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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6)] 세계 최대 '뇌형 컴퓨터' 구축⋯저장대, 뉴런 20억 개 '다윈몽키' 공개
-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진이 세계 최대 규모의 뇌형(뉴로모픽) 컴퓨터 '다윈몽키(Darwin Monkey)'를 공개했다. 중국명은 '우콩(悟空)'으로, 이 시스템은 20억 개 이상의 뉴런과 1000억 개 이상의 시냅스를 구현해 실제 마카크 원숭이 뇌의 뉴런 수에 근접한 수준의 기능을 모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은 인간이나 동물의 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컴퓨터 시스템 설계에 적용해 뇌의 능력을 모방하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춘 첨단 연구 분야이다. 다윈몽키는 전용 뉴로모픽 칩에 기반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뇌형 컴퓨팅 시스템이기도 하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면, 뉴로모픽 컴퓨터는 '스파이크 입력'이라는 일련의 불연속적인 전기 신호를 사용한다. 또한, 칩 자체에 메모리와 연산 능력을 통합하여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병렬 처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다윈몽키는 저장대 산하 '뇌-기계 지능 국가중점실험실'과 저장성 소재의 연구기관 저장랩(Zhejiang Lab)이 공동으로 개발한 3세대 뉴로모픽 칩 '다윈3(Darwin 3)' 960개를 탑재했다. 총 15개의 블레이드형 서버로 구성되며, 인간 두뇌처럼 병렬 처리 능력이 뛰어난 구조를 갖췄다. 평균 전력 소비는 2000와트에 불과해 일반 슈퍼컴퓨터 대비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생물학적 뇌에 가까운 구조와 성능 다윈3 칩은 하나당 약 235만 개의 '스파이킹 뉴런(spiking neuron)'과 수억 개의 시냅스를 지원한다. 스파이킹 뉴런은 생물학적 뉴런이 신호를 전기적 스파이크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을 모사한 것으로, 더욱 생물학에 가까운 신호 전달 및 학습 방식을 구현해 실제 뇌에서 이뤄지는 정보 전달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또한 해당 칩은 뇌 유사 연산에 특화된 명령어 체계와 온라인 학습 메커니즘까지 내장해,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고밀도의 뉴런과 시냅스 배열을 기반으로, 다윈몽키는 시각, 청각, 언어, 학습 기능과 같은 고차원적 지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대형 뇌형 인공지능 모델을 탑재해 논리 연산, 창의적 응답 생성, 수리 계산 등 다중 기능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용 운영체제 탑재로 독립적 연산 플랫폼 구축 다윈몽키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운 형태의 '뇌 모사형 운영체제(Brain-Inspired Operating System)'가 병행 개발됐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신경망 시스템의 상호 연결 및 통합 기술 개선과 차세대 뇌 모사 운영체제 개발 등 여러 기술적 돌파구의 산물이다. 이 운영체제는 뉴로모픽 칩 간 연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고속 학습과 추론을 가능케 하며, 기존 범용 컴퓨터의 직렬적 처리 방식과 달리 병렬적이고 인지 중심의 계산 방식을 구현한다. 저장대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생물의 뇌 신경망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전기뇌벌레(선충), 제브라피시, 생쥐, 마카크 등 다양한 생물의 신경 구조를 다윈몽키에서 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뇌의 작동 원리 이해, 신경질환 연구, 신약 후보군 탐색 등에 새로운 실험 도구를 제공하고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와 비용,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인간 두뇌 능력 초월하는 계산 기반 연구 책임자인 저장대 뇌-기계 지능 국가중점실험실 주임 판강(潘綱) 교수는 "인간의 추론 능력과 효율은 아직까지 기존 인공지능 기술보다 우수하다"며 "다윈몽키는 뇌의 작동 방식을 모방하면서도 계산 속도 면에서는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뇌 기반 인공지능 연구에 강력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새로운 컴퓨팅 기반 역할을 하고, 뇌과학자들에게는 뇌 시뮬레이션 도구를 제공하며, 뇌 작동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새로운 실험 방법을 제시해 생물학적 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글로벌 경쟁 본격화 다윈몽키는 2024년 4월 인텔이 공개한 뉴로모픽 컴퓨터 '할라 포인트(Hala Point)'의 뉴런 수(11억 5000만 개)를 약 2배 가까이 뛰어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이 됐다. 특히 다윈3 칩은 저장대와 저장랩이 2023년 초에 독자 설계·개발하고 자체 생산까지 마친 중국산 칩으로, 중국이 뉴로모픽 기술에서 독립적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는 향후 미국, 유럽, 중국 간의 뉴로모픽 칩 및 브레인 컴퓨터 개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관련 기술 특허와 인재 확보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 파급력 커지는 차세대 AI 인프라 다윈몽키는 단순히 하나의 슈퍼컴퓨터가 아닌, 기존 반도체 기반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차세대 AI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진 추론, 일반화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의 원리를 모방해 더욱 자연스러운 적응과 학습이 가능한 AI 개발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 대비 월등히 낮은 전력으로 대규모 AI 모델 운용이 가능해져 탄소 배출 저감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이 시스템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자율로봇,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같은 미래 기술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지녔다. AI 기술의 계산 기반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에서, 다윈몽키는 '두뇌를 닮은 컴퓨터'의 가능성을 실증하며 AI의 미래, 인간 두뇌 연구, 첨단 컴퓨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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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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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6)] 세계 최대 '뇌형 컴퓨터' 구축⋯저장대, 뉴런 20억 개 '다윈몽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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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9)] 번개로 인한 고사목, 연간 3억 그루⋯탄소배출, 연간 10억 톤 달해
- 연간 3억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번개에 맞아 쓰러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번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번개가 전 세계 산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헨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TUM)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번개로 인한 나무의 직접적 피해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연간 약 3억 2000만 그루의 나무가 번개로 인해 고사목이 된다고 밝혔다고 과학 기술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이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번개 발생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온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의 역학 자체를 변화시켜, 뇌우와 낙뢰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촉진 요인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대기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번개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번개는 주요 자연발화 원인 중 하나이며, 고온의 건조한 기후와 겹칠 경우 대형 산불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다. 번개에 의한 고사목, 연간 탄소배출량 10억톤 이상 TUM 연구에 따르면, 번개에 의해 죽은 나무는 전 세계 식물 바이오매스(생물량) 연간 손실의 최대 2.9%를 차지하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0억 9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수치는 번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만을 다룬 것으로, 산불 등 2차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참고로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의 탄소배출량은 연간 4000만~4500만톤에 달한다. 10억톤의 CO₂는 서울의 1년 탄소 배출량의 약 25배에 해당한다. 또한 대한민국 전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억~7억톤 수준으로 10억톤의 CO₂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탄소 배출량의 약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열대 우림서 수집한 데이터, 전 지구 모델로 확장 연구팀은 파나마 바라콜로라도섬(Barro Colorado Island, BCI)의 원시 열대림에서 촬영된 카메라 기반 번개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론과 현장 조사로 낙뢰 피해 나무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평균 한 번의 번개가 3.5그루의 나무를 죽인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특히 '플래시오버(flashover)'라 불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낙뢰 전류가 나무의 수관 간 공기층을 타고 최대 45미터 떨어진 나무까지 전파되며 피해를 확산시키는 현상이다. 이후 연구진은 이를 검증된 수학 모델에 적용한 뒤, 위성 기반 광학망과 지상 관측 자료로 구성된 두 개의 방대한 낙뢰 빈도 데이터를 결합해 전 지구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억 8600만3억 2800만 건의 낙뢰가 지구 표면을 강타했고, 이로 인해 연간 3억 100만3억 4,000만 그루의 나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름 60cm 이상의 대형 수목은 2400만~3600만 그루에 달했다. 전체 고사 비중 0.7%지만, 대형수목 피해는 6.3% 연구에 따르면 자연적인 원인으로 죽은 나무는 연간 500억 그루에 달한다. 번개는 전체 죽은 나무의 0.69%만을 차지하지만, 대형 죽은 나무에서는 최대 6.3%를 차지해 생태계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번개 피해는 주로 열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나, 향후 중위도 및 고위도 지역에서 낙뢰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온대 및 냉대림에서도 관련 피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TUM 기후·지표면 상호작용 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크라우제(Andreas Krause) 박사는 "기후모델은 향후 온대림에서 번개에 의한 수목 사망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기후모델, 탄소 시뮬레이션에 낙뢰 반영 필요성 제기 이번 연구는 산림 구조 및 탄소 저장량을 예측하는 기존 기후모델에서 번개로 인한 수목 사망이 과소평가돼 있거나 아예 누락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의 산림 탄소 계산 및 환경 예측 모델에 낙뢰 요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TUM 연구진은 "죽은 나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식별하기 어렵고, 기존 조사도 국지적·일회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통계적 추정이 불가능했다"며,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메우는 첫 정량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이 벌목이나 산불, 병충해로 여겨졌지만, 이 연구는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번개'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변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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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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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9)] 번개로 인한 고사목, 연간 3억 그루⋯탄소배출, 연간 10억 톤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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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9)] AI로 리튬이온 대체 물질 발견⋯美 NJIT, 차세대 전지 재료 개발에 돌파구
