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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무효'에도 트럼프 관세 드라이브⋯글로벌 무역질서 또 격랑
-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결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해 24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 1분)을 기해 발효한 데 이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대미 무역 합의 비준을 보류했고, 인도는 회담을 연기했다. 한국과 일본은 기존 투자 약속을 유지하되 통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미니해설] '관세 무기화' 멈추지 않는 트럼프…무역질서의 법적 공백과 각국의 딜레마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글로벌 무역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글로벌 관세 10%' 발표한 데 이어 세율을 15%로 인상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통상 정책의 제동으로 작용하기는커녕,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한 ‘관세 무기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도 착수했다.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301조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해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조항이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자 이를 대체할 '핀셋 관세'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글로벌 관세의 유효기간 150일 내에 국가별·품목별 맞춤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는 협상국을 상대로 한 압박 수단이자,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통상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에 대미 투자 확대와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국가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체결한 무역 합의 비준을 보류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는 법적 확실성과 안정성이 회복될 때까지 입법 절차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 미국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예정된 회담을 연기하며 판결과 후속 조치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언제든 새로운 법적 근거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한미 관세·무역 합의를 존중하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통상 현안을 정밀 관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도 1차 투자 약속은 유지하되 추가 발표는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판결과 미국의 후속 조치를 전면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관세 조정 차원을 넘어 글로벌 통상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법원의 제동에도 행정부가 다른 법률을 통해 정책을 지속하는 상황은 국제 무역 파트너들에게 법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특히 232조와 301조는 안보와 공정성이라는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어서, 사실상 전방위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각국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하나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균형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다자 무역 체제 속에서 법적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문제다. 미 대법원 판결이 통상 분쟁의 종결이 아닌 새로운 국면의 출발점이 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는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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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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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무효'에도 트럼프 관세 드라이브⋯글로벌 무역질서 또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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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경기도 동두천(2)] 맛있는 도시 동두천
- 동두천이란 지명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부대찌개일 것입니다. 그래서 부대찌개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혹자는 부대찌개를 두고 국적 불명의 음식이라 폄하하고, 그저 미군 부대 잔반을 버무려 끓여낸 '생존형 먹거리'일 뿐 진정한 요리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요리가 꼭 은쟁반에 모시 수건이 깔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냄비 속 '실크로드' 음식이란 인간의 인문적,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양태가 담긴 소산입니다. 어떤 음식은 그 기원을 절박한 생활의 필요에 두고 있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우리 입맛을 돋우는 요리로 변모한 과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대찌개는 더욱 살가운 음식이며, 우리의 현대사가 말갛게 투영된 '거울'입니다. 일찍이 인도 뭄바이에서 탄생한 영국의 시인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은 "동은 동이요, 서는 서다. 이 둘은 절대 만나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부대찌개는 이 오만한 영국 작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냄비 속에서 동과 서가 만나는 '실크로드'를 이루어 냈습니다. 부대찌개의 역사는 장구합니다. 미군 주둔 직후보다는 실향민과 전쟁고아가 양산된 1951년 1·4 후퇴 이후가 본격적인 시작일 것입니다. 그렇게 헤아려도 75년의 역사입니다. 비참하고 가난했던 시절, 미군 부대 주변의 노무자, 경비, 슈샤인 보이들은 U.S. Army와 연결된 실오라기 하나라도 붙잡아 식재료를 얻어내려 혈안이 됐을 겁니다. 우리 조상이 외국 주둔군의 잔반을 먹어야 했던 처참한 기록은 역사에 두 번 나옵니다. 한 번은 한국전쟁 중이었고, 다른 한 번은 1592년 임진왜란 때입니다. 《임진잡록》을 보면 명나라 군사들이 먹고 토한 것을 우리 백성들이 달라붙어 먹었다는 '지옥도(地獄道)' 같은 묘사가 나오지요.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은 그 지독한 가난의 구덩이에서 피어난 생존의 꽃이었습니다. 옥수수 소시지와 김치의 신비로운 조화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통일되기 전까지 이 음식은 '존슨탕'이나 'G.I 찌개'라는 별호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동두천역 부근 미2사단 후문에는 10여 군데가 넘는 부대찌개 집이 있었습니다. 미군 부대 노무자들이 가져온 재료를 식당 주인이 '자신만의 재해석'으로 차려내던 그곳이 바로 진짜 부대찌개의 원조 동네입니다. 동두천 부대찌개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옥수수가 그려진 미제 소시지가 들어가야 원형이 삽니다. 돼지 대퇴부를 벚나무 장작에 훈연한 '진짜 햄'과 정체불명이지만 묘하게 당기는 '말고기라 불리던 햄', 여기에 개구리 고기라 불리던 독특한 식감의 육가공품이 들어가야 '동두천 풍(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서양 것들의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잡아주는 '김치'가 들어가는 순간, 비로소 부대찌개는 완성됩니다. 시큼하고 콤콤한 김치는 마늘, 대파, 양파와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의 맛을 혼연일체로 묶어냅니다. 그 신비로운 조화야말로 부대찌개의 본질이라 하겠습니다. 노포로 오십시오, 그 묵직한 맛의 강호를 찾아서 동두천에는 여전히 훌륭한 노포들이 강호의 고수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깊은 맛의 '실비집', 원형에 가까운 재료로 매운맛을 내는 '호수식당', 그리고 밥 두 그릇은 게 눈 감추듯 비우게 하는 '유정 부대찌개'까지. 다이어트를 하려거든 이 집 근처엔 얼씬도 말아야 합니다. 특히 솥뚜껑을 뒤집은 용기에 베이컨 기름으로 감자와 두부를 튀기듯 볶아 먹는 '다래솥뚜껑'은 동두천만의 별미입니다. 수십 년 전 전설적인 맛을 자랑하던 '상주집'의 맥을 잇는 '신진부대찌개'나 묵직한 맛의 '다원부대찌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두천의 신시가지에도 많은 식당이 생겨났지만, 진정한 맛집은 역시 발걸음을 한 번 더 옮겨야 만날 수 있는 노포들입니다. 한 걸음 더 가는 수고를 충분히 보상할 맛들이 그곳에 있습니다. 부대찌개의 붉은 국물 속에서 옛 고생의 기억과 다국적의 풍미를 함께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다음에는 동두천의 또 다른 숨겨진 맛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읊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정수구 문화컨설턴트는 문화관광·지역활성화·행사연출·인문학·예술교육·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아우르는 융합형 기획 전문가다. 현재 SP컨설팅 그룹 부의장, ㈜포렉스컴 기획이사 겸 본부장, 말레이시아 Wajdi & Co. 이사로 활동하며, 서울시 한강매력명소 사업과 마곡 중앙공원 스토리텔링, 동두천 K-Rock Village 조성사업 등 다수의 도시재생·문화콘텐츠 프로젝트를 총괄해왔다. 연천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동두천시 문화적도시재생사업 총괄감독, 파주 Art Square 총괄 큐레이터 등을 역임하며 현장 중심의 지역문화 전략을 이끌었다. 연극·오페라 20여 편 연출, 음악회 해설 및 진행 200여 회, 인문학·리더십·문화예술 강의 200여 회 등 공연·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제대학원에서 융합관광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ESG컨설턴트 1급, 문화재스토리텔링강사, 한국사능력검정 1급 등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맛있는 도시』, 『동쪽 바다 해 뜨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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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경기도 동두천(2)] 맛있는 도시 동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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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펙 경쟁' 결별 선언⋯갤럭시 S26, 삶의 궤적 바꾸는 '지능형 동반자'로
- 삼성전자가 26일 오전 3시(한국 시간) 열리는 '갤럭시 언팩 2026'을 통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완전히 재정의한다. 그동안의 스마트폰 시장이 누가 더 높은 수치를 제시하느냐는 '스펙 게임'에 매몰되었다면, 새로운 '갤럭시 S26' 시리즈는 기술이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안정감을 주는 '안정화 세력(Stabilizing force)'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3일(현지 시간) 포브스(Forbe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갤럭시 S26 울트라는 기존의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곡선형의 부드러운 외형을 채택할 전망이다. 이는 '갤럭시 노트'로부터 이어져 온 전문가용 기기라는 투박한 틀을 깨고, 일반 소비자부터 비즈니스 맨까지 누구나 일상의 '데일리 드라이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삼성의 전략적 변화다. 삼성 전용 '오버클럭' 칩셋의 힘…안투투·긱벤치서 역대급 점수 기록 겉모습은 유연해졌으나 속은 더욱 단단해졌다. 갤럭시 S26 울트라에는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Snapdragon 8 Elite Gen 5)' 칩셋이 탑재된다. 주목할 점은 삼성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오버클럭(고성능 모드)' 버전이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언팩을 앞두고 유출된 안투투(AnTuTu)와 긱벤치(Geekbench) 성능 측정 결과에 따르면, S26 울트라는 이전 세대를 압도하는 점수와 놀라운 시스템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삼성이 아이폰 17 프로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하드웨어 성능의 정점을 다시 한번 탈환했음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보안 '프라이버시 스크린'…온디바이스 AI로 완성한 개인정보 철옹성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프라이버시 필터'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로 보안을 강화하는 단계를 넘어,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정면 사용자 외의 시선을 차단한다. 