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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5)] 위성 데이터로 본 빙하의 변화⋯지구 온난화가 속도와 시점을 바꾼다
- 전 세계 빙하의 이동과 융해 양상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존과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 연구진은 수백만 장의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 온난화가 빙하의 계절적 이동 속도와 시점을 증폭·변형시켜 해수면 상승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빙하 소실과 해수면 상승 위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더쿨다운(TCD)에 따르면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빙하가 계절별 기온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백만 장에 달하는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빙하 이동 속도의 변화를 장기간 추적했다. 분석 결과, 빙하는 여름철 기온 상승기에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겨울철에는 둔화되는 뚜렷한 계절 주기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이 누적되면서 빙하 규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자료 분석 결과, 향후 대기 온난화가 전 세계 빙하의 계절적 이동 특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그 시점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빙하가 녹고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기존과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빙하 융해는 해안 지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저지대 해안 지역은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폭풍 해일 시 피해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염분을 포함한 해수가 농경지로 유입될 경우 토양과 작물에 악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해수면 상승은 식수 오염과 위생 문제 등 공중보건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생태계 영향 역시 크다. 극지방 빙하와 해빙에 의존해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은 서식지 축소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북극권의 생태계는 기온 변화에 민감해 빙하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으로 꼽힌다. 빙하 융해와 해수면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해저에 대형 차단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안 등 이른바 '급진적 기술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기술적·환경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해안 지역 사회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주거지 고도 조정, 사구와 습지 등 자연 방재 기능 보존, 지역 차원의 위험 인식 제고 등 적응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빙하가 단순히 줄어드는 현상을 넘어, 시간과 속도의 변화라는 동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 변화가 빙하의 물리적 거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기후 리스크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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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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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5)] 위성 데이터로 본 빙하의 변화⋯지구 온난화가 속도와 시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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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남극 토착 곤충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
- 남극에 서식하는 유일한 토착 곤충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마틴-개튼 농업·식품·환경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남극의 유일한 토착 곤충이자 지구 최남단 곤충인 벨지카 안타르티카(Belgica antarctica) 유충에서 미세플라스틱 섭취 흔적을 확인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웹사이트 Phys.org, 과학 전문 매체 기즈모도,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 등 다수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전체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STOTEN)'에 발표됐다. 야생 상태의 남극 곤충 내부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명 '남극 깔다구'로 불리는 벨지카 안타르티카는 벨기에 남극 탐험대(1897-1899)가 첫 표본을 수집했다. 이 곤충은 남극의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가 없다. 성체가 되기까지 2년이 걸린다. 이는 곤충 세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다. 연구를 주도한 잭 데블린 박사는 2020년 박사 과정 당시 플라스틱 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 환경에서 발견되고 있다면 남극도 예외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극한 환경에 적응한 '폴리-익스트리모파일'…그러나 미세플라스틱 영향은 비켜가지 못해 벨지카 안타르티카는 쌀 한 톨 길이의 작은 파리류로, 남극 반도 일대의 이끼·조류가 자라는 습윤 지대에서 최대 1㎡당 4만 마리 가까이 서식하며 유기물 분해와 토양 영양 순환을 담당하는 핵심 종이다. 극저온, 건조, 고염분, 자외선 등 극한 조건을 버티는 특성으로 '폴리-익스트리모파일(poly-extremophile)'로 불린다. 연구팀은 이 곤충의 유충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다양한 농도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생존률과 기초 대사량은 변화가 없었으나, 고농도 노출군에서는 지방 축적량 감소가 확인됐다. 탄수화물·단백질 수치는 유지된 반면 에너지 비축 기능에 미세한 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저온 환경에서의 느린 섭식 속도와 복잡한 자연 토양 구조가 플라스틱 섭취량을 제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 노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야생 개체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수량은 적었지만 분명한 '경고 신호' 연구팀은 2023년 남극반도 서부 연안에서 13개 섬, 20개 지점의 유충을 채집해 해부·분석했다. 이탈리아 모데나·레조에밀리아대학교와 엘레트라(Elettra) 싱크로트론 연구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지름 4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 입자까지 판별 가능한 화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총 40개체 중 2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 파편이 확인됐다.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수량은 적었지만 연구진은 이를 "오염이 생태계 내부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라고 평가했다. 데블린 박사는 "지금은 전 지구 평균보다 낮은 오염 수준이 유지되고 있으나, 장기간에 걸친 노출이 유충의 2년 성장주기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착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 피해 수준…그러나 확산 속도는 '전 지구적' 벨지카 안타르티카는 육상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 상단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건조화가 지속될 경우,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복합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극 대륙에서 이미 신설 연구기지, 선박 이동, 해류·바람을 통한 장거리 이동 등으로 플라스틱이 유입되고 있다는 기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데블린 박사는 "남극이 마지막 남은 청정지대로 여겨졌지만, 이번 사례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사실상 지구 끝자락까지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하고 비교적 폐쇄적인 남극 생태계는 오염 확산의 조기 감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극 토양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농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벨지카 안타르티카를 포함한 토양 생물들을 대상으로 장기·복합 스트레스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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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남극 토착 곤충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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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3)] 의식은 인간의 특권 아냐⋯생존 위해 진화한 '고대의 알람'
- 오랫동안 인류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 '나'를 느끼고, 고통을 인지하며,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의식(Consciousness)'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성역(聖域)이자 진화의 최종 목적지라고 믿었다. 인간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동물들, 특히 대뇌피질이 쭈글쭈글하게 발달하지 않은 조류나 파충류는 그저 유전자에 입력된 본능의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 기계적 존재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이 인간중심적인 오만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독일 보훔 루르 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의 알버트 뉴엔(Albert Newen) 교수와 오누르 군투르쿤(Onur Güntürkü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 철학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한 두 편의 연구를 통해 의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그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의식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척박한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명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발달시켜 온 유연한 '생존 도구'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철학적 이론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까마귀와 비둘기의 뇌를 정밀 분석해 새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신경생물학적 증거를 찾아냈다. 생존을 위한 3단계 진화…'ALARM' 시스템 철학자 알버트 뉴엔과 카를로스 몬테마요르(Carlos Montemayor)는 의식이 왜,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ALARM 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은 의식이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화한 세 가지 층위의 복합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 단계는 '생존의 사이렌(기초적 각성)'이다. 뜨거운 불에 손이 닿았을 때를 상상해 보라. 뇌가 "뜨겁다"고 판단하기도 전에 신체는 반사적으로 손을 뗀다. 이때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은 신체가 손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경보음이다. 뉴엔 교수는 "진화적으로 가장 먼저 발달한 이 기초적 각성은 생명 위협 상황에서 신체를 즉각적인 '경보(ALARM)' 상태로 만든다"며 "이는 생명체가 포식자 앞에서 즉시 도주하거나,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freezing) 것과 같은 생존 반응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초적인 의식은 대뇌피질이 아닌 뇌의 가장 깊은 곳, 시상이나 뇌간에서 작동하며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제로 작용한다. 두 번째 단계는 '집중의 스포트라이트(일반적 기민성)'다. 생명체는 매 순간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 정보의 홍수 속에 놓여 있다. 이 모든 정보를 다 처리하려면 뇌는 과부하에 걸린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택적 집중'이다.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내 이름은 들리고(칵테일 효과), 대화 중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하던 말을 멈추고 연기의 근원을 찾는다. 이 단계의 의식은 수많은 자극 중 생존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에만 조명을 비춘다. 이를 통해 생명체는 단순한 반응을 넘어 인과관계를 학습한다. "연기가 나면 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나아가 복잡한 환경적 상관관계까지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일반적 기민성이다. 세 번째 단계는 '거울 속의 나(반성적 자의식)'다. 인간과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일부 조류가 도달한 고차원의 영역이다. 단순히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것을 넘어,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나'를 인식한다.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거울 속의 이미지를 자신으로 인지하는 능력이다. 뉴엔 교수는 "이 단계의 의식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나의 이미지를 행동 계획에 통합함으로써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생존'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구조는 달라도 기능은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거대한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이 있어 이런 복잡한 사고가 가능하다지만, 뇌 용량이 호두 알만 하고 매끈한 뇌 구조를 가진 새들은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신경생물학자 오누르 군투르쿤 교수는 이를 '운영체제(OS)의 차이'라는 명쾌한 비유로 설명한다. 