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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트럼프 '관세 유턴'에 이틀 연속 반등
-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관세 방침 철회에 힘입어 이틀 연속 반등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이번 주 초 시장을 강타했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33포인트(0.7%)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 나스닥 종합지수는 0.9% 올랐다. 다우지수는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고율 관세 경고로 기록했던 낙폭을 사실상 모두 만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합의의 틀(framework)을 마련했다”며 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유럽 8개국 대상 추가 관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한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주가 반등을 주도했고,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소형주 지수 러셀2000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다우지수만 소폭 상승권에 진입했을 뿐, S&P500과 나스닥은 여전히 약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관세 유턴이 단기 안도 랠리를 이끌었지만,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니해설] 관세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 다시 확인된 '트럼프 변수' 이번 반등은 실적이나 지표가 아닌 정치 발언 하나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월가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에 고율 관세를 경고하자,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으며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실제 정책 리스크로 인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자 분위기는 즉각 반전됐다. 관세 철회와 함께 “합의의 틀”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자,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충돌이 전면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다. 월가에서는 “백악관 발언이 협상용 레버리지라는 점을 시장이 다시 학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셀 아메리카'는 끝났나, 잠시 멈췄을 뿐인가 이번 반등으로 ‘셀 아메리카’ 흐름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식은 반등했지만, 금 가격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고, 미 국채 금리도 이번 주 초 급등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안도 속에서도 구조적 리스크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덴마크 정부가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그린란드 사안을 안보·통상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여기에 일본 장기 국채 금리 급등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이 동요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미국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재차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술주·중소형주 반등이 던지는 신호 이번 장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시장 내부 체력이다.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여전히 적지 않았고, 저점으로 밀린 종목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지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견조하다는 의미다. 특히 러셀2000의 강세는 상징적이다. 중소형주는 매출 대부분이 미국 내에서 발생해 관세와 환율 변수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 시장이 대형 기술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 기반 종목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번 주 급락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며 하방을 지탱했다. 이는 2025년 내내 이어졌던 ‘딥을 사라’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불확실성 해소가 아닌 '내성의 강화' 이번 반등은 불확실성의 종결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전제를 시장이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의 시선은 이제 다시 기업 실적, 연준 독립성 논란, 글로벌 자본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그 모든 변수 위에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은 추세 회복이라기보다 정책 발언에 따른 변동성 국면의 한 장면으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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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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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트럼프 '관세 유턴'에 이틀 연속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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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9)] 우주가 '꿀'처럼 끈적하다고?⋯암흑에너지 미스터리, '점성'으로 푼다
-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를 '텅 빈 무대'로 여겨왔다. 별과 은하, 행성이라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안, 그 배경이 되는 공간(Space)은 아무런 저항도, 성질도 없는 완벽한 '진공(Vacuum)'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견고한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우주가 텅 빈 진공이 아니라, 꿀처럼 끈적거리는 '점성 유체(Viscous Fluid)'와 같다면 어떨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우주의 상태를 묘사하는 수사가 아니다. 현대 우주론이 직면한 최대 난제인 '암흑 에너지'의 오차를 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정교한 물리학적 시도다. 흔들리는 우주론의 기둥, '람다(Λ)CDM' 이 가설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대 우주론의 뼈대인 '람다-콜드 다크 매터(ΛCDM)' 모형이 왜 위기를 맞았는지 알아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ΛCDM 모형에서 암흑 에너지는 우주 어디서나, 언제나 일정한 값을 갖는 '우주 상수(Cosmological Constant, 람다·Λ)'로 정의된다. 즉, 우주를 밀어내는 힘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불변한다는 전제다. 그러나 최근 관측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의 '다크 에너지 분광기기(DESI)'와 칠레의 관측 데이터는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가 기존 표준 모형의 예측과 미세하게 어긋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암흑 에너지가 불변의 상수가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힘이 약해지거나 변할 수 있다는 '변동성'을 시사한다. 기존 방정식으로는 풀리지 않는 오차, 이른바 '우주론적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공간이 '물'이 아니라 '꿀'이라면?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공과대학(IIT) 조드푸르 캠퍼스의 무함마드 굴람 쿠와자 칸 연구원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우주 공간 자체를 '점성(Viscosity)'을 가진 유체로 취급하자"는 파격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점성은 유체가 흐름에 저항하는 성질이다. 맹물은 점성이 낮아 콸콸 흐르지만, 꿀은 점성이 높아 끈적하게 흐른다. 칸 연구원의 주장은 우주 공간이 맹물이 아니라 꿀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우주 공간에 실제 꿀이 차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주가 팽창(신장)할 때, 공간 자체가 팽창을 방해하려는 미세한 '저항(Drag)'을 갖고 있다는 물리적 가정이다. 이 '우주적 저항'을 방정식에 대입하면, DESI가 관측한 암흑 에너지의 이상 징후들이 놀랍도록 정교하게 설명된다. 표준 모형이 풀지 못한 오차를 '공간의 끈적임'이라는 변수 하나로 맞춰낸 셈이다. 진공의 소리, '공간 포논'의 등장 그렇다면 텅 빈 공간에서 어떻게 '끈적임'이 발생할까?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고체 물리학의 개념인 '포논(Phonons·음향양자)'을 우주 공간으로 확장했다. 물리학에서 포논은 결정(Crystal) 내부 원자들의 집단적인 진동을 입자처럼 취급하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우주 공간(진공)을 일종의 매질로 보고, 우주가 팽창할 때 공간 자체에서 '공간 포논(Spatial Phonons)'이라는 미세한 진동이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고요한 호수(우주)가 갑자기 넓어진다고 상상해 보자. 물이 늘어나면서 내부에서는 출렁거리는 파동(포논)이 생긴다. 이 파동은 물이 매끄럽게 퍼져나가는 것을 방해하며 서로 부딪히고 섞인다(Sloshing).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이 바로 팽창을 억제하는 '점성 저항'으로 작용한다. 즉, 암흑 에너지가 우주를 밖으로 밀어내려 할 때, 공간 내부의 포논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그 속도를 미세하게 늦추는 것이다. 이 '밀고 당기는(Push and Pull)' 균형이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 팽창 속도의 미세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번 가설의 핵심이다.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만약 이 가설이 동료 검증(Peer Review)을 통과하고 정설로 인정받는다면, 그 파장은 단순히 천문학 교과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우주선 궤도를 계산하거나 중력파를 해석할 때 기본값으로 두었던 '저항 0'의 진공 상태가 수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정밀 심우주 항법이나 위성 운용 계산에서 그동안 '무시해도 되었던 항(Term)'들이 유의미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우주는 더 이상 텅 빈 무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물리적 성질을 가진 역동적인 실체로 격상된다.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 등 외신은 "이 점성이 우주의 본질적인 특성인지, 아니면 현재 우리의 측정 장비나 방식이 가진 한계 때문에 나타난 착시인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진실은 곧 밝혀질 전망이다. 유럽우주국(ESA)이 쏘어 올린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과 향후 이어질 DESI의 정밀 데이터가 이 가설의 심판관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우주는 비어 있다"는 오랜 상식이 더 이상 자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관측 데이터와 이론 사이의 틈새에서 피어난 이 '끈적한 우주' 가설은, 우리가 광활한 어둠을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왔음을 시사한다. 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질문의 전제를 의심하는 순간, 과학은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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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9)] 우주가 '꿀'처럼 끈적하다고?⋯암흑에너지 미스터리, '점성'으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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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돌파에 재계 지형도 대격변
