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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지표 공백' 맞은 추수감사절 증시⋯믿을 건 연준의 '비둘기 신호' 뿐
- 이번 주(11월 24일~28일)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거래일이 짧은 가운데, 핵심 경제 지표의 부재 속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살얼음판 장세'가 예상된다. 지난주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의 발언으로 되살아난 '12월 금리 인하' 불씨가 연휴 기간까지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 21일 뉴욕증시는 존 윌리엄스 총재의 "조만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발언에 힘입어 3대 지수 모두 1%대 상승 마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70%를 상회하며 시장의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취소되는 등 전례 없는 '데이터 공백' 상태는 여전히 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소다. 이번 주는 28일(목) 추수감사절로 휴장하며, 29일(금)은 조기 폐장한다. 통상 연휴 주간은 거래량이 줄어드는 '얇은 시장(Thin Market)'이 형성되어 작은 이슈에도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변수도 산적해 있다. 26일 발표되는 영국의 가을 예산안은 글로벌 채권 금리를 자극할 뇌관으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과 일본의 도쿄 물가 지표가 대기 중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연준 위원들의 엇갈린 발언과 영국의 재정 리스크가 맞물릴 경우, 연휴를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했다. [미니해설] 안개 낀 월가, 네비게이션 없이 달린다…'말(言)'에 춤추는 변동성 장세 자본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지만, 이번 주 뉴욕증시는 그 불확실성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10월 CPI 발표 취소와 11월 고용보고서 연기는 시장 참여자들의 눈을 가린 격이 됐다. 네비게이션(경제 지표)이 꺼진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운전석 옆에 앉은 연준 위원들의 '훈수'에 의존해 추수감사절 연휴라는 굽은 길을 운전해야 한다. 이번 주 증시를 관통할 4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1. 사라진 나침반: CPI 취소 초유의 사태, 12월 금리 향방은 지난주 시장을 안도하게 만든 건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해버포드 트러스트의 행크 스미스 투자전략 부문장은 이에 대해 "연준의 다음 행보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인하가 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연준이 점진적인 완화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연준 핵심 인사의 발언을 '확신'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연준 내부는 여전히 시끄럽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CNBC를 통해 "통화 정책은 적절한 위치(in the right place)에 있다"며 추가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주에도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질 예정인데, 윌리엄스와 콜린스처럼 엇갈리는 신호가 나올 경우 '데이터'라는 심판관이 없는 시장은 방향을 잃고 출렁일 수 있다. 2. 영국의 도박: '증세 철회' 딜레마, 국채 금리 발작 뇌관되나 미국이 휴일 분위기에 젖어있을 때,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는 26일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이 발표할 가을 예산안은 이번 주 글로벌 채권 시장의 최대 리스크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증세를 예고했지만, 최근 소득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정책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정부의 소득세 인상 유턴 보도는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영국 국채(Gilt) 10년물 금리가 2025년 말 4.65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곧바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3. 아시아의 시선: 금리 동결 유력한 한은, 긴축 시계 빨라진 일본 한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회의도 변수다. 2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2.50%)이 유력하다. 모건스탠리의 캐슬린 오 이코노미스트는 "이전의 비둘기파적 신호들은 최근의 긍정적인 성장 배경과 성장 지원에 대한 절박함 부족(scarce sense of urgency)으로 인해 상당히 약화되었다"고 분석했다. 3분기 GDP 선방과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해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명분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씨티 리서치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2026년에는 2.2% 성장하며 '골디락스'에 진입할 것으로 낙관했지만, 당장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은 긴축의 칼을 갈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틸리언트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는 도쿄 물가 상승을 언급하며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이 3%를 상회하고 있어, 일본은행이 긴축 사이클을 재개하는 것은 시간문제(it won’t be long before)"라고 전망했다. 엔화 가치 변동은 달러 인덱스에 영향을 미쳐 미국 증시 수급을 꼬이게 할 수 있는 잠재적 복병이다. 4. 투자 전략: 거래량 마르는 연휴 주간, '쏠림 현상' 경계령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거래일이 짧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휴가를 떠나며 거래량이 급감하는 시기다. 통상 이런 '얇은 시장'에서는 적은 물량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인 21일 기술주 반등은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짙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일라이릴리 등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12월 금리 인하가 무산되거나 영국발 채권 금리 충격이 발생하면 상승분은 순식간에 반납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주는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다. 지표 공백기에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영국 예산안 발표와 한국 금통위 결과 등 매크로 변수를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안개 낀 도로에서 과속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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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지표 공백' 맞은 추수감사절 증시⋯믿을 건 연준의 '비둘기 신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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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1)] "잠은 '추락'이다"⋯뇌, 스위치 꺼지듯 4.5분전 '급강하'
- 우리는 흔히 '잠에 빠진다(fall asleep)'고 말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뇌 과학적 진실에 가장 가까운 묘사로 밝혀졌다. 인간의 뇌는 서서히 잠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결정적 순간(Tipping Point)'을 기점으로 마치 스위치가 꺼지듯 급격하게 수면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 '마스터 스위치'가 내려간 뒤에도 뇌 전체가 동시에 잠드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 인지 영역이 먼저 잠들고 감각 영역은 한동안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순차적 종료' 과정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규명됐다. 수면의 '시기(When)'와 '방식(How)'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동시에 풀어낸 두 편의 핵심 연구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연이어 발표되며, 수면 과학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100°C에서 물이 끓듯…英 ICL "수면은 점진 아닌 '분기점'" 가장 먼저 수면의 '시기'에 대한 통념을 깬 것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과 서리 대학 공동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1000명이 넘는 자원자의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 잠들기 약 4.5분 전에 뇌 전기 활동이 급격하게 변하는 '티핑 포인트'를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니르 그로스만 ICL 신경과학자는 "수면은 점진적 과정이 아니라, 실시간 예측이 가능한 '분기(bifurcation)'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분기'는 수학 용어로, 점진적인 변화가 쌓이다가 특정 지점에서 완전히 다른 상태로 급격히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마치 99°C까지 서서히 온도가 오르던 물이 100°C에서 격렬하게 끓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수면 과학계가 조명 스위치를 서서히 줄이는 '디머(dimmer)' 방식으로 수면을 이해했다면, ICL의 연구는 수면이 '온/오프 스위치'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연구팀은 뇌전도(EEG)가 포착한 47개의 뇌 활동 특징을 수학적 공간으로 변환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로 '수면 거리(sleep distance)', 즉 뇌가 수면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추적했다. 그 궤적은 "마치 공이 가파른 경사면을 굴러 절벽으로 떨어지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단 하룻밤의 뇌 활동 기록만으로 향후 수면 시간을 95% 정확도로 예측했으며, '추락'의 순간인 티핑 포인트 오차는 평균 49초에 불과했다. 그로스만 박사는 "매 순간 잠들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전례 없는 정밀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30년 통념 깬 '49초 예측'…졸음운전 경고 현실화 ICL의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수십 년간 수면 연구의 기반이었던 고전적 모델의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일본 연구자들이 제시한 9단계 EEG 패턴 모델은, 잠드는 과정을 순차적 전환으로 설명했지만 사람마다 편차가 크고 측정이 어려워 실제 불면증 치료나 응용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49초 예측' 모델은 즉각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졸음운전 방지'다. 운전자의 뇌가 위험한 '티핑 포인트'에 근접하기 수십 초 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 개발이 현실화될 수 있다. 또한 불면증이나 주간 졸음증 환자의 상태를 정밀 진단하고, 수술실에서의 마취 모니터링 정밀도를 높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美 하버드 "뇌는 '순차 소등'…인지 영역 먼저 잠든다" ICL이 '언제' 잠드는지의 비밀을 풀었다면, 미국 하버드 의대 및 매스 제너럴 브리검(MGB) 병원 연구팀은 '어떻게' 잠드는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뇌는 '일괄 소등'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EEG-PET-fMRI라는 최신 영상 기법을 총동원해, 뇌의 신경 활동, 혈류, 그리고 에너지원인 포도당 대사를 동시에 추적했다. 그 결과, '티핑 포인트'를 지나 잠에 빠져들 때 뇌 영역별로 뚜렷한 시간차가 발생했다. 뇌를 하나의 거대한 '사무실 빌딩'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고차원적 사고와 기억을 담당하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 즉 '임원실'과 '기획실'의 불(포도당 대사)이 먼저 꺼졌다. 이 영역은 수면 중 강력하게 억제됐다. 하지만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 즉 '중앙 보안실'이나 '전력 공급실'은 달랐다. 이 영역들은 대사적으로 활발한 상태를 유지하며 오히려 더 강한 혈류 변동을 보였다. 뇌의 대부분이 휴식에 들어간 뒤에도,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최소한의 '경계 근무'는 계속되는 셈이다. 알람 소리 듣는 이유…'보안실'은 켜져 있었다 이러한 '순차 소등' 메커니즘은 우리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여도, 화재경보기 소리나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중요한 자극에 반응해 깨어날 수 있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 '보안실'의 전원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징위안 첸 교수는 "다른 뇌 영역이 다른 시간에 잠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감각 영역이 활성을 유지하는 패턴이 뇌의 보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인간의 수면은 뇌 전체의 단순한 '셧다운(일시 정지)'이 아니다. ICL이 발견한 '마스터 스위치(티핑 포인트)'가 내려가면, 하버드팀이 밝혀낸 '설계도'에 따라 인지 영역(임원실)의 전원이 먼저 차단되고, 감각 영역(보안실)은 최소한의 경계를 유지하는 고도로 정교한 '단계적 프로세스'다. 물론 이번 연구들은 실험실 환경(소음, 부분적 수면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건강한 수면의 '청사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향후 수면 중 뇌 노폐물 제거 과정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 등 신경 질환 환자에게서 이 '청사진'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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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1)] "잠은 '추락'이다"⋯뇌, 스위치 꺼지듯 4.5분전 '급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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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0)] 탄화규소(SiC) 양자 센서, '다이아몬드' 한계 넘어 생체 내부 측정 길 열어
- 인류는 오랫동안 '평균'의 세계에 의지해 왔다. 거대한 원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측정하는 고전 물리학의 눈으로는, 숲 전체의 웅성거림은 들을 수 있어도 나뭇잎 하나하나의 속삭임을 포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원자 하나, 전자 하나의 미시 세계를 직접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 바로 '양자 기술'이다. 양자 기술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 능력의 '양자 컴퓨팅', 도청 불가능한 통신을 구현하는 '양자 통신', 그리고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 센싱'이다. 이 중 가장 먼저 우리 곁에 다가와 상용화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분야가 바로 양자 센싱이다. 기술 성숙도(TRL)가 6~7단계에 이르러, 이미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뇌 질환 조기 진단…상용화 임박한 '꿈의 센서' 양자 센싱이란 '양자 얽힘'이나 '중첩'처럼 원자 크기에서만 나타나는 미묘하고 섬세한 현상을 이용해 세상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기존 센서가 수백만 명의 군중이 내는 함성(고전 물리)을 측정했다면, 양자 센서는 그 군중 속 단 한 사람의 목소리(양자)를 정확히 골라 듣는 것과 같다. 이 '단 하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열리는 가능성은 경이롭다. 인공위성(GPS) 없이도 완벽하게 위치를 파악하는 내비게이션, 전파 방해나 교란이 불가능한 군사 유도 시스템, 그리고 쓰나미나 화산 활동을 미리 감지하는 정밀한 지각 변동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특히 의학계의 기대는 폭발적이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은 극도로 미약한 신경 자기장 신호의 변화로 시작된다. 양자 센서는 이 변화를 분자 단위에서 감지하여 질병의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다이아몬드 NV 센터'라 불리는 센서다. 인공 다이아몬드 격자 구조의 미세한 결함을 이용하는 이 센서는 복잡한 냉각 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강력한 이점을 가졌다. 보쉬, Qnami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 기술의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다이아몬드'의 아킬레스건, 생명체엔 '독'이 된 녹색광 하지만 이 강력한 '다이아몬드 센서'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살아있는 생명체, 즉 '생체 내(in vivo)'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NV 센터는 녹색광(532nm)으로만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데, 물과 유기 분자는 이 녹색광을 매우 효율적으로 흡수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치 잠자는 아기(세포)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눈앞에 환한 건설용 탐조등(녹색광)을 비추는 것과 같다. 탐조등 불빛 때문에 아기가 깨어나고(가열) 관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형광 간섭)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고유한 특성은 회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대체 솔루션을 찾기 위한 긴급한 탐색이 필요했다"고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연구진은 '탄화규소(SiC)'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SiC는 이미 반도체 웨이퍼 기술로 널리 쓰이는 생체 친화적 소재다. 결정적으로 SiC 내부의 '이중공극'이라는 결함은 다이아몬드와 달리 '근적외선' 영역에서 작동한다. 이 근적외선은 인체 조직이나 물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통과하는, 이른바 '제2의 생물학적 창(second biological window)'으로 불리는 황금 대역이다. 아기에게 아무런 방해를 주지 않는 정교한 '야간 투시경'을 찾은 셈이다. 해답은 '탄화규소', 알켄 코팅으로 '산화' 문제 해결 하지만 SiC에도 난관은 있었다. SiC 표면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녹)되어 'a-SiO2'라는 막을 형성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무작위적(stochastic)으로 일어나 센서의 정밀도를 망가뜨리는 수많은 불순물(탄소 클러스터)을 만든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함) 중심의 확률론적 특성은 양자 응용에 부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양자 신호) 도중, 무작위로 불협화음(산화막 결함)이 끼어드는 것과 같았다. 초정밀 양자 센서를 작동시키기엔 치명적인 환경이었다. 여기서 연구진의 독창적인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이들은 산화라는 '급진적으로 다른 표면 처리'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알켄(alkene)'이라는 유기 분자 사슬로 SiC 표면을 정밀하게 코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바닥을 청소하는 수준을 넘어, 물과 오염물질이 애초에 스며들 수 없는 '초박막 특수 방수 코팅'을 표면에 정밀하게 시공한 셈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팀은 "알켄으로 종결된 SiC 표면이 이중공극 스핀 양자 센서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알켄 코팅은 물 분자를 밀어내는 소수성 보호막 역할을 하여 센서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Gd-DO3A라는 단일 분자를 감지하는 실험을 통해, 이 새로운 SiC 센서가 기존 산화막 처리 방식 대비 "예측된 우월성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민감도는 다이아몬드 센서에 필적하면서도, 생체 적용이라는 핵심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100억 달러 시장 선점 경쟁…AI와 결합하는 양자 센싱 이 기초 과학의 성과는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 센서 시장은 2030년 약 14억 2000만 달러(약 2조 947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맥킨지는 203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742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의 모태에서 분사한 샌드박스AQ(SandboxAQ)는 이미 1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며 의료 및 내비게이션용 양자 센싱 향상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연간 9억 달러에 가까운 예산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이는 양자 센싱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래 산업과 국가 안보의 패권을 좌우할 '전략 기술'임을 방증한다. 이제 원자 하나하나의 속삭임을 듣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SiC 양자 센서의 개발은 '알츠하이머 정복'이나 '신약 개발'처럼 인류의 숙원이던 생명 현상의 비밀에 다가갈 가장 정교한 '현미경'을 손에 쥐었음을 의미한다. 상상에 머물던 나노 단위의 생체 탐험이 비로소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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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0)] 탄화규소(SiC) 양자 센서, '다이아몬드' 한계 넘어 생체 내부 측정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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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5.5년 만에 박사까지⋯정부, 패스트트랙·국가석좌교수제 추진