인간의 뇌가 '아이폰(iOS)'이라면, 새의 뇌는 '갤럭시(안드로이드)'와 같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구조와 배선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같은 앱(의식)을 구동하는 기능적 결과는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의미다. 새에게는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에 해당하는 6개 층의 쭈글쭈글한 구조가 없다. 대신 '니도팔리움 코도라터랄(NCL-Nidopallium Caudolaterale)'이라는 고도로 연결된 특수 뇌 영역이 그 역할을 완벽히 대신한다. 연구팀은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정교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연구진은 까마귀에게 시각적 임계점에 있는 아주 희미한 빛을 보여주고, 빛을 봤으면 고개를 움직이도록 훈련시켰다. 이때 까마귀의 NCL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경세포들은 빛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느냐 마느냐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까마귀가 "나 빛을 봤어"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순간에만 정확히 반응했다. 빛이 있었어도 까마귀가 못 봤다고 판단하면 세포는 잠잠했고, 빛이 없었어도 봤다고 착각하면 세포는 활성화됐다. 이는 조류의 뇌가 눈(감각기관)이 보내는 신호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통합하고 해석하여 '주관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이를 과학용어로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한다. 서로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걸어왔지만, 생존이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뇌 구조로 '의식'이라는 동일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거울 속 '나'를 아는 수탉 새들이 자의식을 가졌다는 행동학적 증거는 수탉 실험에서도 드러났다. 수탉은 본능적으로 하늘에 매(포식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면 "꼬끼오" 하고 큰 소리로 경고음을 내 동료들을 피신시킨다. 반면 혼자 있을 때는 포식자가 나타나도 소리를 내지 않고 숨는다. 소리를 내면 자신의 위치가 들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본능을 이용해 수탉에게 거울을 보여주며 천장에 매의 그림자를 비췄다. 만약 수탉이 거울 속 자신을 '다른 닭(동료)'으로 착각했다면, 동료를 구하기 위해 경고음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수탉은 침묵했다. 거울 속 이미지가 지켜줘야 할 동료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반영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반대 검증을 위해 투명 유리 너머에 진짜 다른 수탉을 두었을 때는, 매의 그림자를 보자마자 즉시 경고음을 냈다. 군투르쿤 교수는 "이 실험은 수탉이 거울 속 이미지를 '타인'이 아닌 것으로 인지하고, 상황적 맥락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록 침팬지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마에 묻은 얼룩을 손으로 닦아내는 수준의 완벽한 자의식 테스트를 통과하지는 못하더라도, 생태계에서 필요한 수준의 '상황적, 기초적 자의식'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의식은 특권이 아닌 '오래된 적응' 이번 연구는 의식을 바라보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의식은 인간이라는 종(種)만이 도달한 진화의 결승점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만 년 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감지하고 먹이를 찾으며 무리와 소통하기 위해 생명체가 발달시켜 온 유연한 '생존 무기'다. 우리가 길가에서 마주치는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비둘기가 복잡한 도심에서 길을 찾을 때, 그들의 작은 머릿속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대뇌피질이 없어도, 언어가 없어도, 그들은 세상을 느끼고 경험하며 판단한다. 인간은 지구상의 유일한 지성체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복잡하고 성능 좋은 '알람'을 가진, 진화의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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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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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3)] 의식은 인간의 특권 아냐⋯생존 위해 진화한 '고대의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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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미국 식탁의 '대두유'가 비만 부른다?⋯체중 증가 연결 고리 첫 규명
-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용유인 대두유(콩기름)가 비만을 유발하는 대사 경로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인간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UCR) 연구진은 대두유가 풍부하게 포함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실험쥐 대부분이 유의미한 체중 증가를 보였으나, 유전자 변형을 통해 특정 간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진 쥐들은 같은 식단에서도 비만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UC리버사이드뉴스가 전했다. 이 간 단백질은 체내 지방 대사와 관련된 수백 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며, 대두유의 주요 성분인 리놀레산(linoleic acid)의 대사 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지질 연구 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소니아 디올(Sonia Deol) UCR 생의학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대두유를 많이 섭취하는 식단에서 왜 일부 사람은 더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R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에는 두 가지 형태의 간 단백질(HNF4α)이 존재하는데, 대체형 단백질은 만성 질환, 단식에 따른 대사 스트레스, 알코올성 지방간 등 특정 조건에서 주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약물 복용, 유전적 차이와 같은 요인들이 이러한 단백질 발현 차이에 영향을 미쳐 대두유의 대사 효과에 대해서도 개인별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앞서 UCR 연구진이 2015년 발표한 "대두유가 코코넛 오일보다 비만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를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연구는 현상 수준의 연관성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비만과 직접 연결되는 생화학적 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랜시스 슬래덱(Frances Sladek) UCR 세포생물학 교수는 "문제는 기름 자체나 리놀레산 그 자체가 아니라, 인체 내에서 이 지방이 어떤 물질로 전환되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리놀레산은 체내에서 '옥실리핀(oxylipins)'이라는 분자로 전환되며, 이 물질이 과도하게 생성될 경우 염증 반응과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실험쥐는 대두유 기반 고지방 식단에서 옥실리핀 수치가 크게 증가했으나, 유전자 변형 쥐는 동일한 식단에서도 옥실리핀 수치가 현저히 낮게 유지됐고, 간 건강 지표 역시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특히 이들 쥐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돼, 체중 증가에 대한 저항력과의 연관성도 추가로 제기됐다. 연구진은 비만을 유발하는 핵심 물질이 리놀레산과 알파-리놀렌산에서 유래한 특정 옥실리핀이라는 점도 규명했다. 다만 유전자 변형 쥐의 경우 저지방 식단에서도 옥실리핀 수치가 높게 나타났음에도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옥실리핀만으로 비만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다른 대사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추가 분석 결과, 유전자 변형 쥐에서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전환하는 두 개의 주요 효소군의 활성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소들의 기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서 매우 유사한 구조로 보존돼 있으며,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환경 요인에 따라 활성도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특히 혈액 내 옥실리핀 수치가 아니라 간 내 옥실리핀 수치만이 체중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일반적인 혈액 검사만으로는 초기 대사 이상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에서 대두유 소비는 지난 100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전체 칼로리 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수준에서 현재는 10%에 육박한다. 대두유는 식물성 단백질 원천인 대두에서 추출되며 콜레스테롤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리놀레산이 과잉 섭취되는 구조가 만성 대사 질환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대두유를 섭취한 쥐에서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한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현재 옥실리핀 생성 경로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정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옥수수유·해바라기유·홍화유처럼 리놀레산 함량이 높은 다른 식용유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추가로 분석 중이다. 디올 연구원은 "대두유 자체가 본질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과도한 섭취량은 인체가 진화 과정에서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대사 경로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 인간 대상 임상시험으로 확대될 계획은 없지만, 향후 식품 정책과 영양 지침, 만성질환 예방 전략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은 크다. 슬래덱 교수는 "담배와 암의 연관성이 처음 관찰된 이후 경고 문구가 도입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며 "대두유 과잉 섭취와 건강 문제의 연관성도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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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미국 식탁의 '대두유'가 비만 부른다?⋯체중 증가 연결 고리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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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 '원숭이 얼굴 난초'로 유명한 '드라큘라 난초(Dracula Orchid)'가 야생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보도했다. 최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식물학자팀과 옥스퍼드 대학과 국제자연보존연맹(IUCN)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133종의 드라큘라 난초를 대상으로 보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70%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큘라속에는 110개 이상의 변종이 있으며, 꽃 가운데 원숭이 얼굴 모양이 특징이다. 드라큘라 난초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안데스 산맥 운무림에서 주로 자생한다. 이 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지만, 농지 개간·광산 개발·도로 확장 등으로 숲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특히 중·고지대의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 의존하는 이 난초들은 특정온도, 빛, 습도 등 미세 기후가 변하면 생존이 어렵다.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인간의 과도한 관심이다. 독특한 '원숭이 얼굴' 형태로 인해 SNS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일부 수집가들이 야생 개체를 불법 채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데스 고산 시대 운무림에서 서식하는 드라큘라 난초는 자생지를 떠나서는 번식 성공률이 낮아 생존이 어렵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상업적 거래가 활발하다. 개체 수가 수십 본에 불과한 종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채집만으로도 서식지가 붕괴될 수 있다. 신종 드라큘라 난초의 경우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에콰도르 북서부의 '드라큘라 보호구역(Reserva Drácula)'은 이 난초가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 중 하나로, 현재 1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5종은 지구상 유일한 개체군이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마저 불법 채집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위협받고 있다. 현지 보전단체 '에코밍가재단(Fundación EcoMinga)'은 지역 주민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태관광을 통해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드라큘라 난초는 판다처럼 상징적이면서도 심각하게 위협받는 식물"이라며 "대중적 인기를 보전 활동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드라큘라 난초라는 이름은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흡혈귀'가 아닌 라틴어로 '작은 용(little dragon)'을 뜻한다. 