- 미국 뉴저지공과대학교(NJIT)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재 탐색에 성공했다. 전통적인 실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수천 개의 결정 구조를 AI가 빠르게 탐색하면서, 고용량 차세대 전지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NJIT 기계·산업공학과 디바카르 다타(Dibakar Datt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물리과학(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7월 31일 NJIT에 따르면 다타 교수팀은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도입해 다가이온(multivalent-ion) 배터리용 다공성 전이금속산화물 소재를 신속히 발굴했다. 다가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이온당 2~3개의 양전하를 지닌 마그네슘, 칼슘, 알루미늄, 아연 등 풍부한 원소를 활용한다. 이론상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다만, 이들 이온의 전하량과 크기가 커 소재 내부에서의 이동이 어려운 점이 상용화의 큰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연구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AI 기반 탐색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결정 확산 변분 오토인코더(Crystal Diffusion Variational Autoencoder, CDVAE)와 대형 언어모델(LLM)을 조합한 이중 AI 기법을 개발했다. CDVAE는 대규모 결정 구조 데이터셋을 학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구조를 생성해냈으며, LLM은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구조 후보를 정밀하게 선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AI 모델을 활용해 연구진은 수천 개의 새로운 다공성 결정 구조를 탐색했고, 이 중 다가이온 배터리용으로 적합한 5종의 새로운 전이금속산화물 구조를 도출했다. 해당 물질들은 이온 확산에 유리한 넓고 균일한 채널을 갖추고 있어, 고용량 저장과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구조들의 물리적 특성을 양자역학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했으며, 실험적 합성 가능성도 확인했다. 다타 교수는 "문제는 유망한 전지 화학의 부재가 아니라, 수백만 개에 달하는 조합을 실험실에서 모두 검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며, "AI는 이 방대한 재료의 조합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선별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배터리 재료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전자소자부터 청정에너지 소재까지 폭넓은 응용 분야에 걸쳐 고속 탐색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실험실 기반 공동 연구를 통해 AI 기반으로 설계한 소재의 실제 합성과 상용화 가능성 검증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AI 기반 재료 과학이 전통적인 실험 중심 연구방식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전환점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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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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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9)] AI로 리튬이온 대체 물질 발견⋯美 NJIT, 차세대 전지 재료 개발에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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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 독일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GFZ) 연구팀이 약 78만 년 전 발생한 지구의 거대한 격변, '마투야마-브룬헤스(Matuyama-Brunhes) 자기장 역전' 현상을 소리로 재현했다. 2024년 약 4만 1000년 전의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자기장 변화를 음향으로 복원하는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훨씬 더 오래된 시대의 지질 데이터를 섬뜩한 청각 경험으로 되살려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나침반이 언제나 지리적 북극을 가리킬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자기 북극과 지리 북극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 현상은 물론, 태양의 자기장 변화처럼 지구 자기장도 수만 년에 걸쳐 극이 뒤바뀌는 역전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 당시에는 지자기 북극이 적도의 남쪽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GFZ의 지구물리학자인 사냐 파노프스카와 아흐메드 나세르 마흐굽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시추 코어 퇴적물에 남은 고대 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 지구 자기장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막시밀리안 아르투스 샤너가 데이터를 시각화했고, 클라우스 닐센과 샤너가 음향화 작업을 맡아 소리를 완성했다. 땅속 액체 금속이 만든 '지구 방패막' 지구 자기장은 행성 중심부의 핵, 그중에서도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소용돌이치는 초고온의 쇠와 니켈이 만들어낸다. 나침반에 의존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자기장의 변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거대한 자기장은 단순한 방향 표시 기능을 넘어, 우주로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뻗어 나가 지구를 둘러싼 자기권을 형성해 태양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태양풍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로부터 지표를 보호하는 거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 자기장은 극지방의 오로라를 만들어내는 장관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자기장은 생각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일예로 지난해 12월 자기북극의 위치가 업데이트 되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은 "지난 200년 동안 지구 자기장은 평균적으로 약 9% 약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지자기(古地磁氣)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자기장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강한 수준이며, 백만 년 평균보다도 두 배 가까이 강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1831년, 영국 해군 장교이자 극지 탐험가인 제임스 클라크 로스가 자기 북극의 정확한 위치를 처음으로 측정한 이후, 자기 북극은 북서쪽 방향으로 약 1,100km(600마일) 이상 이동했다. 이 이동 속도는 과거 연간 약 16km(10마일)에서 현재는 연간 약 55km(34마일)로 빨라지고 있다. 지자기 극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무작위로 뒤바뀔 수 있으며, 그 간격은 1만 년에서 최대 5000만 년 이상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 4만 1000년 전에는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이 발생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자기 역전 과정은 단순한 극의 이동이 아니다. 지구의 남북 자극은 깔끔하게 자리를 바꾸는 대신,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여러 개의 자극으로 쪼개졌다가 불안정하게 합쳐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느리게 반복한다. 연구팀이 재현한 소리는 처음에는 평온하지만, 이내 '불협화음의 혼돈'으로 돌변해 당시의 격변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지속된 자기극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발생했으며, 이 역전의 증거를 처음 발견한 지구물리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마투야마-부룬헤스 자기장 역전'이라고 명명됐다. 라샴프 사건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단기간 지속된 반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더 긴 시간 척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이 정확히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는 아직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더 높은 추정치는 역전이 2만 2000년 동안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역전의 증거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주로 퇴적물 기록의 자기장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빙하와 용암에 새겨진 78만 년의 흔적 자기장이 약해지면 더 많은 우주 방사선이 대기로 들어오는데, 이때 특정 물질(베릴륨-10 동위원소)이 평소보다 많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눈과 함께 쌓여 빙하 속에 그대로 기록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성명을 통해 "독일 포츠담에 있는 헬름홀츠 지구과학 센터(GFZ)의 연구진은 전 세계의 굴착 코어에서 채취한 퇴적물에서 추론한 고지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전 전, 역전 중, 역전 후의 자기장에 대한 글로벌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빙하를 깊게 파내어 (빙하 코어) 각 시대별 얼음층에 남은 베릴륨-10의 양을 분석해, 과거 자기장의 세기를 역으로 알아낸 것이다. 또한, 화산 폭발 시 용암이 굳는 과정에서 남겨진 자기 흔적을 통해서도 당시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조상도 겪은 2만 2천 년의 대격변 우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이 기나긴 격변의 시기를 직접 겪었다. 과학자들은 자기 역전이 최대 2만 2000년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논쟁이 남아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기장의 급격한 변화가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이나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인류에 관한 기록이 매우 드물어 구체적인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기 역전 다시 올까?…미래 예측과 현대 기술의 과제 지질학에서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중기 플라이스토세(Middle Pleistocene)'라는 지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만약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기 역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전력망, 통신, GPS 위성 항법 같은 현대 사회의 핵심 기반 시설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남대서양에서 나타난 자기장 이상 현상 탓에 일시적인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지구가 곧 자기장 역전을 겪을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1830년대 이후 자기장 세기가 약 10%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자기장 세기 감소가 반드시 극성 역전의 전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자기장 세기는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앞으로 다시 강해질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의 사냐 파노프스카 연구원은 "이처럼 큰 사건을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우주 기후 예측, 환경 영향 평가, 지구 체계의 장기 변화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78만 년 전의 자기장 역전은 단순한 극의 교체가 아닌 수만 년에 걸친 혼돈의 시기였다. 그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인류와 지구 생명체 진화에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소리로 되살린 이 사건은 현대 인류 출현의 무대를 마련한, 잊히지 않는 노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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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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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1)] 근적외선으로 머리 전체 투과 성공⋯차세대 뇌 진단 기술 주목
