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
-
[월가 레이더] 다우 400P 급락, 5만선 붕괴⋯AI 공포 확산에 '전면 리스크오프'
- 뉴욕증시가 12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붕괴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5만선을 내주고 400포인트 이상 밀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 넘게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06.98포인트(-0.81%) 하락한 4만9714.42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5만선 아래로 내려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5.89포인트(-1.09%) 하락한 6865.58, 나스닥 종합지수는 394.51포인트(-1.71%) 내린 2만2671.95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분기 가이던스 실망 여파로 12% 급락했다. 모바일 광고업체 앱러빈은 실적 발표 이후에도 18% 넘게 하락했다. 소프트웨어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고,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ETF(IGV)는 2% 하락하며 최근 고점 대비 31%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AI가 화물 물류·부동산·금융 등 기존 산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C.H. 로빈슨과 RXO는 20% 이상 급락했고, CBRE는 13% 넘게 떨어졌다. 다우 운송지수는 5%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방어주로 이동했다. 월마트는 4%, 코카콜라는 1% 이상 상승했다. 소비재와 유틸리티 업종은 각각 약 2% 올랐다. 은 가격은 8~9% 급락하며 온스당 76달러대로 밀렸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102%까지 하락했다. 시장은 14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미니해설] "AI는 기회인가, 구조 붕괴인가"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AI 공포'가 있다. 단순한 밸류에이션 조정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익 모델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최근 몇 주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먼저 충격을 받았다. 자동화·오픈소스 에이전트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세일즈포스는 연초 이후 약 31% 하락했고, 오토데스크도 올해 23% 떨어졌다. IGV ETF는 고점 대비 31% 낮아지며 약세장에 머물고 있다. 앱러빈은 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웃돌았음에도 18%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광고 타기팅 혁신 속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유지했지만, 공포 심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CNBC에 "군중 심리에 가깝다. 일단 팔고 나중에 분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운송·물류까지 번진 충격 이번 하락의 특징은 충격이 기술주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AI 기업 알고리듬 홀딩스가 화물 효율화를 돕는 'SemiCab' 도구를 공개하자, 운송·물류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C.H. 로빈슨과 RXO는 20% 이상 급락했고, J.B.헌트와 XPO, 익스피다이터스 인터내셔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 운송지수는 5% 넘게 밀리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WSJ는 "AI 공포가 소프트웨어, 금융에 이어 운송 업종까지 확산됐다"고 전했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CBRE는 13.5% 급락했다. 오펜하이머는 코로나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이 같은 낙폭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AI 확산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오피스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플랫폼·대형 기술주도 흔들 금융주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모건스탠리 등 자산관리 중심 금융사는 AI가 자산관리·보험·백오피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압박을 받았다. 아마존은 2% 이상 하락하며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낙폭은 16%를 넘는다. 애플은 4% 가까이 밀렸다. 시스코는 실적 발표 후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과 기대 대비 보수적 가이던스가 부각되며 12% 급락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웰스파고 등 주요 증권사는 '매수' 또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안전자산 선호와 CPI 변수 이날 시장은 전형적인 '리스크오프' 흐름을 보였다. 국채로 자금이 몰리며 10년물 금리는 4.102%까지 하락해 두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 가격은 3% 가까이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14일 발표될 1월 CPI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 예상치는 전년 대비 2.5% 수준이다. 메이필드 전략가는 "고용지표가 강했기 때문에 CPI가 다소 덜 중요해졌지만, 수치가 크게 상회할 경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CPI가 예상치를 다소 밑돌 경우 단기적 '리스크온' 반등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AI 확산이 생산성 혁신인지, 기존 산업의 수익 구조를 훼손하는 파괴적 전환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분명히 후자 가능성에 베팅했다. 5만선을 돌파했던 다우는 하루 만에 무너졌고, 기술·운송·부동산이 동시에 흔들리며 공포의 범위는 넓어졌다. 시장은 이제 AI가 만들어낼 '수혜주'보다 '피해 업종'을 먼저 찾고 있다.
-
- 금융/증권
-
[월가 레이더] 다우 400P 급락, 5만선 붕괴⋯AI 공포 확산에 '전면 리스크오프'
-
-
코스닥 '동전주' 7월부터 퇴출⋯상폐 대상 최대 220곳 급증
- 오는 7월부터 주가 1천원 미만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새로 포함되는 등 코스닥 퇴출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1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1천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시가총액 기준도 올해 7월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조기 상향된다. 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이 기존 50개 안팎에서 150개, 최대 22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선기간은 최대 1년으로 단축되며, 거래소는 2027년 6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미니해설] 코스닥 '다산소사' 구조 수술⋯옥석 가리기 본격화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퇴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20년 넘게 이어진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에 대한 전면 수술이다. 핵심은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과 시가총액 기준의 조기 상향이다. 부실기업을 시장에 장기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다. 이번 개혁안의 상징은 '1천원'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1천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그간 코스닥 시장에는 극단적으로 낮은 주가를 유지하면서도 형식적으로 상장 지위를 유지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주가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낮은 동전주는 주가조작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나스닥이 1달러 미만 '페니 스톡'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가총액 기준 역시 강화된다. 기존에는 매년 점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반기 단위로 앞당겼다. 올해 7월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기준이 높아진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퇴출된다. 단기적 '주가 띄우기'로 상폐를 모면하는 편법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완전자본잠식 요건은 사업연도 말뿐 아니라 반기 기준까지 확대된다. 공시 위반 누적 벌점 기준도 15점에서 10점으로 강화되고, 중대·고의적 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형식적 생존이 아니라 실질적 건전성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즉각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가동했다. 2027년 6월까지를 집중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전담 인력을 확대했다. 상장폐지 성과를 거래소 경영평가에 20% 가중치로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퇴출 집행에 대한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한 셈이다. 실질심사 기업에 부여되는 개선기간은 최대 1년으로 단축된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으로 절차가 지연되는 관행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파급력이다. 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은 기존 50개 안팎에서 150개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 액면병합 여부 등에 따라 최대 220개까지 거론된다. 시장의 10% 안팎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스닥은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신규 상장되고 415개사가 퇴출됐다. 시가총액은 8.6배 증가했지만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쳤다. 기업 수는 급증했으나 시장의 질적 체력은 그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좀비기업이 자금을 잠식하고, 혁신기업으로의 자금 흐름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이번 조치는 시장 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부실기업이 퇴출되면 그 자리를 혁신기업이 채울 수 있다. 금융당국은 AI·우주·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퇴출과 진입을 동시에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단기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상장 유지 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 주가의 급변동, 소액주주 피해, 연쇄적인 유동성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동전주 투자자 비중이 높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직접적인 충격이 될 수 있다. 이에 당국은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6개월간 환금성을 제공하고, 재평가를 거쳐 재상장 사다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퇴출을 종착점이 아닌 구조조정의 한 과정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혁의 성패는 집행의 일관성과 공정성에 달려 있다. 엄정한 퇴출이 투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과도한 충격으로 변동성을 키울지는 향후 1~2년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코스닥은 이제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 질적 재편의 문턱에 섰다.
