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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5)] 존스홉킨스대 소행성 충돌 실험 생명체 생존 입증⋯우주 기원설 규명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인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품어온 이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질문에, 최근 아주 작고 질긴 생명체가 놀라운 해답의 실마리를 던졌다. 지구 생명체의 조상이 척박하고 차가운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온 외계 이민자일지 모른다는 매혹적인 가설이,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인 물리적 충돌 테스트를 뚫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우주적 대재난 속에서도 생명체가 살아남아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른바 암석 범종설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기즈모도와 과학 매체 아이에프엘사이언스(IFL)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들이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에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경이로운 연구 결과를 같은 일제히 보도했다. 지구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중에서도 암석판스페르미아 가설(lithopanspermia hypothesis)은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을날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새로운 땅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듯, 광활한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수십억 년 전,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했을 때 그 엄청난 폭발의 충격으로 행성 표면의 파편들이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간다. 만약 그 암석 파편 깊숙한 곳에 미생물이 숨어 살고 있었다면, 이들은 천연의 돌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수백만 년의 긴 세월을 캄캄한 진공 속에서 떠돌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불타는 유성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고, 그것이 오늘날 지구 생태계를 이룬 생명의 씨앗이 되었을 수 있다는 장대한 시나리오다. 이 매력적인 가설이 그동안 주류 과학계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충격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었다. 행성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튕겨 나갈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압력, 그리고 지구 대기권을 뚫고 시속 수만 킬로미터로 땅에 격돌할 때의 파괴력을 그 연약한 단세포 생명체가 과연 견딜 수 있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극한 환경에서 물질의 거동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KT 라메쉬는 "생명체는 한 행성에서 튕겨져 나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생명의 기원, 특히 지구에서의 생명 기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은 이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조건의 무대를 실험실에 구현했다. 강철판 찢은 3기가파스칼의 충격…경이로운 세포의 방어력 연구진이 이 가혹한 우주 비행 선발 테스트에 올린 생명체는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라는 특수한 미생물이다. 칠레의 고지대 아타카마 사막처럼 춥고 건조하며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이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극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사막 박테리아는, 인간의 치사량보다 수천 배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살아남는 지구 최강의 생존력을 자랑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코난 더 박테리움이라는 웅장한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이들은 방사선이나 물리적 충격으로 자신의 DNA가 산산조각 나더라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스스로 파괴된 유전 암호를 완벽하게 재조립하는 경이로운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이 질긴 미생물을 두 장의 두꺼운 금속판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얇게 바른 뒤, 시속 약 483킬로미터의 속도로 특수 제작된 고속 발사체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총알이 날아와 꽂히는 순간 발생하는 압력은 무려 1에서 3기가파스칼에 달했다. 숫자로만 들으면 체감이 어렵지만,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서 잠수함의 외벽을 짓누르는 수압의 약 10배에서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면적 위에 코끼리 수백 마리가 동시에 올라타 짓밟는 것과 같은, 뼈와 살이 흔적도 없이 으스러져야 마땅한 극한의 압력이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충돌 직후의 결과는 연구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대 릴리 자오 교수는 첫 번째 압력 테스트에서 당연히 미생물들이 형체도 없이 터져 죽었을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사체의 충격 속도를 높이고 반복해서 때려도 이 작은 생명체들의 숨통을 끊어놓기는 역부족이었다. 약 1.4기가파스칼의 압력까지는 세포 손상조차 거의 없이 대다수가 온전하게 살아남았다. 압력을 한계치인 2.4기가파스칼까지 끌어올리자 그제야 일부 세포막이 찢어지고 내부 구조에 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미생물의 60퍼센트 이상이 버젓이 목숨을 부지했다. 실험 과정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사실은, 반복된 충돌의 엄청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미생물을 감싸 보호하던 단단한 강철판이 먼저 찢어지고 부서져 내렸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하고 물렁물렁한 생물학적 세포의 끈질김이,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강도를 이겨낸 순간이었다. 화성에서 온 인류의 조상…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딜레마 이 경이로운 실험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자연이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빚어낸 생명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극단적인 물리적 폭력을 견뎌내도록 유연하고 강력하게 적응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생물이 혜성 충돌이라는 우주적 규모의 타격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인류의 족보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수십억 년 전, 거대한 강이 흐르고 따뜻한 대기를 가졌던 화성에서 최초로 발생한 생명이 거대한 운석 충돌을 타고 우주로 튕겨 나와, 푸른 별 지구로 이주해 온 우리의 진짜 조상일 가능성은 이제 뜬구름 잡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과학적 시나리오가 되었다. 반대로, 과거 지구를 강타했던 거대 소행성 충돌의 여파로 튕겨 나간 지구의 미생물들이 우주를 떠돌다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떨어져 자신들만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하지만 강철보다 질긴 이 생명력은 인류의 미래 우주 탐사에 아주 무겁고 까다로운 딜레마를 던진다. 미국 항공우주국이나 유럽우주국은 화성 탐사선인 퍼서비어런스나 각종 우주 탐사 장비를 우주로 쏘아 올릴 때, 혹시 모를 오염을 막기 위해 반도체 클린룸보다 수백 배 더 철저한 무균실에서 장비를 조립하고 살균 처리한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멸균 처리를 하더라도, 이번 실험에서 확인된 것처럼 생명력이 강한 지구의 극한 미생물 한두 마리가 탐사선 구석에 묻어 우주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은 로켓이 발사될 때의 엄청난 진동과 압력을 비웃듯 견뎌낼 것이고, 척박한 화성의 자외선 폭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우주 과학계에서는 이를 행성 간 교차 오염이라고 부르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만약 훗날 인류가 화성의 땅을 깊숙이 파 내려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나 살아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그 생명체가 화성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진짜 외계 토착 생명체인지, 아니면 수십 년 전 우리가 보낸 탐사선 바퀴에 묻어간 지구 미생물이 화성 환경에 적응해 번식한 후손인지 구별하는 것은 악몽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찾고 우주의 신비를 풀려는 우리의 순수한 탐사 행위 자체가, 역설적으로 외계의 순수한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과학적 진실을 가려버리는 치명적인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역설이다. 지구 생명은 과연 우주에서 날아왔는가. 이번 존스홉킨스대의 충돌 실험 하나만으로 암석 범종설이 완벽하고 완전무결하게 증명된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 소행성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궤도의 역학,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지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극저온과 우주 방사선의 쉴 새 없는 폭격 등 미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검증하고 넘어야 할 변수들은 여전히 태산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강철판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파괴적인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아 증식을 준비하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안겨준다. 생명이라는 현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지구라는 좁고 안전한 온실 속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차갑고 텅 빈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의 씨앗들이 소행성과 혜성이라는 바위를 타고 끊임없이 궤도를 교차하며 수정되는 거대하고 역동적인 생명의 바다일지도 모른다. 인류가 생명의 기원을 묻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우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위대함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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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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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5)] 존스홉킨스대 소행성 충돌 실험 생명체 생존 입증⋯우주 기원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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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0회)