- 정부가 인공지능(AI) 핵심 인재를 조기 육성하기 위해 학·석·박사 과정을 통합한 '5.5년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고, 정년 없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국가석좌교수제(가칭)' 도입을 추진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모두를 위한 AI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내년 초·중·고 및 대학 교육에 총 1조4천억 원을 투입해 AI 인재 양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AI 전형을 확대하고, 3개 거점 국립대를 AI 거점대학으로 선정해 300억 원을 지원한다. 또 기업과 협력해 산업학위제·사내 대학원 설치를 추진하고, 직업계고를 AI 중심으로 재편한다. 최 장관은 "AI 인재 양성은 국가 생존전략의 핵심"이라며 "AI 전환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미니해설] "AI 인재 양성은 국가 생존 전략" 정부가 인공지능(AI) 핵심 인재를 조기에 길러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 교육 개혁에 나선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통합해 5.5년 만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고, 최고 수준의 석학이 정년 제한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석좌교수제(가칭)'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AI 인재 양성은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며 "AI 전환(AX)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학·석·박사 5.5년 통합과정 신설 정부는 기존에 8년 이상 소요되던 학사~박사 과정을 5.5년 만에 마칠 수 있는 'AI 패스트트랙'을 마련한다. 우수 인재들이 20대 초반에 산업계나 연구 현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AI 산업의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년퇴직 이후 세계 유수 대학으로 유출되는 석학 문제를 막기 위해 정년 제한 없이 연구와 강의를 지속할 수 있는 '국가석좌교수제'를 도입한다. 국공립 및 사립대의 65세 정년 규정을 완화해, 최고 수준 교원이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거점 국립대 AI 허브로 육성 AI 산업이 수도권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정부는 지방 거점 국립대를 AI 연구 중심 대학으로 집중 육성한다. 내년 3개 대학을 선정해 300억 원을 투입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구 인프라 구축과 AI 단과대학 설립을 지원한다. 또 지역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AI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여러 지방대가 연합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연합 연구단'을 BK21(두뇌한국21) 사업에 신규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고급 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조4천억 원 투입…초·중·고부터 AI 교육 강화 교육부는 내년 한 해 동안 AI 인재 양성에 총 1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초·중등 교육에는 9000억 원, 고등교육에는 5000억 원이 각각 배정된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AI·소프트웨어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현재 14개교에서 내년 27개 전체 학교로 확대하고, AI 역량 중심의 입학 전형도 신설한다. AI 교육을 집중 운영하는 'AI 중점학교'는 올해 730곳에서 2028년 2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학교는 정보 교과 시수를 늘리고, AI 진로 체험과 프로젝트형 수업을 강화한다. 또한 초·중학교 과학실을 '지능형 과학실'로 전환해 현재 60% 수준에서 2027년까지 100%로 확대한다. 직업계고와 마이스터고도 AI 중심으로 재편된다. AI 교과목 채택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고, 매년 7개교씩 ‘AI 특화 마이스터고’를 새로 지정해 2030년까지 총 35개교를 육성한다. 산업과 연계된 교육혁신…산업학위제 도입 산업 현장 수요에 맞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는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를 확대한다. 기업이 직접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사내 대학원 설립을 장려하고, 현장에서 수행한 연구개발 성과를 학위로 인정하는 '산업학위제'도 신설한다. 또 교원 확보율 100% 또는 국공립대 전임교원 70% 이상 충족 시 대학 정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대학 대학원은 별도 요건 없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AI 교육, 전 국민으로 확대 정부는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대학생, 성인, 재직자 등 전 세대가 AI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생애주기형 학습 체계를 구축한다. 비전공 대학생에게는 AI 기본소양 강좌를 개설하고, AI 윤리 및 융합 교양 강의를 30개 대학에 지원한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AID(Artificial Intelligence & Digital) 집중과정'을 확대해 직무 관련 AI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30세 이상 학습자에게는 '디지털 평생교육이용권'을 확대 지급해 경제적 부담 없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 AI 강국 도약 위한 국가 전략 교육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인재 부족으로 지적된 한국의 AI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토터스(Tortoise)가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6위를 기록했지만, 인재 부문에서는 13위에 그친 바 있다. 최교진 장관은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자 생존 전략"이라며 "AI 교육을 국민 모두의 기본권으로 만들고, 연구자와 산업인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AI 인재 양성을 국가적 아젠다로 격상시킨 것으로, 향후 AI 산업 육성 전략 및 교육 개혁의 중장기 로드맵과 연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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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5.5년 만에 박사까지⋯정부, 패스트트랙·국가석좌교수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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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1)] 호르몬 피임약, 유방암 위험 높일 수 있어⋯JAMA 연구 경고
- 호르몬 피임제가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새롭게 제시됐다. 의학 학술지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형 피임제 또는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제를 복용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다수의 여성 참여자를 대상으로 복용 이력과 병력을 분석한 결과, 복합 피임약 복용군은 약 12%,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약(특히 데소게스트렐) 복용군은 약 21% 높은 유방암 위험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상대적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병률의 절대적 상승 폭은 크지 않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예를들어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16~39세 여성 10만 명 중 호르몬 피임제를 사용하는 경우의 추가 발병 건수는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호르몬 피임제는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생리 주기를 조절하며 난소암·자궁내막암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피임 목적과 개인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니해설] 피임과 유방암, 다시 불거진 논쟁 호르몬 피임제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여성 건강 관리의 균형점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에 게재된 연구는 "호르몬 피임제 사용 여성이 미사용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통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는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 이력과 병력 기록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혼합한 복합형 피임약 사용자는 12%,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약(특히 데소게스트렐 성분)은 21%의 상대적 위험 증가를 보였다. 이는 피임약이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유방세포의 성장 신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의학적 추론과 일치한다. "위험 증가 맞지만, 절대적 위험은 낮아" 다만, 연구진은 "상대적 위험 증가는 존재하더라도, 실제 발병률의 절대적 증가는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실린 또 다른 연구는 16~39세 여성 10만 명당 추가 발생 건수가 극히 적다고 지적했다. 즉, 호르몬 피임제 복용으로 인한 유방암 위험이 '모든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결과를 해석할 때 '위험-편익 균형(risk-benefit balance)'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호르몬 피임제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생리불순 조절·자궁내막증 완화·난소암·자궁내막암 예방 등 다양한 의학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피임제의 주요 부작용 연구진은 피임약의 이점 외에도 몇 가지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역감: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은 피임약 복용 초기에 흔하며, 식후 복용이나 취침 전 복용 시 완화된다. 기분 변화: 호르몬이 뇌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일부 여성은 불안·우울·예민함을 호소하지만, 반대로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유방 압통: 초기 복용 시 유방이 부풀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으나 대부분 수주 내에 사라진다. 부정출혈(스포팅): 복용 초기 2~3개월간 자궁내막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다. 두통: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여성은 편두통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복용 중단 또는 약 변경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전문가 "개인 맞춤 상담 필수" 전문가들은 호르몬 피임제 사용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장기 복용보다는 단기간 피임 목적의 사용이 비교적 안전하며,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 정기적인 유방검사와 혈중 호르몬 수치 모니터링이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피임약 외에도 여러 비(非)호르몬 기반 피임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구리 자궁내장치(IUD)나 콘돔, 또는 주기적 배란 관찰법 등은 호르몬 영향이 없어 유방암 위험 요인과 무관하다. 최근에는 저용량·국소형 호르몬 피임제나 피부 패치형 피임 시스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한 신제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성 건강의 핵심은 '정보 접근과 자율성' 의학계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 결정을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호르몬 피임제는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여성이 사용하는 약물로, 그 사회적 영향이 크다. 따라서 단일 연구 결과에 따른 공포보다, 객관적 데이터와 개인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연구는 호르몬 피임제의 잠재적 부작용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의학계는 이를 "위험 경고"가 아니라 건강한 경각심 제고의 계기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피임제는 의학적 편의와 위험 사이의 미묘한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단일 연구의 결과보다 각 여성의 연령, 병력, 가족력, 복용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료적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의사의 상담 아래 복용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병행한다면 호르몬 피임제는 여전히 유용한 선택지로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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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1)] 호르몬 피임약, 유방암 위험 높일 수 있어⋯JAMA 연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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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삼성·SK·LG, 'AI 초협력' 선언⋯한국 제조업 두뇌 바뀐다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SK그룹, LG전자와 손잡고 국내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AI) 혁신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와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AI 팩토리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으로,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해 구축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글로벌 공급망 지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의 GPU와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그룹 내 제조 계열사뿐 아니라 정부·스타트업에도 개방해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LG전자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차세대 AI 산업 기술을 고도화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아이작 GR00T' 기반 피지컬AI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생산라인에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 주요 기업과 엔비디아는 제조, 반도체, 로봇, 통신 등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니해설] 엔비디아, 한국 제조 대기업과 'AI 초협력' 선언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가 한국의 삼성전자, SK그룹, LG전자와 손잡고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의 AI 전환을 본격화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반도체와 제조의 생산 인프라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31일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전자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각 사와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AI 팩토리'로 제조의 두뇌를 바꾼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이 플랫폼은 반도체 생산 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해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지능형 공장으로, 엔비디아의 GPU와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삼성은 향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해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파운드리 공정에 AI 분석 기능을 적용하고, 공정 설계·불량 예측·품질 관리를 모두 자동화한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과 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은 또한 국내 소재·장비·팹리스 기업들과 AI 팩토리 관련 협력을 확대해 반도체 산업 전체의 AI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 나아가 미국 테일러 등 해외 생산기지에도 동일한 인프라를 도입해 글로벌 공급망의 지능화를 완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하며, 엔비디아 GPU 생태계의 핵심 공급망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 '제조 AI 클라우드'로 산업 생태계 개방 SK그룹은 엔비디아 GPU와 '옴니버스'를 활용해 아시아 최초의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이 플랫폼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정부기관과 스타트업에도 개방돼 국내 제조업 전반의 AI 도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클라우드는 RTX 프로 6000 블랙웰 GPU 2000장을 기반으로 SK하이닉스 이천·용인 클러스터에서 운영된다.