-
- 금융/증권
-
코스닥 '동전주' 7월부터 퇴출⋯상폐 대상 최대 220곳 급증
-
-
금감원장 "가상자산 잔고·장부 실시간 연동해야"⋯빗썸 사태에 제도 전면 보완 촉구
-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실시간 잔고·장부 연동 의무화와 2단계 입법 강화를 공식화했다. 빗썸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의 전산 통제 수준을 전통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으로,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제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빗썸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제 보유 잔고와 장부 수량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연동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업비트의 5분 단위 상시 대조 시스템에 대해서도 "5분도 짧지 않고 굉장히 길다"고 지적하며 실시간 일치 체계가 안전성 확보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빗썸이 하루 1회 대조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원장은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언급하며 총발행 주식 수를 초과 입력할 수 없도록 전산을 정비한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2단계 입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지배구조법·금융소비자보호법 수준의 규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 가속…'실시간 통제'로 전환점 맞나 빗썸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보유 잔고와 장부 수량은 실시간으로 일치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운영 개선 요구를 넘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율 체계를 전통 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는 고객 자산의 실제 보유 수량과 장부상 기록을 주기적으로 대조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는 5분 단위로 상시 대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빗썸은 하루 1회 점검하는 구조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5분도 길다"고 지적하며, 시스템상 입력 단계에서부터 실제 보유 수량을 초과하는 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상징적 사례다. 당시 전산 오류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대량 발행되며 시장 혼란이 발생했고, 이후 총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입력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전면 개편됐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이와 같은 구조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규율 강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며, 2단계 입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기존 금융 규제 체계를 전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단순 플랫폼이 아닌 금융회사에 준하는 기관으로 간주하겠다는 방향 전환을 시사한다. 특히 수탁 자산 보호와 관련한 80% 분리 보관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현행 제도는 고객 자산의 80%를 분리 보관하도록 하고 있으나, 나머지 20%는 일정 부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은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법을 참고해 보완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미카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보관 전반에 걸쳐 자본 요건과 내부통제, 공시 의무 등을 촘촘히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규율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시적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2단계 입법에 강제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법 24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금융회사와 동일 수준의 내부통제 책임을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이재원 빗썸 대표는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관련해 패닉셀 및 강제청산으로 발생한 손실을 피해 구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벤트 오지급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최종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코인 오지급으로 장부상 수량이 증가한 부분을 적시에 탐지·차단하지 못한 내부통제 미비를 인정했다. 현재까지 1788개 비트코인이 매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패닉셀과 약 30여명이 겪은 강제청산을 구제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금융감독원 검사와 민원 접수 결과를 반영해 피해 구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빗썸 검사 결과를 이번 주 내로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해외처럼 '준비금 증명 시스템(Proof of Reserves)'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갱신 수리를 거절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판단 사안이라면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은 빠른 기술 혁신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내부통제 체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정비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특정 거래소의 문제를 넘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금융과 동일한 책임과 투명성의 틀 안에 편입시키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2단계 입법의 구체적 내용과 속도가 향후 시장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 금융/증권
-
금감원장 "가상자산 잔고·장부 실시간 연동해야"⋯빗썸 사태에 제도 전면 보완 촉구
-
-
은행 가계대출 두 달째 감소⋯2금융권 '풍선 효과'에 전체는 다시 증가
- 정부와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6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4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1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1조원이 줄었지만 2금융권에서 2조4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상호금융권 증가액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주담대 수요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대출 조이니 다른 곳이 부풀었다…가계부채 '풍선 효과'의 역설 은행권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듯 보인다. 그러나 금융권 전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은행에서 줄어든 대출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뚜렷해지면서 전체 가계대출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6월 6조2000억원까지 확대됐던 월 증가 폭은 6·27, 10·15 대책 등의 영향으로 점차 축소됐고, 연말 총량 관리까지 겹치며 12월(-2조원) 감소 전환했다. 이후 1월까지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은행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1년 만이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6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4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3000억원 줄어 5개월째 내리막이다. 이는 주택 거래 둔화와 은행권 심사 강화, 총량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위·금감원이 집계한 전체 금융권 수치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1월 전체 가계대출은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1조원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에서 2조4000억원이 늘어 전체를 밀어 올렸다. 특히 상호금융권이 2조3000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확장을 기록했고, 저축은행도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이는 대출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2금융권으로 옮겨간 것이다. 전형적인 '풍선 효과'다. 정책적으로 특정 영역을 압박하면 다른 영역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전 금융권 기준으로 오히려 확대됐다는 사실이다. 1월 전 금융권 주담대는 3조원 늘어 전월(2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이는 수도권 주택시장 반등 기대와 맞물려 수요 압력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감소해 전월(-3조6000억원)보다 감소 폭이 축소됐다. 상여금 유입 등 유동성 요인이 일부 작용한 가운데, 주식 투자 증가 등 자금 수요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 흐름도 눈에 띈다. 1월 은행 기업대출은 5조7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이 3조4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2조3000억원 늘었다. 연초 운전자금 수요와 회사채 시장 여건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동안 기업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의 지속 가능성이다. 은행권만 조이는 방식으로는 가계부채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2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상환 부담과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주담대 수요 압력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경우 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경우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은 '채널 이동'을 차단하는 데 있다. 특정 업권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단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전체 부채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차주 단위 규제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효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은행권 감소라는 숫자에 안도하기에는 전체 금융권의 증가 전환이 주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른다는 단순한 물리 법칙이, 금융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
- 금융/증권
-
은행 가계대출 두 달째 감소⋯2금융권 '풍선 효과'에 전체는 다시 증가
-
-