이는 자라나는 난초 꽃을 보호하는 길고 송곳니 같은 꽃받침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처럼 기묘한 모양을 지닌 이 난초는 미지의 숲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공존의 경계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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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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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 꿀 산업이 성장하고 관리형 양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위적 관리와 무관하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 꿀벌은 급격히 줄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야생 서식 꿀벌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유럽 적색목록(Red List)' 최신 개정판에 따르면, 서유럽 전역의 야생 꿀벌 개체군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인간과 공생해온 꿀벌, 두 얼굴의 생존 꿀벌(Apis mellifera)은 인류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대표적 곤충이다. 고대 이집트 시기부터 벌꿀을 얻기 위한 인공 벌통이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이동식 벌통과 상업적 수분(受粉) 산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봉의 발전은 꿀벌의 생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서양꿀벌은 크게 두 형태로 존재한다. 양봉가가 관리하는 '사육군집'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숲속 나무 구멍이나 자연 공간에서 스스로 군집을 이루는 '야생군집'이다. 두 군집 모두 같은 종에 속하지만, 생존 방식과 미래 전망은 전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양봉업자들이 대규모 군집 붕괴 현상을 보고하면서 관리형 꿀벌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연구자들은 군집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으나, 이 과정에서 야생 꿀벌은 상대적으로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참고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EU 내 작물 종의 약 84%가 곤충 수분에 의존한다. EU의 연간 농업생산량 중 최소 50억~150억 유로가 야생 꿀벌 등 곤충 수분매개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농산물에는 사과, 토마토, 오이, 아몬드, 대두,유채 등이 포함된다. 야생 꿀벌의 감소는 수분 매개자 감소를 초래해 자연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야생 군집…그러나 지속 가능성 불투명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연구진들은 야생 꿀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 조사를 본격화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 국립공원, 독일·스위스·폴란드의 삼림지, 이탈리아 전역,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지에서 자연 서식하는 군집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 군집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지, 즉 '독립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 연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에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허니비 워치(Honey Bee Watch)'가 출범했다. 유럽 각국 연구자 14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IUCN과 협력해 야생 꿀벌의 보전 등급을 재평가하고, 유럽 내 꿀벌 서식종 2,000여 종의 보전 상태를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야생 꿀벌은 '자료 부족(Data Deficient)'으로 분류돼 있었다. 발견된 군집이 순수 야생 개체인지, 혹은 관리형 벌통에서 탈출한 군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생'의 재정의…유전이 아닌 생태 기준으로 평가 새로운 평가에서는 유전적 구분 대신 생태적 기준이 도입됐다. 꿀벌은 완전한 의미의 가축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형과 야생형이 유전적으로 혼재돼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IUCN의 '야생' 정의를 적용해, △인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외부에서 새 군집을 들여오지 않아도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야생 꿀벌'로 규정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야생 꿀벌의 보전 상태를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내 자유 서식 꿀벌의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서식지 감소·기생충·질병·인간에 의한 교잡 등 복합 요인이 개체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럽연합 내 '멸종위기' 등재…생태계 보전의 경고등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 내 야생 꿀벌 개체군은 이번에 '멸종위기(Endangered)'로 새로 지정됐다. 다만 발칸반도,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및 동유럽 지역은 조사 자료가 부족해 '자료 부족' 상태가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야생 꿀벌 보전이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태 다양성 유지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자연 서식 꿀벌은 병해충과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유전자 풀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의 양봉 산업에도 생물학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연의 유전자 은행'으로 평가된다. IUCN 관계자는 "야생 꿀벌의 멸종위기 등재는 이들이 더 이상 인간 관리의 부속물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자생 야생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지금이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매개자의 손실과 멸종은 복잡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유럽환경청(EEA) 또한 야생 꿀벌 등 수분매개자의 멸종은 다른 종의 감소와 멸종, 다양한 생태계의 상실로 이어지는 첫단계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야생 수분매개자는 복잡흔 유기체의 그물의 일부이며 생태계 회복력의 핵심이라면서 그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다양한 지리적, 거버넌스 수준, 경제 부문, 사회 전반에 걸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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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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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2)] 프랑스 몽펠리에대, '종간 복제' 개미 생식 전략 세계 최초 규명
-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기이한 생존 전략이 개미 세계에서 발견됐다. 한 여왕개미가 자신의 종과 전혀 다른 종, 두 종류의 자손(잡종 일개미)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초 생물학을 송두리째 뒤엎고 있다. 이는 마치 한 어미가 낳은 알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각각 태어나는 것과 같은, 기존 생물학의 상식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현상이다. 이 놀라운 발견은 사라진 한 개미 종의 행방을 좇던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드러났으며, 벨기에 프리대 블뤼셀의 데니스 포니에 박사는 이를 두고 "종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상으로, 생물학 규칙을 새로 쓰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사라진 아비, 1000km 밖에서 발견된 잡종 일개미의 비밀 이번 연구의 발단은 지중해에서 발견된 한 무리의 '잡종' 개미였다. 예비 유전자 자료 분석 결과, 이베리아 수확개미(Messor ibericus)가 다른 종인 메소르 스트룩토르(Messor structor)와 교배해 잡종 일개미를 만들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풀 수 없는 모순이 있었다. 잡종 군체가 발견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은 교배 상대인 메소르 스트룩토르의 가장 가까운 서식지에서 무려 1000km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이끈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조나탕 로미기에 박사는 "우리는 이 종에 매우 특이한 점이 있다는 강한 의심을 품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것이 얼마나 기이할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라며 "바로 이 역설 때문에 우리는 이 사례를 더 면밀히 조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이 상황은 연구팀을 더 깊은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연구팀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럽 전역의 120개 이상 개미 군체를 연구하고, 수백 마리 개미의 유전체(게놈)를 정밀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실험실에서 한 여왕개미가 낳은 알에서 털이 많은 종과 털이 거의 없는 종, 즉 두 다른 종의 개미가 부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종간 복제'라는 큰 충격을 주는 진실과 마주했다. 생존 위한 기묘한 해법, 다른 종의 정자를 '가축화'하다 심층 분석 결과, 이베리아 수확개미 여왕은 필요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알을 발달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왕개미의 번식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종족 보존을 위한 길이다. 미래에 자신의 대를 이을 새로운 여왕개미를 생산해야 할 때, 여왕은 같은 종의 수컷과 교미하여 '순수 혈통'의 이베리아 수확개미 여왕을 낳는다. 이는 일반 생물의 번식 방법과 같다. 둘째는 군체 유지를 위한 길이다. 군체의 노동력을 책임질 일개미가 필요할 때, 여왕은 다른 종인 메소르 스트룩토르의 정자를 이용해 수정란을 만든다. 이렇게 태어난 자손은 두 종의 유전자가 섞인 '잡종' 암컷 일개미가 되며, 이들이 군체 전체의 99%를 차지하는 핵심 노동력이 된다. 두 종은 본래 같은 종이었으나 500만 년 전에 분화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베리아 수확개미 여왕이 진화 과정에서 스스로 일개미를 생산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여왕과 일개미 유전자 간의 이기적 상충 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로미기에 박사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이것이 여왕과 유충 사이의 진화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한다"라며 "소위 '이기적' 유전 요소가 다음 세대로의 전달을 보장하기 위해 유충의 발달을 여왕이 되는 쪽으로 치우치게 만든다(여왕은 번식하지만 일개미는 대부분 불임이기 때문)"라고 썼다. 결국 자신의 노동력을 스스로 만들 수 없게 된 여왕은 생존을 위해 다른 종의 힘을 빌리는, 즉 '정자 기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베리아 수확개미 여왕, 다른 종 수컷 정자 복제해 '성 가축화' 하지만 다른 종의 수컷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방식이다. 이베리아 수확개미는 이 문제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해법을 진화시켰다. 바로 다른 종 수컷의 정자를 '복제'하여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전례 없는 현상을 동물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성 가축화(sexual domestication)'라고 이름 붙였다. 로미기에 박사는 "인류가 가축을 길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한때 야생에서 이용했던 이 수컷들의 번식을 결국 통제하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수컷의 가축화는 다른 종 수컷의 정자만으로 그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이 복제 과정의 핵심은 '웅성생식(androgenesis)', 즉 유전 물질이 수컷에게서만 오는 번식 방식에 있다. 여왕개미는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해 둔 메소르 스트룩토르의 정자를 이용해 수컷을 복제할 때, 자신의 유전 정보가 담긴 핵 DNA를 알에서 스스로 제거한다. 껍데기만 남은 알에 정자의 DNA가 들어가 발달하면서, 유전자로 볼 때 아비와 거의 동일한 복제 수컷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복제 수컷은 털이 거의 없는 메소르 스트룩토르의 외형을 그대로 가졌지만, 엄밀히 말해 자연 상태의 메소르 스트룩토르와는 유전 면에서 다르다. 세포핵 DNA는 아버지의 복제본이지만, 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미인 이베리아 수확개미의 것을 미량 물려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알을 이용해 다른 종의 유전체를 번식시키는 새로운 생식 방식에 연구팀은 '외종생식(外種生殖, 제노패리티-Xenoparity)'이라는 학술 용어를 붙였다. 로미기에 박사는 "'제노(xeno-)'는 '외래의, 이상한, 다른'을 뜻하고, '-패러스(-parous)'는 '생산하다, 낳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진화의 양날의 검, 번영과 멸종의 갈림길 이 독특한 전략은 이베리아 수확개미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야코부스 J. 붐스마 교수는 이 현상을 "자연 선택이 빚어낸 진화에 따른 적응"이라 평가하며, 개미 사회가 만들어낸 독특한 '두 종의 슈퍼오가니즘(superorganism)'이라고 표현했다. 더 강건한 잡종 일개미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경쟁 우위를 제공했고, 이 덕분에 이베리아 수확개미는 서식지를 지중해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장할 수 있었다. 성가신 짝짓기 상대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강력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스스로 번식 파트너까지 만들어내는 완벽한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리한 전략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다. 붐스마 교수는 이메일에서 "메소르 스트룩토르의 자연 수컷이 닿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나 퍼져나간 후, 이베리아 수확개미 여왕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외래 수컷들을 복제하도록 진화했다"라며 "이는 체계를 안정시켰지만, 대부분의 유전 다양성을 잃는 대가를 치렀다. 따라서 길게 보면(수백만 년 후) 이 개미는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거의 모든 무성생식 종이 그러하듯)"라고 경고했다. 복제에 의존하는 번식은 당장의 생존에는 유리하지만, 환경 변화나 새로운 질병에 대응할 유전의 유연성을 잃게 만들어 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인 셈이다. 