이는 카페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로, 현대인의 불안을 기술로 해결한 고품격 사례다. 특히 삼성은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내부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 처리하는 '에이전트 AI'는 강력한 보안 플랫폼 '녹스(Knox)'와 결합해 사용자에게 완벽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7년 사후 지원과 가격 방어…장기 가치 보존하는 '코노믹 앵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망 위기로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은 '울트라' 모델의 가격을 전작 수준으로 동결하며 브랜드의 '경제적 닻(Anchor)' 역할을 맡겼다. 7년간 보장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배터리 수명을 고려한 최적화된 충전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기기'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포브스는 "갤럭시 S26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기기가 아니라, 향후 10년의 모바일 컴퓨팅을 건축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이번 언팩을 기점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생태계의 방향이 삼성의 설계대로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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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펙 경쟁' 결별 선언⋯갤럭시 S26, 삶의 궤적 바꾸는 '지능형 동반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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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기대 16p 급락⋯3년7개월 만 최대폭 하락
-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여파로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폭은 2022년 7월(-16p) 이후 최대다. 지수는 지난해 12월(121)과 1월(124) 상승세를 이어가다 석 달 만에 꺾였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대책, 수도권 집값 상승세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1.3p 올라 두 달 연속 개선됐다. [미니해설] 집값 기대 꺾였지만 소비심리는 반등…엇갈린 심리의 신호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급격히 식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한 달 새 16포인트 급락했다. 2022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말 121, 올해 1월 124까지 오르며 상승 기대가 확산됐던 흐름이 단번에 꺾였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묻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지만, 하락 폭의 크기는 시장 심리 변화의 속도를 보여준다. 장기 평균(107)과 비교해도 사실상 중립에 근접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신호가 자리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대책 등 공급·수요 관리 방안이 잇따르며 ‘정책 리스크’가 부각됐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를 제어했다. 그간 가격을 끌어올린 유동성 기대가 약해진 것이다. 다만 실제 거래와 수급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소비자 심리 지표는 방향성을 선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금리와 유동성, 공급 일정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야 실물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은행도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기대가 식는 가운데 전반적 소비 심리는 오히려 개선됐다는 점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이 체감 경기를 떠받쳤다.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95로 5포인트 상승하며 개선 폭이 가장 컸고, 향후경기전망(102)과 생활형편전망(101)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자산 가격 기대'와 '경기 인식'이 분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해졌지만, 수출과 기업 실적, 금융시장 강세에 힘입어 경기 전반에 대한 낙관은 유지되는 구조다. 금리 인식도 다소 상향됐다.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지수는 105로 1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아 물가 불안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부동산 과열 기대가 정책 신호와 함께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소비 전반의 낙관 심리가 유지되는 만큼, 집값 기대 하락이 즉각적인 거래 위축이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정책, 금리, 경기 모멘텀이 교차하는 구간에서 시장의 시선은 '기대'에서 '현실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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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기대 16p 급락⋯3년7개월 만 최대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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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난항⋯1년째 제대로 가동못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발표했던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1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세 축인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오라클은 발표 직후부터 각자 역할 분담과 파트너십 구조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프로젝트가 사실상 표류했다고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1000억 달러를 초기 투입해 10GW(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실상은 지금껏 인력을 충원하지도 못했고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착수하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컴퓨팅 자원 확보가 시급했던 오픈AI는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했으나, 대출 기관들이 오픈AI의 상환 능력 등을 의심하면서 보류됐다. 결국 오픈AI는 전략을 수정해 3자 공동 추진 대신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각각 개별 계약을 맺어 데이터센터 보유는 이들 기업이 하고 인프라 설계는 오픈AI가 통제하는 양자 계약 방식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 오픈AI는 오라클과 미국 내 각지에 4.5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기로 했고 텍사스주 밀럼 카운티의 1GW 데이터센터는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는 데이터센터 설계와 관련한 지식재산권(IP) 통제를 위해 인텔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사친 카티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 전환에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지연은 지난해 오픈AI의 재무에 부담을 줬다. 고가 컴퓨팅을 급히 조달한 탓에 비용 지출이 늘어 매출 총이익률이 예상보다 낮아졌고, 2030년까지의 컴퓨팅 비용 전망치도 4500억 달러에서 665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한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도 미디어그룹 '인디언 익스프레스'와의 대담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등이 내놓은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을 일축했다. 올트먼 CEO는 "솔직히 현재 우주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려는 구상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10년간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가 중요해질 대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젠가는 타당해질 수 있겠지만 지구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비용과 발사 비용을 대략적으로 비교해봐도 말이 안 된다"며 "고장 난 GPU를 우주에서 어떻게 수리할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AI 데이터센터가 물을 엄청나게 소비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완전히 허구"라고 반박했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AI 모델 훈련에 대해서도 "인간도 똑똑해지기까지 20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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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난항⋯1년째 제대로 가동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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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800포인트 급락⋯AI 공포·관세 혼선에 월가 '패닉'
-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충격 우려와 관세 정책 혼선 속에 급락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839.96포인트(1.69%) 내린 4만8786.0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3.01포인트(1.20%) 하락한 6826.50, 나스닥 종합지수는 317.44포인트(1.39%) 떨어진 2만2568.63을 기록했다. S&P500은 2026년 들어 다시 마이너스권으로 밀렸다. IBM은 앤스로픽이 '클로드 코드'의 새로운 프로그래밍 기능을 공개한 이후 11% 급락하며 다우 하락을 주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2%), 크라우드스트라이크(-9% 이상), 인튜이트(-7% 이상), 애플로빈(-7% 이상) 등 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 종목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트리니 리서치가 "AI 확산이 실업률을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민감주인 아메리칸이글·랄프로렌·예티홀딩스 등이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금 현물은 2%, 금 선물은 약 3%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5% 넘게 급락했다. [미니해설] AI가 촉발한 '실업 공포'…소프트웨어 직격탄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다시 AI가 있었다. 앤스로픽이 '클로드 코드'의 신규 기능을 공개한 이후,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업종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IBM이 11% 급락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틀간 16% 이상 밀렸다. 글로벌X 사이버보안 ETF는 4% 넘게 하락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가를 자극한 것은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는 AI 붐이 광범위한 산업을 대체해 실업률을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 보고서가 소프트웨어 종목 약세의 촉매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금융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AI가 결제 수수료 등 금융 서비스 산업의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7% 이상, JP모건·씨티그룹·모건스탠리는 4% 이상 하락했다. 마스터카드(-6%), 비자(-4%)도 약세였다. 반면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는 AI가 사이버보안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장은 당장의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관세 15% 인상…무역 불확실성 재점화 무역 정책 역시 다시 시장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비상관세를 무효화한 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WSJ는 이번 조치가 행정부가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관세 정책을 재구성하려는 신호라고 전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순수한 관세 혼란"이라며 EU·미국 무역협정 비준 절차 중단을 제안했다. 