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심 5,100m 칼립소 해연,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심해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냐"
  • 해양 폐기물, 해류 따라 침적⋯보이지 않는 바다 밑 '플라스틱 무덤' 현실로
지중해 심층부 칼립소 해연 플라스틱 무덤.jpg
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Calypso Deep)'이 비빌봉지나 플라스틱 등 대규모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료 유형별 범주 귀속이 있는 식별된 쓰레기 품목의 예. (A) 비닐봉투, J3. (B) 플라스틱 대형 자루, J36. (C) 플라스틱 시트, J67. (D) 경질 플라스틱으로 만든 플라스틱 식품 용기, J225. (E) 플라스틱 대형 자루, J36. (F) 비닐봉투, J3 (G) 경질 플라스틱 컵과 뚜껑, J227. (H) 지름 1cm 이상인 플라스틱 로프, J49. (I) 종이팩/테트라팩(우유 제외), J151. (J) 금속 음료수 캔, J175. (K) 유리병. J200. (L) 플라스틱 음료수 병. 이미지 출처=바르셀로나 대학교

 

한때 인간의 오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Calypso Deep)'이 대규모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바닷속 가장 깊은 구역조차 인류 활동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지중해 이오니아해에 위치한 칼립소 해연은 수심 5,100m(16,770피트)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 중 하나다. 이곳은 지난 수십 년간 오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초 과학자들이 현장 조사 결과 비닐봉지, 유리 파편, 찌그러진 캔 등 다양한 생활 쓰레기가 바닥을 덮고 있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 인식이 무너졌다.


6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를 이용해 해저를 약 43분간 탐사했다. 탐사 결과 해저 일대는 제곱마일당 수천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여 있었으며, 단 650m(2,130피트) 구간만으로도 해연 바닥이 인간의 폐기물로 광범위하게 오염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발견된 물질은 유연한 플라스틱이었으며, 유리·금속·종이류도 함께 관찰됐다.

 

플라스틱 쓰레기, 생태계 교란 우려


이 지역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약 60km 떨어진 헬레닉 트렌치(Hellenic Trench)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지질적으로 단층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급경사 지역이다. 이처럼 폐쇄적 지형은 쓰레기가 해류에 의해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해저에 머무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켈 카날스(Miquel Canals)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해양지질학 교수는 "이 지역에 도달한 쓰레기는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유입됐을 수 있으며, 해류를 따라 장거리 이동했거나 직접 투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안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은 표류하다가 해류 소용돌이와 해저 지형의 영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부유 상태였던 폐기물은 해조류나 미생물이 표면에 붙으면서 점차 무게가 증가하고, 결국 해저에 침전돼 장기적으로 퇴적층에 고착된다.


칼립소 해연을 비롯한 지중해 해저에 쓰레기가 축적되는 현상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심해 생물 군집은 회복력이 낮고 생태계 교란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염은 생물다양성과 어장 자원, 해양 탄소순환 등에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중해,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지중해는 폐쇄된 해역으로, 유럽·북아프리카·중동에 둘러싸인 고밀도 인구 지역이다. 동시에 세계에서 해상 교통량과 어업 활동이 가장 밀집된 해역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폐기물 유입 경로가 다양하고 유입 속도도 빠르다.


연구진은 과거에도 선박에서 쓰레기를 직접 투기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쓰레기가 쌓여 있는 더미 뒤로 길게 이어진 흔적이 선박의 투기 후 흔적으로 보인다"며 고의적인 불법 폐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해저 쓰레기 문제는 수면 위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심해의 오염은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기후 피드백과 지질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회 전반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잊지 말라…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UN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은 바다에 버려지는 순간 끝이 아니라, 해류를 따라 이동하고 분해되며 결국 지구 최심부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중해는 지난 2021년에도 메시나 해협 일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저 쓰레기가 발견된 바 있다. 이는 지중해가 지구에서 해양 오염에 가장 취약한 해역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칼립소 해연 조사 프로젝트에는 바르셀로나대학교의 미켈 카날스 교수,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의 게오르크 한케(Georg Hanke),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프랑수아 갈가니(François Galgani), 칼라단 오셔닉(Caladan Oceanic)의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보고서 말미에서 "이제는 과학자, 언론인, 인플루언서 등 모든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바닷속은 보이지 않지만,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해양 오염 블레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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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 '플라스틱 무덤'으로⋯"깨끗한 바닥은 단 한 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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