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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 넉 달 연속 상승⋯주담대 10개월 만에 최고
-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가 넉 달 연속 올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50%로 전월보다 0.1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3월(4.51%)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29%로 0.06%p, 전세자금대출은 4.06%로 0.07%p 각각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5.55%로 0.32%p 하락하며 3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86.6%에서 75.6%로 한 달 만에 11%p 줄었다. 변동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예금금리는 하락했다. 1월 저축성 수신 금리는 2.78%로 전월보다 0.12%p 떨어지며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46%p로 한 달 새 0.17%p 확대됐다. [미니해설] '주담대' 다시 고점…시장금리 영향 직격 가계대출 금리가 넉 달 연속 상승하며 금융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 반등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금리 인하 기대에 기댔던 가계의 체감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4.50%로 전월 대비 0.15%p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시장금리 상승이 은행 대출 금리에 본격 반영된 결과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29%로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4.06%로 상승하며 주거 관련 금융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의 급감이다. 1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75.6%로 한 달 새 11%p나 줄었다. 은행채 5년물 금리 상승으로 고정금리 자체가 높아진 반면, 단기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변동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차주들이 변동금리로 이동한 결과다. 이는 단기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이지만, 향후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대출 금리는 하락했다. 1월 신용대출 금리는 5.55%로 0.32%p 떨어졌는데, 이는 단기 은행채 금리 하락과 함께 고금리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신용대출 금리 하락이 가계 전반의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 금리는 소폭 하락 기업대출 금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월 기업대출 금리는 4.15%로 소폭 하락했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지만,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단기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아 내려간 결과다. 다만 기업대출 역시 향후 시장금리 방향에 따라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동안 예금 금리는 하락했다. 1월 저축성 수신 금리는 2.78%로 전월 대비 0.12%p 떨어지며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는 예금 금리가 장기물보다 단기물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단기 시장금리 하락이 즉각 반영된 결과다. 정기예금뿐 아니라 금융채·CD 등 시장형 상품 금리도 함께 낮아졌다. 예금 금리는 5개월 만에 하락⋯금융 비용 부담 증가 이로 인해 예대금리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는 1.46%p로 한 달 만에 0.17%p 커졌고,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2.24%p로 소폭 확대됐다. 은행의 이자 마진은 개선되는 반면,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은행 외 금융기관에서도 대출 금리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의 대출 금리는 모두 상승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9% 중반대로 올라 취약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출·예금 금리 모두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국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 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계는 높은 대출 금리와 낮아진 예금 금리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 확대, 예대금리차 확대, 취약 차주 금리 부담 증가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수준 자체보다 금리 구조의 변화가 가계와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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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 넉 달 연속 상승⋯주담대 10개월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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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 이스라엘 차세대 AI 미사일 '스카이 스팅' 도입 추진⋯中 PL-17에 맞불
- 인도 정부가 중국의 최신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PL-15 및 PL-17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개발 중인 6세대 AI(인공지능) 기반 미사일 '스카이 스팅(Sky Sting)'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두 번째 이스라엘 국빈 방문을 기점으로 가시화된 이번 협상은 인도 공군(IAF)의 주력 경전투기인 테자스(Tejas) Mk-1A의 전력을 극대화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 시각) 국방 안보 전문 매체 유라시안 타임스(The EurAsian Times)에 따르면, 인도는 자국산 미사일 개발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스라엘 라파엘(Rafael)사와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사거리 250km·마하 5의 위력…AI 기반 표적 식별 능력 갖춰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스카이 스팅'은 약 250km에 달하는 가공할 사거리를 자랑하는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BVRAAM)이다. 3중 펄스 고체 연료 로켓 모터를 탑재해 종말 단계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내며, AI가 주도하는 표적 식별 시스템을 갖춘 무선주파수(RF) 탐색기 덕분에 강력한 기만 작전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밀도를 자랑한다. 특히 이 미사일은 무게가 180~200kg 수준으로 가벼워 테자스와 같은 경전투기도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 공군은 테자스뿐만 아니라 주력 기종인 Su-30 MKI 전투기에도 이 미사일을 통합하여 중국과 파키스탄이 보유한 공대공 우위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아트마니르바르(자립)'의 딜레마…국산 미사일 '아스트라'의 위기? 이번 도입 추진 배경에는 기술적 병목 현상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 있다. 현재 인도는 국산 미사일인 '아스트라(Astra) Mk-1'을 테자스 Mk-1A에 장착된 이스라엘제 ELM-2052 AESA 레이더와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테자스 Mk-1A의 인도 일정이 늦어지면서, 공군력 약화를 우려한 인도 정부가 검증된 이스라엘제 솔루션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도입이 인도 국방 자립화 정책인 '아트마니르바르(Atmanirbhar)' 기조에 역행하며 국산 아스트라 미사일 프로젝트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직 인도 공군 조종사 비자인더 타쿠르(Vijainder K Thakur)는 "스카이 스팅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결국 미래형 아스트라에 구현될 기능들"이라며 "지금 도입하는 것은 국산 프로젝트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인도 국방 전문가들은 이를 '전술적 중도(Middle Path)'로 해석한다. 국산 레이더인 '우탐(UTTAM)'과 아스트라 미사일의 통합이 완료될 때까지 이스라엘 시스템을 가교(Stopgap)로 활용하여, 현재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술 이전을 통해 장기적인 자립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이스라엘은 이미 테자스용 레이더와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HMDS) 등을 공급하며 인도 국방 현대화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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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 이스라엘 차세대 AI 미사일 '스카이 스팅' 도입 추진⋯中 PL-17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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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이미지 생성모델 '나노 바나나 2' 전격 공개
- 구글이 26일(현지시간) 바이럴 흥행에 성공한 AI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의 후속작 ‘나노 바나나 2’를 공개했다. 더 빠른 성능을 앞세워 자사 AI 생태계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나노 바나나 2를 제미나이 앱, 검색의 AI 모드, 렌즈 기능, AI 기반 영상 도구 '플로' 등 전 제품군에 순차 적용한다"고 밝혔다. 모회사 알파벳 산하 구글은 이번 모델이 더 빠르고 정교한 이미지 생성·편집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나노 바나나 2는 제미나이의 '플래시(Flash)' 계열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이 모델은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복잡한 지시를 더 정확히 따르고, 세부 묘사도 한층 선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해 8월 나노 바나나 AI 이미지 편집기를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9월 단 4일 만에 제미나이 앱에 1300만명의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켰고 10월 중순까지 50억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했다. 11월에는 상위 버전인 '나노 바나나 프로'를 선보였다. 연이은 제품 출시와 성과는 구글을 AI 경쟁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한때 생성형 AI 대응에서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제미나이 3' 모델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경쟁사인 오픈AI 의 챗지피티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개발 가속화도 이어졌다. 특히 제미나이 3의 흥행은 사용자 참여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7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구글 주가는 6개월간 4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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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이미지 생성모델 '나노 바나나 2'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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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용산 2년 만에 하락 전환⋯다주택 규제에 서울 상승폭 둔화
-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약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26일 발표한 2월 넷째 주(23일 기준) 주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1%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0.04%포인트 줄며 4주 연속 둔화했다. 강남구(-0.06%),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는 급매물 출회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4건으로 1월23일 대비 20.6% 늘었다. 수도권은 0.09%, 전국은 0.05%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전국 0.07%, 서울 0.08% 올랐다. [미니해설] 강남의 신호탄…다주택 규제·세제 변수에 서울 집값 변곡점 맞나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3구와 용산구가 약 2년 만에 동반 하락 전환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는 상황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전체 매매가격은 0.11%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상승폭은 4주 연속 축소됐다. 겉으로는 상승, 속으로는 균열이 감지되는 흐름이다. 이번 하락 전환의 직접적 배경은 세제 일정이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예 연장이 없다는 정부 방침이 확인되면서 보유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한 것이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고가 1주택 보유자들 역시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다. 정책 불확실성이 매도 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실제 매물은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4건으로, 1월 23일 대비 20.6% 증가했다. 공급이 단기간에 확대되면 가격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압구정 신현대 전용 183㎡가 지난해 12월 128억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동일 면적이 98억원에 매물로 등장한 사례는 시장의 심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거래와 호가의 괴리가 커지는 구간은 통상 조정 국면의 전조로 해석된다. 강남·서초·송파·용산은 2024년 초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오던 대표적 '상급지'다. 