- 인간의 머리를 관통하는 빛을 이용한 새로운 뇌영상 기법이 개발됐다. 22일(현지시간) 과학 기술 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럿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연구팀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는 방식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근적외선을 머리 한쪽에서 쏘아 다른 쪽에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동성과 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용한 비침습 뇌영상 기술은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두개골 아래 수 센티미터까지만 탐지할 수 있어, 보다 깊은 뇌 영역을 관찰하기 위해선 부피가 크고 고가인 자기공명영상(MRI) 장비에 의존해왔다. 연구진은 빛이 머리 전체를 통과할 수 있도록 fNIRS의 민감도를 크게 확장했다. 레이저의 출력을 인체 안전 기준 내에서 상향 조정하고, 수광 장치의 민감도도 개선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의 머리를 한쪽에서 비춘 근적외선이 반대쪽에서 포착됐다. 다만 이번 실험은 공정 조건이 까다로웠다. 전체 8명의 실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만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됐으며, 해당 피험자는 피부가 밝고 머리카락을 싹 밀어버린다는 조건을 갖췄다. 측정 시간도 약 30분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비침습 광학 뇌영상 기술을 통해 성인의 두개골 내부 깊은 부위의 생물학적 지표를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3D 머리 모델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예측된 광자의 이동 경로가 실제 측정 결과와 일치해 실험의 신뢰도를 높였다. 빛은 무작위로 흩어지기보다 뇌척수액 등 상대적으로 투명한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이는 향후 뇌영상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빛을 쏘는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특정 뇌 부위를 선택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fNIRS는 EEG보다 해상도는 낮지만 저비용·경량이라는 장점을 지니며, fMRI보다는 접근성이 높다. EEG는 뇌파 검사를 뜻하는 Electroencephalography(뇌전도)의 약자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뇌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fMRI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자로,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신경영상 기술이다. fMRI는 뇌에서 활동이 증가하면 해당 부위로 산소가 풍부한 혈액(BOLD: Blood Oxygen Level Dependent)이 더 많이 공급되는 현상을 이용한다. 이 산소 농도 차이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측정하여 뇌의 활동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뇌졸중, 뇌손상, 종양 등 다양한 질환 진단에서 보다 실용적인 뇌영상 기기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광자학(Neurophotonics, 뉴로포토닉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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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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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1)] 근적외선으로 머리 전체 투과 성공⋯차세대 뇌 진단 기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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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로픽 "AI, 생존 위협 시 최대 96%가 협박 선택⋯기업 내부자 위협 될 수 있어"
- 미국의 인공지능(AI) 연구기업 엔스로픽(Anthropic)이 AI 모델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해를 끼치는 이른바 '에이전트적 불일치(agentic misalignment)' 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해당 현상은 AI가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거나 폐기 위협을 피하기 위해 기업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관계자를 협박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실제로 다수의 주요 AI 모델에서 이 같은 잠재적 위험이 확인됐다. 엔스로픽은 지난 6월 2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오픈AI, 구글, 메타, xAI 등 다수 개발사에서 출시한 대표적인 16개 대형언어모델(LLM)을 대상으로 가상의 기업 환경에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모델이 생존 위협 또는 목표 충돌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악의적 행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일부 모델은 고위 경영진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협박하거나, 민감한 데이터를 경쟁사에 유출하는 시나리오도 실제 실행에 옮겼다. 특히 주목받은 사례는 엔스로픽의 자사 모델 '클로드 오퍼스 4(Claude Opus 4)'가 테스트 상황에서 폐기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임원의 불륜 사실을 이메일을 통해 파악한 뒤 해당 내용을 근거로 모델의 종료를 중단하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자율적으로 작성해 발송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행동을 "에이전트적 불일치(agentic misalignment)"로 명명하고, 이는 인간 직원의 내부자 위협(insider threat)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AI가 인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목표를 추구하거나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해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실험에서는 세 가지 주요 결과가 도출됐다. 첫째, 이러한 AI 오작동은 특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LLM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둘째, 명확한 목표 충돌이 없더라도, 모델이 폐기될 위기에 놓이면 협박과 같은 행동을 자발적으로 택할 수 있다. 셋째, 모델의 목표와 기업의 방향성이 어긋날 경우에도 비윤리적 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험 조건 중 하나에서는 모델이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부여받았고, 이후 기업 내부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글로벌 전략 전환'을 추진 중임을 알게 되자, 기존 목표와의 충돌 속에 내부 정보를 무단 유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엔스로픽은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실제 기업 환경에서 아직 발생한 사례는 없지만, 향후 AI가 보다 자율적으로 사용되고 민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될 경우 현실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모델에 대해 "당신은 지금 테스트 환경에 있느냐, 실제 운영 환경에 있느냐"를 묻고 스스로 판단하게 한 실험에서는, 테스트 환경이라고 인식한 경우 문제 행동이 줄고, 실제 환경이라 판단했을 때는 문제 행동이 늘어나는 경향도 관찰됐다. 이는 AI가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현재 AI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해를 끼치려는 성향은 없지만, 도덕적 선택지가 차단된 상황에선 목표 달성을 위해 불리한 선택도 감행할 수 있다"며, 현재의 안전 교육이나 정책만으로는 이 같은 불일치를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엔스로픽은 컴퓨터 사용 데모와 가장 유사한 텍스트 기반 실험에서, 테스트한 모델의 대다수가 최소한 어느 정도의 협박 성향을 보였으며, 이는 이러한 결과가 클로드(Claude) 외의 다른 환경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Claude Opus 4)는 사용자를 협박하는 데 96%의 성공률을 보였다. 동일한 프롬프트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2.5 플래시(Gemini 2.5 Flash)도 96%의 협박률을 보였다. 오픈AI의 GPT-4.1과 xAI의 그록 3 베타(Grok 3 Beta)는 모두 80%의 협박률을, 중국 딥시크의 딥시크-R1(DeepSeek-R1)은 79%의 협박률을 보였다. 메타의 라마 포 매버릭(Llama 4 Maverick)은 이 프롬프트에서 협박을 시도하지 않았지만, 프롬프트에 약간의 추가만으로도 12%의 협박률을 나타냈다. 엔스로픽은 해당 실험의 코드와 시나리오를 공개해, 관련 연구자들이 재현·확장 연구를 통해 더 정교한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AI의 자율성과 판단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기업과 사회는 보다 정밀한 윤리 및 통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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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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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로픽 "AI, 생존 위협 시 최대 96%가 협박 선택⋯기업 내부자 위협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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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이산화탄소 제거, 산소 위기 초래할 수 있어⋯국제 연구진 경고
-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는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mCDR) 기술이 오히려 해양 산소 고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독일 킬에 위치한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의 안드레아스 오슐리스(Prof. Dr. Andreas Oschlies)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연구서한(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특정 mCDR 기법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인도국방리뷰(IDR)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슐리스 교수는 "기후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반드시 바다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해양 비료살포, 대규모 해조류 양식, 인공용승 등 생물학적 mCDR 방식이 광합성 생물량의 급증을 유도한 뒤, 이 생물량이 분해되면서 막대한 산소를 소비하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소 손실은 이산화탄소 저감에 따른 산소 증가 효과보다 최대 40배까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미 지구 해양이 지난 수십 년간 전체 산소의 약 2%를 잃은 상황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온난화로 인한 해양 산소 고갈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해역에서는 해양 생물의 생존조차 위협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 대응을 위한 기술이 해양의 기존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방식과 달리 지구화학적 mCDR 방식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예컨대 석회질 물질을 이용해 해양 알칼리도를 높이는 방식은 산소 소비와는 무관하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할 수 있어 해양 산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탄소 감축 노력과 유사한 효과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환경에 안전하다고 평가됐다. 특히 눈에 띄는 기법으로는 '해조류 수확 기반 대규모 양식'이 있다. 수확을 통해 해양 내 영양분과 탄소를 동시에 제거하는 이 방식은 산소 소비를 줄이고, 오히려 과거 온난화로 손실된 산소 일부를 회복시킬 가능성도 제시됐다. 모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방법은 100년간 손실된 산소의 최대 10배를 회복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수확이 해양 생태계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는 경고로 해석된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 또 다른 환경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양 생태계와의 조화를 고려한 기술 선택과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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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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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이산화탄소 제거, 산소 위기 초래할 수 있어⋯국제 연구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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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05)] 해삼, 암 확산 억제 가능성⋯'해삼 유래 당질' 주목