금감원, 가상자산 시세조종 '고래·가두리·경주마' 정조준⋯IT 사고엔 징벌적 과징금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금융권 IT 리스크를 핵심 과제로 삼아 전방위 감독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대형고래' 시세조종, 특정 거래소 입출금 중단을 악용한 '가두리' 수법, 단기간 가격 급등을 유도하는 '경주마' 수법 등을 고위험 분야로 지정해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시장가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과 SNS 허위정보 유포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이상 급등 종목을 초·분 단위로 분석해 혐의 구간과 연관 그룹을 자동 적출하는 시스템과 AI 기반 텍스트 분석 기능도 개발한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대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하고, 발행·거래지원 공시체계와 인가심사 매뉴얼을 마련한다. 거래소 수수료 구분 관리와 공시 세분화도 추진한다. 민생금융범죄 대응도 강화한다.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에 대해 특별사법경찰 유관협의체를 구축하고, 통신·금융사 정보 공유를 통한 AI 기반 조기 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 IT 사고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CEO와 CISO의 보안 책임을 높이는 감독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미니해설]가상자산·IT 리스크 동시 압박…금감원, '시장질서 회복' 감독 기조 전환 금융감독원의 올해 업무계획은 가상자산과 IT 리스크를 더 이상 주변 과제가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선별해 사후 제재에 그치지 않고, 사전 탐지와 예방 중심으로 감독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신호다. 가상자산 부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조사 대상의 구체화다. '대형고래·가두리·경주마'로 대표되는 수법은 이미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왔지만,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금감원이 이를 공식적으로 고위험 분야로 특정한 것은 기획조사의 상시화를 의미한다. 특히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과 SNS 허위정보 유포는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감독당국이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AI를 활용한 초·분 단위 분석 체계는 감독 방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이상 급등 구간과 연관 계정을 자동 적출하는 시스템은 거래소 자체 모니터링을 넘어 당국 차원의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향후 불공정 거래에 대한 입증 부담을 낮추고, 제재의 신속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입법 측면에서도 2단계 규율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반을 통해 발행·공시·인가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은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에 준하는 규율 대상으로 편입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거래소 수수료 공시 세분화 역시 이용자 보호와 경쟁 촉진을 동시에 노린 조치다. 민생금융범죄 대응 강화는 현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잔인한 금융' 척결 기조에 맞춰, 금감원은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을 최우선 현안으로 설정했다. AI 기반 조기 차단 시스템과 피해금 배상책임제도 준비는 단순 단속을 넘어 구조적 예방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T 리스크에 대한 접근은 한층 강경해졌다.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CEO·CISO 책임 강화는 전산 사고를 ‘불가항력’으로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금융사가 스스로 IT 자산을 관리하고 취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현장 점검과 검사로 이어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달 가동되는 통합관제시스템(FIRST)은 금융권 사이버 위협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금융 AI 윤리지침과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마련은 기술 활용 확대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선불충전금 보호 강화 역시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종합하면, 금융위의 이번 업무계획은 가상자산·IT·민생금융 범죄를 하나의 감독 축으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다. 금융당국의 규율 범위가 기술과 플랫폼 영역까지 본격 확장되는 만큼, 시장과 업계의 대응 역시 한층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
- 금융/증권
-
금감원, 가상자산 시세조종 '고래·가두리·경주마' 정조준⋯IT 사고엔 징벌적 과징금
-
-
사상 최대 이익에도 은행 건전성 '경고등'⋯부실대출 8조원 육박
- 4대 주요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약 14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부실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건전성 지표가 뚜렷한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2025년 연간 순이익은 13조9919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음에도 대출 자산이 확대되며 이자이익이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요주의여신 규모는 7조9291억원으로 1년 새 11% 증가했고, 고정이하여신(NPL)도 4조5489억원으로 14% 늘었다. 이에 따라 NPL 비율은 0.30%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NPL 커버리지 비율은 171.7%로 급락하며 충격 흡수 능력 약화가 뚜렷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경기 둔화와 금리 반등이 겹칠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니해설] 은행은 웃고 경제는 앓는다…이익 뒤에 숨은 금융 리스크의 실체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순이익 14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이익의 이면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체력을 갉아먹는 신호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키운 성장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고, 그 부담이 이제 자산 건전성 지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4대 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13조9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2021년 10조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불과 4년 만에 약 40% 가까이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하락했지만, 대출 잔액이 크게 늘면서 총 이자이익이 이를 상쇄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자산 증가로 수익성을 방어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다. 대출 자산이 늘어난 만큼,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누적된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부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요주의여신과 고정이하여신의 증가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요주의여신은 2021년 말 5조3000억원에서 2025년 말 7조9000억원으로 49% 급증했다. 연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도 4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악화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2024년 말 200%를 하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171.7%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사이 30%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은행들이 지난해에만 3조3천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음에도, 위험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회복의 질적 편중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의 경기 개선은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내수 기반 산업과 영세 자영업 부문은 여전히 회복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K자형 성장' 구조 속에서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금리 환경 변화라는 변수도 겹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한 가운데, 시장금리는 이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다시 오르면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연체 증가와 부실 확대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감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왔다고는 하지만, 커버리지 비율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은 충격 흡수 능력이 실제로 소진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0년대 초 금융위기 직후 이후 가장 나쁜 건전성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기 실적을 위해 대출 외형 확대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인지의 문제다. 지금의 이익은 과거의 저금리와 대출 확대가 만들어낸 결과지만, 앞으로의 손실은 지금의 판단이 결정하게 된다. 은행이 웃는 동안, 금융 시스템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
- 금융/증권
-
사상 최대 이익에도 은행 건전성 '경고등'⋯부실대출 8조원 육박
-
-
빗썸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입력 실수 하나에 2천억 원대 시장 충격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입력 실수로 수천억 원대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즉각 현장 점검과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했다. 7일 빗썸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됐다. 당초 249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던 62만 원이 그대로 비트코인 수량으로 처리된 것이다. 1인당 평균 2490개는, 당시 시세 기준 약 2440억 원 규모다. 빗썸은 20분 만에 오지급 사실을 인지해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으며, 현재까지 99.7%를 회수했다. 다만 일부 이용자가 이미 매도한 물량 가운데 약 125개 상당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사고 경위와 내부통제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미니해설]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입력 실수'가 드러낸 가상자산 시스템의 민낯 지난 6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치 하나의 입력 오류가 수천억 원대 시장 왜곡과 고객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작지 않다. 사고는 전형적인 휴먼 에러에서 출발했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과 '비트코인' 단위가 바뀌어 입력되면서, 실제 지급 대상 금액의 백만 배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일시에 풀렸다. 빗썸은 약 20분 만에 이상 상황을 감지해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지만, 그 사이 일부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특정 거래소에서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은 가상자산 시장의 얕은 유동성과 구조적 불안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회사 측은 대부분의 오지급 물량을 회수했고, 외부 지갑으로의 유출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회수 여부에만 있지 않다. 빗썸이 보관 중인 비트코인 수량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코인이 전산상 지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부 통제와 자산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빗썸은 회계적으로 고객 표시 수량과 실제 보관 수량이 일치한다고 반박했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전산상 숫자와 실물 자산의 괴리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대응은 신속했다. 7일 금융위원회는 금감원과 금융정보분석원, 거래소 협의체와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빗썸을 시작으로 다른 거래소까지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단순 사고로 결론 날 경우에도 제도적 보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외부 기관이 주기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는 방안과, 전산 사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 사업자의 무과실 책임을 명시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빗썸 역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에 나섰다. 시세 급락 과정에서 패닉셀로 손실을 본 고객에게 차익 보상과 추가 보상을 약속했고,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과 수수료 면제, 1천억 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 조성 계획도 내놨다. 다중 결재 시스템 강화와 인공지능 기반 이상 거래 차단 등 재발 방지책도 제시했다.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기술과 신뢰'라는 두 축 위에서 얼마나 불안정하게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앙은행이나 예금자 보호 장치가 없는 시장에서 거래소의 내부통제는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이다. 입력 실수 하나가 시장 가격을 뒤흔들고 고객 손실로 이어진 현실은,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논의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고는 분명히 각인시켰다.