이들 지역이 먼저 꺾였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은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이라며 파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강남권 조정은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서울 전역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강서·종로·동대문·영등포·성동·광진 등 21개 자치구는 여전히 상승했다. 선호도 높은 역세권·대단지 위주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이 '전면 하락'이 아니라 '차별화 조정'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정책 변수에 민감한 고가·다주택 시장이 먼저 흔들리고, 실수요 중심 지역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구조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흐름도 주목된다. 경기는 상승폭이 0.08%에서 0.10%로 확대됐고, 용인 수지·구리·분당·하남 등은 강세를 보였다. 인천 역시 0.02% 상승했다. 이는 서울 핵심지의 가격 부담이 커지자 대체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수도권도 0.02% 상승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전세 시장은 또 다른 변수다. 전국 전세가격은 0.07%, 서울은 0.08% 상승했다. 송파구는 대단지 입주 영향으로 -0.11% 하락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물 부족 속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매매 조정과 전세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매수 대기 수요가 재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하락 전환은 '정책 신호에 대한 선제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가능성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다만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매물 증가가 실거래 하락으로 이어지는지, 전세 수급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정부의 추가 규제 강도가 어느 수준인지에 따라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강남의 하락 전환은 상징적 사건이다. 시장은 정책과 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향후 몇 달이 서울 부동산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본격적인 하락 사이클의 출발점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책 환경이 시장 심리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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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용산 2년 만에 하락 전환⋯다주택 규제에 서울 상승폭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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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3회)
- 맑음주 한 사발과 그 밤, 논골담길 시작 천하일미라는 이름은 내가 붙이지 않았다. 그 집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이름이었다. 천하제일의 맛. 허풍처럼 들리지만, 막상 그 평상보다 편한 뒷방에 앉아 한 사발 받아 들면 그 허풍이 사실이 된다. 내가 그 장소를 5년 정도 드나들며 친구들과 보탠 이름은 따로 있다. 맑음주. 이름 없이 팔리던 그 막걸리에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맑다'는 형용사가 막걸리에 붙으면 이상할 것 같지만, 그 술은 실제로 맑았다. 탁하지 않고, 무겁지 않고, 마실수록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묘한 술. 한참을 마시다 배부르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바람을 한번 훔치면 특유의 알코올은 달아난다. 천하일미에서만 생산하는 묵호의 바닷바람을 닮은 유일한 막걸리다. 2010년 초, 나는 그 뒷방에서 묵호를 고민하고 있었다. 고(故) 김인복 통장을 처음 만난 것도 그 집이었다. 통장이라는 직함이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 작았다. 그는 묵호 논골을 손바닥처럼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집이 언제부터 비었는지, 어느 골목이 예전에 어떤 소리를 냈는지, 누가 이 언덕에서 태어나 이 언덕에서 늙어가는지. 그 기억들이 그의 몸 안에 살아 있었다. 나는 그날 밤 그 기억을 막걸리 안주 삼아 들었다. 그가 훗날 10년이 넘도록 논골담길 해설을 무료로 해주리라는 그것을 그때는 몰랐다. 스타 해설사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논골 이야기는 관광 안내가 아니었다. 증언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목소리로 전하는, 그 언덕의 시간 들. 방문자들은 그의 해설을 들으며 사진을 멈췄다. 마포에서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마포종점', 춘천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소양강 처녀'를 불러주던 그분, 우리는 늘 박수로 환영하며 맞이했다. 그것이 논골담길이 다른 골목과 달랐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 그는 없다. 그 목소리는 이제 이 골목 어딘가에 스며서, 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날 밤 천하일미 뒷방 원탁에는 몇 분의 통장님들이 더 계셨다. 이름을 일일이 부르지 않아도, 그 자리의 무게는 기억한다. 막걸리가 몇 순배 돌았고, 말이 많아졌다가 적어졌다가, 다시 많아졌다. 묵호 이야기가 나왔다.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 빈집 이야기, 아이들이 없어지는 이야기. 누군가 한숨을 쉬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그 웃음이 슬펐다. 나는 그 자리에서 듣는 사람이었다. 기획자로서가 아니라, 그냥 막걸리를 앞에 둔 한 사람으로. 그러나 그 듣기가 기획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좋은 기획은 언제나 듣기에서 시작한다. 말하기에서 시작한 기획은 대부분 무대가 되고, 듣기에서 시작한 기획은 간혹 장소가 된다. 그 밤이 길어질수록, 나는 이 골목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이 골목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 차이가 크다. 전자는 기획자의 언어이고, 후자는 사람의 언어다. 그날 밤 천하일미에서 나는 기획자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며칠 후 나는 공모사업 공고를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함께 진행하는 생활 문화 전승 공모사업이었다. 지역의 생활 문화를 발굴하고 전승하는 사업. 나는 묵호 논골을 떠올렸다. 이 언덕 위의 삶, 이 골목의 냄새와 소리, 통장님들의 목소리 안에 살아있는 기억들. 이것이 생활 문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기획서를 썼다. 그 기획서의 첫 문장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다. 한 줄은 기억난다. "묵호 사람의 절반은 무덤이 없다"였다. 하지만 그 기획서를 쓰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천하일미 뒷방 원탁과 묵호의 먹태와 검은 막장, 맑음주 한 사발, 그리고 고 김인복 통장의 목소리. 공모에 선정되었다. 그것이 논골담길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논골담길은 공모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공모사업 따라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막걸리 한 사발 때문에 생겼다. 밤새 이어진 묵호 이야기 때문에, 한숨과 웃음이 섞인 그 자리 때문에,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공모사업은 그 마음에 예산을 붙여준 것이었다. 마음이 먼저였다. 그 순서가 중요하다. 지역 재생 사업의 많은 실패는 예산이 마음보다 먼저 왔을 때 생긴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기획이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앞질러 갈 때, 공간은 무대가 되고 사람은 소품이 된다. 나는 그 순서를 천하일미에서 배웠다. 맑음주 한 사발이 가르쳐준 기획론이었다. 지금 천하일미는 아랫마을 부곡 로터리 작은 언덕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상과 뒷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술맛은 아직도 그 맛이다. 이름은 내가 붙였지만, 맛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그 집 고유의 맛이 있고, 그 맛이 지금도 사람들을 천하일미로 이끈다. 논골담길이 유명해진 후에도 그 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 변하지 않음이, 이 동해에서 가장 믿음직한 것 중 하나다. 나는 가끔 그곳을 다시 앉는다. 맑음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지금은 없는 목소리들을 생각한다. 고 김인복 통장이 해설하던 목소리, 통장님들이 나누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밤, 이 언덕에 울려 퍼지던 묵호의 소리. 기획은 그 소리에 빚지고 있다. 나는 아직 그 빚을 다 갚지 못했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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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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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0% 동결⋯한은,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 수순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인하 이후 완화 기조를 이어왔으나, 하반기 들어 6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상향한 만큼 추가 인하 명분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1,400원대 환율 불안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니해설] 한은, 금리 2.50% 장기 고정…'완화 종료' 신호인가, 정책 전환의 분기점인가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2.50%로 또다시 묶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동결 행보다. 겉으로는 '신중한 관망'이지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은 분명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인하 사이클 종료 선언'으로 해석한다. 한은의 판단 근거는 성장 경로의 변화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올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소비심리 개선이 배경이다. 3분기 1.3% 성장으로 반등에 성공한 이후 4분기 일시적 역성장을 겪었지만, 대외 수요는 견조하다는 진단이다. 통화 완화의 핵심 명분이었던 '경기 급랭 위험'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금리 인하는 내수 부진과 관세 리스크, 정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지표는 최소한 추가 부양이 시급한 국면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 중요한 변수는 금융안정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금리 인하는 곧바로 대출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달굴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환율 역시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왔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각종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이 완전히 진정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일부 인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성장 개선과 금융 불안 요인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금통위는 '동결을 통한 시간 벌기'를 선택했다.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추가 인하는 유보하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두 갈래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올해 내내 동결 유지론이다. 반도체 중심의 K자형 회복이 지속되고, 재정 확장이 병행될 경우 금리 인하 필요성은 더 줄어든다는 논리다. 또 다른 시각은 연말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성장률이 2%를 상회하고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경우 정책 방향이 반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조기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소비 회복이 완전하지 않고, 건설·내수의 체력이 충분히 복원됐다고 보긴 어렵다. 한은도 "상방과 하방 리스크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GDP 성장률 눈높이를 1.8%에서 2.0%로 0.2%포인트(p) 올려 잡았다. 이번 동결은 통화정책의 2단계 진입을 의미한다. 급격한 완화에서 벗어나 '균형 관리'로 옮겨가는 구간이다. 인하 사이클이 끝났는지 여부는 향후 2~3개 분기 지표가 결정할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가 주도하는 양극화된 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 정책으로 경기 둔화 요인이 추가로 완충된다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인하 국면은 마무리됐고, 올해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한은의 정책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인하 여지는 사라지고, 부동산·환율 불안이 재점화되면 인상 압력까지 받을 수 있다. 2.50%라는 숫자는 단순한 금리가 아니다. 경기와 금융안정,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선택한 균형점이다. 이 균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정책 방향이 다시 바뀔지는 글로벌 변수와 국내 자산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 지금은 멈춤의 시간이다. 그러나 멈춤은 종종 다음 움직임의 전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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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0% 동결⋯한은,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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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나스닥 1.3% 상승⋯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AI주 랠리
