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스홉킨스대 연구진 "은하 중심의 감마선 잔광, 암흑물질 충돌 흔적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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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우주 전체 질량의 25% 이상을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접 관측되지 않았던 '암흑물질(dark matter)'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에서 나오는 감마선 복사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일 수 있다고 밝혔다. NASA 페르미 위성이 그려낸 은하 전역의 감마선 지도에는 유난히 밝은 잔광(사진 가운데)이 중심부에 확산되어 있었는데, 특정 천체에서 발생한 방사선으로 보기 어려운 불규칙한 분포를 보였다. 사진= NASA/DOE/Fermi LAT Collaboration

 

우주 전체 질량의 25% 이상을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접 관측되지 않았던 '암흑물질(dark matter)'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됐다.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뉴사이언티스트 등 사우 외신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은하 중심부에서 관측된 미스터리한 감마선(γ-ray) 복사가 암흑물질 입자 간 충돌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암흑물질은 스스로 빛이나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망원경으로는 직접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입자 간 충돌 시 감마선 형태의 고에너지 방사선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감마선의 미세한 패턴이 우리 은하 중심에서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조지프 실크(Joseph Silk) 교수는 "암흑물질은 우주를 지배하며 은하를 결속시키는 존재"라며 "이번 감마선 잔광은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최초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마선 지도'가 보여준 은하 중심의 이상 신호


이번 연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감마선 관측 위성 '페르미(Fermi)'가 2008년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페르미 위성이 그려낸 은하 전역의 감마선 지도에는 유난히 밝은 잔광이 중심부에 확산되어 있었는데, 특정 천체에서 발생한 방사선으로 보기 어려운 불규칙한 분포를 보였다.


과학계는 이를 두고 △ 회전하는 중성자별(펄서)에서 방출된 감마선일 가능성, △ 암흑물질 입자 간 충돌로 인한 방출일 가능성 등 두 가지 가설을 놓고 10년 넘게 논쟁을 벌여왔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은하 형성 과정에 따른 암흑물질 분포 지도를 새롭게 작성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은하 형성 초기 거대한 암흑물질 구름 속으로 보통 물질이 응축되면서 일부 암흑물질이 은하 중심부에 함께 포획됐고, 그 과정에서 충돌 빈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크 교수는 "우리 은하는 거대한 암흑물질 구름에서 태어났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암흑물질이 은하 중심부로 점점 집중되어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감마선 신호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성자별보다 암흑물질 가설이 데이터와 더 부합"


연구진은 페르미 위성의 실제 감마선 관측 데이터를 이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한 결과, 두 데이터의 분포 패턴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크 교수는 "이번 결과는 중성자별 가설 못지않게 암흑물질 가설이 데이터를 잘 설명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암흑물질이 간접적으로 탐지됐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아직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감마선 잔광이 실제로 중성자별의 회전 운동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계는 내년에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될 예정인 세계 최대 감마선 망원경 '체렌코프 망원경 어레이(CTA, Cherenkov Telescope Array)'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망원경은 기존 장비보다 훨씬 높은 감도를 지녀 암흑물질에서 발생한 감마선과 중성자별에서 방출된 감마선을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크 교수는 "CTA가 은하 중심뿐 아니라 암흑물질 비중이 높은 왜소은하를 관측하면 이번 가설을 최종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흑물질은 무엇인가?


암흑물질은 전체 우주 질량의 약 27%를 차지하는 미지의 물질로,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거나 방출하지 않아 전자기파로는 탐지할 수 없다. 물리학자들은 은하의 회전 속도, 중력 렌즈 효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등을 통해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왔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가시 물질보다 6배 이상 무겁고, 우주의 구조 형성과 은하 결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 어떤 입자로 구성돼 있는지조차 규명되지 않았다.


"암흑물질 탐색의 전환점 될 수도"


과학계는 이번 연구를 암흑물질 탐색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암흑물질 탐색은 수십 년간 입자물리학과 천문학의 최대 난제로 꼽혀 왔지만, 감마선 분석을 통한 간접 탐지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접근법이 열렸다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향후 CTA 망원경 외에도 일본의 '아스트로-H2' 위성, 유럽우주국(ESA)의 '아테나(Athena)' 관측선 등이 암흑물질 후보 입자의 흔적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크 교수는 "암흑물질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우주가 왜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설명하는 열쇠"라며 "이번 연구가 우주 진화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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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7)] '우주 질량의 4분의 1' 암흑물질, 첫 관측 가능성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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