-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와 재계 지형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방산, 로봇 등 성장 산업을 보유한 그룹은 덩치를 급격히 키운 반면 내수·소비 중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4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91.63포인트(1.87%) 오른 5,001.56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날 사상 처음 '오천피'를 달성했다. 기업집단별 시가총액은 삼성이 1,194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시총 급증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그룹 시총 1,000조원을 돌파했다. 2위는 SK는 시총 67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SK는 그룹 핵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시총이 158조7000억원에서 538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결과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300조6000억원)이었다. 반면 LG는 4위로 내려앉았고, 카카오·네이버 등 IT 그룹과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코스피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미니해설] 코스피 '오천피'돌파, 재계 순위 변동 코스피 5,000 돌파는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권력 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수 상승의 동력과 기업별 시가총액 변화를 들여다보면 '어떤 산업이 미래를 선점했는가'라는 질문에 시장이 분명한 답을 내놓고 있다. 이번 랠리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과 SK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AI 수요는 단순한 GPU 경쟁을 넘어 데이터센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인프라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반등과 중장기 공급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그룹 전체 시총을 끌어올렸다. 시장은 이를 일회성 호재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도 주목된다. 현대차는 불과 1년 만에 시총이 두 배 이상 늘며 LG를 제치고 재계 3위로 올라섰다. 전통 완성차 기업의 재평가라기보다는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2028년 생산라인 투입 계획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서 선두 주자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조선·방산·중공업 그룹의 시총 확대 역시 시장 흐름을 상징한다. HD현대와 한화는 순위는 유지했지만 덩치를 2~3배 키우며 LG를 바짝 추격했다. 글로벌 해양 플랜트, 방산 수출,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이 장기 성장 스토리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두산의 10위권 진입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은 '에너지+로봇'이라는 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반면 내수와 소비, 전통 IT 플랫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LG는 TV 사업 부진과 이차전지·석유화학 업황 둔화가 겹치며 4위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과 전기차 캐즘 장기화라는 이중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코스피 랠리 속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성장 스토리가 명확하지 않으면 지수 상승 국면에서도 주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위권 변화도 의미심장하다. 효성과 미래에셋은 각각 전력기기·첨단소재, 증시 활황 수혜를 발판으로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롯데, KT, KT&G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그룹은 소비 회복 지연과 비용·규제 부담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수출·기술·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5,000 돌파를 "산업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구조화되는 출발점"으로 본다. 반도체, AI 인프라, 조선·방산, 로봇처럼 중장기 성장성이 명확한 산업은 추가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내수와 전통 소비 산업은 구조조정과 신사업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스피 5,000 시대는 모든 기업에 축복이 아니다. 시장은 미래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더욱 냉정하게 가려내고 있다. 재계 전반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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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돌파에 재계 지형도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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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철회'에 월가 급반전
- 뉴욕증시가 21일(현지시간) 전날의 급락을 상당 부분 되돌리며 강하게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겨냥해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련 관세 부과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날 시장을 지배했던 지정학·정책 불확실성이 일시 완화된 영향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56.10포인트(1.30%) 오른 4만9094.3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8.21포인트(1.30%) 상승한 6885.07로 반등했고, 나스닥지수도 312.33포인트(1.36%) 오른 2만3266.66에 거래를 마쳤다. 세 지수 모두 전날 기록한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낙폭에서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동을 통해 그린란드와 북극 전반에 관한 협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며 “이에 따라 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취득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전날 시장을 압박했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도 하루 만에 되돌려졌다. 미 국채 가격이 반등하며 10년물 국채금리는 4.25%대로 내려왔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회복했다. 주식·채권·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였던 전날과는 뚜렷한 대비다. 반등은 기술주가 주도했다. 엔비디아와 AMD 등 대형 반도체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나스닥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도 강세를 보이며 러셀20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관세 리스크 완화가 상대적으로 해외 노출이 적은 종목군에 더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은행주 역시 소폭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연설에서 신용카드 금리 상한(10%) 도입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입법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해 금융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권한을 둘러싼 심리에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은 시장에 또 다른 부담으로 남아 있다. [미니해설] '하루 만에 뒤집힌 월가'…반등의 성격과 남은 시험대 안도 랠리의 본질: 신뢰 회복이 아닌 '최악 회피' 이번 반등은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단 접혔다는 안도감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즉각 정책으로 집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다시 작동했다는 의미다. 제드 엘러브룩 아전트캐피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트럼프의 발언은 매우 빠르게 바뀌며, 시장은 더 이상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린란드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것이라 믿었다면 전날 낙폭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반등이 '정책 신뢰'가 아니라 '정책 피로'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셀 아메리카' 경보는 꺼졌지만 해제되진 않았다 전날 나타난 달러 약세, 미 국채 매도, 주가 급락의 동시 발생은 구조적으로 가벼운 신호가 아니다. 하루 만에 되돌림이 나왔지만, 정책 리스크가 재점화될 경우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덴마크 연기금의 미 국채 매각 결정, 유럽 정치권의 보복 관세 검토 움직임은 단발성 뉴스라기보다 자본 흐름의 민감도를 높이는 변수다. 시장은 무역 갈등을 물가 변수보다 ‘자본 이동 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연준 독립성 논란, 다음 변동성의 뇌관 이날 미 연방대법원에서 연준 이사 해임과 관련해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거나 붕괴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온 점은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이 정치 논리에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은 금리·환율·주가 전반의 위험 프리미엄을 끌어올린다. 월가에서는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보기보다는 변동성 장세의 한 국면으로 평가한다. 관세, 연준 독립성, 지정학 이슈가 번갈아 시장을 자극하는 환경에서 지수는 '상승'보다 '흔들림'에 더 취약한 구조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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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철회'에 월가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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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추론' 전면전⋯베이스텐에 2천200억 베팅
- 인공지능(AI) 가속기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AI '추론(inference)'에 특화한 스타트업 베이스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베이스텐에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스텐은 벤처캐피털 IVP 등이 주도한 이번 투자 유치 라운드를 통해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을 엔비디아가 부담했다. 이 거래를 통해 베이스텐의 기업가치는 직전 평가 대비 두 배 수준인 5억달러로 책정됐다. 이번 투자는 엔비디아가 학습(training) 중심의 AI 인프라를 넘어,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핵심이 되는 추론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AI 모델이 상용 환경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추론 성능과 비용 경쟁력이 결정적인데, 엔비디아가 이 분야에 특화한 스타트업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행보는 최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AI 가속기 칩 설계 전문 스타트업 그로크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크는 당시 "고성능·저비용 추론 기술의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공동 목표를 반영한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에 따라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를 포함한 핵심 인력 일부가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고도화와 확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측은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신에서는 거래 규모가 최대 20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증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당시 보고서에서 "직접적인 인수·합병(M&A) 대신 라이선스와 지분 투자 방식을 택한 것은 반독점 규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칩 공급자를 넘어, AI 추론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직적 확장을 통해, 차세대 AI 경쟁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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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셀러 계정 해킹⋯정산금 86억원 지급 지연