- 제10회 씻은 커피잔 두 개와 접시 두 개를 싱크대 선반에 올려놓은 뒤 미상 씨는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댄 채 희정 씨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은 그녀의 배 부위에 놓인 침대용 책상에 고정된 책 지지대에 좌우로 펼쳐져 있다. 그녀는 지금 『종의 기원』을 읽는 중이다. 며칠 전 희정은 자신이 『종의 기원』을 다시 읽는 이유를 그 책의 대단원을 이루는 장엄한 문장 때문이라고 했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많은 종류의 갖가지 식물, 숲속에서 노래하는 조류,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여러 가지 곤충, 그리고 습지의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모양을 관찰하고, 이러한 교묘하게 만들어진 형태가 서로 몹시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얽혀 의존하고 있지만, 그러한 생물이 어느 개체나 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작용하고 있는 법칙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취해진 이러한 제 법칙은 생식을 수반하는 성장, 생식 가운데 포함돼있는 유전 생활 조건의 간접 및 직접 작용과 함께 용불용에서 오는 변이성, 생존경쟁과 나아가서는 자연선택을 이끌고 마침내 형질을 분기시켜, 보다 소량 개량된 생물을 절멸시키는 높은 증가율 등에 있다. 이리하여 자연계의 투쟁에서, 기근과 사멸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생물 가운데 가장 고귀한 대상, 즉 고등동물의 생성으로 직접 귀결된다. 생명이 자신의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최초의 조물주에 의해 소수의 또는 하나의 형태로 불어 넣어졌다는, 그리고 이 지구가 불변의 동력 법칙에 따라 계속 회전하고 있는 동안에 그렇게 단순한 발단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가장 놀라운 무한한 형태가 발생하였고, 또 진화하고 있다는 견해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대단원의 문장이 왜 장엄한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미상 씨는 물어보지 않았다. 희정 씨의 독서열에 비해 미상 씨는 근래 들어 통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 미상 씨에게 희정 씨가 물었다. "왜 소설을 쓰지 않죠?" "습관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진정한 소설가는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소설 쓰는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인데." "저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미상 씨는 뒤로 몸을 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희정 씨가 말했다. "그럼 소설 쓰지 않는 소설가의 심정과 태도에 대한 소설이라도 쓰세요." 그래서 최근 미상 씨는 그런 소설을 죽 이어 쓰고 있다. 단편소설이고 제목은 '소설 쓰지 않는 소설가의 악몽'이다. 희정 씨의 주문대로 현재의 심정과 태도를 쓰기보다는 꿈에 대해 쓰기로 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코코와 초코에게 간식을 차려주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서너 시간 잠을 잔 뒤 이곳으로 다시 내려와 복지관에서 도시락으로 배달하는 희정 씨의 아점밥을 차려줘야 한다. 파카와 모자를 들고 서서 눈인사를 하는 미상 씨에게 희정 씨가 묻는다. "변이의 법칙에서 다윈이 뭐라고 말하는지 요약해 줄까요?"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책을 오른손 검지로 가리켰다. 이마의 주름살을 추겨 올리며 웃는 미상 씨에게 희정 씨는 『종의 기원』제5장의 내용을 요약했다. "이 장에서 다윈은 변이가 생물체의 유전적 특성에서 발생하고, 이 변이가 세대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이 변이가 괴상하거나 우연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점진적이나마 종의 변이가 가능하다고 해. 지속성은 우연성의 합이란 말이지." 희정은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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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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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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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0)] 내 안의 '타임 키퍼(Time Keeper)'가 나를 정의한다⋯자아의 경계는 뇌파의 속도
- '나(I)'는 어디서 끝나고 '세계(World)'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손을 뻗어 컵을 잡을 때, 우리는 그 손이 '내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피부라는 물리적 장벽이 나와 세계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이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낸다. 우리가 느끼는 자아의 경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뇌 속에서 1초에 수십 번 진동하는 '전기 신호의 리듬'이 만들어낸 아슬아슬한 합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와 프랑스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는 인간의 자아 감각이 뇌의 특정 주파수, 즉 '알파파(Alpha waves)'의 속도에 종속되어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 ◇ 뇌가 속는 순간, 자아의 빗장이 풀린다 연구진은 10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뇌과학의 고전적 실험인 '고무 손 착각(Rubber Hand Illusion)'을 현대적으로 재설계했다. 실험 참가자는 자신의 실제 손을 가림막 뒤에 숨기고, 눈앞에 놓인 고무 손을 바라본다. 연구진은 로봇 팔을 이용해 참가자의 실제 손가락과 고무 손의 손가락을 붓으로 동시에 건드린다. 시각(고무 손을 건드리는 장면)과 촉각(실제 손의 느낌)이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 뇌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곧 타협한다. "아, 저 고무 손이 내 손이구나." 이때 뇌는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를 하나로 통합(Integration)해 '나의 것'이라는 도장을 찍는다. 그런데 연구진은 여기서 '시간차'라는 변수를 던졌다. 로봇 팔이 붓질하는 타이밍을 미세하게 어긋나게 한 것이다. ◇ 알파파, 자아를 지키는 '보안 검색대'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어떤 사람은 0.1초의 미세한 오차만 있어도 "이건 내 손이 아니다"라며 환각을 거부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자극이 0.5초 가까이 늦게 도착해도 고무 손을 자신의 손이라고 굳게 믿었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까. 연구진이 뇌파(EEG)를 분석한 결과, 답은 두정엽(Parietal cortex)의 '알파파 주파수'에 있었다. 두정엽은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 정보를 통합해 '신체 지도'를 그리는 뇌의 관제탑이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공항 보안 검색대'를 떠올려보자. 알파파가 빠른 사람은 보안 검색대의 스캐너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것과 같다.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가 들어오는 시간차가 아주 조금만 벌어져도 "불일치! 이것은 외부 물체임"이라고 판정해 낸다. 자아의 경계가 엄격하고 촘촘한 것이다. 반대로 알파파가 느린 사람은 스캐너가 느긋하게 돌아가는 셈이다. 시각과 촉각 정보 사이에 틈이 벌어져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일치함. 이것은 내 몸임"이라며 통과시킨다. 자아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외부 사물인 고무 손까지 '나'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 "뇌파 조절했더니 '나'의 범위가 바뀌었다" 이번 연구가 학계의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관찰(상관관계)을 넘어 인과관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경두개 교류 전기 자극(tACS)' 기술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두정엽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알파파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외부 전류로 알파파를 빠르게 만들자, 평소라면 고무 손에 속아 넘어갔을 사람들조차 "내 손이 아니다"라며 자아의 경계를 좁혔다. 반대로 알파파를 느리게 만들자, 깐깐하던 사람들도 고무 손을 자신의 신체로 쉽게 받아들였다. 이는 '나'라는 감각이 영혼이나 정신의 영역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헨릭 에르손 박사는 "뇌가 신체에서 오는 수많은 신호를 어떻게 하나로 묶어 '자아'라는 일관된 감각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 조현병 치료부터 '메타버스 자아'까지 이 발견은 미래 의학과 기술 분야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첫째, 정신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다.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들은 종종 자신이 외부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신체를 타인처럼 느낀다. 이는 자아의 경계를 짓는 알파파 리듬이 깨졌기 때문일 수 있다. 뇌파를 튜닝(Tuning)해 무너진 자아의 벽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둘째, 환상지(Phantom Limb) 통증 해결이다.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없는 손발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은 뇌의 신체 지도가 업데이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파 조절을 통해 뇌가 새로운 신체 경계를 받아들이게 도울 수 있다. 셋째, 가상현실(VR)과 로보틱스의 진화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나 로봇 의수(Prosthetics)를 착용할 때, 사용자의 뇌파를 일시적으로 느리게 조절한다면 어떨까. 차가운 기계 팔이나 가상의 몸을 거부감 없이 즉각적인 '내 몸'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몰입감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나'란 무엇인가. 이번 연구는 자아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뇌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적 합의'임을 보여준다. 10헤르츠(Hz) 안팎으로 진동하는 알파파의 리듬. 그 미세한 떨림 속에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존재의 경계선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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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0)] 내 안의 '타임 키퍼(Time Keeper)'가 나를 정의한다⋯자아의 경계는 뇌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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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18)] 지진계로 우주 쓰레기 추적⋯소닉붐 데이터 분석 성공
- 지진계로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구 궤도를 이탈한 인공위성과 우주선 잔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사례는 하루 평균 세 차례를 넘는다. 이 과정에서 우주쓰레기는 대부분 소실되지만, 일부는 유해 물질을 방출하거나 지표면까지 도달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건물·인프라, 나아가 인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문제는 추적의 어려움이다. 시속 2만9천㎞에 달하는 속도로 이동하는 우주쓰레기는 갑작스럽게 궤도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레이더와 광학 관측 방식만으로는 낙하지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재진입 과정에서 물체가 여러 조각으로 분해될 경우, 위치 추정 오차는 더욱 커진다. 이로 인해 독성 잔해 회수나 환경 대응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진계로 '음속 돌파' 포착…전혀 다른 접근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진은 우주쓰레기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소닉붐(음속 돌파 충격파)'을 지진계로 포착해 경로를 추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지진계는 통상 지진을 감지하는 장비지만, 대기 중에서 발생한 강한 충격파가 지면으로 전달될 경우 이를 진동 신호로 기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특성에 주목해, 대기권을 통과하는 우주쓰레기가 만들어내는 소닉붐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벤저민 페르난도 박사(존스홉킨스대)는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우주물체가 소닉붐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이를 지진학적 데이터로 체계적으로 활용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화성 탐사 경험의 지구 적용 이번 접근법의 토대는 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 임무에서 축적된 경험이다. 인사이트 착륙선은 2018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1300건이 넘는 화성 지진을 감지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운석이 대기권을 통과하며 만든 충격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당시 단일 지진계만으로도 운석 충돌 지점을 특정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궤도선이 분화구를 촬영해 화성 표면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페르난도 박사는 "자연 운석을 연구하며 개발한 기법을 지구의 우주쓰레기 문제에 적용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도약"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주쓰레기는 자연 운석과 다르다. 대기권 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진입 각도가 얕으며, 분해 양상도 훨씬 복잡하다. 이로 인해 지상에 미치는 위험성은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중국 선저우-15 사례로 검증 연구진은 2024년 4월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발생한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15의 비통제 재진입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폭 1m, 무게 1.5톤이 넘는 궤도 모듈이 대기권을 통과하며 발생시킨 소닉붐은 지상 125개의 지진계에 포착됐다. 연구진은 신호 강도를 토대로 물체의 이동 경로를 재구성했고, 미 우주군이 레이더로 예측한 궤적과 비교한 결과 약 40㎞ 남쪽으로 치우친 경로가 도출됐다. 