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 효율과 설비 유지보수 정확도를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SK그룹은 또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과 함께 제조 분야 AI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국내 제조 AI 생태계의 성장을 이끄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AI를 산업혁신의 엔진으로 삼아 제조·로봇·디지털트윈 등 모든 산업이 규모와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피지컬 AI'와 디지털트윈으로 미래 공장 그린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기능을 고도화한다. LG는 또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오픈USD'를 활용해 글로벌 생산거점에 초정밀 디지털트윈을 구축하고, 실제 설비 도입 전 시뮬레이션으로 최적 운영 환경을 검증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AI가 물류 흐름·생산라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병목, 불량, 고장 등을 사전에 감지하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어진다. LG전자는 AI 서버 발열을 제어하는 액체냉각 장치(CDU) 공급을 위한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탄소 저감형 냉각수 순환 및 직류(DC) 전력 솔루션 등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엔비디아, '한국형 AI 제조 생태계'의 허브로 삼성·SK·LG와의 협력으로 엔비디아는 한국을 AI 제조 인프라의 핵심 허브로 부상시켰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삼성은 반도체 제조 혁신의 파트너, SK는 AI 인프라의 중심, LG는 피지컬 AI의 선도자"라며 "한국의 기술 생태계가 전 세계 AI 산업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삼성의 반도체 AI 팩토리 ▲SK의 제조 AI 클라우드 ▲LG의 피지컬 AI 및 냉각 솔루션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산업용 AI 생태계'를 완성하는 구조다.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 글로벌 경쟁력 재편의 분기점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순한 공급망 강화를 넘어, AI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으로 한국 제조업이 전환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AI 팩토리를 통해 반도체 공정의 효율을 혁신하고, SK그룹이 AI 클라우드를 통해 제조업 데이터 생태계를 개방하며, LG전자가 피지컬 AI로 공장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구조는 AI 기술의 산업화 모델로 평가된다. 이 세 축이 맞물리면,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강국을 넘어, AI 기반 '스마트 제조 강국'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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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삼성·SK·LG, 'AI 초협력' 선언⋯한국 제조업 두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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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2)] 표고버섯으로 구동되는 컴퓨터 메모리⋯'생체 기반 반도체' 가능성 열렸다
-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과학자들이 표고버섯(Lentinula edodes)에서 자라는 균사체(mycelium)를 활용해 정보 저장 기능을 갖춘 컴퓨터 메모리 소자를 구현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메모리와 유사한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저비용·고확장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버섯의 뿌리 역할을 하는 균사체 구조가 전기·화학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망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균사체 조직을 건조해 회로에 연결한 뒤 전류를 흘려보내자, 이전의 전기적 상태를 기억하는 '멤리스터(memristor)' 특성이 나타났다. 이는 뇌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역할을 모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오하이오 스테이트 뉴스, 사이언스 얼럿,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멤리스터의 성능을 연구하기 위해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 샘플을 배양했다. 배양을 완료한 뒤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기 이해 탈수 과정을 거친 후, 특수 전기 회로에 연결하고 다양한 전압과 주파수에 연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머쉬리스터(mushristor)'로 불린 이 소자는 초당 약 5850회(약 170마이크로초 간격)의 신호 전환 성능을 보여, 상용 저속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소속 연구자 존 라로코(John LaRocco) 박사는 "생물학적 신경활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칩은 대기전력 소모가 작아 경제적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확도는 약 90%로, 버섯을 사용한 특이한 시스템으로서는 놀라운 수치였지만 실용적인 저장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내구성과 방사선 저항성이 뛰어난 표고버섯 종을 선택해, 페트리 접시에서 균사체를 성장시킨 뒤 자연 건조 과정을 거쳐 소자로 활용했다. 다만 전압이 높을수록 성능 저하가 나타나 추가 균사체를 병렬 연결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이어갔다. 라로코 박사는 "균사체(곰팡이) 전자공학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이상적인 후보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균사체 메모리스터는 생분해성으로, 기존 메모리스터나 반도체보다 제조 비용이 저렴해 전기 낭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기존 반도체는 종종 고가의 희토류 광물과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는 "균사체를 컴퓨팅 기판으로 활용한 연구는 직관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으나,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메모리스티브 시스템 중 하나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려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이 즉각 대중용 컴퓨팅 장비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연구진은 개인용 장치부터 항공우주 분야까지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표고버섯은 방사선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표고버섯으로 만든 장치는 우주 탐사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로코 박사는 "필요한 것은 퇴비 더미와 간단한 전자장비 정도"라며 "균류 기반 컴퓨팅 연구는 지금 당장도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유기 멤리스터는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지만 연구진은 논문에서 "컴퓨팅의 미래는 균류(fungal)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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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2)] 표고버섯으로 구동되는 컴퓨터 메모리⋯'생체 기반 반도체' 가능성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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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뉴욕증시, 중대 기로에 서다
- 4년간 이어진 강세장 끝에 뉴욕 증시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오랜 평온을 깨고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다음 주 발표될 테슬라와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 연방정부 업무정지로 지연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재점화한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지방은행의 신용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1월 1일까지 관세 인상을 위협하면서 무역 긴장이 고조됐다. 이로 인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급등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13.3%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LPL 파이낸셜에 따르면 상승 추세에 있는 S&P500 종목 비율은 7월 초 77%에서 최근 57%로 줄어든 반면, 하락 추세 종목은 23%에서 44%로 늘었다. 소수의 대형주가 지수를 떠받칠 뿐, 시장 전반의 체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2일(테슬라)과 21일(넷플릭스)에 각각 발표될 실적에 집중된다. 셧다운으로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성적표는 경기 상태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다. 또한, 24일 공개될 9월 CPI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은 10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물가 지표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니해설] 강세장 '속 빈 강정' 되나…내부 균열 속 3대 변수와 마주한 뉴욕증시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4년간 이어지던 뉴욕 증시의 강세장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오랜 기간 이어진 이례적인 평온을 깨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숨죽인 채 다음 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지연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공개,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변수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수는 최고치, 체력은 '경고등' 표면적으로 뉴욕 증시는 견고해 보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3.3% 상승했으며, 사상 최고치와 불과 1.3% 차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17일 약 6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내부 지표는 더욱 뚜렷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LPL 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에 따르면, S&P 500 종목 가운데 상승 추세를 보이는 종목의 비율은 지난 7월 초 77%에 달했지만, 이달 15일에는 57%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하락 추세 종목은 같은 기간 23%에서 44%로 급증했다. 턴퀴스트 전략가는 "좁혀지는 격차는 시장 기반에 나타나는 균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부 초대형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 뿐, 시장 전반의 체력은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 선임 투자 전략가 역시 "오르는 기업 수는 적은데 초대형주 때문에 지수가 오르는 현상은 매우 중요한 괴리 신호"라고 지적했다. 경제지표 공백 속 '실적'이 유일한 등대 이런 상황에서 3분기 기업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월간 고용보고서를 포함한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기업들의 성적표가 사실상 미국 경제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유일한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고든 전략가는 "기업 보고서와 경영진의 발언은 거시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할 가장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주요 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으로 출발선을 끊었지만, 시장의 눈은 이제 기술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하는 넷플릭스와 테슬라는 물론, P&G, 코카콜라, IBM 등 각 분야 대표 기업들의 실적과 향후 전망이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만약 기업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거나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한다면, 시장의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연준의 손발 묶는 '물가'와 글로벌 변수 오는 24일 발표될 9월 CPI는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팽배한 가운데, CPI 결과는 연준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장 예상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게 나타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글렌미드의 마이클 레이놀즈 투자 전략 부사장은 "10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 경로를 이탈하게 하려면, 정말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이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얼마나 강하게 믿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밖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맞서 고율 관세를 위협하며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4.8%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둔화세가 뚜렷하다. 영국은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본은 새 총리 선출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다음 한 주는 뉴욕 증시가 '내부 동력'과 '외부 충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강세장이 힘을 이어갈지, 아니면 깊은 조정 국면에 들어설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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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뉴욕증시, 중대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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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태우 비자금은 불법 자금"⋯최태원 회장 1조3천억 재산분할 판결 파기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000억 원대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은 뇌물로 조성된 불법자금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는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으며, 이러한 자금을 부부 재산 형성의 기여분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이 이미 처분한 SK 주식 등은 사실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보유하지 않은 만큼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도 내렸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 지급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두 사람의 소송은 재산분할 부분을 두고 다시 2심 재판이 열린다. [미니해설] 대법,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파기환송⋯2심 서울고법으로 환송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판단에 따라 다시 2심으로 돌아갔다. 핵심 쟁점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이 대법원에서 불법자금으로 판단되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뇌물로 조성된 불법자금으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재산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 인정된 재산분할금 1조3천808억 원 판결은 파기되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환송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불법원인급여'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해석이다. 민법 제746조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혼 재산분할에서도 불법원인급여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뇌물로 형성된 자산은 반사회적·반도덕적 성격이 뚜렷해 재산분할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은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300억 원을 제공했고, 이 자금이 SK그룹의 초기 자금 형성에 기여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 1심(665억 원)의 20배가 넘는 1조3000억 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자금이 불법 비자금임이 명백한 이상, 이를 부부 공동재산 형성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최 회장이 이미 처분했거나 증여한 SK 및 SK C&C 주식,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출한 자금 등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법원은 "혼인 파탄 이전에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처분된 재산은 공동생활의 유지나 재산 가치 증대와 관련된 것으로, 2심 변론종결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처분한 927억 원 규모의 주식 및 자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한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은 최 회장에게 있고, 노 관장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이혼 재산분할 문제를 넘어, 불법 자금이 혼인 중 형성된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노태우가 대통령 재임 중 수수한 뇌물을 사위 측 가문에 지원하고 그 출처를 은폐한 행위는 사회질서에 반하며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 측은 그동안 "비자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SK 성장에 기여한 점을 재산분할에서 참작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이를 기여로 인정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면서 결별이 공식화됐다.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불성립으로 끝났고, 노 관장은 2019년 맞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심은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 665억 원을 인정했으나, 2023년 2심은 이를 대폭 늘려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을 명령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소영 관장의 기여가 SK그룹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은 불법 비자금이 재산 형성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로써 두 사람의 '세기의 이혼'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재산분할 부분이 서울고법으로 환송되면서, 양측은 다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최 회장 측은 "노태우 자금의 불법성이 확인된 만큼, 현실적인 재산분할 규모는 대폭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불법자금이 포함된 혼인 재산의 분할 가능성을 차단한 의미 있는 선례"라며 "재산의 출처와 사회적 정당성이 향후 이혼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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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태우 비자금은 불법 자금"⋯최태원 회장 1조3천억 재산분할 판결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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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우리 뇌는 이미 0.5%가 플라스틱이다