-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판매자 계정이 해킹돼 80억원이 넘는 정산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확보한 침해사고 신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판매자용 비즈니스 온라인 포털에 대한 해커의 무단 접근 가능성을 인지하고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해커는 일회용 비밀번호(OTP) 취약점을 이용해 107개 비즈니스 계정의 비밀번호를 재설정했고, 이 중 83개 계정의 정산금 계좌를 자신의 계좌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지급이 지연된 정산금은 600만 달러(약 86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미니해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판매자 계정 해킹 사건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보안 체계와 해외 사업자의 정보보호 책임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판매자들이 사용하는 비즈니스 포털의 계정 복구 과정에서 발생한 OTP 인증 취약점이다. 해커는 이를 악용해 다수의 계정 비밀번호를 재설정한 뒤 정산금이 입금되는 계좌 정보를 자신이 통제하는 계좌로 변경했다. 침해사고 신고서에 따르면 해커는 총 107개 비즈니스 계정에 접근했으며, 이 가운데 83개 계정에서 실제로 정산금 계좌 변경이 이뤄졌다. 그 결과 판매자들에게 지급되지 못한 정산금은 600만 달러에 달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미지급된 정산금 전액에 지연이자를 가산해 지급했으며, 판매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장했다고 당국에 보고했다. 문제는 사고 인지 과정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일부 판매자들로부터 “정산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문의를 받기 전까지 시스템 이상 징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모니터링만으로는 계좌 변경이나 비정상 접근을 조기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사고 인지와 대응이 사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안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확인된 이후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해커가 악용한 OTP 시스템을 수정하고, 정산금 계좌 정보 변경 시 추가 재검증 절차를 활성화하는 등 보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사전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기본적인 보안 설계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더 큰 논란은 정보보호 인증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P) 인증을 모두 받지 않은 상태였다. ISMS 인증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무화돼 있으며, 인증 여부는 기업의 보안 관리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공식 재무제표가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공개돼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 ISMS 인증 의무 대상인지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사업자에게 'ISMS 인증 의무 대상자일 수 있음'을 통지하고, 요건에 해당할 경우 인증을 취득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정산 지연 자체보다도, 계좌 정보 변경과 같은 핵심 금융 정보가 외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규모 정산금이 오가는 이커머스 환경에서 보안 사고는 플랫폼 신뢰도와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일수록 국내 법·제도에 부합하는 보안 인증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사고 이후 피해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보안 전략이 필수라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이번 해킹 사고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반의 보안 기준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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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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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셀러 계정 해킹⋯정산금 86억원 지급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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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올해 하반기 AI 구동 하드웨어기기 공개
-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는 하드웨어 기기를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크리스 러헤인 오픈AI 최고대외관계책임자(CGAO)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악시오스 하우스 다보스' 행사에 참석해 "올해 안에 새 기기에 대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헤인 CGAO는 "아마 올해 하반기가 될 것이지만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 기기가 '핀'인지 '이어폰'인지 등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올해 하반기에 제품이 곧바로 시판될지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픈AI는 지난해 5월 애플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기기 시장에 진출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아이브의 시제품을 확인했다며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디자인이라고 언급했으며, 아이브는 당시 해당 기기의 출시 시기에 대해 "2년 이내"라고 답했다. 올트먼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방식에 기기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오픈AI와 애플 사이에서 진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이달 초 오픈AI가 화면 없이 말로 대화하는 AI 오디오 기기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픈AI가 준비하고 있는 기기는 안경 형태이거나 이어폰이나 헤드폰, 또는 스마트 스피커 등의 형태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한편 러헤인 CGAO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오픈AI가 발표한 광고 도입에 대해 "광고 수익이 우리가 이 기술을 수억 명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팅 자원 구매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챗봇의 광고와 관련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시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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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올해 하반기 AI 구동 하드웨어기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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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대만에 첨단 패키징 공장 4곳 추가 건설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대만내에 최첨단 패키징(AP) 공장 4곳을 추가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허우융칭 TSMC 수석부사장 겸 부(副) 공동최고운영책임자(COO)가 오는 22일 자이과학단지와 남부과학단지 타이난 지역 첨단 AP 공장 4곳 추가 증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소식통은 TSMC가 올해 상반기에 자이과학단지 내 AP 1공장(P2)에서 양산을 시작하고 2공장(P2)에는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인수한 대만 폭스콘 그룹 산하 패널 업체 이노룩스의 공장을 개조한 AP8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이용한 생산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TSMC가 CoWos 생산부족에 따라 자이과학단지와 남부과학단지에 각각 2곳의 AP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TSMC의 이런 움직임이 최근 미국 공장 증설로 인한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 약화와 함께 대만 TSMC가 '미국의 TSMC(ASMC)'로 변모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대만중앙통신사 등 중화권 매체는 지난 17일 미국과 대만의 상호관세 협상 타결 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CNBC 인터뷰에서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궁밍신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으로 추산하면 대만과 미국의 산업 능력 비중은 2030년 85% 대 15%, 2036년 80% 대 20%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대만은 지난 15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대만 기업·정부가 각각 미국에 2500억달러 규모 직접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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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대만에 첨단 패키징 공장 4곳 추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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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열풍의 또 다른 얼굴⋯주식 100억 넘는 '신규 상장 부자' 119명
-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개인 주주가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12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 16일 종가 기준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초과한 개인 주주는 119명으로 집계됐다. 평가액 구간별로는 1조원 이상 1명, 1000억~1조원 미만 19명, 500억~1000억원 미만 19명, 300억~500억원 미만 14명, 100억~300억원 미만 67명이었다. 주식 평가액이 1조원을 넘긴 인물은 제약·바이오 기업 에임드바이오 최대 주주인 남도현 CTO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960~1970년대생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30대 주식 부자도 12명에 달했다. [미니해설] 2025년 신규 상장사서 100억 이상 주주 119명…바이오 업종 강세 지난해 국내 IPO 시장은 상장 건수 자체보다 '상장 이후 누가 얼마나 큰 부를 쌓았는가'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개인 주주가 119명에 달한 것이다. 단기간에 '상장 부자'가 대거 탄생했다는 점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주식 가치가 1조원을 넘긴 인물은 단 한 명이지만, 1000억원 이상 보유자만 20명에 달했다. 