실제 잔해가 회수되지 않아 어느 예측이 정확한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존 방식과 다른 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환경 대응 위한 '시민용 감시 도구' 목표 연구진은 추가 검증을 거쳐 이 방식을 민간 감시 체계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진계 데이터는 대부분 공개돼 있어, 재진입 시작 후 수 초~수 분 내에 우주쓰레기 낙하를 감지하고 잠재적 대기 오염 위치를 신속히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주쓰레기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78년 소련 위성 '코스모스 954'의 재진입 당시 캐나다 북부에 방사성 물질이 확산됐고, 최근에는 대형 로켓 폭발로 중금속 잔해가 해양과 주거 지역에 흩어진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우주선에 포함된 화학 물질 상당수가 독성을 띠며 오존층 파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완 수단으로서 가치"…한계도 명확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저비용·확장 가능한 보완 수단'으로 평가한다. 영국 버밍엄대 휴 루이스 교수는 "기존 레이더가 포착하기 어려웠던 재진입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우주쓰레기를 포착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모리바 자 교수는 "충격파가 충분히 강해야 지진계에 기록된다"며 "작거나 고고도에서 소실되는 잔해는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나 폭발 등 다른 소음과의 구분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 9월 발표된 유럽우주국(ESA)의 최신 수치에 따르면 현재 지구를 돌고 있는 활성 위성은 1만 개가 넘고, 수명이 다하거나 파괴되어 작동하지 않는 위성은 3000개가 넘는다. NASA에 따르면, 최소 야구공 크기의 물체 약 2만5000개와 훨씬 더 작은 물체인 연필심 크기를 포함하면 1억 개 이상이 지구 위 우주 상공을 돌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레이더·광학 추적과 결합할 경우, 대기권 재진입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 활동이 지구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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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18)] 지진계로 우주 쓰레기 추적⋯소닉붐 데이터 분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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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8)] "물 속 헤엄치듯"⋯뇌와 근육 가진 '세포급 자율 로봇' 탄생
- 로봇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의 로봇이 팔과 바퀴를 단 거대한 기계 장치였다면, 이제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크기로 축소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 미생물의 단계로 진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동시 발표한 연구 성과는 로봇공학의 40년 숙원을 푼 쾌거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이 공개한 로봇은 크기가 200×300×5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소금 알갱이보다 작아 현미경 없이는 식별조차 불가능한 이 기계가 외부의 전선이나 원격 조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 자율 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마이크로 세계의 '물리 법칙'을 극복하다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와 미생물이 사는 미시 세계는 물리 법칙이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미스킨(Marc Miski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 차이를 "수영장에 꿀이나 타르(Tar)를 가득 채우고 수영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사람이나 물고기처럼 큰 물체는 관성을 이용해 물을 뒤로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몸집이 세포만큼 작아지면 물의 점성(끈적임)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관성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는 기존의 프로펠러나 지느러미 방식이 무용지물이 된다. 팔다리를 젓는 순간 저항에 부딪혀 부러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적 부품을 모두 없애고 '전기운동(Electrokinetic, 일렉트로키네틱)' 추진 방식을 도입했다. 로봇이 전극을 통해 미세한 전기장을 형성하면, 주변 용액 속의 이온(Ion)들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이온의 흐름이 물 분자를 끌고 가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듯 물살을 만들어낸다. 미스킨 교수는 "로봇이 스스로 '강물'을 만들어 그 흐름을 타고 이동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모터나 기어 같은 움직이는 부품 없이도 방향 전환은 물론 복잡한 경로 주행, 심지어 물고기 떼와 같은 군집 유영까지 가능해졌다. 스마트워치 10만분의 1 전력으로 '생각'하다 몸체보다 더 큰 난관은 '두뇌'였다. 좁쌀보다 작은 로봇 표면에 태양전지를 붙이고 나면, 연산 장치(컴퓨터)를 넣을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게다가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전력은 고작 75나노와트(nW). 이는 스마트워치 구동 전력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극미량이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해결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컴퓨터' 제작 기록을 보유한 미시간대 데이비드 블라우(David Blaauw) 교수팀이었다. 그들은 기존 반도체 회로 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연구진은 초저전압에서 작동하는 특수 회로를 설계해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1000배 이상 줄였다. 미스킨 교수는 "자율 로봇을 1만 배 더 작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1㎜ 미만 크기의 로봇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였고, 이 분야는 사실상 40년 가까이 같은 벽에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의 압축'이다. 보통 로봇을 움직이려면 복잡한 명령어 세트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추진 제어에 필요한 수많은 단계를 단 하나의 특수 명령어로 압축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메모리 공간에 운영체제(OS)를 구겨 넣는 혁신을 통해, 로봇은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와이파이 대신 '꿀벌의 춤'으로 대화한다 이 초미세 로봇은 섭씨 0.3도 수준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세포 단위의 미세 환경에서 온도 변화는 암세포의 증식이나 염증 반응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그렇다면 로봇은 감지한 정보를 어떻게 인간에게 전달할까. 무선 통신 칩을 넣을 공간도, 전력도 없는 상황에서 연구진은 자연에서 힌트를 얻었다. 바로 '꿀벌의 춤(Waggle Dance)'이다. 로봇은 온도 데이터를 전송하고 싶을 때, 빛의 펄스에 맞춰 특정한 패턴으로 몸을 흔드는 '춤'을 춘다. 연구진은 현미경 카메라로 이 움직임을 촬영해 데이터를 해독한다. 전파 대신 움직임으로 대화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다. 또한 각 로봇에는 고유 주소(ID)가 부여되어 있어, 수천 마리의 로봇 떼에 각기 다른 임무를 부여하는 '미시적 분업'도 가능하다. 1센트의 혁명…"내구성은 피펫을 통과할 정도" 이 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확장성'과 '양산성'에 있다. 기존의 마이크로 로봇들이 실험실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고가의 장비였다면, 이번 로봇은 반도체 공정을 통해 웨이퍼 위에서 한 번에 수백만 개를 찍어낼 수 있다. 개당 제작 비용은 약 1센트(약 14원) 수준이다. 내구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연구원이 주사기(피펫)로 로봇을 빨아들여 다른 용기로 옮겨도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이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주사기를 통해 인체에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스킨 교수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기계에 뇌와 감각, 근육을 모두 집어넣고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작동시켰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우리는 이 플랫폼 위에 어떤 지능과 기능을 더 얹을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포급 자율 로봇의 등장은 의료와 제조 산업의 경계가 무너짐을 의미한다. 혈관 속을 헤엄치며 개별 세포를 수리하는 '나노 의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를 조립하는 '마이크로 공장'이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는 이제 물질을 다루는 손길을 원자 단위에 가깝게 뻗을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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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8)] "물 속 헤엄치듯"⋯뇌와 근육 가진 '세포급 자율 로봇'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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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9)] 블랙홀 주변 시공간 흔들림 첫 포착⋯아인슈타인 예측 100년 만에 실증
- 천문학자들이 회전하는 블랙홀 인근에서 시공간 자체가 흔들리는 현상을 처음으로 직접 관측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보도했다. 별이 블랙홀에 의해 파괴되는 극적인 순간에 포착된 이번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핵심 효과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관측이 극히 어려운 우주 현상을 추적해온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과 영국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소용돌이 왜곡을 최초로 직접 검출했다고 밝혔다. 회전 블랙홀이 시공간을 끌어당기는 '프레임 드래깅' 이 현상은 '렌즈–시링 프리세션(Lense–Thirring precession)'으로 불리며, 일반적으로 '프레임 드래깅(frame-dragging)'으로 알려져 있다.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비틀어 끌어당기면서 인근의 물질과 천체 궤도가 서서히 흔들리는 효과를 뜻한다. 연구는 중국과학원 산하 국가천문대가 주도했으며,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에 접근했다가 파괴된 별의 흔적을 관측한 '조석파괴사건(TDE)' 천체인 AT2020afhd를 집중 연구했다. 별의 붕괴가 드러낸 회전 원반과 제트의 동조 흔들림 별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찢겨나가면서 잔해는 블랙홀 주변에 빠르게 회전하는 원반을 형성했고, 동시에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는 강력한 제트가 방출됐다. 연구진은 X선과 전파 신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원반과 제트가 함께 흔들리는 '공동 프리세션' 현상을 확인했다. 이 흔들림은 약 20일 주기로 반복됐으며, 이는 회전 블랙홀이 시공간을 비틀어 만드는 프레임 드래깅 효과의 명확한 관측 신호로 해석됐다. 한 세기 전 예측, 관측으로 입증되다 이 효과의 개념은 1913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제시했고, 1918년 렌즈와 시링이 수학적으로 정식화했다. 이번 관측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주요 예측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블랙홀의 회전 속도와 물질 유입 과정, 제트 생성 메커니즘을 연구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동 저자인 카디프대 코시모 인세라(Cosimo Inserra) 박사는 "이번 연구는 회전하는 블랙홀이 시공간을 끌어당긴다는 프레임 드래깅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며 "100년 넘게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예측을 실제 관측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물리학자들에게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AT2020afhd는 기존에 연구된 조석파괴사건과 달리 단기적인 전파 신호 변동을 보였고, 이는 단순한 에너지 방출로 설명되지 않았다"며 "이 점이 시공간 왜곡 효과를 확신하게 만든 결정적 단서였다"고 설명했다. X선·전파 망원경으로 포착한 시공간의 흔들림 연구진은 프레임 드래깅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닐 게럴스 스위프트 천문대(Swift)의 X선 자료와 미국 칼 G.얀스키 초대형전파망원경(VLA)의 전파 관측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다. 여기에 전자기 분광 분석을 통해 블랙홀 주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규명함으로써, 관측된 현상이 이론적 예측과 부합함을 확인했다. 인세라 박사는 "회전하는 블랙홀이 시공간을 끌어당기는 과정을 실제로 관측함으로써, 그 물리적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회전하는 전하가 자기장을 만드는 것처럼, 거대한 질량을 가진 회전 천체가 중력자기장(gravitomagnetic field)을 형성해 주변 천체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블랙홀 물리학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극한 현상을 탐구할 새로운 관측 창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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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9)] 블랙홀 주변 시공간 흔들림 첫 포착⋯아인슈타인 예측 100년 만에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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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현대차 제네시스 G90 483대 리콜⋯은색 도장 알루미늄 성분 탓에 ADAS 오작동