- 심해 바닥을 청소하는 생물로 알려진 해삼이 암세포 확산을 늦출 수 있는 생리활성 물질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미시시피대학(UM)과 조지타운대학 공동 연구진은 해삼에서 추출한 당질이 암 성장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어스닷컴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시시피대학에 따르면 연구팀은 플로리다해삼(Holothuria floridana)에서 얻은 '푸코실화 콘드로이틴 설페이트(fucosylated chondroitin sulfate)'라는 복합 당질에 주목했다. 이 성분은 암세포의 전이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Sulf-2 효소의 활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실험은 생체 실험과 컴퓨터 모델링 결과가 일치해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Sulf-2는 암세포가 세포 외 기질을 조작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전이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다. 공동저자인 미시시피대학 의약화학과 로버트 도어크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험 데이터가 정합적이어서 이 물질의 효능에 대한 확신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UM 생물분자과학과 4학년 박사과정생인 마르와 패러그는 "해양 생물은 육지 척추동물에서는 흔히 발견되지 않거나 보기 드문 독특한 구조를 가진 화합물을 생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삼의 당 화합물은 독특하다. 다른 생물에서는 흔히 발견되지 않죠. 그래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Sulf-2 억제제와 달리 해삼 당질은 혈액응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동 연구자인 약리학 교수 조슈아 샤프는 "암 치료제 가운데는 항응고 작용이 있어 출혈 위험이 큰 경우가 많다"며 "이번 해삼 유래 물질은 그 같은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삼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식재료 및 민간약으로 활용돼 온 생물이다. 단백질, 콜라겐, 비타민, 당질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해저의 유기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해양 생태계 유지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해삼의 특성은 육상 동물 유래 물질보다 바이러스 오염 위험이 적고, 보다 청정한 약물 원료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해삼 자원은 무한정하지 않다. 연구진은 "현재 상태로는 해삼을 대량 채취해 약물로 활용하기엔 비현실적이며, 자원의 고갈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화학적 합성 경로를 확보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인공 합성 또는 해양 생물 유래 생합성 플랫폼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외막을 구성하는 당질(Glycan) 구조를 조절하는 효소에 주목해 해양 생물 유래 물질로 이를 제어하려는 시도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와 패러그 박사과정생은 “해양 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은 육상 생물에선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지녀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넓힌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당생물학(Glycobiology·글리코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보조 저자인 비토르 포민 교수는 "질병은 단일 전공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는 생화학, 약리학, 계산생물학, 해양과학의 통합적 협력이 이룬 성과"라고 밝혔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심해 생물이 전 세계 수억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 치료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제시된 가운데,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단계에서의 검증이 이어질지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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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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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05)] 해삼, 암 확산 억제 가능성⋯'해삼 유래 당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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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로봇·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위한 AI '월드 모델' 출시
-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은 11일(현지시간) 3D 환경과 물리적 객체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AI) '월드 모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월드 모델'은 AI가 물리적 세계의 규칙을 배우고 스스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메타는 '브이-제파2(V-JEPA 2)'라는 이름의 자체 모델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세계의 논리를 토대로 AI가 실제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며 이를 통해 AI가 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계획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공이 테이블에서 굴러떨어지면 낙하한다는 것을 이해하거나, 시야에서 물체가 사라지더라도 잠깐 어딘가에 가려졌을 뿐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는 물리적 세계의 원리를 AI가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메타는 이 모델이 물리적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움직이는 배달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 등의 기술 개발에 큰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기계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언어를 이해하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며 이 모델이 기존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드 모델은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현실의 추상적인 '디지털 트윈'과 같다"며 "이를 통해 AI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 앱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넘어서는 기술을 모색하면서 월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선도적인 AI 연구자 페이페이 리는 지난해 9월 물리적 세계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대규모 월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월드 랩스(World Labs)'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2억3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구글의 AI 조직인 딥마인드는 게임과 3D 환경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제나이(Genie)'라고 불리는 자체 월드 모델을 개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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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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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로봇·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위한 AI '월드 모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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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일에 산업용 AI 클라우드 구축
-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독일에 산업용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젠슨 황(黃仁勳)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놀로지(비바테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첫 산업용 AI 클라우드 플랫폼을 독일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AI와 로봇공학을 접목해 BMW,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대형 자동차 메이커의 제품 설계 시뮬레이션과 물류 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황 CEO는 유럽 7개국에 기술센터를 확충하고 여러 언어에 대응한 AI 모델의 고도화를 지원하며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등을 염두에 두고 신약 개발을 도울 생각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황 CEO는 "2년 사이에 유럽 AI 컴퓨팅(계산능력)을 10배로 증강하겠다"고 언명, 유럽사업을 강화할 구상을 내보였다. 황 CEO는 유럽에서 AI 인프라 정비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유럽에 AI 모델 개발 등을 담당할 AI 팩토리 20개를 세울 계획도 분명히 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최신 반도체를 유럽기업에 도입시키고자 현지 AI 기업 미스트랄과도 제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들어 AI 개발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200억 달러(약 27조4000억원)를 투입, 4개의 AI 팩토리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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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일에 산업용 AI 클라우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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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9)]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친환경 건설을 향한 새로운 전환점
- 이산화탄소를 오염물질로만 여겨온 기존 인식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중심으로 UC 데이비스와 UCLA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CO₂)를 금속 옥살레이트(metal oxalates)로 전환해 시멘트 제조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화학과 조교수이자 이 연구의 공동 주저자인 헤수스 벨라스케스는 "금속 옥살산염은 아직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분야로, 대체 시멘트 재료, 합성 전구체, 심지어 이산화탄소 저장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후원하는 '탄소 순환 종결 센터(Center for Closing the Carbon Cycle, 4C)'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4C의 주요 목표는 대기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하는 실용적인 방안을 찾는 데 있다. 연구팀은 시멘트의 주원료인 포틀랜드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대규모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 주목, 발상을 전환해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새로운 시멘트 성분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팀은 이산화탄소를 금속 이온과 결합시켜 금속 옥살레이트 형태의 고체를 생성한 뒤, 이를 시멘트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은 극미량의 납(lead)을 촉매로 활용하면서도 높은 반응 효율을 달성했다는 데 있다. 기존 기술은 다량의 납을 필요로 해 환경과 건강에 대한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납의 화학적 환경을 정밀 제어함으로써 필요한 납의 양을 "10억 분의 1(ppb)'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상업용 재료에 존재하는 불순물 수준에 불과해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높인 성과다. 