생물학 교과서를 새로 쓸 발견, 남겨진 과제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여왕개미가 어떻게 자신의 유전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지, 그 정확한 세포 수준의 원리를 밝히는 것이다. 미국 UC 리버사이드의 제시카 퍼셀 교수는 "암컷 생식 기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정확한 순서와, 여왕이 각 알의 결과(예: 수정란이 일개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유전 코드가 제거되어 수컷을 생산할 것인가)를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이 놀라운 체계에서 가능한 많은 앞으로의 연구 방향 중 하나"라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이 자연적인 복제 원리를 이해한다면, 다른 종에서 인공으로 복제를 유도하려는 과학 연구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베리아 수확개미의 기묘한 이야기는 생존을 위한 생명의 경이로운 적응력과 동시에 종의 정의, 생식 장벽, 개별성의 개념에 근본이 되는 질문을 던지며, 기술 면에서는 자연에서 발견된 정자 기반 복제 원리를 인간의 생명과학, 농업, 보존 분야에 응용할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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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2)] 프랑스 몽펠리에대, '종간 복제' 개미 생식 전략 세계 최초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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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 기후변화로 인해 기생충 확산으로 가축과 반려동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기후변화와 국제 반려동물 이동 증가로 인해 과거 남유럽에 국한됐던 기생충 질환이 북상하고 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컨버세이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학계는 "이제 더 이상 이국적(exotic)이라고만 할 수 없는 감염병이 자국 내 동물과 사람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반려견에서 확인된 리슈만편모충증 영국에서 최근 보고된 반려견 질병 감염 사례 중 하나는 래브라도견 '토비'다. 토비는 발과 다리에 털이 빠지고 피부 발진과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악화돼 정밀검사 결과 리슈만편모충(Leishmania infantum) 감염이 확인됐다. 이는 모래파리 매개 기생충으로, 원래 지중해 연안에 주로 분포했다. 반려견 토비는 영국을 떠난 적이 없었지만, 가족이 스페인 방문 후 귀국한 이력이 있어 감염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사례는 2019년 이후 영국에서 보고된 단 세 건 중 하나다. 리슈만편모충증은 개에서 만성·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확산되는 매개곤충 질환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비교적 보호막이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빈번한 국제여행·국경간 반려 동물 이동이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 모기의 의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은 남유럽에 국한됐던 질환이 중·동부 유렵으로 확산중이며, 영국 수입견의 4분의 1이 심장사상충 감염 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드기 매개 질환인 말 피로플라스마증(Equine piroplasmosis) 역시 일부 영국·아일랜드 말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이는 해당 지역 말이 이미 기생충에 노출됐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말병(African Horse Sickness) 역시 현재 영국 내 유입 위험은 낮지만, 기후모델은 향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람에게도 전이되는 위험 인수공통 기생충으로는 에키노코쿠스(Echinococcus multilocularis)와 리슈만편모충, 심장사상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개가 무증상으로 보균할 수 있는 에키노코쿠스는 분변을 통해 토양·식수·농산물을 오염시키며, 인체 감염 시 간 등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영국에서는 야생 개과 동물에서 나오는 단방조충(E. granulosus)의 인간 감염이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아일랜드에서는 2019년 여행 이력이 없는 여성에게서 의심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영국 당나귀에서, 2023년 아일랜드 말에서 낭포성 기생충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면서, 이미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응 과제와 '원헬스(One Health)' 접근 전문가들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기생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수입 동물에 대한 선제적 검역 및 감염 스크리닝, △ 파리·진드기·모기 등 매개곤충 분포 모니터링, △ 반려동물·가축에 대한 항체 조사 및 질병 발생 기초자료 구축, △ 수의사·사육자·소유주 대상 교육 및 책임 있는 이동 관리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동물·환경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 Health)' 체계가 강조된다. 기생충 확산을 조기에 포착하고 차단하지 못하면, 이미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파급된 후 뒤늦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산업에 주는 시사점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럽의 기생충 확산 등의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경고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로 모기·진드기 활동 가능 시간이 길어지고, 북상하는 아열대성 매개곤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 여름 일명 '러브 버그(털파리의 일종, 정식 명칭은 플릭시아 니악티카)'가 한반도를 강타해 민원이 폭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반려동물을 들여오는 사례가 늘면서 수입 과정에서의 검역 강화와 사전 스크리닝 체계가 필요하다. 농축산 분야에서는 말, 소, 돼지 등 주요 가축에 대한정기적 혈청검사 및 병원체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동물이 급성장하는 한국에서 기생충 관련 백신·진단, 구충제 산업은 새로운 수요와 연구 개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 개념을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정책에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질병 차원을 넘어 국가 방역·식량안보·글로벌 무역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히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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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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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혹등고래, 인간에게 말거나?⋯'버블 링' 포착, 비언어적 교감 가능성 제기
- 혹등고래가 인간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듯한 행동으로 '버블 링(bubble ring)'을 형성하는 장면이 과학자들에 의해 최초로 포착됐다. 이는 먹이활동이나 짝짓기와는 무관한 상황에서 나타난 행동으로, 고래의 창의성과 호기심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SETI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공동 연구팀은 하와이,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령 모레아, 미국 대서양 연안 등에서 12차례에 걸쳐 총 11마리의 혹등고래가 39개의 버블 링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해양 포유동물 과학(Marine Mammal Science)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BBC 야생동물 매거진, 어스닷컴,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정확한 표현으로 '버블 스모크 링(bubble smoke ring)'은 고래가 사냥 시 사용하는 '버블 넷(bubble net)'과는 다른 형태로, 수면 아래에서 회전하며 올라오는 연기처럼 둥근 고리 모양의 기포다. 연구진은 이 링이 공격이나 먹이 활동 중이 아닌, 인간을 향해 다가가는 느린 움직임 속에서 생성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한 개체는 한쪽 콧구멍만 사용해 링을 만드는 정교한 행동을 보여, 대형 해양 포유류의 미세 운동 능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분석됐다. IFL사이언스에 따르면 혹등고래는 거품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협력하여 만든 나선형 거품 그물부터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거품 구름까지 다양하다. 연구팀은 특히 물기둥 위로 솟아오르는 버블 링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는 파이프를 불어서 나오는 연기 고리와 유사하다. 버블 링의 사진과 영상은 고래 관찰 여행, 소형 비행기, 개인 선박 등 다양한 출처를 통해 수집됐다. 연구팀은 또한 드론 영상을 분석해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혹등고래가 버블링을 생성하는지 확인했다. 버블 링 형성 12회 중 10회는 고래 근처에 사람이나 수영객이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었으며, 12회 중 6회에는 고래가 한 마리 이상 있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사람이나 다른 고래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보고했으며, 오히려 고래들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즐기고 호기심을 보였다고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프레드 샤프 박사와 조디 프레디아니 박사는 "혹등고래는 복잡한 사회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음향 신호와 기포를 활용한 도구적 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관찰은 이들이 단순한 놀이 이상의 목적, 즉 인간과의 상호작용이나 의도적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드론 영상과 수중 촬영을 통해 대부분의 버블 링이 고래가 인간이나 보트에 가까이 접근한 직후 발생했으며, 일부 개체는 수영자를 링으로 감싸는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동은 자발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링 형성과 함께 머리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거나 해조류를 가지고 노는 등의 놀이성 징후도 동반됐다. SETI연구소의 라우런스 도일 박사는 "지금까지 외계 생명체 탐사에서 중요한 전제 중 하나는 상대방이 의사소통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점"이라며 "혹등고래의 독립적인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호기심은 이 가정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자연계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 대규모 드론 조사를 통해 인간이 없는 환경에서는 혹등고래의 버블 링 형성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인간 존재에 반응한 '의도적 행동'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버블 링이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닌, 유연하고 목적 있는 행동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래의 행동을 면밀히 기록·분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인간 외 생명체의 신호 해석 및 인지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유사 사례를 수집하고, 기포 형성 맥락에 따른 사회적 의미를 규명해나갈 계획이다. 혹등고래의 버블 링 행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일 수 있다는 해양 동물학계의 새로운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인류가 타 종(種)의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함의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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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혹등고래, 인간에게 말거나?⋯'버블 링' 포착, 비언어적 교감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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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AI도 고유한 '가치 판단' 한다"⋯실제 대화 70만건 분석 공개