과거 일부 대기업 오너나 장기 상장사 창업자 중심이던 ‘주식 부자 지도’가, 최근에는 상장 직후 급등한 신생 기업 창업자와 핵심 경영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에임드바이오의 최대 주주인 남도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남 CTO는 2200만주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며 평가액 1조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보다 주가가 약 25% 상승하면서, 기술 창업자가 단기간에 조 단위 자산가로 올라서는 전형적인 바이오 IPO 성공 사례로 꼽힌다. 1000억원대 자산가 그룹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리브스메드, 명인제약, 알지노믹스 등과 함께 오름테라퓨틱 창업자인 이승주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상장 이후 주가가 400% 넘게 급등하면서 주식 평가액이 700억원대에서 4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상장 후 300% 이상 주가가 뛰며 개인 주주들의 자산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연령 분포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60~1970년대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1980~1990년대생도 3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주식 부자가 12명이나 등장한 점은 벤처 창업과 기술 기반 기업 상장이 세대 교체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주식 부자'가 장기간 기업을 키운 결과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상장과 동시에 자산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직후 급등한 주가는 기대감에 크게 의존한 경우가 많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바이오 기업은 임상 결과나 사업 진척 상황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중 제약·바이오 업종이 주식 부자 상위권을 사실상 휩쓸었다"며 "기술력과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컸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상장 이후에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사업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IPO 시장은 '상장만으로도 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인식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시켰다. 단기간에 탄생한 신규 상장 주식 부자들이 향후에도 자산 가치를 유지·확대할 수 있을지는, 시장의 기대를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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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열풍의 또 다른 얼굴⋯주식 100억 넘는 '신규 상장 부자' 1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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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블랙홀'이 삼킨 반도체⋯전 세계 '가격 쇼크' 덮쳤다
-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집어삼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싹쓸이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PC, 스마트폰, 자동차에 들어갈 반도체가 사라지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현실화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메모리 공급의 키를 쥐고 있지만, 폭증하는 수요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메모리 부족 사태가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며 2026년이 '메모리 대란'의 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 2025년 4분기에만 50% 폭등했으며, 올 1분기에도 최대 50%의 추가 상승이 확실시된다. 이는 단순한 호황을 넘어선 '공급망 쇼크'다. "하나를 얻으려면 셋을 포기하라"…HBM의 역설 이번 대란의 본질은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태생적 한계에 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HBM 1비트(bit)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반 D램 3비트 분량의 생산 능력을 희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공정 난도가 훨씬 높고 웨이퍼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가 수익성이 월등한 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PC나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생산량은 급감했다. 한정된 생산 라인(CAPA)에서 AI용'과 '일반용'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시스템은 로직 칩 하나당 무려 288기가바이트(GB)의 HBM을 요구한다. 이는 최신 스마트폰 36대, 노트북 18대에 들어갈 메모리 총량과 맞먹는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미시시피에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등 빅테크들의 '사재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일반 소비자가전 시장에 떨어지는 낙수효과는커녕 가뭄만 심화되고 있다. "20년 만에 가장 미친 시장"…웃돈 전쟁 현장의 다급함은 수치로 증명된다. 트렌드포스의 에이브릴 우 수석 부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시장을 분석해왔지만, 지금처럼 '미친(craziest)' 상황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시장을 장악한 한국 기업들의 창고는 이미 비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2026년 생산할 물량 전체가 '완판(sold out)'됐다고 선언했다. 2년 전만 해도 수요 침체로 평택 공장 증설 속도를 늦췄던 삼성전자는 이제 밤샘 공사를 통해 라인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2027년 물량까지 주문이 꽉 찼으며, 급기야 주력 PC 메모리 브랜드 생산을 중단하고 AI용 메모리 생산에 올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없다. 반도체 팹(Fab) 건설에는 수년이 걸린다. 마이크론이 뉴욕주에 1000억 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메가 팹'도 2027년은 되어야 가동된다. 우 부사장은 "지금 시장에 나오는 반도체는 3~4년 전 투자의 결과물"이라며 "현재의 투자 붐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진 긴 시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車 가격 인상 '초읽기'…벼랑 끝 제조사들 메모리 대란의 불똥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전방 산업계로 튀고 있다. 얇은 마진으로 버티던 가전 및 PC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할 처지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인해 2026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5%, PC는 9% 가까이 역성장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의 공포는 더 크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으로 차량당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구형(레거시) 공정을 최신 공정으로 전환하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MS 황 이사는 "부품사 사장들은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반도체 제조사로 날아가 읍소해야 할 판"이라며 "하지만 제조사들은 이미 2028년 물량까지 팔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 제품을 찾거나, 폐기된 서버에서 뜯어낸 중고 메모리(Reclaimed chips)를 재사용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공급망의 '영구적 재배치'…韓 기업, '슈퍼 을' 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공급망의 영구적 재배치(Permanent Reallocation)'로 규정한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전체 고성능 메모리 생산량의 70% 이상이 데이터센터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멈추는 '전략 물자'가 됐다. 전체 전자기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10% 미만에서 최대 3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황 이사는 "AI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선점한 상황에서, 나머지 기업들이 치러야 할 대가에는 '상한선(Limit)'이 없다"고 경고했다. 바야흐로 '부르는 게 값'인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이 도래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생사여탈권을 쥔 '슈퍼 을(乙)'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Editor’s Note] '슈퍼사이클'이라는 말로는 지금의 광풍을 설명하기 부족해 보입니다. 과거의 반도체 호황이 경기 순환에 따른 파도였다면, 이번 사태는 AI라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으킨 쓰나미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단군 이래 최대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메모리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인 IT 기기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나 홀로 호황'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극대화라는 달콤한 과실을 즐기면서도,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정교한 공급망 배분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반도체 권력'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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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블랙홀'이 삼킨 반도체⋯전 세계 '가격 쇼크'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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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S&P500, '미세 반등 속 주간 하락'
-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에 휘둘리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1% 상승, 나스닥지수도 0.1% 오르며 소폭 반등했지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증시는 장중 변동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장을 현직에 남기고 싶다"며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인선과 관련해 발언하자, 시장은 이를 연준 독립성 약화 신호로 해석하며 한때 낙폭을 키웠다.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주요 지수는 장중 저점을 찍었다. 이후 반도체주가 다시 시장을 떠받쳤다. 전날 발표된 TSMC의 '어닝 서프라이즈' 여파가 이어지며 대만 반도체와 브로드컴, AMD 등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기술 분야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반면 은행주는 주간 기준으로 부진했다. 실적 자체는 양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언급과 연준 인선 불확실성이 겹치며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주간 기준 각각 3~4%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S&P500지수는 약 0.1%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4% 내리며 한 주를 마쳤다. [미니해설] "정책 리스크가 시장의 변수가 됐다"…월가를 흔드는 '트럼프 프리미엄' 16일 뉴욕증시는 숫자보다 말에 반응한 시장이었다. 실적도, 지표도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한마디가 금리와 주가의 방향을 바꿨다. 이는 2026년 들어 월가가 마주한 가장 뚜렷한 변화다.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준 인선이 곧 금리 변수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은 연준 의장 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돼온 케빈 해싯 NEC 위원장을 현직에 두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직후, 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인물 자체보다 연준의 독립성이다. 해싯은 '시장 친화적', 워시는 '정책 일관성 중시'로 분류되지만, 공통점은 정치적 압박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날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2%를 돌파하며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다시 위로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반도체가 증시를 붙잡다 정책 리스크 속에서도 증시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반도체였다. TSMC가 제시한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은 'AI 투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을 다시 심어줬다. 미국과 대만 간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는 반도체 공급망이 정치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실물 기반임을 보여준다. 