-
- IT/바이오
-
빗썸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입력 실수 하나에 2천억 원대 시장 충격
-
-
[월가 레이더] 비트코인 6만7000달러 붕괴⋯나스닥 3일째 하락
- 미국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다시 큰 폭으로 흔들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01포인트(0.8%)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 내리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도 1.1%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장중 변동성은 더욱 컸다. 다우지수는 한때 700포인트 가까이 밀렸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5%, 1.9%까지 낙폭을 키웠다. 기술주 고평가 부담과 고용지표 둔화 신호가 동시에 작용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알파벳이 2026년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CAPEX)을 최대 185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자 확대 자체는 AI 수요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와 수익성 저하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는 1% 하락했다. 반면 AI 인프라 수혜 기대가 부각된 브로드컴은 2% 상승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퀄컴이 글로벌 메모리 부족과 약화된 실적 전망을 이유로 7% 급락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매도 압력이 거세지며 비트코인은 한때 7만달러 선이 붕괴된 뒤 6만70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최근 급락 이후 반등을 시도하던 은 가격도 장중 최대 16% 급락하며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고용지표 악화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전직 지원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1월 미국 기업들의 감원 계획은 10만8435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와 12월 구인 건수 급감도 고용 둔화 우려를 키웠다. [미니해설] AI는 계속되는데, 시장은 왜 흔들리나 이번 조정의 출발점은 알파벳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1850억달러라는 숫자는 AI 경쟁이 기술력 싸움을 넘어 자본력 경쟁으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시장은 더 이상 'AI'라는 단어만으로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화 시점과 현금흐름의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 알파벳 주가가 급락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상승을 주저하게 만든 배경이다. 이틀 전만 해도 시장의 키워드는 '로테이션(순환매)'이었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경기 개선에 연동되는 업종으로 이동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5일(현지시간) 장은 순환매가 아니라 '리스크오프(위험회피)'에 가까웠다. 주가가 밀린 이유가 한 가지가 아니라 동시에 두 개(기술주 고평가 논란 + 고용 둔화 신호)로 겹쳤기 때문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조합은 "성장주 프리미엄은 줄어드는데, 경기의 바닥도 단단하지 않다"는 의심이다. 이날은 그 의심이 한꺼번에 커졌다. 퀄컴 급락이 던진 경고…스마트폰과 메모리의 그림자 퀄컴은 실적 자체보다 '전망'에서 발이 걸렸다. CNBC는 글로벌 메모리 부족이 전망을 약화시켰다고 전했고, 여기에 월가 쪽 리포트가 불을 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퀄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며 목표가를 215달러에서 155달러로 대폭 내렸고, 스마트폰 시장 둔화와 점유율 하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삼성에서 25%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대목은 투자자 심리에 직격탄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메모리 부족'이 단순한 부품 수급 이슈를 넘어, 스마트폰 출하량과 ASP(평균판매단가), 나아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매출 인식 시점을 흔든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큰 축이고, 그 축이 흔들리면 AI 인프라 쪽 강세만으로 전체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진다. 시장이 "AI는 좋지만, 나머지는?"이라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퀄컴의 급락은 그런 질문이 반도체 업종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고용 경고등과 연준의 딜레마 이날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든 것은 고용 지표다. 전직 지원 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1월 기업들의 감원 계획이 10만8435명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월 기준' 최대치라는 설명이 붙었다. 여기에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예상보다 늘고, 12월 구인 건수(Job openings)가 2020년 9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는 점이 겹치면서 "그동안의 '안 뽑고, 안 자르는(no-hire, no-fire)' 구간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졌다. 흥미로운 건, 이 불안이 곧장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CNBC에 따르면 스티븐 턱우드(Modern Wealth Management)는 고용지표가 더 나빠지면 연준이 3월 또는 4월 회의에서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시장은 '좋은 인하'와 '나쁜 인하'를 구분한다. 경기가 멀쩡한데 물가가 안정돼 내리는 인하는 주가에 우호적이다. 반대로 고용이 급격히 꺾여 '불황 대응' 성격이 강해지면, 인하 기대가 커져도 주가는 먼저 흔들린다. 5일 장세는 후자 쪽 걱정이 고개를 든 장면에 가깝다. 정리하면, 이날 하락은 "AI가 끝났다"가 아니라 "AI가 돈을 너무 많이 먹기 시작했다"는 공포, "스마트폰·소비 쪽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현실, "고용이 흔들리면 경기도 흔들린다"는 본능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시장은 이제 AI의 '꿈'보다 AI의 '청구서'를 보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알파벳 CAPEX가 브로드컴 같은 인프라 수혜주를 끌어올린 것처럼, 시장은 이미 '승자·패자 가르기' 국면으로 이동했다. 다음 고비는 고용보고서(연기된 1월 고용지표)와 빅테크 실적의 '현금흐름'이다. 숫자가 확인되는 순간, 지금의 공포가 과잉인지 아닌지도 판가름 난다.
-
- 금융/증권
-
[월가 레이더] 비트코인 6만7000달러 붕괴⋯나스닥 3일째 하락
-
-
금융위·거래소, AI로 주가조작 조기 차단 나선다
-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초기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오는 3일부터 '사이버 이상거래 탐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고 2일 밝혔다. 최근 온라인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을 중심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사전에 매집한 종목을 추천해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해당 시스템은 과거 이상거래 가능성이 제기됐던 종목과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 스팸 문자 신고 자료, 유튜브 콘텐츠, 주가 급등락 데이터 등을 인공지능이 종합적으로 학습·분석하도록 설계됐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객관화된 판단 지표를 산출하고, 사이버 공간의 정보 흐름을 상시 감시하면서 상장 종목별 위험도를 수치화해 이상 징후가 두드러진 종목을 자동으로 선별한다. 실무 담당자는 AI가 포착한 종목을 토대로 관련 거래 양상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정밀 분석과 추가 조사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번 AI 시스템 도입을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보다 조기에 포착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공지능 기술과 사이버 정보 활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본시장 감시 체계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 금융/증권
-
금융위·거래소, AI로 주가조작 조기 차단 나선다
-
-
반도체 웃고 건설 울었다⋯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율 5년 만에 '최저'
- 비상계엄 여파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율이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반도체와 조선 등 주력 수출 산업은 호조를 보였으나, 기록적인 건설업 부진이 전체 산업의 활력을 깎아먹었다. 3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는 114.2로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됐던 시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13.2%)와 기타운송장비(23.7%)의 호황에 힘입어 1.6%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1.9% 증가하며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건설기성(시공 실적)은 전년 대비 16.2% 급감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다만 소비 부문에서는 반등의 신호가 포착됐다. 민생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로 소매판매가 0.5% 늘며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전년 대비 상승하는 '트리플 플러스'가 4년 만에 실현됐다. [미니해설] 반도체가 끌고 건설이 밀어내고…'지독한 불균형'에 갇힌 2025 한국 경제 2025년 한국 경제는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움직였다. 반도체와 조선업이 기록적인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지만, 건설업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특히 2024년 연말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은 회복 기로에 섰던 경제 전반의 동력을 약화시키며 지표 곳곳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0.5%'의 그늘… 멈춰버린 성장 엔진 전산업생산 증가율 0.5%는 단순한 둔화 그 이상의 경고음을 의미한다. 2021~2022년 강한 반등을 보였던 산업생산은 2023년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해 지난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대내외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마비시키며 신규 투자와 생산 확대를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조선의 독주, 제조업 내 'K-양극화'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첨단 제조업은 예외였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 폭발과 글로벌 선박 발주 사이클이 맞물리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등 제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켰고,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는 20%를 상회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기계류 도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일부 확인됐다. 