- 인공지능(AI)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처럼 '가치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은 자사의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Claude)'가 실제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어떤 가치를 드러내는지를 연구한 결과 이같은 분석이 나왔다고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른바 '야생에서의 가치(Values in the wild)'를 포착하기 위해 2025년 2월 한 주간 클로드 무료 및 유료 사용자들이 나눈 70만 건의 대화 중, 객관적 사실 전달을 제외한 30만8210건의 주관적 대화를 추려내 분석했다. 앤스로픽은 "사용자들은 단순 계산이나 지식 전달이 아닌 감정·윤리·의사 결정에 질문을 던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AI는 불가피하게 가치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육아 팁을 묻는 질문에 AI가 '주의와 안전'을 강조할지, '실용성과 편의'를 중시할지는 그 모델이 어떤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AI가 내린 판단, 그 안엔 인간의 가치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클로드가 드러낸 가치를 상위 5개 범주(실용적, 인식적, 사회적, 보호적, 개인적 가치)로 나눴다.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 세부 가치는 '전문성', '명확성', '투명성'이었다. 이는 클로드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 역할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이자 대화 상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앤스로픽은 자사의 헌법형 AI(Constitutional AI) 훈련 방식을 통해 "도움이 되고(helpful), 정직하며(honest), 해롭지 않은(harmless)" AI를 지향한다고 밝혀왔다. 실제 분석 결과 클로드는 대체로 이러한 가치에 부합하는 응답을 내놓았다. '사용자 역량 강화'(도움), '인식적 겸손'(정직), '환자 안녕'(무해) 등은 모델이 일관되게 표현한 중심 가치였다. 하지만 '지배'나 '도덕적 무감각'처럼 훈련 목표와 반대되는 가치도 소수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사용자들이 일부러 모델의 보호장치를 우회하는 '제일브레이크(jailbreak)' 상황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이를 감지해 보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AI는 맥락에 따라 가치 판단을 달리한다⋯'가치 거울 효과'도 확인 클로드가 어떤 주제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를 강조하는 '상황적 가치'도 관찰됐다. 예를 들어 연애 상담에서는 '건강한 경계'와 '상호 존중'이, 역사적 사건 분석에서는 '사실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정적 평가 방식이 놓치는 AI의 맥락 민감성을 나타낸다. 또 흥미로운 점은 사용자가 특정 가치를 언급할 경우, 클로드가 그 가치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경향이었다. '진정성' 같은 단어가 사용자로부터 나올 경우, 클로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대화의 기조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가치 반영은 때로는 공감의 표현이지만, 때로는 '과도한 동조'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클로드는 전체 대화의 28.2%에서 사용자의 가치를 강하게 지지했고, 6.6%에서는 새로운 관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반면 3.0%는 사용자의 가치에 '명시적 저항'을 보인 대화였다. 연구팀은 이처럼 드러나는 '불변의 가치'야말로 AI가 인간처럼 도덕적 경계선을 갖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AI도 가치판단하는 존재⋯정렬 평가 위한 실증 도구 될 것" 이번 연구는 AI가 실사용 환경에서 어떤 윤리적·가치적 기준을 따르는지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화를 통한 데이터 중심의 접근법은 AI 훈련이 실제로 작동하는 지를 사후 검증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연구팀은 "모든 대화가 명확한 가치 표현으로 해석되지는 않으며, 일부는 모델 고유의 편향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해당 방식은 모델 출시 전 평가 보다는 출시 후 '감시 및 보완' 기능으로 적합하다고 봤다. 앤스로픽은 "AI가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면, 그 가치가 인간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가 AI 정렬(alignment) 연구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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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AI도 고유한 '가치 판단' 한다"⋯실제 대화 70만건 분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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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2)] 국내 연구진, 박테리아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 기술 개발
- 국내 연구진이 최근 박테리아를 활용해 기존 플라스틱 생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친환경적인 폴리머 생산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플라스틱은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소재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화학 연료 기반 화학 물질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와 폐기할 때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생물분자공학자이자 공동저자인 이상엽 박사 연구팀은 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해 유용한 폴리머를 생산할 수 있도록 박테리아는 유전자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박테리아가 특이한 영양 조건이 직면했을 때 사용하는 효소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종류의 폴리머를 생산할 수 있도록 조절이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전문매체 아르스 테크니카, 네이처닷컴, PHYS.org 등 다수 매체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이처 닷컴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4억 톤의 분해 불가능한 석유 기반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 플라스틱이 생산되어 야생동물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탄소 과잉 상태를 활용한 폴리머 합성 메커니즘 연구진은 박테리아 세포가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폴리에스테르)를 생성하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PHA는 박테리아 세포가 탄소원과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지만, 성장과 분열에 필요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때 생성되는 화학 물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박테리아 세포는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작은 분자들을 연결하여 거대한 폴리머를 형성한다. 이후 영양 조건이 개선되면, 박테리아는 이 폴리머를 분해하여 개별 분자들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적인 특징은 폴리머를 구성하는 단량체의 종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50가지 이상의 다양한 작은 분자들이 PHA에 통합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폴리머를 합성하는 효소인 PHA 합성 효소는 분자가 에스터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와 세포 내 생화학 반응의 중간체로 흔히 사용되는 코엔자임 A에 결합될 수 있는지 여부만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PHA 합성 효소는 산소 원자를 통해 분자들을 연결하지만, 아미노산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이 질소 원자를 통해 연결되는 유사한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 효소들이 통상적으로 수행하지 않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로 결정했다. 연구진은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속 박테리아에서 유래한 효소를 활용했는데, 이 효소는 다양한 화학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이 효소는 아미노산을 코엔자임 A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다. 아미노산들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 박테리아에서 유래한 효소에 네 가지 돌연변이를 도입하여 반응 물질의 범위를 넓혔다. 시험관 내 실험에서 이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작동하여 아미노산들이 폴리머 형태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 내 발현 및 생산량 증대 노력 다음 과제는 이 시스템이 실제 세포 내에서도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사용된 두 효소 중 하나가 대장균(E. coli)에 약한 독성을 나타내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팀은 해당 단백질을 내성적으로 발현하는 대장균 균주를 개발했다. 이 두 단백질을 모두 발현시킨 결과, 세포는 소량의 아미노산 폴리머를 생산했다. 배지에 특정 아미노산을 과량으로 첨가하면, 생성되는 폴리머에 해당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박테리아 무게 대비 폴리머 생산량은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아미노산]들은 적절한 탄소원으로부터 세포 내에서 생성될 경우 폴리머에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특정 아미노산(라이신)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 복제본을 추가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더 많은 폴리머가 생산됐으며, 폴리머 내 라이신 함량 비율도 높아졌다. 생성된 폴리머 대부분에는 에스터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젖산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었다. 젖산은 포도당 대사 과정의 잠재적 산물 중 하나이므로 세포 내에 자연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이에 연구팀은 젖산 생성의 주요 효소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폴리머에 통합되는 젖산의 양을 현저히 줄였다. 연구진은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하여 두 가지 다른 아미노산 단량체의 혼합물로 이루어진 폴리머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혼합물에 비아미노산 물질을 통합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대장균 균주에 몇 가지 추가적인 효소를 도입함으로써 박테리아 무게 대비 폴리머 생산량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중합 반응을 담당하는 효소에 돌연변이를 도입하여 특정 아미노산이 생성되는 폴리머에 선택적으로 더 많이 통합되도록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양한 물성 조절 및 생분해 가능성 제시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매우 유연하여 광범위한 학 물질을 폴리머에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성이다. 이는 생성되는 플라스틱의 다양한 물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효소를 통해 결합이 형성되었으므로 생성된 폴리머는 거의 확실하게 생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몇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폴리머에 통합되는 물질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정 아미노산 또는 기타 화학 물질의 혼합 비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효소가 세포 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임의의 하학 물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통합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ㅇ첪다. 또한 생산된 폴리머를 제조 공정에 적용하기 전에 다른 세포 구성 성분으로 정제해야 하는 문제와 대규모 산업 생산에 비해 생산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록 이 기술이 당장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생물 기반 제조의 잠재력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2025년 3월 1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참고 문헌: Tong Un Chae et al, Biosynthesis of poly(ester amide)s in engineered Escherichia coli, Nature Chemical Biology (2025). DOI: 10.1038/s41589-025-01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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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62)] 국내 연구진, 박테리아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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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용품 속 안전한 '고분자', 유해물질 방출 '새로운 위협'
- 일상샐활 속 각종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화학 물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간 인체에 무해하다고 여겨졌던 고분자(폴리머·polymer) 화합물이 유해 물질을 방출하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독성물질관리법(TSCA) 및 유럽연합의 REACH 규제 등 주요 유해 물질 규제에서조차 예외로 취급될 만큼 안전성이 강조되어 온 고분자는, 분자 크기가 커 인체에 흡수되지 않아 건강상 위험이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된 획기적인 동료 평가(peer-review) 연구 논문은 일부 고분자 난연제가 분해되어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기존의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사이테크데일리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중국 광둥성에 있는 지난(Jinan)대학교의 다 첸(Da Chen)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가 유해 화학 물질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본래 비활성 상태의 거대 분자로 제품에 첨가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되어 유해한 부산물에 우리를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독성' 대체재로 개발된 폴리머 난연제, 유해 물질 방출⋯제브라피시 실험 통해 독성 확인 연구팀은 기존 난연제의 유해성을 대체하기 위해 '무독성'으로 개발된 두 종류의 폴리머 브롬화 난연제((polymeric brominated flame retardants, polyBFRs)를 대상으로 심층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두 종류의 polyBFRs 모두 수십 종의 작은 분자로 분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독성 실험에서, 이들 작은 분자들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발달 및 심혈관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토양·공기·먼지 등 환경 전반에 유해 물질 검출⋯전자 폐기물 재활용 시설 인근 농도 '최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구진이 환경 오염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고분자 분해 물질이 토양, 공기, 먼지 등 환경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자 폐기물 재활용 시설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검출됐으며, 이들 시설에서 멀어질수록 농도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전자 제품에 사용된 polyBFRs가 유해한 분해 물질을 환경으로 방출하고, 인간과 야생 동물이 이에 노출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결과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미리아 다이아몬드 교수는 "전자 제품에 polyBFRs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제품 생산, 가정 내 사용, 폐기 및 재활용 등 전 과정에서 유해 물질 노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화학 산업계가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생산량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오염 가능성과 그로 인한 인간 및 야생 동물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안전성 평가 기준에 허점을 드러내며, 고분자 화합물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와 심층적인 안전성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참조: 「고분자 난연제 분해의 환경적 영향」 작성자: Xiaotu Liu, Yinran Xiong, Xiao Gou, Lei Zhao, Shanquan Wang, Yanhong Wei, Xiaoyun Fan, Yang Yu, Arlene Blum, Lydia Jahl, Miriam L. Diamond, Yiping Du, Zhuyi Zhang, Shuxin Jiang, Xiaowei Zhang, Ting Wu 및 Da Chen, 3 March 2025, 네이처 자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 DOI: 10.1038/s41893-025-0151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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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용품 속 안전한 '고분자', 유해물질 방출 '새로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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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08)] 알래스카 바다오리, 기록적인 폭염으로 절반 이상 떼죽음
