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당선·판교·반도체 벨트 효과⋯저평가 인식에 실수요 집중
- 15억 전후 '가성비' 가격대 부각⋯대출 규제가 오히려 상승 촉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에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용인시 수지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누적 4.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최고 상승률로, 성남시 분당구(4.16%)를 웃돌았다.
서울 송파구(3.63%), 과천시(3.44%) 등 주요 선호 지역도 수지구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지구는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강남 접근성과 판교·반도체 산업단지와의 직주 근접성을 갖춘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인식되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니해설] 용인수지, 아파트값 상승률 최상위 지역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의 초점은 '규제 이후 어디로 자금이 이동하느냐'로 옮겨갔다. 대출 한도 축소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수요가 뒷받침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시 수지구다.
1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4%를 넘는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이후 보기 드문 흐름이다. 특히 주간 상승률이 12월 넷째 주 0.51%까지 치솟아, 단기적으로도 매수세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규제지역 지정 이후에도 가격이 상승한 분당구보다 높은 상승률이라는 점은 시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저평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수지구는 경부고속도로 축을 따라 형성된 이른바 '경부 라인'에 속하면서도, 오랫동안 분당이나 강남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 탓에 가격 상승 속도가 더뎠다. 그러나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출퇴근 여건이 크게 개선된 데다 판교 테크노밸리,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단지와의 거리도 짧아 직주 근접성을 중시하는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됐다.
교육 여건도 수지구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다. 풍덕천동과 성복동을 중심으로 학원가와 학교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중산층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거래를 보면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e편한세상수지 등 주요 단지에서 전용 84㎡ 기준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15억원 안팎의 가격대는 강남이나 분당 주요 단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 규제 역시 수지구로의 수요 이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10·15 대책에 따라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되면서, 15억원 전후 가격대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택지로 부각됐다. 수지구 주요 단지 상당수가 이 구간에 형성돼 있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수월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의 낙수효과'로 해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입지 여건이 양호하지만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지역은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강화될 때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지구 역시 규제를 계기로 실수요가 집중되며 가격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지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물은 10·15 대책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가격은 오르지만 거래는 줄어드는 '강보합·저유동성'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향후 변수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꼽힌다. 최근 법원이 관련 행정소송에서 정부 손을 들어주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현실화될 경우, 수지구는 배후 주거지로서 추가 수요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 다만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한 단기 급등보다는 완만한 상승과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지구의 최근 집값 흐름은 '규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지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직주 근접성, 교육 환경, 가격 부담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리며 실수요 중심의 상승세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향후 수도권 주택 시장을 읽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