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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4)] 워싱턴대, '플라스마'로 탄소 업사이클링 신기술 개발
- 기후 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와 처치 곤란한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탄소 업사이클링(버려지는 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 기술의 판도를 바꿀 핵심 주자로 플라스마가 떠오르고 있다.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리는 플라스마를 이용해 기존 화학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매켈비 공과대학 연구진이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유기산을 만드는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하면서, 플라스마 기술은 탄소 중립 시대를 이끌 핵심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체·액체·기체 아닌 '제4의 물질'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네 번째인 '제4의 물질' 상태다. 일반적으로 기체에 높은 에너지를 가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 상태를 말하며, 수만 도 이상의 고온에서 생긴다. 쉽게 말해, 기체 알갱이들이 너무 뜨거워져서 겉돌던 '전자'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활발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분리된 입자들은 에너지가 매우 높아 주변 물질과 아주 쉽게 반응하는데, 과학자들은 바로 이 성질을 이용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전기 방전 장치 등으로 인공 플라스마를 만들며, 반도체 제조, 신소재 합성, 폐기물 분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있다. 밤하늘의 오로라나 번개, 태양 역시 자연적인 플라스마 현상이다. 비밀은 '플라스마-액체 시스템'…반응 온도·pH가 수율 좌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워싱턴대학교 매켈비 공대의 엘리야 팀슨(Elijah Thimsen) 교수 연구팀은 플라스마 기술을 탄소 업사이클링에 적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지난 2025년 8월 5일 국제 학술지 'RSC 그린 케미스트리'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CO₂) 대신 일산화탄소(CO)를 출발 물질로 쓸 때 산업적으로 유용한 옥살산과 폼산의 생산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플라스마-액체 시스템'이다. 상온·상압 조건에서 만든 비열(非熱) 플라스마(전체 기체는 뜨겁지 않고 전자만 높은 에너지를 가져, 적은 에너지로도 효율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플라스마)를 물이 담긴 반응기에 주입해 일산화탄소가 물과 효율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이 접근법은 이산화탄소를 먼저 일산화탄소로 바꾼 뒤, 다시 유기산으로 전환하는 '2단계 공정'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임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알시나 존슨 수다가르(Alcina Johnson Sudagar)연구원은 "플라스마-액체 시스템은 고압과 고온을 피할 수 있고, 촉매나 화학적 활성제가 필요 없어 더욱 친환경적"이라며 "우리 연구는 이산화탄소 고정과 지속 가능한 유기산 생산을 위한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경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산화탄소가 수용액 속 플라스마와 반응할 때 '수성가스 전환 반응'을 거쳐 유기산이 '중간체'로 생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수다르 연구원은 "열역학적 계산 결과, 유기산의 생성을 늘리려면 반응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산이 만들어질 때는 열이 발생하지만(발열 반응), 반대로 분해될 때는 열을 흡수하기(흡열 반응)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이 너무 뜨거우면 애써 만든 유기산이 다시 쉽게 분해될 수 있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생산량을 늘리는 비결이다. 또한, 용액이 강한 알칼리성(염기성)을 띨 때 유기산 생산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도 발견했다. 온실가스 넘어 폐플라스틱까지…넓어지는 플라스마의 활약 플라스마의 활약은 기체 상태의 온실가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탄소 업사이클링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폐플라스틱 같은 탄화수소 계열 폐기물을 유용한 화학 원료로 바꾸는 기술을 포괄한다. 이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 한 연구팀은 1,000℃가 넘는 초고온 수소 플라스마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에틸렌, 벤젠 등(다른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는 물질)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를 70%가 넘는 높은 수율로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열분해 방식보다 원료의 순도가 월등히 높고 화학적 잔존물이 적어 친환경 자원 순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플라스마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핵심 해결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CCU 핵심 기술 부상…상용화 과제는? 플라스마를 활용한 탄소 업사이클링은 '탄소 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의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CCU는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포집) 그냥 땅에 묻는 대신, 유용한 제품으로 만들어(활용) 자원 순환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이루는 기술을 말한다. 플라스마는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공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기술의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이고, 대규모 공정에 안정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플라스마 생성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면 공정 전체의 친환경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관련 기술 융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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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4)] 워싱턴대, '플라스마'로 탄소 업사이클링 신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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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대한민국 리빌딩, 대변혁의 항로를 설계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폭격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위기 고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그 어느때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가운데 2026년 경제와 정세를 내다본『2026 대한민국 대전망』이 출간됐다. 각 분야별 최고 전문가 36명이 참여한 집단지성 프로젝트인『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제목 그대로, 격변의 시대로 진입한 대한민국의 내일을 집단지성의 시선으로 진단한 국가 미래 보고서다. 주제는 "대변혁시대, 대한민국 리빌딩(Rebuilding)". 단순한 전망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새로 설계하기 위한 하나의 청사진이다. 이 책은 과학기술, 경제산업, 사회정치, 환경건설, 문화예술, 외교통상 등 여섯 개의 대축을 중심으로 국내 대표 지식인 36명이 참여해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복원력, 문화 포용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2026년 이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각 분야를 '하나의 섬'이 아닌 '연결된 생태계'로 보고, 국가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세우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주요 저자로는 이영한(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교수가 이 책의 에이터이자 대표 저자로 기획 전반을 총괄했다. 이 교수는『대한민국 대전망』 시리즈를 2015년부터 이끌어온 중심 인물로, "대한민국 리빌딩"이라는 주제의 철학적 기초를 세웠다. 도시·환경·건축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국가 시스템의 재구조화를 논의하며 이번 권의 핵심 메시지를 제시했다. 사회철학자이자 '중민(中民)' 개념의 창시자인 한상진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 중민재단 이사장]는 이번 책의 사회 균형력과 정치사회 전망의 사상적 근간을 제공했다. 중산층의 도덕적 책임과 사회적 연대, 세대 간 신뢰 회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이필상 교수(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전 고려대 총장)가 경제학자로서 '경제 활력'과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의 산업 재편' 부분을 이끌었다. AI·디지털 전환이 고용 구조와 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 경제의 혁신 생태계 복원을 위한 거시적 전략을 제시했다. 실물경제와 거시정책을 잇는 통찰이 돋보인다. 남성욱 교수(숙명여대 석좌교수 ·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특임교수)가 외교·안보 분야의 대표 필진으로, '외교와 통상' 편의 대북·인태 전략을 주도했다. 실용과 원칙의 균형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상 환경을 분석하며, 동북아 경제권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문형남 교수(숙명여대 한류국제대학 학장 · 한국AI교육협회 회장)는 '2026년 AI발 대량 감원' 분야를 파헤친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실생활 속으로 밀접하게 파고드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실업 대재앙 전조'냐 아니면 '새로운 번영의 출발점'이냐를 심도있게 살펴본다. 이 다섯 명은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의 철학, 전략, 구조, 서사적 통합을 이끄는 핵심 저자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이영한이 기획의 나침반이라면, 한상진은 사회적 철학의 근간을 세우고, 이필상은 경제적 동력을, 남성욱은 외교적 시야를, 문형남은 AI로 인한 미래상을 담당한다. 즉, 이 다섯 사람의 관점이 모여 이번 책의 부제 '대변혁 시대, 대한민국 리빌딩'을 실질적 설계도로 구체화했다. 대변혁의 시대, "리모델링이 아닌 리빌딩"의 선언 편집진은 대한민국이 단순히 구조를 보수하는 '리모델링'의 단계가 아니라, 기초부터 다시 쌓아올려야 할 '리빌딩'의 시점에 서 있다고 본다. '리빌딩'은 낡은 토대를 허물고, 새로운 기둥을 세우는 일이다. 이 책은 그 기초를 국민이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비상계엄 사태, AI 대전환 등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2026년의 대한민국은 다시금 '국가 시스템의 재구조화'를 요구받고 있다.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이 거대한 변곡점을 "대변혁 시대의 대한민국 리빌딩"이라는 키워드로 압축한다. 사회적 균형, 기술 주권, 생태적 회복력, 문화적 포용성을 함께 엮어내는 종합적 비전이야말로 '대한민국호'가 항해해야 할 새로운 좌표라는 것이다. 8편 37장, 국가 전 부문을 꿰뚫는 집단지성의 설계도 책은 총 8편 37장으로 구성됐다. 「대한민국 조망」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구조적 과제를 다루며 '중민(中民) 사회'와 '선(先) 개혁', 지방자치와 정교분리 문제를 조망한다. 「외교와 통상」편은 해양국가로서의 정체성과 대륙국가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며, 북방경제, 인도·태평양 전략, 재생에너지 통상, CPTPP 등 글로벌 질서 재편 속의 외교 전략을 제시한다. 「과학 혁신력」편은 기술주권과 산업안보, 핵심광물 리스크, 피지컬 AI, 신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첨단 산업 패권 경쟁의 미래를 전망한다. 「경제 활력」편에서는 AI 대전환 시대의 산업 구조 개편과 일자리 변화, AI 의료 및 조직 혁신 등 현실적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건설 인프라」편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탈현장 건설, 친시장적 주택정책 등 산업 구조의 '정상화' 과정을 다루며, 「사회 균형력」 편에서는 청년 문제, 세대 갈등, 지역소멸, 국민연금 형평성 등 사회 지속성의 뿌리를 분석한다. 