관세 환급 여부 역시 여전히 불확실하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무효화된 관세에 대한 환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업들은 이미 납부한 관세의 처리 방식을 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동성은 무역 민감주에 즉각 반영됐다. 전 세션에서 반등했던 웨이페어·나이키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안전자산으로 이동…금↑·달러↓·비트코인 급락 시장 불안은 자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금 가격은 2% 상승했고, 은 선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채권은 안전자산 선호로 상승했다. 달러는 엔화·스위스프랑 대비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5% 이상 하락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중소형주도 타격을 받았다. 러셀2000 지수는 1.68% 하락하며 S&P500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민감 업종과 내수 기업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소비재 등 방어주는 선방했다. 월마트와 프록터앤드갬블이 상승했고, S&P500 내 5개 섹터는 플러스권을 유지했다. 경기 둔화 가능성 속에서 필수소비재가 피난처 역할을 했다. 박스권 이탈 아닌 '변동성의 재개' 월가는 다시 세 가지 변수에 직면했다. AI 기술 확산의 속도와 산업 충격, 관세 정책의 법적 경로, 그리고 중동 갈등 가능성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기존 양자 무역협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럽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AI 보고서 한 편이 촉발한 공포는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 다우는 하루 만에 800포인트 넘게 밀렸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다시 기본 질문으로 돌아갔다. AI는 성장 엔진인가, 구조적 충격인가. 관세는 협상 카드인가, 장기 정책인가. 월가의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변동성은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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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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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800포인트 급락⋯AI 공포·관세 혼선에 월가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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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노트북칩 개발 착수⋯CPU·GPU를 하나의 칩에 통합
-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가 올해 노트북 PC용 칩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PC개발에 다시 나섰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바탕으로 AI 서버와 게임용 고사양 컴퓨터 시장을 장악해 온 엔비디아가 AI 호황이 끝날 것을 대비해 일반 개인용컴퓨터(PC)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시스템온칩(SoC·system-on-chip)을 개발 중이며 미국 델테크놀로지스, 중국 레노버 등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해당 SoC를 탑재한 ARM 기반 윈도 노트북을 출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oC는 중앙처리장치(CPU)와 GPU를 통합한 일체형 칩이다.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CPU에 GPU를 결합해 PC에서도 AI 구동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SoC 개발을 위해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 대만 반도체 설계사 미디어텍과 협업한다. 인텔은 윈도(마이크로소프트 운영 체제) PC용 CPU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를 투자해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을 방문하면서 올해 AI PC용 칩인 'N1'과 'N1X'을 출시하기 위해 미디어텍과 협력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엔비디아 SoC는 2013년 출시된 윈도 태블릿인 '서피스'에 탑재된 후 이렇다 할 후속 제품이 없었다. AI 개발 수요 확대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과 게임용 고사양 PC에 들어가는 GPU 개발이 주요 전략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CEO는 기업용 AI 칩 시장뿐만 아니라 개인 소비자용 시장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oC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PC 시장의 경우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CEO는 지난해 9월 전 세계에서 매년 1억5000만 대의 노트북이 팔린다며 "CPU와 GPU가 통합되는 흐름이 뚜렷한데 우리는 이 분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SoC가 출시될 경우 경량 노트북에서도 고사양 게임이 구동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윈도 PC가 애플의 맥북과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성능은 높게 유지하는 것이 엔비디아 SoC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앞서 모바일 칩 업체 퀄컴은 2024년 노트북용 SoC를 출시했지만 이 제품을 탑재한 기기들이 '포트나이트'와 '리그오브레전드(롤)' 등 유명 게임을 제대로 구동하지 못한다는 혹평이 나왔다. WSJ는 "엔비디아와 미디어텍 간 협력의 관건은 고사양 게임 및 기타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되는 PC를 만드는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애초 소비자들 사이에서 게임 하드웨어 업체로 유명한 만큼 이번 노트북 SoC가 대작 게임을 얼마나 잘 돌릴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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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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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노트북칩 개발 착수⋯CPU·GPU를 하나의 칩에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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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1회)]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기술-가면
- 이위발의 <사람과 결>은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관계의 본질이나 거리감, 심리적 내면의 그림자, 사유와 실존, 일상 속 통찰의 길을 따라 사고의 모순을 전달하고, 마음의 작동 원리와 억눌린 감정들을 탐구하면서, 삶의 의미와 죽음,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물어봅니다. 또한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각자의 현실이란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 옷장에 걸린 옷을 고르듯 그날의 '나'를 고릅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합니다. 가면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외적인 인격이나 사회적 역할을 의미합니다. 현대인의 삶은 거대한 가면무도회와 같습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진 않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론 이 복잡한 사회적 그물망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얼굴 보면 다 알아', '얼굴에 다 써져 있어!'라고 말합니다. 얼굴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보여지는 이면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가면 뒤에 숨겨진 것을 우리는 마음에서 찾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단단한 가면을 씁니다. 여기에서의 가면은 '유능함'과 '평정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짓는 미소, 동료의 실수 앞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목소리는 내 본연의 감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가면은 나를 보호하는 방패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슬픔이나 나약함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장벽입니다. 하지만 퇴근길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내 얼굴과 마주할 때, 가끔 이질감을 느낍니다.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동자는 메말라 있는 낯선 얼굴과 대면하게 됩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에서 쓰는 가면은 조금 더 부드럽고 화려합니다. 여기서는'‘유머러스함'이나 '경청하는 자세'가 주요한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혹은 그 모임의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내 생각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냅니다.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잘 모르는 주제에도 적당한 추임새를 넣습니다. 사회적 위치에 따라 갈아 쓰는 이 가면들은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침묵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은 목구멍으로 삼키고, 가면의 표정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마도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자아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 규격에 맞춘 얼굴들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가면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안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면 사회적 질서는 순식간에 붕괴될 것입니다. 가면은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문제는 가면을 벗어야 할 때를 잊어버리는 순간 발생합니다. 하루 종일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다보면, 정작 거울 앞에 홀로 섰을 때 '진짜 내 얼굴'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입니다. 가면의 무게가 영혼의 무게보다 무거워질 때, 우리는 극심한 공허함을 느낍니다. 진정한 성숙이란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위험한 일입니다. 대신, 내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자각하고, 상황에 따라 그 무게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 하루 고생한 가면을 벗어 선반에 올려두고, 세면대 앞에 서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내며, 그 아래 숨어있던 투박하고 못나 보이는 가장 정직한 '나'와 마주서게 됩니다. 가면은 나의 일부분일 뿐,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적 위치가 주는 요구 사항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그 가면 아래 흐르는 나의 진심만큼은 오염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 그것이 수많은 얼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귀한 숙제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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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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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1회)]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기술-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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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美 해역 심해에 버려진 '유독성 드럼통' 2만7천 개⋯50년 만에 화학물질 유출 확인