-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오작동 가능성으로 제네시스 고급 브랜드 대형 세단 G90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 특정 외장 색상(세빌 실버·은색 도장)에 포함된 알루미늄 성분이 레이더 신호에 간섭을 일으켜 오인식 제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 8일(현지시간) 자동차전문매체 오토이볼루션에 따르면 미국 현대자동차는 '세빌 실버(Savile Silver)' 색상이 적용된 일부 G90 차량에서 전측 코너 레이더 신호가 범퍼 도장 내 알루미늄 성분에 반사되면서 차량 전방 범퍼 빔을 통과해 반대 차선의 물체를 장애물로 잘못 인식하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 작동 중 불필요한 자동 제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측 코너 레이더는 앱티브 코리아(Aptiv Korea)가 공급하고 있으나, 문제의 도장 사양에 대한 공급사는 이번 리콜 문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2025년 2월, 2024년식 G90에서 허위 차량 인식 사례가 접수되면서 해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5년 7월 말까지 세빌 실버 색상의 전면 범퍼 커버가 장착된 G90에서만 동일한 오인식 현상이 재현됐다. 해당 색상 코드는 'SSS'로 분류된다. 2023년 4월 24일부터 2025년 4월 2일까지 현대차가 접수한 관련 허위 감지 사례는 총 11건이다. 현대차는 안전을 위해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리콜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했다. 개선 조치는 전측 범퍼 빔을 레이더 신호가 통과되지 않도록 밀봉 처리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차는 2025년 11월 2일부로 세빌 실버 색상 공급을 일시 중단했으며, 향후 개선된 전면 범퍼 빔이 적용된 이후 해당 색상을 재도입할 방침이다. 딜러사에는 2026년 1월 30일 관련 공지가 전달되고, 고객에게는 같은 날부터 1종 우편을 통해 리콜 안내서가 발송된다. 대상 차대번호(VIN)는 2025년 12월 3일 제네시스 소비자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G90은 한국에서 'EQ900'으로 판매되던 차량의 후속 모델로, 현대차의 기존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대체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현재 2025~2026년형 G90은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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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현대차 제네시스 G90 483대 리콜⋯은색 도장 알루미늄 성분 탓에 ADAS 오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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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 완료⋯27일 새벽 비상 준비 태세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5일 네 번째 발사를 앞두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위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오후 1시 36분, 누리호의 발사대 기립 및 고정 작업이 최종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누리호는 전용 이송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조립동을 출발했으며, 약 1시간 42분에 걸쳐 1.8km 떨어진 제2발사대로 이동했다. 당초 오전 7시 40분에 예정됐던 이송은 비 예보로 1시간 20분 지연됐다.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기립장치 '이렉터'를 통해 수직으로 세워진 뒤, 4개의 고정 고리를 갖춘 지상고정장치(VHD)에 의해 단단히 고정됐다. 이 장치는 발사 직전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항우연은 "누리호의 전원 및 추진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컬 연결과 기밀 점검 등 발사 준비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발사대 설치 작업은 오늘 늦은 시각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기상 상황에 따라 일부 절차가 내일 오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발사 시각이 27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일정 조정의 여유는 충분한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은 내일 오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추진제 충전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기술적 준비 현황, 기상 여건, 발사 윈도우(발사 가능 시간대),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 최종 발사 시각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우주항공청은 오는 27일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우주환경 관측과 생명과학 실증 연구를 위한 첨단 탑재체가 포함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위성에는 오로라 발생 영역과 변화를 고해상도로 포착할 수 있는 '오로라 및 대기광 관측기(ROKITS)'가 실렸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우경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이 장비는 700㎞에 이르는 광시야를 갖추고 있어 기존 관측이 어려웠던 자정 무렵(태양 반대편)의 오로라 활동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주환경 변동 예측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할 전망이다. 특히 태양활동이 11년 주기의 극대기에 진입한 가운데, 이달 초 강력한 흑점 폭발이 발생하면서 낮은 위도 지역까지 오로라가 확장되는 등 우주환경 연구에 최적의 여건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유광선 박사팀이 제작한 '전리권 플라스마 및 자기장 관측기(IAMMAP)'도 함께 탑재됐다. 이 장비는 고도 100~1000㎞ 구간의 전리권에서 플라스마 밀도와 자기장 변화를 동시에 측정해, 태양폭발이나 대기 요동으로 인한 통신장애 및 GPS 오차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우주생명과학 분야의 독립적 연구를 목표로 개발된 '바이오캐비넷(Bio Cabinet)'도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실린다. 한림대학교 박찬흠 교수 연구팀이 설계한 이 장치는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세포 배양과 3차원(3D) 프린팅이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역분화 심장 줄기세포를 3D 프린팅한 뒤 조직의 자발적 수축 여부를 관찰하고, 편도유래 줄기세포를 혈관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이번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탑재된 바이오캐비넷 실험은 우리나라가 저궤도 미세중력 환경에서 자체 위성을 이용해 수행하는 첫 우주의학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우주환경 관측과 미세중력 기반 연구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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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 완료⋯27일 새벽 비상 준비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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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BMW 생산라인 누빈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3만대 조립 후 '은퇴'
-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 라인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험 가동 후 은퇴해, 산업 현장에 대규모 로봇 투입 시대를 예고했다. 미국 로봇기업 피겨AI(Figure AI)가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 02(Figure 02·F.02)'의 공식 운용 종료를 발표했다고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피켜AI는 이날 성명을 통해 "피겨.02가 BMW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1개월간 실전 투입된 뒤 은퇴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실제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산업 현장 테스트였다. 피겨 02는 운용 기간인 11개월 동안 BMW X3 차량 3만여 대의 생산에 참여하고, 9만여 개의 금속 패널을 적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겨AI는 로봇의 몸체에 긁힘 자국과 오염 흔적이 남은 손 사진을 공개하며 "이는 실전 투입의 증거이자 산업 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브렛 애드콕 최고경영자(CEO)는 "F.02는 단순한 시연용이 아니라 실제 조립라인에서 장시간 근무하며 인간과 협업한 첫 세대 휴머노이드"라고 평가했다. 회사에 따르면, 로봇은 금속 부품을 용접 고정 장치에 정확히 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5㎜ 오차 범위 내에서 부품을 다루며 사이클 타임은 84초, 그중 적재 과정은 37초로 측정됐다. 작업 정확도는 99% 이상을 유지했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동안 10시간 교대 근무 일정에 따라 배치됐다. 총 운용 시간은 1250시간, 이동 거리는 약 320㎞(200마일)에 달했다. 피겨AI는 "F.02 운용 과정에서 팔의 케이블 및 제어 장치 과열 등 기술적 한계를 확인했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모델 '피겨 03(Figure 03)'에서는 손목부 배선과 분배 보드를 제거하고 메인컴퓨터와 직접 연결하는 구조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번 'F.02 은퇴'는 파일럿 단계를 마치고 상용화 단계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피겨AI는 "F.02를 통해 로봇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위한 최소 조건을 확인했다"며 "피겨 03은 대규모 생산과 실제 산업 배치에 최적화된 모델로, 인간과 로봇의 협업 시대를 한층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피켜 03은 이미 대규모 배치 준비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지리자동차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닝보 스마트 팩토리에서 UB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 라이트((Walker S Lite)'를 적재·운반 작업에 투입했다.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은 아마존 물류 및 제조 현장 등에 상업적으로 배치해, 물류창고 등에서 물체 운반 및 적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커-UB테크 사례와 같이 전기차 스마트공장에서 적재·운반 등에 휴머노이드가 투입된 것은 제조업이 기존에 인간과 로봇팔이 혼합체로 운영되던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 디짓의 경우처럼 로봇이 물류창고·제조 현장에서 "트럭 운반→적재→이동"처럼 인간이 담당해왔던 동적이고 가변적인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가 제조·물류 자동화의 '다목적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ey Insights] BMW 생산 라인에서 증명된 휴머노이드의 실전 능력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 양날의 검이다. 로봇이 인간의 정밀 조립 영역까지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력난 해소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제조 숙련공의 입지를 위협하는 '기술적 실업'의 공포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 로봇 도입을 넘어 로봇과 인간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협업 표준'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고난도 하드웨어 제어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풀스택 로봇 기술' 확보 여부가 미래 제조업 패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Summary] 미국 피겨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 02'가 BMW 공장에서 11개월간의 실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은퇴했다. 3만 대 이상의 차량 조립에 참여해 99%의 작업 정확도를 기록한 이번 사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결정적 계기로 평가받는다. 피겨AI가 대규모 배치를 위한 차세대 모델 출시를 예고하고 중국과 아마존 등에서도 로봇 투입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업 자동화는 이제 인간의 동작을 완벽히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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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BMW 생산라인 누빈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3만대 조립 후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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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기능 강화한 스마트폰 '픽셀10 시리즈' 출시