또한「환경 복원력」은 AI 기반 도시, K-AI시티, 정원 도시, 멸종위기종 보전 등 '그린과 AI'의 결합을 다루며, 마지막 「문화 포용력」은 신한류, 관광산업, AI 영화, 센티언스(감성 지능) 등 문화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각 편마다 핵심 분야 석학들의 시선이 녹아 있으며, 주요 쟁점을 요약한 「이슈 브리핑」12편은 책 전체의 지식 밀도를 높인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섯 개의 기둥 이 책이 내세우는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국가 전략의 틀이다. △과학 혁신력: 기술주권, 에너지 안보, 산업경쟁력의 기반, △경제 활력: AI·디지털 대전환 속 일자리와 산업의 균형, △사회 균형력: 청년·지역·세대 문제를 풀어낼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 △환경 복원력: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 회복과 AI 기반 도시 혁신, △문화 포용력: 문화산업의 창의성과 정체성을 결합한 신한류 확산이다. 이 다섯 축은 상호 독립된 부문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작동해야 국가 전체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대전망' 시리즈의 여섯 번째 성취 이 책은 '대한민국 대전망'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으로, 2015년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을 시작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2020), 『2023 대한민국 대전망』, 『2024 대한민국 대전망』, 『2025 대한민국 대전망』을 잇는 Vol.6이다. 10년에 걸친 시리즈는 "국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중심에 두고, 시대마다 달라지는 위기와 기회를 기록해왔다. 이번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그 여정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국가적 불확실성 시대, '생존의 언어'로서의 전망서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니다. 불확실성 시대에 '국가 생존의 언어'를 제시하는 문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1년 이상 집필에 참여하며, '바로 보고(正見)', '바로 생각하고(正論)', '바로 쓰기(正筆)'를 원칙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학문적 진정성이 엿보인다. 특히 과학기술과 사회정치, 문화예술, 환경 등 서로 다른 분야를 통합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독자는 "한국이라는 시스템이 어디서 흔들리고 있으며, 무엇을 새로 세워야 하는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리빌딩의 설계도를 펴다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단순한 진단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리빌딩을 위한 설계도다. 이 책은 현재의 위기를 "해체의 전조"가 아니라 "재구성의 기회"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과거를 회고하며, 새로운 100년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불확실성의 파도 속에서도 이 책은 하나의 등불처럼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비춘다. 그것은 "대변혁의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선방(善防)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2026 대한민국 대전망』은 단순히 내년의 예측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앞으로 어떤 철학과 구조를 선택해야 할지를 묻는 미래 설계서이자 시대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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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대한민국 리빌딩, 대변혁의 항로를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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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 지구 환경의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중 9개 중 7개가 이미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 행성 건강 보고서(Planetary Health Check)'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지구 위험 한계선을 1개 더 넘어섰으며 올해는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가 새롭게 위험 구역에 포함됐다. PIK 보고서는 ▲기후 변화 ▲생물권 완전성 ▲토지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 ▲생지화학적 순환(질소·인) ▲신규 화학물질(오염물) ▲해양 산성화 등 7개 항목이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양 산성화는 올해 처음으로 '위험 상태'로 평가됐다. 산업화 이후 해수 표면 pH는 약 0.1 낮아져 산성도가 30~40% 상승했으며, 냉수 산호, 열대 산호초, 극지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한 록스트룀 PIK 소장은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4분의 3이 안전구역을 벗어났다"며 "인류는 문명 유지가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성화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 토지 이용 변화로, 바다가 기후 안정 장치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해설] '바다의 경고등' 켜진 지구…7번째 경계선 붕괴가 의미하는 것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새 보고서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전한 운영 한계'를 넘어섰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올해는 해양 산성화가 새롭게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지구의 위기 수준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인류가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2009년 PIK와 스톡홀름 복원센터 연구진이 제시했다. 9개의 핵심 시스템은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명 유지 장치'로, 그중 7개가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문명 유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새롭게 붕괴된 항목인 해양 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직접적인 결과다. 화석연료 연소와 산림 파괴로 인해 흡수된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해수의 pH를 떨어뜨리면서, 바다는 점점 더 산성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해수의 pH는 약 0.1 하락했으며, 이는 산성도가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기와 맞닿은 해양 표층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인 플랑크톤(pteropods)과 산호초가 약화되고, 해양 먹이사슬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플랑크톤은 어류의 주요 먹이원으로, 이들의 감소는 수산업과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직결된다. 레브케 카이저 PIK 해양연구 공동대표는 "해양의 산성화, 산소 감소, 해양 열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 안정의 핵심 축인 바다가 압박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현상은 단순한 해양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와 인류 복지, 기후 안정성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바다는 지구의 생명 유지 장치이자 산소의 근원"이라며 "지금의 산성화는 지구 시스템의 대시보드에 켜진 '적색 경고등'"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바다를 보호하지 않으면, 인류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항목이 한계를 넘었지만 △'성층권 오존층'과 △'에어로졸(대기오염 입자)'은 여전히 안전 구간에 있다. 이는 국제 협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한 결과,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로졸 배출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 수준의 미세입자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보리스 작슈베프스키는 "지구 한계선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인류 복지와 경제 발전, 사회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요한 록스트룀 소장은 "오존층 회복과 대기오염 감소가 보여주듯, 국제 정책과 협력이 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며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의 창문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 변동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남극 빙붕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의 건조화, 해류 순환 약화 등 복합적인 변화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의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불가역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한계 보고서'는 경고와 동시에 해답을 제시한다. 해양 산성화를 늦추려면 화석연료 사용 감축, 해양 생태계 복원, 국제적 탄소 감축 협력이 필수다. 7개의 붕괴된 한계선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자, 인류가 아직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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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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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10% 감축 선언⋯미국과 기후정책 정면 충돌
- 중국과 미국의 기후정책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중국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절대적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풍력·태양광 발전을 2020년 대비 6배로 확대하고 전기차 보급을 본격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청정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국제사회가 올바른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사기(scam)"라며 파리협정 탈퇴를 재차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조치가 의미는 있으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30% 이상 감축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석탄발전 확대와 완화된 목표 설정으로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중국, 기후풍력 태양광 발전 공약 2배 증가⋯트럼프, 기후 변화 대응은 '사기' 중국과 미국의 기후정책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35년까지 경제 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파리협정에서 사실상 이탈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사기극(scam)'이라고 규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풍력·태양광 발전을 2020년 대비 6배 이상 확대하고, 신에너지차(전기차)를 신차 판매의 주류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2035년까지 산림 저장량을 240억㎥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존의 '2030년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 이어 중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절대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중국의 목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 중국이 최소 30% 이상의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2023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10% 감축은 영국 연간 배출량의 4배에 해당하는 14억톤에 달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 연설에서 기후정책을 "그린에너지 사기"로 규정하며 "풍력과 태양광에 의존하면 국가 경쟁력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24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은 