- 2025년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협약 최종 협상 시한을 앞두고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세계 최상위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독성학자 매튜 캠펀(Matthew Campen) 교수팀이 부검 시신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채취 샘플에서 뇌 무게의 약 0.5%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불과 8년 전 같은 부위와 비교하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50% 증가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제2차 미세플라스틱 저감 종합계획(2024~2028)'이 발표됐지만, 범정부 차원의 통합 규제 체계는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102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관한 체계적 조사·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과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 남극 빙하 속에서 발견되던 미세플라스틱이 이제 인간의 뇌와 심장 동맥, 태반과 모유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2024~2025년 사이 세계 최상위 의학저널들에서 연이어 발표된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최신 연구와 국내외 전문가 발언을 직접 분석해 '몸속 플라스틱'의 실체를 추적했다. 숟가락 한 개 분량의 플라스틱이 뇌에 있다 2025년 2월, 미국 뉴멕시코대학교(UNM) 매튜 캠펀 교수팀이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한 연구는 의학계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겼다. 연구팀이 부검 시신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2024년에 채취한 뇌 샘플에서 검출된 미세·나노플라스틱의 농도가 조직 1그램당 평균 4,917마이크로그램(μg/g)에 달했다. 이는 뇌 무게의 약 0.5%에 해당하는 양으로, 표준 플라스틱 숟가락 한 개가 통째로 들어 있는 셈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증가 속도다. 2016년에 채취한 동일 부위 뇌 조직과 비교하면, 불과 8년 사이에 플라스틱 농도가 50% 증가했다. 뇌의 플라스틱 농도는 간이나 신장보다 7~30배 높았으며, 검출된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폴리에틸렌(PE)이었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이 입자들은 대부분 나노미터 규모의 뾰족한 파편 형태로 확인됐다. "우리 뇌 속에 이 정도의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뇌의 플라스틱 농도는 간이나 신장보다 7~30배 높다."-매튜 캠펀(Matthew Campen) 교수,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독성학과 [출처: Nihart AJ et al., 'Bioaccumulation of microplastics in decedent human brains', Nature Medicine, Vol.31, 2025.02.03]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며, 1μm(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입자는 나노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이 미세한 입자들이 어떻게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하고, 어떤 질환을 유발하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현재 전 세계 의학계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오는가-플라스틱 생수병부터 타이어까지 미세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처음부터 작게 제조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큰 플라스틱 제품이 자외선·파도·마찰에 의해 잘게 부서지는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을 세탁 합성섬유(35%), 타이어 마모(28%), 도시 먼지(24%) 순으로 분류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파편의 직접 기여율은 0.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생수 한 병 속 나노플라스틱 24만 개 우리가 '깨끗하다'고 믿는 생수가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유입 경로 중 하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2024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1리터에서 평균 24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으며 이 중 90%는 나노플라스틱이었다. 페트병 제조·필터링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물속으로 용출되는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성인이 하루 2리터의 생수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20조 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물을 통해서만 섭취하게 된다."-셰리 메이슨(Sherri Mason)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출처: Columbia University / Penn State Behrend College, PNAS 2024]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 박준우 박사는 국내에서 식품 섭취와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연간 7만4,000~12만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102kg으로, 이를 500ml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약 8,500개에 해당한다. [출처: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준우 박사, 국회 미세플라스틱 저감 토론회 발표(2022) / 환경부 환경백서(2022)] 미세플라스틱이 인체로 유입되는 경로는 세 가지다. 음식·물을 통한 섭취(ingestion), 공기를 통한 흡입(inhalation), 피부 접촉을 통한 흡수(absorption)다. 문제는 일단 체내에 들어온 플라스틱이 쉽게 배출되지 않고 장기 조직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NEJM 2024-심장마비·뇌졸중 위험 4.5배 2024년 3월 7일, 세계 최상위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된 논문은 전 세계 심장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교 라파엘레 마르펠라(Raffaele Marfella) 교수팀이 경동맥 수술 환자 257명의 혈관 플라크(죽상경화반)를 분석한 결과, 58%의 환자 플라크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검출 환자군을 34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플라크에 플라스틱이 있는 환자는 플라스틱이 없는 환자에 바해 심장마비·뇌졸중·사망 위험이 4.53배 높았다(위험비 4.53; 95% 신뢰구간 2.00~10.27; P<0.001). 구체적으로 플라스틱 검출군 150명 중 20%(30명)가 심혈관 합병증을 겪은 반면, 미검출군 107명에서는 7.5%(8명)에 그쳤다. "이 연구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인체 혈관 병변과 연관돼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다. 우리의 데이터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라파엘레 마르펠라(Raffaele Marfella) 교수,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교 [출처: Marfella R et al.,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 in Atheromas and Cardiovascular Events', NEJM, 2024.03.07] "심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 중 이 정도 위험 배율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아루니 바트나거(Aruni Bhatnagar) 교수, 미국 루이빌대학교 심혈관 연구자(연구 미참여) [출처: Science News, 2024.04] 뇌와 치매-상관관계의 공포 캠펀 교수팀의 《네이처 메디슨》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치매 환자의 뇌 조직 분석 결과다. 사망 전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12명의 뇌에서는 정상인 대비 최대 1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 플라스틱 조각들은 특히 뇌 혈관 벽과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에 집중적으로 축적돼 있었다. "플라스틱이 모세혈관의 혈류를 막거나, 뇌 축삭돌기 사이의 연결을 방해하거나, 치매 관련 단백질의 응집을 촉진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아직 모른다."-매튜 캠펀 교수, 뉴멕시코대학교 [출처: UNM HSC Newsroom / Nature Medicine 2025.02] 다만 연구자들은 인과관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치매 자체가 뇌혈관 장벽의 투과성을 높여 플라스틱 축적이 늘어나는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비 스테이플턴(Phoebe Stapleton) 미국 럿거스대 교수도 '플라스틱이 뇌에 쌓였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후속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출처: Rutgers University / YTN Science 2025.02] 태아와 태반-태어나기 전부터 노출된다 가장 충격적인 발견 중 하나는 태반에서의 검출이다. 캠펀 교수팀이 2024년 조사한 62개의 인간 태반 샘플 전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탈리아 연구팀 역시 2021년 태반과 탯줄에서 플라스틱을 발견해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기도 전에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Matthew Campen 연구팀 / Ragusa A et al.,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1 / 국회 미세플라스틱 토론회(2023)] 인체 영향-염증·호르몬 교란·심장 기형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첫째, 물리적 자극에 의한 염증 반응이다. 뾰족한 조각 형태의 나노플라스틱이 세포와 혈관 벽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NEJM 연구에서 플라크에 플라스틱이 있는 환자군이 인터루킨-18(IL-18) 등 염증 지표가 유의미하게 높았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 문제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BPA(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의 화학물질이 호르몬 체계를 교란한다. 이 물질들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혈관을 손상시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셋째,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이 확인한 복합 독성이다. 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 중 유기 오염물질(발암물질 벤조안트라센 등)을 흡착해 체내에서 복합 독성을 발휘하며,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축적이 증가하고 심장 기형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0.2μ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1.0μm, 10μm보다 발암물질과 결합 시 훨씬 심각한 심장 독성을 나타냈다. 크기가 문제다."-정진영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출처: KRIBB 보도자료 / Chemosphere, 2023.04] 전문가들이 말하다-연구자·의사·규제당국의 목소리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에 대해서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혈관외과의 로스 클라크(Ross Clark) 박사는 "플라스틱이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우리가 오늘 플라스틱 생산을 멈춰도 기존 플라스틱은 계속 분해되어 생태계에 쌓인다"고 지적했다. [출처: AHA 혈관발견학회 발표(2025.04)]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필립 랜드리건(Philip Landrigan) 교수는 "미세·나노플라스틱 노출이 심혈관 위험 인자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심장 이외에 어떤 장기가 위험에 처해 있는가? 어떻게 노출을 줄일 수 있는가?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답해야 할 긴급한 질문들이다"라고 지적했다.[출처: NEJM 2024 동반 논평(accompanying editorial)] 우리나라의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의 박준우 박사는 "식품 섭취와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연간 7만4000~12만1000개로 추정된다.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 의무화 등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미세플라스틱 저감 제도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2022.06)]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년 미세플라스틱 위험 평가 보고서는 "현재 검출된 수치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출처: WHO, 'Dietary and inhalation exposure to nano- and microplastic particles', 2022] 한국의 현실-세계 최고 수준 플라스틱 소비, 규제는 초기 단계 한국은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생수 페트병 109개,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2개, 비닐봉투 533개, 배달용기 568개로, 1인당 약 19kg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그린피스 코리아, 2023). 전국 소비 페트병은 연간 56억 개로, 500ml 생수병을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반면 규제는 아직 초기 단계다. 환경부는 2022~2025년 미세플라스틱 환경 매체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규제 체계는 부재하다. 조제희 변호사는 2023년 국회 토론회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배출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관한 조사·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미 2023년부터 의도적으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수돗물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을 의무화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필터 부착 의무화,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 발생원별 규제 확대를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2023 / 국회 미세플라스틱 토론회(2022·2023) / 환경부] '예방 원칙'의 시간이 왔다 이번 미세플라스틱 이슈는 과거 석면·납 오염 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석면의 경우, 1930년대에 폐 질환과의 연관성이 보고됐지만 전면적 규제까지 반세기 이상이 걸렸고, 그 사이 수백만 명이 석면폐증과 중피종으로 사망했다. 납 역시 1920년대부터 유해성이 지적됐으나, 휘발유에서 완전히 퇴출되기까지 70년이 소요됐다. 2024~2025년 연이어 발표된 NEJM·네이처 메디슨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장기에 실제로 축적되고, 심장마비·뇌졸중과 통계적으로 강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간 대상 연구를 통해 보여줬다. 인과관계는 아직 '증명 중'이지만, 상관관계의 규모와 속도는 이미 '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몸속의 플라스틱 농도는 8년 만에 50% 증가했다. 지금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멈춰도 기존 플라스틱은 수백 년에 걸쳐 계속 분해되며 우리 몸으로 들어올 것이다. 석면 규제가 수십 년 늦어진 대가를 우리는 이미 치렀다.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그 대가는 더 클 수 있다. 뉴멕시코대학의 매튜 캠펀 교수는 "우리는 지금 내가 상상하거나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플라스틱이 뇌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2025.02.03] ▶ 기자의 시각 -플라스틱 시대의 '시한폭탄'-우리는 이미 늦었는가 이 기사를 취재하며 가장 두려웠던 것은 숫자가 아니라 속도였다. 8년 만에 50% 증가한 뇌 속 플라스틱 농도는, 이 문제가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위기'임을 말해준다. 과학자들은 아직 인과관계를 확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과학의 엄밀함이지, 안전의 증거가 아니다. 석면이 위험하다는 최초의 경고에서 규제까지 50년이 걸리는 동안,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말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유예였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도,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체계적 역학 조사나 인체 영향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EU는 이미 규제에 착수했고, 미국 캘리포니아는 수돗물 모니터링을 의무화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제 '플라스틱이 정말 위험한가'를 묻는 시간은 끝났다.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 시작됐다. 예방 원칙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자'가 아니라, '확실해지기 전에 행동하자'는 원칙이다. 우리 뇌의 0.5%가 이미 플라스틱이라는 사실 앞에서, 더 이상의 관망은 방관과 다르지 않다. ※ 이 기사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동료심사(peer-reviewed) 논문과 공식 기관 발표 자료, 국회 토론회 속기록 등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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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우리 뇌는 이미 0.5%가 플라스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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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초가공식품의 식탁 침공⋯유니세프 "아동 비만, 저체중 첫 추월" 경고 속 한국도 비상