이날도 반도체주는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AI·반도체는 이제 테마가 아니라 증시의 구조적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주, 실적보다 정책에 눌리다 은행주는 이번 주 증시의 약한 고리였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들은 실적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실적보다 정책 리스크를 더 크게 평가했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논의, 연준 인선 변수, 장기 금리 변동성은 금융주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월가에서는 "은행 실적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금융주가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주 강세, 자금 이동의 신호 한편 눈여겨볼 흐름은 소형주다. 러셀2000지수는 S&P500을 11거래일 연속 웃돌며 2008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는 대형 기술주 쏠림에서 자금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강세장의 신호라기보다는, 대형주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의 전술적 이동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불확실성 장세'의 본격화 16일 뉴욕증시는 상승도 하락도 아닌, 불확실성의 확인이었다. 연준 인선, 지정학, 관세 발언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 차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월가는 다시 정치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6년 초 뉴욕증시는 이제 실적 장세에서 정책 장세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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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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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트럼프 한마디에 흔들린 월가⋯S&P500, '미세 반등 속 주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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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아이폰 쥔 애플, AI 패권전쟁서 '킹메이커'로 부상
-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아이폰 생태계를 무기로 글로벌 AI 판도의 '킹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애플이 구글의 AI 챗봇 '제미나이'를 아이폰과 음성비서 시리에 도입한다고 전하며, 기존의 오픈AI 챗GPT 연동도 유지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구글과 오픈AI라는 양대 AI 진영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구글의 AI 모델 성능이 개선된 점과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이 애플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애플은 경쟁사들과 달리 공격적인 AI 투자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아이폰 판매 호조와 주가 상승을 통해 전략적 선택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니해설] 애플, AI 전쟁서 '킹 메이커' 급부상⋯구글·오픈AI 사이서 실리 추구 애플의 AI 전략은 실리콘밸리식 '속도전'과는 결이 다르다. 구글과 오픈AI,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플랫폼까지 가세한 AI 패권 경쟁에서 애플은 줄곧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초거대 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자체 AI 발표도 경쟁사 대비 늦었다. 그럼에도 최근 애플의 행보는 '패자'라기보다 판을 조율하는 조정자에 가깝다. FT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주 구글의 제미나이를 아이폰과 시리에 도입하기로 하면서도, 이미 연동 중인 오픈AI의 챗GPT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단일 파트너에 의존하지 않고, AI 챗봇 양대 주자를 모두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세계 최대 소비자 플랫폼을 지렛대로 삼아 AI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애플은 한때 구글이나 오픈AI처럼 범용 AI 개발을 추진했지만, 초기 투자 경쟁에서 타이밍을 놓쳤고 성능 결함과 업데이트 지연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모델 개발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대신 애플은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소형·경량 AI에 초점을 맞췄다. 텍스트 요약, 알림 정리, 사진·문서 보조 기능 등 특정 작업에 특화된 모델을 기기 자체에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투자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하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가 매년 수백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것과 달리, 애플은 최근 5년간 전체 매출의 약 3%만을 설비·부지 등 외형 확대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설비투자 규모는 127억달러로, 구글의 약 90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AI 경쟁에서 애플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7이 흥행에 성공했고, 애플 주가는 최근 12개월 사이 12% 이상 상승했다. AI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가 결합된 생태계의 힘으로 수익성과 주가를 방어한 셈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과도한 AI 투자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소비자 체감 성능을 개선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구글 제미나이 도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FT는 구글이 AI 모델 성능 면에서 오픈AI와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힌 점이 애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특히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에 AI를 안정적으로 적용하려면, 대규모 기업용 서비스 운영 경험이 검증된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광고와 클라우드, 글로벌 서비스 운영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구글은 이 조건에 부합한다. 한 전직 애플 임원은 FT에 "애플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과 소비자의 기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며 "최근 구글과의 제휴는 AI 투자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겠다는 애플의 원칙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대부분의 연산을 외부 클라우드에 맡기면서도, AI 관련 민감한 요청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자체 '클라우드 연산' 인프라는 별도로 구축하고 있다. 비용 통제와 보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애플은 AI 경쟁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주자'가 되기보다는, 누가 승자가 되든 영향력을 유지하는 위치를 택했다. 아이폰이라는 절대적 플랫폼을 쥔 애플이 구글과 오픈AI를 동시에 끌어안으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힘의 균형을 조정하는 '킹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는 FT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AI 시대에도 애플식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장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Key Insights] 애플의 킹메이커 전략은 인프라 쩐의 전쟁으로 치닫는 AI 패권 경쟁에서 '플랫폼 지배력'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증명한다. 무리한 자체 LLM 개발보다 기기 장악력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들의 최고 AI를 하청화하는 영리함을 보여줬다. 한국 IT 및 전자 기업들도 무작정 천문학적 투자를 좇기보다, 온디바이스 AI와 자사 하드웨어 생태계를 결합해 소비자의 실질적 편의성과 보안을 높이는 틈새시장 및 플랫폼 록인(Lock-in) 전략을 치밀하게 구상해야 한다. [Summary] 애플이 구글의 AI 챗봇 제미나이를 아이폰과 시리에 도입하고 기존 오픈AI의 챗GPT 연동도 유지하며 글로벌 AI 판도의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천문학적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집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자사 기기에서 자체 구동되는 경량화 AI에 집중하며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세계 최대 소비자 플랫폼인 아이폰을 지렛대 삼아 양대 AI 기업을 모두 품으면서, 애플은 직접 출혈 경쟁을 하지 않고도 AI 생태계의 주도권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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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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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아이폰 쥔 애플, AI 패권전쟁서 '킹메이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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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4,800선 첫 안착⋯'오천피' 시야
- 코스피가 16일 사상 처음으로 4,800대에서 거래를 마치며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43.19포인트(0.90%) 오른 4,840.74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23.11포인트(0.48%) 오른 4,820.66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4,855.61까지 오르며 장중·종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는 3.43포인트(0.36%) 상승한 954.59로 마쳤다. 간밤 미국 증시 반등과 반도체 업종 강세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3.9원 오른 1,473.6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3.54% 오른 14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도 0.93% 상승했다. [미니해설] 코스피 사상 첫 4,800대 돌파 마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며 16일 마침내 4,800선에 안착했다. 장중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주식시장의 체급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줬다. '박스피'에 갇혀 있던 과거 흐름과는 확연히 다른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43.19포인트(0.90%) 오른 4,840.74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4,800선을 넘어선 뒤 상승 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4,855.61까지 오르며 종가와 장중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스피의 연속 상승 기록도 11거래일로 늘어나며 중기 추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꿈의 지수'로 불려온 오천피(5,000선)까지는 이제 약 160포인트(p)만을 남겨두고 있다. 상승 동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반등한 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이 재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삼성전자는 3.54% 오른 14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4만9,5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0.93% 상승해 756,000원에 마감하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반면 업종별 흐름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0.26%), 현대차(-2.13%) 등 일부 대형주는 차익 실현 매물에 밀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0.92%), 셀트리온(-0.71%) 등 바이오주도 약세를 나타냈다. 