풍력 터빈을 세계에 수출하지만 자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은 올해 들어서만 46GW 규모의 풍력 설비를 새로 설치했으며, 이는 3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표명한 것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중국은 재생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배터리, 풍력 설비 등 녹색기술 제조·수출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신재생 인프라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실질적 행동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이유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탄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감축 목표 달성은 한계가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정점 대비 감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실제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중국의 발표를 절반의 진전으로 본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역행' 속에서 중국이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평가되지만, 실질적으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년간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1.5도 목표는 사실상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도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공급망의 핵심이자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이 신재생 확대를 본격화하면 관련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석탄 의존 지속은 기후협력 압박을 키울 수 있다. 미국이 관세와 무역정책을 기후 이슈와 연계할 경우,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미국의 정책 후퇴는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실제 배출 감소로 이어지는 구체적 이행 계획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이 없이는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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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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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중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10% 감축 선언⋯미국과 기후정책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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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3)] 英·中 공동 연구팀, 식물 뿌리 '굴중성' 비밀 밝혔다
- 식물의 뿌리가 어떻게 중력을 인지하고 땅속 깊이 파고드는지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가 풀렸다. 영국과 중국 공동 연구진이 식물 호르몬 '옥신(auxin)'이 뿌리의 특정 부위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다른 부위의 성장은 유지시켜 중력 방향으로 휘어지게 만드는 핵심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 생명과학부와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옥신이 'OsILA1'으로 알려진 특정 키나아제(kinase) 효소를 통해 뿌리 아래쪽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식물이 토양 속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다시 아래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명력의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풀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옥신의 역설, 성장 촉진과 억제를 동시에 식물의 뿌리가 중력 방향을 따라 자라는 현상을 '굴중성(gravitropism)'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식물이 나침반 없이도 '아래'가 어디인지 알고 그쪽으로 뿌리를 뻗는 능력이다. 굴중성은 식물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몸을 지지하고,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식물 성장 호르몬인 옥신이 굴중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력 자극을 받으면 뿌리 끝에서는 옥신이 아래쪽으로 몰리게 되고, 이로 인해 위쪽과 아래쪽 세포의 성장 속도에 차이가 생겨 뿌리가 휘어진다는 것이 기본 원리였다. 하지만 옥신이 어떻게 뿌리 위쪽 세포의 성장은 촉진하면서, 동시에 아래쪽 세포의 성장은 억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작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나의 물질이 어떤 세포에는 '더 자라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바로 옆 다른 세포에는 '성장을 멈춰라'는 정반대 명령을 내리는 셈이어서 과학자들에게는 큰 수수께끼였다. 세포벽 강화하는 핵심 효소 'OsILA1' 규명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옥신의 이중적 역할을 명확히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벼(rice)의 뿌리 끝 아래쪽에 축적된 옥신은 OsILA1 키나아제를 활성화하는 신호를 보낸다. 키나아제는 세포 안에서 특정 단백질에 인산(P)을 붙여 그 단백질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효소다. 이 신호를 받은 세포는 셀룰로스(cellulose)와 리그닌(lignin) 같은 세포벽 구성 요소의 생합성을 촉진해 기존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단단한 세포벽을 만든다. 셀룰로스는 식물 세포벽의 뼈대를 이루는 단단한 섬유소이며, 리그닌은 이 뼈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강화된 세포벽은 세포가 더 이상 길어지는 것(신장)을 막는 족쇄 역할을 한다. 반면, 옥신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뿌리 위쪽 세포에서는 이러한 세포벽 강화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위쪽 세포들은 정상적으로 신장하며 계속 자라나는 반면, 아래쪽 세포들은 성장을 멈추게 된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성장 속도 차이가 결국 뿌리 전체가 아래쪽으로 구부러지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OsILA1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돌연변이 벼를 만들어 실험했다. 그 결과, 이 벼는 뿌리가 중력에 잘 반응하지 못하고 세포벽도 약해져, OsILA1이 뿌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를 공동으로 이끈 노팅엄 대학교 생명과학부의 라훌 보살레 부교수는 "지금까지 옥신이 어떻게 뿌리 아래쪽 세포의 팽창을 억제하는지는 불분명했다"며 "우리 연구는 옥신이 세포벽 생합성을 촉진해 아래쪽 세포벽을 강화함으로써 성장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 오랜 의문을 해결했다. 이 이중 메커니즘은 세포 신장을 촉진하고 억제하는 옥신의 상반돼 보이는 역할을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중력과 가뭄, 환경 신호에 반응하는 뿌리의 지능 이번 성과는 가뭄을 감지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앱시스산(ABA)이 옥신 수치에 영향을 주어 뿌리의 성장 각도를 조절한다는 연구팀의 선행 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식물의 뿌리는 중력, 수분 등 다양한 외부 환경 신호를 호르몬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적으로 감지하고, 토양 탐색과 자원 획득을 최적화하는 뿌리 구조를 형성하는 정교한 적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살레 박사는 "우리는 옥신이 뿌리 굴중성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옥신의 하위 신호 전달 과정에서 무엇이 작용하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낸 것이 바로 그것이며, 이는 뿌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기초 과학에서 미래 농업으로…슈퍼 작물 개발 기대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미래 농업 기술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옥신의 작용 원리를 상세히 이해함으로써, 척박하거나 단단한 토양에서도 뿌리를 더 깊고 넓게 뻗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양이 단단한 지역에서는 뿌리가 이를 감지하고 더 강하게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절하거나, 가뭄이 잦은 곳에서는 물을 찾아 더 깊이 파고드는 뿌리 시스템을 갖도록 개량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뭄, 다져진 토양, 영양 부족 환경에 대한 작물의 저항성을 높여 농업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보살레 박사는 "호르몬의 역할을 이렇게 상세하게 이해하면 스트레스에 강하고 토양 속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작물을 공학적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스트레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초 연구는 전 세계 식량 생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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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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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3)] 英·中 공동 연구팀, 식물 뿌리 '굴중성' 비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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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3)] 켄트대, 달 토양서 차 재배 성공⋯우주 농업 현실화 신호탄
- 영국 켄트대학교 연구진이 달과 유사한 환경에서 차나무를 성공적으로 재배했다고 켄트 온라인이 보도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향후 우주 거주자들이 달에서 신선한 차를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다트무어(Dartmoor) 차 묘목을 달과 화성의 토양을 모사한 조건에서 재배했다. 빛, 온도, 습도 역시 우주 환경을 반영해 세심하게 조절했다. 그 결과, 달 토양에서 재배된 차나무는 영국 데번(Devon) 지역 토양에서 자란 개체와 유사하게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성장한 반면, 화성 토양에서는 전혀 발아하지 못했다. 몇 주 동안 달과 유사한 토양에서 자란 차나무는 대조군 식물과 같은 수준으로 번성했다. 반면 화성 토양은 차나무가 잘 자라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나이절 메이슨 교수와 사라 로페스-고몰론 박사 주도로 진행되었으며,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유럽 최초의 우주 농업 워크숍에서 공개됐다. 연구진은 "달 토양 속 온실에서 차를 재배하는 것은 향후 달 기지 거주자들에게 자율적 식량 공급뿐 아니라 우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우주여행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농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기후 변화와 과도한 경작으로 척박해진 토양에서 작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시아의 광대한 지역, 심지어 유럽의 일부 지역까지도 사막화와 영양소 손실의 결과에 직면해 있다. 농부들은 땅을 고갈시키지 않고도 수확량을 높게 유지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달 표면과 같은 영양분이 부족하고 암석이 많은 기질에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면 새로운 토양 처리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식량 자립은 장기 우주 임무에 필수적이다. 지구에서 대량의 식량을 운반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현실적이다. 