건설업의 '자유낙하'… 통계 작성 이래 최악 가장 뼈아픈 대목은 건설업의 붕괴다. 건설기성이 16.2% 급감한 것은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고금리 여파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민간·공공 발주 위축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건설업의 부진은 자재 공급사와 인력 시장 등 후방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내수 침체의 핵심 고리가 됐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25년은 반도체가 강력하게 견인했다"며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기계류 도입이 확대되는 선순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지표상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일부 건설업의 하방리스크가 있어서 업종 간에 온도 차를 보인 2025년이었다"고 진단했다. '트리플 플러스'의 역설과 과제 긍정적인 대목도 있다. 정부의 민생소비쿠폰 등 확장 재정 투입으로 소매판매가 0.5% 증가하며 4년 만에 반등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장비 위주로 1.7% 늘었다. 특히 민생소비쿠폰 사용이 집중된 3분기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두드러졌고, 승용차와 정보기기 등 내구재 판매도 늘었다. 소비심리 개선이 실질구매력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설비 투자 역시 1.7%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반더체 제조용 장비와 자동차 관련 투자가 이를 견인했지만 운송장비 투자 감소는 부담으로 남았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트리플 플러스'를 4년만에 달성했음에도 체감 경기가 차가운 이유는 업종 간 온도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26년의 과제,격차 해소와 불확실성 관리 전문가들은 2025년을 "반도체 외줄 타기를 한 경제"라고 정의한다.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 부채와 금융권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즉, 2025년 산업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불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첨단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전통 산업의 침체가 동시에 진행된 한 해 였고, 이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올해 경기 회복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의 온기를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거시경제 관리 수위를 높이고, 균형 성장을 위한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는 경기 회복 모멘텀 확산을 위해 거시경제를 적극 관리하고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균형성장 등 '2026년 경제성장전략'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경제
-
반도체 웃고 건설 울었다⋯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율 5년 만에 '최저'
-
-
금융당국, IFRS17 혼선 정비⋯손해율·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 제시
-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별 해석 차이로 혼선이 빚어졌던 손해율·사업비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0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계리가정을 일관적·체계적으로 정비해 비교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손해율 가이드라인에서는 신규 담보에 대한 유사 담보 준용을 제한하고,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비실손보험의 목표손해율 가정을 현실화하고, 불리한 손해율 변동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사업비 가정에도 물가상승률 반영과 공통비 전 기간 인식을 의무화했다. 가이드라인은 2분기 결산부터 적용된다. [미니해설] 금융당국, 보험업권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 제시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불거졌던 손해율과 사업비 가정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결산 시점의 할인율과 계리가정에 따라 현재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손익을 추정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가정 설정에 상당한 재량이 허용되면서 회사별로 손해율과 사업비 추정치가 크게 엇갈렸고, 그 결과 실적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손해율·사업비 가정의 대원칙으로 '최선추정(Best Estimate)' 방식을 명시했다. 이는 중립적인 확률가중치를 적용해 장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라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원칙으로는 중립성, 보수성, 비교가능성을 제시했고,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규율 강화를 보조 원칙으로 설정했다. 손해율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과도한 낙관적 가정 차단이다. 경험 통계가 5년 이내인 신규 담보에는 유사 담보 손해율을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수적 손해율(90%)과 상위 담보의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사용하도록 했다. 실제 손해율이 악화되는 국면에서도 이를 가정에 즉시 반영하지 않거나, 적용 시점을 늦춰 보험부채를 축소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비실손보험 갱신형 상품에 대한 가정이 대폭 손질됐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는 갱신 주기마다 손해율이 목표치로 회복될 것으로 가정해 보험부채를 과소 산정해 왔다. 가령 갱신 주기가 3년이고 목표손해율이 80%인 경우, 실제 손해율이 100%에 달하더라도 갱신 시점마다 다시 80%로 개선될 것으로 가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아, 비실손보험의 목표손해율도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손해율 산출 단위 역시 세분화된다. 담보 유형별 통계 특성을 반영해 최종손해율 적용 시점을 결정하고, 매년 계리가정 산출 시 기존 산출 단위의 적절성을 사후 검증하도록 했다. 이는 손해율 변동을 인위적으로 완화하거나 특정 시점의 유리한 수치를 선택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사업비 가정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졌다. 보험계약 관련 사업비 현금흐름은 보험료·보험금과 마찬가지로 현재가치로 보험부채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을 가정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또한 간접비 성격의 공통비는 보험부채 과소 평가를 막기 위해 보험계약 전 기간에 걸쳐 인식하도록 규정했다. 감독체계도 함께 정비된다. 보험사는 통계 기간 설정, 통계 배제 기준 등 계리가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문서화해야 하며, 준법감시·감사 부서의 내부 점검 기능도 강화된다. 아울러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에 매년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계리가정보고서가 도입되고, 계리가정에 대한 공시 의무도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을 1분기 중 업계에 배포하고, 2분기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강화와 감독체계 정비를 위한 제도 개선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2분기 중 시행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보험사 실적의 투명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보험부채 증가와 실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 금융/증권
-
금융당국, IFRS17 혼선 정비⋯손해율·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 제시
-
-
포르쉐 중국 판매 급감-4년 새 반토막도 안돼
- 독일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중국 판매가 최근 4년 사이 절반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포르쉐는 16일(현지시간) 지난해 중국에서 4만 1938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판매량인 5만 6887대보다 26% 줄어든 수치다. 중국 판매는 2021년 9만 5671대를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실적은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북미를 제외한 독일(-16%), 유럽(-13%) 등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판매량은 2024년 31만718대에서 10% 줄어든 27만 9449대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감소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크다고 전했다. 순수 전기차가 전체 판매의 22.2%, 하이브리드차가 12.1%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순수 전기차 비중이 지난해 목표치인 20~22%의 상한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중국 내 고급차 수요 둔화와 함께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된 점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때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브랜드로 평가받았던 포르쉐는 전기차 전환이 경쟁사보다 늦어진데다 중국 부유층 소비자들이 고급 외제차를 외면하면서 다른 독일 완성차 업체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포르쉐는 지난해 실적 전망을 네 차례나 하향 조정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독일 증시 우량주 DAX 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포르쉐 감독이사회는 폭스바겐과 포르쉐 CEO를 겸직해온 올리버 블루메를 퇴임시키고 올해 1월부터 경쟁사 맥라렌 출신 미하엘 라이터스에게 경영을 맡긴 상태다.