조선·방산주 가운데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93%)가 오른 반면, 한화오션(-1.28%), HD현대중공업(-1.43%), 삼성중공업(-1.33%) 등은 하락했다. IT 플랫폼과 게임주도 NAVER(-0.81%), 카카오(2.05%), 엔씨소프트(-3.07%)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금융주는 KB금융(0.61%), 하나금융지주(0.21%)가 오른 반면 신한지주(-0.25%)는 약보합에 그치며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했다. 현대차(-2.13%), 기아(-0.92%) 등 자동차주도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순매수하며 지수 상단을 떠받쳤다. 개인과 외국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는 상승 추세 속에서도 고점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코스닥 시장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와 달리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3.43포인트(0.36%) 오른 954.59로 마감했지만, 장중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컸다. 성장주 전반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이어지며 지수 상승 탄력은 제한됐다. 외환시장은 증시와 달리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오른 1,473.6원에 마감하며 다시 1,470원대 위로 올라섰다.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 유입의 속도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의 중기 방향성에 대해 낙관과 경계가 교차하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 기업 실적 추정치 상향 등은 추가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단기간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환율 상승,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자체보다 업종과 종목 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국면"이라며 "오천피 기대감에 쏠리기보다 실적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 구간에 진입한 만큼, 향후 흐름은 상승의 ‘속도’보다 ‘지속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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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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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4,800선 첫 안착⋯'오천피'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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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미국 증시 30% 급락 땐 소비 1.7%p 추락"
- 미국 주가가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같은 급락세를 보일 경우, 미국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며 경기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6일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 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는 변동성이 큰 주가와 고소득층 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금융 충격 발생 시 경기 급락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주가가 10% 하락할 경우 연간 소비 증가율이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치지만, 닷컴버블 붕괴기처럼 30% 급락하면 소비 증가율이 1.7%포인트(p)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물가 측면의 하방 위험과 소득·자산 계층 간 양극화도 소비 둔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니해설] 한은, 미국 증시 닷컴버블 붕괴기처럼 30% 급락하면 소비 증가율 1.7%p↓ 한국은행이 미국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하며, 주가 급락이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단기 조정 수준을 넘어 금융시장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주가 의존도'를 꼽았다. 미국 가계 소비는 주식 등 금융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증시 강세에 따른 부의 효과는 소비를 약 0.4%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하방 국면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조정을 넘어 급락 국면에 진입할 경우, 특히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주가 하락 폭에 따라 소비 충격의 강도가 뚜렷하게 달라진다고 봤다. 10% 내외의 조정은 소비 증가율을 0.3%포인트 낮추는 데 그치지만, 닷컴버블 붕괴기와 유사한 30% 급락이 발생할 경우 소비 증가율은 1.7%포인트나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 소비가 금융시장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과 물가 환경 역시 소비의 하방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미국의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과대 계상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 대체, 이민 제한 강화로 인한 노동력 공급 제약이 고용 여건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과 수요 압력에 따른 고물가가 가계 구매력을 제약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소득·자산 계층 간 양극화 역시 소비 급랭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다.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해 온 만큼, 주가 하락 국면에서는 이들 계층의 지출 축소가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저소득층은 이미 물가 부담과 실질 구매력 약화로 소비 여력이 제한돼 있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소비를 떠받칠 완충 장치가 약하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이러한 미국 소비 취약성이 한국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AI 투자 확대와 가계 수요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 소비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과 기업 투자, 금융시장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화·재정 정책의 확장 효과에 가려 미국 경제의 잠재적 취약성이 과소평가되지 않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대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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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미국 증시 30% 급락 땐 소비 1.7%p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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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17)] 유체 기어, 마모 없는 로봇 구동의 문을 열다
- 톱니가 맞물리는 것이 아닌, 물로 맞물리는 마모 없는 기어가 개발돼 로봇 구동이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구진이 마모와 걸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물 기반 기어(water-driven gear, 유체 기어)'를 개발했다고 인터레스팅언지니어링과 웹 사이트 Phys.org가 보도했다. 유체 기어는 고체 톱니 대신 유체의 흐름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로봇과 기계 설계의 오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대학교(NYU) 연구팀은 유체역학을 이용해 회전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어 메커니즘을 고안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기어는 맞물리는 톱니가 없어 부품 간 직접 접촉이 발생하지 않으며, 마찰·마모·이물질로 인한 고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를 이끈 준 장(Jun Zhang) 교수는 "고체 톱니를 맞물리게 하는 대신, 회전에 의해 형성된 유체의 흐름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새로운 기어를 만들었다"며 "회전 속도는 물론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어는 인류 문명과 함께해 온 대표적 기계 요소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청동기 시대부터 금속·목재·플라스틱 톱니가 동력을 전달해 왔고, 이는 고대 전차에서 현대 로봇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어는 정밀한 정렬이 요구되며, 작은 결함이나 모래 알갱이 하나에도 걸림이나 파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NYU 연구팀은 이러한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피하기 위해 '무접촉 기어' 개념을 제시했다. 공기와 물이 터빈을 구동하는 원리에 착안해, 정밀하게 설계된 유체 흐름이 물리적 톱니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실험에서는 물과 글리세린을 섞은 점성이 높은 액체 속에 두 개의 원통을 담갔다. 첫 번째 원통을 회전시키자 주변 유체가 소용돌이치며 움직였고, 원통 간 거리와 회전 속도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동작이 나타났다. 원통이 가까이 있을 때는 유체가 미세한 '가상 톱니'처럼 작용해 두 번째 원통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켰다. 반대로 거리를 벌리면 유체가 보이지 않는 벨트처럼 감기며 같은 방향 회전을 유도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기존 기계식 기어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제어 자유도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부품이 서로 닿지 않기 때문에 파손될 요소가 없고, 이물질이 유입되더라도 유체가 이를 감싸 흐르며 작동을 유지할 수 있다. NYU 레이프 리스트로프(Leif Ristroph) 교수는 "일반 기어는 톱니가 정확히 맞물려야 하며, 작은 결함이나 먼지 하나만으로도 작동이 멈춘다"며 "유체 기어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고, 속도와 방향을 기존 기계식 기어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에서 특히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금속 부품을 유체 기반 구동으로 대체하면, 부드럽고 유연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기계 설계가 가능해진다. 유체의 점성이나 흐름 조건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기어비를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월 13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향후 로봇, 마이크로 기계, 의료용 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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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17)] 유체 기어, 마모 없는 로봇 구동의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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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I인프라 확충 대응 10년만에 나온 미국 구리광산 선점