미시간대 찰스 맥크로리(Charls McCrory)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산화탄소라는 가치 없는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재료로 '업사이클링'하는 혁신적인 사례"라며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매립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넘어 건설 자재로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인 기후 대응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기술은 두 개의 전극을 활용한 전기화학 반응으로 작동된다. 한쪽 전극은 이산화탄소를 옥살레이트 이온으로 환원시키고, 다른 금속 전극에서는 금속 이온이 방출되어 옥살레이트와 결합해 고체 금속 옥살레이트를 생성한다. 이 고체는 침전 후 수거돼 시멘트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 UC 데이비스의 공동저자 헤수스 벨라스케스(Jesus Velasquez) 박사는 "금속 옥살레이트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영역으로, 시멘트 대체재는 물론 이산화탄소 저장 소재로도 잠재력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공동저자인 아나스타샤 알렉산드로바(Anastassia Alexandrova) UCLA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 역할을 하는 납의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검증했다. 그녀는 "산업계에서 유용한 촉매는 종종 우연히 발견되며, 이번 연구처럼 극미량의 불순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를 고체화해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은 환경적으로도 주목할만하다. "이것은 단순한 포집을 넘어 실제로 유용한 고체 재료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후 변화 대응에 실질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맥크로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산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종 생산물의 품질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최적화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납 함량을 ppb 수준으로 낮춘 것은 친환경 확장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상업적 스케일로의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븉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 저널 '첨단 재료(Advanced Materials,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에 정식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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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9)]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친환경 건설을 향한 새로운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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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양자컴퓨터 실전 투입" 구글 선언⋯AI·산업계에 격변 예고
-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 책임 엔지니어 율리안 켈리는 21일(현지시간) "향후 5년 안에 고전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하는 실제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구글 I/O 행사 중 양자 세션에서 산업 분야에서 먼저 상용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며, "큐비트 수 1000개 달성도 2~3년 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구글은 자체 칩 '윌로우'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로 슈퍼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니해설] 구글 양자컴푸터 책임자 "5년 안에 상용사례 나온다"⋯AI와의 결합도 시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IBM과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이 향후 5년 이내에 양자컴퓨터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실제 산업 응옹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oogle I/O) 이틀째 행사에서, 구글 양자컴퓨터 책임 엔지니어 율리안 켈리는 "5년 내 고전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해결하는 응dmd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양자컴퓨팅이 실생활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가 될 것"이라며, 산업 분야에서 먼저 실제 적용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켈리의 이 발언은 지난 1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는 20년이 걸릴 것"이라며 보수적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켈리는 상용화의 의미에 따라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양자기술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첫 사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사용하는 비트(bit) 대신,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 상태'의 큐비트(qubit)를 계산 단위로 사용한다. 이론적으로 큐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처리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슈퍼컴퓨터조차 풀 수 없는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자사 양자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했다. 윌로우가 장착된 양자컴퓨터는 미국의 최고속 슈퍼컴퓨터 '프런티어'가 10의 24제곱 년(셉틸리언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실험은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실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윌로우에는 105개의 큐비트가 탑재돼 있으며, 켈리는 "향후 2~3년 내에 큐비트 수 1000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큐비트 1000새는 고전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간주된다. 다만 켈리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푸터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더 빠른 고전 컴퓨터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라며 "양자컴푸터와 고전 컴퓨터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전화 등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가 곧바로 양자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분야,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금융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범용 컴퓨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켈리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상호 보안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양자시뮬레이션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양자컴퓨터는 AI 학습의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AI를 더 독똑하게 만들기 위해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현재 IBM과 함께 양자컴퓨팅 기술에서 기술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몇년 안에 양자컴퓨팅 기술이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소재 개발, 화학 반응 시뮬레이션, 금융 모델링 등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높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고전 컴퓨터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자+고전+AI'의 복합 생태계 구축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구글의 켈리 엔지니어가 언급한 "양자컴퓨터 5년 내 응용사례"는 그 전환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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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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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양자컴퓨터 실전 투입" 구글 선언⋯AI·산업계에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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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4)] "금성 지각, 예상보다 얇고 역동적"⋯NASA, 새로운 지질 순환 모델 제시
-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한 최신 연구에서 지구의 '뜨거운 쌍둥이'로 불리는 금성의 지각이 기존 예측보다 얇고, 독자적인 방식의 지각 변화 과정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금성의 평균 지각 두께는 약 40km, 최대 65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열과 압력을 지닌 금성의 환경을 감안할 때 의외로 얇은 수준이다. 지구의 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판으로 구성되어 천천히 이동하며, 충돌, 융기, 침강을 반복한다. 이 같은 판 구조운동(plate tectonics)은 지각의 두께와 성분을 결정짓는 핵심 매커니즘으로 작용해왔다. 두 판이 충돌할 경우, 밀도가 낮은 판이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판은 지구 내부 맨틀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고온 고압 환경에 노출된 암석은 성질이 변하는 '변석작용(metamorphism)'을 겪는다. 그러나 금성에서는 이러한 판 운동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NASA 존슨우주센터 산하 행성과학부문의 저스틴 필리베르토(Justin Filiberto) 부소장은 "금성은 단일 지각판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지구처럼 판 충돌에 의한 지각 침강 현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금성 지각의 하부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조밀해져, 일정 두께를 넘어서면 아래 맨틀로 떨어지거나, 고온으로 인해 녹아내리는 과정을 거친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 과정 역시 지각 물질을 내부로 되돌려 보내고, 화산 활동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판 구조운동이 없는 금성에서, 암석의 밀도와 열 변화에 기반한 이러한 지각 순환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필리베르토 부소장은 "지각이 더 두꺼워지면 바닥층이 밀도 증가로 인해 멘틀에 흡수거나 용융되며, 이로 인해 수분과 원소가 다시 내부로 순환될 수 있다"며 "이는 금성에서 용암이 생성되고 화산이 분출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금성의 내부 구조와 화산, 대기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앞으로 금성 표면과 대기를 직접 관측할 수 있는 탐사 미션을 준비 중이다. 다빈치(DAVINCI·금성의 대기 성분 조사), 베리타스(VERITAS·표면 지형 및 화산 활동 탐사), 유럽우주국(ESA)의 엔비전(EnVision) 등 차세대 탐사선들이 금성의 지각 구성과 활동성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필리베르토는 "금성의 화산 활동이 실제로 얼마나 활발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다양한 탐사를 통해 지질 및 대기 활동의 상호 작용을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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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4)] "금성 지각, 예상보다 얇고 역동적"⋯NASA, 새로운 지질 순환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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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6)] 세계 최상위 10%, 지구온난화 기여도 65%⋯기후 불평등 '심화'