우주에서 신선한 작물을 직접 재배하면 지구 식량 의존도가 낮아지고, 식단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으며 우주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로페스-고몰론 박사는 "차나무가 달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향후 다른 작물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추가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다트무어 티, 라이트커브 필름(Lightcurve Films), 유로플래닛(Europlanet)과 협력해서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차 한 잔의 여유가 우주에서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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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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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3)] 켄트대, 달 토양서 차 재배 성공⋯우주 농업 현실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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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열파 급증'⋯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뜨거워지는 강물'⋯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미국 하천, 40년간 열파 급증…냉수종 생태계 '생존 위기' 미국 전역의 하천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NBC 뉴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하천 열파(heat wave)'의 빈도와 강도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냉수 환경에 적응해온 연어·송어 등 수생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환경공학과 리리(李莉) 교수 연구진은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1980~2022년 사이의 약 40년 기간 동안 1471개 하천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하천 열파 발생 횟수가 1980년에 비해 연평균 1.8회 늘었으며, 열파 시 수온은 평균 약 0.4℃(0.8℉) 더 높았다. 지속 기간도 3일 이상 길어졌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팀은 하천 열파를 '계절 평균치를 웃도는 고수온이 5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 감소와 하천 유량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댐과 보(洑)가 하류 수온을 높이고, 도심 건물과 포장도로가 축적한 열이 하천으로 전달되는 것도 추가적 요인으로 꼽혔다. 냉수종 어류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수온 상승은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어류의 대사율을 높여 생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연구진은 평균적으로 연간 12일가량의 '열 스트레스일'이 추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불 트라우트(bull trout) 등은 섭씨 약 15℃(화씨 59도) 이상에서 생존에 큰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 트라우트는 엄격한 서식지 요구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13℃(화씨 55도) 미만의 수온과 깨끗한 자갈 바닥, 차가운 호수와 큰 강의 깊은 웅덩이 등 차가운 수온을 선호하는 어종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Jonathan Walter, 유역과학센터)는 "저수지에서 방류 시점을 조정하는 등 수자원 관리 방식이 하천 수온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관개나 댐 운영 전략의 조정이 냉수종 보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해양과 호수의 열파 현상은 위성관측으로 활발히 연구돼 왔으나, 하천의 경우 관측 센서가 불규칙하게 운영돼 자료 확보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방대한 장기 데이터를 종합해 하천 열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 교수는 "그동안 물에 대해선 양적 문제에 주로 주목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질 변화, 특히 수온 상승 문제에도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하천 생태계 보전과 수자원 관리 전략에 새로운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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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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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미국 하천, 기록적 폭염에 '열파 급증'⋯냉수종 어류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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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9)] 기후변화가 낳은 이색 조류⋯텍사스서 '푸른어치-녹색어치' 희귀 잡종 첫 확인
-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확장 속에서 두 종의 어치(jay bird)가 처음으로 교배해 자연 상태에서 잡종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교외의 한 주택 정원에서 관찰된 이 새는 '녹색어치(green jay)'와 '푸른어치(blue jay)'의 자손으로, 약 700만 년 전 계통이 갈라진 두 종 사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어스닷컴, 사이테크데일리, 퍼퓰러 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생물학자들은 해당 개체의 DNA를 분석한 결과, 어미는 녹색어치, 아비는 푸른어치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두 종 모두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확장 끝에 겹쳐진 지역에서 교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야기한 척추동물 잡종의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녹색어치는 원래 중앙아메리카 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해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텍사스 국경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푸른어치는 미국 동부 전역에 분포했지만 휴스턴 인근까지만 서식지가 확장돼 두 종은 사실상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기후 변화로 녹색어치는 북쪽으로, 푸른어치는 서쪽으로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두 종의 분포가 샌안토니오 일대에서 겹치게 되었다. 이번 사례는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토대로 연구진이 개체를 확인하고 포획한 뒤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전적으로 검증하면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미 1970년대 인공 교배 실험에서 두 종 사이 잡종을 얻은 전례가 있지만, 이번처럼 자연 상태에서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조류학적 흥미를 넘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포식자와 먹이, 번식 습성에 따라 종 간의 경계가 새롭게 설정되고, 일부는 새로운 잡종 개체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스톡스 텍사스대 대학원생은 "잡종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연계에서 훨씬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관찰되거나 보고되지 않는다"며 "소셜미디어와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 덕분에 이번처럼 드문 사례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잡종 개체가 단발성 현상에 그칠지, 새로운 집단 형성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발견은 기후 변화로 서식지 지도가 재편되면서 예상치 못한 생태학적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학술지 '에콜로지 앤드 이볼루션(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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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9)] 기후변화가 낳은 이색 조류⋯텍사스서 '푸른어치-녹색어치' 희귀 잡종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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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8)] 알래스카 빙하 후퇴로 '신생 섬' 등장⋯탄소중립 대응 과제 부각
- 알래스카 남동부에서 빙하가 물러나면서 호수 한가운데 새로운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 지구관측소는 최근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알래스카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의 알세크(Alsek) 빙하가 녹으면서 '프로우 노브(Prow Knob)'라는 작은 산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져 섬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프로우 노브는 약 5㎢ 규모의 육지로, 그동안 알세크 빙하가 둘러싸고 있었으나 수십 년간 이어진 빙하 후퇴로 점차 노출돼 왔다. 미 항공위성 랜드샛9호가 지난 8월 촬영한 영상에는 더 이상 빙하와 맞닿아 있지 않은 프로우 노브가 신생 담수호 한가운데 섬 형태로 존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사 측은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 평야에서는 얼음이 빠르게 물로 대체되고 있다"며 "빙하가 얇아지고 후퇴하면서 전면부에 형성된 담수호 속에서 새로운 지형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우 노브는 선박의 뱃머리를 닮은 형상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1960년대 빙하학자 오스틴 포스트가 항공사진 촬영 과정에서 명명했다. 포스트와 동료 연구자는 빙하 후퇴 속도를 근거로 2020년경 빙하가 프로우 노브와 완전히 분리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다소 늦게 진행됐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의 빙하가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기후 변화가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2025년 역시 유례없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탄소중립 정책의 시급성을 환기시킨다. 각국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나, 이행 속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빙하 후퇴와 같은 극단적 현상은 탄소 배출 감축이 단순한 환경 의제를 넘어 경제·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 해운·관광 산업 변화, 수자원 관리 등에서 빙하 후퇴가 미칠 파급 효과에 대비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탄소세 도입, 국제적 협력 강화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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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8)] 알래스카 빙하 후퇴로 '신생 섬' 등장⋯탄소중립 대응 과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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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7)] 화석연료 기업, 전 세계 폭염과 직접 연관⋯법적 파장 주목