- 뉴욕증시가 이틀째 상승했다. 전날 반등에 이어 인공지능(AI) 관련주와 소프트웨어 종목이 강세를 보이며 기술주 중심의 회복 흐름이 이어졌다. 25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91.62포인트(0.59%) 오른 4만9466.1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8.18포인트(0.84%) 상승한 6948.25, 나스닥 종합지수는 296.47포인트(1.30%) 오른 2만3160.16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2.14% 상승했다. 오라클은 오펜하이머의 투자의견 상향에 힘입어 3% 올랐다. 세일즈포스는 3% 상승했고, 팔란티어·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웨스턴디지털 등 AI 수혜주도 4% 이상 뛰었다. 전날 급등했던 AMD는 소폭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이틀 연속 반등했다.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IGV)는 전일 2% 상승에 이어 이날도 2%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10% 관세는 유지됐으며, 15% 인상은 일부 국가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미 무역대표부가 밝혔다. [미니해설] 엔비디아 실적 앞둔 '기술주 시험대' 이번 상승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었다. 장 마감 후 발표될 분기 실적을 앞두고 주가는 2% 넘게 올랐다. 월가는 이미 주요 고객사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예고한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UBS는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확대 발표를 언급하며, 시장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매출 전망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고평가 부담과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WSJ는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 대비 6% 이상 하락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기업 이벤트를 넘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안도 랠리'…AI는 보완재인가 월요일인 23일 급락의 진원지였던 소프트웨어 업종은 이틀째 회복세를 이어갔다. 오라클은 3% 상승했고, 세일즈포스는 3% 올랐다.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도 강세를 보였다. IGV는 이틀간 4% 가까이 반등했다. 시장의 시각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앤스로픽의 최근 발표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보다는 연결·확장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과도했던 공포가 완화됐다. CNBC에 따르면 일부 투자전략가는 최근의 '묻지마 매도' 국면이 지나고 시장이 기업별 경쟁력에 대한 선별적 평가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크데이는 부진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장중 9% 넘게 밀렸지만 낙폭을 줄였다. 이는 AI 경쟁 심리가 여전히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 혼선 지속…15%는 '선별 적용' 가능성 정책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 10% 관세는 이미 발효된 상태다. 다만 15% 인상은 일부 국가에 한정해 적용될 수 있다고 미 무역대표부가 밝혔다. 이는 주말에 제기된 전면 인상 가능성과는 다소 결이 다른 메시지다. WSJ는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기존 고율 관세(35~50%)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관세 정책의 범위와 대상이 유동적인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날 미 국정연설 이후 나스닥이 1% 이상 움직이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4차례 연설 이후 나스닥은 모두 1% 이상 변동했다. AI 수혜주 선별 부상…엑손 20% 급등 AI 수혜를 내세운 기업별 차별화도 뚜렷해졌다. 테이저 제조업체 엑손(AXON)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수요 증가를 언급하며 20% 급등했다. AI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양면성을 보여준 사례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관련 소식 이후 6% 상승했다. 반면 디아지오는 미국 내 주류 판매 부진을 이유로 13% 급락했다. 지금 현재 시장은 'AI 공포'에서 'AI 선별' 국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실적이 그 전환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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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나스닥 1.3% 상승⋯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AI주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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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그림(1)-빈센트 반 고흐
- [김종근의 미술평론]에서는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대표작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사유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인물로 빈센트 반 고흐(프랑스어 뱅셍 반 고흐)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빈센트 반 고흐-노란색은 고흐가 사랑한 마지막 색채였다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이라도 주겠다."-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중에서 '고흐'는 그토록 갈망하고 꿈꿔 오던 아를에서 고갱을 기다렸다. 여기 <폴 고갱의 안락의자> 작품은 그만이 알고 있는 햇볕과 따뜻함을 나타내는 노랑색과 우정의 불꽃으로서 상징적인 색채의 그림이었다. 8월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이제 나는 우리 둘만의 작업실에서 고갱과 함께 살고 싶다, 해바라기만으로 이 작업실을 꾸미고 싶다." 그러나 고갱과 오래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간절한 그의 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서로 초상화를 그려 주고받으면서 고갱의 그림 속 고흐 자화상은 멍한 표정과 시들어버린 꽃 표현에 고흐는 몹시 못마땅해했다. 이 불만을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갱을 가리켜 "그놈이 날 싫어하는 게 틀림없어 나를 꼭 원숭이처럼 그려놨어"라고 편지에 썼다. 이후 빈번한 다툼에서 드디어 188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고갱은 고흐의 노란 집에서 도망쳤다. 마침내 노랑색의 해바라기와 돌이킬 수 없는 고갱과의 결별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고흐는 귀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표현과 묘사법은 독특하였다. 고흐는 스스로 말하길 "나는 눈으로 본 것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애쓰기보다, 다양한 색을 마음대로 사용하여 나 자신을 그리려 한다"라고 고백했다. 그 다양한 색 가운데 그가 가장 열중한 색채가 바로 노랑색이었다. <시인의 정원>, <자화상>, <노란 집>, <농부가 있는 밀밭 >, <까마귀 나는 밀밭>, <파이프가 놓인 의자 >, < 노란 배경을 한 붓꽃 화병> 등 수 많은 작품이 모두 노란빛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노란빛을 찾아간 것은 아니다. 그의 궁핍했던 고향 누에넨 풍경과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보이는 어두운 색조와 강한 색채들은 파리를 거쳐 아를에 정착하기까지 그의 정신적인 흐름과 함께 색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비록 젊음을 상실했지만 젊음과 신선함이 담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라고 확신했던 것처럼 그의 <아를의 밀밭>과 <추수 >작품들은 색채와 빛의 처리에서 신선한 그림이었다. 그의 작품 속에 노랑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외부는 노란색, 내부는 흰색으로 칠해진 빛이 잘 드는 집을 월세 15프랑(약 4500원 정도)에 빌려 쓰기 시작한 아를 시절이 절정에 이른다. 35살의 나이인 그는 스스로 다른 화가들과 구별되는 색채를 창조할 수 있는 화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작은 식당에 살면서 썩은 이를 악물고 그림을 그리며, 창녀촌에나 드나드는 나 같은 화가를 상상할 수가 없다"라고 스스로 자학했지만, 그는 화가 공동체의 꿈을 안고 오로지 그림으로 이 역경을 극복하려 고뇌했다. 그해 10월에 그린 고흐의 노랑색이 그득한 <침실(아를의 방)>은 노란 집에서의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신이 그린 최고의 명작이라고 했다. 이즈음 그는 일본의 우키요에(한국의 민화 같은 일본의 대중화)를 발견하면서 그 속에서 원색적인 색채와 강렬한 선의 영향에 힘입어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를 멸시하고 미치광이라고 등 돌렸지만 시인이자 미술평론가 알베르 오리에는 "지저분한 길과 추한 현실의 삶으로 뒤범벅된 혼돈 속으로 되돌아온 순간……. 찬란한 단조로움 …. 검은 색깔조차 모두 반들반들 맑고 영롱했네! " 이렇게 극찬하면서 그에게서 광기와 천재성을 발견했다. 동료 화가 피사로도 "이 사람은 미치거나 혹은 우리를 훨씬 앞질러 갈 것이다. 우키요에 그림처럼 밝은색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발견한 노란빛의 승리이었다. <씨뿌리는 사람이 서 있는 밀밭과 석양>은 그러한 황금색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이며 <프로방스의 낟가리>, <아를 식당의 실내> 등도 그가 살던 아를의 노랑색 풍경이다. 그와 함께 공동체 생활을 꿈꾸었던 친구 고갱은 아를을 "남불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라고 신랄하게 투덜댔지만 그래도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여기서는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 깊은 속이 있고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많은 우정을 발견한다고 기록했다. 고흐는 이 도시에 만족했다. 그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색깔의 효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빛깔이 여기서는 정말 아주 아름답다. 초록빛이 신선할 때에, 그건 풍요로운 초록빛이다. 북쪽 지방에서는 드물게 보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초록빛이다. 초록빛이 먼지에 싸여 다갈색이 되어도, 그것 때문에 흉해지지는 않는다. 그럴 때면 풍경은 모든 뉘앙스를 다 가진 황금빛 색조들을 지닌다. 초록빛 황금색, 노란 황금색, 분홍 황금색, 또는 구릿빛이나, 레몬색 노란빛에서부터 흐릿한 노란 빛까지……." 이렇게 남불의 햇빛이 가진 능력과 섬세함의 발견은 20세기 전후에 활동했던 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반 고흐는 이렇게 썼다. "…. 나는 미래와 현재를 위해 남불 지방의 존재를 믿는다."라고 한 그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한 주일에 다섯 점의 유화를 그리면서 완전히 지친 반 고흐는 자기의 침실을 그리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우선 빛깔은 "벽은 엷은 자줏빛으로 되어있고", "침대의 나무와 의자들은 버터 빛 노란색이고, 시트와 베개들은 아주 선명한 레몬 빛 초록색이며" 침실 벽에는 고흐 자신과 여동생 윌의 초상화 그리고 일본풍 그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그림이 공간적으로 뒤틀렸다는 사실에서 벌써 고흐가 정신적으로 돌아버린 그림의 신호로 보려고 했지만, 그에게 가장 만족을 준 것은 침실이었다. <아틀리에의 침실>은 그가 오랫동안 열망하던 노란 집에 살게 된 것을 기념한 작품이다. 고흐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집에 입주했고 '유황빛 노란' 햇빛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희망이 가득했다. 물론 그는 이미 일본의 쟈포니즘(Japonism)이란 예술적인 마력에 빠져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사물의 형식을 단순화 한 가장 이상적인 작품으로 생각했다. 특히 <아를의 방>에서 그는 남불에서 발견한 '채도 높은 노란색'으로 방 분위기를 이어갔으며 이 작품으로 세 가지 버전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고흐에 색채의 변화는 색조가 더욱 밝아졌다. 초기 1885년 <감자 먹는 사람들>의 어둡고 암울한 색채에서, 1886년 파리에 인상파 화가들과 만나면서 <클리시 거리> 같은 작품에서는 밝고 빛나는 색조의 순색을 외광 회화에 접목했다. 그리하여 그는 색채에의 환희와 개성이 노랑색에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무르익은 밀밭에서의 생동감 있는 노란색과 <별이 빛나는 밤>에 빛나는 별에 사용된 색등이 바로 노란색이었다. 또한, 노란 집에 입주하기 전 카페에 살았던 그는 <저녁의 카페(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포럼 광장의 카페에 드나들면서 그곳 테라스와 카페 내부의 장면을 화폭에 옮겼다. 벽면에 선명하고 붉은색은 큰 촛대들의 레몬 빛 노란색 점들과 대조를 이루었고, 이 모습은 별이 뜬 하늘의 푸른색 위에 두드러진 카페의 노란 불빛을 더욱 부각 시키고 있었다. 그에게 노랑색이 절정으로 나타난 작품은 해바라기였다. 고흐의 상징인 해바라기는 1888년 8월 28일 보낸 편지에서 더욱 단순한 기법으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고 썼다. 오랫동안 고흐가 남긴 열점의 해바라기에서 극도의 단순미와 노랑색의 열정을 발견한 사람들은 없었다. 노란색으로 가득한 해바라기는 고흐가 아를에 도착한 1888년 가을 고갱의 충고로 처음 시작 되었다. 그는 캔버스 세 개를 동시에 시작했다. 첫 번째는 초록색 화병에 꽂힌 커다란 해바라기 세 송이를 그린 것인데, 배경은 밝고 크기는 15호. 두 번째도 역시 세 송이인데, 그중 하나는 꽃잎이 떨어지고 씨만 남았다. 이건 파란색 바탕이며 크기는 25호. 세 번째는 노란색 화병에 꽂힌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이며, 30호 크기이다. 꽃은 아주 정확하게 그렸지만 덧칠한 색과 격렬한 몸짓의 꽃잎, 밝은 파란색 배경의 꽃잎 등이 단순한 해바라기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해바라기'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반 고흐의 '강렬한 노란 색조'이며, '영원히 강한 태양'과 그 불타는 햇살을 그림으로 그린 상징이다. 빈센트는 이 햇빛을 찾으러 아를에 왔고, 거기에서 자신을 불태웠으며 '해바라기' 시리즈가 그 결실이었다. 오늘날, 이 그림들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색채의 추구와 형태, 색채의 결합에 대한 명백한 상징이 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묘사로 이 점을 명시했다. "노란 바탕 위에 노란 꽃병 속에 있는 노란 꽃". 오래 두고 배합된 단색의 조화는 공간을 정복했는데, 이것은 "남불 지방을 온통 노랗게, 온통 주황빛으로, 온통 유황색으로 만든 화가" 몽띠쎌리를 생각하며 만들어진 조화였다는 것이다. "노랑, 그것은 어떤 감동을 암시하는 색깔이다…." <씨 뿌리는 사람>은 밋밋한 색조의 노랑과 보라의 조화이었다면 <밤의 카페>의 빨간색과 초록의 조화에 고흐는 노랑색을 첨가했다.