-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열고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픽셀10' 시리즈를 공개했다. 경제전문방송 CN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치열해지고 있는 AI 기기 경쟁 속에 제미나이 기능이 포함된 구글 픽셀10 프로 등 여러 제품들을 선보였다. 구글은 2023년부터 픽셀폰에 AI를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이를 한 차원 더 강화했다. 픽셀10 시리즈에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기기에 저장된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가져와 표시하는 '매직 큐', AI가 화면에 보이는 것을 실시간으로 설명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이 도입됐다. 사진 장면을 설명하고 각도와 조명을 추천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합쳐 가장 잘 나온 사진을 만드는 '카메라 코치' 기능도 탑재됐다.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XL은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결합해 해상도를 최대 100배까지 확대해 몇 ㎞ 떨어진 물체의 세부 사항까지 포착할 수 있다. 접을 수 있는 프로 폴드에는 8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와 이중 충격 방지 필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고강도 힌지가 적용됐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또 스플릿 스크린 기능을 통해 한쪽에서 항공편을 검색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호텔을 예약하는 등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기본 모델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799달러에 책정됐다. 프로 모델은 999달러, 프로XL과 프로 폴드는 각각 1199달러와 1799달러부터 시작한다. 구글은 그동안 가을에 최신 스마트폰을 공개해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8월에 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AI 기능을 앞세워 9월 출시되는 애플의 새 아이폰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픽셀폰은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기능을 직접 탑재하고 아이폰과의 비교에서 안드로이드의 장점을 강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업계 최강 수준의 AI 모델 중 하나인 제미나이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AI 기능 탑재가 늦어지고 있는 애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애플의 AI 음성 비서 시리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구글은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이달 초 공개한 광고에서는 "곧 출시될 기능으로 새 스마트폰을 산다면 그 '곧'을 1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휴대전화를 바꿀 것인지 생각해 보라"며 애플의 시리 업데이트 지연을 겨냥하기도 했다. 다만 구글 픽셀폰은 한국 시장에서는 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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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기능 강화한 스마트폰 '픽셀10 시리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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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7)] NASA, 태양 대기에서 '헬리시티 장벽' 첫 발견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가 태양 외곽 대기인 코로나(corona)에서 '헬리시티 장벽(helicity barrier)'으로 불리는 새로운 물리적 구조의 증거를 포착했다. 이는 1939년 이후 물리학계가 85년 동안 풀지 못했던 태양 대기 고온 현상, 이른바 '코로나 가열 문제(coronal heating problem)'의 해명을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18년 발사돼 지금까지 24차례에 걸쳐 태양에 근접 비행을 수행했으며, 지난 6월에는 인류가 제작한 물체 중 최고 속도인 시속 69만2000km(430,000마일)를 기록하며 태양 대기 깊숙이 접근했다. 이 탐사선은 태양의 대기 구조, 태양풍 가속 원인, 플라스마 거동 등 태양물리학의 핵심 난제를 규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태양은 중심부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시키며 약 1,500만℃의 온도를 발산하지만, 외부 대기인 코로나는 표면 온도(약 5,500℃)보다 훨씬 높은 200만℃ 이상으로 측정된다. 고온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온도가 높아지는 이 현상은 기존 열역학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기존 이론은 코로나 내 난류 또는 이온 사이클로트론 파(ion cyclotron wave) 같은 자기파에 의한 에너지 전달을 가열 원인으로 제시해왔지만, 각 이론은 전자와 이온의 온도 차이 또는 파의 생성량 부족 등 결정적인 설명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헬리시티 장벽' 이론은 이러한 기존 가설들의 결점을 상호 보완해주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이를 물이 산을 따라 흐르다 댐에 가로막혀 에너지가 특정 방식으로 전환되는 현상에 비유했다. 즉, 헬리시티 장벽은 전자의 직접 가열을 차단하고 에너지를 이온 사이클로트론 파로 우회시켜 이온 가열을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로망 메이랑 박사(영국 퀸메리 런던대)는 "헬리시티 장벽이 존재하면 난류 소산 구조가 변화하며, 플라스마 가열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파커 탐사선이 수집한 태양풍 자기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열에너지 대비 자기에너지가 높은 조건에서 장벽 형성이 가능함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실제로 해당 조건에서 자기장 요동이 예측대로 변화함을 관측했다. 이 조건은 태양 근접 환경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은 '피지컬 리뷰 X(Physical Review X)'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논문 저자이자 퀸메리 런던대 우주플라스마물리학 리더인 크리스토퍼 첸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난류 소산의 근본 물리와 태양풍 가속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켰으며, 향후 우주 기상(space weather) 예측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우리 태양뿐 아니라, 자기적 구조와 고온 플라스마가 공존하는 외부 우주 환경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잭 맥킨타이어 박사과정 연구원은 "헬리시티 장벽 개념은 코로나 내 수소 이온이 전자보다 항상 뜨거운 이유를 설명하며, 우주 플라스마의 보편적 난류 특성 이해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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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7)] NASA, 태양 대기에서 '헬리시티 장벽'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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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대서양 나노플라스틱 오염, 기존 추정치 훌쩍 넘어⋯'보이지 않는 공포'
- 대서양에 나노플라스틱이 무려 2700만톤이나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 연구진이 북대서양 전역에서 해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인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나노플라스틱'이 해양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특히 수면 근처와 유럽 해안 인근에서 고농도로 발견됐다.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사이멕스(scimex), 유렉얼랏, 뉴욕타임스 등 다수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 유렉얼럿에 따르면 로열 네덜란드 해양연구소(NIOZ)와 위트레히트 대학교가 시행한 연구는 해양 나노플라스틱 양에 대한 최초의 추정치를 제공한다. 이번 조사는 NIOZ와 위트레히트 대학교를 포함한 공동 연구팀이 북대서양 12개 지점에서 다양한 수심에서 채취한 해수 시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수면에서 10미터 깊이의 해수 1세제곱미터(m³)당 평균 18.1밀리그램의 나노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 해안 인근의 샘플에서는 이보다 높은 25밀리그램의 농도가 측정됐다. 해저 부근에서는 평균 5.5밀리그램 수준이었다. NIOZ 연구원이자 위트레흐트 대학교 지구화학 교수인 헬게 니만은 "해수에 나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이 몇 편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 양을 추정할 수 없었다"며 해양 과학자들과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대기 과학자 두샨 마테리치(Dušan Materić) 박사의 지식이 힘을 합쳐 이 최초의 추정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두샨 마테리치 박사팀은 특히 북대서양 수면 1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나노플라스틱의 총량이 2,7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그간 전 세계 바다 전체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나노플라스틱 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해양 오염에 대한 기존 추정이 매우 심하게 과소평가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노플라스틱은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1μm, 1000분의 1mm) 이하인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바다에서 자외선과 파도 등의 물리적 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과 달리 생물학적 장벽을 쉽게 통과할 수 있어 어류 등 해양 생물체 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대서양에 축적된 플라스틱 질량 중 대부분은 나노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니만과 동료들은 예를 들어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니만은 "예를 들어, 나노플라스틱에서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다른 분자에 의해 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나노플라스틱이 다른 바다에도 풍부한지 알고 싶다.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니만은 바닷물 속 나노플라스틱의 양이 중요한 미비점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닷물에 존재하는 나노플라스틱은 결코 정화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는 적어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의 양적·질적 위협을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나노 단위 오염물질이 해양 생물과 먹이사슬, 나아가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다 정밀한 모니터링과 국제적 규제 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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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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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대서양 나노플라스틱 오염, 기존 추정치 훌쩍 넘어⋯'보이지 않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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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1)] 바이러스인가 세포인가⋯생명의 정의 뒤흔드는 '스쿠나아르카에움' 발견