- 세계 과학자들이 특정 화석연료 및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 배출이 전 세계 폭염 발생 가능성과 강도를 높였다는 정량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폭염의 원인을 개별 기업과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책임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213건의 폭염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최대 25%는 주요 화석연료·시멘트 생산 기업의 배출이 없었다면 사실상 발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본 메이저스(Carbon Majors)' 14개 기업이 폭염 강도 증가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등 글로벌 석유 기업뿐 아니라 과거 소련과 같은 주요 산유국도 포함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얀 퀼카이유(Yann Quilcaille) 연구원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최근(2010~2019년) 폭염의 중간 강도가 섭씨 1.68도 상승했는데, 이 중 0.47도는 상위 14개 카본 메이저스의 배출만으로 설명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수백 건의 폭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분리돼 다뤄지던 ‘탄소 메이저스의 기여도’와 ‘폭염 발생 확률’을 직접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법적 책임 근거 강화" 논문 공저자인 코리나 헤리(Corina Heri) 틸뷔르흐 로스쿨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탄소 메이저스의 책임을 묻는 데 과학적 확실성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연구가 그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보상 책임을 화석연료 기업에 묻는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가 새로운 근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염 영향 과소평가 가능성도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아프리카·남미 지역의 보고되지 않은 폭염 사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그랜섬연구소의 클레어 반스(Clair Barnes) 박사는 "실제 피해는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 책임 논의 새 국면 기후책임연구소의 리처드 히디(Richard Heede) 소장은 "이번 연구는 화석연료 기업의 채굴·가공·유통·연소 전 과정이 폭염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초기 단서"라며 "향후 홍수, 산불 등 다른 극단적 기상 현상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기후 과학과 법학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폭염이라는 구체적 기상 재난을 개별 기업의 배출과 직접적으로 연결한 만큼, 기후위기 대응과 법적 책임 규명 논의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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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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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7)] 화석연료 기업, 전 세계 폭염과 직접 연관⋯법적 파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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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값 급등에 정부양곡 2만5천t 추가 방출
- 농림축산식품부가 쌀값 급등세 완화를 위해 정부양곡 2만5000t을 추가 공급한다. 1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산지 쌀값은 20㎏당 5만5810원으로 직전 조사보다 1180원 오르며 80㎏ 한 가마 가격이 22만원을 넘어섰다. 소매가격 역시 20㎏당 평균 6만1000원을 웃돌아 작년보다 20% 비싼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조생종 수확이 잦은 비로 늦어져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 10월 중순 햅쌀 본격 출하 전까지 수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추가 공급을 결정했다. 공급은 대여 방식으로 이뤄지며, 업체들은 농협경제지주 공지를 통해 신청하면 오는 19일부터 배정된다. 공급받은 벼는 쌀로만 판매 가능하며 내년 3월까지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미니해설] 쌀 1가마니, 4년 만에 '22만원' 돌파 정부가 다시 쌀시장 안정화 카드를 꺼냈다. 최근 쌀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과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난이 동시에 심화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정부양곡 2만5천t을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5만5천810원으로, 직전 조사일인 지난달 25일보다 1천180원 상승했다. 이로써 80㎏ 한 가마 가격이 22만원을 넘어선 것은 거의 4년 만이다. 소매가격도 20㎏당 평균 6만1천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비싼 상황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서민 가계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우고 있다. 공급 지연과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 농식품부는 올해 조생종 수확 시기에 잦은 비가 겹치면서 출하가 늦어진 데다, 산지 유통업체들이 구곡(지난해 수확한 쌀)을 대체 원료로 확보하려 하면서 재고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말 공급된 정부양곡 3만t도 2주 만에 절반이 소진됐으며, 남은 물량 역시 곧 바닥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여 방식으로 19일부터 공급 이번에 추가 공급되는 2만5000t은 대여 형식으로 배정된다. 업체들은 농협경제지주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지난해 쌀 판매량 비중에 따라 물량이 배분된다. 공급은 19일부터 시작된다. 단, 공급받은 벼는 재판매가 제한되고 반드시 도정해 쌀로 판매해야 하며, 내년 3월까지 정부 창고에 동일 물량을 반납해야 한다. 반납가격은 올해 8월 평균 산지 쌀값과 수확기 가격, 도정수율 등을 고려해 추후 확정된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추가 공급이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 부담을 덜어주고, 수확기 쌀값 안정과 농업인 소득 보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농가에는 가격 급등을 억제하면서 판로 불안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쌀값 급등에 따른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복되는 수급 불안, 근본 대책은?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쌀 시장은 생산량 변동, 기후 영향, 소비 감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불안을 반복해 왔다. 특히 올해는 기후 악재로 조생종 수확이 늦어진 데다, 국제 곡물 가격 불안도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급 공백기를 메우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생산 조절, 재고 관리, 유통 구조 개선 등 종합적인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춘 쌀 소비 촉진, 가공용 수요 확대 등 내수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농식품부는 10월 중순 중만생종 햅쌀이 본격 출하되면 공급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주요 생산지의 기상 여건, 국제 곡물가 추이, 소비 회복세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쌀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경우, 추가적인 정부양곡 방출이나 수급 안정화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은 여전히 한국인의 식탁에서 핵심적인 주식이다. 이번 정부 조치는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쌀 시장의 불안정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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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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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값 급등에 정부양곡 2만5천t 추가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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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6)] 기후변화가 불러온 '단맛의 유혹'⋯미국, 더위에 설탕 섭취 급증
- 미국에서 기온 상승이 국민들의 식습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오르면 특히 저소득·저학력 계층을 중심으로 탄산음료 등 당분이 많은 음료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체 설탕 섭취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KSL닷컴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듀오 찬 박사와 카디프대 판허 연구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04~2019년 약 4만~6만 가구의 소비 기록을 날씨 자료와 비교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연구는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기온, 바람, 강수, 습도 자료를 소비자의 구매 기록과 대조해 기온 상승이 설탕 섭취량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섭씨 12도(화씨 54도)에서 30도(화씨 86도) 사이 구간에서 기온이 높아질수록 설탕 섭취가 늘어났으며, 이 범위를 넘어서는 고온에서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추가 섭취량은 개인당 하루 한 개의 초콜릿바에도 못 미칠 정도였으나, 연간 누적하면 1억 파운드(약 4만5000 톤)에 이르는 당분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15년 전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저소득 가정과 옥외 노동자, 교육 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기온 상승에 따른 당분 섭취 증가 폭이 더 컸다. 흑인과 백인 가정에서는 증가세가 뚜렷했으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식습관을 바꾸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하루에 탄산음료 한 캔이 추가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9%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1895년 이후 평균 기온이 약 1.2도(화씨 2.2도) 상승했다. 연구진은 기온이 계속 오르면 설탕 섭취량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영양 불균형과 기후변화가 결합해 건강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세계 기후 및 보건 동맹(Global Climate and Health Alliance)의 코트니 하워드 부의장은 "이미 취약한 계층에서 기후 변화가 건강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대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더 심각한 문제들에 비해 설탕 섭취 증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더운 날씨에 당분 섭취가 늘어나는 경향은 분명하다"며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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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6)] 기후변화가 불러온 '단맛의 유혹'⋯미국, 더위에 설탕 섭취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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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5)] 뜨거워진 바다, 지구의 탄소흡수능력 10% 감소
- 세계 최대 탄소 흡수원인 바다가 기후 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고수온에 직면하며 탄소 흡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구진은 2023년 바다가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한 규모가 최근 추세치보다 약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연합(EU) 연간 배출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23년 한 해동안 해수면 온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열대 지방에서는 엘리뇨 현상이 극심했고, 북대서양 전역에서는 엄청난 더위가 찾아왔다. 그로 인해 바다의 CO₂ 흡수율이 무려 10% 이상 급감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주도의 연구팀은 선박, 부표, 위성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분석을 수행해 2023년 전 세계 해수면 CO₂ 농도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북대서양을 비롯한 북반구 해역에서 이례적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다가 CO₂를 흡수하기보다 방출하는 상황까지 관측됐다. 연구진은 "차가운 물이 더 많은 기체를 머금는 기본 물리 원리가 작동했다"며, 해수 온도가 높아질수록 CO₂ 용해도가 떨어져 흡수 능력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수면에서 발생한 일시적 CO₂ 고갈, 수온 상승에 따른 성층 강화로 심층의 탄소 공급이 제한된 점, 그리고 플랑크톤의 '생물 펌프' 작용 등 세 가지 요인이 충격을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심해 용승을 줄여 해당 지역의 CO₂ 방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지만, 북반구 해역의 이례적 고온이 이를 상쇄했다. 이번 연구는 관측 기반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수십 년간 축적된 해양 CO₂ 데이터를 머신 러닝으로 보완해 매일의 전 지구 해양 탄소 흡수량을 산출, 2023년의 변화를 정밀하게 비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바다의 탄소 흡수력이 기후 위기 속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TH의 니콜라스 그루버 교수는 "2023년은 바다 탄소 흡수원의 스트레스 테스트였다"며 "바다가 여전히 많은 CO₂를 흡수하고 있지만, 이 역할을 전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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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5)] 뜨거워진 바다, 지구의 탄소흡수능력 1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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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1.7% 상승⋯휴대전화 요금 인하에 9개월 만에 최저
