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U 연구진, 톱니 대신 유체 흐름으로 회전 전달⋯속도·방향 제어까지 구현
- 마찰·걸림 한계 넘어 소프트 로보틱스·차세대 기계 설계에 새 가능성
톱니가 맞물리는 것이 아닌, 물로 맞물리는 마모 없는 기어가 개발돼 로봇 구동이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구진이 마모와 걸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물 기반 기어(water-driven gear, 유체 기어)'를 개발했다고 인터레스팅언지니어링과 웹 사이트 Phys.org가 보도했다. 유체 기어는 고체 톱니 대신 유체의 흐름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로봇과 기계 설계의 오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대학교(NYU) 연구팀은 유체역학을 이용해 회전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어 메커니즘을 고안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기어는 맞물리는 톱니가 없어 부품 간 직접 접촉이 발생하지 않으며, 마찰·마모·이물질로 인한 고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를 이끈 준 장(Jun Zhang) 교수는 "고체 톱니를 맞물리게 하는 대신, 회전에 의해 형성된 유체의 흐름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새로운 기어를 만들었다"며 "회전 속도는 물론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어는 인류 문명과 함께해 온 대표적 기계 요소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청동기 시대부터 금속·목재·플라스틱 톱니가 동력을 전달해 왔고, 이는 고대 전차에서 현대 로봇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어는 정밀한 정렬이 요구되며, 작은 결함이나 모래 알갱이 하나에도 걸림이나 파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NYU 연구팀은 이러한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피하기 위해 '무접촉 기어' 개념을 제시했다. 공기와 물이 터빈을 구동하는 원리에 착안해, 정밀하게 설계된 유체 흐름이 물리적 톱니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실험에서는 물과 글리세린을 섞은 점성이 높은 액체 속에 두 개의 원통을 담갔다. 첫 번째 원통을 회전시키자 주변 유체가 소용돌이치며 움직였고, 원통 간 거리와 회전 속도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동작이 나타났다. 원통이 가까이 있을 때는 유체가 미세한 '가상 톱니'처럼 작용해 두 번째 원통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켰다. 반대로 거리를 벌리면 유체가 보이지 않는 벨트처럼 감기며 같은 방향 회전을 유도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기존 기계식 기어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제어 자유도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부품이 서로 닿지 않기 때문에 파손될 요소가 없고, 이물질이 유입되더라도 유체가 이를 감싸 흐르며 작동을 유지할 수 있다.
NYU 레이프 리스트로프(Leif Ristroph) 교수는 "일반 기어는 톱니가 정확히 맞물려야 하며, 작은 결함이나 먼지 하나만으로도 작동이 멈춘다"며 "유체 기어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고, 속도와 방향을 기존 기계식 기어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에서 특히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금속 부품을 유체 기반 구동으로 대체하면, 부드럽고 유연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기계 설계가 가능해진다. 유체의 점성이나 흐름 조건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기어비를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월 13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향후 로봇, 마이크로 기계, 의료용 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