- 기존 생명의 규칙을 깨는 새로운 생물체가 발견됐다. 과학계가 '생명'의 경계를 다시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생명과 무생물을 넘나드는 이 유기체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완전한 세포도 아니면서,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녀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캐나다와 일본 공동 연구팀이 발견한 이 유기체 '스쿠나아르카에움 미라빌레(Sukunaarchaeum mirabile)'는 바이러스처럼 숙주에 기생하지만, 세포처럼 스스로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능력을 가졌고, 생명과 비생명의 정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교 하라다 료 분자생물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은 거의 우연히 이 생물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해양 플랑크톤 '키타리스테스 레기우스(Citharistes regius)'의 게놈을 연구하다, 기존에 알려진 어떤 생물과도 다른 독특한 DNA 고리를 찾아냈다. 분석 결과 이 유기체는 고세균(Archaea)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세균은 겉모습은 박테리아와 비슷하지만, 유전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생물 그룹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크게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인간과 동식물 포함) 세 영역으로 나누는데, 놀랍게도 인간은 세균보다 고세균과 더 가깝다. 기존 상식 파괴한 '초소형 유전체' 스쿠나아르카에움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유전 정보의 총량, 즉 게놈(Genome)의 크기가 극도로 작다는 점이다. 이 생물의 게놈은 DNA를 이루는 글자인 '염기쌍'이 23만 8000개에 불과하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고세균의 게놈(49만 염기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다. 이렇게 축소된 게놈은 자신을 복제하는 데 필요한 기구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아 강박적인 복제에의 집중을 드러낸다. 이 유기체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대부분의 대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생존과 증식을 위해 숙주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바이러스와 달리, 생명 활동의 핵심인 리보솜과 메신저 RNA를 스스로 만드는 유전자를 가졌다. 생명체의 모든 정보는 DNA라는 거대한 설계도에 담겨있다. 이 설계도 원본(DNA)에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한 사본이 메신저 RNA이며,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은 이 사본을 보고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바이러스는 이 공장과 사본을 모두 숙주에게서 훔쳐 써야 하지만, 스쿠나아르카에움은 스스로 공장을 짓고 사본을 만들 능력이 있는 셈이다. 생명의 정의, 경계에 서다 연구팀은 생물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유기체의 게놈은 극도로 축소돼 인식 가능한 거의 모든 대사 경로가 없으며, 주로 DNA 복제, 전사, 번역 같은 복제 핵심 기제를 암호화하는 정보만 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전사는 DNA 설계도를 메신저 RNA로 복사하는 과정, 번역은 메신저 RNA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어 "이는 숙주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대사 의존성을 시사하며, 최소한의 세포 생명과 바이러스의 기능상 구분에 도전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서는 통상 스스로 번식하고 성장하며 에너지를 만드는 단세포 생물 이상을 생명으로 정의했다. 이 때문에 숙주 없이는 아무 활동도 못 하는 바이러스는 생명과 무생물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존재로 여겼다. 스쿠나아르카에움의 등장은 이 회색지대의 폭을 더욱 넓혔으며,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에 있는 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포 진화의 비밀 풀 열쇠 될까" '스쿠나아르카에움'의 존재는 자연이 인간의 엄격한 정의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발견은 세포 생명체와 바이러스의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넓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스쿠나에르카에움의 발견은 세포 생명의 기존 경계를 허물고, 미생물 상호작용 안에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광대한 생물학적 신비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생 시스템을 추가로 탐사하면 훨씬 더 특별한 생명 형태를 드러내 세포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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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1)] 바이러스인가 세포인가⋯생명의 정의 뒤흔드는 '스쿠나아르카에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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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2)] 스위스 연구진, CO₂ 흡수하는 생체 건축 소재 개발
- [신소재 신기술(182)] CO₂ 흡수하는 생체 건축 소재, 스위스 연구진 개발 스위스 연구진, CO₂ 흡수하는 광합성 '생체 건축 소재' 개발…건축 외피 활용 가능성 제시 스위스 연방취리히공과대학(ETH 취리히) 연구진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해 고체 무기물로 전환하는 광합성 기반 '생체(living) 소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소재는 향후 건축물 외벽에 적용돼 건축물 자체가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구조물로 기능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과학 기술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이 소재는 청록색조류(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를 고수분 젤(hydrogel) 기반의 3D 프린팅 소재 내부에서 배양한 구조로, 빛, 물, CO₂를 흡수해 산소와 유기물을 생성하는 광합성 기능을 갖췄다. 특히, 칼슘 및 마그네슘 등 영양분이 공급될 경우, CO₂를 흡수해 탄산염 결정체(예: 석회석)로 전환해 무기 탄소 형태로 고정하는 특성이 있다. ETH 취리히 고분자공학과 마크 티빗(Mark Tibbitt) 교수는 "이 소재는 바이오매스뿐 아니라 무기질 형태로도 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건축물의 외피에 적용될 경우 건물 자체가 탄소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따르면, 해당 소재는 400일 동안 CO₂를 지속적으로 흡수해 1g당 약 26mg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기존의 생물학적 탄소 포집 방식보다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소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가 단단해지고 색도 짙어지며, 초기에는 젤 형태였지만 무기질 격자가 형성되며 기계적 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가 강화 성질이 건축 재료로의 적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4월 23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이 소재의 기반은 다공성 하이드로겔로, 내부에서 청록색조류가 광합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빛과 기체 투과성을 확보한 구조다. 연구팀은 해수 성분의 인공 용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광합성과 무기화 반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조건을 조성했고, 가장 적합한 생존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3D 구조를 실험했다. 공동 연구자인 ETH 취리히 박사과정 연구원 이판 추이(Yifan Cui)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로, 미약한 빛만으로도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활용해 바이오매스를 생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연구는 해당 소재를 실제 건물 외피에 적용하기 위한 영양분 공급 방식과 유전적 개량을 통한 광합성 효율 제고 방안 등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특히 연구진은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 전시회에서 이 소재를 1년간 최대 18kg의 CO₂를 흡수하는 나무 모양의 구조물로 구현해 시연한 바 있다. 티빗 교수는 "이번 생체 소재는 저에너지·친환경적 탄소 고정 방식으로, 기존의 화학적 포집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도시 환경에서의 탄소저감 수단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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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2)] 스위스 연구진, CO₂ 흡수하는 생체 건축 소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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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DK, 스마트안경 소프트아이 매수
- 일본 스마트폰 부품사 TDK는 19일(현지시간) 스마트안경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소프트아이사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닛케이(日本經濟新聞) 등 외신들에 따르면 TDK는 인공지능(AI)관련에 대한 투자로 성장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조치로 소프트아이사를 매수했다. 소프트아이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를 거점으로 아이트랙킹(시선추적)과 물체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소프트아이 창업자겸 최고경영자( CEO) 리대원은 한국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대기업 퀄컴에서 임원으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정통한 관계자는 매수액은 1억 달러 미만이라고 전했다. 기술기업 각사들이 스마트폰 다음 하드웨어를 찾을려고 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스 등은 사용자와 주변환경과의 대화를 AI로 실현하는 스마트안경에 주력하고 있다. 스냅은 내년 소비자용 스마트안경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알파벳 산하 구글이 자사의 개발자회의에서 스마트안경에 관련한 내용을 내놓았다. 퀄컴도 스마트안경용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TDK는 이전 카세트테잎 제조사 알려졌지만 현재는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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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DK, 스마트안경 소프트아이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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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로봇·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위한 AI '월드 모델' 출시
-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은 11일(현지시간) 3D 환경과 물리적 객체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AI) '월드 모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월드 모델'은 AI가 물리적 세계의 규칙을 배우고 스스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메타는 '브이-제파2(V-JEPA 2)'라는 이름의 자체 모델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세계의 논리를 토대로 AI가 실제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며 이를 통해 AI가 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계획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공이 테이블에서 굴러떨어지면 낙하한다는 것을 이해하거나, 시야에서 물체가 사라지더라도 잠깐 어딘가에 가려졌을 뿐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는 물리적 세계의 원리를 AI가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메타는 이 모델이 물리적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움직이는 배달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 등의 기술 개발에 큰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기계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언어를 이해하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며 이 모델이 기존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드 모델은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현실의 추상적인 '디지털 트윈'과 같다"며 "이를 통해 AI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 앱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넘어서는 기술을 모색하면서 월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선도적인 AI 연구자 페이페이 리는 지난해 9월 물리적 세계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대규모 월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월드 랩스(World Labs)'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2억3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구글의 AI 조직인 딥마인드는 게임과 3D 환경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제나이(Genie)'라고 불리는 자체 월드 모델을 개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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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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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로봇·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위한 AI '월드 모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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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바다거북 한 마리, 플라스틱 26.4g 삼킨다⋯해양은 쓰레기 저장소