- 미국 정부 기관과 기업이 수십 년 전 심해에 투기한 독성 화학 폐기물이 현재까지 해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어스닷컴이 보도했다. 녹슨 드럼통 주변에서 확인된 백색(브루사이트) 고리는 강알칼리성 화학물질이 유출되며 형성된 흔적으로, 해저 퇴적층과 미생물 군집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연구진은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피드로 분지(San Pedro Basin) 약 58제곱마일(약 150㎢) 해역을 대상으로 심해 조사를 실시했다. 무인 잠수정이 음향 탐지와 카메라를 활용해 해저를 정밀 스캔한 결과, 이 일대에서 7만4천여 개의 잔해 목표물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약 2만7천 개가 드럼통 형태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일부 드럼통 주변 퇴적층에서 어두운 진흙과 대비되는 흰색 경화 고리와 분말 흔적을 발견했다. 퇴적 코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 백색 고리는 강알칼리성 폐기물이 유출되며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퇴적층의 산성·알칼리성을 나타내는 pH 수치는 약 12에 달해, 일반 해수(pH 약 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해수 속 마그네슘은 이 강염기성과 반응해 퇴적물을 단단한 테두리 형태로 굳혔다. 특히 수산화마그네슘 광물인 브루사이트(brucite)가 형성되며 고리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이 광물이 매우 느린 속도로 용해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알칼리성 환경이 수천 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생물 생태계 변화도 뚜렷했다. 백색 고리 인접 퇴적층에서는 유전자 물질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으며, 통상적인 해저 미생물 군집과는 전혀 다른 조성이 나타났다. 강알칼리 환경에서 생존하는 알칼리성 세균이 우세를 차지했고, 미생물 다양성은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질소와 황의 순환 과정에 영향을 미쳐 해저 저서 생물에도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드럼통 내용물로 의심됐던 살충제 DDT는 이번 분석에서 새로운 유출원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DDT는 1972년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됐으나 해저 퇴적층 전반에 걸쳐 높은 농도로 남아 있었으며, 드럼통과의 거리와는 무관한 분포를 보였다. 미 환경보호청(EPA) 기록에 따르면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에는 최소 14곳의 심해 투기 지점이 운영됐다. 정유 부산물, 화학 폐기물, 저준위 방사성 물질, 군사용 폭발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용된 얇은 강철 드럼은 장기 해저 보관을 전제로 제작되지 않아 현재 대부분 부식된 상태다. 연구진은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드럼통 주변에서 백색 고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드럼이 이미 내용물을 유출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어떤 드럼이 여전히 밀봉 상태인지, 어떤 물질이 추가로 확산됐는지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특히 퇴적층 내 금속이 용출돼 어류와 패류 등 먹이사슬로 이동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화 작업 역시 난제로 남아 있다. 수심 약 900미터(3,000피트)에 이르는 해역에서의 작업은 로봇 장비에 의존해야 하며, 부주의한 조치는 오히려 부식된 화학물질을 더 넓게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EPA는 추가 조사와 시료 채취를 진행 중이나, 전체 폐기물의 성분과 양에 대한 완전한 목록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PNAS Nexus'에 게재됐다. 녹슨 드럼과 그 주변의 백색 고리는 과거 산업 폐기물 투기가 해저 화학 환경을 장기적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증거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정밀 지도화와 신중한 표본 채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개입에 따른 위험과 방치의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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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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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美 해역 심해에 버려진 '유독성 드럼통' 2만7천 개⋯50년 만에 화학물질 유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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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900선 첫 돌파⋯장중 5,931 찍고 5,840선 마감
- 23일 코스피가 장 초반 사상 처음 5,900선을 돌파했으나 상승 폭을 줄이며 5,840선에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7.56포인트(0.65%) 오른 5,846.0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94.58포인트(1.63%) 급등한 5,903.11로 출발해 장중 5,931.86까지 치솟았지만 차익실현 매물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은 2.01포인트(-0.17%) 내린 1,151.99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6.6원 내린 1,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1.53%)와 SK하이닉스(0.21%)는 상승했고, 현대차(2.75%)도 강세를 보였다. [미니해설] '관세 안도 랠리'와 차익실현…5,900선 돌파의 의미 23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900선을 넘어섰다. 장 초반 5,931.86까지 치솟으며 상징적 고점을 새로 썼지만, 종가는 5,846.09(0.65%)로 마감했다. 숫자만 보면 강세장이 이어진 듯 보이지만, 장중 흐름은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 하루였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린 데 있다. 관세 리스크 완화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고, 뉴욕증시가 다우(0.47%), S&P500(0.69%), 나스닥(0.90%) 동반 상승으로 화답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관세 부담 완화 기대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즉각적인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장 초반 급등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는 빠르게 5,900선 아래로 밀렸다. 최근 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 단기 과열 인식이 맞물린 결과다. 코스닥이 1,151.99(-0.17%)로 약보합 마감한 점도 투자심리가 완전히 확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지수 방어에 기여했다. 삼성전자(1.53%)는 193,000원으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0.21%)도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AI 수요 지속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다. 자동차주 역시 현대차(2.75%), 기아(0.52%)가 강세를 보이며 수출주 중심의 매수세를 확인시켰다. 반면 금융주는 KB금융(-0.06%), 신한지주(-0.20%), 하나금융지주(-1.68%)가 약세를 보였다. 금리 경로 불확실성과 차익 실현 수요가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1.09%), 한화에어로스페이스(-0.48%)도 하락했다.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진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440.0원으로 마감하며 6.6원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97선 초반으로 밀린 가운데, 미 4분기 GDP 성장률 둔화(1.4%)와 예상보다 높은 PCE 물가 상승률(2.9%)이 혼재된 신호를 내놓으면서 달러 강세 동력이 약화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대응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 변수다. 이날 시장은 '정책 리스크 완화'라는 호재와 '단기 급등 부담'이라는 현실이 동시에 작동한 하루였다. 5,900선 돌파는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상징적 사건이지만, 안착 여부는 실적과 글로벌 정책 환경에 달려 있다.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유지되고 관세 불확실성이 추가로 해소될 경우 상단 재도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변동성 장세 속에서는 지수보다 종목 선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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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900선 첫 돌파⋯장중 5,931 찍고 5,840선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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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 1 스파이의 장 버려진 스파이(1) 그의 이름은 허민. 그의 동료들은 그를 '허밍(Humming)'이라고 불렀다. 목숨이 걸린 위험한 임무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드는 그를 보면 벌새 허밍버드(Hummingbird)가 연상된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그의 코드네임은 '벌새'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CIA 특수작전팀 친구들은 그를 '험비(Humvee)'라고 불렀다. 작전지에서 왼쪽 어깨와 오른팔 관통상을 입고도 중상을 입은 CIA 파트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반 이탈한 그에게 이 이름을 주었다. 그들의 존경을 담은 이름이었다. 미군의 고기동 다목적 차량(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의 애칭 험비(Humvee). 그가 파키스탄의 미군 후송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추가 수술을 위해 귀국할 때 미국인 친구들은 그에게 험비의 상용 버전인 허머(Hummer)를 선물했다. 그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사랑하는 동료에게 새생명을 선물한 은인에 대한 아주 작은 선물이라고 우기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틀 후 그가 한국의 권위 있는 대학병원의 수술대 위에 있을때 파트너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허머(Hummer)가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떻게? 괜히 천하의 CIA이겠는가? 3개월 후 그는 회사에 복귀했다. 업무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주어진 업무는 현장요원들의 보고서를 분류하여 평가부서에 전달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업무를 마치고는 곧바로 재활 및 적응훈련장으로 직행하여 저녁 늦게까지 땀을 흘렸다. 어깨의 회복은 순조로웠다. AK47 칼리시니코프의 7.62미리 탄두가 견갑대의 핵심구조를 용케 피해 구멍만 내고 빠져나간 덕분이었다. 문제는 오른팔이었다.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근육과 힘줄, 신경계통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 때문에 회복이 더디었다. 회사의 재활치료 전문가는 최대 6개월을 더 지켜보자고 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초동 처치와 후속 수술은 완벽했음. 재활치료 과정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설계와 운용도 효율적이었음. 특히 치료와 재활에 임하는 대상자의 의지와 노력은 경이로웠음. 그러나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심부 연부조직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킨 데다 굴곡과 신전 기능을 담당하는 힘줄과 말초신경이 부분적으로 절단된 것이 제한요소로 작용하였음. 이로 인해 손가락의 미세 운동과 감각 피드백이 저하되었으며, 방아쇠 압력 조절과 격발 후 복귀 동작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음. 이는 단발사격은 가능하나 연속사격 시 총기 조작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오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임. 실제로 특수환경 하 사격활동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었음. 탄창 교환과 슬라이드 볼트 조작, 그리고 장전 불량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 능력에 있어 동작 지연과 오류가 동반되는 사례가 수차 확인되었음. 결론적으로 대상자는 장기간 재활과 훈련에도 불구하고 정밀사격, 특히 근접전투 상황에서 임기표적에 대한 즉각적인 총기조작 같은 스트레스 하 반복 사격 능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임. 다시 한번 치료와 재활, 이어진 복귀훈련 과정에서 보인 대상자의 경이로운 의지와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함. (복무적성평가위원회)" 보고서 한 장으로 그의 현장 경력은 끝났다. 이제 버마(미얀마) 아웅산에서 28살 터질듯한 장단지에 토카레프의 7.62미리 탄두를 영접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밀림의 벌목지에서 남북 합동으로 인질 구출 작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길에서 시작하여 내몽골을 거쳐, 네팔에서 모사드의 특별기를 구걸하여 탄자니아로 날아가는 일은 영화에서나 볼 것이다. 거기 탄자니아 커피농장 외진 곳에, 미사일 기술자 남편의 탈북 성공을 기다리다 죽은 가여운 북한 여인의 무덤을 만드는 일 따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질 구출 협상에 성공하고도, 다른 경쟁 무장세력의 기습공격 같은 것, 상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K 탄두가 신체 두 군데를 동시에 통과하는 행운은 더 더군다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그에게 정보분석 파트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회사는 그가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는 글록17을 데려가고 가장 혐오하는 노트북을 안겨주었다. 외부 반출 절대 엄금 및 외부환경 작동 불능, 세이프박스 노트북. 회사를 그만 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이. 생계형 스파이에게 선택은 없다. 회사만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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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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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코스피 변동성 확대 유의⋯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상당폭 개선"