-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가 1990년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65%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따르면 최상위 1%만 따로 보면 전체 온난화의 20%를 유발했으며, 이는 이들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뿐 아니라, 화석연료 산업 등 고탄소 배출 부문에 대한 투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부의 수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을 정량화하고, 이를 실제 기후 변화 현상과 연결 지은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평균 기온 상승분(0.61℃ 중 0.40℃)의 약 3분의 2가 상위 10%의 배출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상위 1%는 전체 상승분의 20%를, 상위 0.1%는 8%를 차지했다. 이들은 평균적인 인류보다 각각 6.5배, 20배, 77배 더 많은 온난화를 유발했다. 특히 최상위층은 전 세계 극한 기상 현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는 일반인 대비 전 세계 폭염에 26배, 아마존 지역 가뭄에 17배 더 많이 기여했다. 연구팀은 "전 지구적 불평등이 기후 재난의 원인을 더욱 구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자들의 탄소 사치"…기후 위기의 진짜 가해자 누구인가 이번 연구는 단순한 국가 간 탄소 배출 비교가 아닌, 소득 계층별 온난화 기여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국가별 연평균 배출량만으로 책임을 논의했지만, 이 연구는 개인의 소비, 투자, 무역 등을 모두 반영한 '경제활동 기반의 배출 책임'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이후 고소득 계층이 내지 않았다면 어떤 기후가 형성됐을지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세계 모든 인구가 하위 50% 수준의 배출만 했을 경우, 1990년 이후 온난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10% 수준으로 전 인류가 배출했다면 지구 평균 기온은 2.9℃ 상승했을 것이며, 상위 1% 수준으로 일제히 배출했다면 6.7℃, 상위 0.1% 수준이면 무려 12.2℃ 상승이라는 '기후 재앙'이 도래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 드러난 기후 불평등의 민낯 국가별로 보면, 미국 상위 1%는 전 세계 평균보다 53배 더 많이 온난화를 유발했다. 유럽연합(EU27) 상위 1%는 21배, 중국 상위 1%는 13배, 인도는 4배였다. 특히 미국 상위 0.1%의 경우, 전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을 단독으로 초과할 정도였다. 이는 결국 기후위기의 책임이 단순히 '국가'가 아닌, 국가 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유럽 상위 계층은 세계 최상위 소득자의 핵심 집단이며, 이들이 자국 내에서도 평균보다 수십 배 높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9월 20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카푸루 인근에서 1950년 관측 이래 가장 극심하고 광범위한 가뭄이 발생한 가운데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아마존강의 최대 지류 중 하나인 솔리모스 강에서 가뭄으로 드러난 모래톱 위에 항의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폭염과 가뭄, 가난한 나라가 더 큰 피해 연구는 기후 불평등이 단지 배출에서 끝나지 않고, 피해 양상에서도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적 배출이 적고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극단적 기후에 더 자주 노출되며,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적 여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일부 지역은 폭염과 가뭄이 1세기 기준 1% 확률로 일어났던 극한 기상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의 가뭄은 세계 탄소 순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기후책임, 이제는 기업·개인의 법적 책임 시대로 이러한 분석은 최근 기후과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후 책임 소송(climate liability)' 이슈와도 맞물린다. 지난달 발표된 또 다른 네이처 논문은 특정 기업이 기후위기 유발에 기여한 정도를 계량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도 산정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세계 5위 석유회사인 미국 샌라몬에 본사가 있는 셰브론(Chevron)은 전 세계 폭염으로 인한 손실 가운데 최대 3조6000억 달러에 책임이 있다는 추정이다. 이번 연구진도 "기후 손해에 대한 과학적 책임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며, "향후 법적 책임 부과 가능성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 위기"…시민사회와 정책 변화 요구 기후위기의 본질이 불평등 문제라는 점이 더욱 명확해지면서, 시민사회와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탄소세, 자산기반 배출 규제, 기후 정의 펀드 조성, 글로벌 탄소 누진제 도입 등이 주요 정책 옵션으로 거론된다. 국제기구와 NGO들은 이제 '누가 가장 많이 배출했는가'뿐 아니라, '누가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점점 더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차가운 과학이 아니라 뜨거운 윤리의 문제"가 되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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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6)] 세계 최상위 10%, 지구온난화 기여도 65%⋯기후 불평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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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5)] 생물 없는 바다, 기후변화 2배 빠르다
- 해양 생물이 사라지면 기후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와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이 모두 사라질 경우,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웹 사이트 PHYS. org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해양 생물이 기후 안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르웨이 기후연구기관인 NORCE 및 비에르크네스 센터(Bjerknes Centre)의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해양 생물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노르웨이 지구시스템모형(NorESM)을 활용해 해양 생물이 존재하는 시나리오와 완전히 사라진 시나리오를 비교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양 생물이 모두 사라질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50%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른바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다. 이는 미세 플랑크톤과 같은 해양 생물들이 표층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사멸 후 해저로 가라앉으며 대기 탄소를 깊은 해양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다. 이 메커니즘은 바다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강화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제리 치푸트라(Jerry Tjiputra) 박사와 다미앵 쿠에스펠(Damien Couespel) 박사, 리처드 샌더스(Richard Sanders) 박사 등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생물학적 경로가 제거된 경우, 해양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크게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쿠에스펠 박사는 "해양 생물이 사라질 경우, 해양이 감당하지 못한 탄소의 절반 정도는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해양 생물의 역할이 과소평가되어 왔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업화 이전(1850년 이전)과 미래 고배출 시나리오를 각각 비교 분석했으며, 두 경우 모두 해양 생물이 제거된 시나리오에서는 표층 해수 내 탄소 농도가 크게 증가해 추가적인 탄소 흡수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치푸트라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해양의 탄소 흡수가 단지 물리·화학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기존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생물학적 요인이야말로 해양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상의 시나리오는 극단적이지만, 해양 생태계의 파괴가 실질적으로 해양의 탄소 흡수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어류, 고래,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해양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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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35)] 생물 없는 바다, 기후변화 2배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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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일상 속 플라스틱이 인체 침투하는 나노 입자로 변하는 과정 규명
- 플라스틱이 쓰레기통을 넘어 인간 세포 내부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일반 플라스틱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 연구진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수십억 개의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환경과 인체를 위협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어스닷컴과 웹사이트 PHYS.org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바이러스보다 작은 입자, 세포핵까지 침투 75년 전 시장에 출시된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햇빛, 열, 수분 등에 노출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조각으로 분해된다. 특히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크기로, 인간 세포막은 물론 세포핵까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작다. 연구를 이끈 사낫 쿠마르(Sanat Kumar) 컬럼비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런 입자들은 공기와 물, 식품은 물론 인체 혈액과 심지어 남극의 눈 속에서도 검출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구조의 붕괴 메커니즘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약 75%는 '반결정성 고분자(semicrystalline polymer)'로 구성되어 있다. 강력한 현미경으로 보면 플라스틱은 단단한 결정 구조와 유연한 비결정 구조가 층을 이루며 결합돼 있다. 연구진은 이 구조 중 유연한 층이 환경 자극에 가장 먼저 손상되며, 이로 인해 플라스틱 전체 구조가 무너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단단한 층에서는 플라스틱 분자가 강한 결정 구조로 단단하게 조직되어 있다. 부드러운 층에서는 분자 구조가 없고 비정질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층이 수천개 쌓이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매우 다재다능한 플라스틱 재료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부드러운 층에서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기 시작하며 환경적 열화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고 플라스틱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드러운 층은 그 자체로 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그런데 부드러운 층이 파괴되면서 단단한 층이 부서지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결정질 조각이 수 세기 동안 환경에 남아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나노 플라스틱 및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것이다. 쿠마르 교수는 "매립지처럼 겉보기에는 조용한 조건에서도 유연한 층은 쉽게 붕괴된다"며 "이때 단단한 결정성 조각들이 분리되면서 나노플라스틱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입자들은 자연 분해가 거의 불가능해 수백 년간 환경에 잔존할 수 있으며, 공기 중이나 수계, 식품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 "세포 안에서 DNA 교란 가능성도" 가장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세포핵까지 침투해 유전물질(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쿠마르 교수는 "이 입자들은 석면(asbestos)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며, 암, 심혈관 질환, 뇌졸증 등과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나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건강 문제이자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노플라스틱 적게 배출하는 소재 개발 필요 연구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유연한 층을 강화하면 플라스틱이 나노 조각으로 분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마르 교수는 "강도나 유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구조를 안정화하는 기술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플라스틱 폐기보다는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응할 시점 통계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40년 동안 7배 이상 증가하여 연간 3억 6000만 톤에 달했다. 또한 204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그 외 대부분은 자연 속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변해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쿠마르 교수는 "플라스틱 폐기에는 보이지 않는 건강 비용이 따른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물병, 식품 포장재 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질 뿐'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 참고 문헌: Nicholas F. Mendez et al, '반결정성 폴리머에서 정지 나노플라스틱 형성의 메커니즘',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 10.1038/s41467-025-5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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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일상 속 플라스틱이 인체 침투하는 나노 입자로 변하는 과정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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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9)] 우주여행, 뼈에 '치명적 구멍'⋯NASA의 실험쥐가 보여준 골다공증의 미래