- 바다거북 몸속에 플라스틱이 최소 탁구공 10개(약 26g) 분량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년 수천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여전히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과학계는 해수면, 수중, 심해 등 여러 해양 공간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분포를 수년간 추적해왔으나, 정작 해양 생물체 내부에 축적된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연구가 국제 학술회의인 '제56회 달·행성과학 콘퍼런스(LPSC 2025)'에서 발표됐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얼마나 바다생물의 몸속에 저장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녹색바다거북(green sea turtle)을 사례종으로 선정하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섭취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암컷 녹색바다거북이 몸속에 저장한 플라스틱은 총 6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대형 쓰레기 수거차 한 대 분량과 맞먹는다. 개체별로는 바다거북 1마리당 평균 26.4그램의 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탁구공 10개에 해당하는 무게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바다거북의 섭식 위치, 서식지의 위도, 인근 국가의 사회·경제적 수준, 개체의 생태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특히 적도 인근 지역에서 먹이를 찾는 개체일수록 플라스틱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았고, 폐기물 관리 체계가 미비한 국가 인근 해역일수록 오염도가 높았다. 거북의 생태적 습성도 영향을 미쳤다. 가령, 가죽등바다거북(leatherback turtle)은 젤리류를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풍선 조각이나 비닐을 먹이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녹색바다거북은 성체가 되면 주로 해조류나 해초를 섭취하며 연안 지역에 정착한다. 이러한 차이는 각 종의 플라스틱 노출 수준과 체내 축적량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바다거북 7종 중 6종이 '취약(Vulnerable)' 이상 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해양 생태계 변화에 민감하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다거북은 단순한 피해종이 아닌,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축적지를 구성하는 일종의 '이동형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다거북은 섭식 활동 중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비닐봉지, 낚시줄, 스티로폼 조각, 식품 포장재, 원재료 펠릿 등)을 삼킬 수 있으며, 이는 장기 내벽 손상, 소화불량, 영양실조, 폐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북이 그물이나 로프 등에 얽히는 사례도 잦다. 이번 연구는 바다거북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향후 다른 해양 생물종을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통해 전 세계 해양 생태계 전체에 저장된 플라스틱 총량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양 생물들이 생존과 이동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함께 이동시킴으로써, 무의식적 '플라스틱 수송체'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정밀한 모델링을 위해, 바다거북을 포함한 다양한 종에 대한 정기적인 생태 모니터링과 표준화된 자료 공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료는 향후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Global Plastics Treaty) 수립 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플라스틱의 종착지는 해안선이 아니라 생명체의 내부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버린 플라스틱이 결국 어떤 방식으로 돌아오는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순환의 실체를 이해하려면, 생물 내부의 플라스틱 보유량 추적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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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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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바다거북 한 마리, 플라스틱 26.4g 삼킨다⋯해양은 쓰레기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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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6)]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눈 감아도 보는 '초시력' 콘택트렌즈 개발
- 눈을 감고도,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초능력'이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 연구팀이 개발한 특수 콘택트렌즈를 끼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영역을 감지해, 마치 초능력처럼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알아볼 수 있다. 이 렌즈는 따로 전원 장치나 부피 큰 장비 없이 작동하고, 투명해 일상생활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눈을 감았을 때 적외선 투과율이 높아져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톈쉐 교수(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눈에 보이는 빛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톈쉐 교수는 "우리 연구는 사람들에게 초시력을 주는 비침습 착용 기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이 물질은 보안, 구조, 암호화 또는 위조 방지 환경에서 정보를 보내는 등 바로 쓸 수 있는 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5년 5월 22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나노기술, 보이지 않는 빛을 포착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400에서 700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미터)로, 전체 전자기 스펙트럼의 0.01%도 안 된다. 연구팀의 위첸 마 박사는 "적외선으로 존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절반 넘게 사람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와 벌, 순록, 쥐 등은 사람이 못 보는 자외선을 볼 수 있고, 일부 뱀이나 흡혈박쥐는 원적외선(열 방사선)을 감지해 사냥에 사용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의 핵심 기술은 '상향변환 나노입자'다. 이 특수 제작 나노입자는 사람의 시각 범위를 바로 벗어난 800에서 1600nm 영역의 근적외선을 흡수한 뒤, 이를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400에서 700nm 범위의 보이는 빛으로 바꿔준다. 앞선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 나노입자를 쥐의 망막 아래에 바로 넣어 근적외선 시력을 주는 데 성공했지만, 이 방식은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노입자를 표준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쓰는 부드럽고 독성 없는 중합체와 합쳐, 콘택트렌즈에 바로 심는 훨씬 덜 침습적인 방법을 썼다. 쥐·사람 실험으로 '적외선 시력' 확인 연구팀은 먼저 개발한 콘택트렌즈가 독성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기능 실험을 했다. 렌즈를 낀 쥐는 적외선을 비추는 상자 대신 어두운 상자를 고르는 행동을 보였고, 적외선에 노출되자 동공이 줄어들었으며 뇌의 시각 처리 부분이 활성화하는 생리 신호도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쥐가 적외선을 실제로 감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 대상 실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적외선 콘택트렌즈를 끼자 깜빡이는 모스 부호 같은 적외선 신호를 정확히 알아채고, 적외선이 오는 방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톈쉐 교수는 "결과는 뚜렷하다. 콘택트렌즈 없이는 실험 참가자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렌즈를 끼자 적외선의 깜빡임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톈쉐 교수는 이어 "실험 참가자가 눈을 감았을 때 이러한 깜빡이는 정보를 훨씬 더 잘 받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근적외선이 보이는 빛보다 눈꺼풀을 더 잘 뚫고 들어가서 보이는 빛에서 오는 간섭이 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색깔로 구분하고 색맹도 돕는 '맞춤형 시각' 이 콘택트렌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적외선 파장을 각기 다른 색깔의 보이는 빛으로 바꿔 사용자가 더 많은 세부 정보를 알아보게 한다. 예를 들어, 980nm의 적외선 파장은 파란색으로, 808nm는 녹색으로, 1532nm는 빨간색 빛으로 바뀐다. 이러한 색깔 넣기 기능은 적외선 스펙트럼 안의 세부 정보를 더 잘 파악하게 할 뿐 아니라, 특정 파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색맹인 사람이 그 파장을 볼 수 있도록 돕는 데 응용할 수 있다. 톈쉐 교수는 "이 기술은 빨간색 가시광선을 녹색 가시광선과 비슷한 색으로 바꿔서 색맹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시력' 상용화 길, 감도 향상이 관건 다만 현재 나온 콘택트렌즈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망막에 매우 가까이 있어서 빛이 바뀌는 과정에서 광입자가 흩어지면서 미세한 부분을 잡아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려고 연구팀은 같은 나노입자 기술을 쓴 안경 형태 착용 시스템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더 높은 해상도의 적외선 정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현재 렌즈는 LED 광원이 내보내는 비교적 강한 적외선만 감지할 수 있어서, 자연 상태의 약한 적외선이나 물체가 내뿜는 원적외선(열)을 감지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다. 즉, 영화에서처럼 사람이나 동물의 체온을 감지하는 열 영상 시각 기능은 아직 없다. 연구팀은 앞으로 나노입자의 효율과 감도를 더욱 높여 주변의 약한 적외선 빛도 감지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톈쉐 교수는 "재료 과학자들이 더 효율 높은 상향 변환 나노입자를 개발한다면 콘택트렌즈를 써서 주변 적외선을 보는 일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재료 과학자와 광학 전문가와 힘을 합쳐 더욱 정밀한 공간 해상도와 더 높은 감도를 지닌 콘택트렌즈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외선 감지 콘택트렌즈는 '초능력 시력'을 향한 인류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동시에, 보안, 구조 활동에서 비밀 통신, 위조 막는 기술, 색맹 환자를 위한 시각 도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혁신 2030 주요 프로그램과 중국 국가중점연구개발계획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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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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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6)]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눈 감아도 보는 '초시력' 콘택트렌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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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3)] 초강력 자기장 별 '마그네타', 금 등 무거운 원소 새 기원으로 떠올라