-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미 관세 정책과 글로벌 AI 투자 조정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수출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재확대 가능성 등 금융 불균형 리스크가 병존하는 만큼 통화정책은 신중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미국의 관세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 부각 등에 따라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정책 추진과 반도체 산업 실적 개선 기대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기조적으로 하락 전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내수 회복과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목표 수준(2%) 근처에서 안정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월 연율 10%를 웃돌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금융 불균형 누증 우려도 제기됐다. [미니해설] '성장 개선' 속 변동성 경고…통화정책은 신중 모드 한국은행이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상당 폭 개선'을 예고하면서도 금융시장 변동성과 부동산 불안 요인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았다. 성장률 상향 기대와 자산시장 리스크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운신 폭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내수 회복과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회복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수요 호조와 공급자 우위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소 올해까지는 추세를 웃도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한다. 상방 요인으로는 '피지컬 AI' 확산 등 신산업 수요 확대가 꼽혔고, 하방 요인으로는 AI 투자 조정 가능성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제시됐다. 한은은 특히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글로벌 교역과 금융시장에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반영해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AI 기업의 고평가 논란과 수익성 검증 이슈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조정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조적 하락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변동성 확대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율 역시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지속,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 수급 요인과 달러·엔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외 차입 여건과 외화 유동성은 양호하며, 정부가 낮은 가산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는 보다 경계적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과열은 다소 진정됐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월 연율 기준 10%를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 3구보다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상승폭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시장 열기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계대출 역시 잠재 리스크로 지목됐다. 주택시장이 재차 과열될 경우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노력과 최근 대출 금리 상승은 일부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물가는 목표 수준인 2% 근처에서 안정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은 여전히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은 국내 물가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경기·물가·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기 완화나 긴축 전환을 단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성장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 과열과 금융 불균형 우려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정책 신중론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과 대미 투자 재원 문제도 언급됐다. 한은은 대미 투자 소요 재원은 보유 외화자산 운용수익 범위 내에서 충당할 계획이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공사 손실 누증 시 정부 보전 필요성 등 제도적 전제도 함께 언급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과 '높은 변동성'이라는 두 축 위에 서 있다.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미 관세 정책과 AI 투자 조정, 자산시장 과열 가능성은 변동성의 근원으로 남아 있다. 한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성장 회복을 긍정하되, 자산시장과 금융 불균형의 누증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낙관과 경계가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다. 코스피의 방향성보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 관리이며, 부동산과 가계부채 흐름은 통화정책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성장 개선'이라는 희망 신호와 함께, 정책의 나침반을 여전히 신중 쪽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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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코스피 변동성 확대 유의⋯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상당폭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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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우리는 도시를 정의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에 대해서 그 도시에 무엇이 살아남았는가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이자 희망의 땅 묵호였다. 개발이 비껴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버티고 있는가. 묵호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살아남은 것들 앞에서 멈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 낡음인데 낡음이 아닌, 쇠락인데 쇠락이 아닌 그 감각. 묵호는 그 감각의 도시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이 질문을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언어에서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작가 김훈은 바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바다는 육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그 말을 묵호에서 떠올리면 이상하게 잘 맞는다. 묵호는 강원도 동해안의 끝자락에 붙어 있다. 지도 위에서 보면 육지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리에 항구가 있다. 그 끝에서 배가 출발하고, 그 끝에서 파도가 돌아온다. 끝이 시작되는 곳. 묵호는 그런 도시다. 끝과 시작이 같은 자리에 있는 도시는 독특한 기질을 갖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모이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묵호 사람들의 말투에는 그 기질이 배어 있다. 과장이 없고, 빠르지 않고, 무겁지 않다.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대체로 그렇다. 바다가 이미 매우 크기 때문에, 의외로 바닷가 사람이면서 말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철학자 가스통 루이 바슐라르는 그의 책 『공간의 시학』에서 장소가 인간의 내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소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 어떤 공간에서 오래 살면 그 공간의 논리가 몸 안에 들어온다. 묵호라는 공간의 논리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경사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평평한 공간이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항구에서 논골까지, 바다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묵호는 끊임없이 오르거나 내려간다. 그 경사가 이 도시 사람들의 몸에 들어갔다. 쉬운 길을 찾지 않는 습관, 가파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묵호 사람들은 비탈을 평지처럼 걷는다. 바슐라르의 말을 더 빌리면, 집은 우주의 첫 번째 세계다. 그렇다면 항구는 무엇인가. 나는 항구가 세계의 첫 번째 문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문이기도 한. 묵호항은 그 문이 아직 열려 있는 도시다. 새벽에 배가 나가고, 저물녘에 배가 돌아온다. 그 반복이 수십 년 쌓인 자리에 묵호가 있다. 노벨상에 빛나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바다는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했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도 결국 돌아오고, 아무리 잔잔해도 언제든 뒤집힌다는 것. 그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를 배운다. 동해는 지중해보다 거칠다. 묵호의 바다는 특히 그렇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자신이 설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바다가 매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내가 논골담길을 기획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혔던 것도 그 겸손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이 도시의 논리를 이길 수 없다. 묵호는 외부의 언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뮈의 말처럼, 이 도시 앞에 서면 기획자도 겸손해진다. 그것이 이 도시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장소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썼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어떤 땅 위에서 살았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 통찰을 묵호에 적용하면, 묵호에서 태어나 묵호에서 자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보인다. 오징어 건조대가 있는 골목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 방파제를 오후 산책 코스로 아는 것, 새벽 경매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라는 것. 