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는 그가 노란색과 주황색과 파란색의 대조에서 오는 균형에 도달했고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엄밀하고 세심한 색채의 작업으로 주황색과 연보라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노란색을 반짝이게 했다. 그는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했지만, 모델이 없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바로 <씨뿌리는 사람>은 그가 가장 존경한 바르비종파의 화가 쟝 프랑수아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에서 그 이미지를 차용 했다. 그는 과장 된 색채 즉 노란색의 태양과 하늘, 파란색과 자주색의 밭이 있는 장면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고흐는 죽을 때까지 오직 단 한 점 <붉은 포도밭>이 400프랑(6만 원 정도)에 팔렸지만, 그는 결코 외롭게만 살다 간 것은 아니었다. 그의 그림에 너무 감탄한 툴루즈 로트렉은 고흐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고, 그를 비판하면 결투를 신청하는 아주 의리 있는 화가도 있었다. 그러나 몇 해 전 고흐의 대표작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구입한 <14송이의 해바라기> 작품이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 그림은 안전 화재해상보험 회사가 창립 100주년 사업으로 1987년 뉴욕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2475만 달러에 구입, 현재 야스다 간사이 미술관이 자랑하고 있는 애장품이었다. 고흐는 이 해바라기를 고갱이 원해 한 점 더 똑같이 그려 그의 그림과 바꿨다. 이듬해 그는 <14송이의 해바라기>를 두 점 똑같이 그렸는데 이 작품들은 현재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 각각 소장 되어있다. 어쨌든 고흐는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그림에의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동생 테오에게는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이라도 주겠다."라고 동생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잊지 않았다. 그의 노랑색에 대한 아를의 열정도 고갱과의 귀 자른 사건으로 파급되면서 고흐는 가쉐 박사, 그리고 마지막 자살과 무덤이 기다리고 있는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와즈로 가야만 했다. 오베르 쉬르 와즈는 파리에서 35Km 떨어진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그는 여기서 < 오베르의 교회>, < 밀밭이 있는 풍경> 등 미친 듯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그림에 실제 모델들이 대부분 다 이 근처에 있었다. 그는 이 오베르에서 하루에 3프랑 (약 500원) 씩을 주고 1890년 5월 20일에서 7월27일까지 약 70일간을 머물렀다. 이젤 하나와 침대 하나면 꽉 차는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그는 하루에 한 점씩 불꽃 같은 작품 70여 점을 남겼다. 오베르는 그가 "심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작품을 자살하기 며칠 전 여기서 그렸다. 고흐가 이 청색과 노란색의 조화로 진정한 여름 '햇빛의 폭발' 앞에서 그는 어떤 한순간을 묵시적으로 드러내었다. 마침내 1890년 7월 27일 권총으로 자살을 기도하고 숨을 거둔 것이다. 고흐가 죽은 뒤 오베르는 폴 세잔, 까미유 피사로, 오노레 도미에 등 당대의 화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으며. 1957년에는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반 고흐의 뜨거운 삶」의 실제 무대가 되기도 했다. "태양과 햇빛을, 더 나은 표현이 없어, 나는 노란 색, 연한 유황빛 노란색, 연한 레몬색, 황금색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라던 고흐가 사랑한 마지막 색채였다. <편집자주> 김종근 미술평론가. 현대미술의 미학과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의 흐름을 분석해 왔다. 회화, 조형,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동시대 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작가 개인의 작업 세계와 시대적 조건을 연결하는 비평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일간지와 문화 전문 매체에 미술 비평과 전시 리뷰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전시와 작가 연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담론 형성에 기여해 왔다. 전시 기획 자문과 평론 활동을 병행하며, 미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발언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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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 위대한 화가들의 명언과 그림(1)-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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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동에도 '관세 드라이브'⋯트럼프 2기 통상·안보 전면전 선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유감스러운 판결이지만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기존 합의를 유지하길 원한다"며 무역법 122조·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한 대체 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관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관세 수입이 소득세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교를 우선하되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니해설]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대법원 판결 이후 더 강해진 트럼프의 통상·안보 드라이브 연방대법원의 제동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은 단순한 정책 보고가 아니라 '통상·안보 일괄 압박 전략'의 재확인이었다. 미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통상 정책의 상징이었던 관세가 법적 기반을 상실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 후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무역법 122조,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기존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사실상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관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IEEPA는 비상권한에 근거한 조치였지만, 301조와 232조는 과거 행정부도 활용해온 전통적 통상 도구다.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가 가능하다.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견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증된 대안"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관세가 소득세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이는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 조세 구조 재편을 시사한다. 관세를 재정 수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글로벌 교역 질서와 미국 내 소비 구조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수입 물가 상승과 보복 관세 가능성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 지렛대'로 본다. 각국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려는 이유도 "더 나쁜 조건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는 국제 협상을 '상호 호혜'가 아닌 '위협과 양보'의 프레임으로 재정의하는 접근이다. 대법원 판결을 약화의 신호로 보지 않고, 오히려 협상국을 압박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안보 분야에서도 강경 기조는 동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명확히 열어뒀다.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협상 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신호로 읽힌다. 미국은 이미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배치한 상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이는 통상 정책과 마찬가지로 '힘을 통한 협상' 전략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북한을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략적 침묵일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 경제·이민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실제로 연설의 상당 부분은 물가, 불법 이민, 범죄 등 국내 이슈에 할애됐다. 그는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문제를 1년 만에 해결했다고 자평하며 "미국의 황금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 방향보다는 기존 성과의 반복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 통상과 안보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국정연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법원의 판결이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통상·안보 전략은 더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국제 질서의 파장이다. 관세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흔들 수 있다. 각국은 보복 조치를 검토할 것이고, 무역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 긴장 고조 역시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향후 몇 달간 글로벌 경제와 안보 환경을 규정할 신호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는 선언은 미국이 다시 한 번 보호무역과 힘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음을 보여준다. 이제 세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협상 테이블로 갈 것인가, 맞대응으로 갈 것인가. 그리고 미국 내부 정치의 향방이 그 결론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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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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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동에도 '관세 드라이브'⋯트럼프 2기 통상·안보 전면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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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바닥 통과' 신호인가⋯출생아 18개월 연속 증가
- 출생아 수가 18개월 연속 증가하며 합계출산율이 4년 만에 0.8명대로 올라섰다. 2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6.8%) 늘었다. 12월 출생아는 2만3명으로 9.6%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반등했다. 특히 30대 초반·후반 출산율이 상승을 주도했고, 4분기 30대 후반 출산율은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도 1년9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전체 인구는 6년째 자연 감소를 이어갔다. [미니해설] "저출생 바닥 통과했나"…18개월 연속 반등의 실체와 한계 18개월 연속 출생아 증가. 2년 연속 합계출산율 반등. 통계만 놓고 보면 한국의 초저출생 흐름이 전환점을 맞는 듯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월별·분기별 흐름도 견조하다. 12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고, 4분기 출생아 역시 4.9% 늘었다. 그러나 이 숫자를 '구조적 반등'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증가의 동력이 무엇인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왜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첫 번째 요인은 혼인 증가다. 혼인 건수는 2024년 4월 이후 1년 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혼은 출산의 선행지표다. 실제로 결혼 2년 미만 출생아 비율도 반등했다. 코로나 시기 미뤄졌던 결혼이 '지연 수요' 형태로 나타난 영향이 크다. 즉, 이번 반등에는 기저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인구 구조 변화다. 주출산 연령층인 30대 초반 인구가 2021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출산율이 같아도 해당 연령대 인구가 늘면 출생아 수는 증가한다. 특히 30대 후반 출산율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만혼화가 고착화되면서 '늦은 첫 출산'이 일반화되는 흐름이 통계에 반영된 것이다. 세 번째는 인식 변화다. 사회조사 결과 결혼 후 출산에 대한 긍정 응답이 상승했고, 비혼 출산 의향도 소폭 늘었다. 정부의 출산·보육 지원 확대, 육아휴직 제도 개선, 현금성 지원 강화 등이 심리적 장벽을 일부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반등의 폭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합계출산율 0.80명은 OECD 평균 1.43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출생아가 늘었지만 사망자 증가 폭이 더 커 전체 인구는 6년 연속 감소했다. 고령층 사망 증가가 구조적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즉, 출생 반등이 곧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변수는 출산 연령의 상승이다. 여성 평균 첫째아 출산 연령은 33.2세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고령 산모 비중은 37%를 넘어섰다. 출산이 뒤로 밀릴수록 둘째·셋째 출산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번 반등이 '첫째 출산 집중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격차도 뚜렷하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은 곳은 전남과 세종뿐이다. 서울은 0.63명에 머문다. 주거비·교육비 부담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출산율이 낮다. 