-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지난 9월 10일 발표한 보고서 '탐욕의 식탁: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환경(Feeding Profit)'은 전 세계 보건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5~19세 아동·청소년의 비만율(9.4%)이 사상 처음으로 저체중율(9.2%)을 넘어선 것이다. 유니세프는 이를 '역사적 분기점'이라 명명했다. 190개국 1억 8800만 명의 아이가 비만 상태에 놓여 있고, 그 핵심 원인으로 초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범람이 지목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비율은 2000년 19.7%에서 2022년 33.9%로, 비만율은 5.8%에서 14%로 각각 급등했다. 경희대 의대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9만 6447명을 분석해 2025년 2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한국 성인의 초가공식품 에너지 섭취 비중이 1998년 17.4%에서 2019년 26.7%로 약 10%포인트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마침 2024년 국제학술지 《BMJ》에 실린 사상 최대 규모 메타분석(45개 연구, 약 1000만 명)은 초가공식품과 32가지 부정적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며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50% 증가, 비만 위험 55% 증가, 2형 당뇨 위험 40% 증가, 불안 장애 위험 48% 증가. 어떤 연구도 초가공식품 섭취와 긍정적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보고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즉석밥, 편의점 컵라면, 퇴근길 패스트푸드 세트 메뉴, 야식 과자 한 봉지. 대한민국 직장인의 일상이 된 이 음식들이 모두 초가공식품이다. 편리함의 외피 아래 만성질환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유니세프 보고서 발표와 국내외 대규모 연구가 잇따르는 지금, 초가공식품이 우리 건강에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왜 멈출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는지, 그리고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를 집중 분석한다.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인가-NOVA 분류와 정의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UPF)은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카를로스 몬테이루 교수팀이 개발한 NOVA 식품 분류 체계의 최고 가공 단계에 해당하는 식품군이다. 단순히 '가공된 식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식품이나 가공 식품에서 추출·합성된 성분을 산업적으로 재조합하고, 가정 주방에서는 쓰지 않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을 대량 투입해 만든 식품을 가리킨다. NOVA 분류 체계는 가공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과일·채소·육류·달걀처럼 가공이 없거나 최소화된 식품이다. 2단계는 설탕·버터·식물성 기름 등 요리에 쓰이는 가공 조리 재료다. 3단계는 절임류·치즈·통조림처럼 제한적 가공을 거친 식품이다. 4단계인 초가공식품에는 즉석 라면, 탄산음료, 소시지·햄, 냉동 피자, 감자칩, 시판 빵·쿠키·시리얼, 가향 요거트, 패스트푸드, 에너지 드링크 등이 포함된다. 초가공식품의 핵심 특징은 '첨가물의 범람'이다. 유화제, 방부제, 인공향료, 합성색소, 고과당 옥수수 시럽, 안정제, 증점제 등이 원재료 목록을 가득 채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 성분들은 단순한 영양 불량을 넘어 장내 미생물 교란, 내분비계 혼란, 염증 반응 촉진 등 독립적인 건강 위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와 한국의 초가공식품 섭취 실태 초가공식품 문제는 더 이상 미국·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기준 미국 성인은 전체 열량의 58%, 영국은 57%를 초가공식품에서 섭취한다. 캐나다와 호주도 50%를 넘어섰고, 유럽은 국가별로 14~44%의 편차를 보인다. 브라질은 약 35%, 멕시코와 칠레는 40%를 상회한다. 전 세계 초가공식품 판매량은 1990년대 이후 일관되게 증가해왔으며, 특히 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 1998~2022년 초가공식품 에너지 비중 10%p 급증 경희대 의대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 9만 6447명(1998~2022년)을 분석해 《사이언티픽 리포츠》(2025년 2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초가공식품 에너지 섭취 비중은 1998~2005년 17.41%에서 2016~2019년 26.71%로 약 9.3%포인트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2년)에 25.33%로 소폭 하락했지만, 추세 반전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연구팀의 판단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상황이다. 2024년 11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아동·청소년(8~17세)의 하루 섭취 식품 중 초가공식품 비중은 약 20%, 에너지 비중은 25%에 달했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높은 상위 3분의 1 그룹에서는 식품량의 38%, 에너지의 45%가 초가공식품이었다. 한국 간편식(즉석식품류) 시장은 2022년 5조 85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4%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약 6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연구들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수록 비타민·엽산·칼슘·마그네슘 등 필수 영양소 섭취가 줄어들고, 포화지방·나트륨·첨가당 섭취는 늘어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양적으로는 배부르지만 질적으로는 굶주리는' 이중 영양 불량이 초가공식품 식단의 본질이다. 초가공식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질환별 분석⋯심장질환 50%↑ 2024년 《랜싯 지역 건강 아메리카(Lancet Regional Health Americas)》에 발표된 연구(미국 3개 대형 코호트, 22만 명 이상)와 메타분석은, 초가공식품 최다 섭취군이 최소 섭취군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7% 높고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50% 증가한다고 밝혔다. 심장 질환 사망 위험은 66%까지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초가공식품에 함유된 트랜스지방·포화지방은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과도한 나트륨은 혈압을 올리며, 유화제가 혈관 내피에 직접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대사질환-비만·당뇨의 악순환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행한 입원 무작위 대조시험(RCT, 《Cell Metabolism》 게재)은 초가공식품이 과잉 섭취를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로 꼽힌다. 초가공식품 식단군은 최소가공식품 식단군보다 하루 평균 500kcal를 더 섭취했고, 2주 만에 체중이 0.9kg 증가했다. 2024년 메타분석은 초가공식품 고섭취군의 비만 위험이 55%, 2형 당뇨 위험이 40% 높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2024년 11월 연구가 비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놨다. 초가공식품 최고 섭취 그룹의 지방간 위험이 최저 그룹 대비 1.75배, 중등도 이상 지방간 위험은 4.19배, 인슐린 저항성(2형 당뇨 전 단계) 위험은 2.44배 높은 것이 MRI 측정으로 확인됐다. 연구 대상 비만 아동의 83%에서 지방간이, 62.8%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견됐다. 암-대장암·유방암 위험 증가 2022년 《BMJ》에 발표된 연구는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는 남성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29% 높다고 보고했다. 2023년 리뷰 연구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10%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유방암·췌장암 위험이 상승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가공육에 포함된 아질산나트륨은 체내에서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사민으로 변환되며,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뇌 건강-인지 저하·치매·파킨슨병 하버드 의대·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45세 이상 성인 2만여 명을 추적한 결과(《Neurology》, 2024년 6월), 전체 식사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인지 저하 위험이 16%, 뇌졸중 위험이 8%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25년 1월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은 프레이밍햄 코호트 연구를 통해 중년기 초가공식품 섭취가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된다고 보고했다. 같은 해 3월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는 초가공식품 장기 섭취가 파킨슨병 전구 증상과 연관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정신 건강-불안·우울·삶의 질 저하 2024년 BMJ 메타분석은 초가공식품 고섭취군의 불안 위험이 48%, 우울 위험이 20% 높다는 사실을 '높은 근거 수준'으로 확인했다. 수면장애 위험도 41%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이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교란하고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갈수록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25년 3월 학술지 《PeerJ》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대학생 집단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정신적 고통이 크고 삶의 질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 사망 위험-섭취량과 정비례 증가 2025년 2월 학술지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s)》에 발표된 메타분석(18개 연구, 114만 8387명, 17만 3107건 사망)은 초가공식품 최다 섭취군이 최소 섭취군보다 전 원인 사망 위험이 15% 높고, 초가공식품 에너지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0%씩 높아지는 용량-반응 관계를 확인했다. 현재까지 어떤 연구도 초가공식품 섭취와 긍정적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보고한 바 없다. 왜 멈출 수 없는가-초가공식품의 '중독' 메커니즘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손을 놓지 못하는가. 핵심은 '초미각성(hyperpalatability)'이다. 감자튀김처럼 설탕·지방·소금의 최적 조합을 갖춘 음식은 뇌의 보상 회로를 강력하게 활성화한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이 구조는 담배나 알코올의 중독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초가공식품의 부드러운 질감과 빠른 소화 흡수는 포만감 신호를 지연시킨다. NIH 실험에서 초가공식품을 자유롭게 먹은 피험자들은 하루 약 500kcal를 추가로 섭취했다. 유화제·인공감미료 등이 장내 미생물을 교란하고 렙틴(포만 호르몬) 신호를 방해해 '먹어도 배고픈' 상태를 만든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 높은 접근성, 끊이지 않는 광고가 결합한다.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초가공식품을 소비하게 되는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초가공식품 문제는 개인의 의지력이 아니라 식품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다. 글로벌 및 한국의 대응-'경고 라벨'에서 '담배 수준 규제'까지 칠레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에너지·당·나트륨·포화지방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식품에 검은 팔각형 경고 라벨을 의무 부착하도록 했다. 도입 후 대상 식품 구매가 24%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멕시코·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유사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영국은 2022년 과학자문위원회(SACN)가 초가공식품 관련 문헌 검토를 시작해 2024년 6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NOVA 분류 창안자인 몬테이루 교수는 2024년 세계비만연맹 국제 학술대회(상파울루)에서 "초가공식품을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병원 내 초가공식품 판매 금지, 광고 제한, 세금 부과 후 수익으로 신선식품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 정부의 현재 대응과 과제 한국 정부는 아직 초가공식품을 독립된 규제 범주로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말 밀키트 등 간편식에 대한 9가지 영양 성분 의무 표시 개정안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식품업계와 나트륨·당 저감 자발적 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2024년 11월 초가공식품과 아동 비만·지방간·인슐린 저항성 간 연관성을 국내 최초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다. 이 연구는 향후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칠레식 전면 경고 라벨, 학교 급식 내 초가공식품 제한 강화, 어린이 대상 초가공식품 광고 규제 등에서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2023년 식품소비 행태조사에서는 포장재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20.6%, 식품첨가물 유해성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30.0%에 달했다. 소비자 인식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NOVA 기반 초가공식품 영양 표시 도입, 학교·어린이집 내 초가공식품 판매 제한, 어린이 대상 광고 제한, 당·나트륨 함량 기준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식탁의 혁명이 필요하다 심장병, 당뇨, 암, 치매, 우울증, 비만. 현대인을 괴롭히는 주요 만성질환 대부분이 초가공식품 섭취와 연관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축적되고 있다. 한국 성인은 하루 열량의 4분의 1 이상을, 초가공식품 고섭취 아동은 절반 가까이를 초가공식품으로 채우고 있다. 더 이상 '어쩌다 한 번 먹는 간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선택만으로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저렴하고 편리하며 맛있게 설계된 식품이 도처에 넘쳐나는 환경에서 의지력만으로 저항하라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합리하다. 담배 규제가 그러했듯, 정부와 사회의 구조적 개입이 필요하다. 경고 라벨, 광고 규제, 학교 내 판매 제한, 신선식품 접근성 강화. 초가공식품으로부터 우리의 식탁을 지키는 일은 결국 정책의 몫이다. [기자의 시각] 초가공식품, '편리함의 세금'을 누가 낼 것인가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부터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야근 후 편의점에서 집어든 삼각김밥과 컵라면, 주말 아이들과 찾는 패스트푸드점. 초가공식품은 이미 기자 자신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은, 초가공식품 문제가 '나쁜 음식을 고르는 개인의 무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 접근성, 광고, 맛의 설계-모든 것이 소비자를 초가공식품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가정, 맞벌이 가정, 1인 가구일수록 선택지가 좁아진다. 유니세프 보고서가 이를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환경'이라고 명명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한국은 K-푸드의 세계화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초가공식품의 침투에 대해서는 정책적 대응이 미흡한 상태다. 칠레가 경고 라벨 도입 후 해당 식품 구매가 24% 줄었다는 사실은 정책 개입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실증적 근거다. 한국도 NOVA 기반 표시 제도 도입, 어린이 대상 초가공식품 광고 규제, 학교 급식에서의 초가공식품 제한 등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편리함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초가공식품이 제공하는 편리함의 대가를 지금은 개인의 건강이 치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폭증하는 만성질환 의료비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유니세프가 경고한 대로 2035년까지 아동·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이 연간 4조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편리함의 세금'을 누가, 어떻게 낼 것인지. 그 답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때다. 【참고 자료】 · Lane MM et al. Ultra-processed food exposure and adverse health outcomes: umbrella review. BMJ, 2024 · Dai S et al. Ultra-processed foods and human health: umbrella review and updated meta-analyses. Clin Nutr, 2024 · Mendoza K et al. Ultra-processed foods and cardiovascular disease. Lancet Reg Health Am, 2024 · Lee H et al. Long-term trends in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among Korean adults. Scientific Reports, 2025 ·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비만 아동·청소년의 초가공식품 섭취와 대사이상 연관성. Nutrients, 2024 · Lancet Series: Ultra-processed foods and human health, 2025.11 · Hall KD et al.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RCT). Cell Metab, 2019 · 식품의약품안전처: 2024년 식품 등 생산실적 통계 · Stanford Medicine Insights: Ultra-processed food, 2025.7 · CDC: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data, 2021-2023 · UNICEF: Feeding Profit-How Food Environments are Failing Children, 202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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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초가공식품의 식탁 침공⋯유니세프 "아동 비만, 저체중 첫 추월" 경고 속 한국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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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10)] "물가 둔화의 시대는 끝났다"⋯ECB, 두 번 연속 금리 동결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서 짧지만 무거운 한 문장을 꺼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과정은 끝났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숨 가쁘게 이어온 8연속 금리 인하 사이클에 사실상 종결 선언이 내려진 순간이었다. ECB 통화정책이사회는 이날 예금금리·기준금리·한계대출금리 등 3대 정책금리를 일괄 동결했다. 2회 연속 동결이다. ECB의 이번 결정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기준금리인 예금금리는 2.00%, 주요재융자금리(기준금리)는 2.15%, 한계대출금리는 2.40%에 머물렀다. 