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라인 1.7% 찔끔 오를 때 온라인은 9.1% 껑충⋯유통 무게중심 '완전 이동'
- 결제액 늘었지만 주문량은 1% 감소⋯고물가가 만든 '불황형 소비'의 착시 현상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가 고물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라는 이중고를 뚫고 온라인 매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얼어붙을 뻔했던 소비자의 지갑을 강제로 열어젖힌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유통 시장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가운데, AI 기술이 소비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꿔 놓았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30일(현지 시각) 어도비와 세일즈포스 등 주요 데이터 분석 기업들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27일) 당일 미국의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대비 9.1% 급증한 118억 달러(약 16조 5000억 원)로 집계됐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온·오프라인의 극명한 희비 교차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 집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소매 매출액이 10.4% 급증한 반면, 과거 새벽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을 서던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이번 온라인 쇼핑 열풍의 기저에는 'AI 에이전트'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어도비는 아마존이나 월마트 등에 AI 쇼핑 툴이 본격 도입되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AI를 경유한 미국 소매 사이트 트래픽이 무려 805%나 폭증했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 분석에서도 AI 에이전트는 전 세계적으로 142억 달러의 온라인 매출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 중 미국에서만 30억 달러의 매출을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지 데이비드 캐니언 이마케터 애널리스트는 "수입품 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으로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자, 소비자들이 AI 툴을 활용해 단시간에 최저가를 비교하고 필요한 물건을 족집게처럼 찾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AI를 무기 삼아 고도로 진화한 ‘스마트 컨슈머’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매출 신기록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 만든 '착시 효과'도 숨어 있다. 식료품 등 생필품을 포함한 세일즈포스의 심층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전체 온라인 지출액(180억 달러)은 전년 대비 3% 늘었지만, 정작 ‘주문 건수'는 1% 감소했다. 평균 판매 가격이 7%나 상승한 탓이다. 즉, 소비자들이 돈은 더 많이 썼지만, 실제로 장바구니에 담아간 물건의 개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캐니언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과 관세에 따른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예년만큼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종 결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과거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쇼핑 시즌의 열기는 '사이버먼데이(12월 1일)'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어도비는 올해 사이버먼데이 온라인 지출액이 블랙프라이데이를 뛰어넘는 142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연휴 시즌 전체 온라인 지출 규모는 지난해(2411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2534억 달러(약 3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당분간 미국 경제의 70%를 지탱하는 소비 엔진이 AI의 보조를 받아 힘겹지만 멈추지 않고 돌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Key Insights]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공포 속에서도 AI 기술이 소비를 견인하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소비자는 AI로 최저가를 찾아 지갑을 열었지만, 실상은 단가 상승으로 결제액만 늘고 실제 구매량은 줄어든 '불황형 소비'의 착시도 존재한다.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 할인을 넘어 AI 기반의 초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미국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 저하에 대비한 정교한 채널 및 가격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Summary]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9.1% 증가한 11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실적 호조는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관세 인상 우려에 대응해 AI 쇼핑 툴로 최저가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결과다. 실제 AI 경유 쇼핑 트래픽은 전년 대비 805% 폭증했다. 다만 평균 판매 가격이 7% 오른 반면 실제 주문량은 1% 감소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사이버먼데이 매출은 14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