주거 안정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 없이는 단기적 현금 지원만으로 지속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바닥 통과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신중론을 편다. 혼인 증가와 30대 인구 효과가 겹친 '사이클 회복'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일시적 반등 후 재하락한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등이 갖는 의미는 있다. 8년 연속 감소 후 반등세가 2년째 이어졌다는 점, 월별 기준으로 1년 반 넘게 증가했다는 점은 심리적 전환을 시사한다. 출산이 '완전히 포기된 선택'이 아니라는 신호가 통계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목표 달성 여부는 향후 2~3년 추이에 달려 있다. 혼인 증가세가 유지되는지, 30대 인구 흐름이 이어지는지, 그리고 정책 효과가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정착하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수치는 한국 사회가 저출생의 '최저점'을 통과했는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가늠하는 분기점에 가깝다. 통계는 희망의 신호를 보냈지만,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구 문제는 숫자 이상의 문제다. 주거, 노동, 교육, 돌봄 전반의 구조 개혁이 병행되지 않는 한,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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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바닥 통과' 신호인가⋯출생아 18개월 연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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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에세이(1)] 프란치스코 교황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 요즘처럼 좌우가 헷갈릴 때도 없다. 아무런 이데올로기가 없어도 극좌가 되었다가, 극우로 휩쓸려 갈 수 있다. 이데올로기가 관련 없는 종교인도 피해갈 수 없다. 교황이 정치를 할 리 없지만 대중은 교황을 좌우로 구분해서 바라본다.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은 '좌파'로 통한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정치 지망생 시절 "공산주의를 퍼뜨리는 좌파"라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프란치스코 우리 중 한 명"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좌우 양측에서 해방신학자이자 좌파 공산주의자라고 바라본다.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한때 남미를 뒤덮은 해방신학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예수의 정신과 맞닿아 보인다. 예수가 다시 오면 성당이 아니라 학교를 지을 거라는 이태석 신부의 말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종교적 실천을 정치개입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약자에 대한 연민으로 정치적 성향을 구분한다면, '측은지심'을 말한 맹자도 좌파일까? 프란치스코 교황, 즉 호르헤 베르골료 신부가 젊은 시절 예수회로부터 징계성 유배를 당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톨릭 일각에서는 '웃지 않는 신부'가 고초를 겪으며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찾게 되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왜 유배당했는지 그 이유까지 알아보는 언론은 없다. 예수회 베르골료 신부는 늦은 나이에 사제로 서품되었지만 유능한 사제로 인정받았다. 예수회 28대 총장 페드로 아루페는 베르골료에게 아르헨티나 관구장 임무를 맡겼다. 70년대 아르헨티나 예수회 내에는 해방신학의 영향으로 무장 혁명 세력과 연대하거나 정치 현장에 직접 뛰어들려는 사제들이 많았다. 베르골료 신부는 "사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복음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를 엄격히 금지했고, 이 과정에서 진보적 사제들과 감정적 골이 깊어졌다. 예수회 본부는 갈등을 빚은 베르골료 신부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멀리 코르도바 수도원으로 유배 보냈다. 코르도바 예수회원은 베르골료를 위험분자로 낙인찍고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산책하고, 외부 연락도 통제된 채 철저히 고립되었으니 수도원이 아니라 감옥이었다. 수도회내에서 이렇게 한번 찍히면 옷 벗고 환속하는 것 밖에 대책이 없다. 베르골료에게 동앗줄을 내려준 사람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콰라시노 추기경이다. 해방신학에 거리를 두고 민중을 위한 복음을 전하려 소위 ‘민중신학’을 만든 사람이다. 콰라시노 추기경은 유배된 베르골료를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짰다. 곧바로 그를 주교로 임명하려 들면 예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게 뻔했다. 평판이 형편없는 신부가 주교로 임명될 수 없다. 가톨릭 같은 보수적인 집단에서는 조용한 게 최선이다. 1992년 초, 로마를 방문한 콰라시노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를 독대하여 "코르도바에 유배된 유능한 예수회원을 내 보좌주교로 임명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비밀 작전 끝에 베르골료가 파격적으로 주교에 임명되자 예수회는 경악했다. 예수회 총장이 반대 의견서를 바티칸에 보냈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임명을 강행했다. 콰라시노 추기경은 적들 사이에 홀로 선 베르골료를 철저히 비호 했다. 권한을 차례차례 하나씩 넘기면서 차기 대교구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콰라시노 추기경은 건강이 악화 되자, 또다시 교황청에 베르골료 주교를 대주교로 승격시키고 부교구장이 되도록 요청한다. 부교구장은 교구장 사임시 자동으로 직위를 승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파가 막을 길이 없다. 8개월 뒤 콰라시노 추기경이 선종하자 베르골료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이 되었다. 콰라시노의 통찰력과 보호가 없었다면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교구장 취임 3년 뒤 바티칸은 베르골료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해 힘을 실어주었다. 권한을 얻게 된 베르골료 추기경은 예수회나 해방신학과 드러내놓고 갈등을 빚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의 실패를 수없이 되씹었을 것이다. 대신 예수회 관련 예산을 삭감하거나, 행사에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교묘하게 해방신학을 통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콰라시노 추기경의 탁월한 통찰력, 겸손한 유머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콰라시노 추기경은 신학이 이데올로기의 시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복음이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우리 민중의 소박한 신심과 가난한 이들의 구체적인 눈물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믿었던 참된 목자였습니다." 베르골료 추기경은 교황이 되자 예수회 본부에 전화를 걸어 화해의 마음을 보였다. 2014년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서강대에 방문해 예수회 회원을 격려했다. 자신을유배 보냈던 콜벤바흐 총장이 선종했을 때에는 "교회와 예수회에 헌신한 훌륭한 인물"로 칭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에 대한 사랑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는 것을 끝까지 경계했다. 2013년 발표한 회칙 ‘복음의 기쁨’에 그 뜻이 담겨있다. "교회에게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은 문화적, 사회학적, 정치적, 혹은 철학적 범주라기보다는 무엇보다도 신학적 범주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진정한 선택은 그 어떤 이데올로기와도 다르며, 가난한 이들을 자신의 개인적 또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와도 다릅니다." 제발 종교에 이데올로기를 담지 말자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만일 누군가가 제 말에 기분이 상한다면, 저는 제 말이 개인적인 이익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애정과 최선의 의도로 한 말임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민중신학자이며, 민중신학은 해방신학의 한 흐름이라고 보도한다. 개념이 오염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방신학과 맞서 선택한 것은 Teología del Pueblo, 영어로는 Theology of the People. 피플이 있다고 민중신학 비슷한 것으로 퉁쳐버렸지만 한국의 민중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한국의 민중신학은 독재권력에 저항하고,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사회운동이고 프란치스코의 민중신학은 가톨릭 전통 아래 가난한 이를 위한 복음일 뿐이다. People을 번역할 땐 대개 인민이라는 말을 쓰지만, 이때만 일부러 민중이라는 말을 굳이 써서 비슷한 것처럼 혼란시켰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를 빌려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해방신학 때문에 수단을 벗을 뻔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좌파 해방신학자로 만들어진 이유다. 우리는 좌우의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데올로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3자에 의해 좌 또는 우로 색칠된다. 프란치스코 같은 걸출한 인물도 피해갈 수 없었으니 얌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필자 소개> 김성민 몽테뉴가 부러워 책으로 성벽을 쌓은 은거자. 디지털 소음과 고전의 침묵을 모두 즐기는 독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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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에세이(1)] 프란치스코 교황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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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기대 40~60대서 급랭⋯50대 지수 100으로 '중립'
-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빠르게 식는 가운데 40~60대와 중상위 소득층에서 주택가격 전망지수 하락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50대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으로, 한 달 전 119에서 19포인트 급락했다. 40대(123→104)와 60대(127→108)도 각각 19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70세 이상은 129에서 118로 1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월 소득 400만~500만원 계층의 지수는 104로 가장 낮았고, 낙폭도 21포인트로 최대였다. 전체 지수는 124에서 108로 16포인트 하락했다. [미니해설] 집값 기대 꺾인 중심은 '중장년·중상위층'…수요 핵심층의 변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급격히 식고 있다. 특히 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40~60대와 중상위 소득 계층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 위축을 넘어 실제 거래 동력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25일 공개된 한국은행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50대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9에서 100으로 19포인트 급락했다. 지수 100은 1년 뒤 집값 상승과 하락 전망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50대 지수가 100까지 내려온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40대와 60대도 각각 19포인트 하락해 104와 108을 기록했다. 이 연령대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계층이다. 주택 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심리 변화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반면 70세 이상은 11포인트 하락에 그쳤고, 40세 미만도 12포인트 감소로 비교적 완만했다. 상대적으로 거래 활동이 적은 연령대에서 기대 심리의 변화 폭이 작았다는 의미다. 소득별로 보면 중상위 계층의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다. 월 400만~500만원 구간은 21포인트 떨어져 104를 기록했다. 300만~400만원(19포인트 하락), 500만원 이상(17포인트 하락)도 낙폭이 컸다. 반면 저소득층은 하락 폭이 9~13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는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 매입을 위해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계층일수록 정책 변화와 금리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을 활용해 주택 거래를 고려하던 중상위층에서 상승 기대가 빠르게 식은 것으로 보인다. 성별 지표의 변화도 눈에 띈다. 1월에는 남성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여성보다 높았지만, 2월에는 남성이 18포인트 급락해 여성보다 낮아졌다. 전반적인 기대 약화 속에서 남성의 낙폭이 더 컸다는 점은 투자 심리 위축과도 연관될 수 있다. 전체 지수는 124에서 108로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다만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어 상승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심리가 중립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변화는 정책 신호와 시장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정부의 규제 강화, 대출 여건 변화, 가격 상승세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심리 위축이 실제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주택시장은 기대 심리가 수요를 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장년·중상위층의 기대 약화는 향후 거래량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공급 제약과 지역별 양극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해 일률적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방향은 정책 일관성과 금리 경로, 그리고 실물 경기 흐름에 달려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소한 과열 기대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핵심 수요층의 심리 변화가 향후 주택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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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기대 40~60대서 급랭⋯50대 지수 100으로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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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은행예금 1.45조위안 급증⋯증시 활황에 자금 이동 가속