-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동통신 요금의 일시 인하 효과로 1%대에 머물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이동통신 요금이 21.0%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질 경우 9월 물가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4.8% 오르며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니해설] 8월 소비자 물가 1.7% 상승⋯농축수산물 물가는 4.8%↑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동통신 요금의 대규모 감면 영향으로 1%대로 내려앉았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7% 올랐다. 지난해 11월(1.5%)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이다. 올해 1월부터 2%대에서 움직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1.9%로 잠시 주춤했다가 6~7월에 다시 2%대로 복귀했으나, 8월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장 큰 요인은 이동통신 요금 인하다. 8월 한 달간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2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통신 요금을 절반 감면한 영향으로, 통신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1.0%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2020년 10월(-21.6%)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동통신 요금 하락은 전체 공공서비스 요금을 3.6% 낮추며 물가 상승률을 0.42%포인트 끌어내렸다. 통계청은 이동통신 요금이 정상 수준으로 환원될 경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휴대전화 요금 인하는 일시적 조치였기 때문에 9월에는 일부 영향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13개월 만의 최고 상승 통신 요금 하락에도 불구하고 생활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크게 뛰었다. 8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해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을 0.37%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냈다. 품목별로는 수산물(7.5%), 축산물(7.1%), 농산물(2.7%)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특히 수산물은 2023년 2월(8.2%) 이후 2년 6개월 만에, 축산물은 2022년 6월(9.5%)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찹쌀(45.6%), 복숭아(28.5%), 고등어(13.6%), 쌀(11.0%), 돼지고기(9.4%), 국산 쇠고기(6.6%) 등이 주요 상승 품목으로 꼽혔다. 특히 국산 쇠고기는 2022년 1월(7.6%) 이후 3년 7개월 만에, 돼지고기는 2022년 7월(9.5%)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달 대비로는 파프리카(52.1%), 배추(51.6%), 시금치(50.7%), 토마토(35.9%) 등 신선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통계청은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과 출하량 감소, 축산물 도축 마릿수 감소, 돼지고기 수입량 축소 등이 가격 상승의 복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두원 심의관은 "채소는 폭염으로 출하량이 줄었고, 수산물은 재고량 감소, 축산물은 도축 감소와 공급 부족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공식품과 생활물가 가공식품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라, 김치(15.5%), 커피(14.6%) 등에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일부 품목의 할인 판매가 종료되면서 전월(4.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3%로, 전월(2.0%) 대비 크게 낮아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1.5%로, 전달(2.5%)보다 하락했다.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은 3.9% 올랐으나 '식품 이외'는 0.1% 내렸다. 정부, 체감물가 안정 총력 정부는 이상기후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체감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주요 품목별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변동 요인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시행된 소비쿠폰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내수 활성화 과정에서 가격 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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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1.7% 상승⋯휴대전화 요금 인하에 9개월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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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4)] 스페인·포르투갈 초대형 산불⋯EU 산불 피해 사상 최대
- 유럽연합(EU)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이 100만 헥타르를 돌파하며 2006년 기록 집계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됐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베리아반도의 약 1%가 불길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 현상이 산불을 더욱 빈번하고 대형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베리아반도 초토화…2주 만에 런던 4배 면적 소실 유럽 산불 감시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산림화재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스페인은 8월 26일까지 누적 40만 헥타르가 소실되며 2006~2024년 평균치의 6배를 넘겼다. 인접한 포르투갈 역시 27만 헥타르가 불타 동일 기간 평균의 5배에 이르렀다. 올해 이베리아반도에서 불에 탄 면적은 68만4000헥타르로 런던 면적의 4배에 달하며, 대부분은 단 2주 만에 발생했다. 산불은 포르투갈 북부 삼림지대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이레온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세계유산인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과 피코스데유로파 국립공원 등 관광 명소도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악순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세계날씨귀속(WWA) 그룹은 이번 지중해 산불이 기후변화와 직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고온·건조한 환경을 만들고, 이는 산불 발생 확률을 10배 가까이 높였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산불로 올해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는 1768만 톤으로, 2003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2023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웃도는 규모다. WWA 소속 테오도어 키핑 박사는 "기온 상승으로 식생이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가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더 크고 치명적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디 오토 기후과학 교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했어야 할 시점은 이미 10년 전이었다"며 "지금은 1.3도 상승으로 소방대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와 토지 방치가 불씨 키워 기후변화와 더불어 농촌 인구 감소도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젊은 층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농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토지가 잡목과 가연성 식생으로 뒤덮이면서 화재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태계·토양 회복력도 한계 직면 지중해 지역의 생태계는 오랜 세월 산불과 공존해왔다. 이베리아토끼처럼 산불 이후 새롭게 형성된 서식지에서 번성하는 종도 있고, 코르크 참나무처럼 재생력이 강한 수종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산불은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산림 재생 주기를 앞질러 생태계 복원력을 위협하고 있다. 런던정경대학(LSE) 환경지리학과 토머스 스미스 부교수는 "기후가 더워지면서 산불이 커지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이 다시 기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완지대학의 스테판 도어 교수는 "산불로 인한 토양 침식과 강우 시 하천 및 저수지의 수질 오염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응책은?…화재 예방과 조기 탐지 필요 전문가들은 위험 지역의 초과 식생을 사전에 제거하고, 발화 가능성을 낮추는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위성을 활용한 조기 탐지, 신속한 화재 진압 시스템 구축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이번 사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 진화 지원 병력을 투입했지만, 연구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는 한 대형 산불의 위협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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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4)] 스페인·포르투갈 초대형 산불⋯EU 산불 피해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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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 인류가 마주할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빙하기와 대규모 감염병, 소행성 충돌과 거대 화산 폭발 등 수많은 큰 재앙을 극복해 온 인류지만, 앞으로 닥칠 위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암울한 과학계 예측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수억 년에서 수십억 년에 걸친 시나리오를 들어 지구가 생명체가 살기에 극도로 가혹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근거해 약 2억 5000만 년 뒤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판게아 울티마 대륙'이 생겨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 거대 대륙의 환경이다. 대륙 이동의 영향으로 화산 폭발이 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바다와 멀리 떨어진 광활한 내륙에는 열이 그대로 축적된다. 이 탓에 대륙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약 20도 높은 35.1도에 이르고, 여름철에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서 최고 7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고온과 함께 바다로부터 수증기 공급이 끊긴 내륙은 바싹 마른 사막으로 변한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땅은 지구 전체의 8%, 현재의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극심한 물과 식량 부족에 부딪힌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초래할 생태계 붕괴는 '제6차 대멸종'에 버금가는 규모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공룡 멸종 등) 지구 역사상 5번 일어났던 대멸종에 맞먹는 규모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70도 불볕더위…거주지 9분의 1로 줄어든 초대륙 설령 인류가 이 가혹한 환경을 극복해도, 제2의 위기가 기다린다. 