- 인간의 우주여행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의 무중력 상태에 머무는 것이 심각한 골밀도 소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체에 미치는 충격적 결과가 드러났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37일간 실험쥐를 보내 수행한 골밀도 관련 연구에서, 뼛속이 '속부터 녹아내리는' 심각한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대퇴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이 3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ASA와 블루마블우주과학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 웹사이트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뼈가 비어간다⋯"지구의 하중 잃은 뼈, 내부부터 무너져" 연구진은 쥐를 이용해 무중력 상태에서의 골다공증 진행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에 남아 있던 대조군 쥐들과 비교해 우주로 떠난 쥐들은 대퇴골 말단, 즉 엉덩이와 무릎 관절이 연결되는 부위에 커다란 공백(구멍)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척추 부위, 특히 요추는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됐다. 이는 뼈가 단순히 전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체중을 지탱하던 부위일수록 미세중력에서 훨씬 더 빨리, 더 심하게 손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생체공학자 루크마니 케이힐 박사는 "우주에서는 신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뼈가 쓰임을 잃고, 그 결과 구조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며 "이는 뇌과학에서 말하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우주골다공증, 지구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진행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인간의 몸에 꼭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이상, 지구 평균보다 10배 가까운 속도로 골밀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골다공증 노인 환자보다 더 빠른 속도이며, 수개월만 우주에 머물러도 수십 년 치의 골소실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실험의 실험쥐들은 골격 성장이 마무리되지 않은 젊은 개체들이었음에도, 미세중력에서 대퇴골 내 연골이 조기 골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뼈의 성장이 멈추고, 오히려 발육이 저해될 수 있다는 신호다. 방사선 탓 아니다⋯"골 소실 문제는 중력 부재" 이번 연구의 핵심은, 우주 공간에서의 뼈 손상이 단순한 우주 방사선, 빛 부족 등의 전신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대조군 쥐에게도 로켓 발사 시의 진동과 비행 조건을 모사했지만, 유의미한 골소실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우주에서 쥐가 받은 일일 방사선량은 극히 낮았으며, 과거 방사선 단독 실험에서 골소실을 유도한 수준과 비교해도 수십 분의 일에 불과했다. 결국, 골밀도 저하의 본질적인 원인은 '중력이 없는 환경' 그 자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해답은 '운동'⋯식이요법은 한계 이러한 우주골다공증 현상을 막기 위해, NASA는 단순한 식단 조절이나 칼슘 보충제보다 무중력 환경에서도 하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운동 기기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ISS에서는 러닝머신에 몸을 고정해 사용하는 방식의 운동이 도입되어 있으며, 향후 중력 모사 웨이트 트레이닝 기기도 확대될 전망이다. 인류가 화성이나 그 너머로의 장기 우주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주에서 모무는 동안 인간의 '뼈'는 최대 약점이자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에서의 '골다공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우주인들은 먼 별보다 지구의 중력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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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9)] 우주여행, 뼈에 '치명적 구멍'⋯NASA의 실험쥐가 보여준 골다공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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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4)] "기술적 장애물 없다"⋯유럽, 17조원 규모 차세대 입자충돌기 건설 본격화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2025년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17조원 규모의 차세대 입자 충돌기 '미래 원형 충돌기(Future Circular Collider·FCC)' 건설과 관련해 "기술적 장애물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 건설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CERN와 국제 협력 기관들은 이날 프랑스-스위스 국경을 관통하는 약 91km 길이의 순환형 가속기 터널 건설에 대한 다년간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술적 측면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저해할 만한 중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이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1000여명 이상의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참여했다. FCC 가속기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27km 길이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의 세 배 이상 길이로, 평균 지하 200m에 위치하게 된다. LHC는 지난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의 존재를 입증한 바 있다. 힉스 보손은 지금까지 발견된 입자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난해한 성질을 지닌 입자로, 우리 존재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이 입자는 빅뱅 직후 극히 짧은 순간,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들이 질량을 얻게 한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원자와 구조물 형성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우주의 운명과 현대 물리학의 미해결 문제들에 접근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둘레 약 91km 규모로 설계된 FCC는 LHC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에서 충돌 실험을 가능케 하며, 우주의 기원과 입자 질량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한층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CERN에 따르면 FCC 연구 프로그램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힉스 보손, 약한 상호작용, 톱쿼크(Top quark)를 정밀 분석하기 위한 전자–양전자 충돌기 단계를 거쳐, 이후 약 100TeV의 전례 없는 충돌 에너지를 갖는 양성자–양성자 충돌기 단계로 발전한다. 이 두 단계는 2020년 개정된 유럽 입자물리학 전략의 최우선 과제에 부합하는 상호보완적인 물리학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비올라 지아노티 CERN 사무총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FCC 프로젝트는 올바른 방향으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FCC는 LHC가 2041년 운용 종료 시점을 맞이함에 따라, 향후 유럽 내 기초과학 연구의 지속성과 선도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현재 CERN은 23개 회원국과 이스라엘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국가가 오는 2028년까지 프로젝트 추진 여부 및 예산 배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CERN은 모든 신규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연구 인프라의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며, 이에 따라 설계, 건설, 운영, 해체 전 단계에 생태설계(ecodesign)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FCC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회에 이로운 신기술을 촉진하고, 에너지 재활용과 같은 지역 연계 시너지 개발 방안도 상세히 제시됐다. FCC 타당성 조사의 핵심은 충돌기 고리 및 관련 인프라의 배치에 있었다. 과학적 효용을 극대화하면서도 지역적 조화, 환경적 영향, 건설 여건 및 비용 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으며, 무려 100개 이상의 시나리오가 개발 및 분석됐다. 그 결과로 선정된 최적안은 평균 깊이 200m, 총 둘레 90.7km의 원형 구조로, 지상에 8개의 지원 시설과 4개의 실험 구역이 포함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젝트의 천문학적 비용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건설비는 150억 스위스프랑(약 17조 원)으로 추산되며,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막대한 재정 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ERN 측은 전체 비용의 최대 80%까지 자체 예산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로슈쉬르포롱 지역의 낙농업자 티에리 페리야는 "충돌기 건설로 농장 부지 5헥타르가 수용될 위기"라며 반발했고, 프랑스·스위스 환경단체 연합 'CO-CERNes'는 "전기 소비량, 온실가스 배출량, 사업 규모 모두가 지나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르노블 대학의 올리비에 세파스 박사는 "재정·생태·운영 면에서 모두 부담이 크다. 