예금금리(2.00%)와 한국 기준금리(2.50%)의 격차는 0.5%포인트(p),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4.25~4.50%)와의 간격은 2.25~2.50%p 수준으로 각각 유지됐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스와프 시장에서 9월 인하 확률은 회의 직전까지 제로에 수렴해 있었다. 관심은 결정 자체가 아니라 라가르드 총재의 언어 선택과 ECB 스태프가 새로 내놓은 경제 전망치로 집중됐다. 1년 3개월·8차례·2.00%p…'역대급 완화 사이클'이 멈춰선 자리 2024년 6월 ECB가 첫 금리 인하에 나섰을 때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이른 출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에너지 위기가 불을 붙인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정점(2022년 10월 10.6%)에서 2%대로 빠르게 수렴하자, ECB는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후 올해 6월까지 예금금리는 4.00%에서 2.00%로 정확히 절반이 됐다. 횟수로 여덟 차례, 금액으로 2.00%p에 달하는 인하였다. 그러나 6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물가는 ECB 목표치인 2.0% 주변에서 안정됐다.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HICP)은 전년 대비 2.1%로, 7월(2.0%)에서 소폭 오른 수치이지만 여전히 목표치에 밀착해 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2.3%로 시장 예상을 소폭 밑돌았다. 경제 활력도 당초 전망보다 견조했다. 2분기 유로존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에 그쳤지만 이는 미국 관세 발효를 앞두고 1분기에 수출 선적이 집중된 기저 효과가 풀린 데 따른 일시적 감속으로 평가됐다. 근저의 성장 동력은 분기 0.2%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CB가 추산하는 중립금리 범위는 1.75~2.25%다. 현행 예금금리 2.00%는 이 구간의 하단에 위치한다. 추가 인하는 곧 통화정책을 완화 영역으로 밀어 넣는 의미가 된다. 명확한 근거 없이 선을 넘을 수 없다는 논리가 동결 결정을 지지했다. 스태프 전망치가 말하는 것…성장 상향·물가 목표 안착 이날 공개된 ECB 스태프 분기 전망치는 동결 결정의 논거를 숫자로 압축해 보여준다. 성장률 전망은 뚜렷하게 올랐다. 2025년 유로존 실질 GDP 성장률은 1.2%로 제시됐다. 지난 6월(0.9%) 대비 0.3%포인트 상향 조정이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치와 기존 통계 기준 개정에 따른 이월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유로화 강세와 미국 발(發) 관세 효과로 인한 해외 수요 약화가 2026년 전망을 1.0%로 소폭 끌어내렸다. 2027년은 1.3%로 6월과 동일하다. 물가 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이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2025년 2.1%, 2026년 1.7%, 2027년 1.9%로 전망됐다. 에너지·식품 제외 근원 물가는 2025년 2.4%, 2026년 1.9%, 2027년 1.8%의 경로를 걸을 것으로 봤다. 중기적으로 물가가 목표치(2%) 근방에서 안착한다는 그림이다. 2026~27년 물가가 목표치를 소폭 밑도는 구간이 전망에 포함됐다는 점은, 향후 ECB 결정에서 상하 양방향의 여지를 열어두는 변수로 남는다. 라가르드의 메시지 해부…"경로는 없다, 선택지는 열려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세 층위로 구성됐다. 첫 번째 층위는 과거에 대한 선언이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끝났다"는 표현은 ECB가 인플레이션 하강을 통화정책의 주된 논거로 삼던 국면이 마무리됐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발언은 동결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로 시장에서 해석됐다. 두 번째 층위는 현재에 대한 평가였다. "물가 전망은 6월과 대체로 비슷하고 리스크 균형은 보다 대칭적이 됐다"는 판단이 핵심이었다. 관세 협상 타결이 하방 위험을 줄였고, 확장 재정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양쪽 리스크가 평형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층위는 미래에 대한 조건부 개방이었다.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며, 매 회의 때마다 데이터를 살피겠다"는 발언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즉각 행동의 부담을 지지 않는 ECB 특유의 언어 설계다. 라가르드는 인하와 동결, 그리고 인상의 세 가지 선택지가 원칙적으로 모두 테이블 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사회 내부의 긴장…매파와 비둘기파 사이 통화정책이사회 논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합의보다 복잡한 긴장이 흐른다. 연내 추가 인하를 지지하는 비둘기파 위원들은 유로화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는 점, 그리고 무역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매파 위원들은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 임금 상승의 완만한 둔화 속도, 국방·인프라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자극 효과를 들어 섣부른 인하가 새로운 물가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사회 논의에서 확인된 시장 가격 신호는 이 긴장을 그대로 반영한다. 9월 인하 확률은 제로였고 2026년 중반까지 25bp 추가 인하가 이루어질 확률은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강한 경제 지표를 반영해 이전보다 현저히 낮아진 인하 기대치다. ECB가 조사하는 통화분석가 서베이 중간값 역시 올해 내 추가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미-EU 무역 합의·방위비 확대…유로존에 열린 새 성장 창 이번 동결 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시 환경의 변화가 있다. 8월 21일 미국과 유럽연합이 타결한 무역 합의다. 협정은 EU의 대미 수출품 대부분에 15% 관세 상한을 설정하는 골간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올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유럽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마비시켰던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이 걷혔다. 단 철강·알루미늄은 50% 관세가 유지되고 제약·반도체·목재 등 섹터별 조사가 진행 중이라 협상 여진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무역 협상 타결이 성장 불확실성을 낮췄다"고 명시적으로 평가했다. ECB 스태프 전망에도 이 변화가 반영됐다. 2025년 성장률 상향의 일부는 합의 이후 기업 심리가 회복된 데서 비롯됐다. 동시에 실제 부과된 관세 수준이 6월 전망에서 가정한 것보다 다소 높아 2026년 성장률이 소폭 아래로 조정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독일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국방·인프라 지출 확대가 중기 내수 부양 동력으로 부상했다.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는 방위비 확충은 단기 수요 자극 효과 외에도 방위산업과 연관 제조업에 걸쳐 공급 생태계를 키우는 구조적 파급력을 갖는다. ECB 스태프는 이를 2027년 이후 유로존 성장 궤도를 끌어올릴 핵심 변수의 하나로 설정했다. 유로화 강세는 양면 칼날이다. 달러화 약세 흐름 속에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 물가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와 해외 수요 감소라는 역풍도 함께 온다. ECB 내부에서는 유로 강세가 자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전망치에 반영된 것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큰 하방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프랑스 정치 위기…유로존의 묵은 불씨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프랑스 정치 상황에 관한 질문도 피할 수 없었다. ECB 통화정책이사회가 열리던 그날, 파리에서는 세바스티앙 레코르뉘 신임 총리가 내각 구성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의 내각이 의회 불신임으로 쓰러진 지 이틀 만에 임명된 레코르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다섯 번째 총리다. 프랑스의 구조적 문제는 깊다. 2024년 조기 총선 이후 좌파·중도·극우의 3개 블록이 의회를 나눠 갖는 가운데 어느 쪽도 단독 과반을 보유하지 못했다. GDP 대비 재정 적자는 EU 조약상 상한선(3%)의 두 배에 육박하는 5.8%이고, 국가 채무는 GDP의 113%에 달한다. 예산안 처리 실패가 내각 교체의 반복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라가르드는 이에 대해 "당국자들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노력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선을 그었다. ECB의 시각에서 보면 프랑스 리스크는 현재 유로존 채권 시장의 전반적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다. 독일 국채(분트) 대비 유로존 국가들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의연히 안정 범위 안에 있으며, GDP 가중 국채 스프레드는 2022년 가을 고점 이후 꾸준히 낮아져 왔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각국 간 스프레드 격차가 좁혀진 상태이기도 하다. 시장은 프랑스의 정치 혼돈을 유로존 시스템 전체로 번질 전염성 위기가 아닌 개별 국가 리스크로 관리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셈법…동결 장기화 vs 인하 사이클 종료 논쟁 이번 결정 이후 월가와 유럽 금융시장의 해석은 뚜렷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ECB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완전히 종결됐다는 진단이 힘을 얻었다. 경기는 예상보다 강하고 물가는 목표치에 안착했으며 재정 확대가 추가 수요 자극 요인으로 가세했다는 논리다. 추가 인하를 위해서는 성장 전망의 뚜렷한 악화나 물가의 지속적 목표치 하회라는 명확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 이 진영의 입장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견해가 존재한다. 유로화 강세와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아래로 밀어내면 ECB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과잉 생산품의 유럽 유입, 글로벌 성장 둔화 등이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ECB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차이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준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80%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이 완화로 선회하는 국면에서 ECB가 동결을 고수하면 달러-유로 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이는 유로화 추가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ECB 스태프도 미국 FOMC의 금리 인하 기대가 유로화 추가 절상을 촉발할 가능성을 공식 문서에 명기했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이사회는 10월 말 열릴 예정이다. 그때까지 공개될 9월과 10월 물가 속보치, 3분기 GDP 성장률, 임금 협상 관련 지표들이 다음 결정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들이다. 라가르드가 강조한 "데이터 의존·매 회의 결정" 원칙에 비춰볼 때 ECB의 다음 행보는 수치가 말하게 할 것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끝났다"고 선언한 중앙은행이 다음에 던질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답을 시장은 이미 다음 통계 발표일에 맞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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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10)] "물가 둔화의 시대는 끝났다"⋯ECB, 두 번 연속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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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중동과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영향 3거래일 연속 상승
- 국제유가는 10일(현지시간) 중동과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영향으로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7%(1.04달러) 오른 배럴당 63.67달러에 마감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장보다 1.8%(1.18달러) 상승한 배럴당 67.57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중동과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관련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전격 공습한 여파가 이틀째 이어졌다. 폴란드가 영내에서 러시아 국적 드론을 격추한 사건도 지정학적 불안감을 자극했다. 이스라엘은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위 인사를 사살하기 위해 도하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2년간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 수뇌부를 사살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수도를 기습한 만큼 카타르도 강력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을 ‘국가 테러’로 규정하며 "이런 행동에 우리가 얼마나 분노하는지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거론하며 "그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네타냐후가 하마스를 알카에다에 비교하며 카타르 공습을 정당화하자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유럽에선 폴란드가 러시아 드론 3~4대를 영내에서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폴란드 내 목표물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며 드론 침범설을 일축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폴란드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뒤 나토 회원국이 이번 전쟁에서 총격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소식은 국제유가 상승폭을 제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발표한 주간 석유재고 통계에서 원유와 가솔린 재고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은행 SEB는 이날 보고서에서 주요 산유국의 산유량 증산이 더 큰 부담이라고 짚었다. SEB는 "앞으로 과잉 공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시장에 드리워져 있다"며 "원유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은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상승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달러강세 등에 4거래일만에 하락반전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0.2달러 내린 온스당 368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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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중동과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영향 3거래일 연속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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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3)] 플라스틱 도마, 식탁 위의 보이지 않는 위험⋯미세플라스틱 장내 영향 첫 규명
- 플라스틱 도마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식품에 유입돼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난징대학교 환경학과 하이-쥔 간(Hai-Jun Ga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플라스틱 도마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입자가 장내 환경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어스닷컴이 보도했다. 해당 논문은 최근 국제 학술지 '인바이런멘털 헬스 퍼스펙티브(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게재됐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약 0.5cm(0.2인치)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첨가제와 화학 물질을 함유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12주간의 생쥐 실험…플라스틱별 다른 반응 연구팀은 가정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도마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두 소재의 도마로 음식을 반복적으로 썰어 생쥐의 사료에 섞고, 4주와 12주간 각각 급여하며 체내 반응을 관찰했다. 분석 결과, PP 도마에서 떨어진 입자는 평균 10마이크로미터(㎛), PE는 약 27마이크로미터로 확인됐다. 같은 질량 대비 PP 도마에서 훨씬 더 많은 입자가 발생했다. 12주차에는 사료 1그램당 약 1밀리그램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됐으며, 도마 표면의 손상이 심할수록 입자 방출량은 더 증가했다. 독립 실험실 분석에서도 새 PP 도마를 한 번 절단할 때 100~3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돼, 오래 사용한 도마일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염증 반응 vs. 미생물 변화 실험 동물의 반응은 소재에 따라 뚜렷하게 달랐다. PP 도마 입자를 섭취한 쥐는 장 점막의 염증과 장벽 손상 지표가 상승했다. 혈액 내 염증 지표인 지질다당류(LPS)와 C-반응단백질(CRP) 수치가 높아졌고, 장벽을 유지하는 단단결합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했다. 반면 PE 도마 입자를 섭취한 쥐에서는 명확한 염증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장내 미생물군 구성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12주차에 비만세포 혹은 뚱보균이라고 부르는 피르미큐테스(Firmicutes) 비율은 감소하고 데셀포박테로타(Desulfobacterota) 비율이 증가했으며, 대사체 분석에서도 담즙산 관련 화합물의 변동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입자의 크기, 수, 표면 화학 성질, 첨가제 등 다양한 요인이 체내 반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상에서의 잠재적 노출 플라스틱 도마는 미세플라스틱 노출 경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실생활 조건을 적용한 분석에 따르면, 폴리에틸렌 도마로는 연간 약 7.4~50.7그램, 폴리프로필렌 도마로는 약 49.5그램의 미세플라스틱이 섭취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마 표면의 칼자국이 많아질수록 입자 방출량도 함께 늘어난다. 이와 함께 최근 연구에선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혈액과 경동맥 플라크에서도 검출됐고, 장기간 추적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률과의 상관성이 보고됐다. 연구진은 “도마로 인한 직접적인 질병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체 노출이 광범위하고 실제로 체내에서 순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목재 도마는 완벽한 대안 아냐 일부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도마 대신 목재 도마로 교체하지만, 목재 역시 관리가 소홀하면 미생물 오염의 위험이 있다. 칼자국, 수분, 지방이 표면에 남으면 세균 번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마 재질과 관계없이 칼자국이 깊게 패인 도마는 제때 교체하고, 원재료별로 도마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의 제한된 근거에 따르면 음용수 내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음용수에 국한된 내용이다. 식품과 주방 환경에서의 영향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실제 주방 환경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 노출 연구와 표준화된 검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도마는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강한 칼질이나 표면 긁힘을 줄이며, 재료별로 도마를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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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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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3)] 플라스틱 도마, 식탁 위의 보이지 않는 위험⋯미세플라스틱 장내 영향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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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실리콘밸리가 록히드마틴을 흔든다: 글로벌 방산 톱100 대재편과 K-방산의 전략적 기로