일본 도쿄과학대학교의 오자키 가즈미 준교수는 2021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뒤 대기 중 산소가 현재의 1% 밑으로 줄어 대부분의 생물이 생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자키 준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에 걸친 지질 작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점차 고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가 거의 사라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멈추고, 더는 산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대기는 질소와 메탄이 주를 이루는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환경에서 고등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하며, 산소 호흡이 없는 박테리아나 고세균(archaea)만이 살아남는 ‘원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위협은 지구 밖에서도 찾아온다. 미국 플래니터리 사이언스 인스티튜트는 앞으로 40억 년 안에 외톨이 항성이 태양계를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항성의 강력한 중력 탓에 지구는 0.2% 확률로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가거나, 궤도가 바뀌어 기온이 급변하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오는 변수가 지구의 생존 환경 자체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시간이 더 흘러 50억 년 뒤에는 지구가 물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핵융합 연료가 고갈된 태양이 '적색 거성(Red Giant)'으로 팽창하며 지구 궤도까지 삼켜버리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예측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 천문학계가 공통으로 내놓은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다. 산소 고갈 넘어 태양 팽창까지…피할 수 없는 종말 인류 또한 과학기술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하늘 높이 미세 입자를 뿌려 태양 빛을 막는 '기후 공학(Geoengineering)' 기술이 나오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위험 예측, 합성생물학을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 같은 연구도 한창이다. 근본 해결책으로는 미국 스페이스X 등이 추진하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넘어, 태양계 밖 ‘외계 행성(Exoplanet)’으로 이주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과학계가 제시하는 미래 예측은 인류가 기후 변화나 핵전쟁 같은 눈앞의 위협뿐 아니라, 수억 년 단위의 아주 먼 미래의 생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명사 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지구의 종말은 피할 수 없지만, 인류의 종말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을 이들 시나리오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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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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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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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3)] 네슬레, 기후변화 대응 위한 '코코아 수율 증대' 기술 공개
-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가 기후변화로 인한 카카오 생산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 열매 활용도를 30%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네슬레는 기존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열매 내부의 카카오 빈(콩)만을 사용하고 과육, 태반, 껍질 등은 대부분 버려져 왔다며, 이번 기술은 열매 전체를 원재료로 활용해 초콜릿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고 AFP가 지난 20일(형지시간) 전했다. 네슬레 연구진은 "카카오 꼬투리 내부의 모든 부위를 수확해 젖은 상태에서 자연 발효시킨 뒤, 이를 분쇄·로스팅·건조해 초콜릿 플레이크로 가공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공법은 초콜릿 고유의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폐기물을 줄이고 원재료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네슬레 영국 요크 연구개발센터의 루이즈 배럿 소장은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의 카카오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가의 수확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재는 파일럿 단계지만 대규모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가격 급등 국제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 가격은 2023년 초 톤당 1900파운드(약 356만원) 수준에서 출발해 2024년 초 3800파운드로 두 배가량 뛰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9000파운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세계 최대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잇따른 흉작이 있었다. 두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폭우와 코코아 열매에 질병이 발생한 '코코아 포드 병(cocoa pod disease)' 확산, 지속적인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코코아 포드 병은 카카오 열매에 감염을 일으키는 각종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 주로 카카오 생산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트려 문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 카카오 수확량의 30~40%가 병해로 손실된다고 추산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카카오 포드 병 발생 지역과 양상이 달라지고 있어 기후 적응형 방제 전략 연구도 병행되고 있으며, CRISPR(크리스퍼·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내병성 카카오 품종 개발이 시험 단계에 들어섰다.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올해 2월 보고서에서 "32도 이상 고온이 코코아 수확량과 품질을 동시에 떨어뜨린다"며 "지난 10년 동안 10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주 생산기에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고온 지속 기간이 평균 3주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요 감소와 가격 조정 가격 급등은 초콜릿 수요 감소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농가들이 카카오 재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재고가 4년 만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으며,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 현재 런던 상품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톤당 약 5600파운드(약 1051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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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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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3)] 네슬레, 기후변화 대응 위한 '코코아 수율 증대' 기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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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K-뷰티 ④] 인도네시아 성공 조건은 '한류' 아닌 '초현지화'
- 한때 '한류'라는 이름만으로 아세안 시장을 호령했던 K-뷰티가 인도네시아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현지, 중국산 화장품(C-뷰티), 글로벌 브랜드와의 치열한 4자 경쟁 구도 속에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력은 여전하지만, 현지 소비자는 이제 '진짜 한국 브랜드인가', '우리 피부에 맞는가', '할랄 인증을 받았는가', '합리적인 가격인가'라는 네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행의 변화를 넘어, 소비자의 기준이 상향되고 경쟁은 더욱 정교해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산'이라는 후광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지화 성공과 실패, 극명하게 엇갈린 K-뷰티의 자화상 K-뷰티 브랜드 중 가장 뚜렷한 성공 궤도를 그리는 곳은 스킨1004다. 이 브랜드는 쇼피(Shopee) 기준 0.9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K-뷰티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병풀추출물을 핵심으로 한 저자극 제품 라인으로 민감성 피부 소비자를 정확히 겨냥했고, 고온다습한 기후에 최적화된 가벼운 제형과 '논코메도제닉' 인증은 현지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를 안겼다. 또한, 쇼피몰 공식 입점, BPOM(식약청) 인허가, 할랄 인증 취득 등 공식 유통망을 통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정품'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AR 가상 체험 기능 등을 도입하며 디지털 최적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클레어스(Dear Klairs) 역시 '더마 코스메틱'과 '비건 뷰티'에 대한 높은 시장 수요를 등에 업고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했다. 이들은 과도한 광고 대신 왓슨스(Watsons), 소시올라(Sociolla) 등 신뢰도 높은 채널에 입점해 실제 사용자 후기를 축적하는 데 집중했다. 제품력 중심의 진정성 있는 접근이 '조용하지만 강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반면, 화려한 틱톡 마케팅으로 초반 인지도를 높였던 색조 브랜드 머지(Merzy)와 이글립스(Eglips)는 시장에서 빠르게 소멸했다. 현지 기후에 맞지 않는 제형과 제한적인 색상 셰이드, 부실한 정품 유통 채널이 문제였다. "패키지는 예쁘지만 쉽게 무너진다", "한국 화장품인데 할랄 인증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브랜드 신뢰도 추락으로 직결됐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한국 기술로 만들었다고 홍보한 가짜 K-뷰티 'Hanayuki'다. SPF 지수 허위 표시, 근거 없는 효능 과장 등으로 BPOM에 의해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이 사건은 K-뷰티 전체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후 인도네시아 소비자에게 '진짜 한국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은 구매의 기본 전제가 됐다.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K-뷰티 초현지화 3대 전략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K-뷰티의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피부와 기후에 맞춘 제품 현지화다. 끈적임 없는 젤 타입 제형,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한국산 선크림처럼 높은 자외선 차단 지수(SPF)와 진정·미백 기능을 결합한 다기능 제품, 그리고 '사워 마탕(Sawo Matang)'이라 불리는 현지인의 피부톤에 맞는 폭넓은 색상 셰이드 개발이 시급하다. 둘째, 공식 인증과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구조 확립이다. 외국 기업은 직접 등록할 수 없어 반드시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야 하는 BPOM 등록은 기본이며, 2026년 10월 17일부터 전면 의무화되는 할랄 인증의 선제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쇼피몰, 왓슨스 등 소비자가 신뢰하는 채널에 입점하고 정품 인증 QR코드 등을 도입해 위조품 문제를 차단해야 한다. 