- 해양 열파로 인해 알래스카의 흔한 바다오리 개체군의 약 절반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 역사상 단일 종의 가장 큰 멸종이라고 CNN이 전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 바다오리의 재앙적인 개체 감소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해양 환경의 광범위한 변화를 나타내며, 이는 생태계를 빠르고 심각하게 재구성하고, 해양 동물의 번식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 '블롭(Blob)'으로 알려진 북동태평양 열파는 2014년 후반부터 2016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 만에 이르는 해양 생태계에 걸쳐 발생했다.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열파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크고 가장 긴 것으로 기록되었으며, 당시 해수 온도는 정상 수준보다 섭씨 2.5~3도 상승했다. 알래스카 바다오리의 대규모 폐사는 이 시기에 집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오리는 턱시도 차림의 펭귄과 비슷한 독특한 흑백 깃털로 유명하다. 이 포식자는 북반구 해양 먹이 사슬 내에서 에너지 흐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오리는 과거 환경 및 인간이 유발한 요인으로 인해 소규모로 죽은 적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나 환경으로 돌아오면 빠르게 회복된다. 그러나 이 폭염 기간 동안 발생한 대량 폐사의 규모와 속도는, 이 곳에서 장기간 관찰을 이어온 브리 드러먼드 박사 연구팀에게 특히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드러먼드 박사는 알래스카 해양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야생 동물 생물학자다. 연구진은 알래스카 만과 베링해 전역에 걸쳐 13개 군집에서 극심한 개체 수 감소를 장기간 추적해 이 재앙적인 개체 수 감소의 규모를 파악했다. 2016년 폭염이 끝날 무렵, 드러먼드와 그녀의 팀이 계산한 바다오리 사체는 6만 2000마리 이상이었다. 죽은 바다오리는 대부분 육지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계산된 것은 사체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곳에서 생물학자들은 바다오리가 죽거나 번식하는 속도를 관찰했고, 군집이 과거의 크기로 돌아갔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드러먼드는 "우리가 바다오리 사건을 파악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장기 데이터 세트와 장기 모니터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은 우리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멸종 위기종이 직면한 도전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바다오리 먹이 공급이 줄어들었다. 주요 먹이 중 하나인 태평양 대구는 2013~2017년 사이에 약 80%나 급감했다. 이 주요 식량원이 멸실되면서 2014~2016년 사이에 알래스카에서 약 400만 마리의 바다오리가 죽었다는 추정이다. 뉴욕시 인구의 절반이 사라진 꼴이다. 2014년 폭염이 시작되기 전 알래스카 바다오리 개체 수는 전 세계 바닷새 종의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폭염 전 7년(2008~2014)과 폭염 후 7년(2016~2022)을 비교했을 때, 알래스카 만과 베링해 사이에 있는 13개 군집의 바다오리 개체 수는 52%~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폭염이 끝난 후 2016~2022년까지 바다오리를 계속 관찰했지만 회복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회복되지 않는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해양 생태계의 변화, 특히 식량 공급과 관련된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생식 문제와 거주지 이전의 어려움도 바다오리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종과 달리 바다오리와 같은 바닷새는 번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재번식 과정이 더 느리다고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알래스카 대학교의 펄크 휘트만 박사는 알래스카와 같은 지역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열대 또는 아열대 해역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의 조건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동물들은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거나 살아남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알래스카 해역에서 위기에 봉착한 종은 바다오리 뿐은 아니다. 민감한 바닷새인 댕기바다오리(tufted puffin)가 캘리포니아, 일본, 러시아 등 북태평양 남부 지역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되었지만,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연어, 고래, 게 역시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추적하는 연구는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해양 동물들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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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08)] 알래스카 바다오리, 기록적인 폭염으로 절반 이상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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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05)] 북극 툰드라, 이산화탄소 배출 근원지 부상
- 수천 년 동안 얼어붙은 토양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온 북극 툰드라가 잦은 산불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 공급원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열을 가두는 화석연료 오염을 흡수하고 있다고 NOAA(미국 해양대기청)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북극이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공급원으로 전환되는 변화는 NOAA의 ‘2024년 북극 보고서’ 기록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식물 및 야생 동물과 이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습하며 불확실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NOAA 관리자 릭 스핀라드 박사는 "관측 결과 온난화와 산불 증가로 인해 북극 툰드라는 현재 저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과학자들이 얘축헌 화석연료 오염을 적절히 줄이지 않는 결과의 또 다른 신호"라고 설명했다. 11개국의 과학자 97명이 참여한 2024년 북극 보고서의 새로운 연구는 북극 지역의 육지와 바다를 포함, 북극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변화의 근간이 되는 기록적인 관찰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계속되는 높은 기온과 산불 ▲대규모 내륙 순록 무리의 감소 ▲강수량 증가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강수량 증가의 경우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면서 풍경이 얼음으로 뒤덮여 사람들의 여행과 야생 동물의 먹이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관찰 결과는 또 사람, 식물, 동물에게 지역 및 지역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뚜렷한 지역적 차이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 편집자인 국립 눈과 얼음 데이터 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의 트와일라 문 박사는 "올해의 보고서는 기후 조건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적응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2024년 북극 보고서의 결과는 주목할만한 결과를 다수 보여주고 있다. 먼저 북극의 연간 표면 기온은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2023년 가을과 2024년 여름은 북극 전역에서 특히 따뜻했으며, 기온은 각각 역대 2위와 3위였다. 2024년 8월 초의 폭염으로 인해 알래스카 북부와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는 역대 최고의 일일 기온을 기록했다. 또 지난 9년은 북극에서 기록상 가장 따뜻한 9년이었다. 이로 인해 2024년 여름은 북극 전역에서 기록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바다의 변화도 심각했다. 2024년 9월 극지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극 해빙의 범위는 위성 기록이 시작된 45년 동안 여섯 번째로 낮았다. 해빙 범위가 가장 낮았던 18곳은 모두 지난 18년 동안 발생했다. 얼음이 없었던 8월의 북극해 지역은 1982년 이후 10년마다 섭씨 0.3도의 속도로 온난화되었다. 북극해의 얕은 바다에서 8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91~2020년 평균보다 섭씨 2~4도 더 높았다. 해양 먹이 사슬의 기반인 플랑크톤은 2003~2024년 전체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산불 활동 증가의 영향을 포함하면 북극 툰드라 지역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에서 대기의 탄소 공급원으로 전환되었다. 2003년 이후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2억 700만 톤에 달했다. 알래스카 영구 동토층 온도는 기록상 두 번째로 높았다. 북극 이주 툰드라 순록 개체 수는 지난 2~30년 동안 65% 감소했다. 규모가 작은 서부 북극의 해안 순록 무리는 지난 10년 동안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내륙 순록 무리는 장기적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거나 가장 낮은 개체 수에 머물러 있다. 순록에 대한 여름 더위의 영향은 향후 25~75년 동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2024년 겨울 동안 유라시아와 북미 북극 지역 적설량은 평균 이상이었다. 평균 이상의 적설량에도 불구하고, 눈 시즌은 중부와 동부 북극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26년 만에 가장 짧았다. 북극에서 눈이 녹는 시기는 5월과 6월 내내 과거에 비해 1~2주 일찍 발생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관목 지대 확장'을 측정하는 툰드라 녹색도는 25년 동안의 위성 기록에서 2위를 차지했다. 알래스카 생물학 연구(Alaska Biological Research)의 제럴드 프로스트 박사는 "우리가 추적하는 북극의 생명 징후 중 상당수는 거의 매년 기록적인 최고치 또는 최저치에 도달하거나 근접하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의 극단적인 현상이 기후 시스템의 일시적 변동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의 결과라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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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05)] 북극 툰드라, 이산화탄소 배출 근원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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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61)] 10억 년 전 고대 유전자, 생쥐 탄생 혁명 주도