-
- 산업
-
포르쉐 중국 판매 급감-4년 새 반토막도 안돼
-
-
연간 실업급여 12조원 돌파⋯지급액은 늘고 신청자는 줄었다
- 지난해 12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9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과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0명(3.3%) 감소했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12월 구직급여 지급자는 5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4000명(0.8%) 줄었다. 반면 지급액은 813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4억원(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1월 누적 구직급여 지급액은 11조471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12월 잠정 지급액을 합산하면 연간 누적 지급액은 12조285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종전 최고치는 2021년의 12조575억원이었다. 한편 12월 중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하며 3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신규 구직 인원도 43만2000명으로 10% 늘었다. 다만 구인배수는 0.39로, 2009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니해설] 작년 고용보험 가입자, 전년대비 1.1%↑⋯최저 증가폭 지난해 연간 구직급여 지급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면서 고용 지표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급액은 늘었지만 지급 인원과 신규 신청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실업이 늘었다'는 해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가 읽힌다. 우선 수치부터 보면 12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9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던 건설업과 숙박·음식업에서 신청자가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급자 수도 52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단기적인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지급액은 늘었다. 12월 한 달 동안 지급된 구직급여는 8136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누적 지급액은 잠정 기준으로 12조원을 훌쩍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1년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 같은 현상은 고용보험 제도의 '양적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자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급 인원이 줄어도 전체 지급액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고용보험 적용 범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점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요인은 평균 지급 기간과 지급 단가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1인당 지급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장년층이나 숙련 인력의 경우 이전 임금 수준이 높아 급여 단가도 상대적으로 크다. '사람 수'보다 '지급 기간'과 '단가'가 지급액 증가를 이끄는 구조다. 노동시장 수급 지표는 여전히 팍팍한 현실을 보여준다. 12월 신규 구인 인원은 34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섰지만, 구직자 증가 폭이 더 컸다. 이로 인해 구인배수는 0.39로 떨어졌다. 이는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가 0.39개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이다. 다만 산업별 흐름에는 미묘한 변화 조짐도 나타난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구인 증가 폭이 확대되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구인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바닥 통과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고용의 질과 속도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급격한 악화 국면은 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올해에도 서비스업, 특히 보건·복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여러 기관의 전망이 대체로 일치한다"며 "디지털 기술 진전에 힘입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 남아 있고, 특히 건설 부문은 단기간 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역시 60세 이상 연령층이 주도하고 있어, 청년층 고용 지표가 뚜렷하게 반등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표는 '고용 쇼크'보다는 '고용 구조 전환기'에 가깝다.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노동시장 불안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안전망이 이전보다 넓고 두터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건은 구직급여에 머무는 기간을 줄이고, 재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있다. 일자리는 줄고 안전망 비용은 늘어나는 상황이 고착될 경우, 재정 부담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통계의 ‘역대 최대’라는 숫자 이면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느냐가 올해 고용정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 경제
-
연간 실업급여 12조원 돌파⋯지급액은 늘고 신청자는 줄었다
-
-
금융 수장들 "2026년은 불확실성의 해"⋯포용금융·생산적 금융에 방점
- 우리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올해 경제 불확실성과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며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들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새해 경제 여건과 금융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 총재는 "통상 환경과 주요국 재정정책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K자형 회복으로 체감 경기와 성장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첨단산업 투자를 위한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정책서민금융 개편을 통해 생산적 금융 성과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등 잠재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니해설] 금융정책 수장들 "2026년 경제 여건 쉽지 않아" 금융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과 구조적 양극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 5일 진단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재정정책 변동성이 맞물리면서 성장 경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의 역할 역시 단순한 중개 기능을 넘어 취약계층 보호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로 확장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자체는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이 지속되면서 체감 경기는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특히 펀더멘털과 괴리된 환율 변동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 정부와 중앙은행 간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금융·산업이 공동 참여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과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며, 금융소외 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서민금융 개편과 금융회사 기여의 제도화를 예고했다. 이는 성장 지원과 포용 강화를 병행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제와 소비자 보호를 통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회복력이 중요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드러난 공통된 메시지는 '안정 속 혁신'으로 요약된다.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금융당국과 업권 수장들이 제시한 과제들이 실질적인 정책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올해 금융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 금융/증권
-
금융 수장들 "2026년은 불확실성의 해"⋯포용금융·생산적 금융에 방점
-
-
[글로벌 핫이슈] '오마하의 현인' 공식 퇴임⋯버핏이 남긴 1조 달러 제국의 운명
-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자본주의의 가장 정결한 복음을 전파해온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5)이 마침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65년 쓰러져가던 섬유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래, 그는 단순한 수익률을 넘어 '가치 투자'라는 철학적 이정표를 전 세계 투자자들의 가슴에 심어왔다. 월스트리트의 탐욕 대신 메인스트리트의 상식을 선택했던 한 시대의 거인이 퇴장하면서, 이제 시장의 시선은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거대 함선을 이어받을 후계자 그레그 아벨(63)과 버핏 없는 버크셔의 생존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12월 31일(현지 시각)을 끝으로 CEO직에서 공식 퇴임한다. 1965년 경영권을 장악한 지 60년 만이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경영 지휘봉은 2026년 1월 1일부로 그레그 아벨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게 넘겨준다. 버핏은 재임 기간 동안 버크셔의 주가를 5,500,000% 이상 끌어올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수익률(39,000%)을 압도하는 수치다. 현재 버크셔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11번째로 가치 있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신임 CEO 그레그 아벨은 2018년부터 에너지, 철도 등 비보험 부문을 총괄해온 인물로, 버핏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온 전략가다. 하지만 그는 버핏이 남긴 382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더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과제와, 성장 정체 우려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니해설] 거인의 퇴장과 제국의 계승: 버크셔는 '버핏 없이' 영원할 수 있는가 ① 114달러에서 1,500억 달러까지…'자본가'의 일생 워런 버핏의 전설은 1942년, 11살의 소년이 저축한 114.75달러로 시티즈 서비스(Cities Service) 주식을 사면서 시작됐다. 그는 2018년 주주 서한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자본가가 되었고, 기분이 좋았다(I had become a capitalist, and it felt good)"고 적었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는 원칙 하에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실물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들을 사들였다. 버핏은 1996년 주주들에게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주식을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수료가 최소화된 인덱스 펀드를 통하는 것"이라고 조언하며 대중적인 투자 지침을 제시했다. 비록 기술주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으나, 2016년 애플 투자를 결정하며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승부사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보유 종목이다. ② '위기 시 구원투수'이자 '기부의 상징'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핏은 미국 경제의 최후 보루였다. 골드만삭스, GE 등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당시 그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정부가 은행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하며 위기 극복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의 영향력은 부의 축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0년 '기부 약속(The Giving Pledge)'을 출범시키며 재산의 사회 환원을 선포했다. 지금까지 60억 달러 이상(약 8조 6000억 원)을 기부한 그는 "돈은 나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고 아무런 효용이 없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효용을 가질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③ 후계자 그레그 아벨의 과제 '현금 더미'와 '성장판' 버핏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그레그 아벨은 스승보다 훨씬 더 '실무형' 관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2018년부터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총괄하며 능력을 검증받았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캐시 세이퍼트는 "그레그의 관리 스타일이 조직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그것이 성과에 도움이 된다면 투자자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벨 앞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놓여 있다. 우선 382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처리하는 문제다. 버핏조차 적당한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해 쌓아둔 이 자금에 대해 주주들은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지트 자인(74)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의 고령화와 토드 콤스 등 주요 인력의 이탈에 따른 조직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④ 버핏 없는 버크셔, '시스템'으로 증명할 때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버크셔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 철도(BNSF), 보험(Geico), 에너지 등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강력한 현금 창출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체크 캐피털의 매니징 디렉터 크리스 발라드는 "버크셔의 사업들은 거의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라며 "버핏의 부재는 임박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 우리는 여전히 펼쳐질 새로운 단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버핏은 떠나지만, 그가 구축한 분권화된 경영 문화와 장기 투자 원칙은 버크셔의 DNA로 남았다. 버핏은 퇴임 후에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조언을 건넬 계획이다. '오마하의 현인'이 60년간 공들여 지은 이 거대한 성곽이 주인이 바뀐 뒤에도 시장의 풍파를 견뎌내며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쏠리고 있다. '관리의 아벨', 버핏의 제국을 '시스템'으로 재편하다 워런 버핏이라는 거대한 서사(敍事)가 막을 내린 자리에, 그레그 아벨(63)이라는 정교한 시스템이 들어섰다. 버핏이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예술'에 가까운 투자를 집행해왔다면, 아벨은 철저한 실무 장악력과 수치에 기반한 '공학적' 경영을 지향한다. 40만 명에 달하는 직원과 1조 달러의 자산 가치를 지닌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휘봉을 잡은 그가 보여줄 '아벨주의(Abelism)'는 버핏의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비대해진 제국을 현대적 관리 체계로 최적화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새로운 수장 그레그 아벨이 취임과 동시에 조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벨 CEO는 최근 넷젯(NetJets)의 CEO 아담 존슨을 소비자·서비스·소매 부문 총괄 책임자로 임명하며, 버크셔의 방대한 자회사를 크게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재편했다. 아벨은 기존에 자신이 직접 챙기던 제조, 유틸리티, 철도 사업은 계속 관리하되, 소비자 부문을 존슨에게 위임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버핏 시절의 '완전 분권화'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보고 체계를 명확히 하여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가는 아벨이 보여줄 '적극적인 관리자'로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캐시 세이퍼트는 "그레그의 관리 스타일이 조직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어줄(button things up)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변화가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은 열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 경제