셋째, 합리적인 '매스티지' 가격 정책이다. 10달러 이하의 가격대에서 '효능 대비 우수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수입 관세(15%), 부가가치세(11%), 소득세(10-20%) 등을 모두 고려하여 최종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 정교한 원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뷰티 시장의 문법은 바뀌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한국산'이라는 이름값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피부로 느끼는 효능, 합리적인 가격, 종교적·제도적 신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짜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화려한 한류 마케팅이 아닌, '초현지화'를 통해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진정성과 현지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만이 K-뷰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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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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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K-뷰티 ④] 인도네시아 성공 조건은 '한류' 아닌 '초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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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 기후변화로 인해 기생충 확산으로 가축과 반려동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기후변화와 국제 반려동물 이동 증가로 인해 과거 남유럽에 국한됐던 기생충 질환이 북상하고 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컨버세이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학계는 "이제 더 이상 이국적(exotic)이라고만 할 수 없는 감염병이 자국 내 동물과 사람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반려견에서 확인된 리슈만편모충증 영국에서 최근 보고된 반려견 질병 감염 사례 중 하나는 래브라도견 '토비'다. 토비는 발과 다리에 털이 빠지고 피부 발진과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악화돼 정밀검사 결과 리슈만편모충(Leishmania infantum) 감염이 확인됐다. 이는 모래파리 매개 기생충으로, 원래 지중해 연안에 주로 분포했다. 반려견 토비는 영국을 떠난 적이 없었지만, 가족이 스페인 방문 후 귀국한 이력이 있어 감염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사례는 2019년 이후 영국에서 보고된 단 세 건 중 하나다. 리슈만편모충증은 개에서 만성·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확산되는 매개곤충 질환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비교적 보호막이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빈번한 국제여행·국경간 반려 동물 이동이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 모기의 의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은 남유럽에 국한됐던 질환이 중·동부 유렵으로 확산중이며, 영국 수입견의 4분의 1이 심장사상충 감염 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드기 매개 질환인 말 피로플라스마증(Equine piroplasmosis) 역시 일부 영국·아일랜드 말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이는 해당 지역 말이 이미 기생충에 노출됐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말병(African Horse Sickness) 역시 현재 영국 내 유입 위험은 낮지만, 기후모델은 향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람에게도 전이되는 위험 인수공통 기생충으로는 에키노코쿠스(Echinococcus multilocularis)와 리슈만편모충, 심장사상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개가 무증상으로 보균할 수 있는 에키노코쿠스는 분변을 통해 토양·식수·농산물을 오염시키며, 인체 감염 시 간 등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영국에서는 야생 개과 동물에서 나오는 단방조충(E. granulosus)의 인간 감염이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아일랜드에서는 2019년 여행 이력이 없는 여성에게서 의심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영국 당나귀에서, 2023년 아일랜드 말에서 낭포성 기생충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면서, 이미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응 과제와 '원헬스(One Health)' 접근 전문가들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기생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수입 동물에 대한 선제적 검역 및 감염 스크리닝, △ 파리·진드기·모기 등 매개곤충 분포 모니터링, △ 반려동물·가축에 대한 항체 조사 및 질병 발생 기초자료 구축, △ 수의사·사육자·소유주 대상 교육 및 책임 있는 이동 관리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동물·환경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 Health)' 체계가 강조된다. 기생충 확산을 조기에 포착하고 차단하지 못하면, 이미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파급된 후 뒤늦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산업에 주는 시사점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럽의 기생충 확산 등의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경고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로 모기·진드기 활동 가능 시간이 길어지고, 북상하는 아열대성 매개곤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 여름 일명 '러브 버그(털파리의 일종, 정식 명칭은 플릭시아 니악티카)'가 한반도를 강타해 민원이 폭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반려동물을 들여오는 사례가 늘면서 수입 과정에서의 검역 강화와 사전 스크리닝 체계가 필요하다. 농축산 분야에서는 말, 소, 돼지 등 주요 가축에 대한정기적 혈청검사 및 병원체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동물이 급성장하는 한국에서 기생충 관련 백신·진단, 구충제 산업은 새로운 수요와 연구 개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 개념을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정책에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질병 차원을 넘어 국가 방역·식량안보·글로벌 무역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히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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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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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K-뷰티 ③] Z세대, '효능·가치·신뢰' 3단계로 화장품을 검증한다
- 인도네시아 뷰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단연 Z세대다.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18~34세의 젊은 소비층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이들은 수동적인 트렌드 수용자가 아니라, 성분을 직접 분석하는 '스킨텔렉추얼(Skintellectuals)'이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에 개방적인 소비자다. 이들의 등장은 K-뷰티를 포함한 글로벌 브랜드에 새로운 소통 방식과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인도네시아 Z세대의 평균 프로필은 하루 7.6시간의 스크린 타임, 10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브랜드 팔로잉으로 요약된다. 이들에게 뷰티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닌 자기표현(self expression)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품'이다.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와 외모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러한 인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남성 소비자 역시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과거 스킨케어, 향수 등에 머물렀던 남성들의 관심은 최근 미백, 트러블 케어 등 기능성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광고는 불신, 성분은 분석…까다로운 소비자의 3단계 검증법 Z세대의 구매 여정은 '효능→가성비→신뢰'라는 3단계의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 관문인 '효능' 단계에서 이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과 고민(여드름, 유분, 과색소침착, 넓은 모공 등)에 맞춰 나이아신아마이드, 병풀추출물, 레티놀 같은 과학적 효능이 입증된 성분을 직접 찾아 분석한다. 제품 라벨의 전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두 번째는 '가성비(Value for Money)'다. 소비자의 91%가 3개 이상의 제품을 비교하고 온라인 후기를 수차례 교차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할 정도로, 이들은 효능 대비 가격을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마지막 관문은 '신뢰'다. 브랜드의 화려한 광고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동료 소비자의 '진짜 후기'다. 특히 유명인(KOL)이 아닌 일반인 소비자에 가까운 'KOC(Key Opinion Consumer)'가 제작한 솔직한 영상 리뷰는 구매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인증'은 제품의 효능과 가치를 보증하는 가장 강력한 신뢰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한 조사에서 소비자의 78%가 '할랄 인증 없는 제품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했을 정도로, 할랄은 청결과 안전, 윤리성을 상징하는 품질 보증 마크로 통용된다. 2022년 할랄 화장품 소비액이 54억 달러 기록하면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할랄 화장품 소비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서원태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슬림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키 플레이어로 자리김 하기 위해 국가 할랄 인증 시스템 구축 및 표준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2025년 1분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현지 브랜드 와르다(Wardah)는 인도네시아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할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벼운 제형, 명확한 효능…뷰티테크로 진화하는 Z세대 제품에 대한 선호 기준 또한 명확하다.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끈적임 없는 젤, 세럼, 에센스 등 가벼운 제형을 선호하며, 빠르게 흡수되는 제품을 높게 평가한다. 기능적으로는 자외선 차단(SPF 30-50+), 진정·보습, 미백, 트러블 케어 순으로 수요가 높다. 민감성 피부 인구가 많아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 '무자극 테스트 완료' 등의 문구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최근 Z세대는 기술을 통해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가르니에(Garnier)의 '스킨 코치 AI' 앱처럼 인공지능이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제품을 추천하거나, 왓슨스(Watsons)의 '컬러미(ColorMe)' 서비스처럼 증강현실(AR)로 메이크업 제품을 가상 체험하는 '뷰티테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 기반의 개인화된 경험은 온라인 구매의 불확실성을 줄여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과학적 마케팅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Z세대의 소비 코드는 명확하다. 이들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스스로 검증한 데이터와 동료 소비자의 진솔한 경험을 더 신뢰한다. 브랜드가 아닌 소비자의 목소리가 시장의 담론을 형성하는 시대로의 전환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K-뷰티가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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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K-뷰티 ③] Z세대, '효능·가치·신뢰' 3단계로 화장품을 검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