- 인공지능(AI) 열풍에 전 세계 구리 가격이 상승을 지속하는 가운데 아마존이 미국에서 10년 만에 나온 구리 광산을 선점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5일(현지시간)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2년간의 구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리오틴토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시 동쪽에 있는 광산에서 채굴 중인 구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광산은 저급 구리 매장지로 기존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개발이 중단됐으나 리오틴토는 세균과 산을 이용해 구리를 추출하는 '뉴턴(Nuton)' 프로젝트를 통해 여기서 구리를 생산한다. 이는 새로운 광산 개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구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려는 조치다. 구리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AI 서버의 전선과 회로기판의 주요 원료이기도 하고, 전력 공급을 위한 변압기와 배선에도 쓰인다. 이 영향으로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해 41% 올랐고, 이달 들어서도 추가 상승을 거듭해 파운드당 6달러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구리 가격은 추가 상승할 여지도 남아있다. 미 정부가 지난해 구리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아마존이 이번에 공급계약을 맺은 광산의 구리 생산량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리오틴토는 뉴턴 프로젝트를 통해 4년간 구리 1만4000 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 하나를 가동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WSJ은 짚었다. 그럼에도 아마존이 이번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뉴턴 프로젝트가 탄소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추출 기술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로 아마존 세계탄소책임자는 "우리는 사업 성장을 주도할 저탄소 설루션을 찾기 위해 원자재 수준에서 작업한다"며 "데이터센터 차원에서는 구리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광산 개발을 부활시켜 자원 안보를 강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이먼 트로트 리오틴토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에서 만나 구리 채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리오틴토는 최근 다른 광산업체 글렌코어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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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I인프라 확충 대응 10년만에 나온 미국 구리광산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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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뉴욕증시, 반도체·은행주 반등에 되살아난 '위험 선호'
- 뉴욕증시가 반도체와 은행주 동반 강세에 힘입어 이틀간의 조정을 딛고 반등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23포인트(0.7%)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4% 오르며 동반 반등했다. 이날 증시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 2026년 설비투자 규모를 520억~560억 달러로 제시한 것이 결정적 촉매로 작용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나며 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2%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도 3% 뛰었다. 은행주도 실적 발표 이후 반등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주가가 4% 상승했고,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 부문 호조에 힘입어 6% 가까이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하락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 넘게 급락했다. 여기에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며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지정학 리스크로 흔들렸던 뉴욕증시는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실적과 펀더멘털’에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니해설] 정치보다 강한 실적…월가는 다시 '본질'로 돌아왔다 이번 반등은 단순한 기술적 반발 매수로 보기 어렵다. 최근 뉴욕증시는 연준 독립성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정책 발언, 중동과 북극권을 둘러싼 지정학 이슈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출렁였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다. 정치 뉴스보다 기업 실적과 투자 사이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TSMC가 던진 신호 "AI는 유행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다" 시장 반등의 출발점은 TSMC였다. 분기 실적 자체도 사상 최대였지만, 투자자들이 주목한 대목은 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였다. 520억~560억 달러라는 숫자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라, 전 세계 AI 인프라 확장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최근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규제, AI 서버 투자 속도 둔화 우려 등으로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파운드리 산업의 최상단에 있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는 점은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시장은 규제 뉴스보다 실제 자본 지출(capex) 에 더 큰 신뢰를 보냈다.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동반 반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투자의 방향성이 단기 수요가 아니라 장기 인프라 구축이라는 인식이 다시 강화됐다. 은행 실적이 말해준 것: "정책은 시끄러워도 돈은 돈다" 금융주 반등 역시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최근 은행주는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연준(Fed) 압박, 금융 규제 강화 가능성 등 정치 변수에 짓눌려왔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실적은 월가의 '본업'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했다. 특히 트레이딩과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수익성 회복은, 2026년 자본시장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다. IPO와 인수·합병(M&A)이 다시 살아날 경우, 월가 대형 은행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게 된다. 이는 "정책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아직 실적을 꺾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시장의 판단으로 읽힌다. 유가·고용 지표가 만든 '숨 고르기 구간' 유가 급락은 이날 증시에 또 다른 숨통을 틔웠다. 중동 정세가 완화 조짐을 보이자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내려왔고, 이는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연준이 다시 매파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계심도 일부 완화됐다. 다만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는 양면성을 지닌다.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신호는 경기 침체 우려를 낮추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과열 신호도 함께 켜졌다 이번 반등이 마냥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 낙관 심리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많은 호재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경고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AI와 대형 기술주로 쏠린 자금, 높은 밸류에이션 역시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장의 의미는 분명하다. 뉴욕증시는 다시 '숫자와 투자 계획'을 보기 시작했다. 정치와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실적과 투자 사이클이 이를 압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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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뉴욕증시, 반도체·은행주 반등에 되살아난 '위험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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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열흘 연속 상승⋯4,800선 눈앞서 또 사상 최고
- 코스피가 15일 열흘 연속 상승하며 4,800선 문턱에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74.45포인트(1.58%) 오른 4,797.5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2.82포인트(0.27%) 내린 4,710.28로 출발했으나 장 초반 등락을 거쳐 상승 전환한 뒤 장중 고가로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4,723.10)를 다시 경신했다. 코스피가 10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8.98포인트(0.95%) 오른 951.16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7.8원 내린 1,469.7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57% 오른 143,900원에, SK하이닉스는 0.94% 상승한 74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니해설] 코스피 4,800 선 눈앞 마감⋯또 사상 최고치 코스피가 열흘 연속 오르며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8% 급등하며 4,797.55로 마감, 4,8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 초반 미국 증시 약세 영향으로 약보합 출발했으나, 원화 강세와 업종 순환매가 맞물리며 상승폭을 키웠다. 이번 상승의 배경에는 환율 급락이 자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7.8원 하락한 1,469.7원으로 마감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의 이례적인 '구두 개입'과 엔화 강세 전환이 원화 가치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환율 부담 완화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는 동시에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다우(-0.09%), S&P500(-0.53%), 나스닥(-1.00%)이 동반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H200 칩 중국 관련 이슈와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기술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여파로 국내에서도 반도체 대형주는 장중 변동성을 보였지만,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반도체 주도 장세가 아닌 업종 순환매가 지수를 끌어올린 결과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는 방산, 조선, 자동차 업종이 강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57% 상승했고, SK하이닉스도 장 막판 반등하며 0.94% 올랐다. 여기에 현대차(2.55%), 기아(6.64%),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7%), 한화오션(4.86%), HD현대중공업(2.60%) 등이 동반 상승하며 지수 방어와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NAVER(-4.62%)와 엔씨소프트(-1.51%)는 정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에 15일 동반 하락했다. 금융주는 혼조세였다. KB금융은 0.93% 상승했으나 신한지주는 0.63%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0.18%), 하나금융지주(0.10%)는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환율 안정과 금리 인하 기대가 공존하는 국면에서 은행주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 결과로 해석된다. 코스닥 시장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코스닥 지수는 0.95% 상승하며 950선을 회복했다. 전날까지 조정을 받았던 일부 성장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방산·자동차·조선으로 주도주가 이동하는 건강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안정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수급이 추가로 개선되며 코스피의 4,800선 돌파 시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경계 요인이다. 열흘 연속 상승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출회될 수 있다. 특히 미국 기술주 흐름과 중동 정세, 중국 관련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상방에 실려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환율 안정, 업종 순환, 정책 기대가 맞물린 현 국면에서 코스피는 '속도 조절을 거친 추가 상승' 시나리오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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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열흘 연속 상승⋯4,800선 눈앞서 또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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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8)] "물 속 헤엄치듯"⋯뇌와 근육 가진 '세포급 자율 로봇' 탄생
