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대상 처분 55%·교환사채 23건⋯"편법 승계·우호지분 형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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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기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상장사들이 자기주식을 집중적으로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 사진=연합뉴스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상장사들이 자기주식 처분에 대거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자기주식 처분 공시 647건 가운데 25.3%가 12월에 집중됐다. 1~11월 월평균 43.9건이던 공시는 12월에만 164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55.5%는 특정 대상 처분이었고, 교환사채 발행도 23건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의 66.2%가 자사주를 보유 중이며, 10% 이상 보유 기업은 8.4%로 집계됐다.


[미니해설] 소각 의무화 앞두고 '자사주 러시'…지배권 방어와 주주가치의 경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상장사들이 지난해 말 자기주식 처분에 대거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변화에 앞서 ‘쓸 수 있을 때 쓰자’는 움직임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자기주식 처분 공시는 647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164건(25.3%)이 12월 한 달에 몰렸다. 1~11월 월평균 43.9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12월 처분의 55.5%가 특정 대상에게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간 평균(25.7%)의 두 배를 웃돈다. 교환사채(EB) 발행도 23건에 달했다.


자기주식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들여 보유한 자사 주식이다. 현행 법제에서는 일정한 절차 아래 이를 처분하거나 교환사채 발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연성이 주주환원보다는 지배권 안정과 승계 구조 정비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제도 변화에 앞서 자기주식을 지배권 안정 또는 승계 구조 정비에 활용하려는 유인이 상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대주주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경영권의 편법적 승계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 역시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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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기준 국내 상장사의 자기주식 보유 현황. 사진=연합뉴스

 

통계는 자사주가 국내 상장사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723곳(66.2%)이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8.4%, 20% 이상은 2.3%에 달한다. 이는 자사주가 단순한 재무적 유연성 수단을 넘어 구조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분 유형을 보면 임직원 보상이 47.4%로 가장 많았고, 특정 대상 처분(25.7%), 교환사채 발행(17.9%)이 뒤를 이었다. 임직원 보상은 성과연동 보상체계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으나, 특정 대상 처분과 EB 발행은 이해상충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제가 2011년, 2015년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보유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주주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당초 취지는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 확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국은 자사주 처분 시 주주총회 승인이나 공정성 심사 등 보호 장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제도는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는 단순한 주주환원 강화 차원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핵심은 자사주의 본래 목적이다. 자사주는 이론적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각 대신 특정 대상 처분이나 우호 지분 형성에 활용될 경우, 이는 소수주주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해 이런 논란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과 지배구조 전략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 자사주가 '재무 전략 자산'에서 '즉시 소각 대상'으로 전환되는 만큼, 기업 경영 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자사주 처분 급증은 제도 전환기의 단면이다. 기업은 남은 유연성을 활용하려 했고, 시장은 이를 지배권 방어 신호로 해석했다. 향후 입법이 마무리되면 자사주는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라, 주주가치와 경영권 사이의 균형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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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막판 처분' 12월에 25% 몰려⋯상법 개정 앞두고 지배구조 정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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