그 감각들이 쌓여 한 사람의 세계관이 된다. 묵호 출신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만나면 느껴지는 것. 덜 꾸미고, 덜 서두르고, 불필요한 그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 어떤 태도. 그것이 이 도시가 사람에게 입히는 기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소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묵호는 버티는 사람을 만드는 도시다. 시인 정지용은 바다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넓고 넓은 바다는 끝이 없고, 그 앞에 선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작아진다"라고. 묵호의 바다도 그런 바다다. 지금 글을 쓰는 동해시 일출로 121번지 논골담길 커먼즈 역시 그런 곳이다. 묵호는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문득 바다가 나타나는 도시.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수평선이 쏟아지고, 자신이 지금까지 걷던 골목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갑작스러운 열림이 묵호를 나 홀로 여행지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열리는 수평선. 그 대비가 주는 감각은 혼자일 때 더 강하게 온다. 둘이면 그 순간 말이 나온다. 혼자면 그 순간 침묵이 온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무언가와 대면한다. 묵호가 비움의 도시가 되는 것은 그 지형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여러 사람들의 언어를 빌려 이 질문에 답하려 했지만, 결국 내 답은 이렇다. 묵호는 7번 국도를 이어가는 강원 영동 남부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인데 끝이 아닌 도시다. 천천히 변하는 도시, 원형이 남아 있는 도시고 원형이 힘인 도시다. 경사진 도시인데 그 경사가 기질이 된 도시다. 바다가 겸손을 가르치는 도시이고, 골목이 버팀을 가르치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 비움을 허락하는 도시다. 이 도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그것은 오만한 일일지 모른다. 묵호는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도시다. 정의되는 순간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묵호 사용 설명서 이번 회에서 답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계속 열어두기로 한다.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이 연재가 끝날 때, 독자 각자의 답이 생겨 있기를 바란다. 장소는 결국 그 장소를 경험한 사람의 수만큼 다른 이야기를 가진다. 묵호도 그렇다. <편집자주>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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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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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조사 착수⋯업계, 잇단 3~5% 가격 인하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시장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상, 삼양,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조CPK는 전분·물엿·과당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밝혔고, CJ제일제당도 B2B와 B2C 제품 가격을 최대 5% 낮추기로 했다. 대상 역시 올리고당과 물엿 가격을 5% 인하했다. 공정위는 밀가루·설탕 등 생활 원재료 시장에 대한 조사도 병행 중이다. [미니해설] 가격 내리는 전분당 업계…담합 조사 파장 어디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시장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점 구조로 형성된 국내 전분당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공정위는 대상, 삼양,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국내 전분당 시장을 사실상 분할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전분과 물엿, 과당 등은 식품·음료·제과·제빵 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업체들은 잇달아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사조CPK는 전분, 물엿, 과당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밝혔다. 적용 범위는 실수요처와 대리점, 기업간거래(B2B), 소비자용(B2C) 전반을 아우른다. 회사 측은 원재료 가격 변동을 반영하고 파트너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달 B2B 전분당 가격을 3~5% 낮춘 데 이어, B2C 제품 가격도 최대 5% 인하하기로 했다. 대상도 올리고당류와 물엿 등 주요 소비자 제품 가격을 5% 인하한다고 발표했으며, B2B 가격도 평균 3~5% 낮출 계획이다. 가격 인하의 명분은 '국제 원재료 가격 반영'과 '물가 안정 동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점에 주목한다. 담합 조사 착수 직후 연쇄적인 가격 인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점 시장에서는 가격 결정이 경쟁이 아닌 '묵시적 합의'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공정위의 문제의식이다. 전분당 시장은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산업 특성상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은 가격 인하의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원가 하락이 실제로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조사는 전분당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는 밀가루와 설탕 등 생활물가와 직결된 원재료 시장에 대해서도 전방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담합 혐의로 제분·제당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들 기업도 최근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B2C 전 제품 가격을 인하했고, 삼양사도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낮추기로 했다. 사조동아원은 밀가루 가격을 평균 5.9% 인하했고, 대한제분도 일부 제품 가격을 4.6% 내렸다. 담합 의혹과 가격 인하가 맞물리며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점 구조'다. 소수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는 가격 변동이 동시적으로 나타나기 쉽다.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서로의 가격 정책을 관망하며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의식적 병행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들은 원가 부담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강조한다.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맞물려 원재료 업체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식품 원재료 가격은 정치·경제적 민감도가 높다. 이번 조사와 가격 인하 조치는 단기적 물가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개편과 경쟁 촉진 여부가 관건이다. 과점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신규 진입 장벽 완화, 유통 구조 개선, 원가 공개 투명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가격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 물가와 직결된 원재료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과점 구조의 건전성에 대한 시험대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 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격 인하 발표가 '선제적 책임 이행'으로 평가될지, 아니면 '조사 대응'으로 해석될지는 향후 공정위의 판단과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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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조사 착수⋯업계, 잇단 3~5% 가격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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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 평균소득 375만원⋯증가율 3.3% '역대 두 번째 최저'
- 재작년 임금근로 일자리 평균소득 증가율이 3%대에 머물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평균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보다 12만원(3.3%) 늘었다. 중위소득은 288만원으로 10만원(3.6%) 증가했다. 대기업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각각 3.3%, 3.0% 늘었다. 남성 평균소득은 442만원, 여성은 289만원으로 격차가 유지됐다. 60대 평균임금이 20대를 웃돌았고, 70세 이상 증가율(5.8%)이 가장 높았다. [미니해설] 임금 둔화 속 고령층 약진…청년층 체감 소득은 왜 더 낮은가 재작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증가율이 3%대에 그치며 사실상 '저성장 임금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12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평균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 대비 12만원(3.3%)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2023년 2.7%보다는 소폭 반등했지만, 2022년 6.0%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는 임금이 늘었다. 그러나 증가 폭은 물가 상승과 체감 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위소득 역시 288만원으로 3.6% 증가했지만, 분포의 중심이 크게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규모별 격차는 여전히 구조적이다. 대기업 평균소득은 613만원으로 20만원(3.3%) 늘었고,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9만원(3.0%) 증가했다. 증가율은 비슷하지만 절대 격차는 300만원을 넘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레벨 차이'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성별 격차도 유지됐다. 남성 평균소득은 442만원, 여성은 289만원으로 약 1.5배 차이를 보였다. 증가율은 모두 3.6%로 동일했지만,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격차는 그대로다. 노동시장 내 직무·근속·산업 분포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통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연령 구조 변화다. 40대가 평균 46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50대(445만원), 30대(397만원), 60대(293만원), 20대(271만원) 순이었다. 특히 60대 평균임금이 20대를 웃돌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데이터처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60세 이상을 60대와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했다. 70세 이상 평균소득은 165만원으로 절대 수준은 낮지만, 증가율은 5.8%로 가장 높았다. 보건·사회복지업을 중심으로 돌봄 수요가 확대되고,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청년층의 소득 증가율은 20대 3.0%, 30대 2.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존과 확대가 청년층의 일자리 구조와 경쟁 구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시장 ‘연령 역전’ 현상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근속기간과 소득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명확했다. 근속 20년 이상은 평균 848만원, 10~20년 미만 608만원, 5~10년 미만 430만원 순이었다. 장기 근속이 소득 상승의 핵심 경로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신규 진입자의 소득 개선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업별 편차도 크다. 금융·보험업 평균소득은 777만원,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공급업은 699만원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반면 숙박·음식업은 188만원, 협회·단체·기타 개인서비스업은 229만원에 그쳤다. 산업 구조 자체가 임금 격차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일자리'는 취업자와 다른 개념이다.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고용 위치를 점유할 경우 각각 하나의 일자리로 집계된다. 