존 4분기 GDP 수정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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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 시대의 명암⋯'AI 거품' 걷어내고 '진짜 경제'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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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8)] ECB와 잉글랜드은행 기준금리 동시 동결
-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현지시간) 예금금리를 비롯한 3대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또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3.75% 수준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금금리(연 2.00%)와 기준금리(2.15%), 한계대출금리(2.40%)를 모두 변동 없이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잉글랜드은행은 올해 첫 통화정책위원회(MPC)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75%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날 결정은 시장 예상과 달리 정책위원 9명 중 5명이 동결, 4명이 인하에 투표해 초박빙이었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2.50%)의 격차는 0.50%포인트(p)로 유지됐다. 유로존과 미국(3.50∼3.75%)의 금리 차이는 1.50∼1.75%p다. ECB는 2024년 6월부터 1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모두 2.00%p 인하한 뒤 이날까지 다섯 차례 회의에서는 모두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정책금리를 올해 내내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가 안정된 데다 남유럽 국가들 선전으로 경제성장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ECB는 "최신 평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 2%에서 안정될 것으로 거듭 확인됐다"며 낮은 실업률과 국방·인프라 분야 공공 지출 확대, 과거 금리인하 효과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1.5%로 잠정 집계됐다. ECB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2%,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상태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수석이코노미스트 야리 스텐은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국면이 몇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은 ECB가 내년에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 등 영향으로 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경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7%,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였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가 0.5% 떨어져 하락 폭이 1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화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현재 예상보다 낮출 수 있다"며 환율을 물가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러나 "현재 달러 대비 유로화의 변동 범위는 유로화 도입 이후 평균 수준에 부합한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로화 강세가 ECB 전망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환율 변동을 면밀히 관찰하지만 목표 환율을 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27일 장중 1.20달러를 돌파하며 4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가 지명된 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1.18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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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8)] ECB와 잉글랜드은행 기준금리 동시 동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