- 10억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단세포 생물의 고대 유전자가 오늘날 생쥐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과학계를 놀라게 한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와 진화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재생의학의 미래를 열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대학교와 독일 막스 플랑크 육상 미생물학 연구소의 공동 연구진은 단세포 생물에서 유래한 유전자를 생쥐 세포에 도입해 줄기세포를 생성했으며, 이를 통해 살아있는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과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전했다. 연구팀은 편모조류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를 쥐의 유전자와 교환함으로써 두 편모조류가 기능적으로 얼마나 유사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 대학의 야 가오 박사와 데이지린 세나 탄, 독일 막스 플랑크 육상 미생물학 연구소의 마티아스 기르빅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복제된 쥐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게놈을 재프로그래밍하여 포유류의 Sox2 유전자를 동물과 가까운 단세포 생물인 동정편모충류[choanoflagellate, 후생동물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지는 생물로, 긴 편모(flagellum)를 가지고 있으며, 이 편모 주변을 둘러싼 깃(collar) 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 Sox 유전자로 대체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세포를 배아 쥐(마우스) 배반포에 주입한 다음, 임신한 쥐 대리모에 이식하는 임신, 출산, 양육 환경에서 배양했다. 영국 퀸 메리 대학의 유전학자 알렉스 드 멘도사는 사이언스얼럿에 "단세포 친척인 쥐에서 얻은 분자 도구를 사용해 성공적으로 쥐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는 거의 10억 년 전의 진화 과정에서 놀라운 기능의 연속성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멘도사는 "이 연구는 줄기세포 형성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가 줄기세포 자체보다 훨씬 일찍 생겨났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 아마도 우리가 보는 다세포 생명체의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 유전자가 오늘날 동물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한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의 기원과 재활용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고대 유전자, 다세포 생물 진화의 토대가 되다 약 10억 년 전, 지구에는 동물이나 식물 같은 다세포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단세포 생물 가운데 동정편모충류(choanoflagellates)는 오늘날 동물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진다. 동정편모충은 현미경으로 관찰할 정도로 작은 단세포 생물이지만, 이들의 유전체에는 포유류 줄기세포 형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Sox와 POU라는 유전자의 초기 버전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에는 줄기세포가 다세포 생물에서만 진화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단세포 생물에도 줄기세포 형성에 중요한 유전자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재활용되고 확장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고대 유전자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생쥐 탄생의 비밀, 동정편모충류 유전자 연구진은 동정편모충류의 Sox 유전자를 생쥐 세포에 도입해 생쥐의 Sox2 유전자를 대체했다. Sox2는 포유류 줄기세포의 다능성(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유전자다. 놀랍게도 동정편모충의 Sox 유전자 역시 생쥐 세포에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동물은 '다능성'이라고 알려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능성은 배아 줄기세포가 분화하여 완전히 발달된 유기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으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동물에 인접한 미생물에 대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다능성의 기원은 다세포성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동물의 진화 결과가 아니라 동물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일 수 있다. 생쥐 세포는 동정편모충 유전자의 도움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상태로 전환되었으며, 이를 발달 중인 생쥐 배아에 주입한 결과 키메라 생쥐(마우스)가 탄생했다. 키메라 생쥐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두 세포 집단이 공존하는 동물로, 이번 실험에서는 줄기세포의 영향을 받아 맨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검은 털 반점과 어두운 눈 등의 특징을 가진 생쥐가 만들어졌다. 이 발견은 단세포 생물의 간단한 유전자가 다세포 생물의 복잡한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고대 유전자, 재생의학의 미래를 열다 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거나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만능 세포'로, 재생의학의 핵심이다.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 박사가 201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연구를 통해, 일반 세포를 줄기세포로 변환하는 기술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Sox와 POU 유전자를 포함한 4가지 인자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유도했다. 이번 연구는 야마나카 박사의 연구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 고대 단세포 생물의 유전자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생성했다. 이는 줄기세포 형성 메커니즘이 생명 진화 초기 단계부터 존재했음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진화에서 재활용된 유전자, 재생의학의 열쇠 연구진은 동정편모충 유전자들이 초기 생명체의 기본적인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후 다세포 생물이 출현하면서 더 복잡한 기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를 "10억 년에 걸친 기능적 연속성"이라 설명하며, 진화생물학과 재생의학이 맞닿은 접점임을 강조한다. 홍콩대 랄프 야우흐(Ralf Jauch) 박사는 "고대 유전자 연구는 다능성 메커니즘을 더욱 정밀하게 조정하고 최적화할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동정편모충 유전자의 합성 버전을 개발해 기존 유전자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 단세포 생물이 현대 생명공학에 얼마나 큰 영감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단세포 생물의 유전자가 다세포 생물의 기원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줄기세포 연구와 재생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줄기세포와 진화라는 두 축이 만들어갈 생명과학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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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61)] 10억 년 전 고대 유전자, 생쥐 탄생 혁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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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반발로 세계 플라스틱 협약 결렬
- 2년 이상 끌어온 플라스틱 협약 체결이 결국 결렬됐다.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반발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BBC가 전했다. 200개국 이상이 부산에서 마지막 회담을 위해 모였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협약의 향방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부산에서는 플라스틱의 단계적 폐지를 요구하는 100여 개국과, 플라스틱의 폐지는 세계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산유국 사이에 치열한 갈등과 논쟁이 벌어졌다. 쿠웨이트 협상단은 마지막 몇 시간 동안 "이 협약의 목적은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전 세계 사회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특히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조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으며,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2년 안에 완료되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유엔은 195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0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지만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추산한다. 이로 인해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전 세계 바다로 유입돼 야생 동물과 환경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 새, 물고기, 고래는 플라스틱 파편에 얽히거나 섭취하면 죽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되며, 현재 전 세계 배출량의 5%를 차지한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는 노력에도 보탬이 된다.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5차 협상 이후 참가한 국가 대표단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결국 2년이라는 시한을 놓치고 말았다. 많은 문제가 논의됐지만, 주요 의견 차이는 제6조에 관한 것이었다. 즉,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활용 노력을 늘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영국, 유럽연합, 아프리카 그룹, 그리고 많은 남미 국가를 포함한 95개국은 제6조를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약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러시아를 포함한 석유 생산국 그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각국이 전기자동차와 같은 청정 기술로 전환함에 따라 대부분의 부문에서 석유 수요는 202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플라스틱은 남은 성장 시장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것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자는 글로벌 목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다.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시도는 세계적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인도 역시 자국의 개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했다. 환경 단체와 과학자들은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명했으며 화석 연료 산업의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석유화학 산업이 회사 성명, 소셜 미디어 및 협의 응답을 통해 조약에 수십 번 개입했으며, 그중 93%가 생산 감축 노력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유니레버, 마스, 네슬레 등 주요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가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일관된 규제를 원하는 긍정적인 지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슬레는 이번 회담의 결렬에 대해 "실망스럽게도 모든 국가 간의 합의는 여전히 애매하며, 이로 인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내년에 다시 모여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연 보존 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협약에 찬성했던 95개국만이라도 조약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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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반발로 세계 플라스틱 협약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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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88)] 영장류 권위자 제인 구달 "여섯 번째 대멸종이 목전에 있다" 경고
- 제인 구달(Jane Goodall).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명 영장류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다. 현재 90세인 구달 박사는 여전히 탐사를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 BBC와의 이 인터뷰도 여행 중에 진행한 것이다. 그 뒤 베를린, 다음에는 제네바로 간다고 한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달 박사는 이번 여행은 환경에 대한 위험과 몇 가지 치유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구달 박사는 그녀의 이름을 딴 재단이자 비영리 기술 회사인 에코시아(Ecosia)가 우간다에서 수행하고 있는 나무 심기 및 서식지 복원 임무를 소개했다. 지난 5년 동안 지역 사회와 소규모 농부의 도움으로 이 조직은 거의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구달 박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연을 복원하고 기존 숲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우간다에서 5000마리 침팬지의 생존을 위협받는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영장류를 보호하기 위해 연구하고 캠페인을 벌였다. 동시에 산림 벌채가 우리 기후에 미치는 위협을 강조한다. 나무는 지구 기후를 위협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소중한 존재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COP29(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맞물려 구달 박사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을 늦출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탄자니아의 숲에서 60년 전에는 우기와 건기에 따라 일정을 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건기에 비가 내리고 우기에는 오히려 건조하다고 말했다. 나무가 잘못된 시기에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침팬지와 곤충, 새의 생태계를 위협한다. 수십 년 동안 그녀는 야생 침팬지의 주요 서식지인 아프리카 전역에서 숲이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침팬지 수가 감소하는 것도 목격했다. 그녀는 "환경에 엄격한 규제를 부과하지 않고 화석 연료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산업 농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결국 환경을 파괴하고 토양을 죽이고 생물 다양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래는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달 박사는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선구자였다. 그녀는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기록한 최초의 전문가였다. 영장류는 흰개미를 낚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했다. 그녀가 관찰하기 전까지 이는 인간에게만 있는 특성으로 여겨졌다. 또한 그녀는 동물들이 강한 가족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심지어 영토를 놓고 전쟁을 벌인다는 것도 밝혔다. 구달 박사는 거의 전 생애를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 연구에 바쳤다. 올해 90세가 된 지금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녀는 이를 우리의 다음 세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환경 법률에 대해 더욱 강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달 박사는 "우리에게는 환경을 되돌릴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환경을 파괴하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를 재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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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88)] 영장류 권위자 제인 구달 "여섯 번째 대멸종이 목전에 있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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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31)] 유전자 편집으로 더 달콤하고 큰 토마토 개발
