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재계약 매물도 유예 가능"⋯자치구에 공문 재발송 예정
- '최초 계약' 문구 놓고 자치구 오해⋯정책 시한 두 달 앞두고 매물 출회 찬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일몰(5월 9일)을 앞두고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일선 자치구가 이를 잘못 해석해 거래를 막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보완책에서 무주택 매수자가 다주택자 주택을 살 경우 현행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자치구는 재계약·계약갱신권 행사 매물의 경우 '최초 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토지거래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국토부는 "현재 유지 중인 임대차계약이 재계약이더라도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일선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일선 허가관청에 공문을 보내 명확한 지침을 재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팔겠다는데 왜 막나"…다주택자 실거주 유예 혼선, 무엇이 문제였나
정부 보완책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올해 5월 9일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온 조치가 끝나는 날이다. 정부는 이 시한 전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해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정대상지역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도 묶여 있어, 주택을 취득한 매수자에게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샀다가는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의 '전세 낀 매물'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했고, 보완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보완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핵심은 무주택자가 다주택자로부터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살 경우, 해당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임차인은 계약 기간 중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면서 집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책 의도만 놓고 보면 매도자·매수자·임차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러나 보완책 발표 후 현장은 달랐다. 주택 매매의 토지거래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자치구 일부에서 재계약이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매물에 대해 허가를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 A씨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A씨의 세입자는 성북구가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되기 전인 2021년부터 거주해왔고, 계약을 연장해 내년 6월까지 임대 기간이 남아 있다. A씨는 국토부 보완책을 보고 무주택 매수자를 구해 거래를 추진했지만 관할 자치구로부터 "국토부 지침에 '최초 계약'이라고 명시돼 있어 허가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3개 자치구에 문의해도 결과는 같았다.
실제로 국토부가 지난달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실거주 의무가 개정안 발표일(2026년 2월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자치구들은 이 '최초 계약'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재계약 매물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또 다른 다주택자 B씨도 비슷한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2026년 2월 11일 신규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 2028년 2월 11일까지 실거주가 유예되지만, 2024년에 신규 계약하고 2026년에 재계약한 물건은 유예가 안 된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오래 살아온 세입자를 둔 집주인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국토부 "재계약도 유예 가능…지침 혼선 인정"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자치구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임대차계약이 최초 계약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며 재계약 상태의 매물도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수 이후 기존 임대차계약을 또다시 갱신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허용할 경우 갭투자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일선에서 약간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자치구 등 일선 허가관청에 명확한 의미를 담은 공문을 발송해 재지침을 내리겠다고 했다.
왜 이런 혼선이 생겼나
이번 혼선의 근본 원인은 정책 보도자료의 표현 모호성에 있다. '최초 계약 종료일'이라는 문구는 '현재 유지 중인 임대차계약의 만료일'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일선 담당자들은 이를 '처음 체결된 신규 계약에만 해당한다'고 오독했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은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이 5월 9일로 불과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행정 혼선은 매물 출회를 기대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자치구 공문 재발송으로 혼선이 조속히 수습되더라도, 시한 내에 매도를 완료하려는 다주택자들의 거래 기회는 이미 일부 소실됐다.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지침 전달과 함께 피해 사례에 대한 신속한 구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