이는 다중 직업 구조가 확대될수록 통계상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개인 체감 소득은 반드시 개선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통계는 세 가지 신호를 던진다. 첫째, 임금 증가율 둔화의 구조화. 둘째, 고령층 소득 상승과 청년층 정체의 교차. 셋째, 기업·산업·성별 격차의 지속이다. 노동시장은 단순히 평균값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평균 375만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188만원의 숙박업 종사자도 있고, 777만원의 금융업 종사자도 있다. 고령층의 참여 확대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청년층의 소득 정체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주택·결혼·출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금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제 체력의 바로미터다. 증가율 3.3%라는 수치는 회복과 둔화 사이, 그 미묘한 경계선 위에 한국 노동시장이 서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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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 평균소득 375만원⋯증가율 3.3% '역대 두 번째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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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EU 간 무역관계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CBS 인터뷰에서 "무역 관계자들이 익숙해진 균형이 다시 흔들리면 비즈니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에 타기 전 도로 규칙을 알아야 하듯 무역도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에 향후 조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미니해설] '균형의 붕괴' 경고한 ECB…트럼프 관세에 유럽 통화·무역질서 시험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다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지만 보호무역 기조는 유지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의 균형 상태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EU는 미국이 EU 회원국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향후 수년간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타협을 이뤄냈다. 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라는 교환 조건을 통해 양측은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 균형이 정책 예측 가능성 위에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차에 타기 전에 도로 규칙을 알고 싶다"며 무역에서도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소급 적용되거나 환급 여부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 계약과 공급망 설계를 전제로 움직이는데, 관세 체계가 수시로 바뀌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특히 ECB 수장으로서 라가르드 총재가 우려하는 지점은 무역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환경에 미칠 파장이다. 관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의 최종 부담자가 된다는 그의 언급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그는 "관세 대부분은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했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경로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EU 기업의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유럽 산업정책과 투자 전략 전반에 재조정을 요구하는 신호다.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반응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국 측에 향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합의의 법적·정치적 구속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유럽의회가 대미 무역합의 승인을 추가로 보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유럽 내부의 정치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균형(equilibrium)' 언급은 경제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무역관계는 단순한 관세율의 합이 아니라 투자·환율·금리·소비심리 등이 맞물린 복합적 시스템이다. 한 축이 흔들리면 다른 축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미·EU 관계는 세계 교역의 핵심 축인 만큼, 작은 균열도 글로벌 시장에 파급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국내 정치적 계산과도 맞물려 있다. 보호무역을 통해 제조업과 노동자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과 공급망 재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미국과의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승인을 지연할 경우, 양측 간 신뢰 자산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이번 ECB 총재 발언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반복해 강조한 '명확성'은 기업과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이다. 관세 환급 여부, 적용 범위, 기간 등 세부 규칙이 불투명하면 투자 결정은 지연되고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행정부 권한에 대한 제동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러나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관세를 유지한다면 정책 불확실성은 지속된다.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경고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에 대한 요구다. 미·EU 간 균형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대서양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세율 경쟁이 아니라,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재확인이라는 점을 유럽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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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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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8회)
- 제18회 자신의 입술을 향해 다가오는 미상 씨의 입술을 감지한 희정 씨가 눈을 뜨고 말한다. "미상 씨, 안 돼요." 슬픔의 운명과 그 어떤 서러움의 기운이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맴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난 나 자신하고만 헤어지고 싶어요. 미련을 남긴 채 떠나진 않겠어요. 그러니 그만!" 미상 씨는 멈췄고 희정 씨는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내게 애절한 감정을 지닌 사람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미상 씨는 내가 떠난 뒤 누군가를 사랑해야 해요. 그분을 위해 첫 키스를 고이 간직하게 있으세요." 미상 씨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옹크리고 잠든 다람쥐를 어루만지듯이 희정 씨의 볼과 어깨를 매만진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하지 못한다. 희정 씨와 처음 만나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희정 씨네 집을 드나들고 희정 씨를 돕기 전까지 미상 씨는 다람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에 탐닉했다. 너무나 외로웠던 탓이다. 다른 그 어떤 대상에도 애정을 가질 수 없었고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그가 시청하던 다람쥐 채널 유튜버는 캐나다 온타리오 숲속 호숫가에서 외국인 남편과 사는 한국인 여인이었다. 잠든 희정 씨를 남겨두고 돌아서면서 미상 씨는 그 여인을 떠올렸다. 야생 다람쥐와 친하려고 해바라기 씨가 담긴 손바닥을 내민 자세로 하염없이 기다리던 여인의 손바닥에 패인 손금을 생각했다. 사랑은 기다림이고 상대방의 뜻에 복종하는 배려와 희생의 태도라는 사실을 그 손금이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코코와 초코에게 츄르를 줬다. 접시에 담긴 츄르를 먹느라 고개를 숙인 그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미상 씨가 말한다. "사랑해 코코와 초코야. 봄이 오면 공원으로 산책을 가자." 그런 뒤 미상 씨는 인터넷을 통해 창덕궁 후원 관람권을 예매했다. 희정 씨가 진료받으러 종합병원에 가는 날을 골라 일시를 잡았다. 일주일 뒤 수요일 오후였다. 희정 씨는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 빌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미상 씨에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희정 씨도 코코와 초코도 모르고 살던 그 시절 그에겐 운명과 같은 가난과 소설가로 살아가겠다는 욕망과 그리고 어젯밤에 쓴 자신의 소설이 인쇄된 A4용지에 내리치는 아침의 햇살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과 소설 쓰기 위해 각목과 합판으로 만든 의자를 겸한 침상이 있었다. 그 다섯 가지가 그의 친구였고 운명의 표징이었으며 그의 모든 것이었다. 희정 씨를 만난 뒤 미상 씨는 희정 씨의 몸종과 같이 굴면서 행복했다. 그렇게 지낸 지난 삼 년 동안 미상 씨는 희정 씨가 시키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거절하거나 이유를 달지 않았고 기쁨으로 복종했다. 그랬기 때문에 신춘문예에 당선할 수 있었고 상금으로 중고 해치백 승용차를 살 수 있었고 쿠팡 카플렉서로 독립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설가가 된 뒤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소설집을 출간할 수 있었던 행운도 희정 씨의 조력과 응원 덕분이었다. 도발적인 단편소설 기고와 출간요청은 희정 씨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출간한 소설집은 많이 팔리지도 않았고 경제적 보탬이 되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등단한 지 한 해 만에 소설가라는 직업인의 기반을 반듯하게 만들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이게 된 정황도 희정 씨가 만들었다.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고양이 분양을 알아보던 희정 씨가 어느 날 기쁜 음성으로 말했다. "드디어 장거리 운전할 기회가 왔어요." 경남 거창까지 새끼 고양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희정 씨는 말했다. "교통량이 적은 새벽에 떠나면 아침나절 도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서둘러 돌아오면 점심시간이 돼요." 남쪽으로부터 폭풍우가 올라온다는 기상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미상 씨는 서툰 운전실력으로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새벽이었다. 경남 거창 산골에 있다는 아기 고양이와 함께 그 뒤에서 불어닥치는 비바람을 영접하러 달려갔다. 이태 전 초여름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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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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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장관 "미 15% 관세 현실화 대비⋯한미 합의 이익균형 지킨다"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관련해 "한미 관세 합의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301조 등 대체 수단을 통한 관세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의 경쟁 여건 변화가 예상된다며 수출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 작업은 변함없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니해설] 'IEEPA 판결' 이후 통상전선 재편…122·301조 변수 속 韓 대응 시계 빨라진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미국의 통상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관세 공세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를 공표했고, 곧이어 이를 15%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 조사 방침까지 천명했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지만 통상 압박의 기조는 유지되는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IEEPA에 제동이 걸렸다고 해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미국 관세정책은 IEEPA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122조·301조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 불확실성의 확대를 의미한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15% 이내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은 복합적 영향을 받게 된다. 