-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금이나 은, 백금 같은 귀금속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 아주 특별하고 강력한 사건을 통해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최근까지 유력한 후보는 '중성자별'이라는 매우 무겁고 단단한 천체 두 개가 충돌하며 일으키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또 다른 '공장' 후보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로 '마그네타'라는 초강력 자기장을 가진 특별한 중성자별이 일으키는 거대한 우주 폭발이다. 무거운 원소 기원의 오랜 의문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는 수소,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만 존재했다. 이후 별 내부 핵융합으로 탄소, 산소, 철 등 좀 더 무거운 원소가 생겨났다. 별이 수명을 다하고 폭발(초신성 폭발)할 때 이 원소들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그러나 금, 은, 백금, 우라늄처럼 철보다 훨씬 무거운 원소들은 일반적인 별의 핵융합이나 초신성 폭발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극한의 환경과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r-과정(rapid neutron capture process)'이라고 부른다. 원자핵이 짧은 시간에 중성자를 빠르게 흡수하며 무거운 원소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이 r-과정이 정확히 우주 어디서 일어나는지가 오랜 숙제였다. 2017년, 천문학계는 큰 발견을 했다. 지구에서 약 1억 3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이할 때 남는 핵으로, 각설탕 한 조각 크기가 수억 톤에 달할 정도로 밀도가 높다. 이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시공간이 휘어지는 중력파와 함께 엄청난 빛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킬로노바'라고 부른다. 이 킬로노바 현상 분석 결과, 금, 백금, 납 등 다양한 무거운 원소가 r-과정으로 대량 생성됨을 처음 확인했다. 마치 우주에 있는 거대한 '금 공장'과 같았다. 이 발견으로 중성자별 충돌은 무거운 원소의 주요 기원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킬로노바만으로는 모든 설명이 부족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천문학자 아닐러드 파텔 박사는 "중성자별 합병은 우리 은하의 역사에서 비교적 후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우주 초기에 존재했던 무거운 원소까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r-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특별한 중성자별 '마그네타' 주목 새로운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마그네타'다. 마그네타는 중성자별 중에서도 지구 자기장의 수조 배에 이르는 초강력 자기장을 가진 특별한 천체다. 과학자들은 마그네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정확히 밝히려고 노력 중이며, 우주 탄생 후 약 2억 년 안에 첫 별들과 함께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그네타는 때때로 표면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데, 이를 '거대 플레어(giant flare)'라고 부른다. 이는 마치 지구에서 지진이 일어나듯, 중성자별 표면 아래의 움직임 때문에 지각에 쌓인 스트레스가 터져 나오며 발생하는 '별 지진(starquake)'과 비슷하다. 이 거대 플레어는 태양이 100만 년 동안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단 몇 초 만에 쏟아낼 정도로 강력하며, 별 표면의 물질들을 고속으로 우주 공간에 내뿜는다. 연구팀은 2004년 12월, 인근 마그네타에서 관측된 거대 플레어 데이터에 주목했다. 당시 이 폭발 자체도 엄청났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폭발이 있고 약 10분 뒤 감지된 정체불명 희미한 '잔광(afterglow)' 신호에 있었다. 이 잔광 신호의 정체는 20년간 미스터리였다. '잔광' 신호에서 찾은 결정적 단서 컬럼비아 대학교와 플랫아이언 연구소의 브라이언 메츠거 교수 등 연구진은 마그네타의 거대 플레어가 r-과정을 통해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플레어로 분출된 뜨겁고 중성자가 풍부한 물질 속에서 r-과정이 일어나 금 같은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며, 이 과정에서 특정 감마선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의 에릭 번스 교수는 과거 데이터를 뒤져 2004년 마그네타 플레어의 잔광 신호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이 잔광 감마선 신호의 특징이 연구팀 이론 모델 예측과 거의 완벽히 일치했다. 마그네타 거대 폭발이 r-과정으로 무거운 원소를 생성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나사의 인테그랄(INTEGRAL), 레시(RHESSI), 윈드(Wind) 위성 등 과거 임무 데이터들이 이 발견을 뒷받침했다. 파텔 박사는 "우리 중 누구도 20년 동안 데이터가 그냥 거기에 있었을 것이라고는, 그리고 우리의 이론 예측이 그렇게 완벽하게 일치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우리 휴대폰이나 노트북 속 부품 일부가 우리 은하 역사 속 이런 극한의 폭발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새로운 가능성, 신중론 그리고 미래 이 연구 결과는 r-과정이 중성자별 충돌뿐 아니라 마그네타 거대 플레어 같은 다른 환경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존 카원 교수는 "r-과정이 다른 천체물리 현장에도 존재한다는 좋은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한, 마그네타는 중성자별 충돌에 비해 우리 은하 내에서 더 가까이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 무거운 원소 생성 과정을 더 자세히 연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의 찰스 호로위츠 박사는 "다음 마그네타 거대 플레어에서는 개별 원소를 직접 검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가능성"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2017년 중성자별 충돌에서 방출된 엑스선 발견을 이끌었던 로마 대학교의 엘레오노라 트로야 박사는 이번 마그네타 플레어 증거가 "2017년에 수집된 증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그네타가 만드는 금 생산은 "가능한 설명 중 하나일 뿐이며, 마그네타는 복잡한 천체라 금 대신 다른 가벼운 금속을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금의 새로운 원천을 발견했다기보다는, 생산을 위한 대안 경로를 제안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마그네타 거대 플레어가 우리 은하에 있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약 10% 정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전히 나머지 90%의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다른 과정이나 장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을 탄생시키는 특별한 종류의 초신성 등 다른 후보들도 떠오른다. 파텔 박사는 "이번 발견은 우리를 올바른 그림에 더 가깝게 이끌지만, 다른 가능한 r-과정 장소와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나사의 새로운 감마선 망원경 COSI(콤프턴 분광계 및 영상장치)는 앞으로 마그네타 거대 플레어를 직접 관측하고 생성되는 원소를 식별하여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일상 생활 속 금속들이 사실은 수십억 년 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의 격렬한 사건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탐구를 통해 우리는 우주와 우리 자신의 기원을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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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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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3)] 초강력 자기장 별 '마그네타', 금 등 무거운 원소 새 기원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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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 거점 개소⋯100여 종 로봇에 '기초 동작 45개' 가르친다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이종(異種)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대규모 훈련 거점을 이번달에 공식 개소했다. 상하이 장장(張江) 지역에 위치한 '국가·지방 공동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國家地方共建人形機器人創新中心)'는 총면적 5,000㎡ 규모로,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 등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재 100여 종의 이종 로봇들이 훈련에 투입되어 있으며, 제조·서비스·의료·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복 학습 통한 기초 동작 습득⋯하루 최대 5만 건 데이터 생성 센터는 초기 단계에서 로봇에게 약 45개의 기초 동작, 이른바 '원자적 스킬(atomic skills)'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에는 물체 잡기, 집기, 놓기, 이동하기 등의 기본 행위가 포함되며, 인간 교관들이 하루 수백 차례씩 반복하는 동작을 로봇이 센서를 통해 학습하는 방식이다. 양정예(Yang Zhengye) 센터 마켓시스템 디렉터는 "기본 동작을 반복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복합적인 과업 수행 능력을 점차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며, "실제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험 운용 단계에서는 하루 2만~3만 건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으며, 전면 가동 시에는 일일 최대 5만 건, 연간 누적 1000만 건 이상의 실물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슈퍼 브레인' 개발 위한 생태계 조성⋯협업 가능한 범용 모델 구축 이 혁신센터의 핵심 비전 중 하나는 다양한 제조사 간 데이터 호환과 공유를 가능케 하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다. 쉬빈(Xu Bin) 센터 총괄 관리자는 "제조사마다 로봇 설계와 기능 모듈이 상이하여 데이터 호환성이 떨어지는 것이 산업의 큰 난제"라며, "센터는 데이터 공유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협력과 기술 고도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이종 로봇 간 데이터를 통합해, 범용 휴머노이드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슈퍼 브레인(Super Brain)'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봇 간 협업은 물론,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이 공통된 지능 기반 위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센터는 가정용 가전제품, 의료 기기 등 특정 시나리오별 데이터 공유 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며, 이는 중복 연구를 줄이고 전체 R&D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0대 응용 분야 중심으로 정밀 훈련⋯산업 전반의 지능화 가속 센터는 현재 △ 산업 현장 △ 가정 △ 관광 서비스 등 총 10개 핵심 응용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 중이다. 각 시나리오는 다시 수십 개의 세부 작업으로 분화돼 있으며, 의류 정리, 물품 조립, 위험 환경 내 중장비 청소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데이터가 수집된다. 중국의 이번 훈련 센터 개설은 자국의 AI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현신적(現身的) 지능'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신적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은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거나 명령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AI(쇼프트웨어 기반 인공지능)와 달리, 물리적 몸체를 지닌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오감을 사용해 직접 체험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판단하는 지능을 말한다. 즉 '머리만 있는 AI'가 아닌 '몸을 가진 AI'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이종 로봇에서 파생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분석함으로써, 실제 환경에 적응 가능한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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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 거점 개소⋯100여 종 로봇에 '기초 동작 45개' 가르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