-
[글로벌 핫이슈] '오마하의 현인' 공식 퇴임⋯버핏이 남긴 1조 달러 제국의 운명
-
-
[월가 레이더] 연말 숨 고른 월가⋯S&P500, 하락 마감에도 2025년 16%대 상승
- 2025년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는 연말 차익 실현 매물이 유입되며 소폭 하락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세 지수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1일(현지시간) 0.5% 내린 6,861.58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도 0.5%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28포인트(0.5%) 떨어졌다. 지수는 연말 들어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S&P500이 16.8% 상승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했다. 나스닥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2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13% 넘게 올랐다. 특히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발표 이후 급락했던 증시는 정책 조정과 기업 실적 회복 기대 속에 빠르게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연말 강세를 기대했던 '산타클로스 랠리'는 올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통상 강세를 보이던 연말 마지막 5거래일에도 차익 실현과 포지션 조정이 이어지며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12월 회의 의사록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확인된 점도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켰다. 시장은 2026년을 앞두고 강한 연간 성과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시선을 옮기고 있다. [미니해설] 화려한 성적표 받은 2025년, 2026년은 '다른 경기' 2025년 뉴욕증시는 인공지능이 주식시장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한 해였다. S&P 500는 2023년 24%, 2024년 23% 상승에 이어 올해도 16%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 차례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은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문 성과다. 다만 올해의 특징은 단순한 '빅테크 독주'가 아니었다. 상반기에는 반도체·AI 플랫폼 기업이 상승을 주도했지만, 하반기에는 금융·에너지·산업재·소형주 등으로 수익이 분산됐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내부에서는 "AI 테마가 끝난 것이 아니라, 1막이 끝났을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속·원자재의 급등이 던진 신호 2025년은 주식만의 해가 아니었다. 금은 연간 60% 이상, 은은 140% 넘게 급등하며 1970년대 이후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와 지정학적 긴장, 달러 약세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원자재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거래소의 증거금 인상 조치 하나로 하루에 8~10%씩 급락과 반등이 반복됐다. 이는 유동성 장세의 말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자산 가격이 높아진 만큼, 작은 정책 변화에도 시장이 과잉 반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연준, 금리, 그리고 2026년의 불확실성 2026년을 바라보는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금리다. 연준은 2025년 말 기준 기준금리를 3.5~3.75% 수준으로 낮췄지만, 추가 인하를 둘러싼 내부 의견은 갈리고 있다. 의사록에서 확인된 ‘신중론’은 시장이 기대해온 속도감 있는 완화와는 거리가 있다. 여기에 새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변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까지 겹친다.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를 웃돌며 과거 평균을 상회한다. 이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6년을 관통할 키워드, '선별과 관리'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상승 여력이 완전히 소진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올해와 같은 전면적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AI 성장 스토리는 이어지겠지만, 시장은 이제 "누가 실제로 돈을 버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2026년의 월가는 AI 이후의 실적 검증,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 정책·지정학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향보다 속도, 테마보다 선별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 금융/증권
-
[월가 레이더] 연말 숨 고른 월가⋯S&P500, 하락 마감에도 2025년 16%대 상승
-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관세 장벽이 뫼비우스의 띠로"⋯美 기업 파산, 금융위기 후 15년 만에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4%대의 견조한 성장률(GDP)을 과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가장 심각한 '기업 파산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라는 기초 질환을 앓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이 결정타를 날린 형국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11월까지 미국 내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71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급증한 수치이자, 대공황의 여진이 남아있던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자산 규모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의 '메가 파산(Mega Bankruptcies)' 역시 상반기에만 17건이 발생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수준을 넘어섰다. 2025년의 미국은, AI와 빅테크가 주도하는 화려한 숫자의 잔치 뒤에서 실물 경제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는 '두 얼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제조업 부활의 꿈, 관세 장벽에 갇혀 질식하다 이번 파산 도미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산업재(Industrials)' 섹터의 붕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며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관세 장벽이 미국 제조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 기업들이 원자재 관세 인상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 분야에서만 지난 1년간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재생 에너지 분야다. 루이지애나에 본사를 둔 태양광 기업 '포시젠(PosiGen)'은 최근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태양광 세액 공제 혜택을 축소한 데다, 태양광 모듈 및 철강 등 필수 수입 자재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립대 제이슨 밀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5월 이후 수입 태양광 패널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20%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존 5% 미만에서 4배나 폭등한 수치다. 이것은 단순한 비용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현대 경제에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관세는 결국 자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경제학의 오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니콜라(Nikola)와 같은 전기 트럭 제조업체 역시 배터리 리콜 비용과 규제 당국의 벌금, 그리고 원자재 비용 상승의 삼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갑 닫은 소비자…소매업의 '데스 밸리(Death Valley)' 관세 인상은 기업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미 고물가에 지친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이는 '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저가 항공사 스피릿 항공(Spirit Airlines)의 파산 신청은 상징적이다. 필수적인 이동 외에 여행과 같은 재량적 소비를 극도로 줄이는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10대들의 필수 코스였던 액세서리 체인 클레어스(Claire's) 역시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된 관세 부담과 소비 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미시간 대학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전년 대비 28%나 폭락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얼마나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다. 10대 소매업체인 조앤(Joann)의 폐업이나, 의류 소매업체들의 잇따른 구조조정은 '편리함'과 '최저가'를 앞세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매력을 상실한 중산층의 붕괴를 방증한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메건 마틴-쇤버거는 "AI 관련 등 일부 부유층과 기업의 지출이 경제 지표를 왜곡하고 있지만, 서민 경제는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피난처는 없다'…자영업과 가계로 번지는 전방위적 위기 과거의 경제 위기는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2022년의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로버트 스타크 브라운 러드닉 변호사가 지적했듯, 2025년의 파산 행렬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all over the place)" 나타나고 있다. S&P 글로벌과 에픽(Epiq)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브챕터 V(Subchapter V)' 파산 신청은 12월 중순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11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23%나 급증했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원가 상승과 주문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개인 파산의 증가세다. 11월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4만 973건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특히 빚을 전부 탕감받는 '챕터 7' 파산이 11% 늘어났다는 점은, 더 이상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한계 가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7할인 '소비'가 구조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의 숫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관세라는 정치적 도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할 때, 그리고 고금리가 한계 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생태계의 붕괴와 가계의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2025년의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 [Key Insights]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장 미국의 이번 파산 사태는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보호무역의 역설'에 대한 대비다. 미국 내 기업들조차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으로 쓰러지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 특히 중간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미국 내 수요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고금리 장기화의 후폭풍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한계 기업(좀비 기업) 문제가 심각하다. 고금리가 지속될 때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넓게 타격을 입는다는 '2025년 미국발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시점이다. [Summary] 2025년 미국 기업 파산 건수가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까지 717개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제조업 보호를 위해 시행된 관세 정책이 오히려 수입 원자재 가격을 올려 제조 기업(포시젠, 니콜라 등)의 줄도산을 유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위기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과 가계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4%대 GDP 성장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실물 경제의 붕괴가 본격화되고 있다.