- 아시아 증시가 새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증시 자금이 포함된 '비은행예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2월 발표된 중국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1월 금융기관 신규 위안화 예금은 8조9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8000억위안 증가했다. 특히 비은행예금은 1조4500억위안 늘며 지난해 1월(-1조1100억위안)과 대조를 이뤘다. 반면 주민예금 증가폭은 2조13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축소됐다. 증시 일평균 거래액이 전월 대비 58%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 활황이 자금 이동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니해설] '저축에서 투자로'…중국 비은행예금 급증이 던지는 신호 중국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새해 들어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은행권을 벗어난 '비은행예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가계 자산 배분과 금융 유동성 구조의 전환을 시사한다. 중국인민은행이 발표한 1월 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 신규 위안화 예금은 8조9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8000억위안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신규 예금이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다. 그러나 세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양상이 다르다. 주민예금은 2조1300억위안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다. 반면 비은행예금은 1조4500억위안 늘어 지난해 1월의 마이너스 흐름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는 가계 자금이 단순 예금에서 증권사 결제 자금, 펀드·신탁 자금, 보험사 준비금 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제일재경은 24일 "1월 비은행예금이 늘어난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낮은 기저 효과와 연초 주식시장 강세가 가계 자금을 증권시장으로 이동시키면서 비은행예금 확대의 핵심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월 중국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월보다 58% 급증했고, 과학혁신100지수를 비롯한 A주 주요 지수와 종합지수가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점 역시 중국 주식시장의 강한 투자 열기를 방증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비은행예금은 증권사 고객 예탁금과 펀드 자금, 선물 증거금 계좌 등 사실상 투자 대기 자금을 포함한다. 1월 중국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액이 전월 대비 58% 급증했고, 과학혁신100지수 등 주요 A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증시 활황이 자금 이동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위안화 예금 구조에서도 이런 경향은 나타났다. 중국 경제데이터 분석업체 윈드 통에 따르면 가계예금 잔액은 9.7% 증가한 반면, 비은행예금 잔액은 22.8% 늘어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투자 선호 회복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 개선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양면성을 지닌다. 비은행예금은 은행 예금에 비해 변동성이 높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자산관리 상품은 수익률 곡선과 감독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장 급변 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비은행 금융기관이 은행 예금을 인출하며 유동성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은행예금 증가가 은행권의 유동성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은행 예금이 줄어들 경우 대출 여력과 금리 정책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 자금이 확대되면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비은행예금 증가는 중국 금융시장이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안정적 자산 배분 구조로 이어질지, 아니면 변동성 확대의 전조가 될지는 향후 증시 흐름과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중국 당국이 유동성 관리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자금 흐름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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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은행예금 1.45조위안 급증⋯증시 활황에 자금 이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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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막판 처분' 12월에 25% 몰려⋯상법 개정 앞두고 지배구조 정비 논란
-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상장사들이 자기주식 처분에 대거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자기주식 처분 공시 647건 가운데 25.3%가 12월에 집중됐다. 1~11월 월평균 43.9건이던 공시는 12월에만 164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55.5%는 특정 대상 처분이었고, 교환사채 발행도 23건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의 66.2%가 자사주를 보유 중이며, 10% 이상 보유 기업은 8.4%로 집계됐다. [미니해설] 소각 의무화 앞두고 '자사주 러시'…지배권 방어와 주주가치의 경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상장사들이 지난해 말 자기주식 처분에 대거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변화에 앞서 ‘쓸 수 있을 때 쓰자’는 움직임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자기주식 처분 공시는 647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164건(25.3%)이 12월 한 달에 몰렸다. 1~11월 월평균 43.9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12월 처분의 55.5%가 특정 대상에게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간 평균(25.7%)의 두 배를 웃돈다. 교환사채(EB) 발행도 23건에 달했다. 자기주식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들여 보유한 자사 주식이다. 현행 법제에서는 일정한 절차 아래 이를 처분하거나 교환사채 발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연성이 주주환원보다는 지배권 안정과 승계 구조 정비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제도 변화에 앞서 자기주식을 지배권 안정 또는 승계 구조 정비에 활용하려는 유인이 상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대주주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경영권의 편법적 승계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 역시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계는 자사주가 국내 상장사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723곳(66.2%)이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8.4%, 20% 이상은 2.3%에 달한다. 이는 자사주가 단순한 재무적 유연성 수단을 넘어 구조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분 유형을 보면 임직원 보상이 47.4%로 가장 많았고, 특정 대상 처분(25.7%), 교환사채 발행(17.9%)이 뒤를 이었다. 임직원 보상은 성과연동 보상체계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으나, 특정 대상 처분과 EB 발행은 이해상충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제가 2011년, 2015년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보유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주주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당초 취지는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 확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국은 자사주 처분 시 주주총회 승인이나 공정성 심사 등 보호 장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제도는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는 단순한 주주환원 강화 차원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핵심은 자사주의 본래 목적이다. 자사주는 이론적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각 대신 특정 대상 처분이나 우호 지분 형성에 활용될 경우, 이는 소수주주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해 이런 논란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과 지배구조 전략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 자사주가 '재무 전략 자산'에서 '즉시 소각 대상'으로 전환되는 만큼, 기업 경영 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자사주 처분 급증은 제도 전환기의 단면이다. 기업은 남은 유연성을 활용하려 했고, 시장은 이를 지배권 방어 신호로 해석했다. 향후 입법이 마무리되면 자사주는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라, 주주가치와 경영권 사이의 균형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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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막판 처분' 12월에 25% 몰려⋯상법 개정 앞두고 지배구조 정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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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무효'에도 트럼프 관세 드라이브⋯글로벌 무역질서 또 격랑
-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결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해 24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 1분)을 기해 발효한 데 이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대미 무역 합의 비준을 보류했고, 인도는 회담을 연기했다. 한국과 일본은 기존 투자 약속을 유지하되 통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미니해설] '관세 무기화' 멈추지 않는 트럼프…무역질서의 법적 공백과 각국의 딜레마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글로벌 무역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글로벌 관세 10%' 발표한 데 이어 세율을 15%로 인상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통상 정책의 제동으로 작용하기는커녕,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한 ‘관세 무기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도 착수했다.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301조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해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조항이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자 이를 대체할 '핀셋 관세'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글로벌 관세의 유효기간 150일 내에 국가별·품목별 맞춤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는 협상국을 상대로 한 압박 수단이자,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통상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에 대미 투자 확대와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국가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체결한 무역 합의 비준을 보류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는 법적 확실성과 안정성이 회복될 때까지 입법 절차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 미국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예정된 회담을 연기하며 판결과 후속 조치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언제든 새로운 법적 근거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한미 관세·무역 합의를 존중하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통상 현안을 정밀 관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도 1차 투자 약속은 유지하되 추가 발표는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판결과 미국의 후속 조치를 전면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관세 조정 차원을 넘어 글로벌 통상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법원의 제동에도 행정부가 다른 법률을 통해 정책을 지속하는 상황은 국제 무역 파트너들에게 법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특히 232조와 301조는 안보와 공정성이라는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어서, 사실상 전방위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각국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하나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균형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다자 무역 체제 속에서 법적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문제다. 미 대법원 판결이 통상 분쟁의 종결이 아닌 새로운 국면의 출발점이 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는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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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무효'에도 트럼프 관세 드라이브⋯글로벌 무역질서 또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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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기대 16p 급락⋯3년7개월 만 최대폭 하락