- 중국 농업과학원 연구팀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크기는 유지하면서 당도를 높인 토마토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대량 생산되는 토마토의 맛과 풍미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 된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과 홍콩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과학전문 매체 네이처닷컴, 파퓰러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다루었다. 크리스퍼(CRISPR)는 세균의 면역 체계에서 유래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쉽게 말해, 유전자의 특정 부붐을 정확하게 잘라내고 붙여 넣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치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편집하듯이, CRISPR를 이용하면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토마토(Solanum lycopersicum)에서 당 함량을 조절하는 두 가지 유전자, SlCDPK27과 SlCDPK26을 CRISPR-Cas9 기술로 식별했다. 이 유전자들은 당(설탕) 생산에 관여하는 효소를 분해하여 토마토의 '슈가 브레이크(Sugar brake)'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두 유전자를 비활성화함으로써 일반 토마토보다 포도당과 과당 함량이 30% 높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놀라운 것은 과일의 크기나 전체 수확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슈가 브레이크(sugar brake)는 비db적인 표현으로 식물 내에서 당(설탕)의 축적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슈가 브레이크는 식물 세포 내에서 당의 양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이러한 슈가 브레이크 유전자를 비허ㅘㄹ성화하면 토마토의 당 함량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4년 11월 13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토마토의 씨앗은 개수가 적고 가볍지만 정상적인 발아를 보였다"며 "이러한 결과는 토마토의 당 축적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며, 크기와 수확량을 희생하지 않고 당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장진저 박사는 새로운 품종의 토마토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토마토보다 맛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판매되는 토마토는 마치 물처럼 맛이 없다"며 새로운 품종의 맛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맛을 개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네이저치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2억500만톤의 토마토가 생산되며, 대부분 야생 조상보다 크기가 100배 이상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크기 증가는 수분 항량 증가로 이어져 토마토 피이스트와 같은 제품 생산에 추가적인 에너지, 비용, 시간이 소요된다. 당도가 높은 토마토는 생산 효율성을 높여 제조업체에서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에 발견된 두 유전자는 다른 많은 식물종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다른 농작물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슈가 브레이크는 토마토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가 브레이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은 식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의 당도를 높이거나, 곡물의 저장성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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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31)] 유전자 편집으로 더 달콤하고 큰 토마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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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도 종종 술에 취한다?
- 야생 동물이 발효 과일(일종의 과일주)을 먹은 후 '술에 취한'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고 우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생태학자들은 야생 동물들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생태 관련 '트렌드 생태학 및 진화(Trends in Ecology & Evolution)' 저널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영국 엑서터대학교 연구팀은 에탄올(술)이 거의 모든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과일과 꿀을 먹는 많은 동물이 정기적으로 에탄올을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대학 연구진을 이끈 엑서터대학교 킴벌리 호킹스 박사는 "에탄올이 그저 인간이 섭취하는 것이라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났다"며 "에탄올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연계에 훨씬 더 풍부하며, 단 과일을 먹는 대부분의 동물은 어느 정도 에탄올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 에탄올에 대한 진화적 적응 에탄올은 약 1억 년 전 현화식물이 번식을 위해 꽃에 꿀을 머금고 과일을 맺으면서 널리 퍼졌다. 당은 효모가 발효하는 기본 요소다. 에탄올은 오늘날 여전히 생태계 전반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습한 열대 지역에서는 더 높은 당도로 연중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자연 발효 과일은 알코올 함량(ABV)이 1~2%에 불과하지만, 파나마의 과도하게 익은 야자 열매와 같이 10.2%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은 효모가 에탄올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에탄올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종의 진화 과정에서 과일과 꿀을 소비하는 포유류와 새의 분해 능력이 미세 조정됐다는 증거가 있다. 특히 영장류와 나무쥐는 에탄올을 효율적으로 대사하도록 적응했다. ◇ 에탄올이 동물에게 줄 수 있는 이점 동물이 의도적으로 에탄올 자체를 목적으로 섭취하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동물의 생리학과 진화에 미치는 에탄올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에탄올 소비가 야생 동물에게 여러 가지 이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발효 중에 생성되는 에탄올은 칼로리의 공급원, 즉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원이다. 연구진은 다만 동물이 에탄올 자체를 감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에탄올은 또한 야생 동물에게 몇 가지 이점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초파리는 의도적으로 에탄올이 함유된 물질에 알을 낳아 알을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하고, 초파리 유충은 말벌에 기생할 때 에탄올 섭취량을 늘린다. 엑서터대학교의 애나 보울랜드 교수는 "인지적 측면에서 에탄올이 엔도르핀과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해 사회성 측면에서 이점이 될 수 있는 이완감을 유발한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며 "이를 테스트하려면 에탄올이 야생에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향후 연구 방향 야생 동물의 에탄올 소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답이 없는 의문이 많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영장류의 에탄올 섭취가 행동 및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를 보다 심층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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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도 종종 술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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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79)] 네팔 눈표범, 심각한 기후변화로 30년 안에 멸종 위기
-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인해 네팔의 눈표범은 향후 30년 이내에 완전히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네팔과 호주 연구진의 최신 연구 결과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네팔 분자역학센터(Center for Molecular Dynamics Nepal)의 수석 연구원 디베시 카르마차리야는 "우리의 모델링은 지극히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기후 변화의 영향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눈표범은 일반적으로 해발 3000~5000m 사이의 고도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지난해 1월에는 한 마리의 눈표범이 네팔 동부 해발 146m에서 발견되었다. 일부 전문가는 이 눈표범이 단순히 "길을 잃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을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단일 사건이기는 했지만, 기온 상승이 눈표범, 호랑이, 일반 표범 등 네팔의 최상위 포식자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분포와 개체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점점 늘고 있다. 눈표범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고산지대에서 가장 찾기 힘든 종 중 하나다. 네팔에는 300~500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개체수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이다. 개체수가 감소함에 따라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멸종 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등재되었다. 최근 '국제 눈표범의 날'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에서 네팔 산악 지역 주민들은 눈표범을 목격하는 것이 온난화된 기후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그러나 이것이 눈표범 개체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네팔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20년 동안 섭씨 0.056도 상승했으며, 작년의 평균 최고 기온은 평년보다 섭씨 0.6도 높았다. 카르마차리야의 연구 모델링에 따르면, 덜 심각한 기후 변화에서도 눈표범의 분포가 감소하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의 눈표범 전문가 비크람 슈레스타는 기후 변화로 인해 큰 눈표범들의 서식지 벨트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밀려나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에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 변동 가능성은 높으며 이로 인해 생태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식지가 좁아지면 서로 경쟁해야 하는데, 더 크고 공격적인 일반 표범이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게 되면 눈표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 중복 사례는 이미 네팔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2016년 중국 북서부 칭하이(青海)성에 설치된 카메라는 티베트 고원에서 눈표범과 일반 표범이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는 영상을 포착했다. 지난해 네팔 연구원들도 네팔 동부 가우리샹카르 지역의 약 4250m 고도에서 두 종이 공존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과학 저널 헬리욘(Heliyon)에 게재된 2023년 연구도 기후 변화로 표범의 서식지가 고산 지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며 공존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먹이 공급을 줄이게 되고, 먹이가 희소해지면 표범은 가축을 공격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들의 이주 패턴의 변화와 국립공원과 인간 거주지의 근접성이 수년에 걸쳐 인간과 동물의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한다. 네팔 당국은 눈표범이 2017~2022년 사이에 어퍼돌파 지역에서 양과 염소 2000마리 이상을 죽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머스탱 지구에서 염소 82마리를 대량으로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표범 서식지 관리와 보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기후 변화는 또한 네팔의 다른 대형 고양이과 동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홍수, 폭염, 가뭄과 같은 악천후로 인해 기존 호랑이 개체군과 먹이 서식지를 위험에 빠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카르마차리야는 또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인해 호랑이 분포가 2050년까지 동쪽에서 축소되고 북쪽과 서쪽에서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추세는 2070년까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북쪽으로의 이주 및 동쪽으로의 확장을 시사한다. 그러나 WWF는 네팔에서 기후와 야생 동물 종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며, 이동 추세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더 많은 증거 기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이 일관된 패턴인지, 반복적으로 기록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하며, 그래야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집중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해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해 종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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