-
- 경제
-
[국제 경제 흐름 읽기] "관세 장벽이 뫼비우스의 띠로"⋯美 기업 파산, 금융위기 후 15년 만에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
-
외환당국 구두개입에 환율 급락⋯원·달러 1,450원대 급반전
- 외환당국이 24일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해 고강도 구두개입에 나서자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20원 넘게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1,483.6원)보다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했으나, 당국 발언 직후인 오전 9시 5분께 1,465.5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오전 9시 45분 현재 23.2원 내린 1,460.4원에 거래됐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개장 직후 공동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돌며 연고점을 위협한 바 있다. [미니해설] 외환당국, 환율 구두개입⋯"원화 약세 바람직하지 않아" 연말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하자 외환당국이 사실상 '총력 대응'에 나섰다. 24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동시에 내놓은 고강도 구두개입성 메시지는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며 환율을 단숨에 1,450원대 중반까지 끌어내렸다. 단순한 발언 수준을 넘어,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 패키지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다는 신호를 명확히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환율 상승은 연말 수입업체 결제 수요 확대, 엔화 약세 장기화,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나타났다. 전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83.6원으로, 지난 4월 9일 기록한 연고점(1,484.1원)에 바짝 다가섰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도 주체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환당국은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선물환 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완화, 거주자의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등은 달러 공급 여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더해 한은은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 면제하고,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외화 유입을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보강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번 구두개입의 핵심은 '국민연금 카드'가 실제로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연말 환율 종가 관리를 위해 환 헤지를 통한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가 전략적 환헤지 태스크포스(TF) 운영을 공식화하면서, 이 가능성은 한층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내 7대 기업 관계자들과 긴급 환율 간담회를 연 점도 정부 차원의 위기 인식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대외 여건 역시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다. 이번 주 미국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위험선호 심리가 일부 회복됐다. 여기에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4.3%로 시장 전망을 웃돌았음에도,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달러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05% 하락한 97.903을 기록했다. 엔화 역시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실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며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급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연말 이후에도 글로벌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변수, 국내 경상수지 흐름 등이 환율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당국의 '말'이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외환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입은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당국의 시장 관리 강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 환율 안정을 둘러싼 외환당국의 행보는 단순한 가격 방어를 넘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급락 이후 환율이 1,450원대 안착에 성공할지, 아니면 다시 변동성을 키울지는 당국의 후속 대응과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
-
- 금융/증권
-
외환당국 구두개입에 환율 급락⋯원·달러 1,450원대 급반전
-
-
[정책]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 신설⋯원장 직속 '사전 예방' 감독체계로 전환
-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면 강화하기 위해 원장 직속의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민생금융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한다. 금감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사후적 분쟁 조정 중심에서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개편한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은 원장 직속으로 설치돼 감독·검사·제재 등 모든 감독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전사적 대응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흩어져 있던 금융 민원은 각 업권 담당 부서에서 원스톱 처리하도록 개편된다.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 민생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 도입 태스크포스(TF)도 신설된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 권익 보호와 금융질서 확립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니해설] 금감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신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조직을 대폭 재편하며 감독 체계의 무게중심을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긴다. 22일 발표된 조직개편은 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감원 전 부문으로 확장하고, 민생금융범죄에 대한 직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은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의 신설이다.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해 왔지만, 감독·검사 권한이 없어 구조적 피해를 확인하더라도 관련 업권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대응 속도가 늦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번 개편으로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은 원장 직속으로 격상되며,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소비자피해예방국, 소비자소통국, 소비자권익보호국, 감독혁신국 등을 아우르게 된다. 금융상품의 제조·설계·판매 전 과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경보 발령이나 상품 판매 중지 명령 지원 등 선제적 조치도 가능해진다. 특히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원장 직속 자문위원회 운영과 소비자보호 실태 평가를 전담함으로써 정책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소비자 보호가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핵심 책무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원 처리 방식도 바뀐다. 그간 금소처에 집중됐던 분쟁조정 기능을 은행·보험·증권 등 각 업권 부서로 이관해 상품 심사부터 분쟁조정, 감독·검사까지 일괄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분쟁 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보험 부문은 금소처로 이관하면서, 보험상품별 기초서류 심사와 감리 업무를 같은 조직에 배치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였다. 민생금융범죄 대응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 사회적 피해가 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도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자본시장 특사경에 이어 금융소비자 피해 분야까지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생금융범죄정보분석팀'을 신설해 범죄 수법과 동향을 상시 분석한다. 피해 현장 정보와 온라인 채널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경찰과 금융당국에 공유함으로써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신설도 눈에 띈다. 디지털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디지털리스크분석팀', 사적연금 시장 혁신을 위한 '연금혁신팀', 보험부채 평가 정교화를 위한 '보험계리감리팀'이 새로 꾸려진다. 금융권의 인공지능 활용을 지원하는 'AI·디지털혁신팀'도 신설된다. 아울러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생산적 금융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산운용감독국 내 '특별심사팀'을 설치하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대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도 가동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를 위해 시장감시반도 2개 반이 추가된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 신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감독 기구 내부에서는 "소비자 보호가 규제의 부수적 기능이 아니라 금융 감독의 출발점이 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 금융/증권
-
[정책]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 신설⋯원장 직속 '사전 예방' 감독체계로 전환
-
-
금융위 "변동성 확대 시 선제 대응"⋯100조원 시장안정프로그램 연장
-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엄중히 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100조원 이상 규모로 운용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을 내년에도 연장해 '시장 안전판'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월평균 1470원을 웃돌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당국이 안정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내년에도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37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최대 60조9000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방침이다. [미니해설] 이억원 금융위장, "금융시장 변동성, 선제적 안정 대응" 금융당국이 원·달러 환율 급등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선제적 안정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직접 시장안정조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당국이 내년에도 강한 안전판 역할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위원장은 15일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금융시장 여건에 대해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는 등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 능력은 충분하다"며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했다. 환율과 금리 모두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이를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시키기에는 기초 체력이 견조하다는 판단이다. 회의 참석자들 역시 내년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1% 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권의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과거와 같은 급격한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자본비율과 유동성 지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위험 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데에는 의견이 모였다.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주요국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국제 자본 이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고, 환율 변동성 역시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실물 수급 요인 못지않게 시장 기대심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화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구조 고도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경제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같은 인식 아래 금융위는 현재 100조원 이상 규모로 운용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을 내년에도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만 해도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약 11조8000억원을 매입하며 채권시장 안정에 나섰고, 이 조치가 금리 급등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이 협력해 채권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37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최대 60조9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도 지속 운영된다. 부동산 시장 조정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 내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안전판 역할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내년 중 회사채·은행채·여전채 등의 만기 구조와 금융권의 채권 보유 규모,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단기 시장 안정뿐 아니라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시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정례화해 미시적 리스크와 시스템 리스크, 리스크 간 상호 연결성, 테일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환율·금리·부동산·자본시장 리스크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환경에서,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위기 과장 경계'와 '대응 준비 강화'를 동시에 담고 있다. 시장에는 과도한 불안을 진정시키는 한편, 필요할 경우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심리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
- 금융/증권
-
금융위 "변동성 확대 시 선제 대응"⋯100조원 시장안정프로그램 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