-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여파로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폭은 2022년 7월(-16p) 이후 최대다. 지수는 지난해 12월(121)과 1월(124) 상승세를 이어가다 석 달 만에 꺾였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대책, 수도권 집값 상승세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1.3p 올라 두 달 연속 개선됐다. [미니해설] 집값 기대 꺾였지만 소비심리는 반등…엇갈린 심리의 신호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급격히 식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한 달 새 16포인트 급락했다. 2022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말 121, 올해 1월 124까지 오르며 상승 기대가 확산됐던 흐름이 단번에 꺾였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묻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지만, 하락 폭의 크기는 시장 심리 변화의 속도를 보여준다. 장기 평균(107)과 비교해도 사실상 중립에 근접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신호가 자리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대책 등 공급·수요 관리 방안이 잇따르며 ‘정책 리스크’가 부각됐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를 제어했다. 그간 가격을 끌어올린 유동성 기대가 약해진 것이다. 다만 실제 거래와 수급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소비자 심리 지표는 방향성을 선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금리와 유동성, 공급 일정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야 실물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은행도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기대가 식는 가운데 전반적 소비 심리는 오히려 개선됐다는 점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이 체감 경기를 떠받쳤다.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95로 5포인트 상승하며 개선 폭이 가장 컸고, 향후경기전망(102)과 생활형편전망(101)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자산 가격 기대'와 '경기 인식'이 분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해졌지만, 수출과 기업 실적, 금융시장 강세에 힘입어 경기 전반에 대한 낙관은 유지되는 구조다. 금리 인식도 다소 상향됐다.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지수는 105로 1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아 물가 불안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부동산 과열 기대가 정책 신호와 함께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소비 전반의 낙관 심리가 유지되는 만큼, 집값 기대 하락이 즉각적인 거래 위축이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정책, 금리, 경기 모멘텀이 교차하는 구간에서 시장의 시선은 '기대'에서 '현실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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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기대 16p 급락⋯3년7개월 만 최대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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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우리는 도시를 정의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에 대해서 그 도시에 무엇이 살아남았는가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이자 희망의 땅 묵호였다. 개발이 비껴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버티고 있는가. 묵호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살아남은 것들 앞에서 멈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 낡음인데 낡음이 아닌, 쇠락인데 쇠락이 아닌 그 감각. 묵호는 그 감각의 도시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이 질문을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언어에서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작가 김훈은 바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바다는 육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그 말을 묵호에서 떠올리면 이상하게 잘 맞는다. 묵호는 강원도 동해안의 끝자락에 붙어 있다. 지도 위에서 보면 육지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리에 항구가 있다. 그 끝에서 배가 출발하고, 그 끝에서 파도가 돌아온다. 끝이 시작되는 곳. 묵호는 그런 도시다. 끝과 시작이 같은 자리에 있는 도시는 독특한 기질을 갖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모이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묵호 사람들의 말투에는 그 기질이 배어 있다. 과장이 없고, 빠르지 않고, 무겁지 않다.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대체로 그렇다. 바다가 이미 매우 크기 때문에, 의외로 바닷가 사람이면서 말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철학자 가스통 루이 바슐라르는 그의 책 『공간의 시학』에서 장소가 인간의 내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소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 어떤 공간에서 오래 살면 그 공간의 논리가 몸 안에 들어온다. 묵호라는 공간의 논리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경사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평평한 공간이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항구에서 논골까지, 바다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묵호는 끊임없이 오르거나 내려간다. 그 경사가 이 도시 사람들의 몸에 들어갔다. 쉬운 길을 찾지 않는 습관, 가파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묵호 사람들은 비탈을 평지처럼 걷는다. 바슐라르의 말을 더 빌리면, 집은 우주의 첫 번째 세계다. 그렇다면 항구는 무엇인가. 나는 항구가 세계의 첫 번째 문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문이기도 한. 묵호항은 그 문이 아직 열려 있는 도시다. 새벽에 배가 나가고, 저물녘에 배가 돌아온다. 그 반복이 수십 년 쌓인 자리에 묵호가 있다. 노벨상에 빛나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바다는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했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도 결국 돌아오고, 아무리 잔잔해도 언제든 뒤집힌다는 것. 그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를 배운다. 동해는 지중해보다 거칠다. 묵호의 바다는 특히 그렇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자신이 설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바다가 매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내가 논골담길을 기획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혔던 것도 그 겸손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이 도시의 논리를 이길 수 없다. 묵호는 외부의 언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뮈의 말처럼, 이 도시 앞에 서면 기획자도 겸손해진다. 그것이 이 도시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장소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썼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어떤 땅 위에서 살았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 통찰을 묵호에 적용하면, 묵호에서 태어나 묵호에서 자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보인다. 오징어 건조대가 있는 골목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 방파제를 오후 산책 코스로 아는 것, 새벽 경매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라는 것. 그 감각들이 쌓여 한 사람의 세계관이 된다. 묵호 출신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만나면 느껴지는 것. 덜 꾸미고, 덜 서두르고, 불필요한 그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 어떤 태도. 그것이 이 도시가 사람에게 입히는 기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소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묵호는 버티는 사람을 만드는 도시다. 시인 정지용은 바다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넓고 넓은 바다는 끝이 없고, 그 앞에 선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작아진다"라고. 묵호의 바다도 그런 바다다. 지금 글을 쓰는 동해시 일출로 121번지 논골담길 커먼즈 역시 그런 곳이다. 묵호는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문득 바다가 나타나는 도시.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수평선이 쏟아지고, 자신이 지금까지 걷던 골목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갑작스러운 열림이 묵호를 나 홀로 여행지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열리는 수평선. 그 대비가 주는 감각은 혼자일 때 더 강하게 온다. 둘이면 그 순간 말이 나온다. 혼자면 그 순간 침묵이 온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무언가와 대면한다. 묵호가 비움의 도시가 되는 것은 그 지형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여러 사람들의 언어를 빌려 이 질문에 답하려 했지만, 결국 내 답은 이렇다. 묵호는 7번 국도를 이어가는 강원 영동 남부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인데 끝이 아닌 도시다. 천천히 변하는 도시, 원형이 남아 있는 도시고 원형이 힘인 도시다. 경사진 도시인데 그 경사가 기질이 된 도시다. 바다가 겸손을 가르치는 도시이고, 골목이 버팀을 가르치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 비움을 허락하는 도시다. 이 도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그것은 오만한 일일지 모른다. 묵호는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도시다. 정의되는 순간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묵호 사용 설명서 이번 회에서 답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계속 열어두기로 한다.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이 연재가 끝날 때, 독자 각자의 답이 생겨 있기를 바란다. 장소는 결국 그 장소를 경험한 사람의 수만큼 다른 이야기를 가진다. 묵호도 그렇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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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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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조사 착수⋯업계, 잇단 3~5% 가격 인하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시장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상, 삼양,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조CPK는 전분·물엿·과당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밝혔고, CJ제일제당도 B2B와 B2C 제품 가격을 최대 5% 낮추기로 했다. 대상 역시 올리고당과 물엿 가격을 5% 인하했다. 공정위는 밀가루·설탕 등 생활 원재료 시장에 대한 조사도 병행 중이다. [미니해설] 가격 내리는 전분당 업계…담합 조사 파장 어디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시장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점 구조로 형성된 국내 전분당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공정위는 대상, 삼양,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국내 전분당 시장을 사실상 분할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전분과 물엿, 과당 등은 식품·음료·제과·제빵 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업체들은 잇달아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사조CPK는 전분, 물엿, 과당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밝혔다. 적용 범위는 실수요처와 대리점, 기업간거래(B2B), 소비자용(B2C) 전반을 아우른다. 회사 측은 원재료 가격 변동을 반영하고 파트너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달 B2B 전분당 가격을 3~5% 낮춘 데 이어, B2C 제품 가격도 최대 5% 인하하기로 했다. 대상도 올리고당류와 물엿 등 주요 소비자 제품 가격을 5% 인하한다고 발표했으며, B2B 가격도 평균 3~5% 낮출 계획이다. 가격 인하의 명분은 '국제 원재료 가격 반영'과 '물가 안정 동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점에 주목한다. 