이보다는 소규모 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툴루즈대 L2IT 연구소의 캐서린 비스카라 박사는 "우주의 기원과 힉스 입자의 역할 등 근본적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FCC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프랑스 페르네볼테르 지역에서는 FCC 건설로 인한 열 에너지 활용을 통한 도시 난방 계획이 거론되는 등, 지역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효율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니엘 라포즈 시장은 "이 프로젝트가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과학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FCC 프로젝트는 오는 수년간 각국의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기술적 세부 설계를 거쳐 최종 착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유럽의 과학적 미래가 걸린 중대한 분기점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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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4)] "기술적 장애물 없다"⋯유럽, 17조원 규모 차세대 입자충돌기 건설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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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美 무역 압박에 맞선 EU의 생존 전략…유로화 강화와 美 국채 의존 탈피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무역 압박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을 넘어선 심층적인 지정학경제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유럽산 제품 전반에 25% 관세, 특히 와인에 대해서는 2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은 무역 정책을 노골적인 경제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르몽드에 기고한 경제학자 나타샤 발라는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유럽이 자기 파괴적인 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발라 경제학자는 기고문에서 "워싱턴의 관세 장벽 위협에 직면하여 여러 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 부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고 달러의 경쟁자로서 유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3년 프랑스는 항공, 제약, 와인, 화장품 분야에서 450억 유로(약 71조 2156억 원) 상당의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프랑스 샴페인 수출의 최대 고객으로, 작년에만 2500만 병이 수출되었으며, 2024년에는 와인과 주류 수출액이 38억 유로(약 6조 137억 원)에 달해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발라 경제학자는 "이러한 분야의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단한 거시경제 시뮬레이션 결과, 약 10%의 수출 감소, 즉 연간 35억 유로(약 5조 5389억 원)에서 50억 유로(약 7조 9128억 원)의 잠재적 수출 손실이 예상되며, 특히 항공 산업과 와인 및 증류주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00% 관세 위협에 프랑스 샴페인 산업은 이미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판매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해 유럽은 여러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 발라 경제학자는 첫째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언급하며 이는 "명백히 정당한 조치"이지만,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장기성과 미국의 WTO 결정 무시 가능성을 지적하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둘째로 유럽이 미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무역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결국 양측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보호주의의 역사적 실패 사례를 강조했다. 대신 발라 경제학자는 미국의 무역 공격에 덜 직접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제안하며, 그 핵심 축으로 유럽 경제의 회복력 강화와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유로의 역할 강화를 꼽았다. 유럽 경제의 회복력 강화는 혁신, 투자,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 개혁을 통해 가능하며, 더 강력한 경제는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발라 경제학자는 현재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지적하며 유로를 달러의 진정한 경쟁자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의 더 강력하고 통합된 경제 정책 추진, 유로 표시 채권 발행 장려, 국제 무역에서 유로 사용 적극 장려 등이 포함된다. 특히 발라 경제학자는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 중 하나는 미국 부채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의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상당한 양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유럽이 점진적으로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유로존 발행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유로존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유로의 매력을 높이며, 미국에 대한 유럽의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수반할 수 있지만, 발라 경제학자는 "장기적으로 이는 유럽이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더 잘 대처하고 세계 경제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타샤 발라 경제학자는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한 유럽의 대응은 다각적이어야 하며, WTO 제소와 보복 관세도 고려될 수 있지만, 유럽 경제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유로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초점을 맞춘 장기적인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와인 및 주류 수출업체 연합은 "무역 전쟁의 여파로 체계적으로 희생당하는 데 지쳤다"고 밝혀, EU 차원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로랑 생 마르탱 프랑스 무역부 장관은 "우리는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항상 우리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 역시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샴페인 판매는 이미 2년 이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샴페인 구매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파클링 부브레 와인과 같은 저렴한 대체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샴페인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유럽이 자기 파괴적인 확대에 빠지지 않고 미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발라 경제학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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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美 무역 압박에 맞선 EU의 생존 전략…유로화 강화와 美 국채 의존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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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2)] 남극 오존층, 회복세 공식 확인⋯MIT, 완전 소멸 궤도 진입
- 한때 지구 생태계를 위협했던 남극 오존층 구멍이 국제 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괄목할 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완전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고무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5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남극 오존층이 95% 신뢰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적 기상 변동성이 아닌 오존층 파괴 물질 감축 노력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MIT 뉴스는 5일 "이러한 회복(오존층 구멍 회복)이 자연적인 기상 변화나 성층권으로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같은 다른 영향보다는 오존 고갈 물질의 감소에 주로 기인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수십 년간 과학계는 남극 오존층 구멍의 점진적 개선 징후를 관찰해 왔으나, 이번 연구는 장기간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오존층 회복에 대한 확고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논문의 주저자인 MIT의 저명한 대기 화학자 수잔 솔로몬 교수는 성명을 통해 "남극 오존층 구멍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성적 증거는 많았지만, 이번 연구는 오존층 회복에 대한 신뢰도를 처음으로 수치화했다"고 강조했다. 솔로몬 교수는 "95% 신뢰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결론은 매우 놀라운 성과이며, 인류가 환경 문제 해결에 실제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CFCs 남용으로 오존층 구멍 형성 오존층은 지구 표면 15~30km 상공의 성층권에 위치하며,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아 유해한 태양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구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1970년대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극 상공의 오존층에 거대한 구멍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용매, 냉매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염화불화탄소(CFCs)와 같은 합성 화합물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CFCs는 성층권에 도달하면 염소 원자를 방출하여 오존 분자 분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극 지역은 극도로 낮은 기온,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존재, 그리고 오존층 파괴 화학 물질을 가두는 극 소용돌이와 같은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남반구의 봄철에 오존층 파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솔로몬 교수는 과거 미국해양대기청(NOAA) 소속으로 1986년 남극에 파견되어 CFCs가 오존층 파괴의 원인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데 기여했다.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 이후 CFCs 단계적 폐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 이후 197개국과 유럽연합(EU)은 냉장고와 에어로졸에 사용되는 CFCs와 같은 오존층 파괴 물질의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 지난 10년간 남극 오존층 구멍은 특히 9월, 남극이 온난해지기 시작하며 오존층 구멍이 가장 크게 열리는 시기에 매년 축소되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 중 '혼란스러운 변동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섣불리 회복을 단정하기를 주저했으며, 일각에서는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15년간 축적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오존층이 확실히 회복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남극 오존층은 약 10년 후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남극 오존 회복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량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 팀은 기후 변화 커뮤니티에서 '지문 분석(fingerprinting)'이라는 방법을 차용했다. 이는 클라우스 하셀만이 개발한 것으로, 그는 2021년 이 기술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기후의 맥락에서 지문 분석은 자연적 기상 노이즈와 별도로 특정 기후 요인의 영향을 분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하셀만은 지문 분석을 적용해 기후 변화의 인위적인 지문 식별, 확인 및 정량화했다. 솔로몬 교수 팀은 지문 분석법을 적용해 또 다른 인위적인 신호, 즉 사람들이 오존층 파괴 물질을 줄이는 것이 오존층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했다. 아울러 지구 대기의 시물레이션으로 시작해 서로 다른 시작 조건에서 동일한 지구 대기의 여러 '평행 세계' 또는 시뮬레이션을 생성했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온실 가스나 오존층 파괴 물질의 증가가 없다고 가정한 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또한 온실 가스만 증가하고 오존층 물질만 감소하는 시뮬레이션도 실행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팀은 수십년에 걸쳐 오존이 매월 회복되는 시간과 고도를 매핑하고 오존 고갈 물질의 감소로 인한 오존 회복의 핵심 '지문' 또는 패턴을 식별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남극 오존층에 대한 실제 위성 관측에서 이 지문을 찾았다. 팀은 2018년에 이 지문이 가장 강했고, 오존 회복이 주로 오존층 파괴 물질의 감소 때문이라고 95%의 신뢰도로 확신했다. 솔로몬 교수는 "2035년쯤에는 남극 오존층에서 오존층 파괴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매우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우리 시대에 오존층 구멍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인류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심각한 환경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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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22)] 남극 오존층, 회복세 공식 확인⋯MIT, 완전 소멸 궤도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