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빌라에 피어난 꽃미남 중학생, 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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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 12회. 낡은 빌라에 피어난 꽃미남 중학생, 우지영. 사진=챗GPT 5.2 생성 이미지


제12회



이 빌라에서 어린이라고는 우 선생님의 아들 지영뿐이다. 작년까지는 어린이였지만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니 소년이나 청소년이라고 해야 한다. 아빠인 우 선생님만큼 키가 큰 데다가 이목구비 또렷하여 아이돌 그룹 멤버처럼 멋들어지게 생긴 소년이다. 우 선생님은 말할 바 없고 미상 씨 역시 지영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멋져 지영!"


고양이 코코와 초코에게 하듯이 그렇게 엄지척 좋아요 손 동작을 하면 지영은 손가락 하트로 대답한다. 외출이 없는 희정 씨는 지영과 마주칠 일 없지만 할머니는 자주 지영과 대면했다. 누구에게나 막말을 퍼붓는 욕쟁이 할머니도 지영 앞에만 서면 부비부비하고 싶어 하는 순한 강아지처럼 두 손을 떨고 반백의 머리를 허공에서 굴려 살살 원을 그린다.


"아이고 요 녀석, 여간 탐나지 않으네."


주머니에서 뭘 꺼내 주기라도 할 듯이 위아래 몸을 더듬기도 한다.


"애비는 영 허접스러운데 아들은 어째 저래 훤할까?"


미상 씨가 전하는 말을 듣고 우지영이라는 소년의 신상을 알게 된 희정 씨도 좌로 우로 윗몸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너무너무 이쁜 애로군요. 어쩜?"


그녀는 지영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자 둘이 살면서 교육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집안의 아이라 이것저것 필요한 학용품이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희정 씨는 쿠팡을 통해 학생용 백팩 하나를 골랐다. 검은색 합성섬유로 된 본체에 모서리와 밑바닥을 고동색 인조가죽으로 덧댄 최고급 학생용 백팩이다. 우 선생님이 먼저 장만할까 염려한 희정 씨는 미상 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우 선생님께 알리라고 하였고 그래서 그 백팩은 우지영 초등학교 졸업식 날 선물하기로 했다.


백팩은 이미 희정 씨네 집 소파 곁에 놓여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우 선생님의 미상 씨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라졌다. 이를테면 병자를 간호하지 말라거나, 병이 전염되지 않더라도 그러다간 궁상스런 꼴을 면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전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인생 성공을 위한 열 가지 청년의 자세'라거나 'AI 시대에 핫한 열 가지 직업' 따위의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


"평생 마음에 새겨야 할 말 열 가지가 있어요. 잊으라, 지켜라, 감사하라, 겸손하라…… 응? 참 싱거운 소리 같지? 그러나 세상 쫌 살아 보면 그런 싱거운 소리가 얼마나 귀한 소린지 알게 돼."


우지영에게 줄 백팩 말고도 또 한 가지 선물을 희정 씨는 준비하고 있다. 희정 씨가 손수 만들어야 하는 선물이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리 급한 일도 아닌 그런 선물이다. 그 선물은 희영 씨가 작은 수첩에 하나하나 손수 적은 '우리 속담을 영어로 읽고 같은 뜻을 가진 서양 속담 알아보기'다.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이태 동안 영어교사를 한 희영 씨의 아이디어였다. 불편한 몸인데도 희정 씨는 틈틈이 그 수첩을 메워가고 있다. 우리 속담 100개에 따른 서양 속담 100개가 완성되면 전해주겠다는 그 선물은 이를테면 이런 형식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Only when I speak kindly does the other person speak kindly.

_____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


술은 괼 때 걸러야 한다.

Filter the liquor when it is fermenting.

_____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쇠는 달았을 때 두드려라.



한 명의 아이를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씩씩한 소년 우지영은 이 낡은 빌라에 사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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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을 연재하는 심상대 작가. 사진=송가은/2017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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