- 2025년 9월 2일(현지시간) 공개된 디펜스뉴스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은 방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숫자로 확인시켜줬다. 설립 8년 차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가 방산 매출 9억 5000만 달러로 처음 93위에 이름을 올렸다. AI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 70위, 스페이스X는 40위에 신규 진입했다. 100대 기업의 총 방산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6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 세계 국방비는 2조7180억 달러로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인 9.4%를 기록했다(SIPRI, 2025.4.28). 시장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AI·드론·자율 시스템을 앞세운 실리콘밸리발 기업들이 수십 년간 굳건하던 전통 방산 거인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한국 방산은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바로 그 성공의 기반인 재래식 무기 시장이 구조적 전환의 압박을 받고 있다. 본지는 2025년 방산 시장 대재편의 실체와 K-방산의 전략적 과제를 분석했다. 드론이 전장의 법칙을 바꾼 과정⋯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우크라이나까지 현대 군사용 드론의 출발점은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무인정찰기를 대규모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드론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 9월이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산 드론으로 아르메니아의 전차와 방공망을 대량 파괴했다. 이것이 '드론 전쟁의 시작'으로 불린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변화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3년에 걸친 전쟁에서 드론은 정찰·포병유도·자폭 공격 등 전술의 핵심 무기로 자리잡았다. 수십 달러짜리 상용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를 격파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각국 군은 중량급 무기 체계에 대한 투자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방산 시장의 물리 법칙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냉전 이후 최대 군비 확장-2조 7000억 달러의 충격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5년 4월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국방비는 2조71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1988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률이며 10년 연속 증가세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이 국방비를 동시에 늘린 결과다. 글로벌 군사부담(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5%로 상승했고 1인당 군사비 지출은 334달러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유럽 전체 국방비는 17% 증가한 6930억 달러를 기록했다. 냉전 종식 당시 수준을 처음 넘어선 것이다. 독일은 28% 증가한 885억 달러로 서유럽 최대 국방 지출국 자리를 탈환했다. 폴란드는 GDP의 4.2%를 국방비로 지출하며 31% 증가를 기록했다. 루마니아(+43%), 스웨덴(+34%), 네덜란드(+35%)도 두 자릿수 급증세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가자·헤즈볼라 전쟁 여파로 65% 증가한 456억 달러로 1967년 6일 전쟁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38% 증가한 1490억 달러로 GDP의 7.1%, 정부 지출의 19%를 군사비에 집중했다. "100개가 넘는 국가들이 2024년에 군비 지출을 늘렸다. 정부들이 점점 더 군사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다른 예산 분야를 희생시키고 있으며, 이 경제적·사회적 트레이드오프는 수년간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아오 량(Xiao Liang), SIPRI 군비지출 프로그램 연구원(SIPRI 공식 보도자료, 2025.4.28) 이 수요 폭발은 방산 기업 매출 성장으로 직결됐다. 100대 기업의 총 방산 매출은 전년 5940억 달러에서 11% 증가한 66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신속 납기와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로 주문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전통 강자들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배경이다. 8년 차 스타트업의 충격-안두릴, 실리콘밸리가 방산을 바꾼다 2025년 5월 1일, 미 공군 참모총장이 SNS에 올린 40초짜리 영상 하나가 방산업계를 뒤흔들었다. 캘리포니아 코스타메사의 격납고 문이 열리며 자율 드론 YFQ-44가 극적인 전자음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기체를 만든 곳은 록히드마틴도, 보잉도, 노스럽그루먼도 아니었다. 설립 8년 차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였다. 안두릴의 핵심 플랫폼 '래티스(Lattice OS)'는 위성·드론·지상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처리해 표적을 탐지·추적·분류하고 교전 여부를 결정한다. 팔란티어는 AI 기반 전장 데이터 통합 플랫폼으로 각국 군의 의사결정 속도를 수시간에서 수분으로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펜타곤이 CCA(협업 전투기) 프로그램 1차 사업자로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를 선정했다는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전통 대형 방산업체를 배제하고 기술 중심 신흥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안두릴의 2024년 수주 실적은 이 변화의 실체를 보여준다. 미 육군 차세대 지휘·통제 시스템 구축 팀 리더로 1억 달러 계약을 따냈다. 미 해병대·특수전사령부·육군과 방공 시스템 계약을 체결했다. 대만에 자폭 드론 계약을 성사시켰고 해상 자율 잠수정 프로그램에서도 복수의 대형 계약을 확보했다. 안두릴은 최근 5년간 매년 매출을 2배씩 늘려왔다. "전장의 물리적·수학적 조건이 영구적으로 변했다. AI와 자율 시스템, 초연산 능력이 결합된 신개념 무기 체계가 이제 필수다." ―매트 스텍크먼(Matt Steckman), 안두릴 인더스트리 사장·최고사업책임자(Defense News, 2025.9.2) 2025년 방산 시장의 가장 큰 이변은 소위 '네오프라임(Neoprime)'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발 기업들의 약진이다. 안두릴은 방산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해 93위로 처음 진입했다. 팔란티어는 방산 매출 15억7000만 달러로 70위, 스페이스X는 40억 달러로 40위에 신규 진입했다. 드론 제조사 크라토스 디펜스는 매출이 38% 증가해 9억 8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드론과 로봇 기술은 기존 대형 항공기·함정 제조사들이 따라잡기 힘든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두릴과 팔란티어 같은 기업들은 IT와 사이버 분야의 주요 강자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앨런 츠보트킨(Alan Chvotkin), 방산업계 수석 애널리스트(Defense News, 2025.9.2) 글로벌 순위 재편-전통 강자와 신흥 도전자의 판세 록히드마틴은 2024년 방산 매출 683억 9000만 달러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RTX는 435억 달러로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3위에는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집단공사(CASIC)가 387억1000만 달러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2위였던 중국항공산업집단공사(AVIC)는 2024년 방산 수익을 공개하지 않아 순위에서 제외됐다. 유럽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영국 BAE 시스템즈는 방산 매출 322억6000만 달러로 6위에 올랐다. 프랑스 탈레스는 17위에서 10위로 급등했다. 독일 라인메탈은 82억5000만 달러로 18위로 상승했다.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CEO는 "유럽에서 Zeitenwende(시대 전환) 2.0이 본격화됐다"고 선언했다(2025.3). 터키는 아셀산(43위)·TAI(47위)·로케트산(71위)·ASFAT(78위)·MKE(80위) 등 5개 기업을 동시에 톱100에 올리며 방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UAE의 EDGE그룹도 42억 달러의 방산 매출로 38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스, 라파엘, IAI 등은 가자·헤즈볼라 전쟁 장기화로 방산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순위 변동에서 주목해야 할 구조적 함의가 있다. 전통 대형 방산업체들은 여전히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지만 성장률 면에서는 AI·드론 기반 신흥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 순위보다 성장률이 미래 패권을 더 정확하게 가리킨다. K-방산의 황금기-수주잔고 730억 달러, 세계 10위 방산 시장의 격변 속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7개 주요 한국 방산 기업의 합산 수주잔고는 2024년 말 기준 105조6000억 원(약 730억 달러)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말 42조2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 향후 4~5년치 작업량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KED글로벌, 2025.2.18). 성장의 핵심 드라이버는 유럽의 긴급 무기 수요다. 유럽 CFE 조약 가동 중단(2022) 이후 한국은 미국·유럽 제조사들이 단기 대응하지 못하는 수요를 흡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4년 매출은 11조2400억 원(폴란드 K9 자주포 수출 견인), 현대로템은 4조3800억 원(폴란드 K2 전차), LIG넥스원은 역대 최고 연매출 3조2800억 원(이라크 천궁 II 미사일)을 각각 기록했다. 국내 상장 방산 31개사 합산 매출은 2024년 43조10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46% 증가했다. 합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한 3조6400억 원으로, 반도체·자동차·스마트폰·조선과 함께 5대 주력 제조업에 진입했다(KED글로벌, 2025.4.16). SIPRI 2025년 3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20~24년 글로벌 무기 수출의 2.2%를 차지해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에 올랐다. 10년 전 0.9%에서 2.4배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출의 절반 이상이 유럽으로 향했으며 폴란드만 46%를 차지했다. AI·드론 시대의 K방산-전략적 파트너십과 구조적 과제 K-방산의 현재 성공은 눈부시지만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의 호황은 재래식 무기(자주포·전차·로켓)의 대규모 수요에 기반한다. 문제는 AI와 드론, 자율 시스템이 이 재래식 무기 시장의 성장 한계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는 점이다. '안두릴 충격'은 한국 방산업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2025년 들어 미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2025년 4월 2일 방위사업청(DAPA)은 안두릴과 차세대 무인 전투 시스템 공동 R&D MOU를 체결했다. 서명식에는 한국항공 항공우주사업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즈, KAI, LIG넥스원 대표들이 참석해 한국 방산 전체가 AI·자율 시스템 전환을 선언하는 자리가 됐다. 이튿날인 4월 3일에는 안두릴이 LIG넥스원과 AI 플랫폼 '래티스'를 신형 유도무기에 통합하는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너럴 아토믹스와 그레이이글 STOL 전술 드론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미국 자율 드론 스타트업 쉴드AI도 LIG넥스원과 유인-무인 협업(MUM-T) 솔루션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2025년 8월 7일에는 안두릴의 서울 사무소가 공식 개소했다. 국내 역량 강화도 이어졌다. 2025년 7월 28일 DAPA는 LIG넥스원을 청궁 III 미사일 방어 체계 핵심 8개 사업의 주관 사업자로 선정했다. 약 3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한국판으로, LIG넥스원은 이를 통해 '방공 시스템의 두뇌' 역량을 공고히 하며 차세대 수출 경쟁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K-방산의 성공이 향후 10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다음 세대 기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진흥처장(코리아헤럴드, 2025.8.19)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 기업들이 현재의 호황을 발판 삼아 세 가지 방향으로 전략적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AI 전장 관리 플랫폼의 독자 구축이다. 안두릴의 래티스처럼 센서·드론·무기 체계를 통합하는 독자적 AI 전장 OS를 확보해야 한다. DAPA와 LIG넥스원이 맺은 래티스 통합 파트너십은 기술 이전의 기회이지만 미국 기술 의존이 고착될 위험도 안고 있다. 둘째, 드론·무인 체계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안두릴이 8년 만에 톱100에 진입했듯 방산 기술의 교체 주기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대기업-스타트업-국방과학연구소(ADD)를 잇는 혁신 생태계를 속도 있게 육성해야 한다. 셋째, 핵심 부품·소프트웨어 국산화다. 엔진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가 없으면 미국 기술 수출 통제(ITAR)에서 벗어날 수 없고 수출 자유도도 제한된다. KAI의 KF-21 전투기 독자 개발, LIG넥스원의 AESA 레이더 독자 개발이 그 방향성을 보여준다. ▶ 기자의 시각-재래식 무기의 호황이 AI 전환의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줄곧 안고 다닌 질문은 하나였다. 한국 방산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바로 이 순간이 미래를 위한 준비의 시간인가 아니면 변화를 늦추는 위안인가. 수치만 보면 K-방산의 현재는 눈부시다. 수주잔고 730억 달러,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 영업이익 3배 증가. 그러나 이 기사에서 추적한 글로벌 방산 시장의 변화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설립 8년 차 스타트업이 수십 년 역사의 방산 거인들과 나란히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펜타곤은 록히드마틴이 아닌 안두릴에 차세대 전투 드론 사업을 맡겼다. 수십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를 격파하는 전장이 이미 3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현재 호황이 유럽의 재래식 무기 긴급 수요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이 수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했고, 유럽의 안보 불안이 지속되는 한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진흥처장이 공개적으로 "K-방산의 성공이 향후 10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업계 안에서도 이 구조적 전환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2025년 4월 연속적으로 체결된 파트너십들의 성격이다. DAPA-안두릴 MOU, LIG넥스원-안두릴 래티스 통합 협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제너럴 아토믹스 드론 공동 개발. 이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 방산이 AI·자율 시스템 전환을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 안두릴은 8년 만에 톱100에 진입했다. 한국이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이 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지금 글로벌 방산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는 그 수십 년의 경험이 통용되던 시대의 속도가 아니다. 재래식 무기 호황이 벌어주는 시간 동안 한국 방산이 AI·드론·자율 시스템에서 독자적 역량을 얼마나 내재화하느냐가 10년 후 K-방산의 위치를 결정할 것이다. 지금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는 이미 업계 안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참고 자료】 SIPRI 군비지출 보고서 (2025.4.28) / SIPRI 국제 무기 이전 보고서 (2025.3.10) / Defense News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 (2025.9.2) / defensehere.com 톱100 분석 (2025.9.1) / KED글로벌 K-방산 수주잔고 분석 (2025.2.18) / KED글로벌 방산기업 실적 분석 (2025.4.16) / KED글로벌 LIG넥스원 청궁 III 선정 (2025.7.28) / 방위사업청(DAPA) 안두릴 MOU 공식 발표 (2025.4.2) / Global Defense Aerospace Post 한-안두릴 파트너십 (2025.4.8) / Army Recognition 안두릴-한국항공 협약 (2025.4) / Korea Times 안두릴 서울 사무소 개소 (2025.8.7) / 코리아헤럴드 K-방산 전망 (202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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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2)] AI 청진기, 15초 만에 심장질환 조기 진단⋯英 임상시험서 효과 입증