관세가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상대적 불리함은 줄어들 수 있지만, 세부 품목별 예외나 추가 조치 여부에 따라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분석에서 미국의 관세 체계가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관세' 구조로 전환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의 경쟁력이 일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미 FTA에 따른 기본 관세 인하 효과가 여전히 작동한다면, 비(非)FTA 국가에 비해 상대적 우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통해 특정 국가나 산업을 겨냥할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수단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대규모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바로 이 조항이었다.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김 장관은 "예단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보조금·산업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일단 '이익 균형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한미 관세·무역 합의를 통해 일정 부분 교역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그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장관은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세율 자체뿐 아니라 투자·공급망·기술 협력 등 포괄적 교환 조건을 포함한 균형을 의미한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역시 변수다. 일각에서는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투자 필요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김 장관은 "구체적인 프로젝트 선정 작업은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산업부 실무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무부와 협의를 진행한 사실도 재확인했다. 이는 관세와 별개로 산업 협력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관세 환급 문제도 새로운 쟁점이다. IEEPA 판결 이후 기존에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와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김 장관은 민관 협업을 통해 기업에 관련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세 환급은 기업의 현금흐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특히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민관합동 회의에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업종 협회와 경제단체, 관계 부처가 총출동했다. 이는 통상 이슈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참석자들은 업종별 영향 점검과 함께 시장 다변화 전략, 수출 금융 지원, 통상 외교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속도와 일관성이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단기간에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한국 역시 단기 대응과 중장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김 장관이 "조급하거나 성급하지 않게 차분히 대응하자"고 강조한 배경에는, 정치·법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IEEPA 판결은 하나의 분기점이지만 종착점은 아니다. 무역법 122조와 301조라는 대체 수단이 작동하는 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대응 체계를 가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관건은 불확실성을 기회로 전환할 전략적 민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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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장관 "미 15% 관세 현실화 대비⋯한미 합의 이익균형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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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 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노해정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몰리고 화끈거리며 가슴은 차디찬 얼음장처럼 변해가는 나를 보았지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을 때 마치 빙벽 속에 갇힌 것처럼 뜨거운 핏줄기는 꽁꽁 얼어가고 납덩이보다 무거워진 머릿속 겹겹이 쌓인 빙판을 뚫고 깊디깊은 심해 속으로 내 몸을 끌어들이지 깊은 곳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숨 쉬게 되고 매우 느린 속도로 몸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돼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야 그냥 그렇게 움직여지는 거야 심해의 바닥에 도달하는 것은 세상을 등지거나 삶을 포기하려 하는 것도 아니야 엄청난 수압에 짓눌리면서도 견뎌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질 거야. 어느 순간 상어가 된 나를 느끼게 돼 " 양식장에 갇힌 철갑상어가 아닌 북극해에 사는 상어 " 떠오르다 보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무리를 만나기도 해 나의 친구일지도 애인일지도 부모일지도 모르는 저들의 유영은 늠름하고 아름다워 계속 떠오르다 보면 싱싱한 피 냄새도 느낄 수 있어 "물개를 사냥하는데 정신이 팔린 북극곰" 서서히 다가가 턱을 크게 벌려 꿀꺽 삼킬 수도 있지 대박이지? 나는 상어가 되었으니까 가라앉은 자리, 거침없는 유영이 시작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다 끝내 닿지 못하고 얼어붙은 말들은, 어느새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기어코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변명조차 삼켜버린 캄캄한 밤, 우리는 각자의 외로운 심해로 속수무책 가라앉곤 하지요.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 서늘하고 막막한 하강의 시간은 마치 영원할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바닥에 등짝이 닿을 때쯤, 문득 묘한 평온이 찾아옵니다.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릴 듯한 수압 속에서 발버둥 치기를 멈추는 순간, 요란했던 세상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음소거가 되거든요. 그리고 비로소 그 고요의 틈바구니로 내 안의 가장 깊고 묵직한 고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캄캄한 밑바닥이 실은 전혀 다른 방식의 호흡을 배우는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믿었던 심장이 그 지독한 고독 속에서 가장 맹렬하게 깨어나는 경이로움이란, 길들여진 수조 안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감각입니다. 상처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 단단해진 이들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리지 않습니다. 그저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느릿하고도 우아하게 유영할 뿐이지요. 이 묵묵한 유영의 길목에서 우리는 가끔, 나와 닮은 상처를 지느러미 삼아 헤엄치는 무리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바닥까지 가라앉아 본 이들만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서늘한 온기. 그 곁을 나란히 헤엄치다 보면 웅크렸던 두려움은 어느새 서슬 퍼런 야성으로 벼려집니다. 나를 옥죄던 거대한 슬픔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던 세상의 잣대도 크게 입을 벌려 단숨에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압도적인 생명력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보이지 않는 빙벽에 갇혀 홀로 시린 시간을 앓고 있다면, 너무 억울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을 짓누르는 그 무거운 삶의 무게는 당신을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늠름하고 맹렬한 지느러미를 길러내는 중일 테니까요. 머지않아 차가운 수면 위로 불쑥 솟구쳐 오를, 거침없는 당신의 탄생을 가만히 기다려 봅니다.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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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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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BAE시스템스 무인 전차 아틀라스 자율주행·자동 타격 시험 성공
- 영국의 세계적인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가 개발 중인 자율 전술 경장갑 시스템, 이른바 아틀라스(ATLAS) 무인 전차가 최근 복잡한 지형에서의 자율주행과 자동 표적 획득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기갑 부대의 화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지상 무인 전투 체계의 실전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가 20일 보도했다. 16개월 만에 완전 기능 시제기 완성⋯장애물도 스스로 회피 BAE시스템스 호주 법인은 지난 2024년 9월 랜드 포스 방산 전시회에서 아틀라스를 처음 공개한 이후 불과 16개월 만에 완전한 기능을 갖춘 시제기 검증을 마쳤다. 최근 진행된 시험 평가에서는 원격 조종과 사전 설정된 경로(웨이포인트) 이동은 물론, 복잡하고 거친 지형에서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회피하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능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시험 결과 아틀라스는 인간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도 역동적인 전장 상황과 장애물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조종사의 작업 부하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지휘관에게 더욱 다양한 전술적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궤도형 및 차륜형 전투 차량과 보조를 맞춰 험난한 지형과 혹독한 기상 조건 속에서도 고속 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도 주요한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 타격 체계로 교전 시간 단축⋯3D 업종 전담하는 전투 증수기 아틀라스는 주력 전차나 전투 정찰 차량과 함께 편대를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협동 전투 파생형(CCV) 모듈식 플랫폼이다. 강습 작전을 위해 무인 플랫폼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밴티지(VANTAGE) 중구경 포탑을 탑재하고 있다. 이 포탑의 핵심은 수동 다중분광 자동 표적 탐지, 추적 및 분류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고도의 자동화를 통해 적을 탐지하고 교전하기까지 걸리는 이른바 킬 체인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킨다. 반대로 적에게 발각될 확률은 낮춰, 여러 대의 무인기가 협력하는 분산 작전에서 생존성과 타격력을 동시에 보장한다. 앤드루 그레셤 BAE시스템스 호주 방산 납품 부문 전무는 아틀라스를 전장의 전투 증수기(Combat Multiplier)로 정의하며, 현대전에서 군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임무를 무인 전차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전방 정찰, 화력 지원, 고위험 지역 물자 보급 등 병력 손실 위험이 큰 임무를 로봇이 전담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틀라스의 이러한 작전 개념은 유인 기갑 부대를 지원할 로봇 윙맨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미 육군 및 해병대의 현대화 교리와도 정확히 일치해 향후 동맹국들의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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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BAE시스템스 무인 전차 아틀라스 자율주행·자동 타격 시험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