- 로봇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의 로봇이 팔과 바퀴를 단 거대한 기계 장치였다면, 이제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크기로 축소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 미생물의 단계로 진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동시 발표한 연구 성과는 로봇공학의 40년 숙원을 푼 쾌거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이 공개한 로봇은 크기가 200×300×5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소금 알갱이보다 작아 현미경 없이는 식별조차 불가능한 이 기계가 외부의 전선이나 원격 조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 자율 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마이크로 세계의 '물리 법칙'을 극복하다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와 미생물이 사는 미시 세계는 물리 법칙이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미스킨(Marc Miski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 차이를 "수영장에 꿀이나 타르(Tar)를 가득 채우고 수영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사람이나 물고기처럼 큰 물체는 관성을 이용해 물을 뒤로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몸집이 세포만큼 작아지면 물의 점성(끈적임)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관성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는 기존의 프로펠러나 지느러미 방식이 무용지물이 된다. 팔다리를 젓는 순간 저항에 부딪혀 부러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적 부품을 모두 없애고 '전기운동(Electrokinetic, 일렉트로키네틱)' 추진 방식을 도입했다. 로봇이 전극을 통해 미세한 전기장을 형성하면, 주변 용액 속의 이온(Ion)들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이온의 흐름이 물 분자를 끌고 가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듯 물살을 만들어낸다. 미스킨 교수는 "로봇이 스스로 '강물'을 만들어 그 흐름을 타고 이동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모터나 기어 같은 움직이는 부품 없이도 방향 전환은 물론 복잡한 경로 주행, 심지어 물고기 떼와 같은 군집 유영까지 가능해졌다. 스마트워치 10만분의 1 전력으로 '생각'하다 몸체보다 더 큰 난관은 '두뇌'였다. 좁쌀보다 작은 로봇 표면에 태양전지를 붙이고 나면, 연산 장치(컴퓨터)를 넣을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게다가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전력은 고작 75나노와트(nW). 이는 스마트워치 구동 전력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극미량이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해결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컴퓨터' 제작 기록을 보유한 미시간대 데이비드 블라우(David Blaauw) 교수팀이었다. 그들은 기존 반도체 회로 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연구진은 초저전압에서 작동하는 특수 회로를 설계해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1000배 이상 줄였다. 미스킨 교수는 "자율 로봇을 1만 배 더 작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1㎜ 미만 크기의 로봇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였고, 이 분야는 사실상 40년 가까이 같은 벽에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의 압축'이다. 보통 로봇을 움직이려면 복잡한 명령어 세트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추진 제어에 필요한 수많은 단계를 단 하나의 특수 명령어로 압축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메모리 공간에 운영체제(OS)를 구겨 넣는 혁신을 통해, 로봇은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와이파이 대신 '꿀벌의 춤'으로 대화한다 이 초미세 로봇은 섭씨 0.3도 수준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세포 단위의 미세 환경에서 온도 변화는 암세포의 증식이나 염증 반응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그렇다면 로봇은 감지한 정보를 어떻게 인간에게 전달할까. 무선 통신 칩을 넣을 공간도, 전력도 없는 상황에서 연구진은 자연에서 힌트를 얻었다. 바로 '꿀벌의 춤(Waggle Dance)'이다. 로봇은 온도 데이터를 전송하고 싶을 때, 빛의 펄스에 맞춰 특정한 패턴으로 몸을 흔드는 '춤'을 춘다. 연구진은 현미경 카메라로 이 움직임을 촬영해 데이터를 해독한다. 전파 대신 움직임으로 대화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다. 또한 각 로봇에는 고유 주소(ID)가 부여되어 있어, 수천 마리의 로봇 떼에 각기 다른 임무를 부여하는 '미시적 분업'도 가능하다. 1센트의 혁명…"내구성은 피펫을 통과할 정도" 이 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확장성'과 '양산성'에 있다. 기존의 마이크로 로봇들이 실험실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고가의 장비였다면, 이번 로봇은 반도체 공정을 통해 웨이퍼 위에서 한 번에 수백만 개를 찍어낼 수 있다. 개당 제작 비용은 약 1센트(약 14원) 수준이다. 내구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연구원이 주사기(피펫)로 로봇을 빨아들여 다른 용기로 옮겨도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이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주사기를 통해 인체에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스킨 교수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기계에 뇌와 감각, 근육을 모두 집어넣고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작동시켰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우리는 이 플랫폼 위에 어떤 지능과 기능을 더 얹을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포급 자율 로봇의 등장은 의료와 제조 산업의 경계가 무너짐을 의미한다. 혈관 속을 헤엄치며 개별 세포를 수리하는 '나노 의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를 조립하는 '마이크로 공장'이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는 이제 물질을 다루는 손길을 원자 단위에 가깝게 뻗을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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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8)] "물 속 헤엄치듯"⋯뇌와 근육 가진 '세포급 자율 로봇'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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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캘리포니아, 머스크 AI '그록' 딥페이크 정조준…글로벌 규제 칼 빼들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전 세계적인 딥페이크(Deepfake)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전격적으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방만한 운영을 고수해 온 머스크의 AI 사업이 미국 본토 당국의 직접적인 사법 조사라는 중대 암초를 만났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AI 모델 그록을 악용한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 확산 사태에 대해 공식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본타 장관은 “xAI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전반에서 여성과 소녀들을 겨냥한 대규모 딥페이크 이미지 제작을 방치하고 있다”며 “동의 없이 생성된 은밀한 이미지나 아동 성 착취물의 AI 기반 제작 및 유포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연말연시 그록이 생성한 2만 개의 이미지 중 절반 이상이 최소한의 옷만 입은 인물을 묘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미성년자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뉴섬 주지사는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xAI가 아동의 옷을 디지털 방식으로 벗기는 이미지를 포함해, 동의 없는 노골적인 딥페이크를 만들어 유포하게 방치한 결정은 극도로 혐오스럽다”며 법무장관에게 즉각적인 조사와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이번 조치는 그록의 딥페이크 논란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이뤄진 첫 공식 규제 움직임이다. "사용자 탓" 책임 피하는 머스크…글로벌 제재는 확산 일로 당국의 거센 압박에도 일론 머스크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를 통해 “나는 그록이 생성한 미성년자 노출 이미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말 그대로 제로(Literally zero)”라고 항변했다. 그는 “그록은 스스로 이미지를 생성하지 않으며 오직 사용자 요청에 따를 뿐”이라며, 불법적인 생성을 거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란이 되는 이미지들은 프롬프트(명령어)에 대한 악의적인 해킹의 결과물이며, 버그가 발생하면 즉시 수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영국 노동당 의원들을 겨냥해 "나는 본 적도 없는 아동 포르노를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보는 것이냐"며 타 사용자의 조롱성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변명과 달리, 그록을 향한 글로벌 규제 당국의 포위망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그록이 생성한 선정적인 딥페이크 게시물이 엑스를 통해 여과 없이 확산하자, 영국 당국이 선제적인 조사에 나섰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아예 자국 내 그록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엑스 측은 여론 악화를 의식해 지난 9일부터 그록의 이미지 생성 및 편집 기능을 유료 구독자 전용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들은 근본적인 안전 필터(Safeguard)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료화 조치만으로는 노골적인 딥페이크 이미지 생성을 막기 역부족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ey Insights] 머스크의 '그록' 사태는 AI 기술의 윤리적 결함이 기업의 치명적 사법 리스크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사용자 탓'이라는 빅테크의 면죄부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직접 규제 개입은 글로벌 AI 규범이 자율에서 강제 제재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AI 기업들도 기술 개발 속도전에 매몰되기보다, 딥페이크 차단 등 강력한 세이프가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Summary] 미국 캘리포니아주 검찰이 일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한 챗봇 '그록'의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 생성 논란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 생성 의혹에 대해 개빈 뉴섬 주지사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반면 머스크는 "노출 이미지를 본 적 없으며 불법 생성은 거부하도록 설계됐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영국 등 주요국의 접속 차단 및 규제에 이어 미국 당국까지 칼을 빼들면서, '그록'을 둘러싼 글로벌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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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캘리포니아, 머스크 AI '그록' 딥페이크 정조준…글로벌 규제 칼 빼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