-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청진기가 심부전과 심장판막질환, 부정맥 등 3가지 주요 심장질환을 15초 만에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이 기술은 기존 청진기 발명 이후 200여 년 만에 이뤄진 혁신으로, 환자의 조기 치료와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전했다. 1만2천여 명 대상 임상…진단 정확도 높여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 연구팀은 AI 청진기를 활용한 대규모 임상 결과를 유럽심장학회(ESC)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는 서·북서 런던 지역 205개 일반의원(GP)과 약 150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1만2725명의 환자를 AI 청진기로 검사하고, 동일 조건의 일반 청진기 사용 환자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AI 청진기를 활용한 환자군은 12개월 내 심부전 진단 확률이 2.33배 높았다. 또한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심방세동 진단률은 3.45배, 심장판막질환 진단률은 1.92배로 나타났다. 청진기는 1816년 발명됐으며, 체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사들의 필수도구다. 이후 약 200년 만에 개발된 AI 청진기는 신용카드 크기 크기의 본체에 내장 마이크와 심전도(ECG) 측정 기능을 결합했다. 환자 흉부에 부착하면 심장 박동과 혈류 음향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AI가 분석한다. AI는 수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미세한 이상 신호를 감지하며, 결과는 즉시 의료진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조기 진단으로 생존율 향상 기대 영국심장재단(BHF)의 임상 책임자이자 심장 전문의인 소니아 바부-나라얀 박사는 "200년 넘게 형태가 바뀌지 않았던 청진기가 21세기 기술로 진화했다"며 "이제 환자들이 응급실에 실려오기 전에 문제를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패트릭 벡티거 박사는 "AI 청진기는 진료 현장에서 단 15초 만에 심장질환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라며 "빠른 진단과 의료진의 조기 개입으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내 심부전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70% 이상은 응급 상황에서야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AI 청진기가 증상 초기 단계에서 질환을 파악해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계와 과제도 존재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AI 청진기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 중 약 3분의 2는 추가 혈액검사와 심장 초음파에서 심부전으로 확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불안과 추가 검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시범 도입된 의원 중 70%는 12개월 내 기술 활용 빈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연구진은 "AI 청진기를 기존 진료 프로세스에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BMJ 오픈(BMJ Open)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은 남부 런던, 서식스, 웨일스 지역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AI 청진기는 심장질환 조기 진단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혁신"이라면서도, "의료 현장에서의 안정적 활용을 위해 추가 연구와 프로토콜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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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2)] AI 청진기, 15초 만에 심장질환 조기 진단⋯英 임상시험서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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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 음성비서 시리 개편에 구글 제미나이 활용 협의
- 애플이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Siri)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에 돌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애플과 구글의 이같은 협상돌입은 애플이 인공지능(AI)분야에서 외부 기술을 추가로 도입하는 중요한 일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은 애플이 최근 구글과 내년에 출시되는 새로운 시리 버전의 기반이 될 맞춤형 AI 모델 구축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애플 서버에서 실행될 수 있는 모델 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는 애플이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봇을 통합하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출시하며 이용자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챗GPT를 보조 옵션으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와 관련해 구글과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시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로 구글 제미나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애플은 올해 초 앤스로픽 및 오픈AI와 협력을 모색하며 클로드나 챗GPT를 시리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앤스로픽을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봤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후보군을 확대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애플은 당초 시리 업데이트를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팀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당초 작년 연말 출시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내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시리 업그레이드는 AI 챗봇을 탑재해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령을 수행하고 기기를 음성만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할 예정이었다. 애플은 경쟁사보다 AI 기술에서 수년은 뒤처져 있으며 이에 외부 모델 통합 등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모델을 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전사 회의에서 "애플은 AI 분야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히고 "애플은 새로운 시장에 늘 가장 먼저 진입하지는 않지만 결국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에서 구글 주가는 전날보다 3%이상 상승했다. 애플 주가도 1%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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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 음성비서 시리 개편에 구글 제미나이 활용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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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1)] 중국 칭화대, '투명 뇌' 기술 개발⋯정밀 3D 이미징 새 시대 연다
- 중국 칭화대학 연구진이 뇌와 심장을 비롯한 장기를 투명하게 만들어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으며, 생체 조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고해상도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VIVIT, 조직을 '이온 유리 상태'로 전환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VIVIT(vitreous ionic-liquid-solvent-based volumetric inspection of trans-scale biostructure)'라고 명명했다. 이는 생체 조직을 ‘이온 유리 상태(ionic glassy state)’로 전환해 조직을 투명화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친 장기는 팽창이나 수축 같은 손상 없이 원래의 형태와 미세 구조를 유지하면서 빛을 투과한다. 이 기술 덕분에 이제 희미한 신호(희귀 단백질이나 미묘한 뉴런 연결 등)도 볼 수 있게 됐다. VIVID 기술은 3D 이미징과 같은 응용 분야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수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제 미세한 규모에서 전체 장기를 더욱 정확하게 매핑할 수 있게 됐다고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은 평가했다. 특히 VIVIT 기법은 기존의 '조직 투명화(optical clearing)' 방식이 갖고 있던 문제-심각한 조직 변형, 동결·해동 과정에서의 손상-을 극복했다. VIVIT 처리된 조직은 저온에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며,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고 유리 상태로 굳어 안정성이 높다. 형광 신호 강화, 미세 신경망까지 포착 이 기술은 형광 염색 효과를 2~30배 증폭시켜 희귀 단백질이나 세포 간 미세 연결까지 뚜렷하게 드러낸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해 생쥐의 시상(thalamus) 신경세포 간 연결망을 3차원으로 정밀하게 규명했으며, 인간 뇌 조직에서도 개별 신경세포의 미세 연결성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칭화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기술을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X선 시야와 같은 해부학적 투명성, 그리고 샘플 준비·형광 염색·3D 재구성을 관리하는 내비게이션 엔진을 동시에 갖춘 혁신적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생명과학 전반에 파급력 기대 전문가들은 VIVIT 기술이 뇌과학, 심혈관 연구, 정밀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뇌 신경망의 3차원 지도 제작, 퇴행성 뇌질환 원인 규명, 신약 개발 등에서 큰 진전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중국이 생명과학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된다. 연구팀은 "향후 비장, 간,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해 인체 전반의 미세 구조를 규명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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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91)] 중국 칭화대, '투명 뇌' 기술 개발⋯정밀 3D 이미징 새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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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CB 인사이트 "샤오미·테슬라, AI로 자동차 산업 재편⋯도요타는 특허로 방어"
- 자동차 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전통 제조사를 넘어 'AI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거인들의 생존 경쟁이 본격화했다.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가 AI를 앞세워 거세게 도전하고,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로 산업 판도를 바꾸는 가운데, 특허 강자 토요타는 제휴로 왕좌를 지키려 한다. 이제 자동차의 경쟁력은 엔진과 디자인이 아닌, 사업 전반을 꿰뚫는 AI 역량이 판가름한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CB 인사이트가 18일(현지시각) 닛케이 신문과 함께 시가총액 기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20곳의 AI 대응 수준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실행력'(AI의 사업 전반 적용 수준)과 '혁신력'(AI 특허 출원, 전략적 인수·투자)을 기준으로 각 기업의 AI 전략을 평가했다. AI를 사업 전반에 통합하는 선도 그룹, 제휴 생태계로 격차를 좁히는 추격 그룹, 그리고 분산형 AI 네트워크라는 다음 격전지에서 미래가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AI 선도 기업 3인방, 각기 다른 생존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AI 경쟁의 최상위권 기업들은 AI를 특정 기능에 한정하지 않고 연구개발, 제조, 물류, 고객 경험 같은 사업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샤오미, 미국의 테슬라, 일본의 토요타를 이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이들은 제조용 인간형 로봇, '완전 자율주행(5단계)',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신참'인 샤오미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2024년 연구개발비의 25%를 AI에 쏟아부으며 AI 기업으로의 완전한 변신을 선언했다. 스마트폰 같은 가전제품 분야에서 쌓은 빠른 개발 역량을 무기로 테슬라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인간형 로봇 '사이버원', 독자 AI 반도체 개발(앞으로 10년 70억 달러 투자) 등 샤오미의 AI 전략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과 FSD(완전 자율 주행) 반도체 개발 계획과 놀랍도록 닮았다. 테슬라 역시 독자 AI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자체 'AI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며 기술 수준을 높이고, 일론 머스크의 xAI와 협력해 대화형 AI '그록'을 차량에 싣는 등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AI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반면 토요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3000건을 웃도는 압도적인 AI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외부의 검증된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전략을 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을 제조 현장에 도입하고, 엔비디아의 플랫폼 'DRIVE AGX'로 차세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흥미로운 점은 특허 보유량이 시장 지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와 포드 모터는 1500건을 웃도는 특허로 토요타의 뒤를 잇지만, AI 대응 수준 평가에서는 뒤처졌다. 반면 샤오미와 테슬라의 특허는 100건 미만이고, BMW는 AI 관련 특허가 단 한 건뿐이지만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허 보유량이 절대적 경쟁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영업 비밀, 빠른 혁신, 전략적 제휴 역시 AI 시대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떠올랐다. 추격자들의 반격 카드 '제휴 생태계' AI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에게 제휴는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을 가장 효과적인 카드다. 보고서는 선두 그룹을 따라잡으려고 자체 역량을 구축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와 협력해 AI 기능을 신속히 이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공장 운영, 차량 설계, 자율주행 AI 개발까지 포괄 역량을 키우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와 협력해 차량 내 고객 경험과 제조 공정 최적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특정 분야에 집중한 맞춤형 제휴도 활발하다. 혼다는 중국 '모멘타'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IBM과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을 개발하고 있다. 기아는 '사운드하운드 AI'의 음성 AI 기술과 '삼성 스마트싱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결합해 스마트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 세렌스, 구글과 협력해 차량용 AI 비서와 대화형 AI '챗GPT'를 싣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종(異種) 산업 간의 협력도 눈길을 끈다. 인도의 마힌드라는 미국 국방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와 손잡고 무인 자율 잠수함과 농업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토요타는 건설기계 기업 코마츠와 자동운전 광산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BYD는 유비테크, 포워드X 로보틱스, 화웨이와 협력해 인간형·자율이동 로봇과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동 수단을 넘어 국방, 농업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흐름이다. 최종 승부처, 개별 AI 아닌 '네트워크' 역량 자동차 AI 경쟁의 최종 승부처는 개별 AI 도구의 성능이 아닌,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분산형 AI 네트워크' 구축 역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센서처럼 현실 세계와 소통하는 '피지컬 AI' 시스템들을 마치 하나의 두뇌처럼 통합해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만드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동시에 훈련시키는 AI 슈퍼컴퓨터로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BMW 역시 피규어 AI의 인간형 로봇을 도입하고 엔비디아와 가상 공장을 구축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인간형 로봇은 이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BYD는 유비테크 로보틱스의 '워커'를, 메르세데스-벤츠는 앱트로닉의 '아폴로'를,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아틀라스'를 각각 제조 공정에 시범 도입하며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여전히 음성 비서, 공장 최의적화 같은 개별 AI 시스템에만 집중하며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 분산형 네트워크 구축에는 막대한 투자와 고도의 통합 기술이 필요해 후발 주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미래 자동차 선도 기업은 개별 AI 성능이 아닌 '통합 능력'이 결정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AI 경쟁은 승자와 전략이 뚜렷해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아마존, 구글 같은 정보기술 대기업과 이동 수단 시장을 두고 직접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I 투자와 특허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빠른 혁신과 전략적 협업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AI의 필요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기업은 AI로 산업의 규칙을 다시 쓰는 기업들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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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CB 인사이트 "샤오미·테슬라, AI로 자동차 산업 재편⋯도요타는 특허로 방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