담합 조사 착수 직후 연쇄적인 가격 인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점 시장에서는 가격 결정이 경쟁이 아닌 '묵시적 합의'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공정위의 문제의식이다. 전분당 시장은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산업 특성상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은 가격 인하의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원가 하락이 실제로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조사는 전분당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는 밀가루와 설탕 등 생활물가와 직결된 원재료 시장에 대해서도 전방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담합 혐의로 제분·제당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들 기업도 최근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B2C 전 제품 가격을 인하했고, 삼양사도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낮추기로 했다. 사조동아원은 밀가루 가격을 평균 5.9% 인하했고, 대한제분도 일부 제품 가격을 4.6% 내렸다. 담합 의혹과 가격 인하가 맞물리며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점 구조'다. 소수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는 가격 변동이 동시적으로 나타나기 쉽다.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서로의 가격 정책을 관망하며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의식적 병행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들은 원가 부담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강조한다.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맞물려 원재료 업체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식품 원재료 가격은 정치·경제적 민감도가 높다. 이번 조사와 가격 인하 조치는 단기적 물가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개편과 경쟁 촉진 여부가 관건이다. 과점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신규 진입 장벽 완화, 유통 구조 개선, 원가 공개 투명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가격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 물가와 직결된 원재료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과점 구조의 건전성에 대한 시험대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 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격 인하 발표가 '선제적 책임 이행'으로 평가될지, 아니면 '조사 대응'으로 해석될지는 향후 공정위의 판단과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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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조사 착수⋯업계, 잇단 3~5% 가격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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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 평균소득 375만원⋯증가율 3.3% '역대 두 번째 최저'
- 재작년 임금근로 일자리 평균소득 증가율이 3%대에 머물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평균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보다 12만원(3.3%) 늘었다. 중위소득은 288만원으로 10만원(3.6%) 증가했다. 대기업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각각 3.3%, 3.0% 늘었다. 남성 평균소득은 442만원, 여성은 289만원으로 격차가 유지됐다. 60대 평균임금이 20대를 웃돌았고, 70세 이상 증가율(5.8%)이 가장 높았다. [미니해설] 임금 둔화 속 고령층 약진…청년층 체감 소득은 왜 더 낮은가 재작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증가율이 3%대에 그치며 사실상 '저성장 임금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12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평균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 대비 12만원(3.3%)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2023년 2.7%보다는 소폭 반등했지만, 2022년 6.0%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는 임금이 늘었다. 그러나 증가 폭은 물가 상승과 체감 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위소득 역시 288만원으로 3.6% 증가했지만, 분포의 중심이 크게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규모별 격차는 여전히 구조적이다. 대기업 평균소득은 613만원으로 20만원(3.3%) 늘었고,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9만원(3.0%) 증가했다. 증가율은 비슷하지만 절대 격차는 300만원을 넘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레벨 차이'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성별 격차도 유지됐다. 남성 평균소득은 442만원, 여성은 289만원으로 약 1.5배 차이를 보였다. 증가율은 모두 3.6%로 동일했지만,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격차는 그대로다. 노동시장 내 직무·근속·산업 분포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통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연령 구조 변화다. 40대가 평균 46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50대(445만원), 30대(397만원), 60대(293만원), 20대(271만원) 순이었다. 특히 60대 평균임금이 20대를 웃돌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데이터처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60세 이상을 60대와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했다. 70세 이상 평균소득은 165만원으로 절대 수준은 낮지만, 증가율은 5.8%로 가장 높았다. 보건·사회복지업을 중심으로 돌봄 수요가 확대되고,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청년층의 소득 증가율은 20대 3.0%, 30대 2.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존과 확대가 청년층의 일자리 구조와 경쟁 구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시장 ‘연령 역전’ 현상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근속기간과 소득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명확했다. 근속 20년 이상은 평균 848만원, 10~20년 미만 608만원, 5~10년 미만 430만원 순이었다. 장기 근속이 소득 상승의 핵심 경로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신규 진입자의 소득 개선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업별 편차도 크다. 금융·보험업 평균소득은 777만원,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공급업은 699만원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반면 숙박·음식업은 188만원, 협회·단체·기타 개인서비스업은 229만원에 그쳤다. 산업 구조 자체가 임금 격차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일자리'는 취업자와 다른 개념이다.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고용 위치를 점유할 경우 각각 하나의 일자리로 집계된다. 이는 다중 직업 구조가 확대될수록 통계상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개인 체감 소득은 반드시 개선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통계는 세 가지 신호를 던진다. 첫째, 임금 증가율 둔화의 구조화. 둘째, 고령층 소득 상승과 청년층 정체의 교차. 셋째, 기업·산업·성별 격차의 지속이다. 노동시장은 단순히 평균값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평균 375만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188만원의 숙박업 종사자도 있고, 777만원의 금융업 종사자도 있다. 고령층의 참여 확대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청년층의 소득 정체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주택·결혼·출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금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제 체력의 바로미터다. 증가율 3.3%라는 수치는 회복과 둔화 사이, 그 미묘한 경계선 위에 한국 노동시장이 서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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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 평균소득 375만원⋯증가율 3.3% '역대 두 번째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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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EU 간 무역관계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CBS 인터뷰에서 "무역 관계자들이 익숙해진 균형이 다시 흔들리면 비즈니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에 타기 전 도로 규칙을 알아야 하듯 무역도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에 향후 조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미니해설] '균형의 붕괴' 경고한 ECB…트럼프 관세에 유럽 통화·무역질서 시험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다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지만 보호무역 기조는 유지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의 균형 상태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EU는 미국이 EU 회원국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향후 수년간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타협을 이뤄냈다. 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라는 교환 조건을 통해 양측은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 균형이 정책 예측 가능성 위에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차에 타기 전에 도로 규칙을 알고 싶다"며 무역에서도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소급 적용되거나 환급 여부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 계약과 공급망 설계를 전제로 움직이는데, 관세 체계가 수시로 바뀌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특히 ECB 수장으로서 라가르드 총재가 우려하는 지점은 무역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환경에 미칠 파장이다. 관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의 최종 부담자가 된다는 그의 언급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그는 "관세 대부분은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했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경로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EU 기업의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유럽 산업정책과 투자 전략 전반에 재조정을 요구하는 신호다.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반응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국 측에 향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합의의 법적·정치적 구속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유럽의회가 대미 무역합의 승인을 추가로 보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유럽 내부의 정치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균형(equilibrium)' 언급은 경제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무역관계는 단순한 관세율의 합이 아니라 투자·환율·금리·소비심리 등이 맞물린 복합적 시스템이다. 한 축이 흔들리면 다른 축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미·EU 관계는 세계 교역의 핵심 축인 만큼, 작은 균열도 글로벌 시장에 파급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국내 정치적 계산과도 맞물려 있다. 보호무역을 통해 제조업과 노동자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과 공급망 재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미국과의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승인을 지연할 경우, 양측 간 신뢰 자산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이번 ECB 총재 발언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반복해 강조한 '명확성'은 기업과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이다. 관세 환급 여부, 적용 범위, 기간 등 세부 규칙이 불투명하면 투자 결정은 지연되고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행정부 권한에 대한 제동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러나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관세를 유지한다면 정책 불확실성은 지속된다.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경고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에 대한 요구다. 미·EU 간 균형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대서양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세율 경쟁이 아니라,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재확인이라는 점을 유럽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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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